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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대응에 무기력한 전북 정치권

손바닥 뒤집는 태도 쐐기 박는 조치 필요…전북 자존심 찾아야

▲ 객원논설위원

지난 4·13총선 화두 중 하나는 호남정치 복원, 전북의 자존심 회복이었다. 60년 정통 야당의 본거지임에도 호남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전북 정치의 무기력에 대한 자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세력이 확 재편된 가운데 전북의 국회의원들은 이제 이 여망에 부응해야 한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그 시금석이었다. 파행국감, 반쪽국감의 한계는 있었지만 전북의 현안에 대해서 만큼은 추상 같은 기개와 치밀한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는 기대 이하였다. 전라선 등 KTX 운행횟수를 늘린 건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새만금 삼성투자 쇼’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2011년 4월 27일 체결된 새만금 삼성투자 MOU(양해각서) 시점은 LH 유치 무산에 따른 도민 반발이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명박 정부 규탄 시위가 들불처럼 일었던 시기였다. MOU를 발표한 뒤 MB 규탄 모드를 삼성투자 환영 모드로 급반전시켰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삼성은 투자 백지화를 선언했다. 도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변통의 정치쇼이자 공수표로 판명난 것이다.

 

이 같은 정치쇼를 누가 기획했고 왜 이렇게 됐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정치권의 당연한 의무다. 도민을 속여먹은 행태라면 끝까지 추적해서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단체장 치적용으로 남발되고 있는 각종 MOU 사례를 제어하기 위해서도 쫀쫀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허잡한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해 맹탕으로 끝냈다. 최근에는 삼성 임원들을 만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차 마시며 읍소했다니 이런 허무가 없다. 전북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정치인들이 삼성에게 면죄부만 주고 만 꼴이다.

 

국감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이하 기금본부)를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연금공단)에서 떼어내 공사화하려는 기도가 여전히 살아있음도 확인됐다. 문형표 이사장은 “기금본부를 공사화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공사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작년 7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공사화 논의는 중단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밝혔던 그가 공사화 추진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문 이사장의 이중적 태도는 2011년 LH 경남 이전 당시 정종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정 장관은 “걱정 안해도 된다”며 전북 국회의원들을 달랬고 경남 국회의원들에게는 “경남 이전이 타당하다”며 줄타기를 했다. 긴가민가 하는 사이 LH는 경남에 넘겨졌다.

 

LH를 경남에 넘겨준 대가로 받은 게 연금공단이다. 금융시장 분석, 투자상품 매매,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 등 540조원 규모의 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기금본부는 연금공단의 핵심 부서다. 임직원은 316명에 이른다.

 

연금공단은 내년 2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기금본부가 공사화되면 연금공단은 껍데기만 남게 되고 전북이전도 무산된다.

 

문 이사장은 전문성과 수익성을 내세운 기금본부 공사화론자다. 기금본부 공사화에 반대했던 최광 이사장이 공사화를 찬성하는 보건복지부와의 알력 다툼에서 패해 사퇴한 뒤 이어받았다. 때문에 공사화 추진이라는 ‘보은성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정황이라면 다시는 공사화 논란이 일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조치가 필요하다. 기금본부의 전북 소재를 명시한 국민연금법(27조 1항)을 어기면서까지 혼란을 초래한 ‘죄’를 물어 전북 정치권이 문 이사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 역시 도민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전북 정치권이 너무 무기력하다. 현안들을 도외시한 채 무얼 갖고 전북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에 속아 이리저리 휘둘리다간 몸통째 내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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