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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노인의 꿈, '글과 서사' 참하게 다가와"

 

소설을 ‘글로 듣는 이야기’로 정의해볼까요? 그렇게 규정하는 순간, 소설이 마땅히 갖춰야 하는 두 눈꺼풀이 절로 열립니다. ‘글’과 ‘서사’라는 양쪽 눈이 그것입니다. 예컨대 글이라는 것에는 눈썹이랄 수 있는 비유, 눈동자를 이루는 문장, 눈매로 상징되는 문체, 동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주제 의식 등이 있습니다. ‘서사’ 쪽 눈에도 구성, 갈등, 반전 등의 요소가 있을 테지요.

 

출품작 ‘집행’은 이혼 자녀 집행관이라는 소재가 아주 매력적입니다. ‘글’이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그 눈동자가 자못 선연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사’ 측면의 눈초리는 분명치 않고 현실적으로도 매우 흐릿합니다. 특히 갑작스런 결말로 인해 독후감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러브 터치’는 청년 취업을 통해서 본 첫 세상 엿보기입니다. 헌데 비정규직 문제인지, 기업 스파이인지, 부업인 꿀벌치기에 대한 언급인지 어지럽습니다. 물론 그게 다일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그 낱낱의 소재가 서로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야만 하겠지요.

 

이모의 죽음을 반추하는 ‘달이 뜬다’와 풀 수 없었던 사랑의 방정식을 추억하는 ‘세상의 끝’에서는 소품이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런 류의 작품들이 흔히 극복하지 못하듯 이른바 이야기 너머의 그 어떤 것,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더 이상을 열어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당선작 ‘하구’는 얼핏 보면 흘러간 가요처럼 고답적인 양식의 소설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바닷가 폐선 같은 쓸쓸한 배경에 입혀진 삶의 풍경들, 힘찬 망둑어처럼 물길을 거슬러 오르려는 노인의 꿈이 잔잔한 선율과 어우러져서 무리 없게 읽힙니다. 문득 금강하구언을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비록 빼어나진 못해도 ‘글과 서사’ 양쪽 눈매가 참하게 다가왔습니다. 정진을 빕니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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