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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을 편지에 담아

▲ 황점숙 편지가족 전북지회장
편지는 우리에게 밀접한 자기 표현수단이요, 소통의 매체인데 생활수단의 발달로 요즈음 많이 소원해졌다. 나는 그동안 몇 년째 편지와 함께 사회활동을 해온 터라 우체통의 변화, 기념할 만한 대형우체통 모습, 전주시민들과 편지쓰기를 했던 모습, 그리고 오래된 편지가 관광자원으로 발전한 모습 등 제법 풍성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예전 생활에서 편지가 한결 친숙한 매체였었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원근을 불문하고 친지와 가족들의 안부를 전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편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길이나 하굣길 또는 외출했다 집에 들어오면 대문을 우체통 먼저 살폈고 “어디서 편지 온데 없어?”가 첫 마디였었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편지를 가장 많이 썼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여쭈었다. 그랬더니 남자들은 군대 시절이요, 여자들은 연애 시절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아버님들은 군대 시절의 추억을 일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지 않았을까? 또한 팔순 즈음의 어머님들도 청춘의 어느 봄날 아련한 추억이 잠을 깼을 것이다.

 

연초 전주 신시가지 일대에는 작년에 이어 다시 활기찬 시무식 행렬이 이어졌다. 전북지방우정청과 전주우체국 직원들의 퍼레이드였는데 ‘우체국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우체국 LIVE POST’라는 슬로건을 들고 하는 행진을 보면서 시민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얼마 전 고은 시인의 어느 일간지와 대담 내용은 참 인상적이었다.

 

“나는 저술이 방대하여 ‘위고’나 ‘괴테’에 견줄 만하지만, 편지로는 도저히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나에게는 서간 전집이 없습니다”라는 대목이다. 고은 시인도 대담을 통해 편지의 중요성을 각성시키는 것을 보고 정말 기뻤다. 나는 그동안 답장으로 받은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모아 엮은 책 한 권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컴퓨터 문서의 자판을 이용해 편지를 많이 썼다. 이 편지의 편리한 점은 내가 쓴 내용을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끔 파일로 저장된 편지를 꺼내 읽으면 과거의 추억을 만나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본다. 그러나 전자로 쓴 편지에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손편지를 꺼내 보면 숨소리가 들린다.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진실한 내용이 그대로 다가온다. 애틋한 정겨움이 묻어나고 다정한 미소가 담겨 있어 더욱 소중하다. 나는 초등학생들과 만나면 기쁜 소식이나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편지는 ‘글쓰기의 기초’가 된다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편지의 씨를 뿌려 정이 넘치는 편지를 자주 씀으로써 글쓰기의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계발하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전북 온고을 100만 편지쓰기’를 기다리는 도민 여러분들께서는 가족, 친지, 은인들에게 새로운 봄소식을 담은 편지 한 통씩을 미리 써서 우표를 붙여 보내자. 전자우편에는 세월의 흔적이 없다. 그러나 손편지는 손으로 움켜쥐고, 쓸어내리는 촉감을 느낄 수 없다. 편지를 쓰다가 흘렀던 눈물 자국이 배어 있고, 편지를 받아들고 기뻐하다 편지가 구겨지는 정이 담긴 손편지를 쓰자. 그리고 편지 한 통으로 활력이 샘솟는 ‘전북 온고을 100만 편지쓰기’ 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우리나라가 모두 따뜻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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