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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역할 못하는 국회의원 그냥 놔둘 텐가

요즘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적 흐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금 300명보다 많아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국민 다수는 줄일지언정 더 이상 늘려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시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순 있지만 이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밥값’ 도 못하는 의원이 수두룩한데 무슨 염치로 숫자를 더 늘리자는 건지 정말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정치 혐오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 ‘국회 무용론’ 까지 나돌 정도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우리 국회의원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건 결코 숫자 문제가 아니라 함량미달 정치력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보다 크게 문제 삼는 건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과도한 혜택을 대폭 줄이라는 것이다. 수 차례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에 내세우고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장기간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 매달 1천285만원씩 받아간다. 공식 연봉 외에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 사무실 소모품 등으로 1인당 평균 1억153만원, 의원실마다 8명씩 보좌진 인건비로 5억원 안팎이 쓰인다. 선진국 의원보다 연봉이 높은 이들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외치면서도 2018년부터 줄곧 세비를 올렸다.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KTX도 무료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를 보니 줄잡아 186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유럽 의원과 비교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들의 위상과 역할이 우리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 수시로 야근하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쓰고 의정 활동 준비를 직접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고 다른 것은 굳이 견줄 필요가 없다. 친근한 이웃으로서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주민 신뢰도는 정말 대단하다. 부럽다기 보다는 왜 우리는 이렇게 안되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 국정 파트너로서 여야 관계는 최악이다. 거대 양당이 반사 이익만 노리고 서로 잘하기 보단 상대 잘못을 들추고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오로지 기득권 정치의 생명 연장을 위한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 정치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국민 민생,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엔 별반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 공천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 선거구 논의도 그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국회를 통하지 않는 국정 개혁 과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국회의원은 개혁 주체나 다름없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제정과 예산안 처리에 이들 의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밉다 해도 함부로 정치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거 때 정치인 옥석 고르기가 중요한 것도 맥락이 같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본인과 연계된 정치 분야 개혁엔 스스로 나설 리가 만무하다. 자기 희생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혁신 의지가 전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4류” 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당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와 권리당원 경선 폐지 등을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회의원이 바로 유권자의 정치 대리인이다. 그들의 운명은 선거 투표를 통해 좌우된다. 지난 2020년 초선 당선자 합동 연찬회에 참석한다며 국회 내 3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버스 6대가 동원됐다고 떠들썩했다. 이런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계속 봐야 하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5.23 18:37

스승은 누구인가?

쉬는 월요일, 학부와 대학원 강의가 있다. 강의 마지막쯤에 질문받으면서 정리하는 시간이다. 한 분이 말하다가 눈물을 보이면서 운다. 조금 당황했다. 강의 마친 후 울음 보인 만학도 학생이 단톡방에 미안하다면서 오늘 배운 내용 중에 자기 삶과 그대로 연결된 내용이 있어서 감정을 주체 못 했다고 했다. 괜히 가슴이 먹먹했다. 스승의 날이었다. 성경에는 “일만 명의 스승이 있을지 몰라도, 아버지는 여럿이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일만 명의 스승이라? 요즘 우리 사회에 스승이 그렇게 많을까? 스승은 누구일까? 제자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존재, 제자를 옹호하는 사람, 제자를 힘들게 하는 어떤 틀과 같은 정책을 부딪쳐서 깨는 존재, 아니면 친구와 같은 동반자인가? 오래전 홍콩의 쿵후 영화는 비슷한 줄거리가 많았다. 적들에게 목숨을 간신히 건져 숨어 있거나,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피해 도망 나온 청년이 어렵게 스승을 만나서 훈련하고 복수한다는 이야기. 그 복수의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도움을 주었다는 스승의 이야기다. 그리고 스승은 떠나고 제자는 혼자서 삶을 살아 내면서 또 다른 스승이 되어 간다. 홍콩 영화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는 알겠다. 스승은 자기 후배인지 제자인지 그 어떤 존재가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또는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로 세우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가 힘들어하는 어떤 틀을 대신 또는 함께 부딪치면서 깨 주는 선배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에 청소년활동시설의 기관장이 됐고 잠시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몇 년 만에 다녔던 학교에 찾아가 지도교수님 찾아뵙고 시험 친 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 군산 오고 가면서 많이도 힘들 때였다. 어느 날인가 교수님이 밥 먹었냐면서 교수 식당 데려가더니 밥 사 주면서 잘 먹고 다니라고 했다. 석사 할 때도 고생한다고 학교 뒷문에 아직도 기억하는 작은 식당에 된장찌개 사 주면서 힘내라고 하셨다. 현재 청소년의 관점과 가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교수님이다. 아마 내가 그분의 두 번째 박사학위자일 거다. 교수님은 은퇴 이후 대학원에서 작곡 공부하셨고 지금은 작곡가로 변신해서 활동하고 계신다. 고3 때였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내 안에 갈등도 심했고 마음이 바닥일 때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담임이었던 박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셨다. 학교 다니는 12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담 비슷한 것을 했다. 그때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건희야 너는 성실하고 착하니 뭐든 잘할 거다.” 고3 말미에 아르바이트해서 첫 월급으로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선생님은 교장으로 은퇴하셨다. 어쩌다가 지역에서 뵈면 ‘건희야’라고 먼저 이름 불러 주는 박 선생님. 몇 달 전 출판한 <삶의 바다로 모험을 떠날 용기>라는 청소년 진로 책에도 박 선생님과 같은 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실명을 기록해 놨다. 책 나오자마자 선생님께 바로 선물 드린다고 한 권 빼놓고 아직도 드리지 못하고 있는 못난 나. 식사도 대접하고 책도 선물하려고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오늘 스승의 날에 선생님 얼굴만 다시 떠오른다. 내 가슴에 스승으로 존재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스승의 날을 지나다가 알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스승이었다. 하루 동안 연락해 오는 이전의 청소년, 청년들이 있었다. 스승이 제자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해 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 것은, 스승이란 그 존재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며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5.23 15:56

전북의료붕괴는 공공의대가 해법이다

전북의 공공보건의료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나 고령화 심화, 인구감소에 더해 경제력이 취약한 전북에서는 임계점에 더 가까이 와 있다. 개업의는 늘어나는 반면, 정작 서민들의 버팀목이라고 할 공공의료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와 공공의대 유치지원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2일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부터 설립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의원들의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립의전원 설립은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큰 틀에서 볼때 의대 정원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요구다. 하지만 이는 의사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 지극히 어려운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당장 해법은 국가 차원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보건의료 분야의 사관학교를 설립하는게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인력을 양성해 양질의 필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국립의전원이 우선 설립돼야만 전북처럼 낙후된 의료환경에서 버틸 수 있다. 사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폐교된 남원의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남원에 설립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오래전에 설립됐어야 하나 일부 의원들의 지역이기주의 등이 가세하면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 중이다. 민주당 집권 당시 전북 의원들의 역량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국회의석의 절대다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흐지부지됐다. 도대체 전북 출신 지역구 의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정부의 의지다. 여러차례에 걸쳐 남원공공의대 설립을 약속하고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훌쩍 넘어섰으나 진전된게 없다.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진안군의료원 등 전북지역 3곳의 공공의료원 중 의사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는게 현실이다. 봉급을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보다 더 많이 준다하더라도 지방에서는 의사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술 케이스를 경험할 수 없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게 현장 상황이다. 공공의전원 설립은 한계 상황에 달한 지역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과 의료 불균형 등 심각한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단기 방안임을 재삼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23 11:51

고령농부의 30년에 걸친 아름다운 쌀 기부

고령농부가 자신이 수확한 쌀을 30여 년 동안 기부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담의 주인공은 완주군 비봉면 원이전마을에 사는 76세의 박승희 농부 부부. 동갑의 이들 부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논에서 생산한 쌀을 전량, 경로당과 식당 등에 기부해 왔다. 참으로 흐뭇하고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이들의 선행은 본인들이 알린 게 아니다.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안형숙 비봉면장이 최근 비봉면 경로당을 돌며 500만 원 상당의 백미를 기부하는 것을 보고 세상에 알린 것이다. 나이들수록 움켜쥐려고만 하는 세태, 조금만 남을 도와도 생색내려는 세태에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부부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서 묵묵히 선행을 펼쳐온 것이다. 비봉면에서 나고 자란 박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면서 누구보다 배고픈 설움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시냇물과 쑥으로 허기를 달랠 정도로 굶기를 밥먹듯 하면서 악착같이 품을 팔아 논밭을 모았다. 그렇게 끼니 걱정에서 벗어나자 어려운 이웃에 눈을 돌렸다. 40대 초반 무렵이다. 그 때부터 1600평의 논을 별도로 떼어내 밥맛이 좋은 신동진 벼만 재배해 한해 수확량 전체를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기부는 매년 5월과 7월, 12월 하순 등 매년 3차례씩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남은 쌀은 도내 한 대학교 앞에서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 또 이들은 완주 고산시장이나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번 돈도 빵이나 과일을 사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그래서 시장 주변에서는 ‘빵 아저씨’로 불린다고 한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잊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두번 기부에 동참할 수는 있다. 그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30년 넘게 스스로 땀흘려 얻은 결실을 모두 기부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과 같은 나눔의 실천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우리 사회에 온기를 돌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남이 할 때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내가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나눔이다. 하지만 나눌수록 그 가치는 커지고 전염된다. 이들 고령농부 부부의 나눔 바이러스가 더욱 멀리 퍼졌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22 18:58

자기 착취를 통한 성과주의가 만든 피로사회

‘일이 많아져서도 아니고,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요즘 왜 이리 계속 피곤하지?’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운동도 해 보지만 원인을 모르니 잘 낫지 않는다. 만성질환으로 굳어진다. 피로, 피곤함, 두근거림,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은 모두 현대인의 만성질환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이러한 질환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유발자라고 진단하며, 이는 스스로를 착취하며 성과를 달성하는 피로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보통 착취는 누군가-타자가 나를 향할 때 성립해왔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극도의 ‘성과주의’ 때문이다. 예전에는 ‘성과’를 강요하는 주체가 바깥에 있었다면, 현대에는 그것이 욕망이든, 되고 싶은 자아든지 내 안에 있다. 스스로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꾸짖고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돌진하는 식의 굴레에 갇혀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착취를 통한 성과 달성 방식은 생산성 향상에 최적이다. 노동자를 감시하는 장치도 필요 없고, 능률 향상을 위한 경쟁 유발 전략도 필요 없다. 개개인을 스스로의 경쟁자로 만들어 놓기만 하면, 과거의 자신보다 성과를 올리기 쉽고, 낙오한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의 결함-무능력, 게으름-때문이니 스스로를 탓할 것이다.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만 지급하면 된다. 누가 왜, 얼마나, 더 많이 받았다더라 등의 정보는 철저히 숨긴 채로. 이래야 자기 착취 구조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알려주지 않으므로, 항상 그 이상의 목표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 주체들은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일한다. “우리 ㅇㅇ맨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인공지능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일합니다.” 식으로 툭 던지면,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런 사람이 기꺼이 되려고 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감기에 걸리지도 않아야 하며, 몸매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걸 우리는 자기관리 라고 부른다. 내가 세운 내 기준은 저 멀리 높고, 이를 쟁취하는 과정이 삶이고 기쁨이라는 생각. 이 틈을 만성 피로와 공황, 우울증이 파고든다. 자기를 착취하는 줄도 모른 채, 스스로 세운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 보상받는 동안 정신과 몸은 망가지고 만다. 목적을 상실하고 성과만 존재하는 자기주도 학습, 스스로 달성 목표를 세우는 기술,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에 대한 찬미 등에만 매몰된 성과주의사회는 초경쟁사회의 세련된 버전일 뿐이다. 그렇다면 만성 피로가 나를 덮치기 전에, 불안감과 초조함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멍 때리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휴식’이나 ‘느리게 살기’가 아니다. 이런 방식은 성과 달성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거나 바쁘게 살기의 반작용이므로 결코 자기 착취 구조를 깨지 못한다. ‘멍 때리기’는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로 제시하는 꽤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여기에 걷기를 추가한다면, ‘사색하는 산책’ 솔루션이 만들어진다. ‘멍 때리며 걷기’의 핵심은 아무 생각 없이(최대한), 목적지를 정하지 말고, 무작정 걷는 것이다. 강변이든, 골목길이든, 공원이든, 운동장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곳,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면 더 좋다. 계획하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휴대폰을 끄라는 뜻), 음악도 듣지 않고, 주변의 소음과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면 된다. 산들바람과 새소리, 물소리, 새벽의 먼지 냄새, 계절의 변화가 우리를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는 사이 달콤하게 보이던 성과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우리 존재를 천천히 조금씩 채워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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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2 17:34

더욱 그리워지는 ‘투사 노무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반듯한 세상,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한 사회, 모든 지역이 골고루 함께 발전하는 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그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였다. 권위주의 청산과 참여민주주의, 정경유착 근절, 동반성장 등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지만, 각별히 힘을 쏟았던 것은 균형발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공공기관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이었다. 대법원의 판결로 행정수도는 ‘행정도시’로 바뀌었지만, 41개의 중앙행정기관들과 소속기관들이 세종시로 옮겼다. 전국의 10개 혁신도시를 포함하면 모두 152개의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했고, 실제로 수도권 인구유입 비율과 지역내 총생산(GRDP) 격차가 줄어들었다. 균형발전 정책은 나라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어달리기’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작되었던 세종시 행정도시 건설을 취소하려고까지 했다. 이로 인해 세종시 건설이 2년이나 늦춰졌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수도권 규제를 풀고 판교에 테크노밸리를 만들었다. 지방으로 가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수도권에 투자를 늘렸고 1270개 기업이 입주했다. 2017년 정권교체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10년 동안의 퇴행을 극복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발전 정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고 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해 4조 원을 투자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이 따라가고 지역의 대학과 연계하는 복합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추진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탓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 수도권인 경기도에 첨단산업단지 클러스터 조성, 용산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등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폭주를 일삼고 있다. 전라북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공약마저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에 전주역 광장에서 “속는 것도 한두 번이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이 달라져야 한다. 저 역시 ‘전북 홀대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도시 전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이행된 것이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진척된 것은 국제금융센터 건립인데, 이마저도 국가예산이 아닌 전북신용보증재단의 적립금으로 짓는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주 금융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부산 지역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전북은 ‘소외’와 ‘홀대’를 떼어내지 못했다. 대통령 자신이 내건 공약이 청산돼야 할 지역주의로 폐기되며 전북은 이중 차별을 받고 있다.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로 20년 전에 시작된 노무현의 꿈을 이어가야 한다. 당장은 윤석열 정부가 균형발전의 틀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아무도 없는 유세장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했던 노무현의 끝없는 도전, 시민과 함께 정치의 효능감을 창출해낸 ‘투사 노무현’이 전북에 필요하다. 국가권력의 불공정과 불신,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어렵고 힘들어서 보여지는 오늘 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포기해선 안된다.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더전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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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2 17:34

글로컬(global+local)에 맞는 디지털(DX) 투어리즘을 즐기는 관광

여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여행은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소중한 가치를 가지게 되는가? 우리가 희망하는 여행은 어떤 것들을 추구하는가? 한 번쯤은 자신이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나 관광명소가 있다. 늘 자신에게 언젠가는 가봐야지 다짐하면서 아직도 가지 못하는 현실에 놓이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각자의 여행 경험은 무한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의 경험으로 묻히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커뮤니티를 통한 개인의 여행 경험을 연결해서 어떤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 간다면 더 건강하고 즐거운 관광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렇듯 커뮤니티를 통한 여행자와 지자체 여행지역과의 정보 비대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여행자의 니즈를 커뮤니티를 통해 발굴하고, 지자체의 여행과 관련된 브랜드에 여행자들의 실제 니즈를 파악하고 전달해줘 관광자원들이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를 연결하거나 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여행자들에게 직접적인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여행도 혁신하는 시대가 왔다. 기존에 있던 관습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벗어나 시대의 기술로 인해 빨리 변하는 만큼 조금 더 혁신적으로 고민해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바꿔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가상현실 등 디지털과 관련한 모든 것을 통해 발생하는 변화를 일컫는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관광업계의 치명타에 새로운 접근방식이 디지털 전환이다. 어디를 꼭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가보고 싶은 곳을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여행은 국경이 없다는 게 맞는 말 같다. BTS와 케이팝, 스포츠, 문화를 통한 우리나라의 국위가 올라가고 글로벌적인 브랜드화에 한층 더 인식이 좋아졌다고 본다. 그런데 우린 글로벌적인 인식에 따른 외국인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가까운 일본만 가보더라도 글로벌화가 잘되어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심지어 교통이용과 작은 숙박업소를 가더라도 외국인들이 이동과 숙박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섬세한 안내 팻말들이 잘 준비되어 있다. 결국에 관광 서비스나 상품과 수출이 잘 되려면 처음부터 글로벌적인 마인드를 갖고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며, 현재의 기술을 적용한 웹 개발과 다양한 IT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으로 글로컬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서비스업 중심에서 관광은 선진국에서 가중 역점을 두고 추구하는 중요한 산업 영역이 글로컬이라고 생각을 한다. 지금은 로컬에서의 삶, 문화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여행이 바뀌고 있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전 세계를 표준화시키고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즉 디지털을 기반으로 세계속에 지역과 서로 상생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 안에 가득 채워질 수 있는 글로벌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와 대기업, 그리고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콘텐츠 개발 단체와 융복합형 관광산업을 개발하고, 세계화에 맞는 로컬관광 생태계를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장영훈 전북마이스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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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5.22 17:34

아태마스터스대회의 명과 암 확실히 짚어야

전 세계 생활체육인들의 축제인 ‘2023 전북아태마스터스대회’가 전북 14개 시·군에서 9일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지난 20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는 71개 나라에서 1만 4,177명(국내 9,591명, 해외 4,586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열린 첫 국제행사인 만큼 기대도 컸는데 전국적으로 큰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대회 기간중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 대회 관계자들의 자화자찬이나 일부 언론의 성공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체적 여론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준엄하게 질타한다. 실례로 익산에서 열린 아태마스터스 마라톤대회에 하프마라톤(21.0975km)에 직접 출전했던 염영선 도의원(정읍)은 기고문을 통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체육회 등 유관 단체와의 유기적 협조나 도내 14개 시군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진단한 그는 명색이 국제대회가 동네 운동회만도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도의원 한명의 평가를 잣대로 삼을 순 없으나 의미심장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투입된 사업비만 지방비 116억원을 포함해 총 165억원에 달한다. 총 예산은 200억 가까이 된다. 막대한 투자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북도와 대회조직위원회가 추산했던 625억원의 생산소득 유발에 248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 800여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했으나 지방재정만 축낸 대표적 사례로 꼽는 이들도 있다. 대회를 코 앞에 둔 지난 1월 해외 참가자가 고작 700여명에 불과한 지경에 이르자 대대적인 모집에 나섰는데 ‘돈 주고 선수를 모집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참가자 1만 4,000여명을 대상으로 전북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순환관광버스 프로그램'이 제공됐지만 하루 평균 이용자는 많아야 고작 200여명 안팎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1인당 5만원 상당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해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돌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장과 관광지 주변 상가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관계자들의 노력과 헌신은 높이 살만하지만 결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이번 대회를 타산지석 삼아야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의 성공 개최가 가능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22 11:31

‘소싸움 대회’ 논란

‘싸움’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도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 또는 동물 간에 싸움을 붙이고, 이를 구경하면서 즐겼다. 인간들끼리의 실제 싸움을 대신하는 이벤트로 권투와 레슬링·킥복싱 등의 스포츠가 발전했고, 동물을 훈련시켜 싸움을 붙여놓고 이를 즐기는 투견(鬪犬·개싸움), 투계(鬪鷄·닭싸움)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성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청도군과 경남 의령군, 전북 정읍시·완주군 등 전국 11개 지자체가 매년 소싸움 대회를 열어왔다. 소로 논밭을 갈던 농경사회에서 마을축제의 하나로 열렸던 전통 민속경기를 계승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시행되면서 투견·투계와 같은 동물싸움은 불법이 됐다. 법률에서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 하지만 소싸움은 예외다. 현행 동물보호법(제10조)이 동물학대 행위를 나열하면서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도 별도로 있다. 지난해부터는 각 지자체가 ‘소싸움 대회’라는 명칭을 ‘소 힘겨루기대회’로 일제히 바꿨다. 수년 전부터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법을 개정해 소싸움을 폐지해야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싸우지 않는 초식동물인 소를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학대라는 것이다. 올들어 각 지자체가 코로나19로 3~4년 간 중단했던 소싸움대회를 속속 재개하기로 하면서 ‘전통문화냐, 동물학대냐’를 놓고 불거진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정읍시가 섰다. 대회 예산을 세워놓은 정읍시가 ‘제23회 정읍 전국 민속 소힘겨루기대회’를 6월 8일~12일에 열기로 하면서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전국 각 지자체가 추진한 올 소싸움대회는 동물학대 논란이 아닌 구제역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방역당국이 구제역 긴급 방역조치에 나서면서다. 정읍시도 대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당장 극한의 갈등과 대립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불씨는 남았다. 이와 달리 완주군은 일찌감치 올해 대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대회를 열어온 완주군은 올초 소싸움경기를 완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은데다 동물학대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예산을 투입해 논란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동물학대 논란과 상관 없이 싸움은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 말려야 하는 것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랬다’는 속담도 있다. 아울러 ‘지역 한우의 우수성을 알려 축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대회의 본래 목적을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제 정읍시에서도 소싸움대회 지속 또는 폐지 여부를 고민해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5.22 11:14

김제시, 특장차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산업 생태계 구축

우리 생활속에는 유용함을 주는 특정한 용도의 자동차가 있다. 화재 현장에 빠르게 달려오는 소방차, 이삿짐을 안전하게 실어 올리는 사다리차, 매일 새벽 조용한 골목을 누비는 청소차 등을 포함하는 특장차(特裝車)다. 특장차는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고 기본 섀시를 기반으로 구조를 변경해 특수한 목적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다. 사용 범위가 워낙 넓고 다양해 우리나라에 등록된 화물차 370만여 대 가운데 100만대 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특장차로 분류된다. 그만큼 특장차는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장차시장의 세계 교역 규모는 약 78조 원으로 연평균 6.1%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 특장차 수요는 2020년 전체 상용차 수요의 5%에서 2030년 2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침체 등의 여파로 국내 특장차시장은 산업 침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액은 물론 수출액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특장차 집적 전문단지를 앞세워 나아가고 있는 김제시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해외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과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특장차 수출실적 2,239만달러를 달성,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제 특장차단지 입주 기업인 ㈜가자는 캠핑카의 원조인 북미 시장에 진출해 캠핑카 수출계약을 성사하였으며, HR E&I(구. 호룡)은 미국 MEC사와 15억불 규모의 수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장차 생산-인증-검사의 원스톱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특장차 전문단지를 보유한 김제시는 대한민국 특장산업의 중심지로써 특장차산업의 기술고도화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한 혁신 클러스터로의 성장에 역점을 두고 그간 각별한 노력을 펼쳐 왔다. 2017년 백구 제1 특장차단지 내 특장차인증지원센터 유치를 시작으로 안전평가동을 증축하였으며, 제1 특장차단지 내에는 현재 31개 기업이 입주하여 500여명의 근로자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근무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백구 특장차전문단지의 발전 잠재력과 기존 인프라의 강점을 내세워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되었다. 2026년까지 10만평 규모로 현재 조성중인 제2 특장차단지에는 특장차제작에서 튜닝까지 원스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특장차 검사지원센터와 특장차산업의 컨트롤 타워로서 기능할 특장차 종합지원센터가 위치하게 되며, 인근에 근로자 아파트 100세대 건립, 광장 및 공원 조성, 주차장 확충, 진입 연결도로 확장 공사 등의 지역상생 거점단지 조성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제시는 특장기업 근로자와 지역주민이 밀착된 거점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여 지역특성에 맞는 新사업모델로 발전시키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또한 지난 4월 26일 지역경기 침체 및 지방소멸위기 대응을 위해 김제시 특장차전문단지를 중심으로 7개기관 산·학·연이 참여한 가운데 특장차산업 클러스터 협력 네트워크 구축 협약을 맺었다. 이를 시발로 5월 24일 제1회 미래 특장차 박람회까지 개최하여 국내 최대 특장차 산업 클러스터 구축 및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김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특장차에서 기회와 가능성을 발견했다. 새로운 모빌리티 개념의 부상과 함께 소비자 취향과 안전에 대한 요구가 다양화 되면서 특장차 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제시는 특장차산업을 교두보로 하여 세계로 나아가는 전진기지의 역할을 맡게될 것이다. /정성주 김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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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1 17:48

갈아 엎어야할 전북정치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경쟁이 뜨겁게 달궈진다.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여소야대 구도가 만들어져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때 0.73% 차이로 패배한 이후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사태로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내홍이 심각,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에서도 여론악화로 지지율이 떨어진다. 총선을 앞두고 국힘이나 민주당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어느 쪽이 수도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국힘은 여소야대 구도를 깨려고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고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의석 수를 현재처럼 늘리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공히 민생문제는 외면한채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벌여 민심은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한다. 사실 국힘도 여소야대 구도를 내년 총선 때 깨지 못하면 거의 윤석열 정권도 식물정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전 정권의 실정을 들춰내는 등 지지세 상승을 위해 총력전을 편다. 민주당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처럼 연거푸 대형악재가 터져 당 지지도가 국힘한테 밀린다. 전북을 포함 호남에서 조차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실망한 사람들이 늘어나 당 지지도가 60%대에서 50%대로 10% 이상 떨어졌다. 지난 전주을 재선거때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26.8%라는 최저투표율속에서 당선된 걸 보면 정치혐오가 상당 수준에 다달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안 냈지만 지역연고가 없는 강성희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민주당 성향이 강한 임정엽 무소속 후보 보다는 강 후보를 역선택, 정치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큰 틀에서 국힘과 민주당의 건곤일척 싸움이 전개 되지만 전북에서는 여전히 민주당 강세가 점쳐진다. 민주당이 미웁지만 그래도 국힘을 지지할 수 없는 입장 아니겠느냐는 것. 그래서 역대 의원중 가장 약체인 21대 현역의원의 물갈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 의원들의 존재감이 없다면서 이들 한테 전북 몫을 가져오라고 기대하는 게 마치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차리리 그럴 바에는 17대부터 계속 이어져온 물갈이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필마로 지사직을 단박에 꿰찬 김관영 지사가 전북 의원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고군분투한다. 이차전지 특성화단지를 새만금으로 유치하려고 PT까지 직접 한 김 지사가 성공하려면 정치력 있는 의원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치권의 힘이 강하고 세져야 김 지사가 성과를 낼 수 있다. 지금같이 무기력 한 의원들을 또다시 여의도로 보내면 전북은 가망이 없다. 그래서 내년 총선 때 무능한 전북정치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 도민들이 오죽했으면 OB들까지 소환했겠는가. 전북정치의 존재감이 너무 약해졌기 때문에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전 국회의원들을 불러내고 있다. 쥐 못 잡는 고양이는 과감하게 도태시켜 정치생태계를 확 바꿔야 한다. 전북도 다른 지역처럼 경쟁의 정치가 싹터야 희망이 생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5.21 17:48

균형발전 고려, 지역별 B/C 기준 차등화를

우리나라는 지역간 격차가 극심하고, 그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별 발전정도에 따라 국가 지원을 차등화해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제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역대 정부가 끊임없이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정작 실효성 있는 정책은 없었다.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국을 발전수준에 따라 3~4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국가 지원을 달리하는 차등지원 시스템을 정립해야 한다. 우선 대규모 재정사업에 대한 경제성·타당성조사에 적용되는 B/C(비용 대비 편익) 값의 기준을 지역별로 차등화할 필요성이 있다. 마침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가 ‘지방균형발전을 고려한 지역별 B/C 기준 차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B/C값 기준안을 제시했다. 지자체 재정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B/C값의 기준을 수도권의 경우 기존처럼 1.0으로 유지하고, 전북처럼 인구가 적고 상대적으로 낙후도가 심한 지역은 그 기준을 0.7까지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상 B/C값이 1.0 이상일 때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전북의 경우 0.7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해 해당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특정 사업의 경제성·타당성 분석에서 고려하지 않은 지역 균형발전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타당한 연구결과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의 기준이 되는 BC값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은 지방도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는 예타에 막혀 숙원사업을 아예 추진하지 못하거나 예산을 대폭 축소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정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면 당연히 주거·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재정사업은 예타를 통해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고, 지방은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인구유출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결국 근본 처방은 균형발전이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규모 지역 현안사업 추진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B/C 기준을 지역별로 차등화할 필요성이 높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21 17:47

나사 풀린 전북경찰, 공직기강 바로 세워야

전북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 음주운전, 영리행위, 불륜, 출장비 부당수령 등 경찰의 비위행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직자다. 더욱이 법을 집행하는 최일선에 있어 엄격한 도덕적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이러한 경찰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은 경찰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주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다. 한번도 아니고 잇따라 터지는 비위행위는 경찰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징표다. 계속되는 조직 구성원의 비위에 대해 전북경찰청장은 도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한다. 전북경찰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야 한다. 그러한 다짐이 전 구성원에게 전달돼 조직 전체가 환골탈태했으면 한다. 전북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토바이를 타는 교통경찰(일명 싸이카)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다. 음주운전 단속을 임무로 하는 교통순찰대 소속인데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또 완주경찰서 소속 경찰은 완주군 공공 승마장 운영업체에 투자를 하고 버젓이 이사로 이름을 올려 공무원의 영리목적 업무종사 위반행위를 했다. 그리고 김제경찰서 소속 경찰은 근무지 인근에 가족 명의로 10년간 고물상을 운영하다 감찰에 적발됐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경찰은 2018년부터 2년여 간 유부남임에도 미혼인 동료 여경과 불륜을 저지르고, 상대방과 데이트하는 시간을 출장 근무로 속이는 등 237회에 걸쳐 600만 원을 부당 수령해 강등 처분됐다. 이같은 일련의 비위행위는 전북경찰의 기강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 때문에 주민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동료들은 직업에 대한 회의와 함께 사기까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사건은 개인 일탈이라기 보다는 조직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전북경찰청장은 본인의 사과와 더불어 범죄 연루자들에게 엄한 처벌을 내리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사기 앙양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감시감독의 그물을 더 촘촘히 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교육도 가능한 한 자주 시켰으면 한다. 이번 기회에 전북경찰이 주민의 공복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5.21 17:47

부안군의 갑질 행정

민원인에게 재산상 많은 피해를 입힌 부안군 일부 공무원들의 ’민폐 행정‘이 ’적극 행정 2년 연속 우수기관‘이라며 큰소리로 자랑을 늘어놓던 부안군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부안군 일부 공무원들의 업무처리가 ’소극 행정‘을 넘어 ’민폐 행정‘이란 원성을 사고 있으니 말이다. 부안군은 지난해부터 창북 장기미집행도시계획도로(중로 3-15호선) 편입 토지 소유주 협의 보상 관련 공문서 주소를 잘못 표기해 발송했다. 이들은 일주일 후 우편물이 반송됐음에도 불구,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원인은 자신의 토지에서 진행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구옥을 철거하고 건물 신축을 진행했다. 부안군 도시계획도로 개설 정보를 알았다면 이같은 행위는 도로개설 후에 할 일이었다. 그러나 부안군은 구옥 철거에 따른 보상은커녕 추진 중인 도시계획도로에 접한 건축 허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부안군은 보상 서류에 도장을 찍어라, 건물 진입도로를 기부채납하면 건축 허가를 내주겠다는 등 엉뚱한 말만 늘어놓으며 민원인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업무 담당공무원이 ‘부안군 2022년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우수부서 선정’에서 적극 행정 우수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부안군은 인사위원회를 거쳐 인사 우대 조치와 포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민원인 입장에서 볼 때 ‘민폐 행정 우수자’를 마치 영웅으로 세운 것이다. 권익현 군수는 지난 3월 적극 행정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자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적극 행정 실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민원인 편에서 얼마나 적극 행정을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부안군수는 업무 실수로 민원인에게 재산상 심각한 손해를 끼친 공무원이 적극 행정 우수자로 선정돼 포상금과 인사상 우대 조치를 받고, 적극 행정은 모르쇠하는 부안군 공무원 실태를 알고 있는가 말이다.

  • 오피니언
  • 홍석현
  • 2023.05.21 16:38

제93회 남원 춘향제에 즈음하여

내 고향은 남원 광한루와 200여 미터 떨어진 곳, 옛날 지명으로 삽다리라 불리었던 쌍교리이다. 5월의 싱그러운 계절, 가정의 달에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제93회 남원 춘향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필자가 가장 애송하는 옛날 명시조가 생각나서 적어본다. 金樽美酒(금준미주)는 千人血(천인혈)이요, (금동이의 아름답게 빚은 술은, 만백성의 피요.) 玉盤佳肴(옥반가효)는 萬姓膏(만성고)라. (옥소반의 맛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淚落時(촉루락시)에 民淚落(민루락)이요,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가성고처)에 怨聲高(원성고)라. (노래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높도다.) 이 시는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지방행정 감찰의 사명을 띠고 남원에 당도해 원님인 변학도의 학정(虐政)을 신랄하게 꾸짖는 시로 알려져 있다. 국가의 록(祿)을 받고 있는 공직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시(詩)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며 다시 한번 음미해볼 필요를 느낀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시대에 안보와 경제 전쟁이라 할 수 있는 대 혼란기 또는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편에서는 호화사치가 극에 달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양주를 마시며, 없는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뽐내며 주책을 부리고 있다. 반면 없는 이는 인간으로 최소한의 생활마저 위협받고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어려운 이웃도 있다. 이를 생각하며,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뜻한 온정으로 어루만져주는, 훈훈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같이 더불어 잘사는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필자는 남원 태생이란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 중 한사람이다. 원래 남원고을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충절의 고장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2000년대 초에는 남원시가 전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힐 만큼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평판이 나있다. 또한 남원시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삼국통일시대에는 9주 5소경 중 한 곳으로 사통팔달의 교통중심지였고, 충∙효∙열∙예를 갖춘 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고려말 조선초기 명재상인 황희 정승이 남원으로 와서 살아, 남원고을 사람들은 황희 정승의 영향을 많이 받아 행실이 올바른 ‘남원 양반’이라는 칭호도 들어왔다. 특히 남원 광한루원은 빼놓을 수 없는 명물로 신선의 세계관, 천상의 우주관을 표현한 우리나라 제일의 누각이 있는 정원이다. 광한루는 1419년 명재상 황희 정승이 광통루라는 이름으로 건립했고 1444년경 정인지가 광통루를 칭송하면서 지금의 광한루라고 불렸다고 알려져 있으며,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중 하나로 꼽힌다. 오작교는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 다리 교(橋)로, 은하수에 까마귀와 까치들이 서로 몸을 잇대어 다리를 만들어서 견우 직녀가 만나 사랑을 속삭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예술성이 뛰어난 광한루에서는 매년 춘향제가 열리는데, 우리나라 전통문화축제 중 가장 인기 있고, 알찬 전통문화축제로 꼽힌다. 남원시는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춘향제를 더욱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우리나라 대표 명창인 안숙선 명창이 남원 출신이기에 예술인들의 건의와 아이디어를 발굴해, 춘향제 발전위원회라도 만들어 매년 발전하는 춘향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현건 전 전북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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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1 15:37

전북이여, 힘차게 도약하되, 안이함과 포퓰리즘은 경계하자

요즘 여의치 않은 영국 사정에 대한 보도가 많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47년만인 2020년 1월 탈퇴하였다. “브렉시트”(Brexit)이라 한다.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다. 브렉시트 3년이 지난 지금, 영국인들이 삶이 전보다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IMF는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0.6%로 전망한다. 일부 교사들까지도 생활비 충당을 위해 부업을 한다고 한다. 식당, 호텔, 유통, 농업 등 곳곳에서 일손 부족으로 아우성이 높다. 통관절차, 관세 등이 재도입됨에 따라 수출에도 큰 지장이 생겼다. 물가가 10% 이상 올라 생활이 어려워지자 파업도 잦아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새로운 신조어 “브레그렡(Bregret)”이 떠돌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와 “후회”(regret)의 합성어로, ‘브렉시트를 후회한다’는 말이다. 2020년 브렉시트 이후 왜 이리 급격히 사정이 안 좋아졌을까? 여러 이유가 있다. 외부적인 요인의 측면에서는 금융위기의 여파, 코로나-19, 국제에너지 위기 등이 있었다. 그러나 영국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보다 근본적인, 현재의 어려움의 단초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면 왜, 그런 부작용이 예견되었음에도 브렉시트를 택했을까? 정치·경제·사회적 측면 이외도, 대영제국을 유지하던 자존심과 연결된 심리적 요소 등 복잡하다. 2016.6월의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 전후로, 영국은 이민자 급증에 따른 일자리 부족, 재정 악화 등이 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었다. 필자는 2003년, 2006-09년 약 4년간 런던에서 근무했다. 임기 마지막 무렵, 영국에도 금융위기가 오고 있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영국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사는 개방성과 창조적 활력을 지니고 있었다. 금융, 창조산업 등을 선도하였다. 2004년 EU 가입으로 이동이 자유로워진 중·동구 유럽 사람들이 호황을 누리던 영국으로 모여들어, 힘든 분야의 업종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해주었다.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마저 영국의 개방적이고 창조적 사회 운영을 본받고자 젊은이들을 영국에 보낼 정도였다. 브렉시트의 원인과 영향, 향후전망에 대한 분석과 견해가 많다. 필자는 전북이 얻어야 할 교훈의 측면에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세상의 만사가 양면성을 가지는 것이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것이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주는 이익보다는 수반되는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EU 분담금 지불을 통해 얻는 총합적 이익의 옹호보다는 지엽적 손해를 부각시켰다. EU 내에서 얻는 금융과 교역 활동에서의 이익보다는 제약과 불편 쪽을 더 강변하고 있었다. 국민들도 과거의 영화(榮華)를 추억하면서, 절제되지 않은 일부 정치인들의 주권국가의 자율성 회복 주장 등에 동조되어갔다. 그런 분위기가 점점 펴져 갔고, 결국 가랑비에 옷이 젖어 버렸다. 브렉시트를 택한 것이다. 불과 10여 년 사이의 변화다. 우리가 현실적 감각을 잃고, 포퓰리즘과 안이함과 망상에 휩싸이면, 불과 몇 년 사이 되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너게 된다. 국가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우리 전북은 이제 과거의 정체(停滯)를 벗고, 과감한 혁신과 힘찬 도약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되고 있는 성장동력을 더욱 키워가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브렉시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유념해나가길 제안한다.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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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1 15:37

[금요수필]닭 알의 변

얼씨구! 저 공은 저렇게 잘 굴러가는데 나는 왜 자꾸 옆으로 굴러가지? 저 공은 뚱뚱해 100g도 넘고 난 겨우 59g밖에 안되는데...하기야 엉덩이는 방방하고 머리는 뾰족한 것이 어떻게 저 공처럼 굴러갈 수 있겠어?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만 닮아 봐. 모두 미인이라 할 걸. 견문이나 학식이 높은 유식한 분들은 나 같은 달걀과 우리 엄마 닭을 보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매일 궁리하지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달걀이 자라지 않았으면 엄마 닭이 없었을 것이고 엄마 닭이 낳지 않았으면 나 같은 달걀이 없었을 게 아니야? 난 이렇게 세상을 시끄럽게 할 정도로 유명하단 말이야. 옛날 생각이 나네. 엄마 닭이 알을 낳고 힘들었다고 꼬꼬댁 꼬꼬댁 울어대면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몰래 다가와 살며시 알을 꺼내 갔었지. 엄마 닭들은 달걀을 잃고 서럽다 울어대지만 속없이 다음 날 또다시 달걀을 낳았지. 여행할 땐 삶은 달걀이 최고야. 삶은 달걀을 먹지 않은 여행은 운치도 없었지. 그런데 요즘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아. 달걀을 그냥 고맙게 먹을 일이지 흰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아토피 원인이 되니 먹지 말라고 하더라고. 또 노른자는 콜레스테롤이 많아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들은 먹으면 안 된다고 야단들이야.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노른자만 쏙 빼고 흰자만 먹는 얄미운 입을 상상해 봐. 그래서야 되겠어? 또 살이 쪄서 다이어트에 안 좋다나? 그러다가는 오히려 영양실조에 걸리기 십상이지. 요즘 서양에선 다시 달걀이 비만을 방지하고 영양의 보고(寶庫)며 최고의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라며 주목하고 있다더군. 세계 여러 나라 중 달걀을 먹지 않는 나라가 있던가? 달걀은 지구상 어느 인종이나 모두 즐겨 먹는 1등 영양식품이란 말이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에도 달걀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 않아? 그리고 요리 기본재료의 으뜸인 간장을 담글 때도 달걀을 사용다는 걸 알기나 해? 소금물에 달걀을 동동 띄워 동전만 한 크기로 떠오르면 그건 간이 딱 맞는 거지. 혹시 달걀껍데기의 쓸모는 알고 있나? 주둥이가 긴 병이나 속 깊은 그릇을 씻을 때 그 껍데기를 넣고 짤짤 흔들어 봐. 얼마나 깨끗해진다고. 우리 주인도 새것처럼 변한 유리병을 들고 신기한 듯 황홀해 하더라니까. 속이 검은 사람들은 달걀 껍데기를 씹지 말고 삼키면 좋다고 해. 그런 뒤 마구 흔들면 깨끗해질 것 아니야? 부활하는 게지. 우린 가끔 정의의 용사가 되기도 해. 불의를 일삼는 나쁜 사람들을 보면 떼로 날아가 얼굴이며 머리 그리고 고급 양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야. 그래도 맘씨 착한 우리는 그 사람들의 옷을 영원히 못쓰게 하진 않아. 물로 씻으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니 반성기회를 만들어 주는 셈이지. 아, 이제 난 봉사활동을 하러 가야겠어. 글쎄, 우리 주인집 예쁜 딸이 달걀 마사지를 한다네. 야호, 예쁜 주인집 아가씨의 얼굴을 많이 많이 만져줘야겠어. 난 역시 행운아지 뭐야? 그러나 나보다 운이 더 좋은 놈이 있어. 엄마 닭의 품속에서 스무하루 동안 따뜻하게 안겨 있다가 병아리로 태어나서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털이 보송보송한 노랑병아리들 말이야. 아, 부러워라. 지금쯤 그 병아리들은 노란 개나리 울타리 밑에서 엄마 닭을 졸 졸 졸 따라다니겠지.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서 ♪ ♫ ♬ 노래를 부르며..... △양영아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표현문학> 시 등단, 행촌수필문학회장, 전북문인협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슴베>, <불춤>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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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17:50

전주을 지역위 “보이지 않는 손”

26.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과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 당선은 전주을 선거구의 정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4월 재선거를 통해 드러난 이 같은 결과는 그만큼 유권자의 정치 혐오가 심각하다는 걸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이상직 의원 불명예 퇴진으로 민주당 공천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과거 이 지역은 실질적인 재선 의원이 배출되지 않을 정도로 지역 민심과 조직력이 흩어져 있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사실 민주당 지역위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도 그리 녹록지가 않다. 국회의원 공백 사태로 직면한 지역위 위원장 대행 체제도 벌써 1년이다. 비상 상황에서 출범했지만 비교적 안정적 운영 평가를 받는 가운데 최근 이 체제를 흔들어 입지를 다지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얼마 전 마감한 민주당 조직강화특위의 사고 지역위원장 공모를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력 입지자 가운데 한두 명이 중앙당 비선을 통해 본인의 혜게모니 장악을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것. 전략 공천설까지 떠도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런 기류가 포착된 것은 당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이 과정서 당원들 입장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국힘 정운천,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함께 재선거 32.13% 득표율의 임정엽 전 군수 등의 출마가 점쳐지는 내년 총선 대진표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중앙당이 지역구 민심을 살펴 그에 걸맞는 맞춤형 공약과 함께 위원장 선출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을 위원장 대행 체제는 당분간 유지하는 데 무게가 실려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위원장 사퇴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위원장 선출에 따른 공천 특혜시비 논란이 우려된다는 판단에서다. 짐작컨대 새판짜기를 노리며 현 체제 물갈이를 통해 그토록 위원장에 목매는 이유가 총선 대비 권리당원 모집과 당원 명부 확보에 절대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예비 후보 다수가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중앙당이 섣불리 나서면 총선 개입설만 부채질한 형국이다. 지난해 6월 중앙당의 전주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10여 명이 몰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 지역 이병철 도의원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바 있다. 전주을 지역위는 2020년 총선 때 경선 파동과 불복 사태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뒤 현역 의원 중도 하차까지 이어지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 여파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책임을 통감하고 재선거 불출마를 결단했다. 더군다나 절대 강세 지역임에도 2차례나 다른 정당 후보에 국회의원 자리를 내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지금도 사고 지역위란 꼬리표 때문에 운신의 폭은 좁은 데 총선 예비 후보는 난립 상태다. 이런 상황서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지역 민심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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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5.18 17:40

상속세 납부자금 미리 준비하세요!

주변을 살펴보면 재산을 상속받고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예상보다 많아서 곤란에 빠지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세는 상속인들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있어서 세무서에서는 상속인 중 누구에게나 전액 징수가 가능하므로 이로 인해 상속인 간에 불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라면 상속세로 납부할 재원에 대해 미리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는 바,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 상속세뿐만 아니라 4.5% 정도의 취득세도 납부해야 하므로 한참 경제활동 중인 자녀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속인들에게 추가적인 현금부담 없이 원할 한 상속절차가 진행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으로 상속세 납부자금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피상속인이 준비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망 전에 미리 상속재산 중 일부를 언제든지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예금 등의 자산으로 변경해서 상속세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경우 예금의 상속인을 생존한 부모님으로 지정하여 그 재원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경우 생존한 부모님이 사망하여 재차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상속재산을 줄일 수도 있으며, 20%의 금융상속공제는 덤입니다. 또한 상속인이 보험금의 지급사유를 상속인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여 보험에 가입하고, 사망 후에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방안들은 비록 상속재산에 포함은 되지만 상속세나 취득세 납부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는 등의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며느리나 사위는 직계존비속이 아니므로 사전증여분에 대한 합산기한이 5년인 점을 활용하여 미리 며느리나 사위에게 1천만 원씩 증여하여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 재산으로 상속세의 재원으로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속인, 즉 자녀가 보험을 활용하여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자녀가 미리 보험금의 지급사유를 부모님의 사망을 원인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하고 직접 보험료를 납입하는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추가적인 부담 없이 상속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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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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