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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세계화에 대한 고언

▲ 김제은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재학
고등학교 1학년부터 약 5년간 배우고 있는 ‘한국 조리’는 나에게 화수분 마냥 아무리 꺼내도 새롭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작년에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전 세계에 우리의 대표 음식 비빔밥을 소개하고 알리는 활동을 4년 동안 해 왔다고 한다. 2014년도에 미국 전역을 돌며 ‘begin your bibimbap’ 이라는 비빔밥 캠페인을 진행할 멤버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전주에서 태어나 비빔밥을 먹으며 자란 내 귀가 확 트였다. 학교에는 휴학계 한 장 달랑 내고 치열하게 준비했다. 비빔밥 유랑단에 뼈를 묻겠다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을까. 6대 1의 경쟁률, 2주간의 면접을 뚫고 4기 멤버로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재밌고 고단했던 비빔밥 유랑단 생활이 시작됐다.

 

고소하게 양념된 10가지의 나물, 향이 진한 표고버섯, 사골의 진한 맛을 내는 밥. 여기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비빔밥이다. 하지만 처음 접한 비빔밥 유랑단의 비빔밥은 전혀 달랐다. 표고버섯 대신에 양송이버섯, 살짝 데쳐 소금 간만 한 나물. 심지어 몇 몇 재료들은 생으로 잘게 채만 썰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게 비빔밥이야 샐러드야 라고 생각한 순간, 또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도대체 비빔밥이 무엇이지?

 

1기의 첫 비빔밥의 시작은 전주비빔밥 즉, 전통 비빔밥이었다. 하지만 대표 재료라고 할 수 있는 표고버섯, 숙주 등 몇 가지의 재료들은 해외에서 구하기 힘들었다. 또 향이 너무 진해 다른 재료들이 묻히는 문제가 있었다. 꽉 채워진 재료의 다양한 맛과 향 그리고 고추장, 참기름. 외국인들의 눈에 비빔밥은 무거웠고, 먹음직스럽기 보다는 지저분해보이까지 했다. 외국인들은 손사래 치고 비빔밥을 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1기의 피드백들을 모아 문제점을 걸러낸 2기와 3기 그리고 4기는 비빔밥을 한 그릇의 건강 음식으로 소개했다. 밥, 다양한 재료, 고추장과 참기름 이 세 가지를 포인트로 잡아 기존의 전통적인 색을 버리고 비빔밥 유랑단의 담백하고 깔끔한 새로운 맛의 비빔밥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들을 사용, 미국인들이 비빔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변화가 4기 유랑단의 미국 첫 행사에서 시도됐다. 대상은 LA문화원을 방문한 중학생 100명. 우리 것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한 발 물러서서 그들의 입장에서 비빔밥을 준비하자가 내 생각 이었다.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서 새콤달콤한 재료를 넣었고, 외국에서 흔한 파인애플과 방울토마토도 골랐다. 고추장에 대한 어려운 설명은 요즘 유행하는 슈퍼 히어로들의 특징인 빨간색을 강조해 설명했다. 그날 행사의 반응은 어땠냐고? 완전 대 성공이었다.

 

비빔밥 유랑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아직도 우리는 우리 생각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개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을 먼저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전달해야 효과적인데, 우리는 전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 것만 추구해서는 절대 한식 세계화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우리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정확한 포인트를 잡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전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비빔밥 세계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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