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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온정… 연말이 더 시럽다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해마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거액을 기부해 온 얼굴 없는 천사가 기부상자를 놓고 갔다. 23년째 이어진 선행이다. 참으로 흐뭇하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후퇴하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연말연시는 매서운 동장군보다 더 시럽다. 팍팍할수록 서로 돕고 연대하는 성숙된 문화가 아쉬운 시절이다.

지난 27일 얼굴 없는 천사는 전화와 함께 노송동 주민센터 인근 차량 밑에 오만원권 지폐 다발과 빨간 돼지저금통, 편지 등을 남겼다. 이날 천사가 두고 간 금액은 7600만5580원이었다. 지금까지 24차례에 걸쳐 8억8473만3690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 기부금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취약계층 지원이나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덕분에 전주는 전국적으로 기부문화가 꽃피는 곳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이 그것을 증명한다. 올해 목표액은 221억7900억원인데 지금까지 195억4500억원의 모금에 그쳤다. 목표액의 88%로 지난해 9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말연시에 실시하는 '희망 2023 나눔 캠페인' 온도탑도 지난해보다 2도 정도 덜 올라갔다. 해마다 기록을 갱신해 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일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19가 계속되고 경제 불황이 심화되면서 기부의 손길도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사회 분위기가 피폐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점차 식고 있다는 점이다. 2년마다 실시하는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011년 36.4%에서 10년 만인 2021년 21.6%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 향후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은 45.8%에서 37.2%로 낮아졌다.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사회 불안이 깊어진 탓이다. 여야의 극한 정쟁, 계속된 경기 침체, 이태원 참사 등 대형사고는 이를 더 부추긴다.

그러나 얼굴 없는 천사처럼 훈훈한 소식은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기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자양분이다. 기부문화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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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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