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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과후 교권침해, 교원지위향상법 개정해야

최근 전북교육계는 교육의 질서와 기강이 와해되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교육수장은 지리한 송사 끝에 자신의 행실문제로 낙마하고 학생이 교사를 능멸하는 엄중한 사건을 해당 교육청은 단순히 행위발생 시간만을 따져 교육활동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는 등 그야말로 전북교육계의 근간이 물구나무 서버린 당혹스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사안은 남자 고등학생이 자신의 신체 사진을 여교사에게 전송한 ‘전북 여교사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면서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가 이 사건을 ‘교육활동 시간 내 발생한 행위가 아니어서 교육활동 침해로 볼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이 결정에 전북사회 교원들과 시민사회에서 이를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논란이 증폭되자 전북교육청은 지난 7월 30일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8월 18일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번 사안은 행위는 교육활동 중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함이 상당함으로 이에 따라 교권침해로 인정된다”며 앞서의 판단을 뒤짚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해당 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해당 사안을 다시 심의, 번복해야 한다. 이번 ‘전북 여교사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의 교원지위향상법 시행령에는 방과후 일어난 사안에 대한 법 적용을 다루지 않고 있다. 결국 방과후 사안은 ‘입맛대로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따라서 방과후 사안을 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향상법을 개정해 이같은 허술한 대처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각 시군 교육지원청이 임명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의 선정 방식도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 사실상 지역 내 학부모 교원 등으로 구성되다 보니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 모두를 위원들이 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안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위원을 인근 타 지역 인물로 임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타지역 참여 위원들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지 않도록 제도적 행, 재정적 지원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북교육계 전체가 반성하고 분위기를 쇄신해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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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20 18:32

[의정단상] 전북의 교통혁신, 소외와 낙후를 해결할 최선책

고향 전주에 오갈 때마다 전주역은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0여 년의 삶을 되돌아보면 떠나고 돌아오는 일의 연속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고향을 떠나 상경하던 날에도, 철마다 일이 있어 귀향하던 날에도 전주역은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다. 그 한결같음 덕분에 설렘으로 떠나고 그리움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와지붕을 머리에 인 전주역의 자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기록을 찾아보니 1929년에 전주역사를 옮길 때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가 있어서 건물 모양을 기와집 형태로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제의 만행이 극심했던 시절에도 전북도민이 굴하지 않고 지켜낸 한옥 양식은 지금의 역사 자리로 옮겨와서도 유지되었다. 그 자체로 우리 전통과 민족정신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전주 근현대 역사의 한 축인 전주역은 이제 ‘면목일신’을 앞두고 있다. 약 900억 원의 총사업비를 투입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증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전북 철도 노선의 중심으로 2023년 기준 연간 350만 명 이상의 여객수송실적을 자랑하는 전주역인 만큼, 역사의 규모를 늘리고 시설을 확충할 필요성이 절실했던 터였다. 기존의 한옥 건물과 유리 외벽의 선상역사가 어우러진 전주역, 그 새로운 모습이 벌써 기대된다. 이제 앞으로가 관건이다. 전주역이 증축되면 연면적이 네 배 가량 증가한다는데, 그에 걸맞게 전주역의 역할과 위상 또한 높아져야 할 것이다. 당장 시급한 현안은 전라선을 증편하고 고속화하는 일이다. 특히 SRT의 경우 전주와 남원에서 수서를 오가는 열차가 하루 왕복 2편뿐이어서 툭하면 매진되기 일쑤다. 게다가 전라선 고속열차는 다른 노선에 비해 속도가 느려서, 여객 입장에서는 고충과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디 전라선 뿐인가. 전북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광역교통망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서 이 법안이 통과되던 날의 기쁨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천신만고 끝에 법안이 통과된 만큼, 개정안 시행을 두 달 앞둔 지금 미리 채비할 것이 많다. 우선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전북권 사업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중앙정부, 지자체가 뜻을 모아야 한다. 각종 광역교통망 사업 시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절실하다. 이런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어야 ‘2036 전주 하계올림픽’이라는 큰 목표에도 더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다.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은 ‘기반시설’이다. 수도와 전북을 잇고 공항으로 오가는 연결망이 지금보다 더욱 촘촘해지고 빨라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자 당 최고위원으로서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북의 교통을 혁신하는 것은 전북의 새 활로를 모색하는 첩경이다. 사람이 모여야 도시가 발전하고, 지역과 지역이 연결되어야 경제가 순환하는 법이다. 주거와 이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에 ‘교통’이 꼽힌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구소멸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전북의 양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교통인프라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 소외와 낙후라는 현실을 넘어, 다시 풍요롭고 힘있는 전북을 꿈꾼다. △한준호 의원은 MBC문화방송 아나운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제21대·22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 중이며,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정치행보를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08.20 18:32

[타향에서] 공론화를 통해 전주·완주 통합의 길을 찾자

타지에서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고향 전북에 대한 애정은 되려 깊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숱한 뉴스 중에서도 전북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요즘은 전주와 완주의 행정통합 논란에 눈길이 자주 간다. 그런데,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기대감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지역 발전을 위한 논의가 정작 지역민의 피로와 분열을 키우고, 또 다시 좌절을 안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 재조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정체성과 재정 구조, 주민들 일상의 삶, 공직자의 일자리, 나아가 공동체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변화다. 이러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주민의 생각과 입장을 정확히 확인하고 충실히 반영해야 하는 일은 민주적 자치 행정의 필수 요건이다. 완주와 전주가 통합을 하든 하지 않든, 시민과 군민이 행정통합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을 이해하고, 논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정의 정당성이 확보되고, 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지금까지 행정통합 관련 민심을 파악하는 방식은 주로 여론조사였고, 현재도 여론조사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 완주군에서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통합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단순 쟁점에 대한 다수의 의견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깊이 있는 판단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있고, 왜곡된 정보나 유도성 설문에 기반한 응답 결과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는 순간의 반응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지, 사실관계와 그의 여파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반영하는 방법은 아니다. 1997년 첫 시도 이후 벌써 네 번째 추진되는 전주·완주 행정통합처럼 갈등이 누적되고 쟁점이 다양한 난제일수록 단순 여론이 아닌 ‘공론’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론은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반 시민이 충분히 학습하고,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 질서정연하게 토의하고 숙고하며, 스스로 입장을 정돈하는 숙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정제된 여론이다. 공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공론화라 하는 바, 공론화를 통해 생각의 변화와 공감의 확장까지 결합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우리는 공론화의 모범적인 사례를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완주와 전주 행정통합 공론화를 시행할 경우, 공론화의 목적은 통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지 않고 정제된 여론인 공론을 확인하는데 있다. 행정절차상 통합 여부는 주민투표나 의회 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행정통합 문제에 대한 주민투표나 의회 의결 여부 판단 및 해당 결과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숙고한 시민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이는 자치 단체장이나 의회 의원이 중심인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숙의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전주와 완주의 행정통합은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시민과 군민이 그 의미와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통합 여부와 상관없이 논의 과정 자체가 완주와 전주를 넘어 전북 공동체를 더 성숙하게 할 것이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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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20 18:32

[오목대] AI 시대의 전북 산업생태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며칠전 "1945년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한 발언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한편에선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쪽에선 불편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조상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되새겨야 할 광복절에 과연 독립기념관장이 이같은 언급을 하는게 적절한가” 라는 반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의 항복과 연합국의 승리가 패전국 식민지의 독립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나, 그 이면에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임시정부의 노력, 숱한 민초들의 끊임없는 저항이 있었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참전이 승리의 결정타이긴 했으나, 유럽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처칠은 어쨋든 스탈린과 더불어 히틀러에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싸워 베를린을 정복시켰던 인물이다.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처칠에게도 사실은 통렬한 아픔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장관이었던 처칠은 오늘날 튀르키예 갈리폴리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해 정치생명이 끝나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대는 바로 오스만제국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가 아니던가. 이스탄불 인근 갈리폴리에서 세계 최강 영국 해군 중심의 연합군은 무려 25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결국 패퇴했다. “유럽의 병자인 오스만 따위가 감히 대영제국 해군의 적수가 되겠느냐”는 오만과 안이한 현실인식이 이러한 참사를 부른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뒤 제2차대전이 터지면서 처칠은 정계에 컴백했으나 갈리폴리 전투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치욕이었음이 분명하다. 천하의 처칠조차도 냉엄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만에 빠지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0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기업성장포럼 발족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날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10대 기업과 수출품목은 대부분 변화가 없는 반면, 미국은 엔비디아·애플 등 혁신기업이 10대 기업을 새롭게 채우며 산업 구조가 역동적으로 재편됐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시가총액 기준)은 20년전 엑슨모빌, GE, 마이크로소프트(MS), 시티은행 등이 10대 기업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AI를 리드하는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모두 바뀐 셈이다. 반면 한국(자산총액 기준)은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으로 큰 변화가 없었고, HD현대, 농협이 새로 진입하는데 그쳤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시대적 조류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거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낙오한 전북 또한 새롭게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더 밀려날 것인지 다시 한번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다. AI시대를 맞아 전북 산업생태계를 전면 재편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집단지성의 힘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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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8.20 18:31

[기고] 전북의 미래,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설계돼야 - 不患寡而患不均 -

최근 전북도는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간담회,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전주·완주 통합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를 핵심 의제로 삼았다고 한다. 이 통합 논의는 단순히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통합청사 건립, RE100 산업단지 조성, 2036 전주올림픽 유치 구상까지 연계되며 전북도정의 역량을 사실상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하고 있다. 물론, 전북이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만약 전주·완주 통합이 지역주민의 동의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성사된다면, 이는 분명 전북 발전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지자체 간 통합방식과 시각차는 뚜렷하고,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단일 어젠다에 전북도정이 과도하게 집중됨으로써, 정읍을 포함한 도내 나머지 12개 시·군이 정책적 관심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이라는 거대한 담론 아래, 타 시·군은 행정적 외곽으로 밀려나고, 예산 배분의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떠안게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열린 두 지자체 단체장 간 토론회에서는 통합청사의 위치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전북도청 이전론까지 거론되었다. 통합청사 문제는 양 지자체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전북도청사의 이전은 173만 도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이처럼 무책임하게 도청 이전을 언급하는 것은 도민의 뜻을 철저히 외면한 언사이며, 도민의 자존을 짓밟는 폭력적 접근이다.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역 내부 간의 균형까지 아우르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특정 지역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편향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해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정읍은 농생명 산업과 문화·관광 자원이 공존하는 전북의 전략 거점이자 중심축 중 하나다. 도 차원의 적극적 투자와 정책적 배려가 절실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읍을 향한 전북도정의 시선은 한없이 차갑기만 하다. 여기에 더해, 호남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없는 지역이다. 지난 2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안 통과로 현대미술관 호남권 분원 유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바 있다. 전북도 역시 관련 용역을 추진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치의 당위성을 분명히 하고,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보다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오롯이 전북도에 전가하며 도민의 자존심을 훼손했고, 보복성 예산 삭감으로 도내 각 지역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그 여파는 아직도 곳곳에서 회복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무너진 전북의 기반을 복원하고 도내 모든 시·군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 구상과 공정한 자원 배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논어(論語)에는 “백성은 수가 적음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는 말이 있다. 지금 전북도에 필요한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도내 전체를 아우르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발전’이다. 모든 도민이 소외되지 않고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갈 때, 비로소 전북은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거듭날 수 있다. 정읍시의회 이상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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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8

[사설] 제3차 고속도로 건설에 전북 미래 달렸다

지역에 거주할때 겪는 가장 큰 불편은 바로 수도권에 비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각종 인프라가 빈약한 가운데 정치와 경제 중심지인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투자 매력은 말할것도 없고 한마디로 인구감소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단기간에 도약을 해야만 했던 대한민국의 경우 오랫동안 불균형 국가발전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으나 이젠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지 않고는 더 이상 선진국으로 나갈 수 없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SOC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간 균형 발전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전국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각 지역의 교통망 사업의 국가계획 반영을 촉구하고 있기에 전북의 미래는 지금부터 얼마나 인프라 확충을 해내는가 하는데 달려있다. 그 중 핵심은 바로 제3차 고속도로 건설이다. 전북은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총 6개 구간, 총 250.6㎞ 규모의 사업 반영을 요청했다. 사업비는 10조 6077억 원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주~무주(42.0㎞·4차로) △완주~세종(68.0㎞·4차로) △무주~성주(68.4㎞·4차로) △군산~논산(28.0㎞·4차로) △고창~담양(16.0㎞·4차로) 등 고속도로 신설 사업과 호남고속도로 28.2㎞(정읍~김제) 구간을 기존 4차로에서 6차로 확장하는 사업 등이 골자다. 정부가 올 연말이나 내년초 ‘제3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확정 예정인데 여기에 전북 관련 사업이 얼마나 반영되는가에 향후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나눠주다시피하는 푼돈 예산 조금 확보했다고 자랑할때가 아니다. 지역발전에 사활이 걸린 제3차 고속도로 건설에 올인하다시피 해야만 한다. 때마침 지역 출신 김윤덕 국토부장관이 재임하기에 절호의 기회일 수 있는데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정치권의 협업과 전북도를 비롯한 행정기관의 탄탄한 논리가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어려우니까 우리 좀 더 달라”는 하소연은 궁색, 그 자체다.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한 논리를 들이밀어야 가능하다. 예산 확보는 다음 문제고 우선은 최상위 법정 계획인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시키는게 급선무다. 찢어진 우산 10개 보다는 멀쩡한 우산 한개가 필요할 때다. 제3차 고속도로 건설이 바로 멀쩡한 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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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9 19:25

[사설] 최명희문학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이 1년 8개월째 파행을 겪고 있다. 전주시가 부실 운영을 이유로 수탁기관인 최명희기념사업회에 민간위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수탁기관에서 이를 무시하고 계속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해마다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 한옥마을의 면모를 구기고 있다. 이번 기회에 문학관의 정체성부터 재검토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최명희문학관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전주 출신 최명희(1947~1998) 작가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2006년 문을 연 전주시 최초 문학관이다. 개관 이후 18년 만인 지난해 1월부터 문학관 민간위탁 운영자가 혼불기념사업회에서 유족 중심의 최명희기념사업회로 바뀌었다. 위탁기간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으로, 전주시는 인건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해마다 2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운영자가 바뀐 후 인력이 수개월째 충원되지 않았고, 각종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전주시는 수탁기관인 사업회에 협약해지를 통보하며 정산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업회측은 “3년의 권리를 가지고 협약을 맺었다”며 문학관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자 전주시가 지난 3월 무단점유라며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전주시 풍남동에서 태어난 최명희는 누구보다 전주를 사랑한 작가다. 그는 소설 ‘혼불’에서 전주를 ‘꽃심의 땅’으로 부르며 지극한 애정을 표했다. 또 한옥마을에는 ‘최명희 길’이 있고 건지산 단풍나무숲길 입구 혼불공원에는 ‘최명희 묘’가 모셔져 있다. 그만큼 전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증좌다. 그런데 1년 8개월째 최명희문학관이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유족측은 퇴거시 저작권료 지급을 요구한다는 얘기도 있다. 전주시는 최명희가 전주 출신의 자랑스런 작가임을, 유족측은 그녀를 선양하기 위한 전주시와 시민들의 노력을 새기며 접근했으면 한다. 이제 최명희문학관은 설립 20년째를 맞아 새롭게 탈바꿈할 때도 되었다. 문학관 장소도 비좁은데다 시설도 낡았다. 문학관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수탁자를 물색하든 아니면 인근 부채문화관과 합쳐 전주출신 문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활용하는 전주문학관으로 바꾸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내 명도소송을 끝내고 여러 의견을 모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19 19:25

[이경재의 세상보기] 전주의  자원 ‘전주학’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지역마다 ‘지역학’ 연구가 활발하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역사‧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본격화됐다. 호남학, 서울학, 부산학, 경남학, 강원학, 충북학, 제주학 등이 그런 예다. 전북학은 1997년 ‘전북학 연구’라는 제목으로 책 3권이 발행됐다. 기초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높다. 수원학, 화성학, 창원학은 관련 연구센터가 설치돼 있다. 전주학은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이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연구센터는 아직 없다. 지역학이란 무엇인가? “지역학은 역사‧인문의 범위를 넘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통합학문이자 글로컬(glocal) 학문이다”(오영교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명예교수)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 이미지, 주민 삶 등과 관련돼 있고 생산적 인프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포괄하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결국 지역을 자원화하고 마케팅할 근거를 과학화하는 것이다. ‘전주학’은 무엇을 담아내야 할까. 전주는 맛과 멋, 소리, 예향의 고장이다. 후백제 수도였고 조선왕실을 세운 이성계의 본향이다. 전라도와 제주를 호령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곳이다. 한식과 한복, 한지, 한옥 등 한(韓) 브랜드와 K-컬처, 한옥마을은 경쟁력 있는 자원이다. 역사와 문화, 전통에 대한 자긍심이 녹아 있는 곳이 전주다.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은 ‘꽃심’이다. 전주정신정립위원회가 2016년 선포했다. “전주사람은 ‘꽃심’의 정신을 시대마다 다양하게 펼치면서 살아왔다. 이를 삶의 가치로 풀이하면 ‘대동’ ‘풍류’ ‘올곧음’ ‘창신’의 정신이다”(전주정신 선언문) 또 동학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점령과 집강소는 동학농민군의 가장 큰 성과다. 민중이 권력의 중심을 장악하고 민주적 가치를 실행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은 전주정신과 정체성의 뿌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박대길 우리문화연구소장) 전주학 연구는 풍성하다. 전주역사박물관이 시동을 걸어 성과를 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전주학 총서 50책 간행, 전주학 학술대회 22회 개최, 학술지 14집 간행, 전주학 시민강좌(16기) 등이 진행돼 왔다”(이동희 전 전주역사박물관장) 학계의 노력과 사계의 관심으로 지역학으로서 전주학의 기반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 이럴진대 전주학을 놓고 언제까지 논의만 할 텐가. 이젠 전주학에 담아낼 내용물을 간추려 집약하고 책으로 발간해야 한다.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료화하는 것, 문화적 역사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이를 자원화‧ 대중화‧ 산업화하는 것, 나아가 정책에 반영하고 마케팅하는 것이야말로 지역학이 추구하는 가치 아닌가. 농축된 연구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능 수행과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기구와 조직, 이를테면 연구센터가 있어야 한다. 지역학 연구센터는 전국에 대학연구소 12개소, 지방자치단체 9개소, 민간 4개소에 이른다. 전주학 연구센터도 전주시정연구원이나 전주역사박물관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학 연구센터는 전북연구원에 있다. “연구센터는 기구축소, 예산감축 등의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쉽게 문 닫지 않고 존속될 수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박미자 전주시정연구원장) 맞는 말이다. 어느 곳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일만 남아있다. 지난달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개최된 ‘지역정체성과 미래 비전-지방소멸위기 전주학의 해답은?’이라는 주제의 전주학 포럼은 이에대한 전주시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전주시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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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4

[새벽메아리] 식물과의 교감, 그 감응의 세계

대도시를 떠나 인구 5만의 소도시로 이주하게 된 결정적 동기는 ‘풀 한포기’ 때문이었다. 지리산 자락 하동에서 열린 야생차문화제에 갔다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마삭줄’을 만났다. 그때 만해도 소유욕이 강했는지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마삭줄의 일부를 가위로 잘라 유리병에 담아왔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지리산을 기념하는 나의 채집물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잘라온 줄기의 끝부분 어딘가에서 뿌리가 난 것이었다. 당분간의 싱그러움을 맛보고자 물에 꽂아둔 것일 뿐 녀석에게 지속적인 생명을 보장할 마음은 없었다. 식물에게서 뿌리가 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처음으로 ‘목격’하였고, 이 사건으로 나는 식물에 빠져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식물의 재생 능력’에 꽂힌 나는 꽃집에서 식물을 사다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식물계에 입문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허브류였다. 페파민트, 애플민트, 로즈마리, 라벤더 같은 허브들은 키우기도 쉽고 증식도 뛰어났다. 1대 어머니의 몸에서 잘라 낸 허브 가지들은 2대, 3대, 4대로 무수하게 번식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식물의 ‘생장점’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식물에 따라 다양한 뿌리 모양들이 있으며 마치 뿌리는 인간의 ‘치열’처럼 하얗게 빛나며, 물속의 영양분을 씹어삼키는 소화기관임을 직관했다. 집은 점점 더 다양한 식물들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스킨답서스, 후마타고사리, 틸란드시아 등 이름도 낯선 외래종이었다. 이들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식물의 재생능력에 슬슬 질리던 시기에 발견되었다. 이들은 아름다웠다. ‘녹색’이라는 한단어로 묶을 수 없는 미세한 색감들과 종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과 빈도, 꽃피는 시기 등등 개체의 다양성을 체감하였다. 이 시기에는 잎 상태만 보아도 식물이 뭘 요구하는지 느낄 정도였다. 다종다양한 이들의 요청에 맞추다보니 나는 속칭 ‘식물집사’가 되어 있었다. 물을 줘야하기에 긴 여행을 떠나지 못했고 성장 속도에 맞춰 화분을 갈아주다보니 쏠쏠하게 돈이 들었다. 햇볕이 들어오는 양지바른 자리는 식물이 먼저였고 먹는 것, 자는 것 등은 부차적이었다. 결국 이런 식물의 세계를 좀더 광활하고 찬란하게 살펴볼 환경이면 좋겠다는 열망이 귀촌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귀촌 후 나의 ‘인테리어적인’ 식물 지식은 농부들, 생태주의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확대되었다. 봄철 들에 피어난 웬만한 것들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머위, 쑥부쟁이, 원추리, 참나물, 곰보배추, 꽃마리, 개망초, 질경이 그리고 쑥. 이들이 매년 같은 자리에서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물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 2월 말 매화에서부터 시작해서 벚꽃, 살구꽃, 앵두꽃, 등나무꽃, 자두꽃, 배꽃 등 이들의 개화로 일년살이가 가능하니 아름다운 꽃달력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9월경 추수를 앞두고 벼꽃은 얼마나 달큰한지, ‘벼꽃향’을 닮은 향수를 만든다면 대박이겠구나 했다. 그러나 이런 ‘인간적인’ 욕망은 잠깐잠깐 떠오르긴 했으나 현실화되지 않았고 식물은 다음 세계로 나를 인도하였다. 이제는 화분을 키우지도 들이지도 않는다. 어쩌면 내가 식물을 돌본 것이 아니라 식물이 나를 돌보는 ‘감응의 세계’에 머물렀던 것 같다. 식물로부터 배운 것도 많지만 이제는 떠나보낼 때이다. 그래야 더 큰 자연과의 감응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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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9 19:24

[오목대] 위안부 피해자 외침... '내가 증거다'

지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기림의 날은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공식적·법적인 국가기념일이 됐다. 올해로 8년째지만 국가기념일로서의 기림의 날은 아직 친숙지(?) 않다. 기림의 날을 8월 14일로 제정한 배경이 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 1991년 8월 14일이다. 그날, 침묵을 깬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외침은 큰 힘을 불렀다. 피해 할머니들의 공개 증언이 이어지고 거대한 역사적 실체가 다가왔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찾기에 나선 것도 그즈음이었다.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해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해 8월 14일부터는 위안부 피해자 등록이 시작됐다. 사실 일본 정부는 30여 년 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발표한 이른바 ‘고노 담화’를 통해서다. 당시 고노 장관은 역사 연구와 교육으로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지만, 고노 담화의 의미와 효력은 지속되지 못했다. 할머니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만들어낸 연대의 힘은 강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역사는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오히려 폄훼와 왜곡이 더해졌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주제인 ‘용기와 연대로 되찾은 빛, 평화를 밝히다’에는 피해자의 용기 있는 증언이 사회적 연대로 확산하고, 기억과 책임의 메시지가 미래세대에 이어지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안타깝게도 그 연대의 힘을 만들고 키워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작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옥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생존자는 6명 남았다. 게다가 생존 할머니들은 고령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앞날을 예견할 수 없는 처지다. “일본은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겠지만 나는 죽지 않을 거야. 내가 죽더라도 내 문제를 함께 하는 젊은이들이 내 문제를 기억하고 함께할 거야.” 진실을 알리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는 일에 여생을 바쳤던 고 김복동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 쟁쟁하다. “내가 증거”라고 외쳤던 할머니들이 떠나고 있다. 기억과 증언의 힘이 사그라지고 있으니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국가적 과제가 더 무겁고 절박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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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8.19 17:24

[사설] 남원 테마파크, 이환주·최경식 공동책임져야

남원시가 400억원 대의 빚폭탄을 떠안게 됐다. 민간테마파크 손해배상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잇달아 패소해 가뜩이나 열악한 남원시 재정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계약 당사자인 전임 이환주 시장과 이를 제대로 승계하지 않은 현 최경식 시장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마땅하다. 남원시민들은 용인 경전철사업과 같이 주민소송을 통해 이들에게 손실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민사부는 남원테마파크 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408억 원의 투자비와 지연이자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피고가 제공했고 테마파크가 정상 개장하고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면 원리금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이 사건은 이환주 전 시장이 3선째인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원시와 남원테마파크(주)는 함파우관광지에 테마파크를 완공하고, 시설물을 시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민간사업자가 운영권을 갖는 조건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2년 6월 어현동 일대에 2.44㎞ 길이 모노레일과 집와이어 등을 갖춘 놀이시설을 완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는 남원시의 보증을 담보로 금융대주단으로부터 405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2022년 6월 최경식 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용승인 허가와 기부채납 등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 "전임 시장이 면밀한 수익성 검토 없이 부풀려진 수요예측만 믿고 사업자가 빌린 채무 보증을 섰다"며 공무원 5명을 징계하고 협약변경을 추진했다. 민간사업자는 같은 해 8월, 시설을 임시 개장했으나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2월 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이번 사건은 수요예측 등을 부풀린 전임 시장과 이를 명확한 근거없이 제동을 걸어 행정의 연속성을 무시한 현 시장 모두의 책임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대법원의 470억원대 ‘용인 경전철사업’ 판결은 반면교사다. 용인시민들은 주민소송단을 통해 이들의 책임을 물었고 대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세금을 날린 사업에 대해 최초로 지자체장에게 배상을 명해 경종을 울렸다. 남원시민들은 27일 최 시장의 설명회를 지켜본 후 냉정하게 대응했으면 한다. 시장의 잘못을 시민이 떠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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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8 18:26

[사설] 익산 정관가 의혹 몸통이 따로 있다는데

익산 지역 정관가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측근 인사인 이춘석 의원이 국회 본회의 도중 자신의 보좌관 차명으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종목의 주식을 투자하다 적발돼 정권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익산시청에서는 한 간부 공무원의 차량에서 수천만원대 돈다발이 쏟아져 나오는 등 각종 의혹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판 정비 사업 비리 수사 과정에서 몸통이 아닌 것으로 알려진 별도의 사업자가 극단 선택을 하면서 뒷말은 더욱 무성하다. 간부 공무원 한명의 개인비리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과 결국 판도라 상자는 열릴 것이란 예측이 난무한다. 결론은 지극히 어렵겠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시중에 나돌고 있는 각종 의혹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전북경찰청은 뇌물수수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익산시청의 한 간부를 지난 6일 구속 송치했다.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진행된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 지난달 28일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신의 차에 있던 수천만원에 달하는 현금 등을 부하직원 B씨를 시켜 옮기려다 적발돼 현장에서 체포된 바 있다. 그의 차량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이 나왔는데 30여개의 돈봉투가 뜯지도 않은 채 그대로 발견된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 경찰은 여러 업체가 간판 정비사업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데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시청 간부뿐 아니라 유력한 지역 정치권 인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온갖 이목이 쏠린다. 그런가하면 경찰이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는 이춘석 의원에 대한 재소환을 시사하면서 수사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의 차명 거래가 있었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인데, 국정위 다른 위원들까지 조사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정치권이나 관가 주변에 가득한 의혹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한다면 신뢰는 무너진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대통령이 됐든, 국회의원이 됐든, 단체장이 됐든 그들의 말은 이미 힘을 잃게 된다. 정관가 안팎에서 난무하는 각종 설은 과연 헛소문에 불과할까, 아니면 실체적 진실의 일단을 반영하는 것일까. 시민들은 숨죽여 온통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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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8.18 18:26

[오목대] ‘묻지마 해외연수’, 달라질까

명분은 늘 그럴싸했다. 그래서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추진했고, 주변에서는 거마비까지 건네며 장도(長途)를 응원했다. 그들이 무리 지어 비행기에 오른 후 돌아올 때까지의 실망스러운 행적이 속속 드러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에 해외연수 열풍이 불었다. 정치인과 공무원, 시민단체·언론인·농어민까지 너도나도 명분을 만들어 해외로, 해외로 나갔다. 마치 모든 문제의 답이 바다 밖에 있는 것처럼. 글로벌시대, 선진 사례를 직접 체득함으로써 조직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개인의 전문성 향상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해외 일정을 아예 여행사에서 짜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외유성 해외연수의 부끄러운 민낯과 비위가 속속 드러났다. 이 같은 논란에 단골로 등장한 게 지방의원들이다. 지방의회는 그때마다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행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지역 시·군의회가 예정된 해외연수를 속속 취소해 눈길을 끈다. 고창군의회를 시작으로 익산시의회, 군산시의회가 잇따라 올 공무국외연수를 취소했다. 부적절한 해외연수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난을 받을때도,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비행기에 오르던 사람들이다.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할당된 몫’을 챙겨왔던 그들이 올해 예산 전액을 반납했다. 지역경제 회복과 주민 생활안정, 시급한 지역 현안 처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 지방의원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일까? 그럴 리 없다. 말할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해 전주와 익산·군산·고창 등 전북지역 대다수의 지방의회가 국외연수비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잔뜩 몸을 움츠린 것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지방의회 해외연수가 도덕적 지탄을 넘어 위법성 문제로 수사대상에까지 올랐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성의 목소리 대신 생색을 냈다. ‘시민 생활고를 고려한 솔선수범’이라며….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주시는 빚이 올해 6000억원을 넘어섰다. 관행으로 굳어진 외유성 해외연수에 마냥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이 기회다. 지방의회 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전북지역 각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해오다가 서거석 전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수혜자가 급격히 늘어난 학생 해외연수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다. 꼭 바다 건너에 찾고자 하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해외 성공사례를 참조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안방에서도 상세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해외에 나가 시야를 넓히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리가 있다. 주민 혈세에 손대지 않는다면 말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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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8.18 18:25

[문화마주보기] 소작농민들이 피워낸 땅의 민주화, 땅 사람의 이야기

1987년 민주화 바람이 온 나라에 ‘타는 목마름’으로 번지고 있을 때, 고창 심원·해리면 농민들도 마음속 꼭꼭 억눌러온 불길을 꺼내놓았다. 바로 <고창소작답양도투쟁>이다. 이 싸움은 1930년대 삼양사 창업주 김연수 일가가 심원·해리 일대 300여 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간척지를 조성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근 주민들은 간척사업 전반에 연계되었고, 자연 소작답을 빌어 경작을 시작한다. 일제가 물러가고 대한민국 정부는 대대적인 토지개혁을 단행한다. 이미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원칙의 토지개혁이 농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던 터다. 우리는 조봉암 초대 농림부 장관이 ‘유상매수 유상분배’ 원칙 토지개혁을 통해 ‘지주제 해체, 농민자립’ 기틀을 마련하려 했다. 그 유상매수에서 삼양사의 너른 땅은 ‘미간척지’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배제된다. 경자유전, 땅을 짓는 사람이 소유한다는 기본 원칙에서 200여 소작인들은 소외된 것이다. 돌려받지 못한 땅에서 30년 넘게 소작료를 내며 살던 사람들의 ‘땅의 민주화’는 1985~86년 어간에 삼양사 소작답 무상양도 대책위(김재만 위원장)가 만들어지면서 물꼬를 튼다. 김재만 위원장은 광주, 전주의 기독교 카톨릭 농민회와 고창 농민회와 연대의 길을 찾았다. 그 와중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연이 닿았다. 그해 고려대 학생들의 여름농활이 고창 심원·해리면 일대에서 이뤄졌고, 소작농민들의 시위는 학생들의 문화집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한다. 삼양염업사 앞 시위, 고창 읍내 시가지 행진은, 정읍지방법원 공판싸움으로 이어지고, 8월 종로 삼양사 본사 점거로 번져간다. 이 낯선 싸움은 종교계, 정치권, 시민들의 관심으로 확산된다. 농민과 시민사회 바람은 ‘무상양도’였다. 수십 년 소작료로 땅값은 차고 넘치니, 이제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점거는 9월을 지나고 있었다. “비가 길다, 태풍이 온단다”, 농민들의 가슴을 옥죄는 소식이 들리고, 땅은 제 것이 아니어도, 제 손으로 보살피는 것들이 눈에 밟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김재만 위원장은 농민들과 뜻을 모아 무상양도를 철회하고 정부 고시가격인 평당 1,881원에 사측과 양도를 합의한다. ‘토지양도는 대한민국 국시위반’이라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던 사측도, 무상양도를 철회한 농민측도 몇 발짝 물러서 이른 대타협이었다. 세계농민운동사에 유래가 없는 이 기억은, 오랫동안 잊혀졌다. 몇 해 전부터 지역민들이 그 기억을 되살리며 크고 작은 기념 모임을 열기 시작했다. 김재만 위원장과 함께 싸우던 농민의 아들이 소설가가 되어, 당시를 팩션으로 기록한 책 <땅울림>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둘 마음이 모이고 행정을 움직여, 소작답양도투쟁 기록화 사업이며 소작답양도기념탑 건립을 잘 마쳤다. 평생 ‘목비라도 하나 세워 우리 이야기를 남겨야 하는데’ 했던 김재만 위원장의 맺힌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졌으리라. 얼마 전 그 김재만 위원장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80 중반의 나이, 그가 떠안은 ‘싸움는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소작농민들의 싸움과 대타협 이야기를 더는 전하지 못하고, 그는 이제 세상에 없다. 오는 9월 11일은 양도타협을 한 지 38년이 되는 날이다. 궁산마을 사람들과 고창소작답양도를 기념하는 모임에서 작은 기념식과 김재만 위원장 추모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고창 동학혁명으로부터 이어온 땅과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이대건 고창 책마을해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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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8 18:25

[경제칼럼] 농수산 식품의 브랜딩을 통한 농어촌 인구 소멸 지역 방지 대응책 강구

2025년 기준 농어촌 인구 소멸 지역은 총 84개 시군으로 전국 시군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농수산물 생산 및 이익에 따른 이유, 농수산 식품 개발 부족, 일자리 부족 등이 있다. 이는 아직 1차 생산에 주력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시점은 농어촌이 세대교체 시기이며 2차, 3차 산업 등을 통해 이익 창출 및 경쟁력 활력 제고를 높일 수 있는 시기이다. 현 정부도 본격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활발히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 두 가지의 사회현상을 인식하였을 때 농어촌의 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지역의 품질 좋은 농수산물들을 더 이상 1차 생산에 그치는 것 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을 나타낸 제품, 현대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제품 등을 개발하여 브랜딩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정체성을 나타낸 제품 브랜딩은 제품뿐만 아니라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의 문화, 관광 등으로 연계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는 펜데믹, 엔데믹 시대에 노출되어 각종 바이러스가 일상화된 환경 속에서 면역력을 높이고 저속 노화를 위해 유기농, 친환경 농수산 식품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구매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친환경 제품, 재활용 제품, 유기농 식품, 저탄소 배출 제품 등을 추구하며 윤리적 의식을 갖고 소비하는 가치소비를 하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현재 소비 트렌드는 농수산 식품과 직결되므로 농어촌이 더 활성화되어 품질 좋은 농수산물을 통해 농수산 식품을 개발하고 이를 지역특색이나 현재의 상황에 맞게 브랜딩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각 농어촌 특성화를 위해서 농수산물에도 브랜드를 개발하고 연령 때 및 콘셉트를 정하여 농수산 식품을 개발하고 브랜딩하여 체계적인 구조가 실행된다면 농어촌 인구 소멸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 품목의 농수산물이라도 지역 및 생산자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는 한번 만족한 농수산물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특정한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재구매가 어려운 상황을 겪기도 한다. 농수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재구매가 이루어지는 상황도 있긴 하나 정확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농수산물 및 농수산 식품에 스토리텔링과 키워드, 브랜드 네이밍(상표등록), 로고, 패키지 디자인, 마케팅까지 정체성이 확립된 브랜딩이 개발되어 판매된다면 소비자의 혼란을 막고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농수산물 및 농수산 식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전북은 쌀의 고장으로 쌀을 재료로 유아식(이유식), 유아 간식(떡 뻥, 뻥튀기) 등을 다른 농산물과 접목하여 개발이 가능하고 청소년, 성인은 바쁜 생활을 위해 쌀 시리얼, 라이스바, 선식 같은 간편식을 개발하고 고령자를 위한 건강식 개발이 가능하다.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 농어촌의 농수산물 및 농수산 식품을 각 지역 특성 및 제품 콘셉트를 고려해 브랜딩하여 실현화된다면 일자리 창출, 경쟁력 제고, 지역 정체성 확립, 이익 창출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농어촌 인구 지역 소멸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주효할 것으로 사료된다. 진혜련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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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8 18:24

[기고] ‘검은색 옷’ 유행

조선시대 말 ‘사상방(四象方)’의 저자 이제마(李濟馬, 1838~1900)는 ‘검은색’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검은색은 뜨거운 햇볕을 끌어들이는 인화성이 있기에 화경을 햇볕과 숯에 맞추어 놓으면 숯에 불이 댕기었기에 성냥이 귀했던 개화기 때까지도 많이 사용했었다. 날씨가 몹시 추운 겨울철에 보온재로 우리 조상들이 검은색 옷을 많이 입었던 것이다. 5색을 사상방으로 해석해보면 검은색의 경우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5행으로는 물, 오장으로는 오줌통과 콩팥이 관련되었고, 푸른색의 경우 동쪽, 봄, 나무, 쓸개와 간이 관련되어 있다. 또 붉은색은 남쪽, 여름, 불, 소장과 심장이 관련되었고. 흰색은 서쪽, 가을, 쇠, 그리고 대장과 허파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였다. 또한 노란색의 경우는 4계절 끝부분 18일씩으로 되어 있기에 중앙으로 기록되어 있다. 끝으로 ‘사상방’에서 ‘검은색은 금생수(金生水), 수극화(水克火)의 원리가 있기에 허파나 대장이 좋은 체질자에게는 검은색 의복 착용도 괜찮지만 심장이 약하거나 부정맥, 협심증 등의 증상이 있는 체질과 혹 스탠드 시술을 한 사람에게는 오행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 했다. 가톨릭에서 수녀들이 머리에 쓰는 검은 베일과 의상, 그리고 상갓집에서 상복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입는 것은 음성(陰性)일 뿐 아니라 고결함을 상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검은색은 인체의 콩팥과 연관되어 있다. 콩팥은 극히 연약한 기관이지만 생리, 배뇨 등의 역할이 대단하기에 염통, 지라 등 다른 오장은 인체에 각각 1개씩만 있는데 반해 콩팥은 2개를 붙여 놓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60대 쯤 되면 대략 50% 이상이 경중은 다르겠지만 전립선이나 방광염 등 비뇨기 계통의 질병에 시달린다. 게다가 치료도 쉽지 않아서 평생 동안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검은색은 5색 중 내성(內性)에 속하기 때문에 표현하지 못할 억울한 사연이 있을 때에 검은 의상을 입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이 같은 내성적인 성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는 윤 6월이 들었고, 말복(末伏)이 입추(立秋) 2일 후에 들어 있기에 강렬한 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은 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극심한 폭염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열대야로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날이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검은색이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어서 무더위를 가중시키는 듯하다. 실제 전주 한옥마을에 온 관광객 중에는 검은색 의상은 물론 마스크와 모자, 가방, 양말, 신발, 양산, 안경까지 모두 짙은 검은색으로 장식한 사람이 있어 보는 사람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지금 시대에는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5색으로 찬란하게 장식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물감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자연색으로 흰색이 많았고, 푸른색으로 쪽을 즙내어 물들인 옷이나 이불이 있었으며 홍화로 붉은색, 치자로 노란색, 황토로 미색을 물들여 입었다. 검은색 의복으로 전신 또는 반신을 착용했을 경우 온열기가 강할 것인즉 물을 자주 먹고, 몸도 자주 식혀 주어야 할 것이다. 또 매사를 급하게 서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양복규 (동암법인 이사장·명예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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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8 18:24

[법률상담] 이럴 땐 정식재판청구 취하를!

내담자는 당황한 모습으로,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더니, 판사님께서 진짜 억울한지 증거를 좀 살펴보자고 하며 증거로 제출된 CCTV 영상파일과 녹음파일을 재생해 내가 피해자에게 욕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는 말과 행동을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소사실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는 거 같은데, 피고인은 전혀 반성을 안 하는 것 같다며 약식명령은 너무 약한 거 같다, 그런데 피고인만 정식재판청구하면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지만 중한 형 선고는 가능하지 않느냐고 공판검사에게 물었고, 공판검사는 벌금액을 100만 원 상향하여 구형했다, 그렇게 재판이 끝나고 나오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내 무덤을 판 것 같다”며 “어떡하면 좋냐”고 물었다. 내담자는 분명 갑작스런 상황에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법을 좀 아는 지인이 피고인만 정식재판청구를 하면 소위 말하는 불이익변경의 금지에 따라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알려줬고, 피고인 또한 다툼 과정에서 일부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억울함 을 호소하면 선처해 줄 거라 생각했던 터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불이익변경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던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2017. 12. 19.에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지만(형종 상향의 금지), 양형 상향이 가능하되 양형의 이유를 적시’하도록 개정되었다. 그래서 내담자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징역형과 같은 중한 종류의 형으로 변경할 수 없지만, 벌금액을 증액하는 방법으로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있어, 공판검사는 벌금액을 상향하여 구형한 것이다. 그래서 피고인이 피해를 입은 부분은 별도로 형사고소를 하고, 피고인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454조에 따라 1심판결선고 전까지 정식재판청구를 취하하면 그것으로 재판을 종결시킬 수 있으니, 판결선고 전에 법원에 가서 정식재판청구 취하서를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내담자와 같이 스스로 무덤을 파서는 안 되겠지만, 실수했다면 정식재판청구 취하로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박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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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8 18:23

[사설] ‘군산조선소 재도약’은 완전 정상화하는 것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국정운영 계획 중 여러 전북 현안들이 반영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 가운데 ‘군산조선소 재도약’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은 의미가 크다. 노동집약 산업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여러차례 대선 공약이 흐지부지돼 명실상부한 조선소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는 블록공장이다. 블록 제작을 한 뒤 바지선에 옮겨 실어 울산으로 나르는 부분 조립 하청공장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조선소라고 할 수는 없다. 1조 2000억 원을 들여 2010년 준공된 군산조선소는 축구장 4개 크기의 54만평 부지에 25만톤급 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군산조선소도 설립 취지대로 완전 정상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조선업계 수주잔량은 약 1,100억 달러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수주 규모는 총 3,716만 CGT로, 4년치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국내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글로벌 10위 안에 모두 들어 있고, 세 회사 모두 흑자 달성을 했다. 2027년까지 선박 인도 일정이 가득 차 있을 정도다. 호황에 힘입어 거제 등 조선소가 있는 지역들은 조선업 근로자들이 모여들고 있고 음식점과 원룸 등 자영업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군산조선소도 이같은 호황 기회에 완전 정상화시켜야 마땅하다. 완전체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로의 역할과 기능을 할 때 비로소 조선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산조선소 정상화는 정부의 의지와 HD현대중공업의 결단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해군 함정의 유지· 보수· 정비(MRO) 특화조선소로 기능한 뒤 나중에 신조 조선소로 발전하는 방안에 군산조선소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유의미하다. 이재명 정부가 ‘군산조선소 재도약’을 국정운영의 과제로 채택한 만큼 HD현대중공업과 관련 부처, 전북 정치권이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적극 실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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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8.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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