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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항구에 묶인 버스, 언제까지 외면할텐가

정부 지원사업에 따라 전북지역 버스업체가 계약한 중국산 전기버스 20대가 평택항에 대책도 없이 1년째 묶여 있다. 국비와 도비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업체가 구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전주시의회가 시비 보조금 예산을 지난해와 올해 2차례나 전액 삭감하면서 지역 업체만 진퇴양난에 빠졌다. 아직껏 대금 결제를 못해 버스 20대에 대한 막대한 항만 보관료와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보다 못한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과 지역 자동차노조가 지난 6일 지역사회에 입장문을 내고 또 한번 대책 마련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전주시의회는 예산안을 연이어 부결하면서 ‘관련 예산안이 적어도 시의회 예결위를 통과한 후에 전기버스 구매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다’며 절차상 문제점과 함께 수소 시범도시에서 수소버스가 아닌 전기버스를 구매한 점, 그리고 지역에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는데도 굳이 중국산을 구매한 점 등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국·도비가 이미 교부된 이 사업은 전기버스 보급으로 용도가 정해져 수소버스로 변경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체에서는 “현대자동차에서 당시 시외 전기버스를 생산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를 결정했다. 국내에 2000여대의 중국산 전기버스가 수입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고 항변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성능과 안전성 문제까지 들어가며 전기버스 구매 지원사업을 뒤늦게 중단시킨 전주시의회의 명분이 약하다. 예산안 부결을 고집하면서 시의회의 권위를 세우기보다는 정부의 정책과 지자체의 행정을 믿고 사업을 추진한 지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감소에 고유가까지 겹친 악조건 속에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권고를 믿고 추진한 사업이 지금 지역 버스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 정책과 행정의 신뢰성이 무너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난해 확보된 국·도비 지원금은 제때 사용하지 못해 명시이월됐고, 이대로라면 전액 반납해야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뚜렷한 대안도 없이 시간을 보내며 은근슬쩍 넘길 일이 아니다. 문제만 더 커질 뿐이다. 전주시와 시의회는 이제라도 신속하게 예산을 수립해 지역 업체와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7 12:34

전북만 줄어든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년 4·10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핵심 은 전북과 서울의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가 1석씩 줄어들고 인천과 경기의 의석수가 1석씩 늘어나는 것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전북의 선거구만 줄어들게 된다. 이번 획정안은 지역균형발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구나 잼버리 파행으로 새만금 SOC예산 78%가 삭감된데 이은 것으로 도민들에게는 여간 큰 충격이 아니다. 도내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답답하다. 국회 정개특위는 검토를 거쳐 다시 획정위에 재획정을 요구하기 바란다. 획정안에 따르면 전국 선거구는 현행대로 253개로 하고,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로 잡았다. 전북의 경우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 등 4개 선거구가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 등 3개 선거구로 1석이 줄어든다. 전북의 역대 지역구 의원수를 보면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 11석을 유지해 오다 20대에 10석으로 내려 앉았다. 그러다 8년만인 2024년 총선에서 9석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경제력도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정치력마저 위축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획정안은 인구수 변동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하지만 너무 인구기준만을 고집했다. 그동안 논의되던 비례대표나 중대선거구제, 위성정당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문제를 감안했어야 옳다. 획일적으로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론이 왜곡되고 주민들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농어촌의 경우 면적 등도 고려해야 타당하다. 강원도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은 서울 면적(605㎢)의 8배에 가까운데 1개 선거구다. 또 지역별로 서울이나 영남권은 손보지 않고 전북만 줄인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번 획정안은 최종안이 아니다. 이제 국회 정개특위가 나서 획정안의 불합리한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 재획정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별 형평성과 지역균형발전, 면적특례 등을 감안해 최종안이 확정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6 18:22

서울에서 만난 전북 - 3·1 운동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혹시 이런 문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저에게는 아주 익숙한 문장이지요. 사법시험을 공부하면서 거의 외우다시피 했던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의 첫 문장이거든요. 헌법 전문은 우리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축약한 고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바로 3·1운동이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지요.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인사동에 있는 태화관에 민족대표들이 모였습니다. 주인 안순환은 이 사실을 총독부에 전화로 알렸지요. 물론 민족대표들이 시켜서 한 일이었습니다. 곧 80여명의 일경이 달려와 태화관을 포위했습니다. 한용운 선생의 선창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뒤 그들은 기꺼이 일경에 의해 연행되었습니다. 같은 시각, 부근에 있는 파고다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만세운동에 나섰습니다. 이후 독립을 기원하는 만세운동은 5월까지 전국으로 퍼져나갔지요. 100만명 이상이 참여해 900여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며, 4만 7천여명이 구속되었습니다. 당시 태화관과 거리에서 연행된 분들이 투옥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서대문형무소이지요. 서대문에서 무악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독립문이 있습니다. 바로 그 뒤에 빨간 벽돌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서대문형무소입니다. 1908년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으로 만들어져 1987년까지 수많은 우국지사가 수감되고 때로는 생명이 다해서야 비로소 나올 수 있었던 곳이지요. 유관순 열사도 이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판결문에는 태화관에서 연행된 분들을 포함해 손병희 선생을 필두로 48명의 이름이 공범으로 적혀 있습니다. 판결문을 읽어가다 주소가 전북으로 표기된 분들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임실군 청성면 남산리 출신 박준승, 익산군 오산면 송학리 출신 임규, 김제군 반계면 반계리 출신 정노식 세분입니다. 판결문에는 경기도로 되어 있지만 장수군 번암면에서 태어나 남원군 송동면에서 유아기를 보낸 백상규(법명 백용성) 선생도 계십니다. 박준승 선생은 천도교측 대표 중 한분이셨고, 임규 선생은 일본 유학생 출신으로 독립선언서와 통고문을 일본 정부와 의회 등 공식 기관에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정노식 선생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요시찰 인물로 지정될 정도로 일찌감치 독립운동에 뛰어드셨지요. 백상규 선생은 불교계 대표였는데, 최초로 한글판 금강경을 편찬하셨습니다. 검찰에 근무하는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산위원회’에 파견나가 근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로 환수해 독립운동가나 그 후손들을 위한 사업에 쓰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위원회였지요. 나라를 빼앗긴지 100여년, 독립으로부터 6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재산을 환수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지요. 대부분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어려운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 거기에 더해 재산까지 바치다 보니 후손들을 돌볼 겨를이 없던 탓이었겠지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지난 100여년의 역사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요. 서대문형무소에 가보시면 그 해답의 일부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양중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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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6 16:24

뜨거운 감자, 전북대 글로컬 남원 캠퍼스 이슈

최근 전북대가 글로컬30으로 지정되었고, 폐교된 서남대 부지가 전북대 글로컬 남원 캠퍼스로 확정된 점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 가운데 적정성, 운용성, 실현성 등 몇 가지 우려되는 쟁점 사항과 의문이 있어 글을 올리고자 한다. 첫째,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5년간 1,000억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대학의 혁신성, 성과 관리, 지역적 특성을 평가하여 그에 따라 언제든지 재정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글로컬30의 주요 전제 조건은 사실상 대학 간의 통합이 우선이며, 실제 다수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통합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이미 폐교된 서남대가 전북대 글로컬30의 주요 조건으로 지정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둘째, 전북대에서 서남대 편입에 따른 부지 매입. 운영까지 글로컬 재원으로 지원하는가이다. 그러나 현실은 남원시에서 2024년 재정으로 서남대를 269억 비용으로 매입. 양여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현행 법률에서 자치단체가 폐교 부지를 대학에 양여하는 기준이 없자, 해당 지역 의원이 지방자치단체가 매입한 폐교 대학 부지를 국립대에 양여해 국립대 캠퍼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안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전북대 글로컬30 재정 지원 내용과는 별개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서남대 부지는 전북대 글로컬30의 주요 내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전북대 글로컬 남원 캠퍼스로 수요자 맞춤형 외국인 한국어 학당 및 스타트업 교육 등 2천여 명을 모집해 지역 정착을 꾀하고, 전체 외국인 유학생 5천여 명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컬 캠퍼스 내 외국인 한국어 학당 모집, 학과 신설 등으로 과연 2천여 명까지 모집이 될지도 의문이지만, 전북대가 다수 학과를 신설할 정도로 그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부호이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은 해당 학과 증원의 문제이지, 외국인 한국어 학당 모집 등과는 상이하다는 점에서 그 실현성이 매우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북대 어학연수 인원은 약 2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실제 글로컬 지정 내용에서는 새만금, 전주. 완주, 익산. 정읍을 3개 축으로 하는 산학연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폐교된 서남대 부지가 전북대 글로컬30 조건의 주요 사항이 되었느냐의 적정성 유무, 시 재정을 투입해 부지를 양여까지 해야 하느냐의 운용성 문제, 앞으로 글로컬 캠퍼스 활성화를 위한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이 존재한다. 전북대에서는 서남대 부지를 양여 받으면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지역민에게는 생존과 미래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전북대는 확실하게 미래 발전 계획과 그에 따른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익산의 전북대 특성화(환경. 농생명 위주) 캠퍼스처럼, 글로컬 남원 캠퍼스에도 지식 정보화 및 4차 산업 위주의 특성화된 다수 학과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시작만 화려한 형국이 된다면 지역 민심과 미래까지 잃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며, 오히려 국립의전원 유치 문제가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민들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오철기 (사)전북시민참여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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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6 16:24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통과 막전 막후!

지난 11월 22일 오전,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 다음날인 23일 오전 10시 15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8월, 필자가 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과 함께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지 꼬박 86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28개 조항에 전북만의 특색을 살린 특례를 추가한 총 232개 조항의 「전북특별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켜야 한다. 만약,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되지 못한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그야말로 이름만 바꾼 채 속이 텅텅 빈 상태로 출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우선 행정안전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야 했고, 소위원회 위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올해 국회 통과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11월 22일 행안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가 시작되기 직전, 필자는 김관영 도지사, 한병도 의원과 함께 회의장을 찾아 국민의힘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전봉민 의원(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조은희 의원(국민의힘, 서울 서초구갑)을 설득했다. 필자가 전북의 아픔을 설명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적극 설득한 결과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법안의 통과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전봉민 의원은 특별한 이견이 없어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조은희 의원의 경우, 특별자치도 자체가 평소 본인의 신념과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로 인해 현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져 갔다. 필자의 간절한 요청에 결국 조은희 의원이 법안심사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하면서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행안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게 됐다. 필자의 간절한 요청으로 막후에서 극적 타결을 본 결과 조은희 의원의 신념은 살리고, '전북특별법 개정안'의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 나아가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통과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행안위를 통과한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은 13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당초 필자와 한병도 의원이 발의한 232개 조항이 모두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케이팝 국제학교 설립과 출입국 관리, 새만금 고용 특구 등 핵심 특례 조항이 포함됐다. 앞서 법안을 발의하기 전인 8월 초, 필자는 법안에 전북의 강점과 특수성을 반영한 특례를 담기 위해 정부부처 과장, 사무관 등 43명의 실무 관계자를 불러 간담회를 개최해 특례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했고, 당시 정부부처의 분위기는 좋았다. 결국 가장 필요한 핵심 특례들이 담긴 131개의 조항이 반영됐고, 올해 5월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법의 84개 조항보다 약 56% 많은 조항이 반영됐다. 조금의 차질이 빚어져도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의 연내 통과가 어려운 시점에서, 막전 막후 물밑 협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오는 12월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올 연말 도민들께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을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다. /정운천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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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6 16:23

뜨거운 맛 보는 전북

“'야당 의원만 뽑은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합니다” 만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사적인 술자리도 아니고 정부여당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는 실제 있었던 엄연한 역사요, 현실이었다. 1989년 김용태 당시 국회 예결위원장은 이 말 한마디로 정국이 시끄럽게 되자 결국 사퇴해야만 했다. 전북에서는 망언이라고 들고 나섰고, 당시 DJ가 이끌던 평화민주당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한 때문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경북 안동 출신의 김용태는 훗날 4선 국회의원에 내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정계 실력자였다. 예산안을 논의하던중 무심코 툭 던진 정계 실력자의 한마디는 실언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에 대한 상황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앞서 1988년 제13대 총선때 전북을 비롯한 호남은 소위 황색돌풍이 불면서 평민당이 싹쓸이 했다. 여론이 좀 잠잠해지자 그는 사퇴한 이듬해 다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복귀한다.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먼 옛날의 에피소드로 여길 것이다. 그때로부터 무려 한 세대가 훌쩍 지났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던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김천)은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총 11조 원에 달하는 사회간접자본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사석도 아닌 원내대책회의에서 집권여당의 실세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인식은 왜 새만금 SOC 예산이 78% 삭감 편성됐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예산 편성권의 남용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정부여당에 대한 설득작업이 병행되면서 내년도 새만금SOC 관련 예산은 상당 부분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인데 물론, 살아난다고 해도 당초 정부편성안과는 비교가 안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기재부, 국민의힘은 물론, 용산까지 찾아다니며 실무자들까지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기재부를 비롯한 책임자와 실무 간부들까지 직접 만나 하나하나 설득하고 있으나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일도 없지 않다고 한다. 선뜻 반기는 이 보다는 만남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만금 SOC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부정적 선입견이 많아 맨 땅에 헤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때로는 자존심 상하는 경우도 있는데 지역 살림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어떻게든 예산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간곡히 호소한다는 후문이다. 엊그제 선관위의 총선 관련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나름대로 잣대가 있겠으나 전북의 입장에서만 보면 기가막힐 일이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유독 전북만 1석이 줄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 도처에 전북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가 보다. 안타깝고 통탄스러운 현실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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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06 14:48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농업 활성화 대책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이 국가적 과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농업 분야에서도 저탄소 농업과 안정적인 식량 공급체계 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낮은 식량자급률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태계 변화가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에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면서 친환경농업이 미래 지속가능한 농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재 친환경농업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농민들에게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권장하면서 각종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지원 정책은 약해지고, 전국적으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와 재배 면적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농도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 친환경 인증 농가(농산물 기준)는 3718호로, 10년 전인 2013년(7476호)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이는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비용 부담이 큰데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판로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북도가 친환경 인증 농가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직불금·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기술정보 보급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친환경농업을 유지하는 농가와 단체 등의 소득 보전을 위해 일부 시·군에서 지원하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장려금을 전체 시·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농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친환경농업을 이어가기 위해 예산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상이변이 지구촌을 휩쓸면서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친환경농업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친환경농업의 규모와 지원 정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 지속가능한 농업,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가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6 12:04

초교 입학생 1만명 붕괴…특단대책 세워라

저출산 여파로 내년 사상 처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북의 경우 2년 뒤인 2026년도에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1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학생수 감소는 도미노 효과를 가져와 소규모 학교가 문을 닫고 교사 임용이 대폭 줄어들며 종국에는 지역마저 소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대로 가다간 지역이 해체될 위기에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생 수는 35만7771명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6년생 40만6243명보다 5만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전북도 역시 인구 절벽으로 해마다 적게는 1%, 많게는 10% 가까이 감소했다. 앞으로 아같은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 도내 초등학교 예상 신입생 수는 전년대비 890명이 감소한 1만1677명이며 2026년에 9186명, 2028년에 7529명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북지역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휴교 중인 곳까지 포함해 모두 27곳이다. 여기에 전교생이 10명 이하인 학교도 31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면 대책은 뭘까. 저출산을 극복하지 않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우리의 저출산 실태는 심각하다. 지난 3분기에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낮아졌다.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현상이 2019년 11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를 뉴욕타임스(NYT)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 등 인구감소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지방이라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전북교육청은 농촌유학 확대, 작은학교 살리기 일환으로 추진되는 어울림학교 확대 등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농촌유학 참여자는 84명으로 지난해 27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서울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12개 지역, 30개 학교에서 농촌유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이민정책, 귀농·귀촌 확대 등도 고민해 봐야 한다. 교육청 뿐만 아니라 전북도와 14개 시군, 공공기관, 기업까지 손잡고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5 17:51

전북의 정치 지형을 바꿔야 산다

박정희 공화당 정권때는 대·총선결과가 여촌야도(與村野都)로 나타났다. 서울 등 대도시는 야당표가 많았고 농촌은 여당표가 절대 우세했다. 농도인 전북은 황소당인 공화당 표가 많이 나왔다. 1971년 대선 때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목포출신 김대중 후보가 90만표 차로 공화당 박정희 후보에게 석패했다. 이후 전북은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각종 선거 때마다 진보쪽인 민주당이 싹쓸이를 해왔다.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쟁취한 YS에 이어 1997년 평화적으로 DJ가 충청 맹주인 김종필과 DJP연합을 이뤄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1980년 서울의봄 이후 3김정치가 잠시 반짝이다가 전두환군부독재가 등장하면서 정치적 암흑기를 맞았다. 국민들이 군부독재에 강한 항거로 6·10항쟁과 6·29를 거치면서 3김정치가 충청 호남 영남에서 지역주의 정치로 살아났다. 전북은 DJ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광주 전남과 호남이란 이름으로 똘똘 뭉쳤다.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약속이나 한듯 DJ한테 90% 이상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DJ가 정권교체를 이룰 당시 우리나라는 한보사태 등으로 국가부도사태에 내몰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곳간이 텅텅비어 외환보유고가 겨우 39억달러로 195억달러의 긴급구제자금을 받았지만 일제때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듯 전국민이 금모으기운동에 적극 동참,외환위기를 단기간내에 벗어났다. DJ가 집권하면서 정부 요로에 전북 출신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하지만 당시 전북 출신들이 DJ 전남실세들 눈치 보느라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새만금사업도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감사원 감사로 제대로 진척시키지 못했다. 광주에서 승기를 잡아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노무현 후보는 전북에서 아낌없는 지지를 받아 이회창 후보 한테 신승했다. 진보로 정권이 승계된 것은 전북 한테 참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김완주 전지사나 국회의원들이 비전을 갖고 큰 그림을 그려 나가기 보다는 우선 자신들 입신양명하기에 급급하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좋은 기회를 못살리고 현실안주에 그치고 말았다. 누구든지 지역정서에 힘입어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되는 게 문제가 없어 공천권자인 당 대표한테 머리 조아리기에 급급했다.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정권승계가 이뤄져 다선의원 되는 것도 한결 쉬웠다. 이들이 지역발전 시킬 좋은 여건을 갖췄으면서도 본인이 한번 더 국회의원 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줄세우기에 바빴다. 지금도 전북은 여야경쟁 없이 민주당 일당독주체제가 계속된다. 반면 보수쪽은 총선 때마다 당선가능성이 없자 후보내기도 급급,궤멸상태에 놓였다. MB나 박근혜 전 정권 때 전북에서 해바라기성 일부 지식인들이 낮에는 민주당 밤에는 숨어서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궤현상도 나타났다. 이 같은 지식인들의 이중적 태도로 보수가 자라나지 못하고 목소리도 못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서 새만금관련예산이 삭감된 것은 그 누구의 책임이라기 보다 현 정치권의 무능 탓이 컸다. 민주당 현역들이 사즉생의 각오로 처음부터 강력하게 대응하고 응징했다면 복원됐을 것이다. 여야 모두에게 내년 총선은 죽느냐 사느냐로 중요하다. 쌍특검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전략으로 전북 관련 예산 부활에 대한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최근 이재명 당 대표 측근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첫 판결서 경선자금 6억 뇌물 7000만원을 수수,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었다. 도민들이 강원 충청도처럼 여야가 공존하는 경쟁의 정치를 하도록 판을 바꿔줘야 한다. 이 대표에게 전북이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곱씹어 볼 시간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2.05 17:50

유∙무선의 전기∙전자제품, 적합성평가를 받은 안전한 제품으로

최근 해외구매대행업체나 인터넷 해외직구 등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외국산 제품들이 국내로 손쉽게 반입되고 '당근마켓'이나 '네이버 중고나라' 등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한 중고제품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외국산 방송통신기자재 등이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국민 생활 안전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적합성평가'란 방송통신에 사용하는 장치나 기기는 물론 전자파장해를 주거나 전자파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무선의 전기∙전자제품 등(이하 ‘방송통신기자재 등’이라 칭함)을 제조 또는 판매하거나 수입하려는 경우 해당 제품을 시중에 유통하기에 앞서 정부에서 정한 기술기준에 따라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이나 전파의 혼∙간섭 여부 등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한 후 반드시 주무관청(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적합성평가 인증(등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제도로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적합성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품에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무선조정기 등 전파를 이용하는 무선기기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TV나 세탁기, 전기청소기와 같은 유∙무선의 전기∙전자제품과 조명기구류, 컴퓨터, 프린터, 블루투스 이어폰 등과 같은 정보기기 등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필수품으로 사용되는 정보통신기기류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이와 같은 종류의 방송통신기자재등을 제조하거나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려는 사람은 전파법과 관련 고시(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평가에 관한 고시)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반드시 적합성평가를 받은 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또한, 판매할 목적이 아니고 개인이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해외직구 등을 통해 방송통신기자재 등을 외국으로부터 구입하는 경우 제품별로 1인당 1대에 한하여 적합성평가를 면제받고 국내에 반입할 수 있으며 이렇게 구입한 제품은 국내 반입일로부터 최소 1년이 경과해야만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 국내산 제품은 물론 외국산 방송통신기자재 등을 당근마켓이나 네이버 중고나라 등 인터넷 중고마켓에서 무심코 판매하는 경우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불법제품의 판매로 인해 자칫 법을 위반하게 되는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송통신기자재 등을 중고로 판매할 때에는 판매하려는 제품이 적합성평가를 받은 제품인지,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외국산 제품이라면 언제 국내로 반입된 제품인지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판매를 하여야 한다. 적합성평가를 받은 제품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제품의 표면이나 포장상자 등에 'KC인증마크'와 적합성평가 인증(등록)번호가 표기되어 있는 지 살펴 보거나,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www.rra.go.kr)에서 해당 제품의 제조사와 모델명 등으로 적합성평가 인증(등록) 여부를 검색할 수 있으며, 각 지역에서 전파․방송통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며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불법제품의 조사단속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전파관리소”에 문의하면 좀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첨단기술이 접목되는 다양한 종류의 방송통신기자재 등이 우리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만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은 불량제품으로 인해 자칫 생활 속 안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없는 지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체크하는 안전한 소비가 필요할 것 같다. /이승기(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주전파관리소 주무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3.12.05 17:04

12월의 무게

연말연시는 콩나물국밥 장사하는 이에게 최대 대목이나 다름없다. 송년회며 신년회 모임이 넘쳐나고 모임은 대부분 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 짓을 다시는 안 하리라 뻔한 거짓말을 되뇌며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여 가엾은 위장을 달래기 위해 콩나물국밥을 마주하게 된다. 덜 깬 술기운에 버석한 얼굴을 하고서도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크리스마스며 연말연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12월이 시작되면 ‘착한 아이’로 변신했다. 순진하게도,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당분간만 착하게 지내면 산타클로스가 내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서양의 명절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최소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혹은, 솔직히 그저 누군가 내 소원을 들어주고 선물을 나눠준다는 것에 맹목적으로 매달렸을 수도 있다. 온갖 말썽을 부리고 동네 아이들과 쌈박질을 해댈 때마다 엄마의 평화를 위해 외갓집으로 쫓겨났으면서 12월이 되면 제 발로 외갓집을 찾았다. 만석꾼인 외할머니 댁에서는 연말연시면 아무래도 묻어나는 콩고물의 크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네 교회에 가서 받는 과자 꾸러미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일꾼들이 받는 세경은 연 단위로 12월에 계산했는데 외할머니는 대부분 계약한 금액보다 넉넉하게 지급했다. 그러면 일꾼들은 그 고마움을 소소한 선물로 내게 나누어주었다. 올 때는 하나였던 가방이 집에 돌아갈 때는 두세 개로 늘어있기 마련이었다. 먹을 것도 더할 나위 없이 풍족했다. 누구네 아기가 첫겨울을 건강하게 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는 신혼인데도 밤낮없이 일한 게 고마워서, 누구네 셋째가 새봄에 학교에 가니까, 작년에 사라졌던 일꾼이 다시 돌아온 게 반가워서. 꿰어다 놓으면 대충 그럴듯해지는 갖은 이유를 들어 외할머니는 하루가 멀다 하고 떡을 쪄 나누었다. 12월의 분위기는 집안의 경제력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나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연말이면 가게에 수북이 쌓였던 달력이 사라진 지 여러 해 되었다. 눈앞에 늘어놓고 스케줄을 고민하게 했던 공연 초대장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국밥을 핑계로 찾아와 작은 선물을 쥐어 주던 이웃도 발길이 줄었다. 이런저런 나눔 봉사에 함께 하자는 권유가 줄고 대신 현금 기부 요청이 부쩍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장기화된 경기 불황’ 어쩌고 하는 뉴스를 볼 필요도 없다. 손님들의 딱딱한 어깨에 걸린 12월의 무게가 다르다. 12월은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 같았던 마법은 끝났다.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벼운 관계에도 너그러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딱히 이유 없이 인심이 후해져 가던 걸음을 돌려 구세군 바구니를 향하던 즐거움은 어디로 갔나. 이제 크리스마스는 교회나 백화점에 가야만 있다. /유대성 전주왱이콩나물국밥 전문점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12.05 17:04

아쇼카 선언, 그 이후

21세기 아쇼카 선언. 2011년 여름, 조계종의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가 발표한 종교평화 선언문 초안의 이름이다. 이 선언문은 열린 진리관과 종교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실천 강령을 담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해 11월 발표할 예정이었던 최종안도 종정 법전 스님의 지시로 미뤄지는 등 종단 내부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사추진본부는 조계종이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 사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는 자성으로 스스로의 쇄신을 위한 화쟁위원회를 비롯해 4개 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다. 결사추진본부의 중심에 도법스님이 있었다. 도법스님은 아쇼카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하고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자정’과 ‘쇄신’ ‘결사’를 내세운 배경과 의미를 강조했다. 2012년 초, 서울 안국동의 조계종 총무원에서 도법스님을 만났다. 당시 총무원 건물에는 ‘자정’과 ‘쇄신’ ‘결사’를 써넣은 걸개가 휘날렸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종단 내부의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스님은 선언문의 의미를 ‘불교는 불교다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라며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불교 정체성에도 맞고 시대정신에도 합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이 앞세운 화두는 ‘화쟁’이었다. 화쟁은 다툼을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것. 원효 스님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제시한 개념이다. 도법스님은 ‘화엄종 법화종 선종 교종 열반종 천태종 등등 종파주의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했던 당시, 이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하도록 할 것인가 논리를 제공한 것’이 화쟁론이라고 소개했다. 조계종이 종교평화를 선언한 즈음, 종교계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졌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조계종의 종교평화를 향한 결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종교마저도 반목과 다툼으로 혼탁해진 시대에서 대중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성과 쇄신’ 운동을 내세우고 결사추진본부를 설립했던 당시,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스님이 지난달 입적했다. 조계종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소신공양’이다. 2009년 총무원장이 된 이후 2013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유일하게 임기 두 번을 채운 스님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실세로 꼽히면서 종단의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러운 스님의 죽음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2.05 16:37

'웅치·이치전투' 선양 지역에서도 관심을

문화재청은 지난해말 전북 완주군과 진안군에 있는 '임진왜란 웅치 전적'을 사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의 관군과 의병이 힘을 모아 왜적에 맞서 싸운 '웅치 전투'의 전적지(戰蹟地)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됨으로써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시책이 폭넓게 추진될 수 있게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지역에서 수많은 이들이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국가차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역 차원에서도 크고작은 발굴, 조사, 추모사업 등 각종 선양사업을 해야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던 터에 며칠 전 윤수봉 도의원(완주)이 '웅치·이치전투 선양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오는 13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법제가 완성되지만 우선 5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조례는 이들 전투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도지사 책무 규정을 중심으로 전적지 발굴 및 조사, 보존, 정비, 희생자 추모사업 등에 관한 지원사업 추진 근거를 담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국가차원에서 선양사업을 하는데 구태여 지방정부에서 또다시 각종 사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해하기 쉬운데 사실은 정작 세부적인 일은 지방정부에서 할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익히 알려진대로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초기에 완주군과 진안군의 경계에서 조선이 거둔 육상 첫 승리로,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히 육상의 '한산대첩'이라고 불릴 정도로 조선의 임란 극복에 분수령이 됐다는 거다. '임진왜란 웅치 전적'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한 것도 다 그런 의미가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7월 조선의 관군과 의병은 이곳에서 왜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바 있다. 학계는 웅치 전투를 임진왜란 초기 조선 팔도 가운데 마지막까지 일본군이 점령하지 못했던 호남을 지켜내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전투로 호남 방어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투는 '조선왕조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전주 일원을 지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조례안은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 지정을 계기로 지자체 차원에서도 선양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역민의 요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웅치·이치전투가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는 일대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으니 보존 및 선양사업도 국가 사무로 맡겨야 하지만 발원지인 전북도 역시 역사 알리기 사업에 앞장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5 14:34

비대면 진료범위, 전북 전체로 확대해야

정부가 비대면 진료의 대상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전북에서는 9개 지역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가 초진 비대면 진료의 허용 대상을 15일부터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의료 소비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잘한 일이다. 앞으로 9개 시군 뿐만 아니라 도내 14개 시군 전체로 확대했으면 한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전화나 화상 통화를 활용해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진료하는 방식이다. 진료 이후 의료기관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면 환자는 해당 약국을 찾아 처방약을 받으면 된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평일 오후 6시 이후, 토요일 오후 1시 이후 일요일까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최근 6개월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적 있는 병원이라면 질병 종류에 관계가 없다. 정부는 지난 6월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운영했으나 재진 환자로 제한해 실효성이 낮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취약지 범위와 대상에 응급의료 취약지역 98개 시·군·구 거주민을 추가했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이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구를 말한다. 전북에서는 정읍시, 남원시,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 임실군, 순창군, 고창군, 부안군 등 9곳이다. 이들 지역은 환자가 6개월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적 있는 의료기관에서 ‘동일 질환’이 아니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편의를 위한 의료서비스가 대폭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2년 4개월간 비대면 진료가 초진 재진 구분 없이 3661만 건 이뤄졌지만 의료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일찍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더구나 비대면 진료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의사가 대면 진료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비대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이는 의료법에 따른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의료계는 국민 편익을 중심에 놓고 협조해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04 17:39

새만금 관할권 ‘견토지쟁(犬兎之爭)’

“개가 토끼를 쫓았습니다. 수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쫓기는 토끼도 쫓는 개도 그만 힘이 다해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이때 그것을 발견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했습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왕이 대치 중인 위(魏)나라를 치려 하자 제나라의 관료 순우곤(淳于髡)이 왕에게 올린 진언이다. 이 말을 들은 제나라 왕은 전쟁을 포기하고, 부국강병에 힘을 쏟았다. 중국의 역사서 ‘전국책(戰國策)’에 실린 이야기로, ‘견토지쟁(犬兎之爭)’이란 고사성어의 유래다. 개와 토끼의 싸움이라는 뜻의 이 성어는 ‘전혀 쓸데없는 다툼’, 또는 ‘양자 간 싸움에서 제3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10년 넘게 다투고 있는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지자체의 모습이 꼭 이렇다. 특히 외부의 강한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군산과 김제시의 극한 충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 쫓고 쫓기다 지쳐 죽어가는 개와 토끼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난 8월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이후 외부에서 새만금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런데도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내부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제시민과 군산시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관할권 사수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새만금이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내부에서는 땅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새만금 예산 삭감과 기본계획 재수립의 빌미가 됐다. 실제 한덕수 총리는 지난 9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방침과 관련해 관할권 다툼 문제를 끄집어냈다.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을 하나로 묶는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분쟁의 해법으로 내놨지만 관할권 문제와 맞물려 답보상태다. 출구를 찾던 전북도가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오는 7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김제시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하면서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의 새만금 3·4호 방조제 행정구역 귀속지 결정을 놓고 행정소송과 함께 시작된 지자체 간 분쟁은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으로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올 7월 개통된 남북도로와 지난 6월 부지 매립공사를 마친 스마트 수변도시도 분쟁의 땅이 될 게 분명하다. 오랫동안 그려온 새만금의 청사진을 이제 속도감 있게 실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주민 감정 대립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 내부 다툼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새만금사업을 더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새만금 개발이 우선이다. 내부 갈등과 분쟁은 결국 새만금 개발의 발목을 잡는 행위일 뿐이다. 지금은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우선 견토지쟁부터 중단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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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04 17:39

‘돈이 되는 문화’를 넘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도에 문화 분야 정부 예산이 전체 대비 1.02%가 되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문화 대국으로 가는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한다. 이즈음 등장한 말이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이었다. 영화 <쥬라기공원>(1993년)이 자동차 150만 대 수출대금과 맞먹는 돈을 벌었다는 담론은 ‘돈이 되는 문화’를 뒷받침하였다. 대통령이 나서서 한 ‘문화가 곧 돈’이라는 말은 모든 문화 활동의 핵심이 되었고, 문화를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에 국가, 지자체, 민간 분야까지 나섰다. 정부마다 문화산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는데, 결과는 창대하였다. 게임 등 경제적 가치가 어마어마한 콘텐츠산업이 새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데 크게 이바지한 한류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지역 전통문화를 활용한 축제나 상품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00년에 들어선 뒤로 20년 넘게 문화가 돈이 된 시대였다. 굴뚝 있는 공장에 상응하는 돈을 문화가 벌어준다고 하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을 돌아보면 문화로 돈을 벌면서 본래 있던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 전주 풍남제가 그중 하나이다. 단옷날에 열린 풍남제는 난장이 유명하였다. 풍남제를 가는 게 의무이듯이 생업에 바쁜 부모님도 “풍남제는 꼭 가봐야지”라며 난장을 찾았다. 유명한 가수가 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난장은 인산인해였다. 사람 구경, 싸움 구경이 전부였지만 전주시민은 “축제라는 게 원래 그런 거지”라면서 양기(陽氣)가 가장 세다는 단옷날에 ‘일탈의 카니발’을 즐겼다.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에 풍남제도 관광 축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와 언론은 비위생적인 음식과 바가지요금뿐인 난장에 어떤 외지인이 지갑을 열겠냐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자며 일탈의 요소를 지워갔다. 질서정연한, 전통이 두드러진 행사로 채워진 풍남제에서 더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바가지도 사라졌다. 하지만 재미도 없어졌다. 없어진 재미만큼 시민의 발길도 줄어들었다. 외국인은 고사하고, 기대했던 국내 관광객도 오지 않았다. 돈 버는 문화로 지역을 살리자는 전문가와 언론의 외침에 전주를 대표하던 시민 축제만 사라진 셈이다. 창조산업을 이끈 영국에서도 ‘돈을 버는 문화’에 회의적 시선이 많아졌다. 문화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돈에만 있지 않으며,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다. 경제적 기능 중심에서 사회적 기능으로 문화의 역할을 확장하자는 움직임이다. 풍남제는 1년에 한 번 시민이 찾는 일탈의 장소였다. 생업에 힘듦을 난장에서 해소하고 일할 힘을 충전하는 카니발이었다. 시민 축제로서 풍남제의 사회적 기능이 이러하였는데, 문화가 곧 돈이라는 이슈에 휩쓸린 나머지 우리 스스로 진정한 가치를 지워버린 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지역사회 문제를 문화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아졌다. 문화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갈등, 범죄,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안을 문화적으로 찾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적 가치에 무게중심을 둔 지역문화정책의 시선은 여전하다. 돈 버는 문화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경제적 가치에만 주목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본래의 가치를 상실한 문화는 돈을 벌 수 없다. ‘돈 버는 문화’ 너머에 있는 문화의 다양한 가치에 시선을 옮겨보자. /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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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30

더 특별하고 더 새로워진, 전북특별자치도 원년(元年)을 준비하자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계묘년도 한 장의 달력만 남았다. 어느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우리 도민들이 겪은 올해는 유독 그 정도가 심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지만 날은 저물었어도 희망의 촛불을 밝히면서 밤길마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특히, 내년은 우리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원년(元年)이다. 현재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더 큰 꿈인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 180만 도민이 함께 손을 굳건히 맞잡아야 할 때이다. 올 한 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유치에 전력을 다해왔다. LG화학, SK온, LS그룹, 삼성전자, 롱베이 등 기업들의 투자 금액이 역대 최고이다. 금년 1월부터 지금까지 투자협약 52건, 총투자액 9조원, 채용 예정 인원 8천 3백여 명에 이른다. 민선 8기가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합산하면 82개사와 10조 원이 넘는 투자협약을 맺었다. 우리도 GRDP의 5분의 1과 맞먹는 수치이다. 1기업-1공무원 전담제,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 환경단속 사전예고제 등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 가져온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기업인은 다른 지역과 달리 실정법을 넘어 정서법까지 고려해야 하는 전북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우리 지역에 투자한 기업들이 경영에만 전념하며 성공 신화를 이루도록 묵묵히 지켜보고 배려하는 도민 정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올해의 대표적인 성공스토리는 ‘국가 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전북대학교 글로컬대학’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월 특화단지 공모 신청 당시만 해도 우리도는 이차전지 산업의 후발주자로 인식된게 사실이다. 그러나 새만금의 무한가능성을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 10만 평 이상의 단일부지 제공과 확장 가능성, 풍부한 전력과 용수,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RE100 실현, 투자진흥지구 지정과 법인세‧소득세 100% 감면 등 새만금이 가진 강점은 차고도 넘쳤다. 이와 함께 최근 3년간 전북에 이차전지 기업만 25개 기업, 9조 원의 투자유치 성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앞으로 R&D 초격차 기술 확보, 글로벌 인재 양성, 맞춤형 패키지 지원을 통해 새만금을 이차전지 산업 글로벌 거점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한편, 대학의 위기가 지역의 위기인 시대에 전북대의 글로컬대학 선정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양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동안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미흡으로 구인‧구직의 미스매칭 문제가 산업현장의 볼멘 목소리였다. 인재양성-기업유치-취‧창업-정주로 이어지는 지역발전의 선순환구조 구축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로이 출발하는 갑진년에도 우리의 담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전북특별자치도에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넘치도록 바이오산업 특화단지 유치, 농생명산업지구 조성, 전북형 스마트 제조 혁신 프로젝트 등에 도정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다. 180만 도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응원을 바탕으로 그 길을 힘차게 달려갈 것을 다짐해 보는 세밑이다. /김종훈 전라북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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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29

전북의 교육입도(敎育立道)

지난 9월 지방시대가 선포되었고 때마침 글로컬 대학에 전북대학교가 선정되었다. 이제 중앙정부의 마중물을 어떻게 전북 발전에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산업 집적도가 떨어지는 전북은 지역총생산이 거의 최저 수준이다. 한 마디로 낙후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창원시의 밀집된 공단지역을 지날 때마다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전북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디아스포라’를 하였을 것이다. 산업 인프라 부족 – 인구 유출 – 지역 경쟁력 저하 – 지역 낙후의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가 전북의 과제다. 3차산업혁명까지 전북이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면 4차산업혁명은 전북이 꼭 잡아야 하는 기회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스마트 기기, 로봇, 전기차, 수소에너지, 생명공학 등등은 열린 기회다. 이 기회의 열쇠는 교육과 연구 인프라에 달려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국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드레스덴(Dresden)이 드레스덴 공대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성장한 것은 좋은 사례다. 실리콘 밸리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지역의 지적 역량을 담고 있는 대학과 연구소의 집적은 곧 그 지역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예표가 된다. 전북의 발전전략은 전북의 지적 인프라를 먼저 점검하는 데서 출발하여야 한다. 전북 관내 대학과 연구소의 지적 역량이 곧 전북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산업 역량은 뛰어났지만, 지적 역량은 부족하였던 울산시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유치하여 그 빈틈을 메우고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울산시는 UNIST에 약 600억 원을 지원하여 최첨단 연구시설을 갖추도록 하였고, 이 연구시설은 우수한 과학자들을 모이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UNIST와 지역 산업체와의 산학협력은 지식을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선순환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울산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부러울 따름이다. 이런 과감한 투자에는 지역의 지적 인프라가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자각과 신념이 있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지적 인프라를 축적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전략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큰 비전 아래 지역 내 대학의 역할과 기능의 재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역할을 기대하며 정부가 시․도에 고등교육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지역의 미래 산업을 선도할 지적 인프라를 축적하기 위한 혁신은 기존의 적당한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글로컬 대학의 선정에서 대학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북의 지적 인프라는 전주를 중심으로 익산, 군산이 세 개의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세 축의 역량 강화와 적절한 역할 배분이 앞으로의 과제다. 전라북도와 대학에 주어진 큰 숙제다. 대학과 자치단체와의 만남은 어색할 수 있다. 각 대학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앞세우거나 맡긴 돈 내놓으라는 듯이 그저 돈만을 좇고, 지자체는 큰 비전 없이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관리하는 무난함만을 추구한다면 전북의 혁신성장은 요원할 것이다. 대학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자체의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가 있는가? 대학은 이에 호응하여 뼈를 깎는 혁신의 탈바꿈을 할 것인가? 포항에는 포항공대, 울산에는 UNIST가 있듯이 새만금의 미래산업은 누가 뒷받침할 것인가? 전북의 미래는 지금 축적하는 지적 역량만큼이다. 즉 전북 지역 대학의 수준만큼이다. 교육과 지적 인프라를 통한 전북의 성장 전략, 곧 敎育立道는 전북의 미래다. /박성수 경상남도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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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29

비접촉 뺑소니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뢰인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였는데, 변경된 차선에서 뒤따라오는 차를 보지 못하였다. 뒤따라오는 차는 의뢰인의 차를 피하고자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다 그 뒤 차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했다. 의뢰인은 사고 장면을 보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가던 길을 갔다. 얼마 뒤 의뢰인은 경찰로부터 뺑소니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의뢰인은 본인이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뺑소니로 수사받는 게 억울하다는 취지로 상담하였다. 차선 변경을 하며 뒤 차를 보지 못한 경우, 뒤 차는 경고 의미로 경적을 울리고, 운전자는 비상등을 켜고 미안함을 표시한다. 흔히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차선 변경으로 자신은 사고를 면했지만, 뒤차가 자신의 차를 피하고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사고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반드시 멈춰서 신고를 하고 사고 수습을 하지 않으면 뺑소니범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비접촉 뺑소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운전자로서의 사고 방지를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해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를 인식해야 한다. 만약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사고를 인식했음에도 그대로 자리를 이탈했다면 뺑소니가 된다. 위 의뢰인은 급격한 차선 변경으로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고, 뒤따라오는 차의 사고를 목격했음에도 그대로 주행하였다. 본인은 직접 부딪친 사고도 아니고, 내 과실이 얼마일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자리를 이탈한 것만으로 뺑소니라는 큰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게다가 음주를 하지도 않았고, 종합보험에 가입해 보험으로 사고 처리를 할 수 있으니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억울하고, 무죄를 받고 싶어 한다. 무죄를 받기 위해 자신이 어떠한 교통법규도 어기지 않았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거나,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면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멈추어야 큰 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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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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