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괘씸죄로 단죄돼선 안 된다

▲ 안 봉 호

 

군산본부장

사마천의 사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은 3년동안 술판만 벌리고 나랏일은 하지 않았다.

 

장왕은"충간(忠肝)을 한답시고 혀를 놀리는 자가 있으면 혀를 뽑아 버릴테다"하면서 별렀다.

 

'오거'라는 사람이 나타나 '초나라에 3년동안 지저귄 적도, 날지도 않은 한마리의 새가 있는데 무슨 새냐'고 왕에게 물었다.

 

왕은 '3년동안 한번도 날지 않았으나 한번 날았다하면 멀리 치솟아 구름을 뚫고 올라 갈 것이며, 울었다하면 세상 사람들의 귀가 모두 뻥 뚫릴 울음을 우는 새일 것'이라고 말하며 오거의 목을 베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후 이번에는 '소종'이라는 자가 왕앞에 나섰다.

 

"왕이 왕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라에 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나라에 왕이 없다는 것은 나라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라가 없고 왕이 없는데 어찌 신하가 있겠습니까. 하니 이 소종의 목숨도 허깨비입니다. 허깨비로 살 바에야 죽어서 이름이라도 남기는 것이 합당한 도리인 줄 압니다. 소인을 죽여 주시옵소서" 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이에 장왕은 "날개를 접은 새가 하늘로 날아 오를 때가 왔도다."며 오거와 소종을 재상에 임명, 술을 끊고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잡았다고 한다.

 

장왕은 오래전부터 궁실을 좌지우지하던 귀족들이 나라 곳곳에 자기 세력을 심어 놓고 왕을 꼼짝 못하게 하자 일부러 충신이 나타날 때까지 술로만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장왕이 바른 말을 한 '오거'와 '소종'에 '괘씸죄'를 적용, 목을 쳤더라면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교훈을 남기는 이야기다.

 

연초 정기인사가 거의 마무리된 도내 자치단체등 공직사회에서는 괘씸죄가 회자되고 있다.

 

'괘씸죄를 적용받아 승진에서 누락됐고 한직으로 발령났다','괘씸죄에 걸려서는 살아 남지 못한다. 그러니 간과 쓸개를 다 빼놓고 생활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로 고약한 것이 괘씸죄다. 육법전서를 뒤져봐도 나와 있지 않는 죄의 항목이다.

 

괘씸죄는 권력자나 윗사람에게 순종하지 않거나 밉보인 것을 이르는 말이다. 괘씸죄는 죄아닌 죄로서 사회적 강자가 약자에게 주는 죄이다.

 

단지 '기분 나쁘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등 너무 주관적이다. 이 죄에 잘못 걸려들 경우 좌천·승진누락·해고는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도록 유도하고 강자는 무조건 옳고 약자는 그르다. 그래서 괘씸죄는 남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면서 알랑거리는 아부(阿附)를 양산한다.

 

권력의 주변에는 항상 아부꾼들이 득실거리고, 달콤한 말에 취한 자치단체장들은 귀와 눈이 멀고 독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자치단체장이 올바른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사(政事)를 제대로 볼 수 없고 해당 지역은 아부꾼들만 잇속을 챙기는 텃밭이 돼 낙후의 길로 가게 된다.

 

인간이 감정의 동물인 점을 감안할 때 괘씸죄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괘씸죄로 단죄되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다.

 

거의 제왕적 권한을 가진 도내 자치단체장들은 목을 내놓고 올바른 직언을 하는 충신들을 곁에 두고 나랏일을 챙긴 초나라 장왕을 거울삼아 본 받는 것이 어떨까.

안봉호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 모래톱이 자라는 달

전북현대[CHAMP10N DAY] ④미리보는 전북현대 클럽 뮤지엄

사건·사고경찰, ‘전 주지 횡령 의혹’ 금산사 압수수색

정치일반‘이춘석 빈 자리’ 민주당 익산갑 위원장 누가 될까

경제일반"전북 농수축산물 다 모였다"… 도농 상생 한마당 '신토불이 대잔치'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