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주발 한옥마을 '젠트리피케이션'

▲ 김남규 전주시의원
도시는 유기체로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흥망성쇠가 사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과하고 지나치게 되면 조화롭지 못해 탈이 나고 만다. 쇠락하고 생기없던 원도심이 춘분에 불어오는 꽃 바람처럼 도시재생이라는 큰 흐름에 편승해 예쁘게 꽃단장을 하고 나면 전국의 상춘객들이 몰려온다.

 

원도심. 오랜 시간 도심지 역할을 했으나, 도시계획과 개발, 기능의 변화에 따라 그 쓰임을 다하고 이제는 낙후되고, 슬럼화된 지역을 대변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는 곳. 그러던 원도심이 도시재생의 코어(core) 공간으로 주목받으며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문화 리노베이션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목하는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그렇게 조성된 원도심은 그곳만이 지닌 유니크한 정취와 콘텐츠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게 되고 걷고 싶은 거리,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 사랑받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지역의 청년 문화예술인,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유입되면서 볼거리가 풍부해지고 지역의 매력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 결코 반갑지 않은 무자비한 침입자가 들어온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이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이라는 용어는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구도심 지역에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자 싼값에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던 원주민과 예술가들이 되레 외곽으로 밀려나 가는 현상을 지칭해 만든 단어이다.

 

전주 역시 이 무자비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전주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수요에 맞춰 상업시설들이 증가하면서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초창기 한옥마을의 독특하고 품격있는 정취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던 예술인들은 정작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접한 동문거리, 서학동 예술인마을, 자만마을 등으로 밀려나야 했다.

 

문제는 이 곳 들마저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문거리는 전주시가 한옥마을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동문거리를 문화예술거리로 조성하고자 2012년에서 2015년까지 4년간 23억75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한 곳이다. 시민 놀이터를 비롯해 예술창작 거점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점차 예술인들과 관광객의 유입이 늘고 있는데 최근 2~3년 사이에 임대료가 세배로 뛰면서 예술가들이 다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표준공시지가 및 가격에 따르면 한옥마을 지가는 단독주택의 경우 지난 7년 동안(2006년~2013년) 4.5배, 주택부지만 거래된 경우엔 지난 5년간(2009년~2013년)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매매가의 상승은 당연한 결과로 임대료의 상승을 초래하고 결국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회전율 높은 획일화된 상가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만일 다양성과 품격과 정성이 사라진다면 한옥마을은 무엇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끌 수 있을까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문화는 단시간 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한옥마을 변화의 방향과 속도감을 조절하는 것은 행정의 몫일 것이다. 자본의 집중으로 생기는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하려고 할수록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장기적인 완화정책을 실시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지역민의, 지역민을 위한, 지역민에 의한 공유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도시 발전 프레임을 고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전북도, 산업 맞춤 인재 키워 고용위기 넘는다

정치일반분산된 전북 환경정책…통합 기후·에너지 지원조직 필요성 제기

전주전주시, 생활밀착형 인프라 강화한다

기획[2025년 하반기 전주시의회 의정 결산] “시민과 함께 전주의 미래 준비하는 의회 구현”

경제일반[주간 증시 전망]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정책에 기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