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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탄소섬유산업의 미래 - 최첨단산업 도시로 탈바꿈

100년 먹거리 기대

▲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김완주 지사와 이상운 효성그룹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효성은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북지역 탄소섬유 분야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시설을 연간 1만7000t 규모로 확대하고 1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최근 전주시는 전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바꿨다. 한옥과 한식 등을 중심으로 '한스타일 도시'에서 '첨단 탄소산업도시 전주'로 교체했다.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전주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그 이면에는 탄소산업이 갖고 있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송하진 전주시 시장은 이달 2일 전주산 탄소섬유(탠섬)가 출시된 자리에서 "전주의 산업구조를 100년 먹거리 첨단산업 도시로 전환하는 한 획을 긋는 일"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향후 전주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이라는 것이다.

 

△탄소산업에 대한 올인정책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던 전주시가 7년여만에'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를 양산하고, 탄소복합재를 비롯한 탄소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낙후된 산업환경을 고부가가치 산업인 탄소산업으로 바꾸겠다는 전주시의 강력한 의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02년부터 미래 경제를 이끌 신소재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한국탄소융합기술원(구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의 부품소재산업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리고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탄소섬유'를 찾아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2007년 국내 최초로 160억원을 투입해 연산 150톤 규모의 '탄소섬유생산 PILOT'를 완공하고, 이듬해 효성과 탄소섬유 생산을 위한 공동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사업 착수 3년여만에 독자적인 기술로 탄소섬유 생산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전주시는 이에 전략산업인 탄소산업 투자기업에 최고 100억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전주시 투자유치 촉진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의결하는 등 지원기반을 마련했다. 전주지역에 투자하는 탄소섬유나 탄소복합재 생산업체에 투자비의 80% 범위에서 기업당 최고 100억원까지 보조금이 지원된다. 부족한 전주시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 전주 팔복동 도시첨단산업단지에서 기계산업리서치센터와 (주)효성이 공동으로 개발한 탄소섬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 유치 성과

 

2007년말 연산 150톤 규모의 탄소섬유'PILOT'를 구축한 전주시는 이를 활용해 탄소섬유 양산기술을 함께 연구할 대기업을 물색했다. 당시 한일합섬과 태광섬유, 코오롱, 포항제철, 효성 등이 이를 검토했다. 최종적으로는 화성섬유 분야에서 세계 톱클래스인 효성과 개발계약을 맺었다.

 

2008년 4월 계약 당시 효성과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범용(T-300급)은 2009년 4월, 중성능(T-700급)은 2014년 3월까지' 개발키로 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 보다 3년 앞당겨진 2011년 3월 중성능 탄소섬유 양산기술이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됐다. 범용은 계획대로 2009년 12월 개발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효성은 2013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해 연산 2000톤 규모의 전주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또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연산 1만7000톤까지 증설한데 이어 1000명의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는 것을 담은 대단위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효성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기까지에는 송하진 전주시장과 조지훈 전 시의회 의장이 효성의 임원진과 2009년 12월부터 20011년 4월까지 10여차례 이상의 비공개 회동을 통한 끈질긴 설득도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전주공장 건립은 전주시의 역대 기업·투자유치 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첨단 신기술 분야의 산업으로 지역 경제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전주 산업지형의 변화

 

전주시가 첨단 탄소산업도시로의 발전방향을 설정하면서 산업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까지 단순 제조업 중심이었던 산업지도가 고부가가치 첨단 신소재 탄소산업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전주시의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섬유·봉제산업의 업체는 지난 1995년 778개에서 2007년에는 364개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그 공백을 탄소기업들이 채워나가고 있다.

 

현재 전주로 이전해 공장을 가동중인 탄소관련 기업은 12개사이다. 숫자는 적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기업들로 지역산업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는 앞으로 목표연도인 오는 2020년까지 효성을 포함한 대기업 2∼3개사와 핵심 중소기업 100여개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효성이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1만7000톤까지 늘린다는 로드맵에 맞춘 전략으로, 최근들어 탄소기업들의 관심이 잇따르고 있어 목표달성 가능성이 높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지난 40여년 동안 식품과 내의제조 등 중소기업 내수 위주의 영세 산업구조에서 첨단소재·항공·고급 레저용품·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 탄소관련 기업의 지역내 매출액은 10조원, 관련 종사자는 6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등 전주지역 제조업 가운데 탄소기업의 지역내총생산이 50% 이상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국내 탄소섬유 원사 개발 역사

 

- 1989년 제철화학·태광산업서 개발, 日 기업에 밀려 2년만에 생산 중단

 

국내 탄소섬유(Carbon Fiber) 개발 역사는 30여 년 전인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인들에게'탄소섬유'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지난 1989년, 제철화학은 태광산업과 함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원사를 개발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탄소섬유 생산기술은 국가간 이동이 통제되는 국제전략 품목으로, 이들은 오랜기간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는 등 피나는 노력끝에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들 기업이 개발한 탄소섬유 원사는 팬(PAN)계로, 제철화학은 150톤 규모, 태광산업은 70톤 규모를 생산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일합섬도 탄소섬유의 전 단계인 프리커서 생산을 위한 PILOT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생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탄소섬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불과 2년여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제철화학과 태광산업은 1991년 시장성 등을 이유로 탄소섬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10년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한화석유화학과 나노테크닉스가 피치(Pitch)계 탄소섬유 연구개발에 나섰지만, 곧바로 중단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게 한국탄소융합기술원(구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이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은 2005년 효성과 탄소섬유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효성은 2009년 범용(T-300급)에 이어 2011년 세계에서 3번째로 중성능(T-700급) 탄소섬유를 개발했다. 이때부터 국내에서 다시 탄소섬유 제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효성은 2012년 팬(PAN)계 탄소섬유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시기 태광산업(범용섬유 생산)과 일본 도레이첨단소재(구미공장)도 탄소섬유 사업화에 뛰어들었다. 이와함께 GS칼텍스와 OCI는 정부 연구과제로 피치(Pitch)계 탄소섬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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