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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

▲ 황점복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그것은 봄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눈이 내린 다음 빙판위로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겨울이 짙어지면 봄이 그만큼 가까워지기 때문에 겨울이 좋은 것이다. 일년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그러나 기다려지는 계절은 가을이 아니고 봄이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꽃이 피는 까닭이다. 나는 꽃을 사랑한다. 겨울 온실 속에서 계절 없이 피어있는 꽃도 사랑하지만, 영하15도의 혹한 속에서도 꿈을 키워하며 봄을 기다리는 야생화는 나를 더욱 감동시킨다.

 

바쁜 마음으로 잔설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 붉게 피어나는 동백! 그리고 꽃잎을 먼저피우는 백목련과 자목련을 사랑하고, 라일락향기를 사랑하며, 산도화와 배꽃도 사랑한다.

 

들녘에 피어나는 민들레꽃을 사랑하고 오랑케꽃을 좋아한다. 나는 여인중에서 ‘델라’를 사랑하고 ‘오필리아’를 좋아한다. 그들은 모두 봄에 피어나는 꽃 같기 때문이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따사로운 햇살이 하품과 졸음을 불러온다. 오랜만에 나로 하여금 길게 기지개를 켜게 하는 햇살이 정겹다. 응달 골짜기에 희끗희끗 남아있던 눈이 봄비로 깨끗이 녹아내리고, 쥐불을 놓은 언덕위에서 피어나는 파르라니 솟아나는 쑥이 귀엽다.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개울가에서 솜털처럼 피어나는 버들강아지, 밭에 돋아난 새파란 보리의 새순이 정겹다. 시장노점상들이 좌판에 펼쳐놓은 냉이와 달래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전령사다.

 

어느덧 봄은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와 있다. 새벽을 알리는 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정답고, 저녁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봄은 싱그러운 계절이다. 언제 봄이성큼 찾아왔는지 베란다 화분에도 연초록 풀이자라고 있다. 두 그루의 철쭉이 번갈아가면 꽃을 피우고, 새파란 군자란에 꽃대가 여러 개 올라오고 있는 것은 즐거운 봄소식을 알리려는 몸짓이다.

 

겨우내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고, 베란다 창을 신문지로 닦고 광택제를 뿌리니 맑아지는 유리창에 얼굴을 몇 번이고 비추어 보기도 한다.

 

벌써 새 학년 새 학기를 기다리는 작은아이가 봄맞이 청소를 마치니 기분이 좋다며, 여러 가지 저녁 찬거리를 주문한다. 큰아이는 기분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역시 음악뿐이라면서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찾아 볼륨을 높인다.

 

이번 주말 저녁 식탁은 봄을 느낄 수 있도록 상큼한 봄나물 무침과 쑥국을 끓여 오붓한 봄을 즐겨야겠다.

 

△수필가 황점복 씨는 지난 2003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2003년 행정자치부 장관상, 2004년 여성문학상, 2008년 커피문학상, 2011년 시흥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수필집 〈빈손의 미학〉, 〈아름다운 간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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