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대상작품은 총 열 명의 작품 25편이었습니다. 젊음의 숨결보다는 중년 이후의 원숙함이 자리 잡은 본심 작품들의 행간에는 일상의 소재를 다루는 만만치 않은 필력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후반부 생을 문학세계 속에서 아름답게 가꾸어 보겠다는 결의가 두드러졌으나, 젊은 열기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은 일상적 삶과 밀착된 소재들을 다루면서 그것들로부터 느낀 감흥이나 회한, 또는 과거의 아련한 기억 등 다양한 개인의 경험을 기술한 것들이었습니다. 글쓰기의 숙련도에 초점을 맞추어 심사자는 읽기를 거듭했습니다. 상당한 문학적 교양이 반영된 작품으로는 ‘창(窓)’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끌어들여 ‘창을 매개로 펼쳐진 인간사의 풍경’을 숙고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터득한 살림살이의 지혜를 통해 ‘누름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어른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강조한 ‘누름돌’도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옛 추억 속의 나와 부모님의 삶의 모습, 또는 시아버지의 속정 깊은 사랑에 대한 회고 등을 다룬 작품들 중 ‘달천 참외’와 ‘무성영화’와 ‘못갖춘마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생을 성찰하는 깊이와 넓이를 포용할 수 있는 수필문학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심사자로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인당 2편이나 3편에 이르는 응모작들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다시 고려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못갖춘마디’를 당선작으로 결정했습니다.
못난 아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가슴 속에 각인된 아버지의 모습을 형상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못갖춘마디’는 망자의 아들과 그 아들의 업둥이가 지내주는 제사 이야기를 서두에 제시하면서 부족한 자식을 끌어안고 마지막까지 신뢰를 보낸 부성애(父性愛)를 부각시켰습니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엮어나간 망자(亡者)에 대한 추억과 병치된 ‘못갖춘마디와 같은 큰 오빠의 생애’가 조화로운 무늬를 이룬 점이 ‘못갖춘마디’의 미덕입니다. 압축과 절제의 함축미와 여운을 갖춘 문학의 길이 수필에서도 실현될 수 있다는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를 바라며, 당선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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