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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회 준우승 전주비전대 女 농구부 안타까운 사연

연간 팀훈련비 고작 1000만원 수준 / 선수 10명중 4명이 생활보호 대상

"우승하면 새 농구화 한 켤레씩 사주기로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전주비전대학교 여자농구부 고태창 감독(57)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끝내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 속에는 우승을 하지 못한데 대한 분함보다는 낡고 헤진 농구화를 신고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깊게 배어있는 듯 했다. 전주비전대 여자농구부는 지난달 22일 끝난 제3회 WKBL총재배 전국여자대학농구대회 결승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6월26일자 1면 보도)

 

억울하지만 만년 꼴찌에서 준우승까지 오른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수들과 감독의 땀과 눈물이 가져다준 값진 승리였다. 훈련비가 부족해 제대로 된 전지훈련 한 번 가지 못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이 많아 농구화 한 켤레 제대로 사지 못하는 환경에서 운동해 왔기 때문이다.

 

전주비전대가 여자농구부에 지원하는 연간 훈련비는 1000만원 정도. 전국대회에 한 차례 출전하는데만 200~300만원의 경비가 들어 매년 열리는 대회의 절반 정도 밖에 참가하지 못한다. 실업팀과 몇몇 여대팀들이 며칠씩 함께 시합을 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내 전지훈련도 가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합 상대는 주로 남자 중학교팀과 생활체육 동호인팀이다. 고 감독은 "결승전에서 10점차로 앞서다 4쿼터에서 역전 당한 것도 시합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주말과 휴일에는 교내 체육관이 외부에 대여되는 경우가 많아 인근 기전여고까지 이동해 연습해야 한다. 이동과 식사비용 등은 대부분 고 감독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농구부 선수 10명 가운데는 생활보호대상자가 4명이나 된다. 기숙사에서 제공되지 않는 점심도 대부분 고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전주비전대 여자농구 선수들은 모두 태권도학과 학생이다. 이 학교에는 운동 선수들이 다닐 수 있는 4년제 학과가 태권도학과뿐이기 때문이다. 전북체육회는 연간 5000여 만원을 선수들의 등록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학교측이 지원한다.

 

여대 농구부는 2년제 대학 졸업생이나 실업 또는 프로에서 기량이 다소 부족해 학교로 돌아온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막상 스카우트 해놓은 뒤 태권도학과 소속이라고 설명하면 편입학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훈련에 열중해 기량을 쌓은 선수 2명은 김천시청과 대구 동아백화점 농구팀으로 취업이 확정됐다.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은 1일 저녁 농구부 선수들과 감독을 구내식당으로 초청해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에게 농구화 한 켤레씩이 선물로 주어졌다면 금삼첨화였을 것이다.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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