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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민기] "MBTI 다음은 너다"⋯테토·에겐 트렌드 '주목'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에겐녀는 에겐남에게 끌리고 에겐남은 테토녀한테 끌린데요” MBTI 열풍이 한풀 꺾이자 새로운 성격 분류법이 뜨고 있다. 바로 개인의 성향을 남성 호르몬인 테토(테스토스테론)와 여성 호르몬인 에겐(에스트로겐)의 비율로 파악하는 '테토-에겐' 이론이다. 이 이론은 테토남ᐧ테토녀를 활달하고 추진력 있는 남성성, 에겐남ᐧ에겐녀를 감정과 공감을 중시하는 여성성 이미지에 빗대어 표현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이들을 각각 테토녀, 에겐남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호르몬 비율이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유행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인스타툰 산부인과툰을 연재하는 한 작가는 최근 ‘에간남? 테토녀? 성격과 호르몬은 진짜 상관 있을까’라는 제목의 만화를 올려 15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작가는 만화를 통해 호르몬과 사람 성격이 관계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표현했다. 그는 “성호르몬은 하루에도 여러 번 달라지지만 나의 기질적 성격은 매일 바뀌지 않는다”며 “실제로 특정 호르몬이 높아진다면 신체적 부작용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재밌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 속 열풍은 거세다. 성격유형 검사 소셜 플랫폼 타입스의 에겐/테토 성향 테스트는 지난 10일 기준 90만여 명이 참여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28문항에 답하면 다정 에겐남, 장군의 기개 테토녀 같은 결과가 나온다. 방송가도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7일 방영된 쿠팡플레이 예능 <SNL 시즌2> 마지막 화에는 ‘테토남이 사랑할 때’라는 코너가 방송됐다. 해당 회차는 호스트인 육성재가 에겐남이라는 이유로 여자 친구(지예은 분)에게 환승 이별을 당한 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털이 수북한 테토남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지상파 프로그램도 유행을 받아들였다. 지난달 1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출연한 유튜버 찰스엔터는 성격이 털털하다며 자신을 ‘테토녀’라고 소개했다. 함께 출연한 노사연이 이를 ‘태털녀(태생적으로 털이 많은 여자)’로 잘못 듣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사람들이 성격 유형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를 자신 또는 타인 이해에 대한 욕구로 해석한다. 이호준 전주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보통 그 원인이 되는 사회 구조나 환경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원인 중 하나인 자신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이해’로 눈을 돌리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격 유형 검사는 타인과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같은 유형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유형은 궁금해진다. 성격 유형을 대화 소재로 삼으면 사람 간 연결을 돕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안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격 유형을 알면 관계에서 갈등을 줄이고 서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 유형이 효율적인 대인 관계 도구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심리학 연구에서 mbti 등 이분법적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유형검사는 지양하는 추세”라며 “성격 검사를 통해 ‘나’와 ‘타인’을 알아가려는 시도가 많아진 것은 긍정적이나, 성격 유형 검사를 재미가 아닌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 기획
  • 문채연
  • 2025.06.14 07:57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48) 교도소출주장병성책, 선봉진출정장졸성명급기복마실수성책, 본진별군관차출기, 친군장위영장졸실수성책

1894년 9월에 제2차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한 이후 정부는 동학농민군 진압을 위해 양호도순무영을 설치하였는데, 여기에는 통위영·장위영·경리청과 일본군에게 훈련받은 교도중대가 소속되었다. 양호도순무영은 양호도순무사 신정희, 좌선봉 이규태, 우선봉 이두황 등이 지휘하였고 동원 병력은 총 2,500여 명에 이르렀다. 친군 장위영 정영관이었던 이규태는 양호도순무영 별군관 겸 순무 선봉장으로 임명되어 교도대와 통위영 각 부대를 이끌고 10월 10일 서울을 출발하여 동학농민군 진압에 나섰다. 양호도순무영은 선봉장이 정부군과 지방 관군 등 진압 병력 전체를 통제하는 총지휘관이었다. 이 때문에 선봉장 이규태가 순무영과 군무아문 등에 각종 보고서를 올렸고, 휘하 병영의 병력 및 전투보고서가 선봉진에 전해졌다. 또한 각급 관아와 주고받은 공문 등 선봉 이규태와 관련한 문서가 매우 많이 작성되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계기록유산 기록물 역시 그 과정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교도소출주장병성책(敎導所出駐將兵成冊) 1894년 10월 동학농민군 토벌에 종사한 교도소 장병의 직책과 성명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교도소는 1중대 3소대, 1좌익 3소대로 구성하였다. 교도소를 이끈 지휘관은 정령관 이00, 중대장 이진호, 1소대장 이민굉, 2소대장 이겸제, 3소대장 최영학 등이다. 그밖에 좌익장 이승규, 1소대 교장 이태황·유성원, 2소대 교장 김장욱·조인순, 3소대 교장 김금석과 서기 송정순·엄주환, 군조 김동욱·이동근, 별군관(別軍官) 이병효·임경준·이건원 등 18명으로, 이들에게는 매일 1냥 5전씩 지급, 30일에 총 810냥이 지급되었다. 그리고 1-3소대와 산하 1-5분대의 규칙, 십장, 병정, 기타 곡호수, 후병, 장부, 사후, 화병, 마부 등 도합 328명의 직급과 이름을 수록하였다. 이들에게는 매일 1냥 5전 합 514냥 5전을 지급하였다. 말 46필에는 매일 1냥 8전 합 92냥 8전, 도합 매일 607냥 3전, 10일 2,074냥, 30일 1만 8,219냥을 지급하였다. 특이한 점은 군인 1명보다 말 1필에 지급된 급료가 더 많았다. 이를 통해 동학농민군 진압에 동원된 교도소 중대의 병력 편제와 인원, 명단을 파악할 수 있다. △선봉진출정장졸성명급기복마실수성책(先鋒陣出征將卒姓名及騎卜馬實數成冊) 1894년 10월 동학농민군 토벌에 종사한 선봉진의 출정 장졸의 직책과 성명, 그에 필요한 마필의 수효를 기록하여 책자로 만든 기록물이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선봉진 장졸은 참모군관 4명, 별군관 8명, 별무사 안성관·김태형과 종인 1명, 서자지 2명, 뇌자 4명, 순영수 4명, 아병군 2명, 등롱군 2명, 장막군 2명, 장부 3명, 복직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좌마 1필과 마주와 마부, 기마주부, 복마군 명단도 기록되어 있는데, 군인은 모두 총 59명이었고 말은 기마 17필, 복마 6필이 있었다. 동학농민군 진압에 참여한 선봉진의 병력 편제와 인원, 물자 규모를 알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뇌자 4명이 있는데, 뇌자(牢子)는 죄인을 문초하거나 구금하는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었다. 이것으로 보아 친군영은 처음부터 동학농민군 진압 뿐 아니라, 동학농민군을 체포하여 심문하는 임무를 가지고 출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본진별군관차출기(本陣別軍官差出記) 1894년 10월 이후 동학농민군 토벌에 참여한 별군관 차출 내용을 기록한 문서이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내용은 신분 밑에 별군관 차출 대상 성명을 기록하였다. 신분은 출신, 유학, 부사용, 사과, 전 감찰, 전 학관, 전 군수, 전 오위장, 부호군, 진사, 한량 등 다양하였다. 주로 전현직 관리들로서, 의병 지원 및 차출 대상자와 면제자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차출 지역은 순창, 영광, 해남, 영암, 흥양 등 전라도 지역과 연기, 문의, 진천, 서천, 홍산, 서산, 온양, 홍주, 보령 등 충청도 지역이었다. 동학농민군이 주로 활동한 전라도와 충청도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차출 별군관 가운데에는 영광 흥농면의 이현숙(李賢淑)이 나온다. 그는 법성포 첨사를 하다가 1894년 봄에 동학에 입도하였는데, 겨울에 전향하여 영광 대접주 오시영(吳時泳)을 정부군에게 넘겼고, 민보군을 소집하여 무장 대접주 송문수를 잡아 관군에 바친 자이다.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운 인물 명단인 「갑오군공록」에 “영광민 이현숙은 의기를 떨쳐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며 거괴를 붙잡아 바쳤다”라고 되어 있다. 그가 동학농민군을 배반한 뒤 공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반동학농민군 활동을 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이 기록물 말미에는 온양 역촌에 사는 부장 이민식은 동학에 의탁하였으니, 만약 침학하면 금단 처리할 것을 지시한 내용이 있다. 이와 같이 별군관은 지역 출신으로 현지 사정에 밝고 어느 정도 지위도 있었기 때문에 동학농민군 체포에 유리하였다. 특히 별군관들은 공을 세워 출세할 요량으로 더 적극적으로 동학농민군 체포에 앞장을 섰기 때문에 동학농민군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였다. 친군장위영장졸실수성책 표지. 고려대 도서관 제공 △친군장위영장졸실수성책(親軍壯衛營將卒實數成冊) 동학농민군 진압에 참여한 친군 장위영 장졸 명단이다. 장위영은 1894년 6월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이후 일본군에 의해 새롭게 조직된 부대이다. 양호도순무영은 죽산부사 이두황을 순무영 예하의 친군장위영 부영관으로 임명하여 우선봉장으로서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도록 하였다. 1894년 10월에 작성된 기록물로,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먼저 선봉진 장관 좌목을 보면, 참모관에는 전 부정자(前 副正字) 이규백, 전 도사 권종석, 전 학관(學官) 이구영, 유학 이승욱·정도영, 별군관에는 전 수문장 유석용, 출신 이달영·송흠국(훈련대 장관) 등 19명의 신분과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별군관 신분은 기사장, 전 감찰, 전 부장(部將), 전 오위장, 전 중군, 전 만호(萬戶), 상리국 공원(公員), 기교(譏校) 등 다양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계층이 동학농민군 진압의 공을 세워 출세하고자 하였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다음 친군 장위영 장졸 명단에는 부령관 이두황, 참령관 원세록을 비롯하여, 별군관 이겸래·조편·윤지영·김광수로 되어 있고 그 밑에 제1대부터 제4대 등의 직책과 이름이 기재되어 있다. 각 부대는 대관, 교장, 규칙, 십장, 병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대는 67명, 49명, 65명, 제2대는 25명, 29명, 44명, 제3대는 45명, 62명, 65명, 제4대는 74명, 62명, 44명으로 편제되었다. 이하 참령관 직속으로 규칙, 십장, 병정, 화병, 장부, 후병 총 14명을 두고, 곡호대는 십장과 병정, 화병 17명으로 총 692명이었다. 그밖에 서기 5명, 통인 2명, 기찰포교 22명, 졸 3명, 관기 3명, 보부상 4명, 마부 51명으로 도합 850명이고 우마는 96필을 두었다. 위 기록물들은 원래 『각진장졸성책(各陣將卒成冊)』에 들어 있는 자료들이다. 『각진장졸성책』에는 이들 자료 외에도, 1894년 10월 동학농민군 토벌에 종사한 선봉진 휘하 경리청, 장위영, 통위영, 교도소 등 각 부대의 장병 성명과 직위를 기록한 각 부대의 비용 명세서인 「경각영공급기(京各營供給記)」, 「창의인명록(倡義人名錄)」, 「물금첩기(勿禁帖記)」, 「죄인록」 등 각종 성책 등이 첨부되어 있다. 이를 통해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정부군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동원하였을 뿐 아니라, 민간의 인력과 물자 역시 동원하여 총력전으로 동학농민군을 진압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양식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소장

  • 기획
  • 기고
  • 2025.06.11 16:19

[팔팔 청춘] "옛날, 옛날에"⋯'13년차 에이스' 이점식 할머니가 떴다

"나와라, 뚝∼딱!" 지난 5일 오후 2시께 찾은 전주시 덕진구 아중리에 위치한 인후유치원. 유치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헀다. 조심스럽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옹기종기 매트 위에 앉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읽어 주는 할머니가 있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무릎을 베고 누운 손자에게 "옛날, 옛날에"를 속삭이는 듯했다. 이날 이야기는 <바다를 이용한 이순신>, 아이들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흐트럼 없이 집중한 아이들이었다. 오늘 이야기가 끝났다고 외치자마자 할머니, 아이들, 선생님들까지 함께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잘 들었어요/우리 모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귀는 쫑긋/눈은 반짝/정말 좋아요/하나, 둘, 셋, 넷/다시 만나요/빵빵!" 노래가 끝나자 아이들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할머니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다음주에 만나자면서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이 할머니의 정체는 '이야기 할머니'였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진행하는 '이야기 할머니'는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0여 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활동할 정도로 할머니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오늘의 주인공 이점식(77)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할머니는 10년 활동 후 연장 평가에 합격해 3년을 추가로 활동했다. 벌써 13년차,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게 된다. 이 할머니는 일주일에 사흘, 곱게 옷을 차려입고 아이들과 만난다. 13년 동안 반복된 일상이 지루할 만도 하지만 '이야기 할머니'는 이 할머니 삶의 원동력이었다.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 이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 할머니는 "13년 동안 행복한 일이 참 많았다. 곱게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들이 다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매일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하루의 시작은 항상 이야기 할머니였다. 이 할머니는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정신이 깨지도 않은 상태지만 이야기를 외우기 시작한다. 외워야 하는 분량은 책 3쪽, 문장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이야기를 암기하는 게 어렵지만 외울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옆에는 항상 빨강과 검정 펜을 둔다. 어려운 문장이 나오면 군데군데 줄을 긋고 필기도 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이 일상을 반복한다.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많이 외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 앞에서도 술술 이야기할 수 있다. 후딱 외워지지 않은 때도 많지만 계속 반복하는 게 답인 것 같다. 다 외우면 벽에다가 시연해 보고 아이들 만나러 가는 길에도 외운다. 이걸로 세월을 다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렇게 열정적이었던 이 할머니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머니'를 정리하게 된다. 아직 반 년이 남았지만 걱정이 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무기력해질 테고 다른 데에서 일하기는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내년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다. 이전에 코로나19 때 잠깐 '이야기 할머니'를 못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얼마나 삶이 무기력했는지 말도 못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라는 생각까지 했다"면서 "내가 젊은 나이면 다른 일이라도 하겠는데 나이 생각하면 정말 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할머니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13년 동안 일하면서 쉬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항상 행복했던 이유, 바로 살아 있음을 느껴서다. 사실 이 할머니는 평생 남매 키우고 남편 내조하며 살림만 하고 살았다. 그때는 다 그렇게 사나 보다 생각하면서 지냈던 이 할머니에게도 남몰래 품고 있던 꿈이 있었다. 입으로는 '허황된 꿈'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 꿈을 하나씩 나열하는 이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들어보니 꿈도 많았다. 결혼하기 전, 결혼한 후, 자식들 다 키운 후. 꿈이 다 달랐다.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지금 태어났다면 이렇게 이름 없는 할머니로는 안 살았을 거라고." 꿈도 많고 열정도 많았던 이 할머니는 취재진에게 수줍게 꿈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승무원, 꽃집 사장, 택시 기사. 공통점 하나 없는 직업들이지만 이 할머니의 눈에는 이 직업들이 멋있게 보였다. 이리 많은 꿈을 안고도 이루지 못한 터라 이 할머니는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다. 그는 '인생 조언'을 물어보는 말에 "젊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가 정말 인생에서 최고로 좋은 때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가 됐든 해 보길 바란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뭐든지 배우고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면서 "열심히 즐기고 일도 하면서 젊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5.06.09 16:12

[작지만 강한 우리마을⑤]‘지속가능한 한옥 공동체’의 길을 걷는 완주 오성한옥마을

완주군 소양면 오성한옥마을. 종남산과 위봉산의 능선을 병풍처럼 두르고, 오성제 저수지를 중심으로 옛 한옥들이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이 마을은 오늘날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북의 경관 명소로 우뚝 섰다.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과는 달리,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 한옥과 숲길, 그리고 주민들의 소박한 삶이 살아 숨 쉬는 마을. ‘작지만 강한 마을’의 정수를 보여주는 오성한옥마을은 마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낸 기적의 마을이다. △‘마을회관 하나 없던 시절’에서 출발한 주민 자치 ‘오성(五城)’이란 이름은 과거 오도리(오도치)와 외성리(위봉산성 외곽 마을)가 하나로 통합되며, 각 마을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탄생했다. 이름 속에 과거와 현재, 산과 물, 사람과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현재 오성한옥마을에는 50가구, 8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2012년 4월,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워크숍이 열렸다. 회관이 없던 시절, 당시 이장이던 이우석 씨의 집에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 오성한옥마을 변화의 시작이었다. 주민들은 직접 마을을 걸으며 자원을 조사했고, 닥나무, 저수지, 한옥, 종교 문화, 생태 경관 등 수십 가지 자원을 목록으로 정리해 마을 만들기의 기초를 다졌다. 기획부터 공모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진행된 마을 만들기 사업은 지역창의 아이디어 공모, 한옥마을 조성사업, 문화생태숲 조성 등 다양한 경로로 이어졌고, 공모 선정이 계속되면서 마을의 토대가 하나씩 세워졌다. 모두가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즈넉한 경관이 만든 기적… 연 70만 명이 찾는 마을 오성마을의 가장 큰 강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성공 사례만을 따라가기보단, 실패한 마을을 일부러 방문해 그 이면의 원인을 살폈고, 갈등의 해결방식과 마을 운영 방식 등을 깊이 배우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체화해 나갔다. 이런 학습은 매 반상회 때마다 반복됐다. ‘우리 마을이 어떤 곳이 되기를 원하는가’, ‘현재 문제는 무엇인가’,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이 반복되었고, 주민들은 그것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했다. 주민 간 신뢰가 쌓이면서 마을 자치 운영 규정도 스스로 제정했다. 건축은 한옥을 원칙으로 하고, 무분별한 개발은 막으며, 주민 갈등은 규정 안에서 조율되도록 했다.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개정된 이 규정은 오늘날 오성마을 공동체의 근간이 되고 있다. 오성한옥마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경관’이다. 종남산과 위봉산, 그리고 오성제 저수지라는 자연의 선물이 주는 아름다움에 더해, 주민들이 정성껏 지은 25채의 한옥이 그 경관을 완성한다. 이 고즈넉한 풍경은 도시민들에게 '쉼' 그 자체다. 오성마을은 경관 개선 공모에 꾸준히 참여해 그 자원을 현실화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한옥을 중심으로 한 경관 정비는 마을의 품격을 끌어올렸다. 지금의 마을회관,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공원 등은 그 결과물이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인파로 붐비진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되어 관광객들은 더 조용히, 더 길게 머물다 간다. 현재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마을로 성장했다는 것은 주민 자치의 성과이자, ‘경관이 곧 콘텐츠’가 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자연을 품은 경관과 문화를 담은 공간 이 마을엔 문화와 예술이 자연처럼 녹아 있다. 250년 된 고택을 이축한 ‘아원’, 종남산을 배경으로 한 ‘오스 갤러리’, 한봉림 도예가의 전시와 체험 공간, 한국서화협회가 전시회를 여는 ‘그림터 갤러리’ 등이 오성마을만의 예술 자산이다. 특히 오성마을은 전북 도내에서 보기 드물게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4대 종교가 함께 만든 ‘성지 순례길’도 자리하고 있다. 신앙의 여정과 자연의 길이 만나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아원고택은 오성한옥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우리 모두의 정원'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 붙여진 이곳은 종남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하며, 숙박공간과 갤러리, 문화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만휴당, 연하당, 설화당 등 고택 4채와 별채, 갤러리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조용한 사색과 전통문화 체험이 함께 가능하다. 또 아원고택에서 돌담길을 따라 내려오면 소양고택이 나온다. 이곳은 2010년 여름 고창과 무안에서 철거 위기에 놓였던 고택 3채를 현재의 자리로 이축한 공간으로, 문화재 장인들의 손을 거쳐 복원됐다. 소양고택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재즈 공연, 아트페어, 북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성한옥마을은 단지 옛 것을 지켜온 마을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경관을 함께 창조해낸 공동체다. 앞으로는 마을 내 복합문화교육공간 조성도 구상 중이다. 관광객 안내와 동시에 주민 교육, 외부 마을의 벤치마킹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오성한옥마을 귀농귀촌 1세대인 최수강 이장은 “우리 마을이 아름다워진 이유는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과 참여 덕분”이라며 “경관은 스스로 가꾸고 함께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마을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오성한옥마을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자연’이 있다.

  • 기획
  • 이준서
  • 2025.06.08 18:12

[전북이슈+]"전북 사투리 맞아?"⋯드라마∙영화가 불편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당신의 맛’과 영화 ‘승부’ 속 전주 사투리가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등장인물의 말투가 전북보다는 전남 사투리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12일부터 방영 중인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의 맛’에는 전주 출신으로 설정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드라마는 식품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작은 식당을 인수ᐧ합병하는 재벌 2세 한범우(강하늘 분)와 전주에서 ‘정제’라는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셰프 모연주(고민시 분)의 로맨스를 다룬다. 전주 토박이로 설정된 모연주는 극 중 사투리를 사용한다. 모연주 역할을 맡은 고민시는 제작발표회에서 “사투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서 집요할 정도로 집착하며 준비했다”며 요리와 함께 사투리 준비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사투리의 어색함을 지적했다. 방송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스레드'에는 “당신의 맛 드라마 보는데 전주 그런 사투리 안 쓴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억양도 불편. 과한 사투리도 불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전주가 나와서 좋긴 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에는 “전주 사투리라기보다 전남 쪽 말투 같다”는 댓글도 달렸다. X(엑스·구 트위터)에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드라마 배경이 전주라는데 타 지역 사투리를 쓴다. 내용은 재밌는데 전주 사람이라서 그런지 집중이 안 된다”며 “우린 ‘~랑께’, ‘~잉’, ‘~해부렀제’ 같은 말은 쓰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승부’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승부’는 전주 출신인 이창호 국수와 그의 스승인 조훈현 국수의 대결을 담은 영화다. 영화 초반 이창호 국수의 어린 시절을 맡은 김강훈의 말투가 전북 사투리보단 광주ᐧ전남 사투리에 가까워 몰입이 깨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장승익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충청도 방언(사투리)을 생각할 때 흔히 ‘~했슈’를 떠올리듯, 전라도 방언도 사회적 통념처럼 인식된 억양과 어미가 있다”며 “미디어가 전북을 배경으로 해도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전남이나 광주 사투리를 차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언은 해당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수단”이라며 “미디어가 그 지역의 정서나 문화를 더 현장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방언을 사용하기로 선택했다면 당연히 고증이 잘 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획
  • 문채연
  • 2025.06.07 06:52

"다 같은 한국어랑게"⋯전국 곳곳 '사투리 살리기' 프로젝트

폭싹 속았수다, 정년이, 우리들의 블루스⋯.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 습관이 담긴 사투리를 소재로 한 미디어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정작 사투리는 '표준어'에 치여 '사(死)투리'가 되고 있다. 모두 같은 한국어지만 국가가 '표준'을 정하면서 표준어에 치여 사투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국 곳곳에서 사투리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보존회를 꾸리는가 하면 사투리 관련 학자가 모여 연구하고 사투리대회 개최, 조례 제정 등 다양한 노력이 눈에 띈다. 이중 사투리살리기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단체는 강릉말(사투리)보존회다. 1993년 '강원일보' 주최로 열린 제1회 강릉사투리 대회 수상자들이 이듬해인 1994년에 꾸린 모임이다. 2007년 3월 강릉사투리보존회가 사단법인 인가를 받으면서 공식 기구로 활동하게 됐다. 현재 사투리 자료 수집, 사투리 경연대회 등을 통해 강릉 사투리를 보존·계승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는 단양말(사투리)보존회가 있다. 충북 단양군이 올해 초 지역의 고유한 언어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창립했다. 앞으로 잊혀가는 사투리를 발굴하고 기록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관련 서적을 발행하는 등 체계적인 보존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누구나 단양 사투리에 대해 공유·소통할 수 있도록 단양군청 누리집에 관련 게시판을 개설하기도 했다. 제주는 교육 과정을 통해 제주어 교육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는 제주어 노래·마음 카드 제작 등 제주어 보존에 힘쓰고 있다. 2007년에 '제주어 보존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제주어 주간을 만드는 등 일상에 제주어가 스며들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지난 2019년 사투리 어휘를 집대성한 전라북도 방언 사전을 펴냈다. 당시 이병도 전북도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벤또', '구루마' 같은 일본말을 방언으로 실었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보완해 재발간하는 사례가 있었다. 2021년에 제정한 '전라북도 국어 진흥 조례'에도 지역어 보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전북도 사투리 보존을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지자체만큼 도민이 체감할 만한 활동·사업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사투리 보존과 관련된 활동·사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영우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전북도 다른 지자체를 벤치마킹해서 사투리를 보존하고 널리 이어갈 수 있도록, 후세대에도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을 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지역 자체가 사라지고 방언(사투리) 쓰는 분들도 없다. 이걸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제 생각은 데이터화(자료화)해서 보존하는 것은 가능하다. 데이터가 있어야 옛날 것도 확인하고 연구가 이루어져야 전북의 방언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사라져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제주도는 방언을 적극 교육하고 후대에도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이런 것도 참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5.06.07 06:51

맛깔난 전북 사투리⋯광주ᐧ전남과 다른 미묘한 말맛

전라도 사투리는 구수한 말맛과 정겨운 억양이 특징이다. 전라도 전역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전남과 전북은 말투와 억양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전북 사투리가 광주ᐧ전남에 비해 어조가 평이해 표준어와 더 비슷하게 들린다고 말한다. 지난 2019년 펴낸 전라북도 방언사전은 “전북 방언은 성조가 없고 억세거나 거센 발음이 적어 음성적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타 지역 사람은 물론 전북도민조차도 표준어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고 있다. 장승익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전북 방언의 경우 지리적으로 충청도와 경기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광주ᐧ전남보다 표준어에 가까운 억양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남 사투리에 비해 전북 사투리가 조금 더 약한 억양을 가지고 있어 문장을 구사할 때 광주ᐧ전남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하니까’라는 말은 광주ᐧ전남 방언으로 ‘~한께’ 또는 ‘~항께’로 표현되는 반면, 전북에서는 ‘~한게’, ‘~항게’로 발음된다. 같은 뜻이지만 어미의 된소리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또 광주·전남에서는 문장 끝에 ‘~잉’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전북은 ‘~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장 교수는 “전북 방언은 전남에 비해 말끝을 조금 더 부드럽게 늘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 안에서도 말투는 조금씩 다르다. 장 교수는 “전북 방언은 크게 서북부와 동남부로 나뉘는데, 서북부는 충청도 방언의 영향을 받고 동남부는 경상도 방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체를 통해 전북 사투리를 접할 때 어색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같은 전북이라도 어느 충청도와 경상도 중 어떤 지역의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방언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같은 전북이라도 지역별로 말투 차이가 있어 매체 속 표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기획
  • 문채연
  • 2025.06.07 06:50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47)하동 방수장서목, 여산 차호규 등 첩정, 강계 외귀방 풍헌 첩정, 강계 고산방 풍헌 첩정

1894년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전국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동학농민군의 활동은 겨울이 되면 급속히 축소된다. 일본군이 주력인 진압군에게 충청도의 공주 우금치전투를 비롯한 세성산전투, 홍주성전투, 청주성전투, 옥천 증약전투, 연산전투, 논산전투 등에서 패배한 후 전라도의 원평전투, 태인전투에서 밀린 다음에는 해산 지경에 이르렀다. 경군 지휘권을 장악한 일본군은 전라도 남단까지 들어가서 흩어진 동학농민군을 수색해서 학살하였다. 황해도에도 파견해서 순회하도록 했다. 추운 겨울철에 떠돌던 동학농민군 참여자들은 마을을 떠나 사방으로 피해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1895년 봄까지 계속되었다. 일본군은 각 관아에 동학농민군 참여자를 잡아오도록 지시했다. 도순무영은 해체되었지만 삼남을 비롯해서 전국에 내려진 체포 명령은 그대로였다. 각지에서 작성한 고문서를 보면 이때의 실상을 알 수 있다. △ 경상도 하동의 적량면 방수장 서목(防守將 書目) 경상도 하동은 6월부터 동학농민군이 읍내에 들어간 이후 순천과 광양의 동학농민군이 수시로 들어오며 활동하던 지역이었다. 그러자 민보군을 조직해서 이를 막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호대한 동학농민군에게 제압되면서 민가 수백 채가 불에 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에서는 재난이 심각한 지역으로 금산 괴산 성주와 함께 하동을 거론할 정도였다. 진주와 하동은 남해에서 올라온 여러 명의 동학 지도자들이 동학농민군을 이끌었고, 대접주 김인배 휘하의 순천 동학농민군이 섬진강을 넘어와서 활동하였다. 남해와 순천의 동학 조직은 강성해서 인근을 휩쓸었다. 이 일대의 동학농민군은 부산에 주둔하던 일본군 수비대가 기습해서 밀려나게 된다. 그 이후 섬진강 인근의 요지에는 전라도에서 넘어오는 동학농민군을 막기 위해 방수장을 배치하였다. 이들은 요지를 지키면서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을 수색해서 체포하였다. 그 실상을 보여주는 문서가 적량면 방수장의 서목이다. 1895년 정월 3일 적량면 방수장이 하동 수성관에게 보낸 서목의 내용은 간단하다. 적량면 동산에 살던 이근동(李近洞)을 진주 사동에서 체포하여 하동관아로 호송한다는 것이다. 적량면 동산은 지금 경남 남해군 창선면 진동리 지역이다. △ 전라도 여산 북삼면의 풍헌과 차호규 등 첩정(車昊奎 等 牒呈) 신임 전라감사 이도재는 금산 민보군을 이끌다가 죽은 소모관을 포상하고, 동학농민군에게 동조한 임실현감 민충식을 파출시켰으며, 금산과 용담에서 수백 채씩 전소한 민가의 복구비를 마련하는 등 긴급한 조치를 해나갔다. 그러나 동학농민군 참여자들은 엄혹하게 처벌하였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착오도 일어나고 있었다. 여산 북삼면의 풍헌과 차호규 등이 올린 첩정에 그 구체적인 사례가 나온다. 이 첩정은 이 시기의 문서로는 드물게 신분이 명확한 면내의 여러 명이 연명으로 올린 것이다. 이름을 밝힌 사람은 유사 황씨, 풍헌 김씨와 내촌 차호규, 미동 김봉수, 중발 고태진, 대정 김내문, 후상발 김동완 방공신, 어량 소휘백 남정홍 등 10명이다. 이들은 북삼면 야정에 거주하는 이지전(李之瀍)은 동학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동학의 접주라고 잘못 알려져 체포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지전은 접주가 아니라는 사실은 면민 모두가 알고 있으니 헤아려 달라고 하였다. 즉 착오로 잡혀갔으니 풀어달라는 말이었다. 이 첩정을 보면 당시 격변기에 무관한 사실로 처벌받는 일이 종종 일어났던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동학농민군 잔여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련 혐의를 받고 체포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옥석구분(玉石俱焚)의 우려를 나타내는 표현이 여러 사료에 나오고 있다. △ 평안도 강계 외귀방(外貴坊) 풍헌 첩정 이 첩정은 1895년 2월 16일 평안도 강계 외귀방의 풍헌이 평양 감영의 전령에 의거해서 동학도를 금지했다는 내용을 강계부사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강계의 외귀방(外貴坊)은 1914년 전국의 행정구역을 통폐합할 때 외귀면으로 명칭을 바꾸는 곳으로 모두 4개의 동을 관장하고 있다. 강계는 험준한 산골이라서 면적은 넓으나 마을은 드물게 형성되었다. 이 고문서의 내용에는 강계의 산골까지 동학이 전파된 새로운 사실을 전하고 있다. “방금 도착한 순영문(巡營門) 감결 내의 전령에 의거하여 동학을 하는 사람들을 각 리에서 타이르고 금단하였으며, 바로잡고 조사하여 성명을 기록한 성책(成冊)을 수정하여 올렸으며, 오가작통 성책을 이어서 속히 올렸습니다.”라는 표현이다. 이를 보면, 동학도들은 평안도 강계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외귀방의 풍헌이 이들을 파악해서 명단을 기록하여 강계부에 올렸고, 동시에 동학도들을 효유하고 활동을 금지했다고 하였다. 또한 동학도를 금지하는 방안으로 전래의 오가작통을 활용하고 있었다. 도순무영에서는 오가작통이 번거롭기 때문에 10호를 함께 묶는 십가작통(十家作統) 명령을 내리고 있었지만 실제로 각 군현에서 이를 시행했다는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평안도에서는 동학농민군이 봉기하지 않았다. 혹 봉기를 계획했던 동학 조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청국군과 일본군이 쌍방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해서 평안도의 수부인 평양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였던 당시에는 봉기를 시도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동학농민군이 해주까지 점거한 황해도는 물론 평안도의 북쪽까지 동학이 퍼져있었다. 이 문서는 그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 평안도 강계 고산방(高山坊) 풍헌 첩정 이 첩정은 1895년 4월 19일 평안도 강계 고산방의 풍헌이 정부에서 보낸 효유문을 민간에 알린 사실을 강계부사에게 보고한 문서이다. 고산방은 행정구역을 통폐합할 때 고산면으로 명칭을 바꾸는 곳으로 모두 6개의 동을 관장하였다. 첩정을 올렸던 이 시기는 전국에서 동학농민군의 조직적인 활동이 종식되어 관치질서가 회복된 때였다. 그렇지만 갑오년 전국을 뒤흔들던 동학농민군의 봉기와 청일전쟁의 여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민심 안정과 생업 종사를 위한 국왕의 효유문을 각지에 보내서 알리도록 하였다. 그 지시에 따라 고산방 풍헌이 지방관에게 올린 문서가 이 첩정이다. 평안도 강계는 만포에 가까운 지역으로 동학농민군이 봉기하지 않았고, 청일전쟁의 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평양에서 벌어진 청일군 간의 치열한 전투는 이 일대의 주민들을 놀라게 하였고, 남부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농민항쟁 실상도 전해져 민심을 격동시켰다. 고산방 풍헌의 첩정에는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했던 을미년 봄의 지방 행정을 일부나마 알려주고 있다.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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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6.04 16:29

[창간특집] 출입처 없는 자유…디지털이 묻고 기획이 답하다

편집국 기자가 달팽이라면 디지털미디어국 디지털뉴스부 기자는 민달팽이다. 각자 취재를 담당하는 영역인 출입처가 있는 편집국과 다르게 디지털미디어국은 정해진 영역이 없다는 의미다. 정치·사회·경제·문화·체육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 편집국 체제와 종이신문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때와 다르게 디지털뉴스부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하나, 둘 기획을 시작했고, 시시각각 쏟아지는 속보와 주말 기사에도 정성을 쏟았다. 다양한 연령층을 유입시키기 위해 인스타그램(SNS·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에도 힘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본보 디지털미디어국이 신설된 이후 모든 일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최초'를 만드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됐다. 5일 동안 쉬지 않고 종이 신문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는 편집국과 다르게 긴 시간 동안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기획기사를 찾아나갔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계획이다. △전북 이슈+ 전북일보 디지털미디어국의 최초 기획은 <전북 이슈+>다. 매주 전북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한 첫 기획물이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기사 1편에 다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3편씩 연재했다. 한때 K리그 왕좌의 자리에서 호령하다가 사상 처음 파이널B 그룹으로 추락한 전북현대모터스FC의 진단을 시작으로 전주 신도시의 빈 상가들, 지역 축제의 방향성, 전주한옥마을의 오버 투어리즘, 순창 장류 명인이 말하는 장담그기 문화, 촬영 명소로 떠오른 전북, 전주고 야구부의 미래 등 다양한 주제의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2개월여 간 기획 취재한 성과가 빛을 발하면서 디지털미디어국이 신설된 첫 해 2024 전북기자상 기획 부문 우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년 이장이 떴다! 야심 차게 준비한 디지털뉴스부의 2025년 신년 프로젝트다. 매일 '지역 소멸' 문제를 이야기하고 걱정하면서도 한 번도 진짜 소멸 위기에 놓인 마을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 마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난 1월 주민 55명이 살고 있는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로 향했다. 옛 마을회관에 일명 '청년 이장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 주민들과 소통했다. 3개월간 일주일에 이틀을 마을로 출근했다. 기자가 아닌 주민으로 바라본 지역 소멸이 궁금했다. 통계로 소멸 위기를 말하기 쉽지만 석 달 동안 지내보니 마을 안에서 소멸을 느끼는 건 쉽지 않았다. 인프라는 없지만 네트워크는 잘 형성돼 있었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으면 자동차가 있는 이웃 주민의 도움을 받거나, 일손이 없으면 서로 돕거나, 혼자 살아 밥 먹는 게 부실하면 함께 밥을 먹고, 하루라도 소식 안 들리면 서로를 챙기는 데 바빴다. 도시보다 살기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를 챙기며 살아가는 '마음이 살아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느꼈다. 청년 이장 역할을 자임한 뒤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건상 배움이 부족했던 주민들을 위해 기자가 영어를 알려 주고, 청년 이장들을 함께 돕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작가들이 미술을 가르쳐 주고, 일손이 부족한 마을에 젊은 기자들이 함께 참여해 마을의 일손이 돼 줬다. 기대하지 않았던 큰 상까지 품에 안았다. 바로 제416회 이달의 기자상(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이다. 해당 기획이 보도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하는 언론 전문 월간지 '신문과 방송'·한국기자협회 '기자협회보' 등에서도 관심을 보냈다. △트민기·나는 전북일보 디지털미디어국의 새로운 기획은 계속 이어진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을 줄여 만든 '트민기'와 인터뷰 기사를 담은 '나는'이 이어지는 기획물이다. '트민기'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하고 전북에서 이슈되는 현장을 소개하는 기사다. '나는'은 공직자, 유명인 등의 삶 보다 진짜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기 위한 기획이다. '트민기'에서는 오픈AI를 활용한 '지브리' 열풍부터 지리산농협 하나로마트 생참치 해체쇼, 장수계남초 자체 프로그램인 '따뜻한 아침에 책 한 권', 인구소멸지역 학교를 찾아가는 지역 예술인 쟈니컴퍼니의 사연, 연예인이 줄 잇는 대학 축제 속 이색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나는'에서는 동네를 지키는 책방지기, 국내 첫 외국인 무형유산 이수자, 전북현대의 입과 귀가 되는 통역사, 95년 만에 탄생한 푸른 눈의 춘향 등을 소개했다. △전북일보 디지털뉴스부는 지금처럼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꾸준하게 다룰 예정이다. 독자 역시 '전북'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종이 신문을 잘 만드는 편집국과 경쟁하며 디지털 혁신에 잘 대응하는 디지털미디어국으로 자리잡아 나갈 것이다. 편집국과 디지털미디어국이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잘하는 것은 빛내 주면서 최상의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한 가지만 잘하려는 게 아닌 두 가지를 다 잘하려는 전북일보, 우리의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기획
  • 박현우
  • 2025.06.01 17:07

[창간특집] 종이에서 영상으로…지역 저널리즘 언어를 바꾸다

「전북일보, 유튜브로 다시 태어나다」: 75년 전통 위에 쓰는 지역 저널리즘의 새로운 언어 디지털 전환과 지역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다 2025년, 전북일보가 창간 75주년을 맞았다. 1950년 첫 지면을 펴낸 이래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신문'이라는 정체성 아래 지역민 곁을 지켜온 전북일보는 지금, 시대변화에 맞는 언론사로서 다시 태어나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종이 신문은 깊이 있는 기사와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은 정보 소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이제 독자들은 더 이상 매일 배달되는 신문을 기다리지 않는다. 뉴스는 인터넷에서, 그리고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공유된다. 단순한 플랫폼의 전환이 아니라 언론의 언어와 독자와의 관계까지도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종이에서 영상으로, 전북일보의 두 번째 도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일보는 2024년, 디지털미디어국과 영상콘텐츠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영상 중심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다. 변화의 핵심은 유튜브였다. '영상으로 전북을 기록한다'는 새로운 언어로 전북일보는 다시 한 번 지역 저널리즘의 미래를 묻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디지털미디어국이 신설된 후 그 이전보다 2배 이상 유튜브 구독자가 증가했다. 전북일보 유튜브 채널은 도내 일간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콘텐츠의 진정성과 지역 밀착성을 무기로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전문 장비와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도, 매주 새로운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성장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영상 콘텐츠의 포맷도 다채롭다. △현장 밀착 보도 △해설형 뉴스 △인물 인터뷰 △쇼츠 기반 정보 콘텐츠 등 다양성과 실험성이라는 두 날개로 날아올랐다. 故 김수미 배우 별세 후 전국 언론 중 가장 먼저 고향 군산을 찾아 제작한 추모 영상, 윤석열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의 생생한 현장을 담은 리포트 등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 공감대와 주목을 끌어냈다. <청년 이장이 떴다!> 프로젝트, 저널리즘의 확장을 실험하다 2025년 신년, 전북일보는 의미 있는 기획을 선보였다. 디지털뉴스와 영상이 결합한 <청년 이장이 떴다!>는 단순한 농촌 르포가 아니다. 도시 출신 MZ세대 기자들이 마을에서 농촌 어르신들과 생활하며 세대 간 교감을 나누는 이 콘텐츠는 영상+텍스트라는 융합적 형식으로 세대 간, 지역 간 경계를 넘는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을 제시했다. 요가 배우기, 공동 그림 작업 등 소소한 활동들이 마을 어르신들과의 유대와 진심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로 발전했다. 이는 단순한 화제성 콘텐츠를 넘어 농촌의 현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접근이었다. 이 기획은 디지털뉴스부와 영상콘텐츠부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전북일보가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지역신문'의 미래를 실험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치 콘텐츠 실험, 지역언론이 공론장을 넓히다 전북일보의 유튜브 실험은 지역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았다. 영상제작부는 전국적 이슈를 다룬 정치 쇼츠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 나서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조기 대선', '유세 현장 르포' 등 민감한 주제를 직설적으로 다뤘다. 이러한 시도는 유튜브의 강력한 알고리즘을 타고 전국 시청자에게 빠르게 퍼져 나가며 전북일보라는 지역 언론이 전국적 공론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콘텐츠의 공공성과 정치적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지역 기반 전국형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전북 아카이브'를 향해 전북일보의 영상 콘텐츠는 단순한 뉴스 영상이 아니다. 전북의 사람, 기억, 장소, 사건을 시청각 언어로 기록하려는 시도는 '디지털 전북 아카이브'라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는 전북일보가 영상 콘텐츠를 단순한 클릭 유도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영상은 지역 정서를 담고, 공동체의 변화를 기록하며, 도민의 일상을 시간의 기록으로 남긴다. 전북일보는 앞으로 △전북현대가 뛰는 그라운드 안팎의 이야기 △전통문화 탐방 △예술인 스토리 △지역 축제·맛집 소개 △전북의 이슈 △정치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의 삶을 독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유튜브, 정보의 바다이자 혼돈의 공간 그렇다면 왜 유튜브인가? 지난 4월 23일, 유튜브는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작은 해프닝에서 출발한 플랫폼은 이제 연간 542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뉴스·시사 정보 소비 비율 1위(60.1%)를 기록할 만큼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그 영향력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한 정보 편향, 가짜뉴스 확산 등 부작용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유튜브는 지금 이 시대 저널리즘이 피할 수 없는 주 무대다. 모든 미디어가 유튜브에 입점하는 시대. 전북일보는 그것을 단순한 플랫폼 진입이 아니라 언론 언어의 진화로 받아들였다. 지역 저널리즘의 공공성과 신뢰를 무기로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의 목소리를 전국으로, 세계로 전하고 있다.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전북일보의 도전은 계속된다. 디지털 전환은 단지 기술적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언론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일이며, 지역 저널리즘의 미래를 다시 쓰는 여정이다.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우리는 여전히 전북을 말하고 있다. 75년의 전통 위에, 다음 75년을 위한 디지털 기록이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 다시 태어나는 지역 저널리즘, 그 실험은 지금도 계속된다.

  • 기획
  • 정윤성
  • 2025.06.01 17:07

[창간특집] 전북자치도, 그린수소 산업 전문인력 양성·전주기 생태계 조성 잰걸음

기후위기 시대, 수소산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에너지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질주하는 현재, 전북은 수소특화산단 조성과 국제표준화, 재활용 실증 등을 통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수소는 설비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것을 ‘다시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체계를 돌릴 사람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전북일보는 창간을 맞아 전북이 수소, 특히 그린수소로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지금 풀어야 할 결정적 숙제를 짚는다. 중공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 영남권에 밀려 성장의 기회를 놓쳤던 전북은 이제 수소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소 산업 성장의 핵심축인 그린수소 산업은 여전히 ‘생산’에만 머물고 있고, 제도와 인재, 생태계는 공백 상태다. 지금 전북이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생산을 넘어 순환으로, 실험을 넘어 생태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정책도 사람도 없다…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시급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청정 수소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미국, 일본 등은 그린수소 생산 설비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산업 초기부터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다. 수소차에는 구매 보조금이, 충전소에는 운영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정작 수소를 ‘만드는’ 핵심 설비에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그린수소라는 말을 국가가 강조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손에 쥘 수 있는 지원은 아무것도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전북 완주 테크노밸리의 수전해 설비 전문기업 아헤스는 이를 실감하는 대표 사례다. 고가의 백금·이리듐 대신 값싸고 내구성 높은 비귀금속 촉매를 활용한 수전해 장치를 자체 개발해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603억 원 규모의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인도와 3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선 전북도를 비롯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기술 R&D 및 설비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기업의 요구다. 아헤스를 이끄는 이중희 대표는 “지금은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수소 산업의 초입기인데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제도적 기반과 초기 지원이 부족하면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며 “정책이 현장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현실적 장애물은 인력이다. 수소산업은 설계, 조립, 운전, 유지보수 등 전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 역량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북 지역에는 관련 전공자도, 실무 교육을 받은 기능 인재도 크게 부족하다. 한 수소장비 기업 관계자는 “설비는 만들어졌지만 실제 돌릴 사람이 없다”며 “경력직을 뽑기도 어렵고, 신입에게 기능교육을 시키자니 중소기업으로선 리스크가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북에는 수소산업에 특화된 직업훈련기관이나 전문대 수준의 기술교육 모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우석대가 운영 중인 수소연료전지 IEC 국제표준 기반 인력양성 과정은 전국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규모와 범위는 산업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실무 중심의 교육 체계와 민간 협력 기반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숨가쁘게 달려온 기반확충…이제는 연계 통한 시너지를 낼 때 글로벌 수소 선도국들은 공통적으로 ‘전체를 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독일은 9000km에 달하는 수소 전용 배관망과 51개의 지하 저장시설을 갖췄고, 철강 산업에는 수소환원제철(SALCOS) 기술을 접목해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95건의 국가표준, 209건의 단체표준을 정립해 산업 질서를 선점하고 있으며, 혹한기 운행이 가능한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했다. 일본은 수소타운 ‘하루미 플래그’ 조성을 통해 생활 속 수소 경험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도 만만치 않은 기반을 갖고 있다. 완주의 수소특화 국가산단, 군산의 CCU 기반 e-연료 생산단지, 우석대·군산대의 사용후 연료전지 재활용 국제표준화 작업까지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제·완주 일대를 수소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중대형 모빌리티 실증, 시험 인증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기술, 실증, 표준이 모두 전북에 모여 있는 것은 전국에서 보기 드문 구조다. 문제는 이들 기반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정책, 인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지 않으면 산업은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 그린수소 생태계는 단순히 설비를 갖추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생산에서 활용, 회수, 재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순환 모델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국내 수소산업 권위자인 이홍기 우석대 부총장은 “그린수소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제는 ‘만드는 산업’을 넘어 ‘다시 쓰고 돌릴 수 있는 산업’으로 가야 한다”며 “기술과 표준을 넘어 산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인재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전북의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 기획
  • 이준서
  • 2025.06.01 17:01

정재규 전북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장 "소중한 투표권 꼭 행사하고, 선거 뒤엔 화합으로"

3일 이면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이어졌던 계엄과 내란, 탄핵 등의 정국의 혼란이 일단락 된다. 그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 전체 선거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정재규 위원장(현 전주지방법원장)을 만나 조기대선의 의미와 국민 참정권 행사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전주지방법원장과 전북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계십니다. 법원과 선관위 모두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질 것 같은데요. “모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재판을 하는 일,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를 관리하는 일. 두 가지 모두 엄중한 사명감을 갖게 되는 일입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다양한 의견과 행동이 상충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치우침 없이 정의를 실현하고 모두가 수긍하는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느끼는 책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이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법원과 선관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법원장이 전북선거관위원장을 왜 함께 맡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법 5조에는 각급선거관리위원중 위원장을 호선하도록 되어있는데 관례상 법관을 위원장으로 호선합니다. 선거과정에서 질의응회답이나 고발장, 개표소에서 투표지의 효력에 관한 이의제기 같은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것인데, 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도록하는 명문화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국내에서는 관례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특별시·광역시·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관할 지방법원장이,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겸임한다. 또 중앙, 시·도 및 구·시·군 단위의 선관위에서는 선거관리위원으로 법관이 참여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벌써 두 번째인데, 이번 대선이 갖는 의미, 그 만큼 클 것 같은데요. “12 ·3 비상계엄부터 헌재의 탄핵심판이 선고된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여론은 찬·반으로 극심하게 갈렸고 급기야 그 여파가 사법부에까지 미치며 법원이 폭동의 표적이 되는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다수의 군중 심리를 선동한 극단적 대립과 혐오로 치달으며 우리 사회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 언급된 3·1운동과 불의에 항거한 4·19의거 그리고 5·18 광주 민주항쟁과 12·3 비상계엄을 막은 국민의 행동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은 이미 민주주의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잘 알고 행동해 왔으며, 이번 대선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국민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주권자로서 가장 소중한 권리인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를 비롯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이번 대선이 공정하고도 투명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관위의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저하돼 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이 선관위 내부의 채용비리 문제와 겹치면서 선관위의 신뢰도가 상당히 낮아진 점은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투표로 나타내는 과정인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을 믿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뢰 회복이 급선무일텐데...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면 다시 얻을 수 있도록 절치부심하며 반성하고 노력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야겠지요. 일단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 나가고 있는데요, 내부의 혁신과 변화는 물론이고 선거에서 의심의 단초가 될 만한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국회의원선거부터 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실시간 공개하고 있으며, 개표과정에 수검표 단계를 추가하여 단 한표의 오류도 없도록 개선했습니다.” 이번대선에는 일부 그 주장 층이 본투표에만 참여하자는 등의 주장도 펼치고 있습니다. “역으로 말씀드리자면 선관위 입장에서는 선거당일 본투표만 실시한다면, 업무가 되레 편합니다. 그런데도 사전투표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 취지가 국민의 편의와 참정권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인데, 그동안 선관위가 계속 설명과 해명을 해왔듯, 그 의혹 제기가 ‘침소봉대’라고 판단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투·개표사무원의 외국인 참여 논란을 잠재우고자 국적 확인 절차를 강화했고, 사전투표자수 부풀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관내·외 사전투표자수를 사전투표소별로 1시간 단위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사)한국정당학회와 (사)한국정치학회가 구성한 ‘공정선거참관단’이 투·개표의 모든 절차 과정을 참관하고 그 과정을 전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선거의 모든 과정을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선거의 결과가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모든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치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선관위 위원장이기도 하시지만 법원장이신데요, 대선 선거이후 선거사범 재판 방향과 계획도 궁금합니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1심 6개월, 2심 3개월, 대법원 3개월 등 '6·3·3' 원칙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판 지연 해소를 우선과제로 뽑은 대법원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에 규정되어 있는 6·3·3 원칙은 1994년 선거법이 제정된 때부터 있던 조문입니다. 그렇지만 재판의 진행은 재판장의 권한인데, 사건의 복잡성이나 검찰과 피고인 사이의 치열한 공방 그리고 그에 따른 많은 증거조사의 필요성 등 구체적인 선거범죄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게 잘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선거범죄 사건에 대하여는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원칙에 따른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거범죄 담당 재판부에게 잘 안내하겠습니다.” 선거일이 하루 앞입니다. 선거운동이 아닌 유권자의 투표참여권유활동 어디까지 보장되는지요. “공직선거법 제58조의2에 따라 누구든지 투표참여 권유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호별로 방문한다거나 투표소로부터 100미터 안에서는 할 수 없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무원 등은 원칙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사람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내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나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확성장치, 녹음 내지 녹화기, 어깨띠, 표찰 등의 표시물을 사용하여 하는 것은 특정 정당 내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이 되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엄지를 들거나 손가락으로 ‘˅’를 표시하는 등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기호를 표시한 투표인증샷이나 선전시설물 앞에서 촬영한 투표인증샷을 선거운동 또는 투표참여 권유 문구와 함께 인터넷에 게시·전송하는 행위는 할 수 있습니다. 투표참여 권유활동을 하면서 법에 위반되어 재판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니 투표참여 독려의 목적이라 하더라도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는지 꼭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선거와 관련해 언론사의 역할에 대해 당부말씀이 있다면?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여론을 전달하고 형성하는 역할과 책무는 언론에게 주어진 막중한 의무라 할 것입니다. 단,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소리를 전달할 때 그 의무를 다 한다 할 수 있을텐데요. 요즘 1인 미디어와 수많은 인터넷 언론, 유튜브 채널이 기존의 언론 기능을 대체하며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바른 언로를 통해 진실된 소리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거에 있어서 공정한 언론의 역할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지요. 선거가 끝난 후 결과에 상관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믿을 수 있도록 언론도 함께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북도민과, 전북일보 독자, 그리고 유권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은? “6월 3일은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선거일입니다. 국민의 선택으로 당선되는 후보자는 당선이 결정됨과 동시에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를 부여 받게 됩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부여된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선거결과의 유불리를 떠나서 대립을 멈추고 대한민국이 화합될 수 있도록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정재규 전북선거관리위원장은 정재규 위원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북대사대부고와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사법시험(32회∙사법연수원 22기)에 합격한 뒤 광주지법∙전주지법∙광주고법 판사, 전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전주지법 군산지원장, 창원지법 수석부장판사, 광주지법 순천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우수법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법원 수석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사법행정에 능통한데, 꼼꼼하면서도 소탈한 성격으로 법원장이라는 직책을 따지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법원 내에서 후배판사들과 직원들의 신망이 높다. 선거관리업무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사전투표소에 직접 나가 점검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관위에서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높다. 정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의문과 의혹이 없도록 선관위가 공정하고 엄격한 선거관리를 해 선거가 차질없이 치러지도록 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더욱 발전할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획
  • 백세종
  • 2025.06.01 16:59

[창간특집] 영화 촬영 모든 과정 전주에서…'시네마 시티' 도약

‘오징어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 인기작품의 촬영지로 유명한 전주시가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시는 영화영상산업 거점별 특화구역을 연결하는 펜타곤 벨트를 중심으로, 기획부터 제작, 후반까지 전 과정을 지역 안에서 완결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 글로벌 스튜디오 유치, 독립영화 생태계 강화, 인재 양성 등 핵심 과제를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전주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영화영상산업의 비전과 실행 전략, 기대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촬영지에서 산업도시로…전주가 바꾸는 영화의 지도 전주는 1957년 한국 최초의 컬러영화 '선화공주'가 촬영된 이래, ‘기생충’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진 도시다. 올해 26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대안영화의 허브로 자리 잡았고, 아시아권에서 주목받는 영화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명성과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전주는 그동안 주로 ‘로케이션 촬영지’로 기능해 왔다. 현재 세계 영상산업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OTT의 확산, K-콘텐츠 수요 증가 등이 촉진되면서 영상산업은 ‘촬영 중심’에서 ‘기획·제작·투자까지 이어지는 종합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전주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10월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수도’를 도시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34년까지 총 5750억 원이 투입되며, 4대 전략, 10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비전의 중심엔 전주권 5개 거점별로 기능별 특화단지를 조성해 연결하는 ‘펜타곤 벨트’가 있다. 벨트의 주요 거점은 상림동, 고사동 영화의 거리, 만성동, 전주역, 전주 북부권이다. 우선 상림동에는 미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탄소중립 영화영상 촬영단지가 조성된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전주형 영화·관광산업 융복합 문화단지로 거듭나고, 만성동은 방송·미디어 영상콘텐츠 발굴의 중심지가 된다. 전주역 일원은 VR, XR 등 실감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고, 북부권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촬영이 가능한 쿠뮤필름 아시아 제2 스튜디오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같은 구상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전주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기획, 제작, 후반, 소비가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기존에는 수도권에서 기획된 영화가 전주에서 촬영만 이뤄지고, 대부분의 후반작업은 다시 서울로 이동했다. 시는 이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전 과정이 한 도시에 밀집되면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과 지역경제 효과 모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부터 후반, 인재양성까지 기능별 기반시설 구축 시가 추진 중인 영화영상산업 정책의 핵심은 지역 안에서 영화의 기획부터 상영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촬영 인프라, 후반제작 시스템, 독립영화 생태계, 기술인력 양성, 콘텐츠 산업화 등 영상산업의 각 기능을 지역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먼저 촬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림동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일원에 탄소중립 영화영상 촬영단지가 조성된다. 면적은 약 10만㎡이며, 주요 시설로는 영화영상 실증지원센터, 영상지식산업센터, 버추얼 스튜디오, 특성화 세트 등이 계획돼 있다. 시는 탄소중립 미래 규제에 선제 대응한 영화 제작 환경을 만들고 글로벌 OTT 콘텐츠 촬영이 가능한 민간스튜디오 입주 부지도 조성해 기존 촬영소와 연계할 계획이다. 전주 북부권에는 쿠뮤필름 아시아 제2 스튜디오를 유치한다. 뉴질랜드에 본사를 두고 ‘아바타’, ‘뮬란’ 등 대형 영화 촬영 경험이 있는 쿠뮤필름 스튜디오는 지난해 전주에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1월부터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시는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이 가능한 대규모 스튜디오를 조성하고 쿠뮤필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영화 촬영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방침이다. 후반제작 기반도 함께 강화된다. 실증지원센터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하며, 영상 콘텐츠 기술 검토와 R&D, 디지털 테스트베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동시에 한국형 영화 효과음원 사운드 댐이 2026년까지 구축돼 음향 후반작업 자립도를 높인다. 전주의 주요 촬영지를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 ‘공공 어셋 라이브러리’ 구축도 진행 중이며, 이는 버추얼 스튜디오 촬영에 활용될 예정이다. 독립영화 생태계 조성도 중요한 축이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는 총사업비 720억 원이 투입되는 ‘전주 독립영화의 집’이 건립 중이다. 이 시설은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3개관, 색보정·음향마스터링 설비, 야외광장, 라키비움(기록·도서·전시 복합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완공 목표는 2026년이다. 제작부터 상영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이 시설은 독립예술영화 중심 도시로서 전주의 위상을 뒷받침할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함께 조성된다. 전주영화제작소 부지에 추진 중인 한국영화기술 아카데미는 실습과 현장 중심 교육에 특화된 기술교육기관이다. 총사업비는 400억 원이며, 첨단 영상기술과 후반제작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화 기반도 함께 마련되고 있다. 시는 한옥, 한복, 한지 등 전주의 자산을 소재로 한 영상기술 콘텐츠 IP를 개발하고, 해당 콘텐츠는 VR·XR 등 실감형 미디어로 제작돼 영화 이외의 영역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영화영상이 바꾸는 전주의 산업지도 전주시가 추진 중인 영화영상산업 정책은 지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영화영상산업 비전 실현으로 2034년까지 직·간접 일자리 7000개 창출과 200개 기업 유치, 연간 지역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반시설 구축과 기업 유치, 인력 양성, 콘텐츠 제작 등이 계획대로 작동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제작 기반이 지역에 자리 잡으면 배우와 제작진, 후반작업 인력까지 전주에 체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숙박, 식음료, 교통, 세트, 소품, 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지출이 발생한다. 쿠뮤필름 스튜디오가 전주에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시작하면, 외국 영화 한 편 촬영으로만 수백 명의 고용과 수십억 원의 직접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부산에서 ‘블랙팬서’를 촬영하면서 9일 동안 직접 지출이 40억 원에 달하고, ‘호빗시리즈’를 찍은 뉴질랜드 호빗마을 관광객이 연간 50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전주는 이미 여러 콘텐츠 제작지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폭싹 속았수다’, 영화 ‘기생충’ 등이 전주에서 촬영됐으며,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전주에서 촬영한 드라마 ‘당신의 맛’도 최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도시 이미지 제고와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후반작업까지 전주에서 이뤄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교육 기반과 제작 기반, 유통 시스템이 연결되면 창작자들은 전주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된다. 인재가 모이고, 기술이 쌓이고, 산업이 형성되는 선순환 구조는 장기적인 도시 성장의 기반으로 이어진다. 현재 전주의 영화영상 산업은 변화의 문턱에 들어섰다. 전통과 문화유산, 독립영화제의 기반 위에 첨단기술과 원스톱 지원 체계를 덧붙이고 있다. 콘텐츠의 기획부터 유통까지 지역 안에서 이뤄질 때, 영화는 산업이 되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된다. 우범기 전주시장 “영화산업으로 전주의 100년 미래 이끌겠다” “전주는 이제 영화 촬영지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지는 제작 도시로 나아갑니다. 앞으로 전주에서 기획부터 후반작업, 상영까지 영화 제작의 모든 단계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가 영화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전주 곳곳을 기능별로 특화한 ‘펜타곤 벨트’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제작 인프라, 인재 양성, 상영 환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산업 전 과정을 지역 안에서 완결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주의 역사와 예술성, 그리고 독립영화에 대한 정체성이 쿠뮤필름 같은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인 가장 큰 이유”라며 “쿠뮤 아시아 제2 스튜디오가 들어서면 블록버스터 제작 환경이 전주에 자리 잡게 되고, 수많은 창작자와 배우들이 장기간 머무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전주가 콘텐츠로 먹고사는 도시, 콘텐츠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에 속도를 내겠다”면서 “제2의 오징어게임, 제2의 기생충이 전주의 경제가 되고 문화가 되도록 강한 영상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 기획
  • 강정원
  • 2025.06.01 16:49

[창간특집] 부안군, 산단·철도·국제학교 유치…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민선 8기 부안군이 산단과 철도, 국제학교 유치를 통해 미래 100년 부안의 새로운 희망을 써가고 있다. 새만금(RE100) 산업단지 확보와 서해안 철도 구축, 국제케이팝학교 유치 등 3대 핵심 시책을 야심차게 추진하면서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은 3대 핵심 시책 추진을 통해 대규모 기업유치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 접근성 향상, 글로벌 인프라 구축 등 젊은 층을 유입하고 생활인구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부안군의 미래를 바꿀 3대 핵심 시책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재생에너지, 선택 아닌 생존 필수…전국 최초 RE100 산단 집중 주요 반도체 생산부품 업체인 ASML은 “2040년까지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제로(Net-zero·탄소중립)’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생산 및 사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다. 부안군은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발전단지와 연계를 통해 새만금 농생명용지 7공구를 산업단지로 전환해 기업이 찾아오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전국 최초 RE 100 산단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부안군은 지난해 11월 국토연구원 주관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새만금 지역의 부족한 산업용지 확충 방안과 관련해 농생명용지 7공구의 산업단지 전환이 최적의 방안으로 도출된 만큼 올 연말 확정되는 최종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나갈 예정이다. 실제 새만금 국가 산단 내 기업투자 증가에 따른 산업용지 부족과 첨단 신산업 및 국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용지 추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으로 현재 새만금 기본계획을 유지할 경우 2030년 3.92㎢, 2035년 11.53㎢의 산업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부안군은 이미 해상풍력 2.46GW와 수상태양광 2.1GW,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기반 RE100 산단을 조성하기에 최고의 적지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서해안 철도‧영호남내륙철도 구축…십자형 철도망 중심지 우뚝 호남 서해안 철도망 구축은 수십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안군은 군산에서 부안~영광~목포를 잇는 서해안 철도와 부안~전주~김천선 영로남내륙철도 구축으로 부안을 십자형 철도망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라남도를 연결하는 서해안 철도 건설을 통해 환황해권 시대 관광산업 기반 마련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실현하고 수도권과 국토 서남권의 산업·관광·경제 거점인 새만금과 부안, 고창, 영광, 목포까지 연결해 고속·대량 수송 체계 구축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철도 연결지점 타당성 용역을 선제적으로 추진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신규 사업 제출과 서해안 철도 기자회견 추진, 국가철도망 반영 국민 서명운동 등을 전개했으며 올 들어 서해안 철도 국가계획 반영 정책포럼 개최 등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국제케이팝학교 유치…글로벌 K-문화·K-관광 거점 도시 도약 케이팝은 글로벌 K-문화 콘텐츠로 전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부안군은 전북특별자치도의 국제케이팝학교 설립 계획에 적극 동참하며 지지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 3권역은 행정구역이 부안군으로 확정된 지역인 만큼 신속한 설립 인가가 용이한 이점이 있는 곳으로 국제케이팝학교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부안군은 지난해 6월 국제케이팝학교의 새만금 3권역 내 설립을 전북특별자치도에 건의했으며 당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민간투자자가 사업의 확장성, 수익성, 인프라 구축 등 전반을 고려해 투자가 용이한 지역에 입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행정구역이 확정된 3권역의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다. 부안군은 행정구역 확정으로 신속한 설립 인가 추진 가능과 함께 상․하수도 등 핵심 기반시설 확보용이, 부안 관할권 내 설립 시 군 재정 투입, 3권역 개발과 연계한 글로벌 교육․케이팝 클러스터 조성, 3권역의 탁월한 정주환경, 새만금 내․외부 접근성 우수 등 입지적 감정을 강조하고 있다. 부안군은 새만금 3권역에 국제케이팝학교를 유치해 글로벌 K-문화와 K-관광의 거점 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 기획
  • 홍석현
  • 2025.06.01 16:45

[창간특집] 고창군, 명사십리 일대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 박차

고창군 해리면 동호해수욕장과 상하면 구시포해수욕장을 잇는 해변은 유리알처럼 곱디고운 백사장이 10리에 걸쳐 있다하여 ‘명사십리’라 부른다. 세계 지리학적으로도 특이성을 인정받아 2023년 5월 ‘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포함되기도 했다. 고창 명사십리의 하이라이트는 석양이다. 일몰 시간이 되면 붉은 노을과 하늘빛 바다, 젖은 흙에 반사되어 붉은빛을 띠는 모래사장, 소나무들의 실루엣이 로맨틱한 장관을 만들어낸다. 육당 최남선 선생도 기행문 <심춘순례>에서 조선의 빼어난 풍광 10경 중 하나로 서해노을을 꼽았다. 때 묻지 않은 미지의 땅 고창 명사십리 해변 일대에는 모텔이나 펜션은 물론, 그 흔한 카페도 하나 없다. 최근에서야 근처 어촌계에서 마을수익사업으로 숙박시설을 마련한 게 전부다. 장호어촌체험마을은 숙박시설을 공동 운영해 나오는 수익금을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매달 7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제주 애월, 강원 양양 등 전국의 해안 곳곳이 부동산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딱 한 곳 고창만큼은 예외다. 해변 중심부에 국·공유지가 있어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땅 주인은 기획재정부, 국방부, 한국전력공사 등으로 민간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좀처럼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한 주민은 “마을사람 대부분이 60대를 넘기고 있어 새로운 활력소가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 최근 고창 해안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십 년째 꿈쩍 않던 정부 부처가 움직이며 길을 터줬다. 심덕섭 고창군수와 관련부서 직원들이 수차례 기재부를 찾아 설득한 끝에 지난해 7월 명사십리 한 중앙에 있는 10만5344㎡ 부지 매각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와 한국전력공사 역시 큰 틀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부지 활용과 매각에 동의하며 세부절차를 조율중이다. 이에 더해 군민 숙원사업이자 해안 개발의 핵심인 ‘노을대교’도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노을대교는 고창군 해리면 동호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를 연결할 전체 7.48㎞ 길이의 다리를 말한다. 완공되면 62.5㎞를 우회해야 했던 이동 거리가 단 8㎞로 줄어든다. 다리가 놓이면 기존 한나절 넘게 걸리던 거리를 단 10분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중견기업 4개사 3000억원+모나용평 3500억원 투자 유치성사 최고의 풍경을 자랑하는 해안가에 대규모 미개발 부지가 있다는 소문은 국내 레저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고 있다. 때맞춰 서남권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고창신활력산업단지 삼성전자 투자유치, 유네스코 세계유산 7가지 보물 보유 등이 호재로 작용하며 고창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2023년 7월30일 국내 중견기업 4개사(LIG시스템, ㈜P&K INC, 영풍제약, 서울경제TV)가 고창군과 MOU를 맺고 명사십리 관광개발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각 업체들은 고창 명사십리 일대에 리조트와 숙박, 스포츠, 휴양·레져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국내 리조트업계 1위인 ㈜모나용평도 명사십리 주변의 땅을 고창군으로부터 100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모나용평은 2027년까지 3500억원을 들여 중대형급 휴양형 콘도미니엄 471실을 비롯해 700석 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또 관광활성화를 위해 주변 염전부지를 활용해 18홀 대중형 골프장을 짓고, 주변에는 고창군이 추진하는 국제카누슬라럼 경기장, 생태갯벌플랫폼, 세계자연유산센터 등 다양한 레져·관광시설도 갖춰질 예정이다. 1조원대 메가프로젝트 “해양레저 관광의 세계적 메카로” 고창군은 2030년까지 공공개발과 민간투자 등 1조원 상당이 투입되는 ‘고창 명사십리 해양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서해안 노을을 바라보는 최고의 자리에 온가족 놀거리와 쇼핑, 숙박시설을 만들어 베트남 푸꾸옥,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선셋비치와 해양레저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특히 해양수산부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에 명사십리를 알리고 국비도 확보할 방침이다. 여수와 부산 등이 참여를 밝히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지만, 군은 공모참여 최소 조건인 민간투자 8000억원 중 6500억원이 먼저 확보된 만큼,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투자 활성화에 기폭제로 작용할 ‘관광지 지정절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지로 지정될 경우 투자기업들의 개발부담금이 감면·면제되고, 각종 세제 지원 등을 받게 된다. 군은 명사십리 관광지 지정·군관리계획(지구단위) 변경 용역을 올 연말까지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관광지 지정과 조성계획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향후 5년이 고창군과 서해안 관광여건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 군수는 “새만금국제공항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건축절차가 시작됐고, 노을대교를 통해 공항에서 단 30분 만에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고창 서해안을 찾게 된다”며 “오래도록 머물며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명품 관광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심 군수는 “해양관광뿐 아니라 내륙 관광자원과도 연계될 수 있도록 인접 시·군간 연대 협력해 나가겠다”며 “고창이 가진 문화·역사·예술·관광 등 매력 자산을 활용해 산업화하고, 강한 경제를 바탕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고창군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기획
  • 박현표
  • 2025.06.01 16:27

[창간특집] "아름다운 무주 자연 속에서 같이 영화 볼까요"…무주산골영화제 6~8일 팡파르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가 6월 6일부터 8일까지 무주군 일원에서 펼쳐진다. 아름다운 무주의 대자연 속으로 떠나는 ‘영화소풍’,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올해는 18개국 86편의 영화와 공연, 토크, 그리고 다양한 부대 행사가 펼쳐질 예정. 조금 더 심플하게, 하지만 더 특별하게 그려질 3일간의 낭만 여정을 따라가 보자! 관람 포인트 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를 알차게 즐기려면 공간별 특성을 제대로 알고 누려야 한다. 무주산골영화제 측은 실내(무주산골영화관, 무주예체문화관, 전통생활문화체험관)는 ‘영화’ 중심으로, 야외(무주등나무운동장, 한풍루,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태권도원)는 ‘공연’과 ‘이벤트’ 위주로 기획하는 등 특별함을 더했다. 창(窓): 산골영화관 2개 관 <창>은 무주산골영화제 유일의 경쟁 무대다. 한국영화장편 경쟁 부문으로 탈북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은 박준호 감독의 <3670> 등 극영화 6편을 비롯해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정재훈 감독의 다큐멘터리 <에스퍼의 빛>,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허범욱 감독의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등 8편이 경쟁한다. 숲(林):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무주산골영화제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숲속 극장. 올해는 6일과 7일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 <플로우>(2024)를 비롯해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 관객의 힘을 보여준 최고의 화제작 <더 폴: 디렉터스 컷>(2024) 등 인간과 자연, 음악과 인생, 사랑과 이별, 아름다움에 관한 동시대 최고의 영화, 총 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길: 태권도원(도약센터 3층 대강당) <길>섹션은 ‘마을로 가는 영화관’의 형태로, 올해는 세계 태권도 성지 ‘태권도원’에서 진행한다.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인 <태권스테이>와 연계한 <별빛 시네마>를 선보일 예정으로 2023년 개봉 당시,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화제의 애니메이션 <로봇 드림>이 상영된다. 재미 포인트 무주산골영화제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좋은 영화 못지않게 뜨거운 공연 열기. 올해도 <락>섹션과 <키즈스테이지(kids stage)>에서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뮤지션 공연과 책, 미술, 영상 등 다양한 장르가 선사하는 재미와 만날 수 있다. 락(樂): 무주등나무운동장 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등나무운동장이 무주산골영화제의 메인 공간. 천연 잔디가 펼쳐진 운동장에서 즐기는 공연과 토크, 브랜드 팝업 이벤트가 일품이다. 올해는 6월 6일 ’넥스트 액터 최현욱‘의 야외 토크(11:30~)부터 6월 8일 무성영화 라이브연주 ’<스피디>with CHS’(20:00~)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키즈스테이지(Kids stage): 한풍루(지남공원) <키즈스테이지>에서는 미취학 아동은 물론, 가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더 핑크퐁 컴퍼니’의 베베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베베핀 극장판: 사라진 베베핀과 핑크퐁 대모험>(2025)이 극장 개봉 전 무주 관객과 만나는 것을 비롯해 총 6편의 영화가 선보인다. 태권도진흥재단과 함께 하는 ‘영화 & 공연’, <위대한 태권도>도 관람할 수 있다. 영화 상영 사이사이에는 ‘서커스 공연’와 ‘양치 습관 교육’ 등 이벤트가 기다린다. 어린이놀이터 ‘나비숲’은 가족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다. 토크 포인트 무주산골영화제는 그동안 전 세계 동시대 영화감독 중 영화 미학의 최전선에 있는,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가진 감독 1인을 선택해 그의 영화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동시대 시네아스트>와 잠재력 있는 배우를 소개하는 <넥스트 액터>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는 한국 영화를 응원하고 한국 영화의 다채로운 풍경을 선보이기 위해 한국 영화감독 특집 <디렉터즈 포커스>와 <넥스트 시네아스트>를 더했다. <넥스트 액터 NEXT ACTOR> 배우 최현욱_제13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배우 최현욱의 연기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작품과 만날 수 있으며 GV(관객과의 대화) 및 스페셜 야외 토크, 사인회도 진행된다. <동시대 시네아스트> 감독 션 베이커_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가 동시에 인정한 션 베이커 감독의 주요작 6편을 엄선해 상영한다. 국내 주요 평론가들이 참여한 비평서도 발간 예정이다. 선설 <디렉터즈 포커스> 감독 엄태화_동시대 한국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상업영화 감독 1인을 선정해 관객들에게 집중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초기 단편작 <선인장>(2003)을 비롯해 5편의 작품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선설 <넥스트 시네아스트> 감독 박세영_한국 영화 미학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예술적 비전과 능력을 지닌 영화감독을 발굴·조명하는 특집으로 감독의 영화와 뮤직비디오, 사진 작품들을 영상 전시 형태로 선보인다. 황인홍 무주산골영화제 조직위원장 "친환경·안전·재미 잡은 국내 유일 휴양 영화제"“무주산골영화제는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등 자연 속에서 즐기는 영화제, 휴식과 낭만을 콘셉트로 한 국내 유일의 휴양 영화제로 올해도 무주에 최적화된, 무주만이 할 수 있는, 무주라서 가능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친환경을 실천하는 안전하고 재미있는 영화제라는 인식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들이 다양하니까요.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유기하 무주산골영화제 집행위원장 "무주산골영화제, 12년 만에 변화의 바람...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시도'"“올해 열세 번째 영화소풍은 조금 달리 준비했습니다. 12년간 5일이었던 행사 기간을 3일로 줄이고 프로그램 전체 구성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재도약과 성장을 위한 시도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산골 무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숲’이 있어 가능한 게 바로 ‘무주산골영화제’입니다. 도시 영화제가 익숙한 모두에게 불편할 수 있는 여정이지만 여러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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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종
  • 2025.06.01 16:24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46) 각 지방 동학농민군에 대한 뒤처리, 법부에 보고된 첩보류

이번에 소개할 첩보류는 모두 3종류이다. 먼저 『첩보(牒報) ①』(구분하기 위해 임시로 부여한 번호, 규장각 소장도서 26300)은 1895년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전국 각도에서 법부로 보내온 첩보들을 철한 것이다. 전국 각지방에서 범죄 혐의자를 체포하거나 범행 내용을 상세히 조사하라는 법부의 관문(關文)에 대한 보고서다. 첩보에는 <1호> 충청도 충주목사(忠淸道忠州牧使) 이종원(李鍾元)의 보고서(1895.4.25.)를 비롯하여 모두 15건의 보고서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1호> 첩보인데, 충주군 금목면(金目面) 오룡리(五龍里) 정택진(鄭宅鎭)이 동도라는 이유로 이규백의 조카를 타살했다는 누명을 쓴 일과 관련된 복잡다단한 사건의 전말을 담고 있다. 충주 상민(常民) 노백용(盧白用)이 농민군에 참여한 후, 자기 돈을 오랜기간 동안 갚지 않던 양반 이규백(李圭白)에 대한 보복으로 그의 조카를 살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한편 진사 정영진(鄭榮鎭)은 자신의 동생 정택진이 노한(盧漢)을 몰래 도와 이반(李班)을 죽였다 하고 살옥(殺獄)의 혐의로 붙잡혀 죽었으니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하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이규백이 노에게서 빌린 돈이 기천금(幾千金)이었는데, 매번 갚지 않아서 서로 힐란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작년 가을 동도(東徒)가 창궐할 때 노가 동도에 가입하여 동민을 늑탈하였다. 이후 동민들이 노의 집을 파괴하여 동중에서 축출한 사건이 있었고 이에 다시 노한(盧漢)이 그의 처남 전만철과 함께 이규백의 조카를 잡아 타살하고 난 후 도망갔다는 것이었다. 이때 마침 이규백이 참모사가 되어 호남으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금영에 도착, 자신의 형 명원(明遠)으로 하여금 전만철 등을 관련자를 붙잡아 심문하였다. 이후 법부의 제사에 따라 이규백과 이명원, 도룡리 마을 사람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였다. 두민 정배영(鄭配永)의 말에 따르면, “작년 9월 14일 노백용이 동민을 함부로 가르칠 때 한 동이 그 협박을 견딜 수 없어 모두 동학에 참여하였다. 정진사의 동생도 또한 그 중에 참여한 후 9월 17일에 가까운 동네에 있는 민보(民堡)가 일어나 노한을 폐하고 축출하였다”고 한다. 이어 9월 28일 노한은 처남 전만철을 거느리고 이반을 잡아 이내 타살한 것이라 말했다. 사건 전말에 대해서는 서로 배치하는 증언을 하였고, 특히 몰래 도운 정택진의 혐의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났다. 노한의 독채와 공료는 모두 정택진의 시킨 바이지만, 그 금액은 이미 3석락 답을 팔아서 갚은 것이고 미진한 천여 량도 또한 작년 가을 노한이 동도를 빙자하여 와서 독촉할 때 마저 준 것이니 지금은 더 이상 추론할 것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 송사의 논란은 이규백이 소위 수범(首犯)인 노가가 전가와 함께 정반을 사주한 것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도주하였고, 억울하게 죽은 이반의 조카, 전만철과 정택진 등에 대해 명확하게 조사하지도 않고 바로 포살(砲殺)한 상태였다. 이렇게 충분한 증거가 없이 정택진의 음조(陰助) 여부를 밝혀 단안(斷案)을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법부에서 각인의 공초를 검토하여 처분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 내용은 다시 『첩보②』(규장각 소장 26287)의 자료에서 재론되고 있었다. <8호>에서는 충주 주민 이규백(李圭白)과 노백용(盧白用)의 관계 및 이규백의 조카에 관한 살인사건을 재조사한 보고다. 이규백은 참모관으로 호남으로부터 돌아오는 길에 공주감영에 돌아와 포교를 거느리고 전만철을 붙잡아서 공초하여 이를 도와준 정택진을 포살(砲殺)하였던 전말을 자세히 적었다. 이 문건은 앞 서의 첩보에 비해 9일 정도 늦어 1895년 윤 5월 4일에 보고되었다. 그렇지만 이전의 첩보와 같이 거의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어 정택진의 포살에 관한 사유를 둘러싸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건은 충청도 가도사 공주목 판관 한택이(韓澤履)가 법부에 요청한 첩보였다. 앞서 『첩보(牒報) ①』에 두 번째로 수록된 <2호>는 전라도 관찰사 겸 순찰사 위무사 이도재의 첩보(1895.5.7.)이다. 손화중 부대의 선봉장으로 활동한 고창군 농민군 홍낙관(洪樂觀)이 재인(才人) 출신으로 자칭 수접주가 되었으며, 자기 부친 맹철(孟哲)과 아우 응관(應觀), 계관(季觀) 및 종제 한관(汗觀) 등이 각기 접주로 참여한 사실 등이 나타나 있다. 이들은 1894년 3월 이후 무장, 신촌 등지를 지나 백산, 황용, 완성(完城) 등지에서 싸워서 고부, 고창, 무장, 남평 등 읍의 무기를 빼앗고, 세력이 커진 후에 사류(士類)와 평민을 강제로 들어오게 하여 1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손화중이 광주, 남평 등지에 있을 때 대군이 내려온다는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가 붙잡혀 조사하여 진술한 내용을 수록하였다. 이렇게 첩보류의 내용에는 각 지방에서 체포된 농민군 참여자에 대한 조사와 처리방향을 알 수 있으며, 그밖에 각종 비리 혐의를 받은 부패 관료들의 사후 처리 상황도 더불어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첩보 ②』는 1895년 5월 말부터 윤5월 말까지 전국 각 지방관들이 법부로 보낸 첩보를 철한 것이다. 『첩보 ①』에 연속된 기록으로서 묶여진 것으로 보인다. <7호>는 전라도 관찰사 이도재(李道宰)의 보고(1895. 5.29.)로 전라도 남학당(南學黨) 거괴 김광화(金光化) 등 14인을 체포한 사실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 박학운, 윤봉수, 안화봉, 원경명 등 4명은 전라도 병영에서 도내 각도에 정배(定配)한 뒤에 개과천선의 여부를 확인하겠고, 최방춘(崔芳春), 동성월(董成月), 손관오(孫觀五), 안관옥(安觀玉), 고란봉(高蘭峯), 이관수(李觀水) 등은 나주진영에 이수(移囚)하여 다시 조사하도록 하겠고, 김운발(金雲發), 김명봉(金明峯) 등은 탈옥하여서 추적하고 있고, 원시중(元始中)은 과오를 반성하고 있어 징계 후 방송하였다고 하였다. 이들에 대해 경중을 나누어 올려 보내니 법부에서 처분을 내려달라는 내용이다. <10호>는 충청도 임천군수의 첩보(1895.윤 5.12.)로 본군에 거주하는 김재홍(金在洪)이 동비에 투탁하여 옛 동학의 명으로 대접주를 참칭하여 행패를 부리고 종적을 감추었다가 민인 대회를 열어 포살하려고 했으나 멋대로 할 수 없어 김재홍의 죄안을 갖춰 보고한다는 내용이다. 이 첩보 자료에는 모두 13건이 첨부되어 있다. 다음으로 <첩보 ③>(규장각 소장 26290)은 각 지방관리들이 1895년 7월과 8월에 법부에 올린 보고서 4편을 모아 수록한 것이다. <1호> 1895년 8월 해주부 은율군수 이현학(李鉉鶴)의 보고서로 해당 지역의 동학도를 포착하기 위해 병정을 자칭하며 동학농민군을 처형했다는 것이다. 당초 접주, 접사라고 칭하면서 행패를 부린 김계문(金啓文), 정택근(鄭宅根), 정관선(鄭寬善), 김이섭(金以燮) 등을 우선 포살하였고, 이경환(李京煥), 이근달(李根達) 등과 조승찬(趙昇贊), 사명철(史明喆), 김명학(金明學) 등의 죄상을 상세히 조사한 후 포살하였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2호> 청양군 보고서에는 강심은(姜心隱), 강군장(姜君章) 부자가 동학농민군에 가담하여 지역에서 행패를 부리고 난 이후 프랑스 천주교도로 숨어들어간 사실을 적발하여 처분을 기다린다는 첩보다. 또한 <4호> 청주군수의 보고(1895.8.7.)에서는 을미 7월 18일 황동준(黃東俊, 36세), 김봉원(金奉元, 23세), 이봉의(李奉宜, 25세), 정천만(鄭千萬, 38세) 등은 승려로서 도적행위 혐의가 있어 붙잡아서 취조한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이상의 첩보류에서는 1894년 전후 지방의 사회상과 동학농민군 및 적도들의 범죄 사실과 조치 등을 살펴볼 수 있다. 1895년에도 각지방의 분규는 계속되었기 때문에 각지에서 동학에 가담한 협의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첩보 자료는 모두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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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8 18:41

“갑오징어 씨 마를라”⋯군산시 수산자원 회복 총력

군산은 항구다. 그 만큼 바다 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유명세를 탄 박대와 홍어를 비롯해 새로운 특산물로 ‘갑오징어’가 뜨고 있다. 갑오징어는 마리당 단가가 높은 고부가가치 품종으로 과거부터 군산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품종이었으나 최근에는 자원량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이에 시는 수산자원 증대를 위해 갑오징어 산란 및 서식을 위한 시설물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한편 지역 대표 수산물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군산 갑오징어의 전국적 인지도 확산은 물론 지역 수산업과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오징어 중에 갑(甲) ‘갑오징어’ 갑오징어는 두족류의 일종으로 몸통 안에 작은 보트 모양의 석회질 뼈가 있어 일반 오징어류와는 구분된다. 갑오징어는 갑옷 같은 뼈가 있다고 해서 갑옷 ‘갑’자를 따 이름이 붙여졌다. 갑오징어는 동북아시아 일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지역 바다에 분포하며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서해‧남해의 잘피밭에서 많이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오징어 산란기는 4~6월(15~20℃)로 수심 2~10m 이내의 연안에서 암석‧해초‧해저 구조물 등 부착기질에 알을 붙여 산란하는 습성이 있다. 갑오징어는 회로 먹기도 하고,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일반 오징어에 비해 살이 두툼하고 식감이 쫄깃해서 인기가 높다. 또한 타우린 함량 및 DHA 등 영양소가 풍부해 보양식으로도 좋다. ◇줄어드는 갑오징어 개체 수 늘린다 군산의 갑오징어는 전국 위판량의 9.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으며, 개체 당 단가 역시 일반 수산물 평균의 2.84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어종이다. 다만 해양온난화‧적정 어획량을 넘어선 남획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되면서 이에 따른 자원회복 및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지역 내 갑오징어 위판량은 2017년 548여톤, 2018년 642여톤, 2019년 635여톤, 2020년 408여톤, 2021년 527여톤, 2022년 468여톤, 2023년 262여톤 등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군산시가 오는 2028년까지 옥도면 해역에 갑오징어 산란·서식장을 조성하고 나서 수산자원 증대와 어민의 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시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2024년 수산자원 산란·서식장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돼 향후 5년 동안(2024~2028년)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수산자원 산란·서식장 조성사업은 자원회복 대상품종의 산란·서식장을 조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산자원을 회복·증강시키기 위한 것으로, 사업비의 50%가 국비로 지원된다. 옥도면 해역을 중심으로 갑오징어 산란·서식장을 조성함에 따라 군산 해역에 갑오징어 자원량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갑오징어 산란 및 서식 조성 추진 군산시가 수산자원 증대를 위해 갑오징어 산란 및 서식을 위한 시설물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오는 2028년까지 총 40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 내용은 △산란장과 인공 해조장 조성 △자연석 시설 △종자 방류 및 효과조사 등이다. 이의 일환으로 시는 산란한 알을 부착하고 은신처 제공 등을 위해 산란시설물(갑오징어 통발) 900개를 비안도‧방축도‧연도 등 3개소에 300개씩 설치했다. 비안도 어촌계에는 별도의 인공 해조장(3mx3m) 10개소 설치를 통해 알 부착율의 비교분석 및 적절한 환경조성을 통해 산란율을 높이고 자연 증식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해조류의 자연 착생 유도와 함께 갑오징어 산란 및 성육장 기반 마련을 위해 자연석 시설과 갑오징어 종자 방류를 추진해 향후 이 사업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는 시설물 조성뿐만 아니라 산란장 주변의 수질 및 해양 환경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과 효과조사를 병행해 분석 및 평가하고 필요한 개선사항을 반영할 예정이다. ◇ 갑오징어 캐릭터 ‘갑토리’ 개발 군산시가 지역 대표 수산물인 갑오징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자원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캐릭터 ‘갑토리’를 개발하고 디자인 및 상표 출원을 완료했다. 이 사업은 국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갑오징어 산란·서식장 조성사업’과 연계해 추진됐다. 시는 ‘갑토리’ 캐릭터를 통해 갑오징어에 대한 시민과 관광객의 인지도를 높이고 친근감을 불어넣어 군산의 대표 수산물로 브랜화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해당 캐릭터를 디자인보호법 및 상표법에 따라 공식 등록 절차를 밟아 무단 도용을 방지하고 유사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독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동안 시는 △갑오징어 산란·서식장 조성 △홍보 영상 제작 및 송출 △‘갑토리’ 캐릭터 개발 △새만금마라톤대회 홍보 부스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대표 수산물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추진해 왔다. 앞으로도 시는 ‘갑토리’를 활용한 홍보물 제작과 축제·행사 부스 운영 등을 통해 관광객 유입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성원 군산시 어업정책과장은 “산란서식장 조성과 함께 갑오징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홍보 전략을 전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산 해역에 산란 서식장 시설 조성 외에도 어린 개체와 성체의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한 자연석 시설, 자원 증대를 위한 종자 방류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최종적으로는 군산시 해역에 맞는 맞춤형 산란 서식장 조성 고도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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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환규
  • 2025.05.28 18:37

[전북의 기후천사] 일회용품에 이별을 고함…지구 위해 용기(容器) 내 보았습니다

얼마 전 아이 엄마가 된 친구와 저녁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식사 준비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잠시 고민하던 친구는 아이를 돌보느라 집 밥 대신 주로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먹고 있지만 음식이 담겼던 용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타(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을 뜻하는 신조어)가 크게 온다고 했다. 자신은 한 끼 식사를 배달시켰을 뿐인데, 배출되는 일회용품의 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직접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일회용품은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상이 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자도 직접 다회용기를 들고 음식점에서 포장 주문을 해봤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최대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외출 시에는 개인 텀블러와 에코백을 지참하고,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제한해보자. 다회용기를 챙겨 음식점을 방문해 보니 생각보다 여러 모양의 그릇이 필요했다. 비닐에 낱개 포장 된 단무지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양념, 음료수를 담아주던 일회용컵까지…. 세트로 시키면 챙겨주는 음식이 한 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용기(容器) 하나만 덜렁 들고 주문하러 갔다가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소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음식점에 빈 용기(容器)를 들고 찾아갔다. 음식을 주문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을 줄인다면 그만큼 탄소 배출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세상인데 빈 그릇을 챙겨 음식점에 방문하는 게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주문할 때는 “제가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시겠어요?”라고 용기(勇氣)내 한마디를 더 보태야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분들은 “모양이 흐트러져서 포장 용기에 담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가져온 빈 용기를 반납하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취지를 공감하고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매장 그릇에 음식을 담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쑥쓰러움을 이겨내고 며칠 간 용기를 내밀었던 행동이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활 속 기후행동을 실천한 이유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3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민 1인당 배달 용기 연간 소비량은 568개(5.3kg)에 달한다. 생수페트병은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등이다. 특히 분리 배출이 가능한 플라스틱 가운데 배달음식 포장재가 포함된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이 2019년 하루 715.5t에서 2021년 하루 1292.2t으로 8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에서도 지난 2021년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프로젝트 ‘용기 내 전주 캠페인’을 추진한 바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전주시와 소비자연합, 8개 외식업체는 업무협약을 맺고 6월부터 10월까지 용기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은 전주의 음식점과 반찬가게에서 음식 포장시 일회용품이나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져가 포장해오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이다. 업소에 따라 100원~1000원을 할인받거나 음식 양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후 용기내 캠페인은 중단됐지만 최근 다회용기 사용지원 사업을 통해 다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시청사 인근 커피전문점 10곳과 전주시청 및 거점건물 2곳에서 테이크아웃 시 다회용컵을 제공할 예정이다. 참여 매장에서 다회용컵에 음료를 판매하고 무인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면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구조다. 쿠폰(음료 15잔)을 완성하면 참여 커피전문점에서 1000원이 할인 적용된다. 시는 덕진지역자활센터를 통해 컵을 회수한 뒤 전문 업체에서 세척해 다시 매장으로 공급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장례식장 다회용기 대여 및 세척 서비스 사업은 지속 운영한다. 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 장례문화 정착을 목표로 장례식장 접객실 내 다회용기 사용을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자발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4개 업체를 포함해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강제로 규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민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간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실천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간 절약을 위해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음식 나오는 시간까지 확인해 부리나케 달려 갔지만 이미 포장이 되어있었고, 텀블러에 어묵국물을 담으려다가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시기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 기획
  • 박은
  • 2025.05.25 18:24

[나는]노래하는 소방관 ⋯"도전하다 보면 길은 늘 열립니다"

“도전하다 보면 길은 늘 열립니다.” 2년 전 TV조선 <미스터트롯2>에 출연해 본선 1차까지 진출한 덕진소방서 김홍종(36) 소방교는 “도전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삶은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지난 22일 덕진소방서에서 만난 김 소방교는 미스터트롯2 참가자 모집 광고를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한 번 해봐”라는 말 한마디가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릴 적부터 예술을 사랑했던 그는 한국예술고등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 가정사로 음악을 접어야 했다. 현실적으로 가수의 길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생계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특전사에 입대해 4년 6개월을 복무했다. 이후 주변에서 “운동 좋아하고 활발한 너 같은 사람이 구급대원이 되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소방관의 길에 도전했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도 노래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김 소방교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호응해 줄 때 삶의 보람을 느꼈다. 노래할 때 나는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미스터트롯2에서 박구윤의 ‘두 바퀴’를 열창했다. 주황색 소방복을 입고 무대에 선 그가 진지한 자세로 노래를 부르자 예선 통과를 뜻하는 하트가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모든 하트에 불이 들어오면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통과를 뜻하는 ‘올하트’를 받았다. 김 소방교는 “그날 무대 위에서 정말 많이 떨었다. 올하트가 들어오던 순간의 기쁨은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본선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행사 요청이 오면 달려가고, 새로운 대회가 열리면 주저 없이 신청했다. 그는 지금도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열리면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 소방교는 “도전에서 오는 행복감이 있다. 구급대원으로 일하며 하루아침에 세상을 떠나는 분들을 볼 때면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기획
  • 문채연
  • 2025.05.2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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