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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 놓친 전북 '허탈'

하림계열 농수산홈쇼핑 시절 세계무대 '승승장구' / 소속팀·道체육회 초라한 대우에 결국 전북 떠나

   
 
 

올림픽 역사상 남자양궁 개인전 첫 금메달을 따낸 오진혁(31·현대제철·사진)을 바라보는 전북체육회나 하림 계열사인 농수산홈쇼핑은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땅을 치고싶을만큼 안타깝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오진혁은 농수산홈쇼핑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전주한일장신대를 거쳐 농수산홈쇼핑에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항상 입버릇처럼 "제2의 고향인 전북의 명예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왔기 때문에 소속팀이었던 농수산홈쇼핑이나, 전북체육회는 속이 쓰라릴 수 밖에 없다.

 

오진혁 선수가 지난 2010년말 전북일보가 수여하는 '전북대상' 체육상을 받은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노력과 가치에 대한 평가였다.

 

오진혁의 고향은 충남 논산이고, 고교때까지 충남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남교현 농수산홈쇼핑 감독의 눈에 띄면서 오진혁은 사실상 전북 사람이 됐다.

 

남 감독이 전주한일장신대 감독 당시 데려와 대학시절 내내 전국무대를 석권했다.

 

때마침 2006년 하림에 남자 양궁팀이 창설되면서 남교현은 한일장신대 감독에서 농수산홈쇼핑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고, 오직 감독 하나를 보고 오진혁은 농수산홈쇼핑 선수가 됐다.

 

농수산홈쇼핑 시절 오진혁은 참 대단한 선수였다.

 

2009년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1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1위, 개인전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오진혁은 단체전 동메달, 개인전에서 대한민국 남자 양궁 개인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전국무대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2010년 그는 경남 전국체전때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전북 체육계의 MVP가 됐다.

 

전북일보가 수여한 전북대상을 받은 것도 그가 이룬 성과를 평가한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팀인 농수산홈쇼핑의 대우는 섭섭했다고 한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봉이라고 해야 5000만원이 조금 넘었다고 한다.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50만원,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100만원 가량 지급되는게 전부였다.

 

도내 수준급 여자양궁 선수가 받는 연봉보다도 적었다.

 

삼양사 여자 사이클 선수가 전국대회

 

에서 우승 한번해도 회사에서 받는 상금이 300만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대우를 받은 것이다.

 

국내 정상급 남자 양궁 선수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급여도 급여지만 자존심이 여간 상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오진혁을 키워온 남교현 농수산홈쇼핑 감독은 이리뛰고 저리 뛰었지만 미움만 받았다.

 

"입만 열면 선수들 연봉 타령만 한다"는 비난도 돌아왔다.

 

남 감독은 임시방편으로 사비를 들여 일정액을 보전하는 등 노력을 했으나, 허사였다.

 

남 감독은 전북체육회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 지난해초 어렵게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돈은 결국 오진혁이 세계대회에 참가하느라 전북대표로 전국체전에 뛰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납해야 했다.

 

결국 오진혁은 지난해말 스승인 남 감독에게 무릎을 꿇고 "저도 선수생활 불과 몇년 하고 물러날텐데 이 월급으로는 더 이상 전북에 머물수가 없다"며 홀연히 팀을 떠났다.

 

남 감독은 안타까웠지만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불과 반년여만에 오진혁은 세계 양궁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단순히 전국체전 한번 뛰는 팀이나 선수에게 수천만원씩 지급하는 전북체육회의 경우 "어떻게 해서라도 오진혁을 잡았어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그에 앞서 농수산홈쇼핑 책임자들의 '사람 잘못보는 눈'이 먼저 도마에 오를 것이다.

 

빼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를 놓치면서 기업 이미지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실수는 너무 뼈아프기 때문이다.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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