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행사장을 지키다 보니 꼬마 손님만큼 열심히 방문하는 친구들을 보게 되었다. 어느 마을에나 꼭 있는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 종일 각 부스를 돌아다녔다. 고마운 것은 다소 거칠고 험한 그 친구들을 어느 부스나 다정히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3일 동안 출근하듯이 행사장에 찾아와서 때로는 참여하고 때로는 참견하며 훈계하는 그들은 일요일 오후, 부스 철거에 맞춰 집에 돌아갔다.
그 친구들을 보며 아무도 거두지 않는 그들이 평상시에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지 걱정스러웠다. 몇 해 전에 읽었던 조한혜정 교수가 쓴 책 ‘다시, 마을이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150여 년 전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질 때, 제안자들은 “지금 이만한 넓이의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100년 후 뉴욕은 그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와 시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공원은 도심의 마지막 허파이자 피폐해져 가는 시민들의 심리적인 안식처인 것이다. 추석 연휴에 그동안 쌓아두었던 중앙일간지와 지역신문을 읽었다. 우리 지역의 OO백화점에서 작년에 3200억원을 벌었는데, 지역환원은 390만원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OO재벌 총수가 국감에 출석해서 한국인과 한국어도 구별 못했다고 한다. 과징금을 대신 내라는 OO마트 갑질에 OO마트 직원이 투신 자살했다고 한다. OO에서 전주시에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 변경에 따라 협약을 해지할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한다. 10일 동안의 기사들이다. 여기에서 OO에 들어갈 단어는 ‘롯데’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랜 세월, 지역차별을 지속적으로 다방면으로 받아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개발논리가 언제나 밥상위에 올려진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파이를 아무리 키워도 파이는 나눠지지 않고,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을…. 자영업자가 망해서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뼈 빠지게 일해도 그 이익은 하루도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빨대처럼 수도권 재벌 손에 들어간다는 것을….
몇 해 전 코스타리카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군대가 없는 나라, 중남미의 스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 단체장이 여성이면 반드시 부단체장은 남성으로 선출하는 할당제 보다 더 부러웠던 것은 부자 나라도 아니면서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개발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었다. 후손을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이었다.
전주 종합경기장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자체 재원으로 공원을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입장이 재원 확보나 개발계획에서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한다. 필자는 그런 생각이 든다. 10년, 50년이 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와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 앞으로 전주에 살 시민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보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시민들에겐 무엇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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