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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의 즐거움과 가치

▲ 김홍동 국립무형유산원 원장
우연히 TV를 보다 개그맨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백 년의 유산 찾기’라는 이름으로 전통문화유산을 배우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런 기획을 했다는 것이 꽤 신선했다.

 

우리가 전통문화유산에 대해 무관심한 이유는, 그것이 의미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접할 기회가 없고 즐겨본 경험이 없어서다. 그런데 청소년들의 선망직업 1위라는 개그맨들이 전통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져 보았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그맨들이 문화유산 장인들을 만나고 나서 하나같이 하는 얘기는 “우리 전통유산 기능은 연마하기가 너무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어렵다”이다. 그다지 명예롭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길을 끝까지 걷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국가 차원에서 무형문화재 제도를 만들어 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전통유산의 맥이 끊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라져 가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종묘제례악, 갓일 같은 예능과 기능분야 7종목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것이 지난 1964년,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0년 동안 이 제도는 우리민족의 전통을 올곧게 계승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132개 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전승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38개 종목은 전승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시기에 10월 1일 개원하는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그 어깨가 몹시 무겁다. 우리 무형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연구·기록·교류·체험해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삼아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근래에 불어 닥친 한류열풍으로 우리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무형유산의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 사업을 하며 전승이 취약한 전통공예의 경우 디자인 개발, 전통재료 수급 등 진흥방안을 모색하여 자생력 증진에 힘쓸 것이다. 아울러 무형유산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고인이 된 보유자의 기록을 보존하는 한편 현존하는 무형유산 전승자들의 구술채록, 전승현황 조사 등을 통해 현재의 무형문화유산자료가 제대로 보존·계승되도록 할 것이다. 또한 멀게만 느껴졌던 무형문화유산이 국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도 이어갈 계획이다.

 

지역사회와의 협조도 중요한 부분이다. 시·도 무형문화재 지원 시범 사업과 지역 무형문화재 전승자 및 문화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에서부터 사랑받는 무형유산원이 될 것이다. 인근 주민이 자신의 공간이라고 여기고 스스럼없이 찾아와 떠들썩하게 노니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형유산은 쓸모가 있고, 미적으로 아름답고, 삶을 위로해줄 때 더 큰 가치가 생긴다. 판소리가 뭇사람들의 슬픔을 위무하고 희망과 웃음을 주면서 함께 해왔듯이 전통 무형유산을 통해 국민이 기쁨과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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