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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지금 몇 시인가?

▲ 신환철 전북대 교수·행정학
재미있게 보던 TV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교는OO이다.”에 답하라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사실 그동안 학교의 기능은 위축된 듯 보이지만 그 영역은 오히려 확대되어 왔다. 점심 급식을 하고 있으니 학교가 식당도 될 수 있다. 또 농어촌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어떤 경우는 가정보다 더 알뜰하게 보살핀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감옥’이라고 답하고 있었다. 물론 ‘지성의 요람’이니, ‘작은 사회’라는 답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학생들에게 학교는 아직도 감옥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왜 그럴까? 일부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까지 제정해 학생들 인권에 힘쓰고 있는데 왜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감옥으로 여기는 걸까? 참으로 가슴이 멍해지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쾌적하게 환경도 바꾸고, 없던 급식도 제공하고, 어떤 학교는 학습 준비물에 현장체험학습도 무료로 시켜주는데 감옥이라니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한 줄로 세우는 평가에 있다. 아무리 교육복지를 늘리고,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학교는 오로지 성적만으로 한 줄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학생들은 대학을 가고, 취직도 하게 되니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줄 세우기를 해야 한다. 말은 좋지만 그러나 실행은 쉽지 않다. 어떤 기준으로 여러 줄을 세운단 말인가? 여기에는 진로 직업 교육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미리 찾게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교육이 투입된다면 학교는 즐거운 공간으로 변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유학기제가 내실 있게 진행된다면 여러 줄 세우기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세심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교사들도 일정부분 혼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대학 역시 노력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쟁을 부추겨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기보다는 학교나 학과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전형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 줄로 세워서 앞에서부터 유명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해가는 이런 제도 속에서 학생들이 꿈을 갖기도 어려울뿐더러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사회도 협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직업을 탐색하려고 해도 현재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시의 대규모 학교 학생들이 일시에 직업 탐색에 나선다면 그걸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현재로서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직업 탐색을 겨냥해 어떤 산업이 새로 생긴다면 순간 상업주의에 매몰될 것이다. 자신의 일터를 학생들을 위해 배려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한 줄 세우기의 고통은 그대로 학부모들에게 이어진다.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이 날로 증가하면서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학부모의 과중한 부담과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가 감옥이 아니라 행복한 교육의 장소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줄을 세우는 일에 우리 모두 합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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