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에 ‘존해파평(尊海波平)’을 말했다. ‘바다도 존중해주면 물결이 평온해진다’라는 뜻이다.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자는 설법이다.
금년에 선정한 사자성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이는 “믿음이 없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심을 가지고 열심히 정진하면 모든 것이 원만하게 성취된다”는 의미이다.
‘믿음’에 관한 부처님 말씀은 많이 있다. 화엄경에는 ‘믿음은 보시가 되어 나타나서 마음에 인색함이 없게 하며, 믿음은 능히 기쁨을 낳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들어가게 하며, 믿음은 능히 지혜의 공덕을 증장시키며, 믿음은 능히 여래지에 반드시 이르게 한다.“ 고 되어 있다. 또한 “믿음은 온몸을 청정히 하며 믿음은 힘이 견고해 파괴치 못한다. 믿음은 능히 번뇌와 괴로움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린다”고 나와 있다. 법구비유경에서는 “믿음과 실천이 있는 사람은 거룩한 이의 칭찬을 받고 해탈을 즐기는 사람은 모든 굴레에서 벗어 나느니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다. 대비바사론은 “깨끗한 믿음을 갖고 있어도 지혜가 없다면 어리석어서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믿음과 지혜를 함께 갖추어야 한다.”면서 부처님께서는 ‘믿음’을 강조하신다. ‘믿음(信)’을 강조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논어(論語)에서도 나온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라는 뜻으로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言)에 실려있다. 자공(子貢)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백성의 믿음(信)을 얻는 일(民信)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모두가 한결 같이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관계에서 ‘믿음’이 없으면 ‘존중’도 없다. 부정물(不定物)인 바다도 존중해주면 파도가 조용해지는 것처럼 서로 믿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 및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믿어야 나라가 활기차게 돌아갈 수 있다.
이제 입춘(立春)이 지나고 봄의 기운이 온 대지에 가득할 것이다. 불가(佛家)에 ‘일출동산선조고(日出東山先照高) 복래인간선도신(福來人間先到信)’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뜰 때 당연히 높은 곳에 우선 빛이 들 듯이, 사람에게 복(福)이 올 때는 믿음(信)이 있는 사람에게 복이 먼저 온다는 말이다. 이렇게 인간세계의 봄은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믿음으로 사대(四大)가 강건하고 육근(六根)이 청정해 하고자 하는 일들이 낱낱이 성취돼 새해엔 날마다 좋은날 있기를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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