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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 - 김기화

뒤안길 장독대에

 

정화수 떠놓고

 

연신 허리를 굽혀가며 두 손으로

 

달빛을 둥글게 비벼 내렸다

 

굽은 허리 펴지 못할 때쯤

 

무뎌진 어머니 손

 

독방에서 홀로

 

퍼렇게 녹이 슬었다

 

△어머니 입원하신 후에야 작고 낮은 책상 위에 너덜거리는 성경책 보았다. 그 옆에 구불구불한 글씨로 성경을 베끼던 공책을 보았다. 볼펜 잉크는 여기저기서 파랗게 번지고 있었고, 어머니도 홀로 퍼렇게 녹이 슬어 이제는 거동이 힘들게 되었다. 평생을 비손해 내린 달빛이 창호문 밖에서 글썽거리는 밤이었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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