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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동안 계속되는 '수요집회'

▲ 조기호 원광보건대 교수·역사민속자료학 박사
1월 7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거행된 23주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서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는 물론, 참가자들까지 합세하여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날의 ‘수요 집회’는 일본의 공식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채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이래 1160번째로 세계 최장기 집회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최근 들어 한·일 관계가 최악을 치닫는 분위기인 듯하다. 이런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운을 뗀 후 “한·일 간 대화의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일본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했다. 이 말에는 다른 게 아니라 얼마 살아 있지 않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일본이 저지른 야만적 행위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 측의 의지와 그에 따른 실천이 선행되어야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올해 2015년은 양국이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독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야말로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해당국 등 세계적으로도 이슈화 되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은 ‘과거사 터널’이라는 정신세계를 벗어날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제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5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여러 번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 발표한 사죄는 일본이 주변국들과 관계개선을 해 가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일본이 주변국들과 역사를 둘러싼 우려를 대화를 통한 우호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측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예고한 전후 70주년 담화를 놓고 ‘무라야마 담화(村山談話)’와 ‘고노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것은 아베 총리가 전날 연두 회견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반성, 전후 평화 국가로서의 발자취 등을 새로운 담화에 담을 생각(이 있다.)”이라고 밝힌 데 대한 일침의 성격의 발언이다.

 

일본군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일인 1945년 8월 15일 직후부터 위안부들을 강제로 납치 성(性)노예화 하기도 하고 죽이거나 아무런 대책 없이 먼 타국 땅에 그대로 방치해 두고 철수했다. 그들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이와 유관한 사건이 1945년 8월 14일 미얀마의 미이토키나에서 연합군에게 포로로 잡힌 한국인 군 위안부들과 위안소에서 탈출하다 잡혀 온몸에 문신을 당한 위안부 할머니의 사진이 보도되어 있기도 하여 절대로 부정할 수도 없다. 또한 사실을 간결하게나마 솔직하게 밝힌 ‘고노 담화’를 폐기하고자 한다고 해서 감춰질 일이 아니다.

 

1994년 무렵 자신이 위안부임을 최초로 알린 김학순 할머니를 필자는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또 그 할머니 생전에 서울 모처에서 ‘위안부 사진 전시회’가 열림에 따라 서둘러 발걸음하고 취재까지 한 적도 있었다. 또한 서울 일본대사관 뒤편에서 거행되던 ‘수요 집회’에 서너 번 참여, 할머니들의 생생한 당시의 입장 표명을 듣고 또 그들의 울분에 찬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중학생 또래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외치는 소리까지 말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평정심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또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가까운 무언가가 필자를 들뜨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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