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각종 국책사업 역시 원칙과 명분도 없이 바뀌면서 신뢰감마저 추락한 상태다.
일례로 호남KTX 서대전역 경유나 논산훈련소역 신설 계획이 대표적이다. 애초 기본계획에 없던 것을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변경한다면 어느 누가 이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그린벨트 해제도 문제다. 정부는 30만㎡이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내용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발표했다. 들여다보면 정부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의 4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이 정책이 추진되면 투자와 개발 모두 수도권으로 집중돼 국토 불균형과 지방 황폐화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예산도 보자. 박 대통령은 어린이날,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각자의 꿈과 끼를 마음껏 키워나가기 바란다고도 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누리대란 문제를 일으킨다.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했던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떠넘 있는 것. 심지어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시도교육청이 만 3~5세 유아에게 적용되는 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토록 한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지방채 발행이나 시도교육청에서 부담케 하는 땜질식 처방으론 보육대란을 막을 수 없다.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한 누리과정 대란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다. 미국 CIA의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 정부가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영유아 교육·보육비 부담에 아이가 자랄수록 사교육비 부담까지 이어져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보육이야 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첫 번째 투자다. 모든 유아가 교육과 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성인무상심(聖人無常心)이란 말이 있다. 내 고집과 아집을 버리면 모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도자는 고집이 없어야 한다. 분명한 자기철학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성과 여론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고정시켜 놓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면 오로지 자신에게 복종하는 예스맨만 가득할 것이다. 어느 시대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지도자의 뜻을 따르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지도자를 믿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이들을 이해하고 모두 감싸 안으려고 노력할 때 나라의 미래는 밝다. 대통령의 마음이 한 곳으로만 고집스럽게 고정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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