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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가치를 알고 바다여행을 즐기자

“자유인이여! 그대는 바다를 사랑하라!” 하고 시인은 외쳤다. 지구 표면적의 약 71%인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고 인류에게 필요한 산소의 75%를 공급해 주며, 인구의 약 30%가 살고 있는 생활공간이자 수산물과 해저광물, 석유와 가스를 제공해 주는 생산의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육지면적의 4배에 이르는 해양영토가 있으며, 독도와 이어도등 총 3,358개의 섬이 있다. 농경지보다 100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세계5대 갯벌 2,520km2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 광양항등 60개소의 크고 작은 항구도시와 1,874개소의 어촌계에서 인구의 약 23%인 1400만명이 연안 72개 시군구에 거주하고 있다. 해양생물 종수도 다양해서 영해면적 기준으로 세계1위이며, 단백질 공급의 40%를 해산물이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무역선과 원양어선들은 세계5위의 해운강국을 목표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해양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우선 놀거리 자원으로는 해수욕, 바다낚시, 요트와 보트, 해파랑길, 유람선과 쭈꾸미축제등 지방축제가 있고, 볼거리로는 해안절경과 등대, 일출과 일몰, 바다갈라짐, 해양박물관, 포항 호미곶의 국립등대박물관, 여수엑스포장, 수상비행기, 크루즈, 해상국립공원등이 있다. 체험형으로는 갯벌, 바다목장, 고래관찰, 섬 생활이 있으며, 즐길거리로는 스킨스쿠버, 수상스키, 윈드서핑, 레저잠수, 해저잠수함이 있고, 바닷가에는 생선회등 해산물 먹거리자원이 풍족하다. 특히, 전국에 360개의 해수욕장이 있어서 연인원 약 9000만명 이상이 해수욕과 해변관광을 즐기고 있다. 바다낚시 인구도 계속 늘어 나면서 매년 6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내고향 전북지역에도 유서 깊은 어청도 등대와 변산반도,고창의 갯벌, 격포항, 특히 선유도등 고군산 군도와 새만금의 해양관광자원은 전국 최고의 수준이다. 바다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를 결정한 다음에 숙소를 예약하면 되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촌계에서 민박을 권하고 싶다. 여객선을 타고 섬에 가서 1박하는 기쁨은 아주 크다. 섬주민들과 오순도순 등대와 바위에 얽힌 전설과 애환도 들어보고, 특히 밤하늘의 별들과 놀다가 가슴에 담고 오면 그 감흥이 꽤 오래 간다. 완도에 가서는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지와 개척정신을, 진도와 통영에 가서는 성웅 이순신장군의 애국심을, 우리나라 최초의 인천 팔미도 등대에서는 맥아더 장군에게 감사함을 다시 새겨 보는 테마여행도 좋다. 바다여행을 통해서 한가지 더 얻을 수 있는 선물은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처럼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는 뜻) 정신이다. 이처럼 소중한 해양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우리가 잘 보전하고 잘 이용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어서 미래세대들에게 잘 물려 주어야만 한다. 경관이 빼어난 속초해변과 등대, 태종대와 영도등대, 남해 해상공원과 소매물도 등대, 여수의 밤바다와 오동도등대에는 해양문화공간도 잘 만들어져 있다. 바다여행과 함께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등대 박물관과 전국의 명소 등대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는 날을 고대해 본다. /류영하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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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6 15:21

지역사회의 사회적 책임과 장애인스포츠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7월이면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지만 동시에 한 개인을 넘어 출전 국가와 온 국민, 선수의 고향, 그리고 지역주민의 자랑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작은 시작은 학교에서, 또는 지역 스포츠클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 시작은 지역에서부터다. 비단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체육, 즉 체육 정책이 발달한 지역의 주민들은 건강과 여가, 두 가지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와 지역 애착도가 높다고 한다. 전문성의 차이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류한다면 장애 유무에 따라 장애인체육과 비장애인체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장애인선수들 역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차이가 있다면 장애인의 대부분이 중도장애인 즉 성인이 된 이후에 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많으므로 선수 육성 역시 학교에서의 장애인체육보다는 생활체육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특히 장애인의 삶에 있어 스포츠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비장애인과 달리 직업으로써 운동선수가 되는 것, 실업팀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의미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이 있듯이 장애인선수들에게 실업팀은 생계유지와 사회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는 장애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고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은 물론 달콤한 성취도 맛보게 해준다. 지역사회가 장애인체육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실업팀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전북에는 유일하게 단 하나의 장애인체육 실업팀이 있다. 장수군 장애인체육회 소속의 탁구팀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을 찾아봤더니 우리 지역이 전국에서 꼴찌였다.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최소 4종목 이상의 장애인체육 실업팀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소 1종목 이상은 도 체육회 소속 실업팀이었다. 우리 도는 단 하나뿐인 실업팀조차도 도 체육회가 아닌 상대적으로 열악한 군 체육회에서 창단했다는 것에 두 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전북의 장애인선수들은 소속팀 없이 오로지 홀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면 전북을 떠나 상대적으로 실업팀이 많은 다른 지역으로 연고를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의 무관심으로 지역의 좋은 선수들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뜻만 있다면 전북특별자치도와 시․군, 도 체육회와 시․군 체육회 등 도내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연금공단, 전북개발공사 등 전북 내 공기업들, 그리고 하림 등 지역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언제든지 장애인체육실업팀을 창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지역사회의 사회적 책임이 일반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공공, 민간의 구분 없이 환경, 윤리, 인권적 측면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사익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지역의 기관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때만이 더 나은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을 맞아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지역의 기관과 기업들이 전북자치도 장애인체육 실업팀 창단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윤수봉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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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6 15:21

새만금개발과 부동산 토큰증권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은 간척지에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넓은 평지, 밀집된 도시로부터 떨어져 소음 등 환경문제 해결 등 잇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중국 상하이시정부 도시개발 목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상하이를 진흥시키고, 푸동을 개발하여 전국에 봉사하고 세계로 향한다” 황푸강의 동쪽에 있는 푸동지구 하나만 잘 개발해도 지역은 물론, 중국 전체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새만금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며칠전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 '인심조석변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이 13억 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인데 나라를 위한 자신의 마음은 변함없음을 강조하는듯하다. 수감 당시 남긴 유묵 중 1 점인데 좌측 하단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수인이 지문까지 선명히 찍혀있다. 1910년 3월에 여순 감옥에서 썼다는 문구로 볼때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둔 시기의 작품임을 짐작케한다. 국내에 첫 공개된 이 유묵은 그동안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환수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요즘엔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조각투자', 즉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 방식으로도 진행한다. 서울옥션블루의 경우 얼마전 미술품 조각투자 앱 소투(SOTWO)를 통해 진행한 앤디 워홀 '달러 사인' 기초자산의 청약 모집을 성공리에 마감하기도 했다. 1주당 10만원씩 총 7000주가 발행됐는데 청약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체감했다고 한다. 미술품뿐만이 아니다. 새만금개발에 일대 전기가 될 수 있는게 바로 부동산 토큰증권이다. 전북연구원(원장 이남호)은 최근 “새만금 개발에 토큰증권을 적용할 경우 다양한 부동산자산 권리의 증권화로 소액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대규모 개발사업의 초기 개발자금 확보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피스텔이나 리조트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토큰증권을 발행, 개발자들이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게 상례화돼 있다. 미국 아스펜 리조트는 지분 19%를 토큰증권으로 발행했는데 단 두달만에 운영자금 약 1,8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부산에서는 아직 터덕거리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개인간 거래도 할 수 있는 실증사업을 추진중이다. “1세대 대면, 2세대 전신·전화, 3세대 컴퓨터 순으로 발전해 온 거래소 기반 시설을 4세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비전은 비단 부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부동산 토큰증권을 통해 새만금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탁견이 아닌가 싶다. 기발한 착상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착수하느냐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지체된 결정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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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3.06 14:48

민주당 후보 경선 과열·혼탁 ‘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후보자 경선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북지역 각 선거구에서 예비후보들이 진흙탕 혈투를 벌이고 있다. 경쟁후보 간 흑색선전·비방전이 과열되면서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과열·혼탁 양상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다.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 독점의 지역 선거구도에서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후보들이 경선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고 있어서다. 게다가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방식이 대부분 권리당원 50%, 일반주민 50%를 반영하는 ARS투표로 진행되면서 주민 갈등과 분열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경선 후유증은 선거 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지역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역의 대표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는 소통의 장,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본선도 아닌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당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소란스럽다. 경선에서 맞붙은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의 선거문화는 좀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들이 무차별적으로 홍보용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유권자들은 정신적 피로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정책과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면서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는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선거판에서 애꿎은 주민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은 지역사회의 화합을 저해하고, 선거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구태·악습이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생존을 위해 지역발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올 초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뭔가 달라지려나 기대하고 있는 도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 우선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진흙탕 싸움을 당장 멈추고, 이제라도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유권자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책과 인물을 따지지 않고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표를 던지는 것은 참정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이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폐단이 척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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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06 12:59

해빙기 안전사고, 방심은 재앙을 부른다

해빙기는 겨울철에 얼었던 지반과 사면 등이 봄기운에 녹기 시작하면서 침하와 붕괴 등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시기다. 지난 겨울은 기후 변화로 많은 비가 내려 연약 지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다. 각 시군에서는 각종 위험시설을 철저히 점검해 시민 안전을 최대한 확보했으면 한다. 대표적으로 위험한 곳은 건설공사장과 급경사지, 노후건축물 등이다.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공간 구조가 약화돼 심하면 붕괴에 이를 수 있다. 시설물 변형으로 감전과 폭발, 깔림 등 제2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또 공공 및 동네 체육시설, 비탈면·옹벽·축대의 균열·침하·배부름 발생, 낙석 방지망 훼손, 가스 및 보일러 안전성 여부 등도 점검 대상이다. 벌써부터 도내 곳곳에서는 위험지대가 포착되고 있다. 군산시 해망동 자연마당은 비탈면이 심하게 붕괴된 채 방치되고 있다. 2016년 12월에 조성된 이곳은 진입로 일대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려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 또 전주시 서서학동 10지구 및 도토리골 붕괴위험지역은 2020년 집중호우로 인한 사면 붕괴로 주민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다행히 이곳은 시가 예산을 확보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전주시 금암동의 폐교된 옛 금암고 건물도 해빙기나 장마철이면 항상 위험이 도사린 흉물이다. 비탈진 바위면에 옹색하게 세워져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위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시에서는 하반기에 철거할 예정이라지만 해빙기를 맞아 다시 한번 점검했으면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민관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해빙기 취약시설 안전점검’에 본격 돌입했다. 점검 대상은 8개 분야 총 3988개소로 산사태 취약지역 2411개소, 옹벽 14개소, 절토사면 11개소, 급경사지 1469개소, 문화재 15개소, 건설현장 10개소, 저수지 58개소 등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여부다. 지자체가 나서 붕괴위험지역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사고는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른다.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부터 살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지자체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지금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으로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방심은 재앙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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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06 12:37

세계 여성의 날과 '낙태 자유'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섬유회사 화재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당하자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1만 5천여 명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였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빵과 장미’. 빵은 남성보다 훨씬 낮은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을 뜻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이 훨씬 넘게 일하면서도 선거권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결성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시위는 여러 나라가 여성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는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인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으로 시위가 일어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할 것을 결의했다. 남녀 차별, 여성 빈곤, 여성들의 지위 등 여성 문제가 부상하고 여성들의 국제연대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그러나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 국제적인 기념일 자격을 얻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77년.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던 UN이 2년 뒤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면서다.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기념일을 축하하고 연대하며 ‘한국여성대회’를 열어왔으나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이다. 프랑스 의회가 4일,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 자유를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국가가 된다. 프랑스는 지난 1975년부터 임신 중지를 허용해왔으니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랑스의 첫 낙태 합법화는 당시 보건장관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시몬 베이유가 주도해 얻은 결실이었다. 이번 헌법 개정을 직접 주도한 것 역시 마크롱 정부다. 그래서인지 마크롱 대통령은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까지 표현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열어 축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의식도 큰 폭으로 달라졌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도 바뀌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응원과 지지가 아직 더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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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4.03.05 18:28

마을과 동네 중심의 지역사회돌봄 체계 마련되어야

2019년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정책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더 오랫동안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역 친화 돌봄정책을 의미한다. 2019년 발표한 정책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왔다. 전주에서 추진한 통합돌봄 정책은 지역사회내에서 어르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 보건의료 안전망, 촘촘한 주거지원망, 전국 최초 통합돌봄서포터스단 운영 등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5년이 흐른 지금 살던 곳에서 오래 살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각 지자체별로 대거 확산 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모델 중심의 통합돌봄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더 나은 방식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확대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핵심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지지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체계는 지역사회이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축은 마을과 동네이다. 우리는 마을과 동네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사람 사이의 무너짐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사라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골목 안에서의 공동체의 감정도 사라져버렸고, 마을과 동네 안에서의 사람살이와 사람 살이 간에 돌봄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되길 제안한다. 마을과 동네의 복원은 지역사회복지와 지역사회 지지망 구축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마을과 동네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기본 단위로 옮겨 마을과 동네 골목 중심으로 재편하는 “골목 돌봄”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수천억을 투자했음에도 마을이나 동네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듯이 마을과 동네를 살린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래도 마을에서 함께 살기, 동네에서 같이 살기, 마을과 동네에서의 사람들간의 상호 연결 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특별히, 돌봄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전부일수도 있다. 꼭, 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의 핵심은 연결의 촉진이다. 아파트안에 누가 살아가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는 것 자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하게 훈련되어 온 우리의 삶은 더욱더 개인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의 질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잠시 멈춰서 마을과 골목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함께 할 시간을 우리들 스스로 내어 놓아야 한다. 마을과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교육받고 훈련 받아야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삶의 과정속에서 가능하다고 우리가 함께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과 동네의 골목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마을 골목에서 위로 받고 응원받던 시절에 “골목 돌봄”이 오래된 추억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시대에 맞게 재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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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5 18:27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진정한 용기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차리고 냉철하게 대한민국의 현재의 경제상황 , 미래의 상황 그리고 치열하고 냉정한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의 실체를 직시해봅시다. 전 세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원자력 등 국가의 미래 생존을 이끌고 나갈 최첨단 산업분야에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의 미래를 이끌고 나아가야 할 수많은 최우수 대학생들인 이른바 SKY대학이나 카이스트 특수학과 등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의대나 법대를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수 년만 더 지속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나아가야 할 핵심 인재들의 부족으로 과연 우리나라는 냉정하고 치열한 세계 경제 속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국가의 운명이 달린 이 심각한 상황을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 많던 어르신들은 어디에 계시는지.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대 인원을 줄이고 우수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많은 장학금, 졸업 후 보장된 정년없는 정년, 고액의 연봉, 충분한 연구시설과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등의 휴∙폐업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한다. 절대 이 분야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10년,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의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런 용어들이 전혀 없었다. 힘든 의과대학 시절을 보내고 더 힘든 수련과정을 겪고 나서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살려내기 위해, 의사들은 피와 살을 도려내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진료에 임했는데 한순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무조건적인 의료소송, 그에 따른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윈까지의 손해배상과 심지어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구속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의사들은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 전문의료 현장을 떠난다. 열악한 최하수준의 의료수가의 과감한 현실화, 의료분쟁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등이 뒷바침되면 현장을 떠난 의료진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오고 많은 사명감을 가진 전공의들이 많이 돌아올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도 1차, 2차, 3차 의료전달 체제를 확실히 하고 3차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될 환자만 3차에서 치료 받는 시스템을 갖춰 주고 정부는 충분한 재정과 인력을 지원해주면 가능하다. 의사들도 부양할 가족이 있는 평범한 직업인이다. 의사는 신이나 성인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면 안된다. 몇 달 전 미국에 있는 절친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 당뇨 합병증으로 눈에 심한 질병이 생겼는데 미국에서는 수 년을 다녀도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매달 의료보험료로 200만원정도 나가고 매번 병원가서 눈 치료 받을때마다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2주 정도 치료하여 거의 완치되어 눈물을 흘리며 미국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국 의료를 실감했다"면서 "이거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칭송하고 자기들 나라에서도 하고 싶지만 절대 흉내도 못내는 게 한국 의료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 많은 한국 의사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었으며, 그들이 내 나라 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Kㅡ의료가 만들어졌다. 의료진과 정부에게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부탁을 드린다.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서 진정 대한민국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얘기하자. 우리나라는 어려울수록 힘을 합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그런 훌륭한 민족이다. 진정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을 뵙고 싶다. /최이천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5 18:27

기업 유치가 경제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홀대하는 정치권을 빗대어 주로 쓰이는 용어다. 지난 1992년 미 대선에서 무명의 빌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을 때 부르짖은 슬로건이다. 그는 당시 정치 외교 분야 성과에 들떠 있던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단번에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어찌보면 가장 절박하고 현실적 문제인 민생 경제의 파탄 책임을 그가 대신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그 후 정치권에서도 민생 경제가 단골 이슈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아울러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이 정치인 덕목 중 주요 평가 자료로 자리잡는 데도 일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선거에선 ‘경제만이 살길’ ‘경제 해결사’ ‘일등 경제’ 란 구호를 경쟁적으로 내세워 경제 이미지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뿐 아니라 정치권 인재 영입 순위도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 기류와는 다르게 전북특별자치도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기업들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2%로 전국 평균 2배다. 그런데 이 수치가 최근 10년새 가장 높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더해준다. 이뿐 아니라 경제 지수를 비롯한 사회, 교육 등 대부분 평가 지표도 전국 최하위의 참담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이후 실물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고금리 충격파는 서민 가계를 더욱 옥죄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악조건 속에 희망적이고 역동적 기운이 싹트는 전북의 자강 능력 또한 마뜩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의 존재감과 정치력 빈곤, 중앙부처의 빈약한 인맥은 물론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자치단체간 분쟁과 함께 일당 독점 구조의 정치 환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다행히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이 출범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전북자치도’ 란 슬로건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다. 혁신과 실용에 방점을 둔 그는 ‘세일즈 도지사’ 란 닉네임 답게 도정 문화를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거대한 정치 담론을 벗어나 먹고 사는 경제 현안에 집중함으로써 눈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그런 움직임 속에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 만큼 이를 14개 시군으로 확대 시행키로 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 같은 노력의 결실이 지난해 61개사 10조381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9천731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역의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며 경제 생태계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기업 상대로 투자 전도사를 자처한 김관영 지사의 열정을 감안하면 일선 공무원의 업무 처리도 이런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운영에 들어간 ‘기업 민원 신속 처리단’ 에 기대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과 공장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맞춤형 민원 해결을 통해 기업과의 신뢰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 발상이란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행정이 더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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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3.05 18:27

전주천·삼천 수목제거 필요하다

전주시가 전주천·삼천 하천변 준설사업을 하면서 둔치의 수목을 제거해 논란이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유수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목제거 작업을 통해 하천 범람 등 재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이를 강행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생태계 및 경관 훼손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하천환경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반발한다. 행정은 재해 예방에, 시민단체는 생태계 보존에 방점을 찍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하천 둔치에 뿌리를 내린 수목은 원칙적으로 제거해야 옳다.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3월 홍수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했다. 이어 올해도 지난달 전주천·삼천 일대에서 각각 30여 그루를 제거했다. 생태하천협의회측과 수목 제거를 두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벌목을 강행한 것이다. 전주천과 삼천은 2000년 이전 생활오수 등으로 악취가 진동했다. 그러던 것을 시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해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생명이 숨쉬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국내 하천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흔히 도심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친수(親水), 생태(生態) 등 네 가지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기능이다. 홍수 등 재해도 예방해야 하고 각종 용수로도 활용해야 한다. 또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도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한꺼번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주천과 삼천은 재해에 취약한 구조다. 이들 하천은 홍수를 조절할 수 있는 댐이 없다. 더욱이 갈수록 기후위기 등으로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강한 태풍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한반도가 앞으로 총강수량은 감소하되 극한 강수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인간에게 너그러움을 베풀지 않는다. 전주시민들은 2020년 집주호우로 주택침수 등 5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재해대책은 좀 과하다 싶을만큼 세워야 한다. 다만 상습침수 구간 등 지역에 따라 유연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전주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도심하천 관리계획을 마련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5 18:04

총선 공약 지역발전 큰 그림이 없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지형을 크게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다. 여소야대가 될지, 집권당이 여의도권력까지 움켜쥘지, 아니면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을 넘기지 못한채 소수정당인 제3당, 제4당이 똬리를 틀게될지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큰 틀에서 뿐만 아니라 전북이라는 지역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2년후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시동이 걸리게 된다. 지사, 교육감, 시장군수를 비롯해 지방권력의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큰 얼개를 가늠해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의 절대적 우위속에 치러지고 있는 전북의 경선 국면이 이제 막바지에 돌입했다. 전북의 경우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게 있다. 유력 후보들의 구체적인 지역발전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발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쉽다.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게 될 빅 픽처가 보이지 않는다. 고민의 흔적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도내 10개 선거구 모두 대동소이하다. 정권심판이라는 정치적 구호만이 난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서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괴뇌의 흔적을 발견하기 힘들다. 다국회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인구감소 적시 대응을 위한 출산율·이동률별 인구변화)는 매우 충격적이다. 약 반세기 후인 오는 2073년 전북 인구는 가장 긍정적으로 봐도 92만명에 불과하다. 보수적으로 보면 전북 인구수는 45만 명선으로 내려간다. 등에서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의 한복판에 전북이 서 있다는 얘기다. 전북을 떠나는 도민은 작년의 경우 1만5000명이나 됐다. 거의 작은 군단위 하나 만큼의 인구가 통째로 유출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빅 픽처가 필요한 이유다. 먹고살 기회가 없으면 전북은 황무지가 될게 분명하다. 일개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않다고 하지만, 적어도 기폭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타 시도를 보라. 유력한 의원 한명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가. 지금이라도 당선을 바라보는 유력 후보라면 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지역을 살리는 길이고,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다. 지역 유권자들은 화려하게 정치적 구호만을 남발하는 이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갈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5 13:28

의료파업과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단상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전공의(인턴, 레지전트)들의 사직 등 의료계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서울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 발 '남수단에서 온 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 전문의 시험에 동시 합격'뉴스가 눈에 띄었다. 이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39)과 존 마옌루벤(37)이 닷새전 발표한 우리나라 외과와 내과 전문의 자격 시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닷새전은 지난달 19일로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전북을 비롯한 전국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를 중단하기로한 날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의과대학과 전공의, 전문의 공부중 한국어까지 익히면서 해 남들보다 2~3배 더 공부했다고 한다. 전문의가 된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인술(仁術)을 펼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 뉴스는 가슴에 더 와닿았다. 이 신부는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81학번으로 입학, 1987년에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다. 그후 그는 육군 12사단 및 군수사령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신부의 꿈을 꾸었다. 전역 후인 1991년 이탈리아인 성 요한 보스코 신부가 설립한 가톨릭 교육 수도회인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했다. 이 신부는 미국인 슈워츠 신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슈워츠 신부는 전후 최빈국으로 떨어진 한국에 들어와 오랫동안 부산에서 봉사하고 학교법인 소년의집학원을 세워 고아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으며, 영화 '오 마이 파파'가 슈워츠 신부의 일대기를 다루기도 했다. 이 신부는 그를 따라 구도의 길에 들어 선 것이다. 그런 이 신부가 광주카톨릭대졸업을 앞둔 1999년 아프리카 남수단에 선교활동을 갔을때 이 둘을 만났다. 이후 2001년 이 신부는 남수단 오지인 ‘톤즈’ 지역에서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의료·선교 활동을 했다. 토마스는 이 신부의 미사 진행을 돕는 복사(服事)를 했다. 토마스와 존은 이 신부에게 “의사가 돼 고국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고 2009년 이 신부가 재력가들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2009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이 신부는 이듬해인 대장암이 악화돼 2010년 1월 47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두 사람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을 따고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합격했다. 이중 토마스는 2021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과의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이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외과를 택했다"고 했다. 존이 택한 내과 역시 외과와 함께 필수 의료 과목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지금같은 때는 아프지 마세요"라는 말이 마냥 웃지는 못할 안부인사가 됐다. 의료파업이후 타지역에서는 환자들이 제대로된 진료와 수술을 받지못해 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고 도내에서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병원들에서 응급·일반 수술이 불가능한 '의료 방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소를 금치못하게 하는 이 안부 인사가 귀에 박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이 신부 제자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의사윤리, 사회헌신 등의 깊은 담론은 하지 않겠다. 생명을 살리고 봉사했던 스승의 고국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불원천리 찾아와 스승을 따라 의사가 된 그 제자들이, 진료와 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호소받는 한국의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사회부장

  • 오피니언
  • 백세종
  • 2024.03.05 13:09

윤준병·유성엽 예비후보, 죽기살기 네거티브 멈춰야

제22대 총선 정읍·고창선거구 민주당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이 치열하다. 4년 만의 리턴매치에는 초선 윤준병 현 국회의원과 3선 유성엽 전 국회의원이 맞대결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본선거로 인식하는 지역 정서는 전주고 동기동창 두 후보가 사활을 걸게 만들었다. 당선되면 앞으로 지역 정치권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겠지만 낙선은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나는 선거이다.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지역사회가 반으로 나누어진 것 같다. 두 후보 지지자들의 여론전이 후보자들을 넘어서 네거티브가 도를 넘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상대 진영에 대한 고소·고발은 선거 이후를 대비하여 혹시라도 족쇄를 걸어두겠다는 심보로만 보인다. 한마디로 "동네가 시끄럽다"며 이번 선거로 지역정치권이 차분해지고 조용해지길 바라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윤준병 예비후보는 4년간 법안발의건수, 시민사회단체 우수의원선정, 당대표 표창 등 의정활동을 내세우며 '미래로 진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역정치권의 리더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는 평가는 약점이다. '역시, 다시'를 외치는 유성엽 예비후보는 민선3기 정읍시장 이후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동안 중앙 정치권의 비주류로 머물면서 지역발전 역할이 큰 인물로 성장하기 위한 자신의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는 평가는 되돌아봐야 한다. 두 후보는 4일 열린 전북일보·CBS 토론회에서 정책 제시보다 상대방의 약점 부각이 많았다. 며칠 남지 않은 경선기간 두번의 방송토론회도 있다. 발전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죽기살기 선거경쟁이 아닌 멋진 선거경연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수 있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임장훈
  • 2024.03.04 18:18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만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다.”라고 했으며, 지난해 8월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 협약식에도 참석하여 “새만금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하게 되어 가슴이 뛴다.”라고 말했다.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새만금과 30여 년 오랜 인연을 함께해 온 필자로서는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고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에 대한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과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을 통해 친(親)기업 환경이 조성됐고, 이를 알아본 기업들의 투자가 물밀듯이 쏟아져 지난해 10조 원 투자유치라는 전례 없는 성과를 이뤘다. 올해 윤석열 정부는 현장 중심 행보를 통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살아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하는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역시 ‘확실한 기업지원으로 도약하는 새만금’을 목표로 유리한 입지 조건, 원스톱 행정지원, 차별화된 투자 혜택 등의 새만금의 강점을 살려 기업의 투자가 실질적인 기업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2대 전략 6대 과제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기업친화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이 요청한 사업은 즉시 추진하고 대규모 전력 수요에 맞춘 전기공급시설을 조기에 확충하는 등 맞춤형 기업지원을 강화한다. 더불어 급증하는 기업의 산업용지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매립 중인 산단 3, 7, 8공구는 매립 기간 단축과 함께 용지를 올해 조기 분양하고 신규 산업단지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이차전지 용·폐수 공동관로 건설, 산단 통근버스 지원 등 기업지원을 위한 3건의 신규사업은 기업간담회 등을 통해 제안된 기업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올해도 현장의 의견에 귀 기울여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기업 중심의 기본계획 초안을 연말까지 마련한다. 새만금개발청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자문단을 운영하였으며, 올해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새만금 전 분야를 새롭게 검토하여 기본계획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식품허브와 관광 마이스(MICE) 허브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를 활성화해 새만금의 본격적인 내부 개발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사업모델 등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관계기관과 협업하여 새만금의 특색을 살린 축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새만금 산업단지 종사자의 생활거점인 스마트 수변도시가 활성화 되도록 통합 개발계획을 변경해 정주여건과 기업지원을 강화하고, 80만평 규모인 1공구 인프라 시설도 조성해 연내 토지 공급도 시행한다. 올해 새만금개발청은 ‘기업이 필요하면 다 갖추겠다.’는 의지로 정책을 추진하고, 새만금의 미래먹거리인 3대 허브[첨단전략산업 허브, 글로벌 식품허브, 관광 마이스(MICE) 허브]를 구축 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밑거름으로 새만금이 발전하고 그 성과가 주변도시에 확산되어 함께 성장한다면, 대통령의 전북 1호 공약인 메가시티의 실현에도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해가 거듭 할수록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는 새만금에 전북특별자치 도민 여러분의 성원과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경안 새만금개발청 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4 15:33

베이컨의 4대 우상과 우리네 현실 사이

우리는 우리 사회생활 중에 허다히 많은 선입견으로 생기는 편견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협치가 결렬되며, 증오가 유발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다못해 세상 돌아가는 시국을 화제로 올렸을 때에도 상대편이 무슨 종류의 신문을 보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대화를 풀어가야 하는 웃지 못할 경우에 직면한다. 왜냐하면 ‘ㅈ’신문을 구독하는 사람과 ‘ㅎ’신문을 구독하는 사람 사이는 극보수와 극진보 견해의 시국관으로 각각 상대를 용납 못 할 정도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우정도 이런 견해 차이로 결별을 맞는 경우도 필자는 가끔 보았던 것이다. 그 서로 다른 견해 차이의 서로 다른 정보만 받아들여서 상호의 경계를 도저히 허물 상태가 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정치 붕당을 서로 다르게 지지하며 지역 감정으로까지 발전하는 우리네 현실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영원한 보수 진영 논리와 영원한 진보 진영 논리는 중도의 회색 지대를 용납하지 않고 오로지 흑백 논리로만 일관한다. 역사적 과거 사실에까지 더듬어 역류하여 자기 편협의 논리 프레임에 오류의 역사관을 가둔다. 종교 문제도 그렇다. 서로 다른 프레임에 갇혀서 다른 종교는 철저히 봉쇄한다. 종교 문제를 담론으로 삼는 좌담회는 절대로 상존할 수 없는 어리석음의 극치인 것이다. 이미 한국 사람들은 종교 문제로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슬기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민족들 종교 전쟁을 우리는 비웃듯이 말이다. 이처럼 선입견에 의한 편견의 오류를 규명하고 경계하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4대 우상이란 명제로 우상의 갈래를 화두로 띄웠다. 첫째로, 집단의 공통된 성질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종족 우상이라 하였고, 둘째로, 환경, 습관, 교육, 취미 등의 영향으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동굴 우상이라 하였으며, 셋째로, 사람들의 교제나 특히 언어가 사고를 제한하는 것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시장 우상이라 하였으며, 넷째로, 역사, 종교, 전통, 전설 등의 신봉에서 생기는 문제의 우상을 극장 우상이라고 정리했다. 그런데 우리네 현실 속에서는 다른 많은 우상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났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맨 먼저 학벌에 대한 편견의 우상이다. ‘S’대를 나온 사람과 삼류 대학을 나온 사람 사이는 편견이 바다처럼 깊고 넓다. 그 “S’대 법대 출신들 검사들은 우상의 꼭지점에 놓여 있디. 인격 인품의 변별성은 학벌로 좌우된다. 동창의 인연 끄나풀은 우리나라 사회의 병폐 중의 병폐이다. 명문고 동창의 연대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지연에 따른 우상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는 어휘는 내내 우리들 인식 속에 지연의 고리 병폐로 굳어진 상징어가 되어 버렸다. 다음으로는 씨족 관념의 우상이 대두된다. 일가친척 간의 연대 맺음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부부 자녀 간의 편견은 정의와 보편적 상식으로는 제어될 수가 없다. 이 외에도 우상으로 자리매김된 분야가 허다하다. 직업 우상, 직위 우상, 예술 우상, 양반 우상, 사법 기관 및 검찰 경찰 우상, 대학교수 우상, 재벌 우상, 건달 우상, 연예인 우상, 체육 선수 우상, 자동차 우상, 주택 우상 등등 모두 나열할 수가 없다. 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이란 명저가 있다. 내가 오만하면 남이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내가 편견에 사로잡히면 내가 남을 사랑할 수 없다는 명언이다. /소재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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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15:33

새로운 K-컬쳐, ‘왕의 술’을 꿈꾸며

“고려에서는 찹쌀이 없어서 멥쌀에 누룩을 섞어서 술을 만드는데, 빛깔이 짙고 맛이 진해 쉽게 취하고 빨리 깬다. 왕이 마시는 것을 양온이라고 하는데 좌고에 보관하는 맑은 법주이다.” <선화봉사고려도경>은 송나라 사신이 바라본 고려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지만 고려시대 '왕의 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어서 더욱더 흥미롭다. 이 기록을 통해서 고려시대에 왕이 마시는 술을 빚던 곳은 ‘양온서’였고 왕이 마시던 술은 ‘맑은 법주’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왕의 술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향온, 홍소주, 홍로주’이다. “향온주는 바로 내간에서 약으로 복용하는 것이므로 예전부터 아무리 흉년을 만나더라도 감히 정파하지 못했습니다.(<승정원일기>, 인조 7년 7월 11일).“ 인조 7년 기록은 ‘향온주’가 왜 대왕대비에게 정기적으로 올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높은 곳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영조에게 성덕윤은 ”소주를 조금 드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라고 권한다. 2개의 사료는 마치 예전에 대학교 선배님들이 감기가 걸려 술을 못 마신다고 하는 후배에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싹다 낫는다.’라며 짖궂게 건넨 농담 섞인 진담과 맥락을 같이한다. 알코올의 약성을 활용해 조선의 왕은 아픈 신하에게 소주를 하사하기도 했다. 술이 약과 같이 쓰였던 조선시대 ‘왕의 술’의 일면이다. 금주령에 진심이었던 영조가 조선팔도에 금주령을 내려놓고 막상 본인은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는 소문에 본인은 평상시에 물을 마시는 일이 없고 생맥산을 복용하는데 오미자 때문에 색이 붉게 보여 소주를 마셨다고 오해하는 거라는 에피소드 속 ‘홍소주’는 영조의 궁색한 변명 속에 등장하는 왕의 술이다. 영조 31년 9월 8일 제사와 연례에 예주를 쓰게 하고, 엄격히 금한 술 ‘홍로(紅露)·백로(白露)’도 왕의 술이다. 2000년대 후반 막걸리 붐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실로 놀랍다. 술을 빚되 타인에게 양도할 수는 없었던 가양주의 산업화가 가능해지고 이제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훌륭한 프리미엄 가양주들이 정기구독서비스나 전통주 보틀샵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일제강점기에서 가양주산업화까지 걸린 시간이 약 100여 년이었으니 그 시간 속에서 사라진 이야기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명주로 자리매김하고 각국으로 뻗어나간 술들은 각각 오랜 역사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 술들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문화’이다. 지난해 전주시는 향후 10년간 전주의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 관광 기반을 마련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전주시가 마련한 ‘왕의 궁원프로젝트’이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그간의 인문학 연구를 집성해 하반기에 ‘왕의 술과 술잔 복원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한잔에 담긴 문화’로써의 가치! 그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왕의 술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문화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부디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시에서 현대에 되살아난 왕의 술이 한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 새로운 K-컬쳐로 자리잡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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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15:32

민주당 경선, 공정·투명하게 치러져야

4·10 총선을 3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전북지역 경선이 본격 레이스에 돌입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전북은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나 다름 없어 경선이 본선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경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해 후유증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경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깜깜이와 비공개로 진행돼 의혹을 샀던 4년 전 경선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선거구 획정문제가 10석 유지로 매듭지어지자 단수공천 및 경선지역을 발표했다. 단수공천 지역은 전주갑 김윤덕, 익산을 한병도, 군산·김제·부안을 이원택 후보로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당헌당규상 2위와의 지지율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진 곳이다. 그리고 경선지역은 이미 경선을 끝내 이춘석 후보가 승리한 익산갑을 제외한 6곳이다. 이번 단수공천과 경선지역의 특징은 현역의원들이 한 명도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민주당의 선출직 평가 하위 10∼20%에 전북지역 현역 의원도 포함돼 향후 진행될 경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선지역 중에서 주목할 곳이 적지 않다. 이례적으로 고종윤·양경숙·이덕춘·이성윤·최형재 등 5명이 예비경선을 치르는 전주을은 반(反)윤석열 대통령의 선봉에 선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의 승리여부가 관심사다. 신인 가산점 20%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다른 후보들은 이를 10%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주병은 김성주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세 번째 맞대결로 전국적인 관심 지역 중 하나다. 이와 함께 군산·김제·부안갑의 김의겸 비례대표와 신영대 의원, 정읍·고창의 유성엽 전 의원과 윤준병 의원 간의 리턴매치도 눈길을 끈다. 인구정족수 미달로 선거구가 소폭 변경된 남원·임실·순창·장수의 박희승·성준후·이환주 후보, 장수가 빠진 완주·무주·진안 선거구의 안호영·김정호 후보의 대결도 흥미롭다. 문제는 이번 경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 여부다. 권리당원과 일반국민, 안심번호로 추출한 선거인단 ARS 투표 결과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해야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승리하지 못한 후보들도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경선이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후보를 뽑는 과정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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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14:54

일자리 만들어야 전북 청년 유출 막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출생아 수는 23만명선이 무너졌고, 올해 출산율은 0.6명대에 머물것이 확실시된다. 1960년 한국의 출산율은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6명이었다. 광복 직후 인구 수는 1600만 명이었는데 해마다 4%씩 인구가 늘어났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다. 마침내 인구소멸의 한복판에 전북이 있다. 그런데 단순한 인구감소가 문제가 아니라 2030 젊은이들이 전북을 등지고 있다는 거다. 전북을 떠나는 청년이 매년 8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부랴부랴 지역 청년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전북형 청년 정책에 적극 나섰다. 그런데 전북만의 특화된 정책이 아니고서는 효과는 별무신통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전북지역에서 총 3만 3319명의 청년 인구(20~39세)가 다른 시도로 떠났다. 연평균 8330명이 유출된 셈이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개 분야, 85개 사업에 대한 청년정책을 추진하는데 올해의 경우 총사업비 2740억 원이 투입된다. 진로 탐색부터 자산 형성까지 유기적인 고용안정 사다리 구축과 청년 창업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신혼부부 및 청년 임대주택 임대보증금 지원사업, 청년 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을 중점적으로 시행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청년정책에 쓰인 예산은 25조원이 넘는다. 전북의 청년 관련 예산은 전국규모를 감안하면 새발의 피다. 중앙부처에서 낸 청년정책 개수는 75개 가량되는데 이는 노인정책 9개, 청소년정책 22개와 비교해 많은 편이다. 전북의 활로는 일자리에 모아진다. 언발에 오눔누기식으로 찔끔찔끔 지원해봐야 2030들은 각자 활로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탄탄한 일자리와 교육이나 주거를 비롯한 양질의 정주여건이 없는 한 청년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이제 단순한 행정인구가 아닌 거주와 체류를 합친 ‘생활인구’ 개념으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청년을 잡아두기 위한 전북만의 특화된 정책이 강력하게 병행돼야 한다. 분명한 것은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없는 한 전북을 외면하는 청년들을 붙잡을 수 없다. 청년정책의 처음이자 마지막은 일자리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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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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