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를 시작하면서 숨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예산 업무 담당에서 생소한 관광을 총괄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고, 나무 잔가지 손보듯 세심함이 필요했다. 전북관광자유이용권 시범 사업, 1시군 대표 관광지 조성 등 공약 사업을 비롯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100% 만족할 수는 없으나 나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해 본다.
며칠 전 인사혁신처장의 ‘크리스마스 실험’이라는 기사를 봤다.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로 모든 직원이 남은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장 21일 휴가(연가)를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평균 9일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여름 휴가철 5일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 사용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지만 ‘상사 눈치 보기’로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10년 전만 해도 10일 이상 장기 휴가를 신청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고, ‘휴가 다녀오면 자리 없을 것’이라는 농담도 종종 들었다. 휴가는 늘 가시 방석과 같았고, 업무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돼 휴가를 가서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는 ‘워케이션(work+vacation)’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세계적인 대기업 구글은 직원에게 언제든지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장기 휴가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국내 정유화학 에쓰오일은 말단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2주 휴가를 무조건 써야 한다. 장기 휴가 문화를 정착하면서 직원들이 자기 계발과 다양한 봉사 활동에 참여해 기업과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휴가(休假)는 문자 그대로 나무 밑에서 사람이 여유롭게 쉬는 것이고, 틈나는 겨를을 만드는 것이다. 장기 휴가는 단기 휴가보다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기 때문에 휴식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2285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70시간보다 515시간이 많고, 독일보다 914시간이 많다.
노동의 시간이 길고 노동 강도가 높다 보니 생산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생산성 악화는 국가경제를 악순환으로 만들고 있다. 악순환을 선순환 구조로 개선하려면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를 줄이고, 장기 휴가 제도와 대체 휴일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공공기업과 공공 부문 근로자가 연간 4일의 휴일을 추가 사용할 때 관광 분야 등을 포함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11조 58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인사혁신처장의 크리스마스 실험은 공직 사회 휴가 문화에 대한 또 다른 실험이다. 여름철 휴가만 생각하지 말고,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가족과 함께 하는 장기 여행으로 삶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지역 관광에도 기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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