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나팔 피고지면 더 높이 올라
윗줄기에서 또 한 송이 피어
그렇게 수도 없이 반복하더니
지고만 꽃마다 움켜쥔 주먹
까맣게 익은 꽃씨들이
숨 멈추고 들어앉았네
줄기를 옮겨 가면서
피고 또 피어나기를
아침마다 반복하기를
가슴 뛰기를 거듭하더니
흙 위로 풀인 양 자라나던 초록잎
슬금슬금 들나팔을 향하여
하늘 맑은 오늘 아침
족두리 같은 하얀 꽃을 피웠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서둘러 제거해야 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작고 하찮던 것이
이토록 벅찬 기쁨인 것을.
△조미애 시인은 1983년 월간 〈시문학〉 초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바람 불어 좋은 날〉과 칼럼집 〈군자오불 학자오불〉 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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