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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에서 맞이한 물의 날

▲ 정옥주 진안군의회 부의장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 중 ‘공기’ 말고 가장 절실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물’이다. 그런데 바로 이 ‘물’이 부족해서 문제다. 물 부족은 오늘날 세계적 문제로 부상했다. 30여년 전 UN은 지구상 물 부족을 예견했다. 그리하여 세계인들에게 물 부족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수자원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92년 말 ‘물의 날’을 제정했다. 국제인구행동단체(PAI)는 연간 1인당 재생성 가능한 물의 양을 산정해 세계 각국을 물 기근, 물 부족, 물 풍요 등 세 등급의 국가로 분류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물 부족 국가’에 속했으며 오는 2025년 ‘물 기근 국가’가 된다.

 

물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온 중차대한 시기지만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와 충남 서천 등 6개 시·군 130만 주민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용담호가 많은 저수 능력이 있는 데다 깨끗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용담호의 물은 수질환경기준 7등급 중 최상위인 1등급(Ia, 아주 좋음)이다. 한 마디로 최고 수준이다. 4대강 사업 탓인지 녹조현상이 심화돼 불쾌한 냄새와 독성 물질로 몸살을 앓는 곳이 전국에 널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용담호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용담호는 아직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수질이 자율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용담호의 물을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민, 진안군, 전북도, K-water가 2005년 ‘용담호 수질개선 및 유지 관리 협약’을 체결하고, 이후 협약 당사자인 4자 모두 용담호가 상수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결과다. 4자 중 가장 공이 큰 게 주민들이다. 이들의 자율적인 수질 관리 덕분에 용담호 물이 전국 최고 수준이 됐다.

 

하지만 ‘자율적 관리’란 말 이면엔 ‘희생’이란 아픈 말이 숨어 있다. 용담호 인근 주민들은 용담호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절제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공장이나 음식점 신설, 폐기물 처리 관련 시설이나 토지개발행위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전주를 비롯한 6개 시·군 130만을 위해 희생을 강제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말고도 과거 용담댐 건설 당시 진안군민들은 이미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70개 마을, 2900여 세대가 수몰돼 1만3000여명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당시 실향민 수는 군민 전체의 3분의 1을 넘었고 이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터를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비수몰지역 주민들도 아픔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웃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도로가 끊어지고, 동네 언저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을 착잡하게 지켜봐야 했다. 친구 떠난 빈자리를 보며 슬픔도 삭여야 했다. 짱짱하던 군세가 인구 감소 탓에 약해지는 것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희생이 밑거름이 돼 용담호수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지금 6개 시·군 130만 시민들이 용담호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건 오롯이 진안군민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130만 시민들은 수몰 실향민의 상심과 눈물, 희생을 한꺼번에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22일은 물의 날이었다. 130만 시민들은 이 날을 뒤로 하면서 ‘내가 먹는 이 물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음수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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