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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결산 (하) - 근시안적 '소수 집중' 벗어나 '내일' 위한 학생체육 육성해야

전북체육 지향점 근본부터 바꿀 때…도내 연고 없는 실업선수 영입보다 순위 처져도 지역 학생선수 키워야

▲ 지난 14일 전국체전 여자일반부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전북체육회 소속 백일주 선수가 역영을 하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과거 냉전시대에 열렸던 올림픽대회에서는 유독 동구권 국가들이 국력이나 국격에 비해 많은 메달을 따내며 상위에 랭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하나의 기형이었다.

 

특정 엘리트 선수 몇몇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과다한 재원을 투자한 결과였다. 단기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저변확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전북체육이 처한 상황이 어쩌면 동구권 국가들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전북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9위에 랭크됐고, 올해에는 10위를 차지했다. 전북의 인구, 경제력, 체육저변 등을 감안할때 사실 너무 잘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부문에 걸쳐 전북이 전국 시도 수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 도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전북은 왜 유독 전국체전에서는 한자리 수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을까.

 

그것은 바로 특정 소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 때문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전북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수를 영입해 전국체전때 단 한번 써먹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체육인들은 "다른 시도에서 다 그렇게 하는데 우리만 영입을 하지 않는다면 전북이 전국 꼴찌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과외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다 할 경우, 내 자식만 하지 않을수도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젠 전북체육의 지향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라는 지적이 많다. 전북이 전국체전에서 13위, 14위를 해도 괜찮으니 전북에서 낳고, 자란 선수들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체전 성적에 연연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타 시도에 있는 우수 선수 한명을 끌어오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으면 억대가 넘는 돈을 투자하는 풍토도 바뀔 수 있다.

 

별다른 성적도 내지 못하는 실업선수나 실업팀을 꾸려가기 보다는 이를 과감하게 구조조정, 도내 학생 선수들에게 집중투자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도대체 성적이 이게 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체육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전북이 잘 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약한 종목은 과감히 버리고 가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대다수 도민은 전북이 전국체전에서 몇위를 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도 없다. 전북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수들이 짧으면 한두해, 길어도 몇년 뛰다가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상황에서 관심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도내 학생 선수 육성에 집중해서, 이들이 훗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들조차 일부는 좀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떠나겠지만, 이미 다른 시도에서도 체전에서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체육에 집중하는 상황을 살펴야 할 때다.

 

한편, 엘리트 체육을 관장하는 전북체육회의 올 예산은 118억9116만원에 달한다. 이중 선수나 지도자를 관리하는 비용인 '체육진흥비'가 73억여원에 달한다.

 

경기단체지원비가 11억8000여만원, 전력강화비가 61억8000여만원이다. 경기단체지원비는 각 경기단체에 지원하는 것으로 경상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61억8000여만원의 전력강화비는 말그대로 전력을 강화하는데 쓰는 돈이다.

 

12억원 가량이 지도자 관리비로 쓰이고, 600여명의 선수관리비로 49억원 가량이 쓰인다.

 

50억원 가까운 선수관리비의 70% 이상은 실업선수를 유지하는데 소요된다.

 

전북체육회가 운영하는 8개팀을 유지하는데만 24억원이 소요된다.

 

지금은 수십년동안 반복했던 관행을 과연 내년에도 되풀이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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