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7000여명 머리깎아 / 고령자·장애인에겐 더 세심
도내에서 봉사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봉사단체로 '한사랑이미용봉사단'(회장 이성기)이 꼽힌다. 지난 17일 오전 전주시 중앙동 옛 도청사에 자리한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성기 회장(64)은 이번달 꽉 찬 봉사활동 일정을 보여주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내 요양원과 복지관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 회장은 "아무리 아픈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도 깔끔하고 예뻐지면 당사자나 꾸미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진다"며 "고령자나 장애를 지닌 이들을 이발할 때는 더욱 세심해야 하며, 대부분 누워있는 와상환자는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사랑이미용봉사단은 한 달간 7000여명에게 이미용 봉사를 한다. 400여명이 회원 가운데 30여명이 활발히 활동하며 자체 정기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전북도와 전주시의 자원봉사센터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오면 회원 일부를 파견하기도 한다.
가위와 바리캉(bariquant, 이발기), 빗을 매개로 한 이들은 지난 1991년부터 함께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에는 사무실이 없어 길거리에서 만나 복지시설을 찾았다. 회원들끼리는 서로 부족한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지난 2006년 사무실을 얻자 이곳을 찾아 이발하는 사람도 연간 2000여명에 달한다.
이 회장은 한사랑이미용봉사단을 만들기 전 1978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구두닦이, 넝마주이 등을 했다.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 이발을 배워 이발사가 됐다. 1981년 왼쪽 다리에 의족을 한 뒤 봉사활동이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를 본 뒤 다시금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이 회장은 "고령환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시설을 방문했을 때 안 보이면 돌아가신 것이어서 안타깝다"며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선물로 줄 때 감동을 받는데 뇌성마비를 앓았던 아이가 신문지에 고이 싸 준 양말 한 켤레가 가장 큰 선물로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이미용 봉사를 하고 싶다"며 "우리 단체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제23회 아산상 시상식'에서 자원봉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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