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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랑한 과학

▲ 권택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
왜 영국에서 공부하시길 원하죠?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이 나온 과학의 나라이니까요.”25여 년 전 영국 세브닝 장학금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한 나의 답변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최근 국제기구에서 근무하신 분이 한 세미나 발표에서 ‘한국은 교육을 개혁해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미래사회의 경쟁력은 다양한 창의성에서 시작한다. 과학자는 인류를 위한 ‘독창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마다, 과학이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사전적 답변은 가끔 듣지만 깊은 사고를 한 체험적 답변은 거의 들어 본적이 없다. 우리는 잘 받아 적어 잘 따라하는 것에 너무 익숙한 것은 아닌지? 과학은 독창적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영국 유학은 과학을 경험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산소의 발견’, ‘만유인력의 법칙’, ‘종의 다양성 기원’ 등 인류사회에 관심이 큰 많은 과학적 성과는 영국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그것이 참 부러웠다. 더 부러운 것은 과학자를 인정해 주는 것을 넘어 과학연구 분야를 인정해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 환경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의 먹거리를 연구해도 지구 생태계 보존이 중요하다며 존경하는 그런 사회 분위기 말이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계승하여 새로운 멘델리즘을 발견하는 첨단 과학도 있었다. 한 때 세계 70여 개국을 통치한 나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사회에서는 독창적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 사는 것이 쉬운 일인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분교에 다녔다. 두 학년 복 반 수업이었다. 선생님이 한 학년은 눈으로 책을 읽으라고 하셨다. 책을 눈으로 읽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질문했다. 그 선생은 설명대신 바로 손바닥으로 뺨을 후려치셨다. 그 다음부터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이 되었다. 쭉 그렇게 죽은 교육을 받았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냉장고 속에서 양파 무게를 잰 적이 있다. 왜 이것을 하지? 답은 저장기간을 알아보는 매우 단순한 데이터를 얻고자함이었다. 몇 년 뒤 영국에서 만난 과학자는 양파의 저장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물리학 이론으로 저장 중 껍질의 물리성 변화를 분석하고 있었다. 양파를 제대로 저장하자면 껍질 특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농업도서관에서 마주친 당황스런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 어느 연구그룹에서 나온 논문을 들고 그들은 ‘이것이 논문이냐’는 조롱(?)을 했다. 나는 옆 자리에서 보고 들었다. 인류를 위해 자연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것이 과학이다. 친환경 유기농이 소비자의 각광을 받고 있다. 영국의 한 유기농연구소에서는 주로 사용하는 자연산 퇴비도 지하수 오염을 시키는지 연구를 하고 있었다. 후손들에게 깨끗한 지하수를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학비료 사용에 대한 연구는 오죽하랴. 수십 명의 연구자가 십여 년 동안 지하수 오염 최소화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른 과학이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의 만찬에 함께 앉으려면 최소한 반찬 한 가지라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남이 이미 잘 만든 반찬을 따라하여서는 밥상에 끼어들기 어렵다. 어차피 상차림은 처음 제4차 산업혁명 아이디어를 내고 더 제대로 준비한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만의 반찬, 독창적 과학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과학자는 더 독창적이고, 더 맹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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