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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변 안전 유감

▲ 이경신 전주시의원
제법 긴 추석연휴가 훌쩍 지나면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높은 하늘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임을 실감케 한다.

 

긴 추석 덕분에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전주천 변을 걷는 여유를 가져봤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햇살에 반사돼 은빛 향연을 이루고 어느새 키다리 아저씨 마냥 훌쩍 자란 갈대숲이 한들한들 춤을 추며 가을을 유혹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천변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아장거리는 꼬마 손님을 비롯해 다정스레 손을 맞잡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여기저기 긴 줄을 잇고 있다. 천변 곳곳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벤치에는 나잇살을 이기지 못하는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땀을 흘리고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쓴 노부부들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오가는 사람들을 안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또 짧은 운동복 차림의 젊은이가 거친 숨을 내쉬며 휙휙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몰래 덩달아 뛰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이렇듯 전주천은 시민의 휴식처이자 재충전을 위한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봄이면 겨우내 움츠렸던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이면 청량한 바람이 땀을 닦아 주고, 가을엔 갈대밭이 젊은 청춘들을 숨겨주며, 흰 눈 내리는 겨울은 저 멀리서 보고 싶은 사람이 달려올 것만 같은 곳이다. 그래서 전주천과 삼천 천변은 더욱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천변을 걸으면서 깜짝 놀라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갑자기 앞뒤로 마주치는 마라토너들은 어찌해서 피할 수 있다지만 휙휙 지나가는 자전거족들을 마주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지(之)자걸음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 어느 땐 뒤에서 딸랑거리는 자전거 경보음이 들려오면 나도 몰래 깜작깜작 경기(驚氣)가 들어 트라우마처럼 한동안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실제로 그동안 전주천에서는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말에는 삼천동 삼천하이츠아파트 앞 산책로에서 50대 여성 보행자와 자전거가 충돌해 보행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엊그제 가족과 함께 산책하던 초등학생이 시설물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구분되지 않고 일부 구간은 그 폭이 협소하고 수풀이 우거져 앞이 보이질 않아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으며, 특히 야간에는 산책로 조명이 취약해 각종 사고 및 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보았듯이 안전사고는 설마 설마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각종 사고는 1:29:300 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1명의 중상자가 나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꼭 하인리히 법칙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겠지만 단 하나의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행자와 자전거의 접촉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분리 설치하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시” 재정상 어려운 현실인 만큼 기존 시설을 조금만 보완하고, 또 보행자와 자전가가 좌·우측 통행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도, 계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선 6기를 맞아 ‘사람의 도시’, ‘품격의 도시’를 시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시장님과 전주시는 안전하고 편안한 전주천이 되도록 좀 더 신경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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