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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보내는 편지 2-희망찬 전북의 미래 원동력

남원 출신 황희 정승은 조선초기에 한글창제, 과학기술진흥, 영토 확장 등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세종대왕시절에 영의정만 18년동안 재직하며 세종대왕의 대업을 뒷받침했다. 임진왜란 초기에 전국을 짓밟은 왜군을 격파한 웅치, 이치전투는 우리 전북인들이 전주성을 비롯한 호남지역을 적으로부터 방어한 위대한 승리이다. 이치전투의 선봉에서 적을 물리친 황진 장군은 그 다음해 임란 최대전투인 진주성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하셨다. 남원분이고 황희정승의 5대손이시다. 임란 와중에 전국 4대 실록 중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경기전의 조선왕조실록을 내장산으로 피신시켰다가 묘향산 등으로 7년간 지켜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려내신 분이 정읍의 안의, 손홍록 두 선비 분이시다. 정읍출신 동래부사 송상현 선생은 임란 최초의 전투인 동래성 전투애서 피신하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장렬하게 순절하셨는데 현재 부산에 송시열 광장과 동상이 건립돼 그분의 뜨거운 애국정신을 기리고 있다. 장수출신 주논개 의사는 위 진주전투에서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으며, 남원의 심당길, 박평의는 정유재란때 일본 가고시마로 끌려가 일본 도자기 산업을 후일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나아가 우리 전북은 시대에 앞서 미래를 열어가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1600년대 중반 실학사상을 선도한 유형원의 <반계수록>의 탄생지가 부안이다. 1791년 천주교도인 윤지충 등이 전주의 풍남문밖 형장에서 최초로 순교했는데 후일 그자리에 전동성당이 세워졌다. 그 10년후 신유박해때에 순교한 유항검 등 수많은 순교자가 치명자산 기슭에 잠들어 있다. 1894년 수백년동안의 누적된 봉건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인내천과 평등사회를 지향하며 외세 배격의 깃발을 높이들었던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곳이 바로 우리고장 정읍, 고창, 전주, 남원 등 호남평야 일대이다. 전봉준 등 여러 지도자와 수많은 이름없는 농민들이 주역이었다. 이는 갑오경장 등 구한말 이래의 여러 개혁운동과 3.1운동 등 민족독립운동, 해방후의 민주화 운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선진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됐다. 그 동학혁명 4년후에 전국 지방에서는 최초로 예수병원의 전신인 병원이 1900년에는 명문사학인 신흥,기전학교가 각 설립되어 근대화에 앞장을 섰다. 해방후 소련 지원으로 세워진 북한의 공산정부와 달리 남한에서는 한민당이 이승만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민주정부를 출범시켰는데 전북 출신인 인촌 김성수, 백관수, 김병로, 나용균, 소선규 등이 한민당을 이끌었고, 특히 김병로 선생은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청렴, 강직으로 대법원의 지위를 확고하게 올려놓으셨다. 또한 인촌선생은 고려대와 동아일보를, 기전학교 출신인 임영신(금산)은 중앙대를, 백관수의 여식인 백경순은 남편과 같이 한양대를 설립했으며 그후에도 이길녀가 가천대학을 만드는 등 대한민국 대학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또한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된 자랑스러운 민족문화자산인 춘향전, 흥부전 등 판소리는 남원과 전주 등 우리 고장에서 탄생했고. 고창의 신재효선생이 이를 체계화해 영구적으로 전승케했으며 김소희, 안숙선 명창 등이 그맥을 이어왔다. 조선초기 가사문학의 최고봉인 상춘곡을 탄생시킨 정극인 선생(정읍), 조선 3대 여류시인 중 하나인 조선후기의 이매창(부안), 시단의 거목인 미당 서정주 시인(고창) 등이 민족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했으며, 최근 세계적 케이팝 BTS의 방시혁의 선대도 바로 남원이 뿌리다. 전주는 또한 조선후기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적을 출판하는 등 출판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위와 같이 우리 전북인들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뛰어나게 우리 민족역사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했는데 이는 우리 전북만이 가질 수 있는 자존심과 긍지라 할 것이며 희망찬 미래를 건설함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강대석 (변호사, 전 전주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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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2 17:32

우리 안에 있는 노인에 대한 혐오를 거둬야 한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에 우리는 노인과 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노인이 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이며, 잘 늙어간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안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을까? 최근에 발생한 노인과 관련한 한 가지 사건과 두 가지 영화 속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노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첫 번째 사건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이다. 그동안 노인에게 제공하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자고 모 당의 대표가 제안했다. 노인이 지하철을 많이 타기 때문에 지하철이 장기 적자에 시달린다는 이유이다. 과연 그럴까? 평소 오랜 세월을 어르신들과 보내온 나로서는 어르신들에게 이동권의 문제는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는 ‘플랜75’라는 일본 영화의 이야기다. 플랜75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된 가까운 일본의 미래를 담고 있다. 인구 절반이 노인인 일본에서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75’를 발표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죽음을 권한다.’라는 영화적 상상력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안으로 준비 없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세 번째는 황야라는 영화 이야기다. 지진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죽고 죽어가는 정글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생존이 최고의 선이 돼버린 “파괴 된 사람 숲” 안에서 제일 먼저 제거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병들고 쓸모없는 노인이다. 세 가지 상황 모두 노인은 낭비이고, 쓸모 없어져서 정부가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해 주면 되고, 적당한 시간이 되면 사라져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심지어 플랜75라는 영화에서는 청년들의 삶을 방해하는 우리 공동체 안에서 훼방꾼으로 묘사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우리 안에서 노인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노실버존, 노인네, 틀딱충, 할매미, 연금충 등과 같은 노인에 대한 극단적인 단어들이 늘어가고 있다. 왜, 노인 혐오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는 경제적 부양 부담과 세대 간의 갈등을 노인혐오 촉발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노인인권종합보고서는 청장년층의 80% 이상이 노인과 청장년 간 대화가 통하지 않고,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노인에 대한 혐오을 부추기는 핵심적인 원인이 세대간의 갈등, 부양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결국, 노인 혐오는 우리가 살아온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 온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혐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내에서의 성숙한 정책대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모두가 늙어가는 사회에서 노인이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한 사회를 이끌어온 선배 시민으로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과 실천, 노인과 노화에 대한 이해 교육, 베이비부머 시대의 등장과 더불어 세대공감 형 노인문화 등의 확산이 노인 혐오를 줄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노인 혐오가 늘어가는 사회는 모두가 불행한 사회임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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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4.02 17:32

황의섭, 김장하, 이종욱, 그리고 의료파업

“나 없을 때나 간호원이 한 눈 파는 사이에 그냥 도망치세요.” 환자 중에 입원비가 없어 고민하는 눈치라도 보이면 슬며시 다가와 환자 귓전에 대고 한 말이다.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화지만 사실이다. 주인공은 30여 년전까지 전주에서 의원을 운영했던 황의섭 원장. 황 원장은 일제 강점기인 1942년 전주시 다가동 계골목 입구에 회산(檜山)병원을 열고, 이곳에서 48년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평안남도 광동군 출신인 황 원장은 1937년 경성의전(서울대 의대 전신)을 마치고 전라북도립 전주의원(전북대병원 전신) 외과과장으로 발령받아 전북과 인연을 맺었다. 이곳에서 5년간 청년의사로 봉직하다 개인병원을 차린 것이다. 당시 전주의 인구는 4만2530명이었고 5∼6개의 개업의가 있었다. 그의 호를 딴 회산병원은 1958년 전문의제도가 시행되면서 황외과로 바꿨다. 병원은 대지 180평에 25평 규모의 목조 단층건물로 온돌식 입원실 10여칸이 있었다. 마치 시골여관 같았다. 그가 1990년 폐업할 때까지 돌본 환자는 50만명에 이르며 약하고 어려운 환자들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 매일 진료가 끝나면 환자들 방에 직접 장작을 때고 식사도 꼼꼼히 챙겼다. 특히 외과 수술 후에는 개고기가 좋다며 병원 공터에서 심심치 않게 개고기를 삶아 환자들에게 먹였다. 배고프고 영양실조가 많던 시절 얘기다. 이와 비슷한 일화를 최근 넷플릭스를 보고 알았다. ‘어른 김장하’. MBC 경남이 제작한 이 영화는 진주에서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했던 김장하 선생(80)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주완 기자가 뒤를 좇아 취재하는데, 주인공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선생은 20살에 한약방을 열어 1000명이 넘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사업을 펼쳤다. 40살에는 고등학교를 세워 학교를 반석 위에 올린 뒤 48살에 국가에 헌납했다. 또 지역언론이나 형평운동기념사업회 등 각종 단체에 아낌없이 후원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흔한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변변한 아파트도 갖지 않았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인 셈이다. 그가 기부한 돈이 줄잡아 200억원이 넘지만 기부보다 더 감동적인 건 그의 철학이다. 그는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거나 “(한약업을 하며)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기에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되겠다.”고 말한다. 요즘 세상에 어떤 의료인이 아픈 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고 그 돈을 사회에 돌려주는가. 이들 선한 의료인을 보면서 12년전 일이 떠올랐다. 2012년 1월 김제출신 서울대 임정기 연구부총장을 인터뷰할 때였다. 서울대 의대 학장을 두 번 역임한 그에게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대뜸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얘기를 꺼냈다. 이 총장은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을 맡아 세계 질병퇴치운동에 헌신하다 순직한 인물이다. 의과대학생을 위한 특강에 초청했는데 이런 말을 들려줬다는 것이다. “의사는 먹고 살만한 수입이 주어진다.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라.” 실제로 그 자리에 있던 의대생 중 여러 명이 국제보건 관련 기구로 진출했다. 요즘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료파업으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증원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부치는 정부도 문제지만 직업적 특권을 지키려는 의사집단의 이기적 동기가 더 문제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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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02 15:38

대통령의 연설 혹은 담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강원국 씨는 청와대를 나온 뒤 ‘대통령의 글쓰기’를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란 부제를 달았는데, 그 이유를 “두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8년 동안의 배움에 대한 감사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연설비서관은 대단한 식견과 글솜씨 재주가 빼어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두 가지 능력을 다 갖춘 연설비서관은 오히려 좋은 연설문을 쓰지 못한단다. 대통령의 글이 아니라 자기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를 만난 덕분에 두 대통령의 분명한 생각을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는 그는 문체까지도 그러했으니 글솜씨도 필요 없고 성실하게 말귀만 알아들으면 되었다고 했다. 사실 좋은 연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두 대통령은 글의 수준도 빼어났다. 그러나 스타일은 달랐다. 김 대통령은 연설문 원고를 일일이 수정하고 다듬고, 고쳐서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녹음해 돌려주었다. 노 대통령은 직접 글을 쓴 사람을 만나 지적하고 수정하며, 좋은 생각이 나면 연설 직전까지도 다시 더했다. 이런 두 대통령 덕분에 강 비서관은 좋은 글쓰기의 비법을 얻게 됐다. 곧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비법의 중심은 배려와 공감이었다. 돌아보면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1863년>, 존 F. 케네디의 <나는 베를린 시민이다-1963년>,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여정-1994> 등 역사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 대통령들의 명연설이 적지 않다. 대부분이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며 자신들의 철학을 담아 소통하고 감동을 전한 연설이다. 200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첫 연설도 섬세하고 명쾌한 문장에 열정과 감동을 담아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명연설로 평가받는다. 그 연설에 담겼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이제 오바마의 상징이 되었다. 총선을 앞둔 지난 1일,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불러온 <의과대학 정원 정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있었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게 하는 연설을 기대했던 때문일까. 그 내용을 두고 여당과 야당의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리더십을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게리 윌스는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연설이 갖는 진정한 힘도 배려와 대화, 소통에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된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4.02 14:51

학교폭력도 모자라 동영상까지 유포 엄단을

학교폭력은 절도나 도박 등 유사한 청소년 범죄와는 달리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고통을 주기에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집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들에게는 학교생활이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만일 학교폭력을 당하게 된다면 하루하루가 지옥일 수밖에 없다. 매일 8시간 이상 있어야 하는 곳이 지옥이라면 피해자의 몸과 정신이 어떻겠는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심각한 경우엔 그 후유증이 어른이 되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지속돼 결국 증오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게시돼 확산되면서 2차 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시는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본색원해 처벌해야 하고 SNS상 2차 가해가 없도록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30일 SNS상에 '전주는 진짜 까면 깔수록 이런 ○○들의 제보만 오네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동영상은 주차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여고생으로 보이는 2명이 다른 학생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차면서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2명의 학생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피해학생은 체념한 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닥에 앉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55초 가량의 이 동영상은 조회수가 15만회를 넘어섰고 1만여 건 이상 공유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불행중 다행인지는 몰라도 동영상이 올라온 지 얼마안돼 가해자의 SNS 계정에서 게시물은 삭제됐으나 이미 다른 계정으로 퍼져버린 영상은 모자이크도 없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학교폭력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물리적 폭력을 넘어 이처럼 폭행 당하는 영상이 가해자 등의 SNS에 게시되면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번 퍼지게 되면 당사자가 영상을 삭제하더라도 SNS상에서 영상이 독버섯처럼 확산되는 셈이다. 어쩌면 물리적인 1차 가해보다도 더 중대한 범죄가 바로 이러한 유형의 ‘2차 가해’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만 한다. 그게 바로 공정이고 정의다. 가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물론, 유포시키는 행위도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교육당국과 사법당국의 유기적인 대응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02 14:44

총선 D-7일, 유권자 손에 달렸다

4·10 총선이 7일 앞으로 다가왔다. 4∼5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선택의 시간이 코앞에 닥쳤다. 앞으로 일주일은 이번 총선에 나선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정당의 공약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유권자의 시간이다. 생활전선에서 모두가 바쁘겠지만 집에 배달된 후보들의 공보물과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 하나라도 눈여겨 보고 마음 속으로 판단의 기준을 세워야 할 시간인 것이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지역을 바꾸고 나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텃밭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끝나면서 파장 분위기다. ‘선거가 다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전북의 유권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지역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임에도 중앙의 이슈에 매몰돼 버렸다. 여당은 거야 심판론을,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외친다. 그러다 보니 선거판이 진영논리에 빠져 내편 아니면 네편으로 갈린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이 한쪽에 올인하는 바람에 선거 열기도, 변변한 지역발전 공약도 비켜가 버렸다는 점이다. 지금 판세는 전국적으로 야당 우세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도권인 한강벨트와 영남권인 낙동강벨트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8석을 갖고 있는 충청권 역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해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곳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4번의 민생토론 대부분을 이들 지역에서 열고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들 지역을 자주 찾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호남, 특히 전북은 선거 기간인데도 적막강산이다. 민주당은 따 놓은 당상이라 관심이 없고 국민의힘은 해봤자 시간 낭비라 아예 관심을 접어버렸다. 결국 전북만 빈손인 셈이다. 전북은 지금 사면초가다. 인구는 급감하고 경제력도 전국에서 최하위다. 그런데 40년 가까이 일당 독주로 인해 실리도 얻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도 고립된 상태다. 그래서 유권자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당만 보고 투표할 게 아니라 지역발전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철 지난 낙후 타령이나 인물이 없다고 자조만 할 때가 아니다. 잎으로 남은 일주일간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능력과 공약을 체크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02 12:36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

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더니, 이제는 포근해진 날씨가 활력을 안겨주는 완연한 봄날이다.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거리는 시끌벅적하다. 그런데 어수선함은 동시에 거리에 이채로운 활력 또한 함께 주는 것 같다. 거리의 어수선함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어쩌면 민주주의 또한 단정하게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어수선함 속에서의 활력이 작동하는 제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의 연원인 demokratia는 인민이 직접 통치하는 체제인 직접민주주의를 의미했다. 이는 아테네 귀족정의 한 형식이었고, 당시 민주정은 외려 추첨형식이었다. 17세기 무렵까지 민주정은 무질서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19세기 보통선거의 확대와 함께 대의민주주의 형식으로 제도화됐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는 대체로 정당 중심의 대의민주주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 중심의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여망과 불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요구가 제도권에 정당하게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고, 때로는 선거가 시민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기능보다는, 단순히 시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으로 폄하되는 경우가 없지 않아서, 대의민주주의의 의미가 퇴색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정치사는,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자동으로 시민들의 주권을 보장하는 제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시민의 주권 참여는 중요하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이기도 하다. 선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주권을 비교적 손쉽게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선거는 어려운 ‘선택’과 마주하게 한다. 출마한 여러 후보자의 역량과 자질을 적절하게 평가하는 문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의 역사가 서구와 달리 상대적으로 길지 않고, 또 이합집산이 많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후보자를 적절하게 ‘선택’하기가 쉬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다양한 플랫폼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르고 적절한 정보를 추려내는 일 또한 버거운 일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선관위 주관 후보자토론회는 어떤 후보가 지역에 적합한지 검증하기 위한 적절한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지난 세기와는 다른 맥락에서 후보자토론회는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공직선거법에 근거하여 주요 방송사를 통해서 중계되는 후보자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공약 등 정책뿐만 아니라, 이들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토론회가 갖는 몇몇 형식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주요 후보자가 출연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 및 능력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후보자토론회는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토론의 장이라 할 것이다. 금주에는 선거방송토론위 주관 후보자토론회가 열린다. (3월30일~4월4일, KBS,MBC,JTV 중계) 여러모로 다시 한 번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에 대해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 또한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4.01 17:24

지방 소멸과 고향 붕괴를 보며

지방 붕괴니 지역 소멸이니 하는 말 뜻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이에 따라서 우리는 모두 소중한 고향도 잃어간다. 말하자면 거주민 감소를 넘어 아예 시골 동네가 텅텅 비어간다.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거나 사망에 의한 자연 감소일 터이다. 보충되거나 채워짐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동네마다 아기 울음 들린 지가 몇십 년이 넘었다고들 말해진다. 사람 사는 데 따른 모든 부차적 문화나 기구 또는 제도도 소멸된다. 삭막하고 휑한 분위기가 농촌마다 다르지 않다. 아직 빈집들은 몇몇 남아 있어서 겉으로는 가옥 수가 유지되는 듯하나 마을을 들어가 보면 사람의 기척이 없다.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를 누리던 소중한 고향 산천이 인정 떠난 낯설고 물설은 타향으로 변모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서러운 일인가? 부모님 자애로운 눈길이 서려 있던 고샅길 하나하나가 폐허가 되고 정겹던 그 옛 추억마저 소멸되는 게 아니겠는가? 요샛말로 귀촌 귀농이란 말이 있어 ‘고향 되돌림’에 대한 시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그 실효는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인데, 필자는 감히 의견 하나를 내고 싶다. 막연한 낭만풍의 귀촌은 실효가 없을 터이고, 돌아가서 무슨 할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일은 즐거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고 경제적 생산성도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중국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인용해 본다. 장차 전답이 잡초로 무성할 것이니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에 묻혀 살리라 하는 소위 선언문이다. 살벌하고 번다한 도시 생활과 벼슬길을 청산하고 인간 성정이 부활하는 자연 귀의의 주장인 셈이다. “돌아가리. 전원이 장차 거칠어지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이미 스스로 마음이 몸의 부림을 당했으니 어찌 한탄하고 슬퍼하지 않으리. 지난 날이야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앞날은 좇을 수 있음을 안다네. 실로 길은 잃었어도 멀리 가지는 않았으니 지금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안다오.” 긴 명문이었다. 도연명은 고향에 돌아가 글을 읽었다. 문학과 학문을 달성시켰다. 필자는 그 의견 하나가 예술인들을 농촌에 영접하자는 것이다. 빈집들을 수리하여 저렴하게 임대해 주어 맹렬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터전을 마련해 주자는 제언이다. 농촌이 느닷없이 예술촌이 되는 것이다. 별장의 개념이 아니다. 주민등록도 마쳐서 주민 인구수도 늘리고 농촌 생산물 소비 통로도 마련하는 상부상조의 실현을 해보자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은 자연 빈번히 교류할 것이다. 호강스러운 말이지만 무슨 힐링의 계기도 되며 약간은 지역 경제도 살아나지 않겠는가? 그림 그리는 사람, 글 쓰는 사람, 여타 골고루 재주 있는 예술인들이 농촌을 드나든다면 사람 사는 정경이 살아날 것이다. 옛날에 조정에서 고급 벼슬아치를 벽지에 귀양 보냈는데, 그 배소에서 학문과 문학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부수 효과가 있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사람 하나, 문명한 사람 하나 이주는 그 지역의 명소화를 이끄는 법이다. 강진에 머물던 정약용 선생의 경우가 그 본보기이다. 유명 소설가, 유명 시인들을 지자체에서 크게 환대하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필자의 생각은 그런 화려한 귀촌을 말함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예비 예술인, 아주 유명치는 않아도 성실한 예술인을 영접하자는 것이다. 루소도 그랬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소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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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1 15:55

새만금에 불어오는 변화의 봄바람

드디어 봄이 왔다. 새만금에도 완연한 봄기운이 가득 차면서 곳곳에 아름드리 꽃이 만발하고 있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로 항상 설렘을 가져다주는데 요즘 새만금도 설렘 가득한 변화가 일고 있다. 필자가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한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새만금 국가산단을 처음 둘러보았을 때만 해도 비어있는 땅이 많았고 오가는 사람들도 적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점심시간에 청 주변 카페나 식당을 가보면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북적인다. 점점 산단에 출퇴근 차량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매일 눈으로 확인이 된다. 허허벌판은 옛말이 되었고, 새만금은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새만금에 이차전지 등 미래 신성장 분야 중심에 있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러시가 이어지면서 산업 용지가 부족할 정도가 됐다. 새만금만의 다양한 기업 혜택과 친(親)기업 환경에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 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확실한 기업지원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그리려고 했던 새만금의 성공 스토리가 실제로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새만금개발청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1조 원이라는 투자유치 성과를 달성했는데 개청 이후 9년간 성과의 6.7배에 달하는 성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10.1조 원의 투자유치로 인해 새만금에는 8천 명 이상의 직접고용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26조 5천억 원, 고용 창출 효과는 13만 3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산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 초에만 벌써 6개의 기업이 착공하여 부지마다 펜스가 설치되고 건설 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빠른 개발 속도와 산단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새만금개발청은 정주 여건 개선에 앞장서는 중이다. 입주기업들에 LH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하여 제공하는 한편, 4월부터 새만금 국가산단 내 근로자들을 위한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출·퇴근 시간대 발생하는 차량정체 해소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옥녀교차로 주변에 10여 개 교차로의 신호주기를 조정했다. 그 외에도 입주기업들을 위해 산단 내 문화·스포츠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 성장센터도 건립할 예정으로 올해 첫 시작을 위한 신규 예산을 확보했다. 앞으로 입주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새만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긴 동면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계절의 변화처럼 30년 동안 새만금과 함께해 온 필자의 보람과 긍지가 만개하고 있다. 새만금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지난해 전국을 놀라게 한 새만금의 기업투자가 실질적인 기업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 기업 중심의 기본계획 초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첨단전략산업, 글로벌 식품, 관광·MICE의 3대 허브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관광레저용지와 수변도시 부지도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끌어 낼 것이다. “뽕나무밭이 바뀌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의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있다.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산업과 전북특자도의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잘 융합해서 상전벽해가 이뤄지는, 세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새만금을 만들어서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만물이 자라나는 봄처럼 활짝 피는 새만금의 봄 길에 많은 애정을 부탁드린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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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1 15:54

누범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뢰인은 폭력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형기를 다 하고 출소하였다. 의뢰인은 교도소 출소 후 1년이 지나 음주운전으로 검거되어 다시 재판받게 되었다. 의뢰인은 누범인데 자신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물어왔다. 필자가 변호사가 되고 나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처음 교도소에 갔을 때였다. 필자에게 교도소는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락부락한 범죄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고, 교도소에 간다는 것은 떨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지금 필자에게 교도소는 평범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당연히 뉴스에 볼 수 있을 정도의 끔찍한 사건으로 들어와 있는 분들도 있지만, 누구나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운이 없거나, 그도 아니면 국가 권력에 밉보이면 갈 수 있는 곳이 교도소이다. 어느 순간 누구나 갈 수 있으니 나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내가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그 곳에 계신 분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점점 옅어지게 되었다. 누범은 형법 제35조에 기재되어 있고,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이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짓는 것을 의미하고, 그 경우 법정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교도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 또 죄를 짓게 되는 경우를 누범이라고 한다. 그런데 형법 제62조 제1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누범의 경우에는 그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 범죄자도 보통 사람이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법에는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 선처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의뢰인이 만약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다시 교도소에 가는 일은 없겠지만,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게 된다면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고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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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1 15:54

농촌발전의 표본 -공동체 발전의 원동력은 지도자의 힘

고향 산천으로 돌아와 다시 새 삶을 전개하면서 70대 청년인 필자는 우리지역에 표본으로 삼을 만한 지역의 지도자가 없는가 찾아보았다. 초등학교 동창인 전 군의원, 후배인 지역의 번영회장도 만나면서 많은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는 군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자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웃 마을 한병원 오룡(五龍)이장이다. 그 동네에서 낳고 자라서 청년회장을 역임한 후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의 이장을 하는 토박이이다. 그와 이장회의 때 함께하면서 아! 저 지도자가 가진 ‘아름다운 공존’의 지도력이 무엇인가? 감동으로 살펴보니, 마을 공동체 활동의 저변인 효행 실천으로 어른들께 공양하는 모심의 행사를 근 50년 실천한 것이 눈에 띄었다. 효정신의 실천이야 말로 인간됨의 기본 도리인 것을 실제로 보여주면서 살아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동네에는 18세부터 들어와 현재 92세가 된 개척자도 있다. 그는 맨손으로 버려진 땅을 옥토로 일구어낸 ‘집념의 얼굴’이다. 이 어른과는 게이트볼을 3년간 함께하면서 끈기 있고 고운 마음을 가진 인생 선배임을 알 수 있었다. 또 한 분은 오룡마을의 부녀회장이다. 그는 엿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편과 함께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며 공동체 활동을 줄곧 해온 분이다. 다음 만난 사람은 중국인 다문화 가정의 정종국 왕교매 부부다. 이들은 2남 2녀의 4남매를 낳아 키우며 살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업 활동을 모범적으로 실천해오며 네 자녀를 키우고 농촌에 기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오룡은 위와 같은 인적자원의 바탕위에 70여 주민들과 함께 오늘의 공동체 마을로 성장하였다. 그 중심에는 한병원이라는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대보름 때 망우리 행사를 보고 또 마을회관에 가끔 들러 주민들과 그 발전상을 둘러 볼 때마다 아 말로만 “바빠서”가 아니라 지도자로서 이런 일 하려면, 술 밥 만 먹으면서 '입 만 살아있는’ 만남의 요청으로만 알 길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산서면에서는 이장단과 주민 자치위원회, 적십자회, 청년회 등에서 주관한 면 단위의 설날 세배 행사가 있다. 최훈식 장수군수를 비롯한 군 전체의 대표 인사들과 산서면 주민들이 함께한 설날 세배 행사를 하였고 이 때 축시를 낭송했다. 떡국공양 시간에 오룡마을 이장 옆에서 그 시를 바인더에 넣어 건네면서 “사실 이 시를 쓸 때 시상의 촉발은 오룡마을 이장님을 떠 올리면서 썼다”고 고백했다. “우리 농촌마을의 지도자들에게, 특히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가는 이때, 산서면 오룡마을을 보면서 지도자의 덕목인 모심과 소통이며 가야할 방향성과 포용 그리고 나와 함께 마을, 지방, 국가사회를 향한 공동체 정신이 확실한지를 그곳에 가서 체험해 보자”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 이웃인 우리 참밭(眞田) 마을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바라기가 함박웃음 꽃을 피우고 있는 진전부락이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청룡아 올라라!'라는 제목의 축시다. "건지산 영대산으로 백운타고 올라라, / 이룡에서 삼룡 되어 오룡으로 올라라./충신을 등에 업고 효심을 가슴에 품으며 예절을 땅에 짚고 올라라 청룡아! / 산서면 가가호호 장수군 구석구석 논두렁 밭두렁 풍년가락 덩실덩실 춤추며 올라라 청룡아!" /장하열 (철학박사, 산서도서관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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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01 15:53

익산역 선상역사 확충 빠르게 진행해야

전국적으로 볼때 KTX나 SRT 정차역을 중심으로 한 역세권 발달은 참으로 놀랍다. 전북처럼 제대로 된 공항 하나 없고 지역발전이 더딘 지역의 경우 철도역을 중심으로 교통수요를 충분히 소화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하고 주변 상권의 흡인력을 높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총선을 목전에 둔 지금 익산시의 최대 숙원이자 도시 대변혁이 기대되는 KTX익산역 광역환승체계 구축 및 복합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2022년 3월 ㈜한화건설, ㈜씨엑스씨,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9월에는 민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본구상 공모까지 진행됐으나 이후 전국을 강타한 건설경기 침체 여파와 사업 대상 부지 사용권원 확보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된 상태다. 익산시는 고육지책으로 익산역을 확장(480억 원 규모)해 선상에 광역환승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마치 전주역사 전면개선사업과 같은 국비 지원을 통해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전라선 고속철도 사업에 익산역 확장을 편입시키는 투 트랙 전략을 모색중이다. 2014년 390만 명이었던 익산역 이용객 수는 호남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에는 무려 135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대비해 선상역사를 2000㎡ 확장하고 접근성 및 편리성 제고를 위해 6000㎡(200면) 규모 선상주차장을 현 역사 남쪽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 확보다. 앞서 전주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국토부 사업 대행)을 통해 전주역사 전면개선을 추진하면서 450억 원(국비 300억 원, 한국철도공사 100억 원, 전주시 50억 원)을 확보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민간투자 유치가 어려운 상황속에서 활로는 국비 지원 뿐이다. 그런데 전주역사는 매우 큰 교훈을 주고있다. 500억 이상이 투자되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년을 더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소규모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는데 이또한 차일피일 미뤄지다 이제 착공했다. 선상 역사 증축, 주차 공간 확보, 광장 교통체계 개선 등의 사업을 오는 2025년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전주시의 개선사업은 일단 시작됐다는데 의미가 있으나 당초 계획과 달리 너무 소규모로 진행돼 아쉬움을 준다. 선상역사 확장 등 익산역 개발도 땜질식으로는 안된다. 할때 제대로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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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01 13:56

‘구십춘광(九十春光)’⋯ 청년의 기준

하루하루 봄날이 가고 있다. 멋지고 화려한 날은 항상 짧다. 한창 물오른 인생의 봄도, 계절의 여왕 봄도 그래서 더 아쉽다. ‘구십춘광(九十春光)’이란 말이 있다. 구십일, 즉 석 달 동안의 화창한 봄빛을 일컫는 말로, 청나라의 시인 오석기(吳錫麒)의 시 ‘송춘(送春)’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리고 이는 아흔 살에도 봄빛처럼 활기찬 모습, 즉 노인의 마음이 청년 같음을 이르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푸르른 봄을 뜻하는 ‘청춘(靑春)’은 곧 인생의 청년기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생동하는 인생의 봄, 청년은 과연 몇 살까지 일까? 최근 청년의 나이 기준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청회까지 열면서 이를 공론화했다. 사실 ‘청년’을 나이로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땅한 잣대도 없다. 수명 연장의 시대, 청년의 연령 범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청년정책을 추진하면서 법률과 조례를 통해 지원 대상을 나이로 규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래서 논란이 생겼다. 지역별, 연령대별로 상황과 입장이 크게 달라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청년정책을 담은 각 법령과 자치법규마다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청년정책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한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나이를 19세~34세로 정의해 놓고,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그 연령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이러다보니 전국 각 지자체별로 조례에 규정된 청년의 기준 연령이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지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인구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청년의 연령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농촌지역과 젊은층이 몰리는 대도시가 청년정책 지원 대상을 같은 잣대로 설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주시가 청년의 연령을 18세~39세, 장수군은 15세~49세로 설정해 차이를 보인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생물학적 나이와는 거리가 있다. 100세 시대, 농어촌의 인구구조가 더 기형적으로 변화하면 조례상 청년의 나이는 지금보다 더 상향될 지도 모른다. 생애주기 구분에서 ‘신중년’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등장했다. 몇 년 전부터 사용된 이 정책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해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 일을 찾고 있는 50~60대의 과도기 세대를 지칭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정부가 고용정책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현재 65세로 정해져 있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측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환갑잔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 정책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인생의 봄인 청년의 기준을 예전처럼 20~30대로 한정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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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4.01 13:12

정당보다 인물과 정책으로 심판하자

4·10 총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전국 254개 지역구에 699명과 비례대표 46석에 253명 등 모두 952명의 후보자가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에 들기 위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북에서는 10개 지역구에 33명이 입후보해 3.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창 불꽃이 튀어야 할 선거운동이 벚꽃이 시들듯 파장 분위기다. 지역 텃밭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끝나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같이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 끝났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여당에선 거야견제와 이조(李曺)심판, 야당에선 정권심판과 검찰정권 심판 등 온통 심판론뿐이다. 그러다 보니 거대 양당만 보일뿐 총선 본래의 지향점인 지역이슈에 대한 공약과 인물에 대한 평가는 뒷전이다. 특히 전북은 40년 가까이 민주당 독식 구조여서 진영논리에 젖어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도민들은 어느 후보가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먼저 공약과 정책을 보자. 민주당 전북도당은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와 그린성장 중심지 등 9대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이들 공약은 그동안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발표했거나 추진해 온 것들로, 대부분이 재탕 삼탕 공약이다. 영혼 없는 지역현안을 나열한 수준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도 재원조달 방안 등 실행력이 담보된 사업은 드물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담겨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다음 능력과 인물을 보자. 후보자들의 과거 경력과 학력 등 지나온 길을 뜯어 보고 범죄전력, 병역, 탈세, 탈당 여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래야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기본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지난 21대 도내 국회의원들은 정부여당은 물론 민주당 중앙당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우물안 개구리로 지역에서 도의원 및 시군의원들의 골목대장 노릇에 그쳤다.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인지를 보고 뽑아야 할 것이다. 이제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지켜질 수 있는지, 어떤 후보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지를 가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과 능력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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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01 13:09

심판론 말고 지역이슈로 경쟁하라

4·10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으로 불꽃이 튀어야 할 시기인데 전북은 이미 파장인듯 시들하다. 텃밭정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일찌감치 끝나면서 당락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성윤 후보와 비례대표인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현역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맞붙은 전주을 지역이 약간의 관심을 끄는 정도다. 10개 지역구 중 그 외 9개 지역구는 해보나 마나한 판세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권 타도 등 정권심판론만 무성하다. 이번 총선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지 헷갈리게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예산안을 심의·의결하고 국정을 감시하며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등 국민의 대표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현안을 국정에 반영하고 지역을 위해 국가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지역의 대표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북처럼 도세가 약하고 힘이 없는 지역은 지역대표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총선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면서 지역 이슈가 쟁점이 되어야 할 판에 민주당은 정권심판론과 검찰개혁,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론과 일당 독재 타파를 외치는 소리만 들린다. 특히 민주당 후보들은 ‘이미 선거가 다 끝났다’고 생각해서인지 ‘부자 몸사리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TV토론에 나가지 않는가 하면 선거 유세 도중 막말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표정관리에 열중이다. 여기 저기에 현수막을 걸고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거리유세에 들어 갔지만 오만하게 비춰지지 않는 선까지가 선거전략이다. 그러나 전북으로서는 이번이 지역현안을 이슈화하고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가령 전주 완주 통합이나 걸핏하면 관할권 소송으로 갈등을 빚는 군산 김제 부안의 새만금 메가시티 논의는 좋은 소재 중 하나다. 또한 전주의 경우 한옥마을과 아중호수를 잇는 도심 케이블카사업이나 황방산 터널사업 등은 여론의 심판을 거쳐야 할 사업들이다. 총선을 통해 민심을 확인하고 낙후된 지역발전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은 지금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 지역소멸이 눈앞에 다가왔고 경제력도 전국 최하위권이다. 그런데도 전북정치권은 중앙정치에 매몰돼 심판론만 외칠 것인가.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여론을 수렴하면서 지역이슈를 가지고 치열하게 경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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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31 17:10

국립무형유산원 역할·위상 재정립해야

개원 10주년을 막 넘어선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이 그 역할과 위상을 놓고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히 전승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초의 무형유산 복합행정기관으로, 지난 2013년 전국에서 무형문화재가 가장 많은 전통문화도시 전주에 둥지를 틀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 웅장하고 의미 있는 시설이 문화도시 전주의 위상을 한층 드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국립무형유산원은 줄곧 그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지역성 부족’ 논란에 얽히면서 지역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원장 공석 상태가 3개월째 이어지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국립무형유산원은 원장의 잦은 교체로 지역 문화계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위치한 곳은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전주천, 그리고 전주의 미래유산인 서학동예술촌과 맞닿은 지역 문화·관광의 심장부다. 그런데도 아직껏 지역민들에게 그 존재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야심차게 대규모 전시·공연을 기획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 지역성 부족이 먼저 꼽힌다. 문화도시 전주가 보유한 무형유산의 뛰어난 가치를 인정해 국립무형유산원을 전주에 설립했지만, 정작 그 곳에서 전주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 채우지 못하는 전시·공연공간을 지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채워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지역과 상생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전주에 특화된 기관이 아닌 국가기관인 만큼 지역 무형문화재만을 집중 조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맞는 말이지만 이 문화기관이 전주에 세워진 이유도 살펴야 한다. 지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기관은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도시에서 외면당하는 문화기관이라면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이 오는 5월 17일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이를 계기로 국립무형유산원도 그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 지역과 상생하는 전통문화도시의 대표적인 국가 행정기관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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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31 17:10

순창군 농촌유학 활성화로 인구유입 다각화

‘100년 넘은 초등학교가 사라진다’ 연초부터 전국적으로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를 다루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출생률 급감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빚어진 참사다. 참사로 표현한 이유는 지역의 학교가 폐교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농촌유학 유치가 불가능해져 인구 유입에 적극적인 지자체 입장에서는 참사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대한민국의 합계 출생률은 급격히 떨어져 지난해 0.72명에 달했고 2023년 4분기 합계 출생률만 놓고 보면 0.65명으로 0.6명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0.7명대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심각한 상태다. 몇 년 사이에 출생률이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고 저출생 위기로 인구 소멸 지역에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을 방안 중 하나로 순창군이 꺼내든 카드는 농촌 유학생 유치다. 순창군도 50년 이상 1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 초등학교들이 머지않아 그 역사가 끊어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행정기관과 학교 동창회, 지역민들이 모여 학교 살리기에 적극 나서며 농촌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순창군도 행정력을 집중하며 농촌 유학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군은 지난해 12월부터 유학생을 모집하고 신청자를 대상으로 농촌유학 운영학교 주변 거주시설 방문 및 면담을 거쳐 유학생 41명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23년 20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전북특별자치도내 시·군 중 가장 많은 유학생을 유치했다. 특히 유치된 학생들의 출신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9명, 경기 9명, 광주 7명 등으로 전북도내를 벗어나 타 지역에서 오려는 학생들이 많다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북특별자치도내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아닌 대도시인 서울이나 경기도의 학생들을 유치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지난해부터 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인계면에 14세대 규모의 단독주택형 농촌유학 거주시설을 연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적성면과 팔덕면에도 각각 30억 원과 25억 원을 들여 9세대와 8세대 규모의 다세대주택형 농촌유학 거주시설을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또 순창군은 올해 농촌 유학생 유치를 위해 기존 공공시설을 활용한 농촌유학생 거주시설로의 전환도 빠르게 준비했다. 쌍치면의 경우 관광시설을, 팔덕면과 구림면의 경우는 도농교류센터와 귀농귀촌 게스트하우스 등을 리모델링해 농촌유학생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다. 아울러 농촌 유학생 유치를 통해 순창군으로 전입한 가족에게는 아동행복수당과 체제 유지비 등 경제적 혜택 제공은 물론 관내 중·고등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습시켜 주는 공립형 기숙학원인‘옥천인재숙’있다는 매력적인 제도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촌 유학생인 초등학생들이 순창에서 중·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 대학생 생활지원금으로 학기당 200만 원씩 연간 400만 원, 4년간 최대 1600만 원이 지급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고자 꺼내든 농촌 유학생 유치가 순창의 활력을 되찾아 주고 지역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릴 수 있는 좋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순창군은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하여 아이들 웃음소리가 지역의 생기를 불어넣고 그 행복한 웃음소리를 바탕으로‘군민 모두가 행복한 순창’을 실현하는데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 /최영일 순창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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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1 17:10

안전 민감증 시대를 열어가자

선진국이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과연 어느 정도에 와 있을까? OECD 국가 중 한국인의 삶의 질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안전지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증가하고 위기 상황에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사람의 비율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홀몸노인이 늘어나 사회적 고립도가 높아지고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도 크게 늘고 있다. 2023년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사는 우리로서는 참 부끄러운 일로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사회적 안전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국가적 안전교육이 생활화되어 있는 선진국으로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발달 단계에 맞는 안전교육을 교육과정에 반영하여 어려서부터 생활화되어 있으며, 일찍이 산업이 발달해 산업재해 예방에 경영시스템으로 사업장 안전 방침과 로드맵을 철저히 현장에서 운영해 왔다. 안전사고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2014. 4. 16.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도 부랴부랴 2015. 2. 26. 교육부가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발표하고, 이어 행안부에서 ‘6대 안전 분야 안전교육’ 안을 내놓아 생애주기별 평생 안전교육 매뉴얼을 만들고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이 안은 짜임새 있는 연구와 개발로 참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실행 의지와 노력이 문제다. 국가와 지자체, 각 기업에서 투자를 늘리고 계획대로만 해나간다면, 우리도 안전 선진국에 들어가고 국민들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후 이태원 사고와 대형 화재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이어졌고, 살펴보면 대개 사소한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에 원인이 있었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이어져야 할까? 안전사고는 사전 예방과 유사시 대처 능력인데, 이는 오직 교육을 통해서 안전의식이 형성되고 실습으로 행동이 몸에 배어야 한다. 사고는 운이 없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대충 넘어가던 그릇된 방심 문화에서 온다. 오늘날 학교는 교육과정과 특활 운영에 전문적인 지도를 위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외주로 교육에 투여된다. 교사들이 기술적 전문성과 장비부족, 시간의 한계 등으로 소홀해지고 있는 실습 위주의 안전교육을 국가 지정기관과 인증된 전문인력에 맡겨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학교보건법’으로 교직원들과 ‘어린이안전법’으로 어린이 이용시설 종사자가 법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매년 의무적으로 받고 있으나, 대부분 일반인은 안전교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편이다. 우리도 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다만 위 대로 잘 짜인 매뉴얼을 기본과 원칙대로 실천해 나가느냐의 문제인데, 이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안전시설도 구축하고 살펴야 함은 물론, 안전의식을 기르는 안전교육에 예산을 대폭 늘려서 실질적인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엄청난 예산을 다루며 특히 축제나 행사 등에는 수천, 수억을 투자하며 안전교육에는 쥐꼬리만큼 배정하고 인색하다. 우선 표가 안 나니 지나쳐 버리고 가시적 성과에 눈을 돌리려는 국가나 지자체 지도자들은 각성하고 의식의 전환이 절대로 필요하다. 모든 사업으로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지만, 인간의 생존권을 지키는 안전은 우선 되어야 한다. 사회에 만연된 설마 설마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투자로 교육과 훈련을 잘하여 이제라도 안전 민감증 시대를 열어가자. /고병석 (사)한국아동청소년안전교육협회 전북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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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1 17:09

똑똑한 국회의원이 필요

이번 총선을 예전처럼 하나의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면서 치르면 안 된다. 그 이유는 그간 지역정서에 매몰돼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를 만든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으로 여겨 항상 현역들은 공천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충성을 다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니까 새만금사업은 30년 넘게 희망고문이 되었고 전국 꼴찌라는 낙후 꼬리표만 붙었다. 전북은 보수정권이 집권할 때는 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재 등용은 물론 국가 예산을 배분할 때마다 지역 홀대를 가져왔고 DJ 노무현 문재인 진보 정권 때는 똑똑하고 야무진 국회의원들이 없어 자기 몫을 챙겨오지 못했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KTX가 강릉까지 가는 바람에 서울 사람들의 놀이터로 뒤바뀌면서 상전벽해를 이뤘다. 여수는 엑스포 개최를 통해 관광도시로 변모, 밤마다 여수 밤바다를 읊조리며 소주를 마셔대는 바람에 돈방석에 앉았다. 청주와 청원군이 통합하면서 청주시가 청주공항을 통해 중부권 허브 역할을 톡톡하게 하면서 오송이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부각, 지역 발전을 선도한다. 전남은 신안군의 천사의섬 퍼플섬이 연륙교가 가설되면서 관광도시로 변했고 서해안 고속도로가 인천서 목포까지 뚫리면서 전남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지역이 발전한 것은 유능한 정치지도자들이 여야에 포진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산의 경우 여야 국회의원들이 실컷 싸우다가도 지역 문제가 생기면 한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가 있었다. 전북은 그간 국회의원들이 말로만 원팀 운운했지 실제로는 각자도생하기에 급급했다. 좀 잘 나간다 싶으면 뒤에서 밀어주기는커녕 뒷다리 발목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기보다는 다음 공천을 받으려고 당 대표한테 충성 경쟁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잼버리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몰아쳐 씌우면서 전북도민의 자존심을 그렇게 짓밟아놨는데도 그 누구 하나 즉각 목에 방울 달고 윤석열 정권을 향해 싸운 적이 있었던가. 나중에 출향인사를 포함 애향운동본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들고 일어서자 그때서야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궐기대회장서 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때도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국회로 넘긴 당초안에 전북 1석이 줄어든 것으로 돼 있어 도민들이 궐기하다시피 해서 현행대로 유지했던 것. 이 문제는 민주당에 말발이 제대로 선 전북 국회의원 한 명만 있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전북보다 인구감소가 많은 경남북과 전남은 아예 처음부터 손도 대지 않은 것에서 전북 국회의원의 무능함을 엿볼 수가 있었다. 선거 9일 남겨놓고 마치 선거가 끝난 것처럼 인식한 것은 잘못이다. 지금부터 각 당의 후보들을 꼼꼼하게 살펴서 누가 더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후보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여야가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전북 발전은 백년하청이 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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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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