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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부치며

▲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장
상(賞)이란 기분좋은 것이다. 작은 상도 그러한데 노벨상은 어떨까. 800만 크로나(한화 약 11억 원)에 달하는 상금보다도, 상의 권위와 가치로 인해 수상자나 나아가 수상자가 속한 나라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매우 크다. 지난 10월 13일 스웨덴 한림원은 미국 대중가수 밥 딜런(Bob Dylan)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이 발표는 많은 논란을 낳았고 필자 역시 깜짝 놀랐다. 그간 수상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인 선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글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깊이와 내공을 쌓아온 문학 작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가와 가사문학 등 수많은 고전시들이 “일상의 노래”로 우리 주변에 있어온 것을 생각할 때, ‘음유시인’ 밥 딜런의 수상은 어쩌면 가장 고전적인 문학이 상을 받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되었다. 주최 측이 ‘귀를 위한 시’라고 평하며 ‘노래되는 것’으로서의 문학을 인정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첫 아시아인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인도 시인 타고르이다. 이후 일본이나 중국에서 수상자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고은 시인이 후보로만 언급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했을 뿐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고 하니 마냥 부러워말고, 수상자를 직접 추천하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 역사에는 삶의 풍경이나 아름다움을 그려낸 작가들이 많다. 1950년 타계한 김영랑 시인이 대표적이다. 그는 1930년 <시문학지> 창간호에 “오매 단풍들것네 / 장광에 골 불은 감닙 날러오아 /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 / 오매 단풍들것네 …” 라며 탁월한 언어로 멋들어진 가을을 표현하였다. 단풍잎 찬란한 풍경과 고향집 장독대에 소복하게 내려앉은 빛 고운 감잎을 그립게 하는 시이다.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수여되니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라북도 출생의 윤흥길 작가는 만경강가 춘포에서 소설가로 데뷔해 향토성 짙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로 현재 완주에 살고 있다. <완장> , <장마> , <소라단 가는길> ,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 <기억속의 들꽃> 등 역사 속 일상의 소외와 민족의 갈등을 예리한 통찰로 담아낸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우리네 산천과 사연 많은 역사를 민족과 지역의 언어로 멋들어지게 표현한 작가들이 다음 차례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교롭게도 밥 딜런의 파격적인 노벨상 소식이 전해진 이 때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사태로 들끓고 있다. 이 땅과 시대를 노래하는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가치를 부여해주지는 못할망정 거꾸로 그들을 옥죄는 현실이 씁쓸하다.

 

노벨문학상이 문학 장르 안 좁은 울타리에 갇히는 것을 거부하고 세상으로 나아간 것처럼, 우리의 시선 또한 가까운 곳과 넓은 곳을 동시에 바라보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생각을 넓힐 때 기분좋은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뭣이 중헌가! 눈을 들어 단풍이 지기 전 우리네 산천을 돌아보며 오매~ 징하게 이쁜 가을 함께 노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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