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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며

▲ 양정진 남원시 총무과장
막상 퇴직이 바로 코앞에 닥치고 보니 지나간 공직생활 35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지역발전을 위해 흘린 땀과 내쉬었던 한숨, 때로는 밤잠을 설치면서 했던 고뇌들, 그 모든 것이 아쉬움도 있지만 나름으로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성실과 봉사의 자세로 임했다고 감히 자부한다.

 

사무사(思無邪)를 항상 염두에 두고 부족한 대로 노력해 왔다. 대과(大過) 없이 소임을 다하고 정년퇴직 할 수 있는 것은 선후배 덕분이다. 동고동락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혼자 웃고는 한다. 인생의 한 매듭을 지으면서 아쉽고 새 매듭을 짓자니 설레기도 하다.

 

타향에서 공직을 정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부풀었던 게 문득 생각난다.

 

그동안 지방자치가 시작되었고 시·군이 통합되기도 하였다. 시의 번성과 쇠락마다 내 일처럼 기뻤고 내 탓처럼 안타까웠다.

 

공직수행은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것이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삶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래서 더욱 보람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공직생활동안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했던 동료들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수많은 주민들을 접했지만 도움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이 기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공직의 끝자락을 장식한 총무 행정 분야에서의 소통행정 추진을 꼽을 수 있다. 행정에 답이 있음을 인지하고 시민의 애환을 함께 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 현장 소통으로 민관뿐만 아니라 민민 사이의 물코를 트는데 정성과 열정을 쏟았다.

 

현장행정 강화와 소통행정 확대를 통한 신뢰행정 업무는 공직생활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가깝게 사는 이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여생을 살아가는데 확고한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구 선생님은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서 일하면 소명이다. 직원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라고 말씀하셨다. 공직자는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자신의 삶을 영위해 가는 직업이지만 단순 직업인으로서 인식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 소명의식이 상존하는 공직사회에 대한 선물은 바로 신뢰이다.

 

요즈음 공직에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 폭넓고 깊이 있게 공부해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그들은 영리하고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만, 공직 경험 부족으로 인한 공직의 전통이나 지역정서에 소홀할 수도 있겠다는 점을 노파심에서 애기해 주고 싶을 따름이다.

 

선배 공직자의 경험과 지역사회의 전통, 그리고 역사를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이 시대에 걸맞은 행정문화를 만들어 가면 성공적인 공직수행이 될 것이라 감히 조언한다. 또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한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값있는 투자는 사람에게 하는 투자라고 한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능력이 한 개인의지와 힘으로 이루어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협력하고 존중하고 믿어주는 화합 속에서 더 많은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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