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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영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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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신입생들과 첫 수업을 하는 날이면 최초의 한국영화를 아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을 던져본다. 연극, 영화, 방송을 전공 하겠다는 학생들임에도 의외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몇 안 된다. 하물며 “영화의 날”을 아는 학생은 30년 교직 생활 동안 손에 꼽을 정도인데, '영화의 날'은 바로 다가오는 10월 27일이다.

이 날이 '영화의 날'이 된 이유는 1919년 10월 27일에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란 극장에서 상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리적 구토>란 작품은 연극 공연 사이에 보여지는 연쇄극 형태의 영화이기 때문에 최초의 한국영화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오히려 같은 날 <의리적 구토>에 앞서 먼저 상영된 <경성전시의 경>이 최초의 한국영화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경성전시의 경>은 <의리적 구토>와 함께 촬영된 도시 풍경을 담은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기록영화란 이유로 최초의 한국영화 논의에서 소외되곤 한다. 

한국에서 영화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은 마음에 1919년 10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만 기록영화라는 이유로 <경성전시의 경>이 최초의 한국영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러운 심정이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란 작품은 1분 남짓의 기록영화이지만 세계 최초의 영화로 인정받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1919년 보다 시기는 조금 늦지만 최초의 한국영화로 보아야 한다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1923년 <국경>이란 영화는 <의리적 구토>를 만든 김도산 감독이 제작중인 극영화였는데 영화 막바지 촬영 중 감독이 교통사고로 사망해 영화가 완성되지 못해 최초의 한국영화 논의에서 제외 됐었다. 하지만 1923년 1월 11일자 동아일보에 “최초의 활극영화 <국경> 단성사 상영중”이란 광고가 발견되며 온전한 형태의 극영화로 최초의 한국영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당시 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았고 이미 계약된 광고가 실렸을 뿐이라는 주장들이 나와 논의에서 한걸음 물러선 모양새가 됐다. 

<국경>과 같은 해 4월 3일에 상영된 <월하의 맹서>란 작품은 윤백남이 각본과 감독을 맡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영화배우 이월화가 주연을 맡은 극영화로 최초의 한국영화여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으나 조선총독부가 저축을 장려할 목적으로 제작해 무료로 상영한 프로파간다적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영화로 볼 수 없다는 의견들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같은 해 12월에 상영된 <춘향전>이란 영화는 당시 조선 최고의 인기 변사 김조성이 이도령 역을, 조선 최고의 기생이었던 한룡이 춘향 역을 맡아 흥행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영화였으나 일본인이 감독, 촬영, 제작을 맡아 한국영화로 볼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 <춘향전>의 성공에 자극 받은 국내 영화인들이 단성사 사장인 박승필을 설득해 만든 <장화홍련전>(1924)은 제작, 각본, 감독, 촬영, 출연 등 모두 한국인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민족주의적 견지에서 최초의 한국영화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작품이라 최초의 한국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따르는 경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금요일 '영화의 날'에는 내가 생각하는 최초의 한국영화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어보고 영화관에 찾아가 한국영화 관람으로 이 날을 기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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