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충원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
![]() |
||
최근 어느 국내 매스컴이 미국, 독일 등 6개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우리나라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의 일원이 되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1인당 총국내생산액(GDP)이 2만 달러 이상이고 국내시장규모를 뜻하는 인구가 5천만 이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른 6개국처럼 향후 5~15년 이내에 1인당 총국내생산액이 3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1인당 총국내생산액이 3만 달러가 된다는 보증수표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불확성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세계경제여건과 국내사정이 악화될 경우 15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고 또 수십 년 동안 지금의 수준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완전히 물건너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우리 국민들 중에는 막연하게 우리가 마치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그것은 아직은 환상에 불과하다. 1인당 총국민생산액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 1인당 총국민소득액(GNI)을 기준으로 할 때 오늘날 무려 30여개 가까운 국가들이 2만 달러를 넘었으며, 그 중 20여개 국가들이 3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예컨대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등 중동국가들을 비롯하여 브루나이, 사이프러스, 리히텐스타인, 모나코, 포르투갈 등 다수국가들이 2만 달러 이상 또는 그 몇 배의 소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을 선진국이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선진국의 척도는 결코 그 나라의 국민소득수준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의 요건은 국민소득수준도 고려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수준, 문화수준, 부패지수, 기업 및 정부의 경쟁력 등이 종합적으로 선진적인 위치에 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머지않아 우리가 과연 기대하는 바와 같이 선진국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일부 지식인들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더욱이 정치인들은 대다수가 자신들이 반드시 그렇게 하겠노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가 종합적인 측면에서 불과 몇 년 안에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 아직은 너무나 높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단기간에 넘을 수 없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간단히 지적해 보건대 우리가 항상 과학기술을 중요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적어 아직도 수많은 원천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오천년 역사를 지닌 문화민족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후진국들보다 못한 면이 많다. 극심한 이기주의, 한탕주의, 돈푼께나 있거나 권력이라도 잡으면 거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 무질서한 공중질서의식 등은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창피한 모습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훌륭한 분들도 있지만 지도자위치에 있는 정치인집단과 관료집단은 물론 심지어 대학교수들을 비롯한 교육자집단 마저도 부패와 무능, 그리고 무사안일주의 빠져 있어 참아 말을 다 못할 지경이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 국민들은 지난 50년간 이 만큼이나 우리경제가 발전해 온 원동력은 대다수 유능한 기업인들의 투철한 모험정신과 열정이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인집단은 가장 존경받아야 할 애국자집단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의 경제사회여건이 그리 순탄하지 못할 전망이다. 3만 달러 시대를 맞기 전에 이미 우리는 3%대의 저성장시대를 가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일자리창출이 어려워 실업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저출산문제와 고령화사회문제도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붙잡는 커다란 우려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때 바로 우리 앞에 선진국의 깃발이 보인다고 환상에 젖는 것은 금물이다. 경제적으로 3만 달러소득시대도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닐뿐더러 과학기술, 문화수준 등 각 방면의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모든 집단들과 국민 개개인이 혁명적인 의식 개혁과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