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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청춘] 여든 앞둔 '봉사왕' 이영자 할머니 이야기

세상 사람 모두 봉사가 좋다는 건 알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여든을 앞두고도 지금도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주에서 나고 자란 이영자 할머니다. 매일 복지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처럼 작은 실천이 모이면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한 사람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는 무려 수십 년 동안 삶의 중심에 나눔과 헌신을 두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왔다. 몇 달 동안 이어가기도 어려운 봉사를 매일같이 한다는 건 삶의 중심에 돈보다 마음, 명예보다 행복이 있었다는 말이다. 전북일보 연중 기획 '팔팔 청춘의 인생 이야기' 여덟 번째 주인공인 이영자 할머니를 만나봤다. △'봉사 중독' 이영자 할머니 “시간만 있으면 항상 나와요.” 놀랍게도 일평생 봉사활동을 이어온 이영자(79) 할머니의 말이다. 여든을 앞둔 나이지만, 매일 노인복지관에 나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말 전주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하는 '전주시 으뜸자원봉사자' 일반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1365 자원봉사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지역 자원 봉사자 가운데 활동 횟수와 시간을 평가해 분기별로 시상하는 제도다. 그는 노인복지관에서 식당 관리와 배식 봉사를 꾸준히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의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단연 봉사다. 주말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4일은 완산노인복지관에서 보낸다. △오늘도 복지관으로 간다 이 할머니는 직접 요리를 하진 않지만, 매일 오전 10시 30분이면 복지관으로 향한다. 배식을 돕고, 탁자를 닦고, 식당을 청소하는 일이 그의 몫이다. 어르신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을 느낀다. 그는 "식당에 오면 어르신들이 '어제 왜 안 왔어?', '오늘은 더 곱다!'며 말을 걸어 주신다. 남들이 들으면 별말 아닐 수 있지만, 제겐 큰 위로가 된다"며 "그래서 하루라도 더 빨리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완산노인복지관은 그의 봉사 무대 중 한 곳일 뿐이다. 전에는 서원노인복지관과 양지노인복지관에서도 봉사활동을 해 왔다. 평생 완산동에서 살아온 그는 본인의 동네에서 따뜻한 손길이 전하고 싶어 완산으로 옮겼다. 이 할머니는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걸어 다니면서까지 서원·양지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하고 싶다"면서 "이왕이면 내 동네에서 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완산노인복지관에 식당이 생기기 전부터 봉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어머니 덕분에 시작한 봉사 사실 그의 기나긴 봉사 여정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무용을 전공했던 이 할머니는 초등학생 때부터 보육원과 미군 부대 공연 무대에 서며 자연스럽게 봉사를 접했다. 결혼 후 네 남매를 키우며 잠시 쉬었지만, 이후 새마을부녀회장부터 주민자치부회장, 각종 동호회장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책임을 맡으며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횟수로는 어느덧 7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그가 봉사에 빠지게 된 이유에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이 할머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우리 집엔 종종 굶주린 사람들이 찾아왔다. 어머니는 그분들이 오지 않아도 바가지에 밥을 퍼서 마루에 놓으시곤 했다. 그런 걸 보면서 자라서인지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에게 봉사는 행복이다 그에게 봉사는 단순히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활력을 주는 삶의 원천이다. 주 4일 꾸준히 봉사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일자리로 전환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늘 고개를 저었다. 이 할머니는 "가끔 일자리로 연결해 보라는 말을 듣는다. 근데 저는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봉사는 제 마음이 시키는 일이다"고 단호히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아도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다는 게 행복"이라며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다. 내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고 싶다. 이거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미소 지었다. △청춘들아, 이렇게 살아라! '봉사활동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묻는 말에는 "봉사는 강요할 수 없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팔팔 청춘' 기획의 공통 질문인 청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충고를 건넸다. 전쟁도 겪고, 남편 내조에 4남매, 손자까지 키우고 봉사하면서 얻은 인생의 지혜다. 이 할머니는 “요즘 청춘들을 보면 욕심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거 보면 다 욕심 때문에 아닌가 싶다”며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고, 자기 목표를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냥 내 주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5.11.03 16:48

창립 40주년 맞은 사선문화제전위원회 지방 축제 활성화 선두 주자

국민의 축제 사선문화제(제전위원장 양영두)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사선문화제는 지역민과 함께 한국의 전통문화 계승과 보전에 앞장서 온 토속적인 문화행사다. 밀레니엄 세대의 증가로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사선문화제는 오랫동안 외롭게 고수했다. 각계각층과 주변에서 지원과 후원,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지속적인 추진과 진행이 날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창립배경 1986년 임실군 관촌면에서는 사선대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나가자는 뜻을 관철키 위해 지역 주민 100여 명이 회합을 가졌다. 창립제전위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현 양영두 위원장을 본부장으로 사선문화제전위원회를 조직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이형로 초대 민선 군수(작고)에 이어 지역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의지를 다졌다. 또 현재 공동 주최를 맡고 있는 전북일보사는 창립 당시 손주항(작고) 전 국회의원이 도의원 재직 중 지역의 명승고적인 사선대 기념행사에서 우석대 설립과 전북일보 회장이던 서정상 박사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손 의원이 전주고 재학 시절 은사였던 서 박사는 이 같은 인연으로 향토문화 보전과 전승에 전북일보가 공동으로 나설 것을 약속했다. 1994년 제8회 사선문화제에서는 이 같은 서 박사의 적극적인 헌신과 지원에 보답, 3회 사선문화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사선문화제 추진 과정과 고충 초창기 사선문화제전위원회에서는 축제 프로그램 규모와 예산 편성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 문화제로서, 방문객들에 친밀감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 확보가 커다란 난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당시 제전위원장인 양위원장은 우선적으로 지역민을 설득하고 전북도민을 비롯 재경향우회와 후원기업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지원을 호소했다. 특히 당시 문화행사가 전무했던 임실에 주민 주도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임실군 최초의 관광축제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양위원장을 비롯한 제전위원들의 헌신은 해를 더하면서 문화제 행사를 통해 빛을 발했다. 학생과 일반인 대상 국악대제전과 사선녀 선발대회를 비롯 유명가수 초청 등은 큰 인기를 얻었고 전국 향토음식 대회와 농특산물 홍보 판매전도 지역경제에 변혁을 가져왔다. 예산 확보 차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전국구 인물로 평가받는 양 위원장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손주항 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까닭에 당시 정계와 재계에서도 양 위원장의 입김은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무보수로 활동했던 제전위원들의 열정적인 헌신은 당시 군민의 사선문화제 관심과 참여에 큰 힘을 발휘했다. △인기 프로그램과 전국 대상 시상제 1980년 대 창립 시는 국내에 축제가 그리 많지 시절로서, TV에서에서 보던 유명가수와 연예인 등을 축제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신선한 정감으로 다가왔다. 작고한 송해 선생이 이끄는 전국노래자랑과 KBS열린음악회 형태의 가요무대, MBC추석특집 사선대 생방송 등이 대표적이다. 또 SBS의 축하공연 등도 축제 현장에서 제작, 방송되면서 사선문화제는 당시 인근 지자체는 물론 도내와 전국 각지에서 많은 방문객을 불러왔다. 특히 전국 지자체에서는 지역별로 다양한 시상제도가 있었지만, 사선문화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생각과 나라사랑, 고향사랑에 앞장선 인물들을 선정해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다. 1년 간의 공적조사를 통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석전 황욱, 신석정 시인 및 최근 김용택 시인 등의 인물들을 발굴해 모두 300여 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치활동과 장학사업 양 위원장은 20대의 나이로 당시 임실과 순창, 남원지역 선거구에서 옥중 당선된 손주항 의원으로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서는 정부에 반대한 연유로 모진 고초와 고문 등을 겪어 지금까지 한쪽 눈은 실명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의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 한 평민당 시절에는 전북대변인과 민주당지역위원장, 중앙당당무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를 통해 양 위원장은 참된 봉사 정신이 정치와 경제, 사회 및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가져야 할 덕목임을 깊이 인식했다. 돈과 권력은 없었지만,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와 김대중재단상임지도위원, 대한민국헌정회 지문위원 등은 참된 헌신과 무한한 봉사가 최고의 가치라는 인식에서다. 장학사업에서도 자신이 가진 돈은 없었으나, 처음엔 상장과 영한사전 등을 부상으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최근에는 하림장학재단에서 관내 어려운 학생들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문주장학재단에서는 장학금과 생활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애국지사 후손들에도 추석과 설날 등 명절이면 생필품 등의 후원으로 우리 사회의 잊혀져 가는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 양영두 위원장 향후 운영 방안 창립 이후 40년이라는 시간을 위원장으로 활동해 오면서 많은 억측과 모함에 시달리는 시기가 많았습니다. 자치단체가 아닌 주민 주도의 문화제 행사로서 행사 규모와 예산 확보 등은 작금의 현실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내년이면 지자체 단체장 선거 등으로 새로운 군수와 도지사 등으로 행정체계가 대폭 변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선문화제의 향토문화성을 살리고 지키는 방안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제시할 것입니다. 특히 사선문화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새로운 체재를 구축한 후에는 명예위원장으로 남을 생각입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새롭고 훌륭한 단체장과 의원들이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이르러 향토 전통문화에 대한 주변의 관심과 후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축제는 예산이 행정 중심으로 쏠리는 까닭에 균형이 무너지고 독과점에 의한 불공정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행복권은 어느 경우에도 공정하고 균형있는 예산과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문화예술행사와 지방의 전통문화 축제에 대한 국비 지원이 지속적으로 관철돼야 합니다. 더불어 전통문화에 대한 큰 관심과 후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큰 틀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 기획
  • 박정우
  • 2025.11.03 08:54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교남수록

(윗줄 왼쪽부터)교남수록 표지, 1894년 8월 병방신태휴행군하기, 1894년 9월 병방박항래 영관최처규행군하기. (아랫줄 왼쪽부터)1894년 10월 초관 장교혁 김천유진하기, 1894년 11월 초관이완근 지례유진하기, 1894년 12월 초관 김태인 행군하기.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제공1894년 8월부터 12월까지 경상감영에서 전라도와 충청도에 인접한 군현으로 9차에 걸친 남영병 파견 경비를 기록한 문서가 『교남수록(嶠南隨錄)』이다. 교남은 새재의 남쪽인 영남을 의미하고, 수록은 어떠한 일을 기록했다는 말이다. 경비를 사용한 구체적인 기록을 통해 갑오년의 경상도 실상이 생생히 나타난다. △갑오년 여름 영남지역의 격동 사태 경상도의 동학농민군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재봉기 이전에 봉기해서 민보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 봉기 목적은 경상도에 있는 일본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요지마다 일본군이 병참부를 세우고 군용전신소를 연결했다. 북부에는 대구 – 선산 해평 – 상주 낙동 – 함창 태봉 – 문경으로 이어졌다. 이 노선을 따라 속속 일본군 제5사단 병력이 북상했다. 노즈 미치츠라(野津道貫) 사단장도 7월 23일부터 28일까지 기마병의 호위를 받으며 대구에서 문경으로 올라갔다. 이해 여름 서울 도성은 격동했다. 일본군이 6월 21일 새벽에 사대문을 막고 경복궁을 기습 점령해서 고종이 인질로 된 것이다. 그 직후 일본군 해군과 육군이 아산만과 충청도 성환에서 청국군을 공격하여 청일전쟁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개화파정권은 체제를 바꾸는 개혁안을 잇달아 공포했다. 7월 하순에 개국 기원 사용과 반상 차별의 폐지, 그리고 조혼 금지와 공사노비 폐지 등도 전해졌다. 판서를 대신으로 부르는 등 정부 체제의 전격 혁신도 결정되었다. 국난 사태가 흉흉한 소문과 함께 전국에 전파되었다. 전국에서 동학 조직은 의병 봉기를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항일투쟁을 시작한 지역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였다. 동학농민군의 목표는 일본군 군용전신소였다. 전신주를 쓰러뜨리고 전선을 절단하자 히로시마대본영이 두 방면에서 반격에 나섰다. 일본군을 경상도로 보내서 직접 진압하는 것과 조선 정부에 강요해서 진압군을 파견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상감영에서 남영병을 보낸 것이다. △경상감영의 남영군 파견 갑오년 당시 지방군 중 청주의 진남영과 전주의 무남영, 그리고 춘천의 진어영이 진압군을 보냈지만 출진 장졸의 수와 행군 일정 등을 전해주는 기록은 『교남수록』이 유일하다. 이 기록에 나타난 남영병의 9차례 출진 인원과 기간, 그리고 행군지와 주둔지는 다음과 같다. 병방 신태휴와 병정 200명의 예천 파견 시기가 8월 28일인 것이 주목된다.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재봉기를 결정하기 이전에 경상도에서 동학농민군이 봉기한 것이다. 행군한 지역은 상주목과 용궁현, 그리고 예천군이었다. 이 일대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 때문에 남영병이 파견된 것이다. 그 사건은 8월 28일 동학농민군 수천 명이 예천 읍내를 공격해서 벌어진 공방전이었고, 또 태봉병참부의 일본군 대위가 정탐을 나왔다가 산양 집결지에서 피살된 것이었다. 9월 하순에는 더 큰 사건이 벌어졌다. 동학 교단의 기포령에 따라 상주성과 선산성이 동학농민군에게 점거되었다. 그래서 다시 병방 박항래가 이끈 남영병 120명이 파견되었다. 그렇지만 상주와 선산성은 병참부 주둔 일본군이 반격해서 동학농민군이 물러났다. △남영병의 출진 상황 잇달아 출진한 남영병의 행군지역은 김산과 안의와 같은 전라도와 충청도 접경 군현이었다. 10월이 되면 일본군과 민보군, 그리고 남영병이 경상도 북서부 일대의 동학농민군을 제압하였다. 그 이후 출진한 것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대규모 동학농민군이 도의 경계를 넘어서 침입할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12월 하순 충청도와 전라도의 동학농민군 주력이 해산되자 남영병은 대구 감영으로 돌아가게 된다. 「교남수록」의 경비내역 기록이 전해주는 당시 상황은 상세하다. 잡다한 지출 항목과 물건값이 나오기 때문이다. 주요 항목이 밥값 노자돈 말먹이값 짚신값 술값 담배값 등이다. 이런 항목으로 구입한 분량도 적었다. 저녁밥 254상, 말 죽 7통, 술 5동이, 짚신 428부 등이다. 모든 경비는 2만 3,771량 1전 2푼으로 실제 사용한 액수는 2만 1,553량 1전 8푼으로 나온다. 대구판관 지석영도 토포사에 임명되어 하동과 진주 일대를 순회했지만 남영병을 이끌고 가지 못했다. 병력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영으로 가서 통제영의 병력을 배속받아 경상도 남부 일대에서 부산에서 온 일본군과 함께 이 지역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고 있었다.

  • 기획
  • 기고
  • 2025.10.29 17:59

[전북의 기후천사] 불완전해도 괜찮아…기후 위기 맞닥뜨린 지구를 위한 실천 ‘비건’

“공장형 축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량이 얼마인지 아세요?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다짐하면서 쓰레기 배출을 줄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의 양인데 상상이 되세요?” 지난 18일 지향집에 진행된 인터뷰 중 전주비건위크 운영자인 정운경(40·활동명 아리엘)씨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분의 1가량이 가축에서 나온다. 소가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식이 탄소 절감에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육식은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간이 소고기를 먹기 위해 지구 허파인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며 소를 목축하고 있어서다. 그렇게 키워낸 소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연간 최대 1억80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4년째 비건(Vegan·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채식주의)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 아리엘은 인터뷰 내내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비건이 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비장하고 선언적인 외침의 ‘비건’이 아닌 지속가능한 내일을 담보하기 위한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 시행착오 속 나만의 비건 음식 찾기 요가 강사인 아리엘은 2021년부터 먹는 걸 바꿨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이 생겼다.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과 생태계 오염 뉴스를 접하면서 스스로 ‘쓰레기를 줄여보자’ 다짐했다. 그 즈음 우연히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환경서적을 읽게 됐다. 그때 그는 육류를 먹는 행위가 환경을 파괴시키는 절대적 악(惡)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거창한 이유보다는 자연스레 ‘비건’을 선택하게 됐다. 아리엘이 비건 지향의 첫 단계로 실천한 것은 ‘덩어리 고기’ 소비 금지였다. 그리고 점차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나갔다. 물론 냉동 만두나 가공식품에 포함된 고기까지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맛있는 비건 음식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렬했을지도 모른다. 아리엘은 스스로 맛있는 비건 음식을 먹으리라 다짐했고 각종 채소로 카레를 만들어 먹거나 남은 식재료를 조합해 보리쌈밥, 두부면 국수, 두부 토마토볶음 등 다양한 비건 집밥을 해먹었다. 그는 “(채소 식사가)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식재료 구입 비용이 줄어들었고 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미식의 세계를 알게 됐다. 기름기가 적다 보니 속이 편안하고, 조리 시간도 단축돼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렸다. △채식 커뮤니티와 만남…‘함께’라는 즐거움 비건을 지향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아리엘은 한국 외식 문화에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크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그래서 비건을 선언한 후 친구들과 약속 있을 때마다 식당을 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과거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주에서도 비건 식당이 차츰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과 음식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아리엘은 채식을 하면서 사적인 만남이나 외식 관련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지속가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눈앞의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던 그는 각종 비건 블로그에서 전주비건맛집을 찾게 됐고, 전주비건위크라는 소모임에 합류하게 됐다. 온라인상의 채식 커뮤니티는 아리엘이 몰랐던 ‘지속가능한 삶’에 한 발 가깝게 만들어줬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비건 요리법을 터득할 수 있었기 때문. 아리엘은 “채식은 보통 홀로 실천하고, 지역에서는 극소수가 한다"면서 "그러나 함께 채식하는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 지속가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신에게 비건이란?…내일을 위한 선택 비건을 지속해온 이들은 대부분 채식에 대한 강박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혹시 동물성 원료를 먹게 되더라도 자책하기보다는 지속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리엘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채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무엇을 먹고 있지?’‘ 앞으로 내가 살아갈 미래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기후위기라는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아리엘은 “저에게 기후위기는 아직은 먼 이야기”라면서도 “제가 먹는 음식과 가족들이 섭취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후위기까지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리엘은 인터뷰를 마치고, 친구 2명과 함께 손수 비건 집밥을 만들어 먹었다. ‘비건’을 지향하는 아리엘의 친구들로 이들은 "비건은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건 지향의 삶이 결국 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었다. 아리엘은 “뉴스를 보면서 환경문제 같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며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전했다.

  • 기획
  • 박은
  • 2025.10.20 18:35

[트민기] 러닝도 진화한다⋯‘달리기+여행’ 런 트립 인기

유행은 돌고 돈다. 빨라도 너무 빨리 돈다. 괜히 아는 척한다고 "요즘 유행인데 몰랐어?" 이야기했다가 유행이 끝나 창피당하는 일도 다반사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들, 트민기가 떴으니 이제 걱정 없다. 이 기사를 읽는 순간에도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유행이 올라오고 트렌드가 진화한다. 트민기는 빠르게 흐름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목표다. “요즘 여행 가면 꼭 뛰어요. 숙소 주변 달리기 코스부터 검색하죠.” 직장인 김세진(31) 씨는 최근 제주도로 ‘런 트립’(Run Trip)을 다녀왔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달리기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 그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어 뛰기 편했다. 달리는 동안 머리도 식고, 자연을 두 눈으로 담다 보니 사진보다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달리기와 여행을 결합한 런 트립이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운동을 넘어 경험 소비의 일환으로 여겨지면서 관련 여행 상품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특히 해외 마라톤 대회 일정을 맞춘 상품이 인기를 끈다. 하나투어는 올해 초 오사카 마라톤 대회 참가권을 포함한 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이후 사이판·베트남 다낭 등지로 확대했다. 실제 육상 선수가 여행에 함께하고 패키지여행과 자유 여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러너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북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 군산에는 러닝 전문 기업 ‘런콥’이 진행하는 군산 런트립이 있다. 지난 2023년에 첫선을 보이고 2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결과 회차당 무려 60여 명이 참여했다. 또 장수에는 트레일레이스(산악 마라톤)가 열리고 있다. 귀촌 청년이 직접 코스를 개발해 6회차를 맞이했다. 약 173km에 달하는 코스는 장수의 자연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어 해마다 참가자가 늘고 있다. 런 트립의 열풍은 경험 중심 소비가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은 지난해 발표한 ‘러닝 홀리데이 국내현황 및 유형분류’에서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지며 관심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을 깊게 파고드는 디깅 문화가 유행하는 중이다. 취향 및 경험 중시 경향이 강해지고 가치 소비가 증가하며 취미 여행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주 러닝 모임에 참여 중인 정모 씨도 "러너에게 달리기는 일상이다. 어차피 매일 뛰어야 하는데, 여행을 갔을 때 뛰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며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다양한 런 트립 상품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 기획
  • 문채연
  • 2025.10.18 07:48

[핫플레이스] 순창 강천산 힐링여행⋯사계절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의 시간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는 10월, 강천산을 찾았다. 아직은 낮 기온이 높아 여름 같은 날씨지만, 강천산의 울창한 숲그늘과 시원한 계곡은 무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여전히 천연 피서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소리와 폭포에서 피어오르는 물보라만으로도 체감온도가 한결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10월 말이면 강천산은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할 것이다. 황금들녘으로 온 세상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을 찾아 떠나는 등산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명품 산이 바로 강천산이다. 온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호남의 소금강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시기가 곧 다가온다. 늦더위를 식혀주는 초가을의 시원함과 곧 절정을 이룰 단풍의 아름다움까지, 강천산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사계절 명품 산이다. 완만한 산책길이 가족과 함께 걷기에 강천산 만한 곳이 없다. 강천산은 숲속 데크도 설치해 숲속의 향기를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가족과 함께 대화하며 일상에서 지친 피로를 날려버리는 강천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순창을 대표하는 관광지 `강천산'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강천산은 해발 584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맑은 계곡과 5개 코스의 등산로를 비롯해, 맨발 산책로, 병풍폭포와 구장군 폭포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강천산을 끼고 도는 계곡과 바위가 아름다워 강천산을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그 중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구간은 병풍폭포부터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지는 맨발 산책로다. 강천산은 산세가 가파르지 않아 맑은 계곡을 따라 아이들도 걸을 수 있는 완만한 산책로가 왕복 5km가량 이어진다. 황토길에 모래를 뿌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이곳을 찾았을 때, 아직 단풍은 물들기 전이었지만 울창한 녹음 사이로 보이는 풍경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특히 현수교부터 구장군 폭포까지 800m 가량 이어지는 애기단풍 길은 앞으로 몇 주 후면 장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단풍들로 터널을 이루면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청량감을 느끼게 해줄뿐더러 포근한 기분까지 들게 해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대화하면 어느새 구장군 폭포에 도착해 있다. △ 맨발로 느끼는 대지의 기운, 강천산 맨발걷기의 특별한 경험 강천산의 특별함은 맨발걷기 체험에서 절정에 달한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맨발 산책로가 조성된 강천산은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교감을 되찾게 해준다. 황토와 모래로 조성된 맨발 산책로는 총 2.5km 구간으로, 병풍폭포에서 시작해 강천사를 지나 구장군폭포까지 이어진다. 실제 신발을 벗고 걸어보니 발가락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황토의 감촉이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에 특별한 치유 경험을 선사했다. 맨발걷기의 건강 효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발바닥 지압 효과로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대지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한다. 또한 발끝의 감각을 깨우는 과정에서 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강천산 맨발길의 매력은 구간별로 다른 지형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구의 부드러운 황토길에서 시작해 자갈이 섞인 구간, 매끄러운 돌길, 그리고 계곡 근처의 시원한 모래길까지 다양한 질감을 발로 느낄 수 있었고 각기 다른 자극이 발바닥의 혈점을 골고루 자극해 자연스러운 족욕 효과를 가져다준다. 함께 걸었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간지럽다며 웃던 아이들도 점차 적응하며 흙을 발가락으로 움켜쥐고, 차가운 돌멩이의 감촉을 즐기며 자연과 친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맨발길 중간중간에는 발 씻는 곳과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의성도 높다. 구장군폭포 근처의 발 씻는 곳에서는 차가운 계곡물로 발을 씻으며 맨발걷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초가을까지 계속되는 무더위를 날려주는 강천산의 시원한 매력 10월 초인데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요즘, 강천산은 도심의 무더위를 피해 찾아오는 등산객들에게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소리만으로도 체감온도가 5도 이상 떨어지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요즘같은 계절의 강천산의 백미는 단연 계곡의 시원함이다. 강천사 일주문 앞 계곡에서는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탐방객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온몸의 열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특히 구장군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구간은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천연 힐링 공간을 연출한다. 폭포의 물보라는 또 다른 장관이다. 50m 높이에서 쏟아지는 병풍폭포의 물줄기는 초가을에도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폭포 주변에 서 있기만 해도 미세한 물방울들이 피부에 닿아 천연 미스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숲속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피톤치드가 가득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최고의 산림욕장이 된다. 무성한 녹음이 만들어낸 초록터널을 걸으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흡수할 수 있었다. △ 병풍폭포와 구장군 폭포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강천산 입구를 조금 지나니 등산객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저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에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바로 '병풍폭포'였다. 병풍폭포는 이름처럼 병풍을 드리운 아름다운 폭포다. 또 병풍처럼 넓게 펼쳐져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병풍폭포는 자연이 만들어낸 폭포는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잊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폭포수를 맞으면 죄 지은 사람도 죄가 씻겨 내려간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높이 50m의 시원한 폭포수가 연신 쏟아지며, 갈 길 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의 핸드폰 셔터 소리가 쉴세없이 들렸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폭포 앞에서 제각기 포즈를 취했다. 병풍폭포가 소담한 여성의 미를 간직한 폭포라면 구장군 폭포는 웅장한 남성의 미가 돋보이는 폭포다. 강천사를 지나 마주한 구장군 폭포는 높이 120m에서 3줄기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병풍폭포보다 높이가 높다보니 쏟아지는 모습이 웅장했다. 또 산수정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강천산에서 가장 빼어난 비경으로 꼽힌다. 강천산에 왔어도 구장군 폭포를 보지 못하면 강천산에 왔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장군 폭포의 아름다운 절경은 보는 이들의 혼을 빼 놓았다. 이 폭포는 옛날 마한시대 혈맹을 맺은 아홉명의 장수가 전장에서 패한 후 이곳에 이르러 자결하려는 순간 차라리 자결할 바에는 전장에서 적과 싸우다 죽자는 비장한 각오로 마음을 다지고 전쟁에 나가 승리를 거두었다는 아홉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강천산을 처음 방문해 구장군 폭포를 본 순간, 마치 스위스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색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졌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가을의 `강천사’ 강천산의 초입에서 맨발로 산책로를 걷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고즈넉한 절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강천사다. 강천사는 고려 887년 진성여왕때 도선국사가 창건 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대웅전, 오층석탑과 금강문 등이 있는 조그만 절이다. 창건자 도선이 "머리카락과 수염이 없는 사람이 있어야 빈찰(貧刹)이 부찰(富刹)로 바뀌고 도량이 정화된다"고 한 예언에 따라 절을 유지해 비구승보다 비구니들이 많이 머물렀다고도 전해진다. 그래서 인지 여성스럽고 수수함이 많이 느껴지는 절이었다. 강천사는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물 한모금의 휴식을 기꺼이 내 주는 휴식처다. 오가며 들어와 쉬며 그 소담한 아름다움에 빠져 보았다.

  • 기획
  • 임남근
  • 2025.10.16 14:25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62)동학농민군 진압 관련 기록물 6건

이번에 소개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정부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진압한 뒤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기록물로서 『충청도목천현전소모진적산실수성책』 등 6건이다. 작성시기는 1894년 12월에서 1895년 2월에 걸쳐 있으며, 6건 모두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이를 통해 정부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어떻게 수습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6건 가운데 3건이 1895년 1월에 나주에 있던 전라도 초토영 초토사 민종렬이 작성한 것으로, 나주에 머물며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일본군과 정부군이 서울로 올라간 뒤 나주 초토영에서 어떻게 잔여 동학농민군을 소탕하고 전라지역을 통제하였지를 알 수 있어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크다. ︋ △『충청도목천현전소모진적산실수성책(忠淸道木川縣前召募陣籍産實數成冊)』 이 기록물은 1895년 2월에 목천현 전 소모진이 동학농민군으로부터 몰수한 물품의 내력을 정리한 자료이다. 크기는 21.9✕31cm이며 1책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동학농민군 기포시 쌓아놓은 장소(복구정·작성산)에서 몰수한 물품목록, 처형된 동학농민군(22명)에게서 몰수한 물품목록, 석방하거나 도망한 동학농민군(13명)에게서 몰수한 물품목록으로 나누어 동학농민군 성명과 몰수한 물품을 정리해놓았다. 이렇게 몰수한 물품은 모두 벼 790석, 백미 121석 17두, 콩 1석, 소 11마리, 말 13필, 담배 1천파, 목화 70근이며 말미에 몰수한 물품의 사용내역을 기재하였다. 동학농민군의 소재지도 천안 목천 외에 진천, 충주, 음죽, 양성 등지에 걸쳐 있다. 이것으로 보아 이 기록물은 소모사 정기봉(鄭基鳳)이 소모진을 이끌고 활동하면서 동학농민군에게서 몰수한 물품과 그 사용처를 보고한 것이다. 자료 말미에 ‘관찰사겸순찰사 박’이란 문구로 보아, 1895년 2월에 충청도관찰사 박제순이 작성한 것이다. 이 기록물에서 말하는 소모진은 소모사 정기봉이다. 그는 9월 26일경 맹영재와 같이 기전소모관(畿甸召募官)으로 임명되어 민간의 포군을 모집해서 동학농민군 진압에 나선 인물이다. 그는 양성 포군 300명을 모집해 소모진을 꾸린 뒤 10월 19일 밤 천안 목천경계로 들어와 활동하기 시작하였으나, 10월 21일 이두황이 이끄는 장위영군이 먼저 세성산 동학농민군을 공격하였다. 10월 21일 세성산전투 이후 정기봉은 목천지역에서 무자비하게 동학농민군을 찾아내 처형하고 재산을 몰수하였다. 11월 15일에는 목천현감도 겸직, 11월 19일 부임하였다. 호서소모관으로도 임명되어 11월 15일 전후 청주, 진천, 충주 등지에서도 활동하였다. 이 과정에서 민간 침탈도 이어져 큰 원성을 산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기봉은 동학농민군 진압 공로로 동학농민군을 진압·토벌하는데 공을 세운 411명이 수록된 『갑오군공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에 관한 기록은 『갑오군정실기』에 자세하므로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소모관솔포군상경시양근군삼참공궤식상여소임전실수성책(召募官率砲軍上京時楊根郡三站供饋食床與所入錢實數成冊』 이 기록물은 1894년 12월에 경기도 양근군에서 상경하는 소모관이 이끄는 포군의 식비와 짚신, 담배 등을 마련하는데 소요된 비용을 각 참(站)별로 적어 놓은 자료이다. 자료 크기는 20✕24cm 1책이다. 양근군 읍참(邑站)에서는 소모관·중군·선봉과 포군 6백명의 두끼분 식사와 기타 비용을 지출하였다. 들어간 비용은 소모관 등의 술상 1상에 2냥 4전, 식비 1상에 6전, 포군 600명의 두끼 식사비 240냥 등 총 339냥 2전이었다. 그밖에 길을 가다 먹은 점심값, 두물머리에서 숙박할 때 식비, 담배, 짚신 등의 비용이 지출되었다. 양근군에서 총 지출된 비용은 엽전 768냥 2전이었다. 이 기록물은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데 동원된 군인 등의 비용을 해당 지역의 군현에서 부담하였음을 알려줄 뿐 아니라, 군현에서 지원한 것들이 술상, 밥상, 담배, 짚신 등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당시 물가를 엿볼 수도 있다. 이러한 비용은 실질적으로 지역민에게 전가되어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 『호연초토영각읍절의열행인성명성책(湖沿招討營各邑節義烈行人姓名成冊)』 이 기록물은 1895년 호연초토영이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군에 대항해서 싸우다 죽은 사람들 가운데 절의와 열행한 이들을 기록한 자료이다. 크기는 26✕37cm이며 1책(3장)이다. 절의한 사람으로는 홍주 유학 유기석, 덕산 전 도사 황종원, 예산 아전 김명황 부자, 서산 이방 송봉훈, 해미 유학 김상엽 등 홍주, 예산, 서산 등지에서 활동한 11명과 열행한 여성 2명이다. 홍주 향교를 지키려다 희생된 교생 6명도 포함되어 있다. 호연초토영은 1894년 10월에 홍주성에 설치되었다. 정부는 충남 내포지역 동학농민군 세력이 확대되자 10월 8일 홍주목사 이승우를 호연초토사(湖沿招討使)로 임명, 내포지역 동학농민군을 토벌할 수 있는 군사권을 부여하였다. 이 때부터 홍주성이 초연초토영으로 전환, 호연초토사 이승우는 관군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내포지역 동학농민군을 토벌하였고, 이 과정에서 유생 등으로 구성된 민보군을 조직적으로 활용하여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고 체포, 처형하였다. 이 자료는 그 과정에서 절의를 지킨 유생과 여성들의 명단과 활동상을 호연초토사 이승우가 1895년 2월에 정리하여 중앙에 보고한 것이다. 충남 내포지역 동학농민군의 활동과 그에 대항한 유생·아전·여성들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 『전주부전전라도각읍상납중비류소탈전목미태구별성책(全州府前全羅道各邑上納中匪類所奪錢木米太區別成冊』 이 기록물은 1895년 8월 전주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전라도내 각군에서 동학농민군들에게 빼앗긴 전세(田稅)를 비롯한 각종 상납의 내역이 군별로 파악 기재된 책이다. 크기는 19.5✕31cm이며 1책(12장)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전주를 비롯한 전라도 20개 군별로 동학농민군에게 탈취당한 상납물과 해당 연도의 세목(稅目)이 적혀 있다. 빼앗긴 상납물은 전세미태(田稅米太), 대동미, 호포전, 각종 군목(軍木), 군전(軍錢) 등 여러 종류에 걸쳐 있다. 특히 이 세액을 반씩 나누어 「감(減)」, 「실(實)」로 표기하였는데, 「감」이란 중앙에서 탕감해준 액수였다. 실제 상납액은 원래 상납액의 반인데, 권말에 기재된 탈취액의 총계는 전(錢) 113,887냥, 목(木) 227동 2필, 쌀(米) 1,815석, 콩(太) 291석이다. 이들 탈취액은 대부분 농민군이 군수 조달을 위해 각 읍에 있는 상납물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라도 20개 군에서 전개된 동학농민군의 움직임을 엿볼 수 있다. △︋ 『전라도각읍매사읍작통규모관사조약별록성책(全羅道各邑每四邑作統規模關辭條約別錄成冊)』 이 기록물은 1895년 1월에 호남초토영의 초토사 민종렬이 전라도 각 읍을 작통(作統)하면서 각 읍에 보낸 관사(關辭), 작통조약(作統條約), 작통 내용을 수록한 자료이다. 크기는 20✕34.5cm 1책(5장)으로 되어 있다. 내용은 관사와 작통 조약, 작통질(作統秩)로 나뉜다. 관사에서는 2차 동학농민혁명으로 인하여 각 읍의 수비체제가 극도로 문란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오가작통을 통하여 잔당의 토벌 및 긴밀한 협조체제를 강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오가작통 조약은 4조로 되어 있는데, 4읍이 협조하여 작통하고 각 읍 간의 긴밀한 연락을 취할 것, 수성군(守城軍)의 상호 협조와 고을 경계를 넘어 생기는 민간 폐해 엄금 및 적을 토벌할 방략을 세울 것 등이다. 각 읍의 작통질은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를 제외한 52읍을 근접한 4읍 단위로 작통한 총 13통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기록물은 전라도에서 동학농민군의 잔당을 소탕하고 지방의 수비태세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시 나주 호남초토영의 진압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이다. 특히 나주에 머물던 일본군과 정부군이 서울로 떠난 뒤 나주 초토영이 어떻게 전라도지역을 통제하면서 생존한 동학농민군을 토벌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호남초토영참모관별군관천보성명성책(湖南招討營參謀官別軍官薦報姓名成冊』) 이 기록물은 1895년 1월에 호남 초토영 초토사 민종렬이 작성한 것으로, 민종렬이 참모관과 별군관을 추천·보고한 문서이다. 크기는 21.1✕35.9cm 1책이다. 참모관에는 전 현감 손응설과 전 전적 오학선을 추천하였고, 별군관에는 유학 현덕종과 부사과 전학권을 추천하였다. 민종렬이 이들을 참모관이나 별군관으로 추천한 것은 민보군을 조직하여 동학농민군을 토벌하는데 공로를 세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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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10.15 19:08

[뉴스와 인물] “민주주의는 이기려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합의의 예술”

전문=대한민국 국회의 권한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지만, 의회주의는 자취를 감췄다. 권력의 분점이 아닌 독점, 토론의 장이 아닌 전장의 풍경 속에서 ‘정치의 품격’은 희미해지고 있다. 그런 시대에, 의회주의자 백봉(白峰) 라용균(1895~1984)을 다시 불러낸 책이 지난 5월 세상에 나왔다. <백봉 라용균 연구>는 단순한 인물 전기가 아니다. 의회를 ‘규칙이 분명한 아마추어 스포츠’로 이해했던 한 정치인의 철학, 그리고 그 품격의 정치가 왜 지금 다시 소환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시대적 기록이다. 백봉의 넷째 아들이자 외교관·정치학자로 살아온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전 우석대 총장)는 이번 연구서의 발간을 통해 오늘날 한국 정치가 잃어버린 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정치는 격돌이 아니라 설득의 예술이어야 한다는 신념, 승패가 아니라 ‘좋은 경기’를 남겨야 한다는 백봉의 의회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 철학을 다시 복원하려는 시도로 오는 14일 국회에서 북 콘서트가 열린다. 전북일보는 지난 10일 이번 연구서 편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라 교수를 만나 왜 이 시점에 ‘의회주의자 백봉’을 다시 소환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의 정치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들었다. -선친인 백봉 라용균 선생에 대한 연구서가 그의 사후, 좀 늦게 나온 느낌이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가요? “저도 이제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선친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선친에 관한 연구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에 관하여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제가) 여러 차례 자서전 집필을 권유 드렸습니다. 자술 기록을 남기는 건 공인으로서 일종의 의무라고요. 그러자 선친께선 ‘(내가 내 이야기를 기록으로 직접 남기면)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하시더라고요. 세상을 떠나신 후 몇 분이 뜻을 모아 전기 준비를 권유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에 뜻이 있는 몇 분과 함께 이 연구서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즉 이번 <백봉 라용균 연구>는 흔히 있는 전기류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지한 학문적인 연구로 시작됐습니다.” -곧 국회에서 연구서 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어떤 내용으로 준비 중 이신지. “단순한 출판기념회나 책 발표라기보단 선친의 정신을 기리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특히 이종찬 광복회 회장이 특히 선친의 임시정부 시절 활동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으로 있다가 재헌 국회로 이어진,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국회를 잇는 상징적 인물이다’라고요. 그게 사실 저도 다시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에요. 임정에서 해방 이후까지 끊기지 않은 정치철학의 맥이 있었다는 거죠. 이종찬 광복회장, 정대철 헌정회장, 정세균 전 총리 세 분이 공동초청인으로 참여합니다. 세 분 모두 ‘의회주의를 복원에 뜻이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백봉 선생의 사상적 여정을 들여다봐야 겠네요. 의회주의자 백봉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20대 초반, 일본 유학 시절에는 공산주의에 많이 기울었어요. ‘민족해방 방법론’으로 공산주의가 매력적으로 보이던 시기였고 또 ‘독립하려면 새로운 체제가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많았으니까요. 왕정이던 우리나라가 독립해서 어떤 체제를 갖출지의 고민이었겠죠. 그래서 모스크바 동방노력자대회에도 임시정부 대표로 갔죠. 그때 여운형, 김규식 선생과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련에 가서 보고 큰 충격을 받았대요. 이상사회라더니, 실제로는 숙청과 억압이 난무했거든요. 또 개인의 삶은 아무 의미가 없었어요. 현실을 접한 선친은 ‘이건 인간이 살 세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셨다고 해요. 그 이후로 평생 공산주의는 절대 (대한민국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결심하셨죠.” -청년 라용균이 공산주의와 결별을 선언하고, 의회주의자가 된 상징적 계기가 있었나요. “그 뒤로 좀 실의에 빠지셨는데, 그때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의 권유로 영국 유학을 가게 되 되셨어요. 당시 도산 선생이 선친에 ‘독립운동도 중요하다. 그러나 독립 이후 나라를 잘 운영할 인재가 더 중요하다’라고 하셨대요. 도산이 추천해 준 곳이 바로 영국이었어요. 당시 세계 제일 선진국이니 공부하고 오라고 조언하셨죠. 그래서 영국 유학을 결심하셨어요. 그게 선친 인생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죠.” -영국에선 무엇을 보시고 경험했나요? “영국 의회를 직접 보시고, 정치란 싸움이 아니라 규칙이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하셨죠. 선거에서 싸우던 정치인들이 결과가 나오자 웃으며 악수하더란 거예요.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는 패자를 존중했다는 거죠. 선친은 ‘정치는 아마추어 스포츠와 같다’라고 자주 말씀했어요. 룰을 지키고, 상대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보는 것. 그게 바로 ‘백봉 의회주의’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적이 아닌 파트너로 본다’ 현재 우리나라 의회에는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요즘 국회 보면요, 의회가 아니라 싸움터 같아요. 권력을 ‘임시적 권한’이 아니라 ‘세상을 새로 만드는 도구’로 착각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임기 안에 국가의 모든 걸 바꾸려 하죠. 그건 정치가 아니라 폭정이에요. 정치는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라, 상대와 함께 규칙 안에서 경기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선친이 항상 강조하셨던 거 같아요.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찍어준 국민의 뜻’이라고들 합니다. 국민 다수가 찍어줬으니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정치는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요즘 정치 보면 ‘국민의 뜻을 다수결’이라 치환하죠. 근데 그게 국민 전체의 뜻일 수 있습니까? 60대 40으로 이겼다고 해서 40%의 의견이 무시되면 그건 폭정이에요. 의회는 바로 그 균형을 잡는 곳이에요. 상대 의견을 협의하고, 서로 조정하는 공간. 그걸 안 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집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국민의 뜻이란 부분적일 뿐입니다. 60%가 지지해도 나머지 40%를 존중해야 하죠. 그게 백봉 정신, 즉 ‘합의와 품격의 정치’입니다.” -대통령중심제보다 대통령중심적 사고가 문제일수도 있겠네요. “옛날엔 ‘하늘의 명을 받아서 나라를 다스린다’ 그랬잖아요. 새로운 세상을 연다, 새로운 천하를 연다. 이런 생각이 아직 (우리나라에)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이 있다는 걸 인식 안 하고, 상대방의 근거를 모두 없애버리려고 그래요. 여야 할 것 없이 다 그래요.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정치는 왜 전문가가 없나’ 그랬더니 프로타고라스가 대답했죠. ‘정치 능력은 인간 모두에게 주어진 보편 능력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 사회는 언제나 의견 충돌이 있고, 완벽한 합의는 없다. 그걸 제어하는 게 제도고, 그게 바로 의회예요. 그래서 선친은 ‘항상 (나라에 충성하는) 반대파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반대가 없으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종교라고요. 또 ‘이긴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졌다고 비굴해질 필요는 없지만, 권력을 쥐었다고 교만해지면 안 된다’ 그게 선친이 평생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라 교수는 전주부 고부군 북무면(현 정읍)태생인 백봉 라용균의 넷째 아들로 194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영국·주일본 대사를 지냈다. 제10대 우석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원로 외교관출신 정치학자로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협상과 설득을 강조해왔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과 정치> <세계의 발견>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 등이 있다.

  • 기획
  • 김윤정
  • 2025.10.12 17:45

[기획] 명절 뒤 찾아오는 마음의 피로, ‘명절증후군’의 경고를 들어야 할 때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직장인 김미래(46·가명) 씨는 평소와 다르게 기분이 쳐지고 쉽게 짜증이 난다. 연휴 내내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맞느라 지친 탓인지 피곤하고 의욕도 떨어지고, 직장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낀다. 병원을 찾은 그는 "집이나 주변에는 괜찮은 척 지내려고 하지만, 그 동안 쌓였던 긴장과 답답함에 힘들다"고 호소했다. 흔히 ‘명절증후군’이라 불리는 이러한 증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일 교수와 함께 명절증후군의 원인과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 등을 알아본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증후군’은 의학적 진단명은 아니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리적·신체적 반응으로 바라본다. 명절 동안 장시간의 이동, 가족 간의 역할 부담과 관계 갈등, 과도한 가사 노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체적 긴장과 정신적 피로가 쌓인다. 그 결과 불면, 두통과 같은 신체 증상은 물론, 짜증·불안·우울감 등의 정서적 변화가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업무 복귀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면서 무기력감이나 집중력 저하를 겪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의 리듬이 깨지고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겹쳐서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후유증이 바로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의 원인 명절은 가족과 친척을 만나 정을 나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절을 맞이하는 장거리 이동이나 집안일, 지출 부담, 그리고 관계 속 갈등은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같은 명절이라는 경험 속에서도 어떤 부분은 에너지를 채워주지만, 또 다른 부분은 오히려 힘을 소진시켜 명절 후 피로와 불편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 증상 - 스트레스, 불안 및 신체증상 명절은 오랜만에 친척이나 가족을 만나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와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음식 준비, 예산 문제, 친척 간의 갈등까지 겹치면 마음이 쉽게 지치고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명절은 반가운 만남과 기쁜 자리이지만, 일상적인 생활 리듬이 깨지고 평소와 다른 환경과 역할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분노와 짜증의 급격한 표출 감정을 억누르며 지내다가 명절을 계기로 갈등이 격해지면 화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듣기 싫은 잔소리를 참고 넘기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에도 웃으며 맞장구치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이런 감정이 쌓이다 보면 명절 이후에도 스트레스와 불편감이 이어질 수 있다. - 식사와 수면 패턴의 변화 평소보다 많은 명절 음식을 접하면서 과식이 일어나고, 술자리가 곁들여지기도 한다. 특히, 연휴가 길어질수록 이러한 불규칙한 습관이 고착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예컨대 깨진 수면과 식사 리듬이 회복되지 않아 피로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업무에 집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곤 한다. 대처법과 극복 전략 - 감정 표현하기 명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자리들도 있을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이나 친척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 준비와 일정 관리에 대한 압박 등이 쌓이면 작은 일에도 짜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긴장되고 지친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 기대치 낮추기 명절을 완벽하게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키우는 주요 원인이다. 박 교수는 “명절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마음이 지치기 쉽다. 모든 일을 다 해내려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충분히 잘했다’는 인식을 가지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가족 간 갈등에도 과도하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명절 후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 규칙적인 수면 회복 명절 동안 뒤틀린 수면 리듬을 회복하는 것은 정신건강 회복의 기본이 된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되찾고, 낮잠은 30분 이내로 제한하며, 밤에는 소음을 줄이고 조명을 낮추어 수면 위생을 지켜야 한다. 충분한 숙면은 피로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가벼운 운동·명상 걷기, 스트레칭과 같은 신체 활동은 긴장을 완화하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명상이나 호흡법, 특히 복식호흡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며 긴장과 지친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 10분의 짧은 명상만으로도 심리적 피로를 줄이고 사고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 전문가 도움 받기 명절 증후군이 수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로 치부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우울감, 불안과 짜증, 불면, 과도한 피로감 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상담이 필요하다. 개인의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지지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나 마음챙김 기반치료와 같은 다양한 치료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낡은 편견을 버리는 일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조기에 개입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회복하는 차원을 넘어 가족과 사회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에도 결정적이다. "긴 명절이 지나고 일상으로의 회복이 더디다면… 무시하지 말아야" 박종일 교수는 "명절증후군이 일시적인 피로나 기분 변화로 그치지 않고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나타날 때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충분히 쉬고,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의 반가움뿐 아니라, 수고도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획
  • 김문경
  • 2025.10.12 15:23

[트민기] 청소년은 책 무료?⋯요즘 어른의 돈 쓰는 방법

“어른이 사 줄게, 너는 읽기만 해.” 최근 전국 독립서점으로 특별한 캠페인이 번지고 있다. 이름은 ‘청소년 책 사줄게’, 책값을 어른이 먼저 내주면 청소년은 부담 없이 원하는 책을 가져갈 수 있는 방식이다. 출발점은 청주의 독립서점 ‘책방 앤’이다. 단골손님 한 명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매달 책값 5만 원을 선결제하면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 후원금 덕에 서점을 찾은 청소년들은 계산 걱정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집어 들 수 있게 됐다. 책방 앤은 SNS를 통해 “어느 날 다른 책방에 누군가가 책 10권을 선결제해 지역 청소년들이 마음껏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며 “부러워만 하지 말고 뭔가 하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책방 앤은 후원금이 소진되면 책방 주인이 청소년에게 소액 용돈을 주는 방식까지 더해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발전시켰다. 취지는 명료하다. 청소년들이 서점을 어렵지 않게 드나들고, 어릴 때부터 독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책방 앤은 프로젝트 목표를 살리기 위해 보호자 간섭 없이 학생이 직접 책을 고르게 하는 등 몇 가지 규칙도 정했다. 책방 앤이 시작한 캠페인은 다른 독립 서점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남 화순의 책방 ‘오다’도 8월13일부터 캠페인에 참여해 일주일 만에 50만 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8월에만 청소년 5명이 무료로 책을 받아갔다. 책방 오다는 “9월에는 10명의 청소년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북에도 불씨가 옮겨붙었다. 전주 독립서점 ‘잘 익은 언어들’은 10월부터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지선 잘 익은 언어들 대표는 “전주에서는 아직 시작한 곳이 없어 우리가 먼저 나서려 한다”며 “현재 후원자를 모집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이 청소년들의 독서 갈망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성인의 독서율은 하락세인 반면, 학생의 독서율은 2023년부터 반등했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늘고 있다. 그러나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4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간 도서 평균 가격은 1만 9526원으로 전년(1만 8633원)보다 4.8% 올랐다. 벌이가 없는 청소년들이 원하는 책을 자유롭게 고르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큰 상황이다.

  • 기획
  • 문채연
  • 2025.10.08 09:18

[추석연휴 가볼 만한 축제 ] 임실N치즈축제와 옥정호

▲관광객과 함께하는 제11회 임실N치즈축제 가을의 물씬한 내음과 함께 쾌청한 날씨가 전국의 산과 들에서 도시민을 유혹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문체부가 선정한 전국 3대 페스티벌 임실N치즈축제는 해마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품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내달 8일부터 12일까지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임실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펼쳐지는 치즈축제는 모두 10개 테마로 70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임실방문의 해를 맞아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맛과 멋, 즐거움이 대폭 추가되고 관광객들의 교통 서비스와 안전도 강화됐다. 특히 맛 좋고 영양분이 높은 고품질 저지종 원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숙성치즈와 다이어트 및 뼈 건강에 좋은 무가당요거트 연계 프로그램도 구성됐다. 주요 프로그램도 크게 확대, 임실N글로벌치즈 푸드페어와 숙성치즈를 활용한 디저트 퐁뒤 체험이 방문객들에 감동을 선사한다. 또 국가대표 임실N치즈 대형 쌀 피자와 임실N숙성치즈 굴리기, 쭉쭉 늘려 내 치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치즈테마파크에서의 또 다른 맛은 해마다 큰 호응도를 보이고 있는 천만송이 국화꽃 경관과 유럽형 장미원이다. 낮에는 다양한 장미의 물결로 환상적인 경관이 연출되고 밤이면 LED 야간경관 조명이 잊지 못할 야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청정 임실에서 자란 암소 한우와 12개 읍•면 생활개선회가 정성껏 마련한 어머님표 향토음식 향연도 펼쳐진다. 특히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는 임실N치즈 유제품을 축제 기간인 5일에 걸쳐 20%로 파격 할인하는 판매전도 마련됐다. 11회 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화려한 공연이 축제의 열기를 한층 북돋을 전망이다. 8일에 열리는 개막식에는 불타는 트롯맨 우승자 손태진과 미스트롯3 준우승 배아현, 국악트롯 요정 김다현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총 출동한다. 10일에 열리는 임실N치즈콘서트에는 미스터트롯3 우승자 김용빈과 트롯 아이돌 김희재에 이어 트롯 요정 전유진, 국민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이 아름다운 선율로 가을의 낭만을 선사한다. 관광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임실N치즈페어(치즈시장)와 에끌로퍼레이드, 순금행운 이벤트 등이 진행된다. 치즈의 본 고장인 임실치즈마을에서도 주민들이 기획하고 직접 진행하는 7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방문객을 맞이한다. 다양한 치즈목장들이 산재한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다양한 목장형 유가공 숙성치즈를 홍보하고 시식회도 선보인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 온 전통 문화인 짚놀이터와 아궁이 체험이 진행되고 모짜렐라 치즈체험도 병행된다. 아울러 방문객을 대상으로 보물찾기와 공정학습여행을 비롯 이동형 VR메타버스와 쌀피자 체험 등이 마련됐다. 치즈축제는 또 임실읍 전역에서도 병행, 대한민국 최초의 치즈공장인 성가마을에서 ‘치즈 삶터’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 고 지정환 신부가 치즈를 연구한 임실성당도 개방되고 임실전통시장에서는 신나는 예술버스와 지역 문화예술과의 만남, 향토 추억의 거리 등 스토리가 준비됐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12일의 폐막식 공연에는 나는 반딧불의 주인공 황가람과 원조 감성 디바 임수정, 차세대 K팝 루키 TIOT가 출연해 축제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천혜의 자연 관광지 옥정호와 붕어섬 생태공원 끝없이 이어지던 한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자취를 감추고 서늘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은 옥정호 출렁다리와 붕어섬 생태공원은 올 가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방문객 맞이에 채비를 마쳤다. 임실군은 가을의 감성을 물씬 담은 경관 조성과 다양한 편의시설 보강을 통해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에 특별한 계절 여행을 선물한다. 내달 8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임실N치즈축제에 맞춰 붕어섬 생태공원에는 1만 2000여 개의 국화 화분으로 가득 채워진다. 방문자 센터와 숲속도서관 주변의 넓은 잔디광장에는 국화꽃으로 꾸며진 가을정원이 펼쳐지며 산책길 곳곳에도 화분으로 가을 향기를 따라 즐거움을 선사한다. 붕어섬의 가을은 국화에 머물지 않고 여름철 꽃들로 장식됐던 화단들은 화려하고 새롭게 정비됐다. 이곳에는 코레우스와 핑크뮬리, 가든맘 및 아스타 등 14종의 가을꽃들로 화려하게 장식, 방문객들에 보걸리를 제공한다. 특히 봄에 붉게 물들었던 꽃양귀비 군락지는 현재 1만㎡ 규모의 코스모스밭으로 변화된 가운데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더불어 해마다 붕어섬을 수놓는 8000㎡의 생태공원에는 구절초와 꽃무릇, 화단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울러 주변에는 갈대와 억새 등 사초류도 깊어가는 계절의 정취를 정겹게 맞아주고 호수가 곁들인 풍광은 시인들의 감성을 한껏 끌어내고 있다. 봄과 여름에 풍성한 꽃으로 자태를 드러낸 생태공원에는 각종 경관수들도 서서히 옷을 갈아 입으며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임실군은 또 경관 조성과 함께 방문객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도록 안전과 편의시설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옥정호 전반에 설치된 물안갯길에는 워킹족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위험 구간을 정비하고 화장실과 쉼터 정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데크전망대에는 쉼터 공간을 새롭게 조성해 연인과 가족 등이 안락한 힐링을 만끽토록 준비를 마쳤다. 옥정호의 출렁다리와 붕어섬 생태공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사봉 등산로는 폭우에 쓸린 위험 구간과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편의시설도 보강했다. 군은 이번 치즈축제 기간에 맞춰 옥정호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방문객들에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임실N치즈축제에 맞춰 전국 아마추어 테니스대회와 배드민턴대회, 자전거 경주 등에 참가한 동호인들이 옥정호를 방문토록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이밖에 임실군 제1회 군립공원을 목표로 조성 중인 성수산에는 왕의숲이 들어선 가운데 캠핑족들이 힐링할 수 있는 캠핑장 설치에 이어 단체 방문객을 위한 숙박시설도 완공됐다. 오수 의견공원 주변에는 파크골프장이 마련돼 전국의 동호인들이 치즈축제에 맞춰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완벽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치즈의 도시 임실은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다각적인 축제와 이벤트, 전국 스포츠 대회 등으로 관광 불모지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 기획
  • 박정우
  • 2025.10.06 06:00

[추석특집]손기정 100년, 전북이 던지는 균형발전의 성화

전북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도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대한체육회 대의원 투표에서 서울을 큰 표 차로 누르고 국내 후보지로 확정된 전북은 ‘지방연대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세우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향한 본격 경쟁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유치 도전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분수령이자 전북의 미래 100년을 가를 승부수다. 전북이 왜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지, 또 그것이 지역과 국가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를 짚어본다. △서울 아닌 전북, 지방연대의 선택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월 대한체육회 대의원 투표에서 서울을 49대 11로 압도하며 국내 후보 도시 자격을 거머쥐었다. 수도 서울이 아닌 지방이 선택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김관영 지사는 “서울 중심주의를 벗어나 지방 도시들이 연대해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새로운 올림픽 모델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바 ‘지방연대 올림픽’ 구상은 전국을 무대로 펼쳐진다. 전북이 주축이 돼, 대구·광주·충청권의 기존 경기장을 활용해 분산 개최하는 모델이다. 33개 종목 가운데 신설 경기장을 4개로 최소화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사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IOC가 강조해 온 ‘지속가능성’ 원칙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서울을 제친 배경에는 지역 불균형에 대한 피로감도 깔려 있다. 그동안 수도권은 각종 대규모 국제행사를 독점하며 인프라를 집중시켜 왔다. 반면 지방은 경기장과 숙박시설 등 기반이 있음에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번 결정은 지방이 스스로 균형발전의 상징적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북도는 지난 4월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체를 꾸려 국제 절차에 대비했다. 같은 달 유승민 체육회장이 김관영 지사와 함께 스위스 로잔 IOC 본부를 찾아 토마스 바흐 당시 위원장과 코번트리 차기 위원장에게 전북의 의지를 전달했다. IOC 미래유치위원회와의 화상회의도 거듭 열어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절차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의뢰한 사업 타당성 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 심의를 통과해야 IOC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국제 경쟁 무대에 오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에 다시 여름올림픽을 대한민국으로 유치할 수 있을지, 전북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42조 경제효과와 탄소중립 올림픽 구상 전북도가 전망한 2036 하계올림픽 경제적 유발효과는 약 42조 원에 이른다. 대회 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숙박·외식·교통 등 서비스업 전반에서 매출이 급증하고, 건설·인프라 확충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분석됐다. 올림픽 이후에도 교통망과 경기장, 숙박시설 등 인프라는 지역 자산으로 남는다. 전주~대구 고속도로, 전주~김천 철도, 새만금 국제공항 같은 대규모 SOC 사업은 이미 ‘메가비전 프로젝트’와 맞물려 추진되고 있다. 단순한 행사 대비가 아니라 지역 성장 동력과 국가 교통망 확충을 동시에 꾀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이번 유치 도전은 경제효과를 넘어 ‘탄소중립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비전도 담았다. 도는 기존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저탄소 경기장·친환경 수송체계·재생에너지 기반 에코타운을 조성해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올림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새만금이 가진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이러한 전략에 최적의 무대다. 도의 전략은 ‘올림픽 이후’까지 내다본다. 단발성 축제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으로 쌓은 글로벌 브랜드와 인프라를 관광·산업·문화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새만금 신항만과 국제공항, 전라선 고속화 철도 등이 현실화하면 전북은 동북아 교통·물류의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는 추경예산을 통해 공감대 확산, 국제 실사 대응, 연대 도시 협력 등 세부 사업을 반영했다. 대국민 캠페인, 국제 스포츠 외교 활동, 정책성 평가 용역까지 포함해 IOC를 향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은 단순한 지역 이벤트가 아니라 전북이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이자, 대한민국 지방 분권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36, 손기정 100년과 K-컬처의 힘 2036년은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100주년이다.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 속에 일장기를 달고 달려야 했던 역사, 그리고 불과 100년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궤적이 교차한다. 전북은 이를 세계에 보여줄 절호의 기회로 본다. 김 지사는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의 저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증명하겠다”고 강조한다. 국제적 신뢰도 뒷받침된다. 한국은 이미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이 있다. 안정적인 대회 운영 능력과 국민적 단합은 IOC가 높이 평가하는 자산이다. 여기에 K-팝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K-컬처 열풍이 더해지면서 한국은 문화와 스포츠를 결합한 ‘올림픽 브랜드’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화적 자산도 풍부하다. 전주는 한옥마을과 비빔밥, 판소리로 상징되는 한국 전통문화의 수도다. 무주 태권도원은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로 자리 잡았고, 전북 전역에는 국악·한지·공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뿌리내려 있다. 이를 올림픽 문화 행사와 연계하면 ‘K-문화 올림픽’으로서 차별화가 가능하다. 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도민이 대회 준비와 운영에 직접 참여하면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이 높아지고, 올림픽 기간 다양한 국적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교류하면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도 확산할 수 있다. 국민적 자긍심 고취와 함께 포용적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현재 2036년 올림픽 유치전에는 인도, 카타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14개국이 뛰어들었다. 대륙별 순환 원칙상 아시아가 유력한 차기 개최 대륙으로 꼽히는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전북은 ‘지방연대 모델’과 ‘친환경 비전’,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최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전주 중심의 분산 개최안이 IOC로부터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제도와 인프라 등을 보완해야 할 전망이다. 균형발전과 탄소중립, 문화강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압축한 전북의 승부수가 논란을 딛고 세계 무대에서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기획
  • 이준서
  • 2025.10.05 09:08

"아플 땐 여기, 놀 땐 저기"⋯추석 보내는 꿀팁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매일매일이 한가위처럼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말이다. 무려 최장 열흘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알아두면 좋은 추석 꿀팁을 정리해 봤다. △추석 연휴 고속도로 '무료' 추석 전후 나흘간(10월 4∼7일) 고속도로 통행료가 전면 면제된다. 면제 기간은 4일 오전 0시부터 7일 오후 24시까지다. 10월 3일에 진입해 4일 진출한 차량, 7일에 진입해 8일에 진출한 차량도 적용된다. 하이패스 이용 차량은 평소와 같이 단말기 전원을 켠 상태로 요금소를 통과하면 된다. 일반차로 이용 차량은 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뽑고, 진출 요금소에 통행권을 제출하면 즉시 면제 처리된다. 동시에 운전자 휴식 보장을 위해 졸음쉼터·휴게소를 추가 운영한다. 대중교통 이용객 증가에 대비해 버스·철도 등 운행횟수와 좌석은 각각 평소보다 15.2%(3만 6687회), 11.9%(208만 4000석) 늘린다.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보건복지부는 추석 연휴 기간(3∼9일)에 대비해 의료기관 및 관련 서비스 이용법을 안내했다. 몸이 아픈 경우에는 먼저 문 여는 동네 병의원이나 작은 응급실(지역응급의료기관·응급의료시설)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경증인 경우 방문한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 받으면 되고, 중증 질환이 의심된다면 큰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다. 12세 이하 소아의 경우 소아 응급 전문의 등 전문 의료인이 24시간 상담을 제공하는 소아전문상담센터 아이안심톡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중증 질환에 흔히 동반되는 심각한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에 대해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119로 신고하면 의학적인 상담도 가능하다. 가까운 곳의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은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응급똑똑 앱, 보건복지부 콜센터(국번 없이 ☎129), 시도 콜센터(국번 없이 ☎120)를 통해 찾을 수 있다. △따분한 추석에 축제 어때? 전북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축제가 추석 연휴 기간에 개막한다. 바로 김제지평선축제와 임실N치즈축제(10월 8∼12일)다. 두 축제 모두 같은 날에 시작해서 같은 날에 끝난다. 벽골제 중심으로 김제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김제지평선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명예 대표 문화관광축제 중 유일하게 전통농경문화를 주제로 개최한다. 쌍룡놀이·줄다리기·연날리기 등과 더불어 공연·불꽃놀이 등도 예정돼 있다. 군민뿐 아니라 전국에서 찾아오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인 임실N치즈축제는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마을, 임실읍 일원에서 개최된다. 피자 만들기, 치즈 굴리기, 치즈 시상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버스킹·콘서트·노래자랑·인형극 등 볼거리도 가득하다. 또 오는 22일까지 고창 고인돌 유적지와 갯벌 일대에서 2025 세계유산축전 고창 고인돌·갯벌 행사가 열린다. 고창군과 국가유산청, 전북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 등이 주관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과 세계자연유산인 갯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축제다. 체험, 공연, 전시, 포토존 등 고인돌·갯벌을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심한 추석에 영화 어때? 지난달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개봉 첫 주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가뿐하게 100만을 돌파하고 영화 관람이 늘어나는 추석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이제 추석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연휴 시작일인 3일에 개봉한 영화도 있다. 바로 라희찬 감독의 영화 <보스>다. 추석 개봉작 중 예매율 1위를 등극하면서 명절 맞춤 흥행 코미디 영화의 탄생을 예고했다. 2025년 코미디 영화 흥행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완전히 다른 색깔인 김용환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도 지난 1일 개봉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인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등 흥행작을 연달아 제작한 일본 제작사 코믹스웨이브필름의 카즈키 스나미 프로듀서가 극찬한 작품이다.

  • 기획
  • 박현우
  • 2025.10.05 08:56

[추석특집] 새롭게 열린 전주의 명소, 가을 여행길에 더하다

전주 곳곳에 새로운 문화·여가 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구도심에 남아 있던 방공호를 활용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야간 경관을 정비해 낮과 밤의 매력이 다른 덕진공원, 책과 음악을 결합해 도심 속 휴식을 제공하는 아중호수도서관까지,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전주의 역사·도심·자연을 배경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나아가 구도심 활성화, 야간관광 자원 확충, 생활문화 거점 확대 등 전주의 발전과도 연결돼 있다. 세 공간의 특징과 변화를 차례로 소개하며, 전주가 가을철 여행지로 어떤 매력을 더해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빛과 영상으로 만나는 전주의 이색 체험 공간 전주 구도심 한쪽, 완산칠봉 자락엔 특별한 공간이 숨어 있다. 낡은 방공호로만 여겨지던 지하 공간이 미디어아트 관광지로 새롭게 태어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다. 한때는 군과 경찰, 행정기관의 지휘소로 사용되던 땅굴형 벙커였지만, 지금은 빛과 영상, 소리로 가득 찬 다중우주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전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색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완산벙커는 1970년대에 건립된 뒤 오랜 기간 방치되며 잊힌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고구마 저장고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본래의 기능은 사라진 채 철문 뒤로 닫혀 있었다. 전주시는 이 공간을 문화관광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수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올해 초 시민에게 개방된 이후, 개관 5개월 만에 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만큼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전시의 주제는 ‘다중우주 탐험’. 총 15개 공간 가운데 10개의 콘텐츠룸에서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관람객은 비밀요원이 되어 좁고 긴 지하 복도를 지나며 차례로 이어지는 차원의 문, 균열의 틈, 시간의 강 등을 체험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직접 디지털 오브제를 선택하거나 외계 생명체와 상호작용하는 체험 요소도 마련돼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인기가 높다. 벙커 특유의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는 오히려 전시 효과를 배가시킨다. 어둠 속에서 빛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대비는 몰입감을 높이고, 작은 방과 넓은 홀을 교차로 배치한 동선은 탐험하듯 공간을 걷게 한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면 지하의 차분한 분위기를 살린 무인카페와 기념품 판매장이 이어져 여운을 즐길 수 있다.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부설주차장과 인근 공영주차장 확충으로 200면 이상 주차가 가능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한옥마을과 벙커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5000원으로, 전주시민과 단체 방문객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완산벙커가 전주 관광의 새로운 동선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한옥마을과 남부시장, 풍남문 일대에 집중됐던 유동인구가 완산칠봉 일대로 확장되며 구도심 상권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현장학습과 수학여행지로도 주목받으면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버려진 군사시설이 시민과 관광객의 문화놀이터로 변모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전주의 오래된 시간을 품은 지하에서 빛과 영상으로 펼쳐지는 ‘다중우주 여행’은 올가을 전주를 찾는 이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겨줄 것이다.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전주의 호수공원 전주의 대표적인 호수공원인 덕진공원이 새 단장을 통해 도심 속 새로운 여가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때는 낡은 시설과 어두운 경관으로 정적이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최근 열린광장 조성과 야간경관 개선 사업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낮과 밤 모두 활기를 찾은 것이다. 시민과 관광객에게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공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덕진공원의 가장 큰 변화는 입구 부근에 들어선 열린광장이다. 과거 연지문에서 풍월정 사이에는 높은 둔덕과 수목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시는 이번 조성 사업을 통해 낡은 시설과 울창하게 들어선 나무 일부를 정리하고 개방형 공간을 만들어, 어디서든 호수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1만㎡ 규모의 잔디마당과 원형광장이 조성되며 탁 트인 시원한 풍경이 연출됐다. 특히 원형광장은 우리 선조들이 세계 최초로 완성한 별자리 지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콘셉트로 꾸며졌다. 밤이 되면 은하수처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이 설치돼 안전한 산책로와 함께 낭만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계단형 수변 스탠드와 수중 데크길에도 경관조명이 더해져, 호수 위로 반짝이는 불빛이 드리워지면 덕진호수는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야경을 즐기려는 방문객을 위한 미디어파사드 상영도 준비돼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 되면 연화정도서관을 배경으로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콘텐츠가 상영돼 산책하다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보행 환경도 한층 개선됐다. 800m 구간의 노후 산책로가 재정비돼 휠체어나 유모차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일부 구간에는 코르크 맨발길이 도입돼 건강과 체험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가을밤 은하수 조명 아래 호수를 바라보는 순간, 덕진공원은 더 이상 단순한 산책 공간이 아니다. 과거의 정적을 벗고, 빛과 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열린 무대. 전주의 야경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덕진공원은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책과 음악, 호수가 함께하는 휴식 공간 전주 도심 동쪽, 기린봉 자락에 자리한 아중호수는 오래전부터 시민들의 산책 명소로 사랑받아 왔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와 수려한 경관 덕분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여기에 최근 음악특화 공공도서관과 순환형 수변탐방로가 새로 문을 열면서, 아중호수는 책과 음악, 문화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6월 개관한 아중호수도서관은 시가 추진 중인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의 결실이다. 연면적 902㎡ 규모의 1층 건물은 나무와 유리로 설계돼 호수와 자연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내부에는 열람 공간뿐 아니라 음악자료실과 청음 공간이 마련돼 있다. 클래식, 재즈, 팝, OST 등 다양한 장르의 LP와 음반, 음악 전문 도서까지 1만 5000여 점의 자료를 갖춰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아날로그 음반을 고품질 장비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청음공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아중호수도서관은 연중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호수 음악여행, 음악 주제 인문학 강연, 시민 버스킹 무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돼 시민과 관광객을 아우르는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한 뒤 창가에 앉아 호수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은 도심 속에서 찾기 힘든 여유를 선사한다. 도서관 바로 옆으로는 순환형 수변탐방로가 완성됐다. 그동안 일부 구간이 끊겨 호수를 온전히 한 바퀴 돌 수 없었지만, 지난해 말 북쪽 350m 구간에 목재데크와 전망데크, 경관조명이 설치되면서 2.6㎞ 전 구간이 연결됐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이제 호수를 따라 끊임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저녁 무렵이면 수면 위로 반짝이는 조명과 노을이 어우러져 걷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전망데크에 오르면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쉼터는 가족 단위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아중호수도서관과 탐방로의 등장은 아중호수 일대를 문화·여가 복합지대로 격상시켰다. 책과 음악, 산책이 어우러진 경험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매력적이다. 올가을 전주를 찾는 이들이라면 아중호수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기획
  • 강정원
  • 2025.10.05 06:00

[내년 지방선거 누가 뛰나-완주] 유희태 현 군수 등 6∼7명 거론

완주군수 출마 예상자는 유희태 현 군수를 포함 6∼7명이 거론될 만큼 일찌감치 선거 열기가 달아올랐다. 특히 각 후보는 완주-전주 통합 논란 속에 통합 이슈를 선거전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국영석 전 고산농협 조합장, 김정호 변호사,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원, 박재완 전 전북도의회 의원, 이돈승 김대중재단 완주지회장, 임상규 전 전북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등이 주요 후보군이다. 이들 모두 민주당 경선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정당 출마 후보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유희태 군수(72, 비봉)는 민선 8기의 군정 성과를 내세워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며 현직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국영석 전 조합장(63, 고산)은 뒤 민주당에 복당한 뒤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중도 포기했던 김정호 변호사(62, 삼례)는 근래 군수 출마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바닥을 다지고 있다. 2018년 민평당 후보로 군수 출마 경력이 있는 박재완 전 도의원(58, 봉동)은 최근 민주당 완주 지역구 사무국장직을 내려놓고 군수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3선의 군의원과 군의회 의장을 지냈던 서남용 의원(65, 고산)은 완주군의회 내 완주∙전주통합반대 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선거 때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절치부심해온 이돈승 지회장(66, 구이) 역시 완주∙전주통합 반대 활동을 하며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임상규 전 부지사(59, 고산)는 아직 신변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행보에 제한이 있으나 전북도와 중앙부처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 기획
  • 김원용
  • 2025.10.04 06:00

[뉴스와 인물] 더불어민주당 최초 당원 최고위원 된 박지원 변호사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평당원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전북 출신 박지원(38) 변호사는 눈코 뜰새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은 8·2 전당대회 직후 정청래 대표의 '당원 주권 정당' 공약에 따라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에 착수했고, 지난달 14~24일 서류 접수에 115명이 지원, 32명이 1차로 선발됐다. 이후 면접과 배심원 워크숍, 권리당원 투표 등을 거쳐 최종 4명이 확정됐으며 이틀 간 진행된 전 당원 투표 결과, 지난 10일 박 최고위원이 당선자로 결정됐다.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 준비단장인 장경태 국회의원은 "사상 최초 평당원 출신 지명직 최고위원은 당원주권정당으로 향하는 큰 걸음"이라며 "당원주권 실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8월까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일하게 된다. 지난 15일 인준 후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 최고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반갑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됐을 때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단계단계마다 다 느낀 바가 달랐습니다. 처음 이번 제도에 대한 안내를 듣고 입후보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경력도 일천한 제가 최고위원이라니 당치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류 신청자가 100명 이상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응모했다는 데 놀랐습니다. 이후 서류심사를 통해 30여 명의 면접심사자가 추려져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는 변호사업을 영위하거나, 대선캠프에서 상근을 했던 제 이력이 '평당원스럽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평당원스러운 사람, 가장 평당원스럽게 살아온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평당원의 목소리를 지도부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데 가장 적절한 사람을 선출해야 하는 제도로 이해했기 때문에 저의 쓰임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그 다음 단계도 상당히 압박감이 있는 절차가 진행됐는데요. "네, 다음 단계는 면접심사를 통해 꾸려진 12명의 후보자와 함께 100여 명의 배심원단 앞에서 공론화 조사를 거쳤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정견발표와 조별토론, 종합토론, 배심원단 질의응답까지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특히 같이 조별 토론했던 분들과 좋은 의견을 나누고 서로 응원과 덕담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배심원 공론조사 후 마지막 4명 후보와 종합 연설, 토론회를 할 때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제가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온라인 소통에도 어두운 후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에서 해야 할 젊은 세대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제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최종 당선 후에는 도움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격려 문자와 전화에 답하느라 며칠 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감사인사 빠뜨린 분들이 많을텐데 죄송스럽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 드립니다." - 당 최고위원이라는 직책, 일반 도민들은 어떤 직책인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설명해 주신다면. "최고위원회의는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책임기관입니다. 당대표, 원내대표, 전국당원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명, 당대표가 지명하는 2명의 최고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되며,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의 자리를 전당원투표를 통해 평당원이 선출되게 한 것입니다. 최고위원회는 법률안을 포함한 당 주요 정책과 당무에 관한 심의·의결, 당무 전반에 관한 조정·감독, 당 예산과 결산의 심의, 시·도당 또는 지역위원회에 대한 사고당부 또는 사고위원회 판정, 국회추천(선출) 임명직공직자 추천에 관한 심의 등 권한을 갖습니다.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월∙수∙금 3회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비공개 회의 후 공개 회의가 열립니다. 델리민주 등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 지난 15일 당무위원회에서 인준을 받은 뒤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아직은 처음 뵙는 분들께 인사하고, 분위기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다들 환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워낙 서울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다 보니 여의도에서 생활하는 분들과 만나뵙고 적응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동시에 현장의 당원 목소리도 듣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불러주시는 곳에 가서 당원 간담회 등을 통해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향후 어떻게 전국의 당원들을 만나고 의견을 듣는 일을 계획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현장의 평당원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이나 비공개 회의의 의사결정에 반영시키는 순환구조를 정착시켜야 하는데, 이것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으로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 인준 후 정청래 대표가 따로 한 말은 있으십니까? "결혼은 했냐고 물으시더군요(웃음). 아들 둘 잘 키우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당원주권정당 실현을 위한 당대표 공약사항 이행 결과로 만들어진 평당원 최고위원직이기 때문에 당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쓰임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좋은 선례를 남겨 앞으로도 평당원 최고위원 유지 등 의미있는 결과가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 전북에서 나고 자라 도민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자부한다면서 '삼중소외론'을 다시 한 번 거론하기도 하셨습니다. 특히 지난 16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 중 '지정학적인 정의'라는 말이 의미심장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북인들의 소외의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언급하셨고, 현 정권에서 전북 출신 인사들이 당직과 공직에도 적지 않게 진출했으니 눈에 띄는 변화와 결과가 있기를 다른 도민들과 함께 도민의 일원으로서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 향후 최고위원으로서 어떤 형태로 입지폭을 넓히고 공약을 실현시킬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최고위원회 구성원 분들과 친분을 돈독히 하는게 우선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최고위원들께서 바쁜 원내 의사일정이나 원외 지역구 관리 부담 등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현장 일정을 기동성 있게 다니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국 당원들로부터 면담 신청을 받아, 가령 지도부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는 당원 20명 이상만 모이면 전국 어디든 가겠다는 생각으로 기동력있게 다니고 싶고, 특히 약세지역에서 불러주시면 더 반갑게 가려고 합니다." - 그동안 전북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면서 느낀게 많으실 것 같고, 지역의 기대도 큽니다. "공교롭게 최종 후보 4명 중 저만 유일하게 비수도권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책 분야에 있어서도 지방 소멸, 청년 유출,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새만금 국제공항 문제, 완주전주통합, 올림픽 등 전북에 여전히 실타래 처럼 얽히고 풀리지 않고 있는 현안이 많은데요. 이런 부분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으로도 번지고 있기도 합니다. "모든 문제를 대통령이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도 현장 타운홀 미팅 때 거꾸로 지역에 '무엇을 도와주면 되느냐'고 묻지 않습니까. 그러한 질문에 대해 즉시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우리 스스로 되어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답을 미리 정해서 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현재 내각과 당 지도부에 전북 출신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현재 민주당도 호남발전특위 구성 등 호남의 목소리를 수렴할 통로를 열어놓고 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봅니다." - 향후 박 최고위원의 정치 행보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배우는 단계이다보니 개인적인 행보를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만 중앙정치 무대에 빨리 적응하고 충실히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조금이라도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면 감사한 일로 생각합니다." - 끝으로 전북도민과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이라서 한 몫을 맡았다'가 아니라, '맡아서 잘 하길래 알아 보니 전북출신 이었네?' 라는 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박지원 최고위원은 박 최고위원은 1987년 익산 출생으로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41기)을 거쳐 법무법인 다지원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전주시 체육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전북 법조인 중에는 처음으로 지난 2022년 고액기부자를 뜻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하고 봉사 등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온화한 성품과 통찰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로 지역사회 곳곳과 소통하고 있는데, 젊지만 지역의 새 정치를 이끌어갈 인물 중 하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제21대 대선 때는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과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 팀장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내년 최고위원 임기까지는 변호사보다는 최고위원의 역할에 전념하는 한편, 당이나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경륜을 쌓고 지역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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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세종
  • 2025.09.28 14:24

[우리 땅에 새겨 있는 역사의 흔적] 검단설화와 전통소금 자염

고창 선운사에 두 가지의 창건설화가 전한다. 진흥왕 창건설화와 검단선사 창건설화이다. 그 중 검단선사 창건설화는 검단이 연못에 살고 있는 용을 몰아내고 못을 메워 선운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당시 선운사 인근에 도적떼가 많았는데 검단선사가 이들을 불법으로 바르게 이끈 후 소금 굽는 법을 알려주어 생업으로 삼게 했다고 한다. 검단선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역사적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검단(黔丹)이라는 이름에서 얼굴이 검붉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외모에서 인도에서 온 승려로 보기도 한다. △ 검단선사가 알려준 소금 굽는 법 검단선사가 선운사를 창건했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도적떼를 교화해서 소금 굽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는 꽤 신빙성이 있다. 우리의 전통 소금생산법이 바닷물을 불로 때서 구워 만드는 자염(煮鹽)이기 때문이다. 「도솔산 선운사 창수승적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마두치 아래 개태사가 있으니 검단 선승이 마음을 연마하며 수도하던 도량이다. 그 아래 바닷가에는 검단리(黔丹里)가 있으니 신승(神僧)이 처음 염정(鹽井)을 만들고 여기에서 소금을 구워 절에 돌아가며 바치게 하였다. 그 법이 이어 내려와 아직도 소금을 직접 갖다 바치는 관례가 전해오고 있다.” 이 사적기는 1707년의 기록이다. 검단선사가 염정을 만들어 소금 굽는 법을 알려주어 검단리에서 선운사에 보은염을 바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단리는 어디이며, 염정은 또 무엇인가.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동여도에 선운사 너머 바닷가에 검당포가 있고, 그 앞바다에 염정이라 표시되어 있다. 1872년 무장현지도에는 검당리 앞 바다에 ‘밀물이 들어오면 깊이가 1장이고, 조수가 물러가면 모래사장에 염장이 있는 곳(潮進則水深一丈 潮退則鹽場與沙場處)’이라 적혀있다. 동여도에 검단리는 없지만 검당포(檢堂浦)가 있다. 1872년 무장현지도에도 같은 한자를 쓰는 검당마을이 표기되어 있다. 위치상 동일한 곳이다. 검단이 발음하기 쉬운 검당으로 음이 전이되면서 한자도 읽기 쉬운 글자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염정과 염장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1925년에 최남선이 호남지방을 여행하면서 썼던 기행문인 『심춘순례』에 이에 대한 힌트가 있다. 부안 유천리에서 소금 굽는 현장을 보고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소금 굽는 것을 보기 위해 길을 내놓고 일부러 갯바닥으로 내려섰다. 해변에서 물이 들었다가 잘 빠질 지세를 가려서 흙을 긁어모아 대접 엎어놓은 것처럼 만들고, 속에는 솔가리 같은 것을 넣어서 마치 잿물시루처럼 만들었다. 밀물 짠물이 들어와 위에 고인 것이 개흙에 걸려서 아래로 내려가면, 밑에는 받을 통이 있어 받쳐 나온 물이 거기 가서 담긴다. 그 옆구리에 샘구멍을 만들어 쓰는 대로 퍼내게 한 것이 ‘섯등’이라는 것이다. 섯등이란 것은 요컨대 바닷물을 한 번 걸러내려 하는 잿물시루의 시루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섯등이 다섯씩 열씩 늘어서 있는 곳을 ‘염벗’ ‘염밭’ ‘염벌’이라 하여 그 산업적 지위가 육상의 전답보다 더 귀중함이 있다. 염벗에는 또 몽고인의 장옥(帳屋)처럼 둥그렇게 지은 초막이 여기저기 서있다. 그 안에 커다랗게 부뚜막을 하고 두어 칸통이나 됨직한 함석목판인 소금가마를 그 위에 붙였는데, 아까 그 물을 길러다가 붓고, 한나절 남짓 밑으로 불을 지피면 수분은 증발되고 염질만 결정되어 소금이라는 귀중한 산물이 생기는 것이다.” 이 기록을 조금 보완해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최남선이 갯벌에 내려가 소금 굽는 모습을 볼 때는 그 이전단계가 진행된 후였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물러가고 갯벌이 드러나면 쟁기로 갈아엎는다. 이렇게 하면 염기를 머금은 개펄 흙이 햇볕과 바람에 잘 마르게 된다. 이 마른 흙을 써레로 모아서 솔가지를 얹어 만든 구조물 위에 올려놓는다. 밀물이 들어오면 햇볕에 말라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개펄 흙이 바닷물에 걸러지면서 짙은 농도의 소금물이 그 옆에 파놓은 웅덩이에 고이게 된다. 이 웅덩이가 ‘섯등’으로 한자어로는 염정(鹽井)이다. 이러한 염정이 여럿 모여 있는 곳이 ‘염밭’ ‘염벌’로 불리는 염장(鹽場)이다. 염정에 고인 짙은 농도의 바닷물을 퍼다 염막에서 불을 때서 소금을 구우면 장작과 시간이 절약된다. 바닷물을 그냥 끊여서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경제적이면서 효율적인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최남선은 유천리의 소금 만드는 곳을 지나며 그 모습이 “야영같이 산재한 염막(鹽幕)”이라 했다. 군대가 야영하기 위해 들판에 쳐놓은 수많은 천막처럼 당시 유천리 해안가에 엄청나게 많은 염막이 있었다. 이는 줄포만의 맞은편에 있는 고창 검당리의 갯벌도 마찬가지였다. △ 사라진 검당마을 1872년에 제작한 무장현지도를 보면 선운산 너머 서쪽 바닷가에 심원면 검당리가 자리해 있다. 그런데 오늘날 심원면의 마을이름에 ‘검단’이나 ‘검당’이란 이름 의 마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찌 된 일일까. 이는 1899년(고종 36)에 있었던 천재지변과 관련이 있다. 1899년 1월, 엄청난 해일이 서해안을 덮쳤다. 아마 서해바다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밀려왔던 것 같다. 1899년 1월 17일자 황성신문은 ‘서울 지진’이라 하여 “그저께 오후 9시에 땅이 크게 진동하여 집이 흔들리고 집안에 있는 사람이 편히 앉아있지 못하고 강의 얼음이 크게 갈라져, 강을 건너지 못하게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서해에서 일어난 지진이 서울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때 서해안에 몰아친 해일로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충청남도의 피해가 컸다. 이 해일로 바닷가에서 소금을 구워 생업을 이어가던 심원면의 몇 개 마을이 사라졌다. 검당마을도 폐허로 변해 사라졌다. 포구와 염장이 사라졌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검당마을 뒤쪽 사등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 천일염에 밀려 사라진 자염 자염은 짠맛이 덜하고 미네랄이 풍부해서 영양가가 높은 천연소금이다. 이렇게 품질이 뛰어난 소금임에도 값싼 소금의 등장에 설자리를 잃었다. 천일염이라는 새로운 소금제조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천일염은 염전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바람과 햇볕의 힘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는 소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07년 인천에 만들어진 ‘주안염전’에서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했다. 이 염전은 일본인이 조성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만들다가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할양받은 대만에 가보니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천일염 제조법을 습득한 일본이 조선병합을 앞두고 주안염전을 만들었다. 값비싼 자염시장을 잠식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한일병탄 이후 자염의 생산 상황은 해가 갈수록 악화됐다. 조선총독부와 결탁한 일본인들이 서해안 갯벌을 간척해서 대규모로 염전을 조성했다. 간척지에서 쏟아지는 천일염 때문에 자염은 경쟁할 수 없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자염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맥이 완전히 끊어졌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고 있는 옛 검당마을 앞바다. 필자 촬영 △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검당 앞바다 2010년 2월 1일, 람사르협회에서는 고창․부안 갯벌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했다. 심원 사등마을 앞 바다도 람사르습지에 포함되어 있다. 옛날 자염을 생산하던 곳이 이제는 다양한 생명체를 품는 건강한 습지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 갯벌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런 곳에서 전통소금인 자염을 다시 생산할 묘안은 없을까. 미네랄이 풍부하고, 천일염에 비해 짠 맛이 덜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자염은 현대적인 의미의 고급 식재료이다. 검단선사의 훈훈한 이야기가 서려 있어 더 맛깔날 이곳의 자염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손상국 프리랜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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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26 11:56

문화·관광·산업·경제 한 곳에…전주 심장부 거듭난다

지난 반세기 이상 전주의 심장부였던 옛 전주종합경기장 일대가 전주컨벤션센터 건립공사를 시작으로 문화와 관광, 마이스산업, AI 기반 콘텐츠 등이 한데 어우러진 전주 경제의 새로운 거점이 된다. 시는 이곳에 다양한 마이스산업 인프라와 문화시설 등을 집적화해 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꿈틀거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미래 광역도시 전주의 100년을 책임질 경제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컨벤션센터·호텔 등 마이스 인프라 ‘집적화’ 전주시는 강한 경제 전주의 심장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주컨벤션센터를 기반으로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중심도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핵심 시설인 전주컨벤션센터는 1만㎡ 전시장과 2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회의실, 22개 중소회의실 및 회의 공간, 1만㎡ 규모의 다목적 광장 등을 갖추고 오는 2028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시는 향후 이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국제회의와 전시, 세미나 등 대형 마이스 행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는 전주컨벤션센터와 더불어 호텔과 판매시설 등 다양한 마이스 지원시설이 갖춰지게 된다. 특히 호텔과 판매시설은 최신 시설로 갖출 계획이며, 인허가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앞으로 전주형 마이스산업을 뒷받침하게 된다. 한문화의 중심, 전주의 문화가 모인다! 옛 전주종합경기장 일대에는 전주컨벤션센터 등 마이스산업 인프라와 더불어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 전시관과 전주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공간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착공식을 하고 첫 삽을 뜬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 전시관’은 옛 야구장 부지에 오는 2027년까지 국비 247억 원 등 총사업비 403억 원이 투입돼 연면적 7367㎡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건물 지하 1층에는 △공공제작 콘텐츠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주제전시관 △국내외 우수 미디어 콘텐츠를 선보이는 기획전시실 △몰입영상관(5면)이 갖춰진다. 또, 매표소와 카페(1층), 사무공간과 콘텐츠 제작지원실(2층)이 마련될 예정이다. 시는 전시관이 개관하면 시민과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AI를 활용해 첨단 디지털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G-타운’과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사업도 내년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문화시설 집적화를 통해 시민과 마이스 관광 등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인 전주만의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람 모이고 경제 움직이는 전주의 심장부로! 전주 교통의 대동맥인 기린대로와 백제대로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전주종합경기장은 오늘날에도 전주의 교통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지난 1963년 시민들의 성금이 모여져 만들어진 이후 증축을 거쳐 지난 60여 년 동안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체육 거점으로도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축제가 펼쳐져 많은 시민이 추억을 만들어왔다. 시는 앞으로 전주컨벤션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마이스 기반 시설과 관광 인프라, 문화시설들이 갖춰지면 1년 내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경제가 살아 숨 쉬고, 이는 곧 산업으로 연결된다. 시는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관광 산업 발전,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주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새로운 관광 축을 갖게 된다. 전주의 중심부에 있는 전주마이스복합단지를 찾는 발길은 덕진공원과 팔복예술공장, 한옥마을, 아중호수 등 전주 전역으로 이어지기 쉽다. 무엇보다 전주에 마이스 거점시설이 생기면서 전주시뿐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규모 있는 국내외 행사를 자신감 있게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게 됐다. 우범기 전주시장 “기업과 청년 모두에게 희망과 미래의 문 활짝” 우 시장은 “60여 년 전, 십시일반 시민들의 쌈짓돈을 모아 지어진 종합경기장은 오랜 세월 전주와 전북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거센 산업화와 정보화 물결 속에 자연스레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면서 “이제 60년을 돌아 개발 흐름에서 밀려나 있던 전주가 이곳 종합경기장의 역사를 밑거름으로 문화관광, AI 산업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의 심장부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이 있기까지, 미래 가능성과 시민들의 간절함을 믿고 행정력을 모아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면서 “‘전주가 변해야 한다’, ‘변해야 산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과 관계 부처, 국회의원 등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전주컨벤션센터가 완공되면 3314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600여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 지역 내 기업과 청년 모두에게 희망과 미래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며 “오늘 기공식이 머지않은 미래에 전주의 경제와 환경,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우 시장은 “전주는 앞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전주형 MICE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전주의 심장이 더 힘차게 뛰게 될 그날까지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기획
  • 강정원
  • 2025.09.24 18:48

[팔팔 청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학교에 가는 할아버지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마치 손주가 할아버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듯했지만, 알고보면 제자와 선생님 사이다. 할아버지인 듯 할아버지 아닌 이 분의 정체는 바로 '전통나눔 할아버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오는 12월 12일까지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총 132개 교실에서 남성 어르신(만 56∼74세)이 참여하는 전통나눔 할아버지 시범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진행되는 전통나눔 할아버지는 남성 어르신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가지, 윷놀이, 승경도 등 전통놀이와 예절 등을 통해 유아·아동의 인성을 교육하고 전통문화를 보급하는 사업이다. 전국에서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할아버지 44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중 전북에서는 2명이 포함됐다. 전북일보 연중 기획 '팔팔 청춘의 인생 이야기'의 일곱 번째 주인공인 조명훈·김영원 할아버지를 만나봤다. △'에이스' 조명훈 할아버지 지난 16일 오전 10시 완주군에 있는 간중초등학교에서 만난 조명훈(57) 할아버지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전에 "전국 전통나눔 할아버지 중 막내다. 아직 60도 안 됐는데, 할아버지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다"며 멋쩍어했다. 평생 목회 활동을 해 온 조 할아버지는 도서관도 만들고,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등 항상 어린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는 나를 드러내는 일보다는 시민단체나 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 할아버지가 전통나눔 할아버지를 하게 된 이유다. 그는 "요즘 말하는 인생 이모작에 진입하게 됐다.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사느냐,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계시는 이야기 할머니들께서 너무 좋은 일이라고 해 주셔서 해 보고 싶었다"며 웃어 보였다. 조 할아버지의 진심이 닿았는지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1개월밖에 안 됐지만, 벌써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는 "익산시에서 운영하는 전통놀이 관련 교육 과정도 들었다. 그러면서 전통 쪽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조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건 예절과 우애다. 전통놀이는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꿈꾸는 전통나눔 할아버지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다. 조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우리와 같이 놀아 주는 할아버지,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할아버지, 삶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할아버지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면서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같이 협력해서 살아갈 사람이 있다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테랑' 김영원 할아버지 지난 19일 오전 9시 정읍시에 있는 동신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난 김영원(69) 할아버지는 본인은 '빵원 할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이름이 영원이라서, 0원, 빵원에 빗댄 것이다. 그 소리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반겼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014년 경찰관으로 정년퇴직한 뒤 수년 전부터 전통놀이 전문 강사로 활동해 왔다. 1년 뒤인 2015년 정읍시 평생학습관에서 처음 접한 전통놀이와 사랑에 빠져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전에 정읍전통놀이전문연구회장도 했었다. 원래 전통놀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계속해 보니까 재미있었고, 어릴 때 했던 놀이다 보니 더 즐겁게 느껴졌다. 평소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활동적인 걸 할 수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꿈이 선생님이었던 김 할아버지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서야 꿈을 이루게 됐다. 전통나눔 할아버지를 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전통놀이를 가르치는 베테랑 선생님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건강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머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놀이만이 아니라 역사·교육적으로 지혜가 발동될 수 있게끔 신체 균형뿐 아니라 좌뇌, 우뇌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놀이를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가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때라도 다가올 수 있는 할아버지, 진짜 친할아버지, 어디서 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할아버지로 남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면 언제든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뿜어져 나오는 그 에너지, 활력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마워했다. △"청춘들아, 이렇게 살아라." '팔팔 청춘'의 마지막 질문은 모두 다 같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 인생 이모작을 앞둔 세대에게 하는 인생 조언 한마디다. 두 할아버지의 대답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생은 준비하는 자에게 더 의미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조 할아버지는 "진짜 젊을 때는 자기의 목표와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거기에 다 만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에 그동안 못해 본 의미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준비해서 노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게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 할아버지는 "행복은 손바닥 하나 차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요즘 흔히 '금수저'를 찾던데, 모두 만능으로 갖춰지다 보면 뭔가를 모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손을 쥐면 펼 줄도 알아야 한다"며 "골고루 사랑을 베풀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그때뿐이지, 다 지나간다"고 조언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5.09.22 17:06

[뉴스와 인물] 김종범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장 "수익 구조 다변화로 기관 자생력 키울 것"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다. 센터는 그동안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시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전주푸드 직매장(송천점·효천점) 운영, 학교·공공급식 공급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센터는 원대한 목표와 달리 '만성 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며 통폐합 논의까지 오갔다. 특히 업무를 총괄하는 센터장은 2년 넘도록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등 구인난까지 겪었다. 김종범(57) 신임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장은 이러한 악조건 속 센터의 방향타를 쥐게 된 인물이다. 어느덧 취임 100일이 지난 그를 만나 '전주푸드 자생'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6월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지난 100일간 중점을 뒀던 업무는 무엇입니까. "제가 센터장으로 취임하며 중점 추진 업무로 내세운 것은 농가 조직화, 직매장 활성화, 조직문화 개선이었습니다. 모두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만, 우선 효천직매장 활성화에 힘을 쏟았습니다. 2022년 4월 효천직매장의 문을 열었으나 아직 홍보가 많이 되지 않은 것 같아, 효천직매장을 시민들께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간판, 현수막, 안내판 등을 확대 설치해 가시성을 높였습니다. 할인행사와 이동장터 등을 통해 시민들과의 접점도 넓히려 노력했습니다. 또 시민들과 소통하는 생산자·소비자 교류 프로그램, 식생활 개선 요리 프로그램 등도 확대·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효천직매장의 매출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주푸드만이 갖는 강점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전주푸드의 강점은 소비시장이 크다는 것입니다. 전주푸드를 소비할 수 있는 도시 소비자들이 많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 로컬푸드가 전주시 내에 진출해 있기도 하고요. 전주푸드는 이러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전주푸드 대표사업으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큰 학교급식 사업이 있습니다. 현재 학교급식은 330곳, 공공급식은 85곳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직매장 사업으로는 다른 지역 직매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주시 농산물 품질인증제 사업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주푸드의 고질적인 문제를 꼽자면 만성 적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십니까. "로컬푸드 사업은 지역 농업인에게 최대 이익을 보장하고,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지역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이 큰 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직매장 매출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센터가 정책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성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선 전주푸드 직매장(효천점·송천점) 활성화가 필수적입니다. 구상 중인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현재 전주시 내에는 전주푸드 외에도 다른 로컬푸드 직매장이 많이 있습니다. 전주푸드 직매장의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전주푸드만의 차별화를 도모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직매장 홍보, 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생산자 조직화뿐만 아니라 소비자 조직화도 추진해 지역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로컬푸드를 만들겠습니다." 직매장 외 학교·공공급식 사업의 추진 방향은. "학교·공공급식은 연중 일정한 공급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농가 조직화를 통한 기획 생산이 필요합니다. 기획 생산에 참여하는 농가를 50%까지 높여서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공급을 추진하겠습니다. 학교급식은 세대에 맞게 품목을 다양화하려 합니다. 급식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만족도를 높이겠습니다. 공공급식은 먹거리로부터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대규모보다는 소규모 취약계층에 중점을 두고 공공급식 수요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일각에서는 전주푸드가 전주시의 지원에서 벗어나 자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자립을 해야 하지만 현재는 성장 단계에 있어 약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올려나간다면 자립도 가능하리라 판단됩니다. 다만 그만큼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자립을 위해선 수익 구조가 다양해져야 할 텐데요. 수익 구조 관련 구상이 있으십니까. "전주푸드는 현재 학교·공공급식과 직매장 매출 수익이 대부분입니다. 말씀처럼 자립을 위해선 수익 구조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전주푸드가 지금은 성장통을 앓고 있습니다. 조직 안정화와 더불어 사업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안정화된다면 수익 구조를 다양화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시대에 맞는 온라인 사업을 비롯해 배달, 도시락, 반찬, 식당, 카페 등도 계속해서 고민하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가 출범한지 10년이 됐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새로운 도약을 할 때입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전주푸드만의 특색 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형 로컬푸드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저희 전주푸드 직원 모두는 농업인, 시민을 연결하는 지역 먹거리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종범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장은 김종범 센터장은 정읍 출신으로 정읍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왔다. 이후 원광고등학교, 한양사이버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33년간 농협에서 근무한 '농협맨'이다. 농협에선 농협은행(정읍·전주·목포), 농협생명(본부), 농협 전북본부(경영지원팀·상호금융팀·경제사업부) 등에서 일했다. 평소 조용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대인 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도 김 센터장은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게 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희생에는 보답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희생을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포부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지역 먹거리 정책을 책임지는 센터장으로서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며 지역 농업인,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를 강조했다.

  • 기획
  • 문민주
  • 2025.09.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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