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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 지금 싸울 때인가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25일 도청에서 가진 전북특별자치도법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새만금개발청과의 갈등관계를 드러냈다. "새만금개발청은 임시조직이다. 새만금이 개발되면 새만금개발청의 권한을 전북특별자치도로 가져와야 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동안 누적된 서운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을 둘러싼 광역자치단체장과 중앙행정기관장의 다툼은 볼썽사납다. 서로 힘을 합쳐도 힘겨운 상황에서 적전분열 양상으로 비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도민들은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30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개발에 피로감이 잔뜩 쌓여 있는 판이다. 그런데 이를 선두에서 끌고 가야 할 두 기관장이 부딪친다면 어떡하겠다는 건가. 이번 기자회견은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 추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빈 껍데기인 전북특별자치도법에 주요 특례를 담아 내실을 기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전북도가 발굴해 담고자 하는 306개 조문은 넘어야 산이 높다. 국무조정실에 제출해 부처별 협의를 거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지연되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그러하다. 지금 전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법에 올인해도 속 빈 누더기 개정안이 되기 십상이다. 새만금개발청과 다툴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새만금개발청도 마찬가지다. 김규현 청장 취임 이후 자신들의 성과를 홍보하기 급급하다. 청장 자신이 언론 기고를 통해 새만금사업법 개정 등을 얻어냈고 개청 뒤 엄청난 기업유치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가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기업유치와 관련해 올 1-3월에 1조8000억 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이달에는 LG화학과 중국 절강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 원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보도자료를 앞다퉈 내고 기관 성과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정작 산업통산자원부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는 경북 포항, 충북 오창, 울산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칫 새만금은 헛물만 켤 공산이 크다. 더욱이 새만금개발청은 정부업무평가에서 2020-2022년 3년 연속 최하위 평가를 면치 못했다. 이런데도 싸울 정신이 있는가. 새만금이 완공되는 2050년 뒤에나 논의할 권한 이양을 둘러싸고 벌이는 힘겨루기에 도민들은 짜증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26 18:05

전봉준의 교수형

1894년 9월 12일(음력 8.13.), 녹두장군 전봉준은 수행원 10여 명만 데리고 나주성을 찾아, 목사(牧使) 민종렬과 담판을 벌였다. 당시 민종렬의 나주성은 동학농민군에 맞서 문을 꽁꽁 닫고 있었다. 농민군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전봉준은 민종렬에게 ‘민보군(양반 유생 향리 등으로 조직한 군대) 해산’과 ‘집강소 설치’를 요구했다. 민종렬은 “성을 지켜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 목민관의 일”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전봉준 일행을 죽이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민종렬은 전봉준 일행을 사신으로 대우, 객사 금성관에서 하룻밤 묵도록 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은 달랐다. 호시탐탐 ‘전봉준 암살’을 노렸다. 다음날, 그 범 아가리 속에서 전봉준은 용케도 빠져나왔다. 1894년 12월 28일, 전봉준은 순창 피노리에서 옛 부하 김경천의 밀고로 잡혔다. 그리고 담양을 거쳐 나주로 압송됐다. 석 달 반 만에 전봉준과 민종렬은 다시 만났다. 나주 농민군토벌사령부(현재 나주초등학교) 마당엔 농민군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동학접주 김개남과 의병장 임병찬은 이웃 마을 친구 사이였다. 그들은 시국 이야기로 밤을 패곤 했다. 김개남이 청주성 공격에 실패하고 그의 매부 집에 숨어들었을 때, 임병찬은 사람을 보내 “회문산 자락인 우리 집(정읍시 산외면 종송리)이 높고 험하니 더 안전한 이곳으로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주감영에 ‘김개남을 잡아가라’고 알렸다. 김개남은 1894년 12월 27일 임병찬의 집에서 잡혔다. 그리고 이틀 뒤 오후 3시 전주풍남문 밖 서교장(군대 훈련장)에서 목이 베였다. 많은 전주 백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이를 지켜봤다. 1905년 의병장 임병찬은 일본군에 체포돼 그의 스승 최익현과 대마도에 유배됐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항일투쟁을 벌이다 거문도에 유배됐고, 1916년 그곳에서 눈을 감았다.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들은 대부분 고관대작의 금수저 도련님이었다. 김옥균 33세, 홍영식 29세, 서재필 20세 등 이들의 눈에 하층 농민들은 그저 무지렁이에 불과했다. 그들과 손잡고 조선을 개혁해 보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종두법으로 유명한 개화파지식인 지석영이 경상우도 토포사로서 진주, 하동의 수많은 농민군을 체포 처형했던 게 그 좋은 예일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눈에도 농민군은 ‘동학비도(東學匪徒)’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는 ‘동학당 사태는 폭동(동양평화론)’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안태훈과 함께 농민군토벌에 앞장섰다. 다행히 안태훈은 당시 황해도 동학 ‘아기 접주’로 이름이 자자했던 김창수(백범 김구)를 치지 않고 암암리에 감쌌다. 1895년 4월 24일 새벽 2시, 농민군지휘부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한이 서울종로 서린동의 전옥서에서 ‘단단한 끈으로 목이 졸려’ 숨을 거뒀다. 조선조정은 4월 23일 밤 교수형 언도(재판장 갑신정변 주역 서광범) 직후 이들을 은밀하고도 전격적으로 처형해버렸다. 전봉준은 “내 목을 컴컴한 소굴이 아니라 종로 네거리에서 칼로 베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후에 매천 황현은 “나라를 어지럽힌 도적들에게 극형이 아닌 교수형이 웬 말이냐!”며 목청을 높였다. ‘애국지사’라 불리던 그도 양반 유생의 기득권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다.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희망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시대, 어떻게 살았어야 했는가. 128년 전 4월, ‘가마니 들것’ 위에서도 당당하고 눈이 형형했던 조선 사내, 키 152센티미터의 조선낫처럼 옹골찼던 녹두장군, 오늘날 그의 모습은 그가 처형됐던 서울 종각역 부근(영풍문고 앞)에 동상으로 남아있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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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6 18:04

지역발전과 초대형행사 유치

군산 대야에서 김제 쪽으로 달리다 보면 다리가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엄청 낡고 눈길 끄는 게 옛 만경대교인 새창이다리다. 일제강점기 기존 가교의 안전 문제와 군산∼김제 간 수송상 편의를 위해 1933년 준공된 콘크리트교인데 넓은 평야지대에서 수확한 양곡을 일본으로 수탈하는 용도로 쓰였다. 교통량이 급증하고 다리가 너무 낡아 1998년 바로 옆에 새로운 만경대교가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됐다. 1933년 8월 4일자 동아일보를 보면 성대한 만경교 낙성식이 거행됐고, 총공사비는 오만원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육상 도로뿐 아니라 비행기, 선박 등의 접근성 여부가 발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곤한다. 극히 범위를 좁혀 최근 수십년간 전북에서 만들어진 도로나 주요 건물 등을 보면 거의 대부분 대형 행사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철거를 시작한 전주종합경기장은 1963년 전국체전을 개최하기 위해 시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진 것이다.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전초전 성격으로 199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하면서 만들어진게 바로 전주∼무주간 직선 도로이며, 전주시 서신동 일대 선수촌 아파트 역시 낙수효과라고 할 수 있다. 전북에서는 5월 아태마스터스대회, 8월 세계잼버리대회 등 제법 굵직한 대회가 잇따라 열리는데 세계잼버리대회는 사실 공항을 비롯한 인프라 확충을 위한 명분 쌓기용 성격이 짙었다. 코로나 여파라고는 하지만 아태마스터스대회의 경우 투자한 재원에 비해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나 인프라 확충을 가져왔는지는 좀 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듯 하다. 과거는 그렇다치고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만금 지역을 중심으로 전북이 앞으로 도약하려면 초대형 장기 프로젝트를 유치해야만 한다. 서울올림픽(’88)·인천아시안게임(‘14), 부산아시안게임(‘02)·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11), 광주유니버시아드(’15), 평창동계올림픽(’18) 등 각 권역에서는 앞다투어 국제종합경기대회를 개최했다. 국제종합경기대회 불모지로 남아있던 충청권마저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공동유치를 해냈다. 심지어 광주시와 대구시는 ‘2038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에 나섰다. 낮은 경제성으로 표류 중인 달빛내륙철도(광주 송정~서대구역) 추진을 위한 카드로 활용함은 물론이다. 구태여 2030년 세계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시, 2036년 올림픽 유치에 나선 서울시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그간 대형 국제행사 유치, 개최 등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공항·철도 등 SOC 건설에 나선 사례는 수없이 많다. 새만금 일대는 기업유치나 도시기반을 갖추는게 급선무이나 이를 위해서라도 대형 국제행사가 필요하다. 포장만 잘하면 새만금은 동북아에서도 상징성을 지닐 수 있기에 스포츠 분야에서 초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해 장기간 끌고 나가면 인프라 확충에도 탄력을 받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졸면 죽는다. 뭔가 저질러야 하나라도 건진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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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4.26 15:26

대륙으로 가자!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오직 북쪽으로 중국과 러시아대륙이 이어지지만 1950년 비극 이후 남북 횡단은 없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열강과 그 세력에 의해 정전상태라는 가슴 아픈 현실은 오늘도 지속된다, 수많은 견제 속에서도 개성공단을 설립하고 철도를 연결해 평화와 협력 그리고 번영의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개성공단 2차 개발 약속인 2천만 평 개발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개성공단은 문을 닫고 말았다. 윤석열 정권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내세워 친일, 중국 무시의 태도를 보이는 현재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륙의 꿈, 다시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반도에서 강 하나만 건너면 펼쳐지는 동아시아대륙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터전으로 우리 민족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지속해온 지역이다. 수많은 문물이 대륙과 한반도를 넘나들었으며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았다.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했던 이곳은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반도를 떠난 고려인의 한이 서린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대사의 비극인 분단으로 우리는 대륙으로 통하는 길을 빼앗겼다.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대륙과 소통할 길을 되찾아야 한다. 한반도가 동아시아 변방이 아닌 중심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사회적으로 공유할 토양이 필요하다. 남북 철도연결과 대륙과의 왕래에 관심을 높이는 것은 대륙을 되찾는 시작이다. 섬이 되어 버린 반도의 한 도시, 전주에서 한반도의 미래인 대륙으로 나가자고 외치는 이들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들은 시베리아와 시베리아 철도 체험, 대륙 바로 알기,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대륙적 세계관을 고취하고, 남북철도와 대륙철도의 중요성을 홍보하며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실질적 참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우리 젊은이가 세계로 나가려면 대륙에 대한 마음을 열고 새로운 관점을 세워야 한다. 한민족은 대륙과 해양을 두루 섭렵하여 5천 년을 살아왔고 세계에서 가장 융·복합적인 문화와 언어를 꽃피웠다. 그러나 남북분단으로 대륙과 단절되면서 해양 일변도의 사고에 갇히게 되었다. 이제 다시 대륙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남북한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평화전략은 무엇일까?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올봄에도 우리는 가슴 졸이며 '평화'란 것이 가만히만 있어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님을 경험했다.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다. 남북한이 함께 번영할 평화를 실현할 방법을 이야기해야 한다. 먼저 두만강 철교를 바라보며 평화 교류, 남북통일, 대륙 희망을 찾아봐야 한다. 또 대륙 탐방을 통해 150년 한민족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항일 독립운동의 흔적과 고려인 동포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껴야 한다. 만주, 연해주, 시베리아는 우리 민족 수십만이 강제 이주를 당했던 곳이다. 낯섦과 빈곤, 그리고 동토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당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대륙을 가서 보고 배워야 한다. 주변 세력의 이익에 희생당해 더 넓은 세상을 향하려는 대한민국 젊은이의 포부가 더 이상 꺾여서는 안 된다. 남북 경제교류의 상징이자 평화지대인 개성공단도 정상화해 오가며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이뤄야 한다. 담대한 용기와 비전으로 온 국민이 대륙 진출을 꿈꿔야 한다. 통일이라는 민족의 목표와 평화공존만이 우리가 세계로 뻗어가는 현실이자 미래의 답이다. /배병옥 전북대륙학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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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6 15:05

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인 데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에 국빈 방문하는 것이 무려 12년 만의 일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윤 대통령의 방미일정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관심과 기대만큼이나 우려와 근심 역시 큰 것 같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지난 1년간의 외교 성적은 낙제 수준이었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민간인 배우자가 탑승했던 사건이 첫 시작이었다. 그녀는 정식 공무원이 아니었는데 대통령의 공적 업무에 활용했다면서 ‘지인동원’, ‘비선 보좌’등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악몽 그 자체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런던에 도착해놓고, 교통 사정을 핑계로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조문 없는 조문외교’라는 질타를 받았다. 곧장 이어진 미국 일정에서는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를 놓고 전 국민이 듣기평가시험을 치르게 만들었다. 외교 성과라도 있었으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다. 정상회담이라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한 세 가지 중요한 현안이 진중하게 논의됐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켜본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1분도 채 안되는 인사치레 정도 수준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당시 뉴욕 유엔총회장 인근 한 빌딩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약식회담이 있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냉랭했던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일본 총리에게 당당하게 한마디 할 줄 알았다. 양국 정상 간의 회담이 오고 갈만한 격식은 찾을 수 없었고, 동행 취재진도 없는 빈약한 모습이었다. 일본 언론에선 ‘간담회’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윤 대통령이 자신만만하게‘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온 만큼 UAE 순방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으며 빛을 보나 싶었다. 하지만 아크 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UAE의 적(敵)은 이란”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이란은 곧장 우리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고,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했던 '핵무장' 발언까지 문제 삼았다. 국내 원유 5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우려하며, 급기야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 위협도 받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걱정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최근 한일정상회담의 영향이 크다. 외교에 대한 대통령의 몰(沒)이해, 아마추어 같은 외교 대응력과 위기관리 능력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있나 싶을 정도다.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도 그랬고, 회담 후 우리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독도 영유권·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위안부 합의 이행 등에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는 고사하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이렇듯 대한민국 국익을 위한 외교성과는 보이지 않고, 각종 구설수와 해프닝만 난무했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실수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방미는 윤석열 정부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반도체지원법과 IRA법 규제, 대(對) 한국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 등 대한민국의 국익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직결되는 중요한 의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에게 실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서 한미동맹이란 ‘이런 것이다’할 만큼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해외 순방 때마다 불거진 ‘윤석열 리스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외교의 목적은 오직 국익”이라던 정부의 원칙, 대통령 스스로 지키시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완주진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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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6 15:05

허울뿐인 ‘태권도 성지화’… 현안 사업 총력을

무주 태권도원이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14년 태권도원 개원과 함께 무주는 세계 8000만 태권도인의 성지이자 관광명소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민자 유치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태권도원 내 13만3000㎡ 부지에 1000억여원 규모의 호텔과 가족휴양시설·건강레포츠시설 등을 민간자본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지금도 청사진뿐이다. 태권도 관련 기관·단체 이전·집적화 계획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세계태권도연맹 본부 무주 이전을 내심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서울에 본부를 둔 세계태권도연맹이 지난해 본부 이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지역으로부터 유치의향서를 받았고, 최근 춘천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무주군은 유치의향서조차 내지 않았다. 태권도 성지화를 외쳤던 무주군과 전북도가 지역의 태권도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손을 놓고 방관한 셈이다. 상징성이 큰 국기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많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국기원은 시설이 낡고 협소해 세계 태권도본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신축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밖 지방으로의 이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분위기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현안 사업은 국가차원의 글로벌 태권도 인재 양성 기관인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북 공약으로 무주에 태권도 대학원인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방관할 일이 아니다. 국립 대학원대학으로 설립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 관련 법률·제도 등도 개선해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멀다. 무주군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전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지역 정치권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사업을 제대로 진척시키는 게 무주 태권도 성지화 사업을 비로소 본궤도에 올리는 길이다. 더 이상 ‘빛 좋은 개살구’로 남아서는 안 된다.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사업을 발판으로 무주가 명실상부 세계 태권도의 성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26 13:31

전통시장, 활용과 회생사이

”그날 밤 우리는 전주라는 큰 마을에 도착했었는데 이곳은 지난날 왕이 살던 곳으로서 지금은 전라도 관찰사가 주재하고 있었다 –중략- 전주는 바다로부터 하룻길이었지만 마을이 컸고 큰 장이 서고 있었다.“ 1668년에 간행된 <하멜표류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하멜이 기록한 ‘큰 장’은 오늘의 남부시장이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에도 남부시장의 풍경이 있다. ”미처 헤아려 챙길 사이도 없는 갖가지 물화들이 길 양편으로 쩍 벌여 내놓였는데 그 길이가 남문에서 서문까지의 오릿길 행보를 꽉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잣거리 아래로 흘러가는 개천은 쪽빛으로 맑아서 길 위에선 저자가 물빛에 드리워 또한 오릿길 저자를 이루니 그 분주함이 미처 정신을 가다듬을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당시 국가가 주도해 만든 시전은 서울의 도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전주 같은 대형거점장에서도 열렸다. 호남권 최대 물류 집산지이자 교역의 중심으로서 전주의 기능은 8개의 도(道)가 13개로 개편되기 전까지 지속됐다. 남문(풍남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남문 밖 남문시장과 동문 밖 동문시장, 북문 밖 북문시장과 서문 밖 서문시장을 통해서다. 사람들은 이를 ‘남밖장’ ‘동밖장’식으로 불렀다. 남문시장인 남밖장이 지금의 남부시장이다. 전주시장의 중심이었던 남문시장은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됐다. 이후 일본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몰려들면서 다른 장들은 쇠퇴하고 남문시장으로 통합됐다. 남문시장이 ‘남부시장’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1936년 시장을 개축하면서다. 당시 개축된 규모는 5천 8백여 평. 지금보다도 컸다. 이용객들도 많아 일제강점기에 쓰인 <전주부사>에는 1년 동안 시장을 이용한 사람이 186만 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남부시장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전북의 상업과 금융의 중심이었다. 전성기였던 60년대와 70년대에는 전국 각지에서 쌀을 사러 오는 상인들이 몰려 남부시장에서 전국 시세가 결정되었을 정도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상권은 오래전에 잠식당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소멸했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쇠퇴의 길에서 허덕이고 있다. 전주의 전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공간을 바꾸고, 서비스 환경을 새롭게 갖추는 등 회생을 위해 분투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과 편리성, 서비스로 무장한 대형마트의 공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전통시장 살리기 전략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돌아보니 전통시장을 관광자산으로 활용하는 자치단체가 많아졌다. 이들 사이에서도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엇갈린다. 성공 사례는 지역과 그 시장만의 특성을 차별화한 경우가 많다. 전통시장을 살리는데는 좋은 선례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4.25 18:23

탄소 규제자유특구, 탈부착 수소용기모듈 상용화 과제

최근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전북도는 규제자유특구 신규과제를 추가 지정받았다. 규제자유특구는 기업이 제품, 서비스에 대한 기술력이 있으나 규제로 인하여 상용화가 어려울 경우, 안전정을 검증하여 기준개정까지 연계하는 제도이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32개의 특구가 지정되었고, 전북은 친환경자동차, 탄소융복합산업의 2개 특구에서 총 6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탄소융복합산업 규제자유특구’에서는 ‘21년부터 국산 탄소섬유를 어선, 수소, 소방의 3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사업을 추진해왔다. 실증제품은 기존 어선에 비해 10%이상 가볍고 2배이상 튼튼한 탄소복합재 어선, 기존보다 약 2.5배 많은 수소를 운송하는 수소튜브트레일러, 기존보다 400L 물을 더 담을 수 있는 소방펌프차이다. 현재 어선 및 수소운송용기 사업은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고, 소방분야는 작년에 실증사업이 종료된 후 기준개정이 완료되어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이번에 추가된 ‘고압 탄소복합재 탈부착 수소용기모듈 시스템 실증’은 70MPa까지 수소가 충전된 ‘탈부착 수소용기모듈’을 특장차의 특장부분에 적용하는 사업이다. 충전소까지 직접 찾아갈 필요가 없이 LPG처럼 수소를 배달하여, 수소 충전 애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단한 것 같지만 상용화를 하기에는 세가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 아래의 3개의 실증특례를 부여받았다. 첫 번째는 범용 수소용기의 압력이 350기압으로 한정되어, 수소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특장부분 수소용기의 압력을 700기압까지 상향하는 특례이다. 두 번째는 수소차만 충전이 가능한 수소차충전소에서 탈부착 수소용기모듈의 충전 허용특례이다. 세 번째는 현재 제조 및 검사 기준이 없는 특장작업용 수소연료전지의 제조 및 검사 특례이다. 내년부터 2년 동안 탈부착 수소용기모듈, 특장작업용 연료전지 및 이를 적용한 특장차를 제작하여 실증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실증사업에는 수소용기기업인 에테르씨티, 연료전지기업인 테라릭스, 수소전문기업인 코스테크, 특장차기업인 수산씨에쓰엠의 4개 기업과,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자동차융합기술원의 2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추가지정의 의미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우리도 주력산업인 탄소, 수소, 특장차 산업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탄소융복합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전북이 2006년부터 집중육성해온 탄소섬유를 특구제품에 적용하여 새로운 탄소섬유 수요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탈부착식 수소용기 모듈은 필요한 장소까지 수소를 운송·공급할 수 있어서 향후 건설기계 등까지 수소제품을 확대하거나 수소충전소 구축이 어려운 지역의 충전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고, 기존 수소충전소의 새로운 수입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소인프라 시장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는 이러한 미래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앞으로도 적극적인 규제 해소와 기업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전라북도 미래산업국장 오택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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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7:38

지방의회 해외연수 가되, 성과 검증받아야

전주시의회 일부 상임위원회가 추진 중인 공무국외출장에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의회 행정위원회와 문화경제위원회 소속 15명의 의원들은 다음 달 20일부터 열흘간 뉴질랜드 출장길에 오르기로 했다. 이번 연수에 드는 비용은 의원 자부담 30%를 제외하고 1인당 350만 원 등 5250만 원이다. 여기에 사무국 직원 4명이 동행하고 현지 전문코디 비용을 감안하면 연수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출장 목적은 행정위의 경우 도서관 운영과 청년정책, 문화경제위는 관광활성화 등에 대한 벤치마킹이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때부터 논란이 되어 왔다. 초창기에는 무보수 명예직이어서 보상 성격이 짙었지만 보수가 지급되면서 혈세 낭비 여론이 높았다. 지방의원 개인이 누리는 특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해외의 선진사례 등 우리와는 다른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이를 의정활동에 접목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명관광지 위주의 외유성 연수를 눈가림하는 수준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실 있는 연수를 위해 다음을 개선했으면 한다. 첫째 심사위원회 구성과 결과보고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해외연수가 문제되자 지난해 지방의회에 공문을 보내 해외연수계획서를 작성한 뒤 심사위의 검증을 거치고 계획서와 사후 결과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심사위 구성이 엄정하지 않고 결과보고서는 직원이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도 인터넷을 짜집기하는 수준이다. 둘째, 의원들에게 사전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연수를 떠나기 전에 목적과 업무를 숙지해야 효율성이 높다. 셋째, 여행사에 외주를 맡기는데 유의해야 한다. 외유성 비판이 나오는 것은 정책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행사에 외주를 맡기는 관행에서 비롯된다. 여행사는 전문통역이나 교육자료 등을 지원하기가 어렵다. 넷째, 시민들의 감시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서울시 성북구의회는 2014년 주민들의 감사청구로 부당 출장비를 환수조치 당했다. 이와 함께 연수를 다녀온 후 동료의원과 관계 공무원, 시민들에게 발표를 의무화 하는 방안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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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7:20

나는 꿀벌과 파리 중 누구일까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 파리 뒤를 쫓으면 변소 주변이나 어슬렁거릴 거고 꿀벌 뒤를 쫓으면 꽃밭을 함께 거닐게 된다잖아”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오 차장이 청년 ‘장그레’에게 꿀벌 이야기를 해 주자 장르레는 “저는 지금 꿀벌을 만난 거네요.”라면서 화답하는 장면. 미생이라는 만화가 드라마로 나와서 많이 알려진 대사다. 청년의 삶이 고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 청년이 쫓아가는 어떤 존재가 ‘꿀벌’인지 ‘똥파리’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담론이 유행인 세상이 됐다. 벌써 몇 년 된 유행어. 헬한국도 아니고 조선이라니? 지옥도 철저히 세습된 계급 사회라는 이야기다. 청년들이 죽어라 쫓아가는 대상이 꿀벌인 줄 알았는데 한참을 지나서 도착해 보니 쓰레기와 섞어 버린 생선 대가리에 파리떼만 득실거리는 곳일 수 있다. 청년들에게 스펙을 넘어 사람다운 삶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자기 삶을 성찰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다.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며 뱉은 말을 삶으로 살아 내는 사람 등 보고 배울 게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실천해 보는 삶의 과정 모두가 벌과 똥파리를 구분해 주는 일이라는 이들도 있다. 가끔은 꿀벌인 줄 알고 가보니 자기 것을 모두 빼앗아 버리는 말벌인 경우까지 있으니. 페북에 꿀벌 이야기 올렸더니 지인이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라는 대사를 안내해 줬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모두 달콤한 초콜릿 같은 인생을 집을 것으로 상상하지만, 내가 가진 인생이라는 상자 안에 쓰디쓴 럼주가 든 초콜릿이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상자에 손을 넣어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절대로 두려워서 하면 안 된다는 게 요지다. 청년이 가져야 할 것은 요즘 유행어로 두려워 말고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욱 청년의 앞에 있는 존재가 중요해 보인다. 힘겹고 상처 입었을 때 옆에서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방향을 잃어 어려워할 때 손 내밀어 함께 하는 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사 영화처럼 꿀벌과 파리가 명확할까? 우리가 사는 곳은 꿀벌과 파리가 뒤섞인 혼종도 있고, 말벌이 득실거릴 때도 있으며 간혹 장그레와 함께 해 준 오 차장이 있을 수도 있다. 드라마처럼 열심히 일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살았더니 해피엔딩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청년에게 전하는 대부분 주장이 꿀벌은 자신이 따라야 할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청년의 삶에 가장 중요한 존재는 내 앞에 꿀벌이 아니다. 결국 어떤 초콜릿을 선택할 것인지, 누구를 따를 것인지는 내가 선택한다. 청년 자신의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내가 꿀벌인지, 말벌인지, 똥파리인지가 핵심이고 요체라는 말이다. 꿀벌이라면 파리를 따르지 않는다. 꿀벌이 친구가 될 것이고, 꿀벌이 안내해 주는 곳으로 이동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간혹 초콜릿 상자를 빼앗기 위해서 말벌이 쫓아 오기도 하지만 이때는 꿀벌 친구들과 함께 단합해서 물리칠 수 있는 ‘연대의 힘’도 있어야 한다. 전제는 내가 꿀벌이라는 데 있다. 청년도 나도 꿀벌을 쫓아야겠지만 먼저 내가 꿀벌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나는 꿀벌일까? 파리일까?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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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7:19

‘전주 을 재선거’가 내년 총선에 시사하는 것

내년 총선(4월10일)을 1년이나 남겨두고 있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민주당 예비 주자들은 진성당원 확보에 인맥을 총 동원하고 있다. 투표권을 갖는 진성당원은 공천을 결정 짓는 핵심 세력이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내야 진성당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선을 내년 2월쯤으로 전망하면 7월까지는 진성당원 확보가 계속될 것이다. 민주당의 무공천, 진보당의 조직적 선거운동, ‘반윤정서’ 등이 결합된 ‘4.5 전주 을 재선거’는 26.8%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 속에 진보당의 강성희 후보를 당선시켰다. 정당도, 이름도 생경했던 강성희 국회의원을 탄생시킨 의미는 무엇인가. 강성희 의원은 유권자들의 말을 빌어 답한다. “지난 3년 동안 우리지역에 국회의원이 있었느냐” “여의도에만 가면 왜 변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자신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주민들과 울고 웃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은 내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의 도약이 목표다. 그러려면 국회에서의 존재감과 지역사회에서의 신뢰를 이어가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소수정당에다 임기 1년으론 한계가 따를 것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과제다.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은 무기력을 드러냈다. 조직이나 정책, 정당 차원의 지원 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전주에 온 김기현 대표는 지역현안을 놓고 흥정했다. 김경민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전북의 숙원인 대광법을 통과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건 협박이다. 유권자를 어린아이로 보는 천박성을 드러냈다. 쌍발통 정치의 상징인 정운천 의원은 계산에 능했다. 나올 것처럼 했다가 출마를 접었다, 8%의 낮은 득표율에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직을 내놨다. 하지만 내년 총선의 유력한 카드임에는 틀림 없다. 지역현안과 예산열정에 그만한 인물도 찾기 어렵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강성희 후보에 6.94% 포인트(3094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지만 내년 출마의 씨앗을 만지작거릴 수 있게 됐다. 32.13% 득표율은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전주 을 재선거는 민주당에게 큰 숙제를 안겼다. 169석의 거대야당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전북의 고민이나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왔는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지역 여론도 곱지 않다. 신문 칼럼은 싹 갈아 엎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성과도,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 교체 여론은 65%에 이른다. 선거 때마다 현역 교체비율은 70%를 웃돌았다. 선거의 핵심은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예상보다 더 혹독한 심판이 기다릴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 위기이다. 사법리스크의 파장이 어디에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당내 계파갈등이 증폭될 개연성도 크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개혁과 쇄신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민주당 강세인 호남은 개혁 쇄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보당은 전북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호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권력화돼 기득권을 즐기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한다. 성과도 없이 진성당원만 확보하면 된다는 이른바 선거공학적 접근에 함몰돼 있지는 않은 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지역에 국회의원이 있었느냐”고 다그치는 민심은 민주당에겐 여간 뼈아픈 비판이 아닐 수 없다. 개혁 쇄신을 추동시킬 것인지, 아니면 개혁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인지 눈여겨 볼 일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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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7:19

전통시장 활성화 어렵지만 계속해야 한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보던 시대에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찾게 되고, 이젠 아마존이나 쿠팡을 통해 필요할 물품을 구입하는 게 일반화된 사회상이다. 저녁에 주문한 계란이나 과일, 채소가 다음 날 새벽이면 문 앞에 도착해 있는 편리한 시대에 전통시장 활성화 운운하는 게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없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장 현대화되고 고속화한 시대에서도 전통시장이 갖는 가치는 충분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서울 종로5가에 있는 광장시장의 사례는 귀감이 될 만하다. 1천만 인구가 생활하는 서울 아니냐는 질문에는 예산시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전국 수많은 골목식당을 살려내던 ‘백종원 마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올 초 ‘지역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한달만에 10만명이 예산시장을 찾았다고 한다. 하루 평균 3300여명으로, 예산군은 하루 방문객이 5000명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시작 전 하루 20~30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250배로 늘어난 것인데 설 연휴 때는 방문자의 90%가 외지인으로 자동차가 하루 400~500대씩 밀려들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개설한지 42년된 상설시장인 예산시장은 110개였던 점포가 50여 개로 쪼그라들었을 만큼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백 대표는 시장 건물을 허물고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군(郡)을 설득해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하자고 제안했다. 여러가지 사정이 전혀 다른 전북지역 전통시장을 예산시장이나 광장시장과 단순 비교해서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충분히 참고할만한하다. 전주시는 지난 24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국노총, 전주시 상인연합회 등과 ‘전주시 전통시장 활성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와 전통시장 간 각각의 특성을 존중하고 서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춘 전통시장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비단 전주시 뿐 아니라 전북 14개 시군 모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게 바로 전통시장 활성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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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5 14:27

ESG 경영 확대를 위한 국제 탄소시장(Carbon Market)의 현황과 한계점

최근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탄소시장을 비롯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탄소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는 EU의 ETS(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비롯하여, 미국의 RGGI(지역온실가스 이니셔티브), 캐나다, 호주 등 많은 국가들이 탄소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등도 탄소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탄소시장 운영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권고사항을 비롯한 국제적인 규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기후금융 리더십 이니셔티브(Climate Finance Leadership Initiative) 등이 인공지능 기반의 글로벌 탄소시장을 위한 플랫폼을 제작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소시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점과 한계점도 존재한다. 먼저, 배출량 측정의 정확성 문제가 있다. 기업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측정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 허용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절약한 배출량을 인증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과다 배출허가 증여의 문제다. 목표한 수준의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실제 배출량이 더 많아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배출허가 증여를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배출량의 저감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탄소시장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시장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불공정한 행동이 방지된다는 믿음으로 시장을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투명성 체계가 부족하면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어 시장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탄소배출 시장인 K-ETS(한국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공급량 부족으로 시장 조성이 미흡한 상태이다. 투자를 통한 탄소감축 비용 대비 저렴한 배출권 가격이나 배출권 공급 부족의 구조적 원인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주도하에 감축의무가 부여되는 규제적 시장이 미성숙 단계이고, 향후 배출권 수요 확대를 감안하여 자발적 시장의 출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자발적 탄소시장의 규모가 500억 달러(약63조 225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전 총재인 마크 카니(Mark Carney)의 주도로 설립된 자발적 탄소시장 관리기구인 TSVCM(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은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최대 1800억 달러(약 227조 6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기후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그리고 글로벌 대기업들은 Net-Zero(탄소중립)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탄소시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ESG 경영 확대를 위해 탄소시장과 관련된 법안 및 규정이 제정됨에 따라,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문제점과 한계점이 있는 탄소시장이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는 방안과 국제 규정의 확립을 위해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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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4 17:27

시한폭탄 경제 위기! 전북은 선제적으로 민·관·산·학이 함께 대처해야

요즘 우리에게 쉽게 다가서는 단어들이 있다. ‘불경기’, ‘고물가’, ‘경기침체’, ‘저성장’, ‘경기가 무척이나 안 좋아졌다’는 말들이 서슴없이 입에서 나온다. 한국 경제가 위기를 여러 번 만났다. 1980년 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팬더믹 경제 위기 등 역성장의 위기 국면을 맞이했었다. 우리 경제가 2008년 금융 위기의 비슷한 상황이거나 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다툼, 에너지 가격의 폭등 등 세계적 경제 정체 리스크가 우리 경제 여건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응 능력 또한 미흡하게 대처함으로써 서민 경제 부분에도 큰 회오리가 불어오고 있고, 경기 침체에 따른 최근 가계 부채와 연체율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한폭탄을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2022년도 주택 담보대출 연체액 급증으로 1년 전보다 54.7%의 사상 최고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가계 신용대출 연체액도 1년 전보다 34.4%의 상승률을 보였다. 문제는 고금리이다. 이자는 상승하고 자산 가격은 하락하여 연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 산업현장은 어떨까? 건설업에 해당되는 회사들이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의 상승, 인건비, 고금리 상승 폭탄으로 경기 위축에 도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더 큰 문제는 어렵게 집을 지어서 입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년도 12월 미분양 아파트가 6만8천 가구를 넘어 섰다. 정부가 경고한 위험수준을 4배를 뛰어넘어 10년 만에 최대치를 넘어 섰다. 이로써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가 먼저 큰 타격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제조업을 하는 주변 회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올해 1월 재고율이 120%를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었던 3년 전은 물론 외환위기 이후 최대라고 볼 수 있다. 내수는 물론 해외 수출길도 쉽지 않아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재고율이 높아지면서 물건을 반값에 팔고자 하는 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유통기간과 창고에 임대료마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파장에 제조업의 생산 가동이 어려워져서 일자리 문제와 사회적 문제까지 상당한 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산업기반이 취약한 전북의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생산과 소비 수출고용 등 모든 경제 지표가 타 시·도보다 평균적으로 모두 저조하고, 열악한 산업 구조에 급속한 고령화 영향을 더하여, 일할 사람마저 없어서 심각한 인구 소멸의 위기에 생산 가능 인구 감소 영향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전라북도는 이제 새로운 경제 위기의 국면에 탈출구를 마련함으로써, 먼저 연구 및 개발 계획들을 앞당겨 신속하게 투자하여 중장년의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층 정주 여건을 확대시켜서 질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라북도 기업 환경이 더 불안하지 않도록 새로운 버팀목이 되는 지원정책도 과감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전북이 새로운 미래성장의 기반을 가슴에 품고 나아가야 할 원대한 꿈을 실현하고, 위기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관·산·학이 함께 실질적인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역성장 구조에 갇히지 않도록 중장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영훈 전북마이스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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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4 17:27

내 ‘돈’은 그들의 돈과 완.전.히. 다.른., 소중한 것

사기꾼 한명이 수백 명의 인생을 담보로, 2700채의 집을 지어, 돈을 쓸어 담다가 붙잡혔다. 이런 부동산 사기꾼들에게 ‘빌라왕’, ‘빌라왕자’, ‘빌라의 신’, ‘건축왕’, ‘원조 빌라왕’ 등의 별명을 붙여준 언론의 어휘력과 뒤떨어진 감수성에 기가 막힌다. 새로운 봉건 빌라 국가가 탄생하고 몰락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마을, 특히 청년이 많이 사는 동네가 이들의 주 무대이다. 왕들은 여러 명이 동업하는 방식으로 통치력을 발휘한다. 지도를 촥~ 펴 놓고는 건축회사, 투자 컨설팅, ~하우징, ㅇㅇ주택 대표들과 함께 찜한 곳을 나누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서로 신용을 만들어준다. 이들 패거리들은 값싼 신축 빌라를 만들고, 보증금과 빚을 담보로 새 빌라를 무한정 만들어 ‘세’를 받아먹는다. 결국 보증금보다 집값이 싸지고,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는 깡통주택이 되면서 돈을 떼이는 사람들이 폭증한다. 이들 대부분은 청년들이고, 독거노인이다. 전셋돈이 전 재산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렵게 모은 인생 첫 목돈을 사기꾼에게 맡긴 채, ‘그래, 이렇게 묶어두지 않으면 (방탕한) 나는 돈을 막 다 써버리고 말거야’라며 죄 없는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탓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들이 지금 벼랑 끝 죽음에 몰려있다. 힘든 몸 누일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보증금은 ‘돈’이 아니고, ‘돈’으로 바뀐 그 ‘무엇-인생의 어떤 모든 것(달리 묘사할 단어가 없다)’이다. 누군가는 이들의 무지를, 전 세계 유일한 우리나라 전세 제도를, 중개인과 탐욕에 눈먼 자들을 탓한다. 과연 그게 진짜 이유일까? 모든 것은 ‘갓물주('신'을 뜻하는 영단어 '갓’과 '건물주'의 합성어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에서 시작했기에 여기서 끝내야 한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건물주’인 국가라면, 빌라왕이든 상가왕이든, 황제든 뭐가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어린 아이들이 건물을 소유하고, 세를 받아, 불로소득으로 즐기는 인생이 최고라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부모도, 선생님도, 좋아하는 연예인도, 검사, 판사, 대통령, 정치인, 그들의 배우자, 가족까지 총동원 되어 열심히 추구한 결과다. 이런 세상에서는 투기를 해서라도 ‘돈’은 무조건 많아야 하고,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니냐며, 너희들도 그러고 싶으면서 못 해놓고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당당히 따져 묻는 자들이 권세를 누린다. ‘갭투자’라는, 마치 최신의 투자 기법인 것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투기를 조장하고, 영리한 투자라며 부채질하는 자들. 그들에게 매달 노동을 통해 모아가는 적금은 멍청한 짓이고, 그렇게 모인 전셋돈은 먹잇감일 뿐이다. 감옥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갓물주다. 그런가하면, 대기업 사원 중에는 월급을 100% 용돈으로만 쓰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집을 사거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을 필요가 없어서-부모나 조부모가 이미 이들 소유의 집과 돈, 건물을 마련해놨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부모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재산까지 결국 내 것이 될 테니, 지금 자신이 번 돈은 소비와 자기 계발에만 계획적으로(?) 사용한다. 미래 역시 이들의 것인 셈이다. 부동산에서 시작해, 주식∙가상화폐 등으로 이어지는 투기 광풍은 대부분 보통 사람과 공동체를 훼손하고도, 여전히 ‘내가 지금 들어갈 타이밍을 내가 놓치고 있지 않나?’라는 집단 불안감을 퍼트린다. 위험 신호는 한참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고 있는데, 국가는 침묵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돈을 어떻게 벌고, 쓰는 게 공정한지 친절하게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노동 이외의 재산, 불로 소득, 상속 재산에 대해서는 기업, 개인 할 것 없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높은 세금을 물리고 징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끝도 없는 빈곤감과 피로, 주위를 둘러보면 샘솟는 박탈감, 경쟁심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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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4 17:27

건물 뚫어 통학로 낸 부부의 선행, 자랑스럽다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통학로를 만들어준 부부에게 표창이 주어졌다. 서거석 교육감은 21일 전주 인후초등학교 인근 상가를 방문해 박주현(55)·김지연(50) 부부에게 교통안전 유공자 감사장과 함께 감사패를 전달했다. 잘한 일이다. 전북지역에서 이러한 선행이 이루어진 것이 자랑스럽다. 이들 부부는 11년 전인 2012년 주차장이었던 공간에 상가건물을 지으면서 건물 한가운데를 통로로 뚫었다. 이는 인근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위험한 이면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부부의 배려였다. 건물을 지을 당시 주변에 쇠파이프를 둘러뒀는데 하루에 200∼300명의 아이들이 쇠파이프 아래로 기어 들어가 지나갔다고 한다. 이곳을 막아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길을 냈다는 것이다. 통로 면적은 99㎡로 여기를 메워 세를 놓으면 적어도 매달 100만원의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임대 수익보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택했다.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감동적이다. 그 뒤에도 수고가 많았다고 한다. 매일 버려지는 쓰레기를 치우고 눈이라도 오면 새벽부터 일어나 염화칼슘을 사다 뿌렸다. 지금까지 들어간 나무데크 수리비만도 수백만 원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부근은 항상 위험하다. 어린 학생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스쿨존이 설치돼 있어도 천방지축으로 뛰는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어린이는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 아닌가. 특히 등하교 시간에는 한꺼번에 차량이 몰려 크게 혼잡을 빚어 더욱 위험하다. 또한 등하굣길은 대개 길이 비좁고 차량들이 다녀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 교사나 학부모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busㆍ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 지킴이)' 등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으나 역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속방지턱이나 안전펜스도 교통불편을 초래한다는 어른들의 민원에 밀려 철거되곤 한다. 이러한 교통위험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통학로 확보는 모든 학교의 고민이다. 이번에는 이들 부부의 선의에 의해 보호되는 사례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치단체와 교육청, 경찰이 나서야 할 일이다. 이들 부부의 선행을 본받아 시민들도 이에 협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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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24 17:26

‘새만금 잼버리’와 한반도 평화

지구촌 청소년들의 축제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3일로 ‘D-100일’을 맞았다. 새만금 세계잼버리(8월 1일~12일)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D-100일 기념행사’ 는 27일 전북도청에서 열린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행사를 1년 연기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새만금 잼버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구촌 170여 개국에서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구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새만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직위원회는 ‘새만금이 세계 청소년들의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의 중심지, 더불어 사는 지구촌 평화운동의 거점, 행복한 가족 운동의 성장지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리는 국제 청소년 행사라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이벤트나 프로그램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7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직후 조직위원회는 세계인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김윤덕 조직위원장은 “북한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들을 초청해 새만금이 민족 화합과 인류평화의 새로운 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연 북한이 참가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컸지만 기대도 있었다. 남과 북의 청소년들이 순수하게 만나 우애를 나누게 된다면 경색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를 평화와 화해, 협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했고, 우리 정부의 제의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까지 성사됐다는 점에서 기대치는 조금씩 커졌다. 하지만 결국 무산됐다. 제대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잼버리 때도 초청장을 보내면서 북한 청소년 참가에 공을 들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다. 그나마 이번에는 계획단계에 그쳤으니 아쉬움이 더 크다. 조직위원회는 북한 청소년 초청 계획이 어긋나면서 한국스카우트연맹이 매년 개최해온 ‘평화통일 체험활동, 휴전선 155마일 횡단’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대안으로 우크라이나‧튀르키예 등 전쟁‧재난지역의 청소년, 그리고 국내 탈북 청소년 초청 프로젝트를 역점 추진하고 있다. 또 참가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유스포럼에서 지구촌 환경‧평화 실천 선언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반도와 지구촌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벤트로는 많이 부족하다. 새만금이 한반도와 지구촌의 미래를 위한 평화운동의 새로운 거점으로 기억될 수 있는 획기적인 평화통일 프로젝트가 아쉽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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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4.24 16:31

새만금 무비자 특례조항 필요하다

최근 들어 산업생태계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새만금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은 비단 전북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동력을 크게 상실한 현실을 감안할 때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더욱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새만금사업은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호재다. 이런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 지원 특례로 새만금 무비자 허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전북도의회 전북특별자치도 지원 특별위원회가 지난 21일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특례입법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그 과정에서 강태창 위원장(군산)은 “제주특별자치도는 무비자로 인해 관광 및 무역이 활성화된 만큼 국내 유일의 RE100 단지가 있는 새만금의 강점을 살리고 중국 등 외국인들의 투자 및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새만금 지역을 무비자로 하는 특례 조항을 검토해달라”고 강력 주문했다. 새로운 대안제시를 하는 아이디어 차원이기는 하지만 강 위원장의 제안은 심도있게 검토할만하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무비자 특례는 작은것 같아도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급감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올해 중 1000만명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급선무가 비자 제도 개선이다. 정부는 국내 입국 거부율이 낮은 미국·일본·홍콩·대만 등 22개국에는 전자여행허가제(K-ETA) 절차를 내년까지 한시 면제키로 했다. 해당 조치가 면제된 22개국 출신 외국인들은 내년 말까지 별도의 사전 허가 없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지됐던 환승 무비자 제도도 이르면 5월부터 재개되는데 서울페스타(4월·서울), 드림콘서트(5월·부산), 새만금 K팝 콘서트(8월·전북) 등 대규모 콘서트 활성화도 기대된다. 일련의 정부 정책과는 좀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 지원 특례로 새만금 무비자 허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은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기에 전역이 무비자 허용지역인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새만금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 관광 등에 대해 반드시 무비자 허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근사한 방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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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24 12:07

왜 형제의 일을, 이웃에게 묻습니까

지난 4월 18일 우석대학교를 찾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북한과 한국을 두루 경험한 ‘한반도통’ 다운 정견을 드러냈다. 그는 ㄱ 발음이 종종 빠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창한 우리말로 강연과 문답을 주고 받았는데, 참석한 다수가 중국유학생인데도 한국임을 고려한 외교적 감각이 돋보였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주제였지만 중국의 현 상황과 대외노선에 대한 총괄을 짧은 시간에 담아냈다. 올봄에 진행된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성과를 자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덕담으로 마무리하는 그의 말은 전형적인 ’중국풍‘이었다. 중국 공산당의 간부들을 만나면 다 그렇게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노선에 따라 말이 정돈되어 있다. 제스처까지도 물려받은 듯 익숙하다. 강연 마지막에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싱 대사는 먼저 우리는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의 처지라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그러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발전을 거드는 사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노사연의 노랫말까지 인용하며 웃음을 끌어냈다. 한중관계에 최근 장애가 생겼다면 그건 외부간섭에 의해 이렇게 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미국에 견제구를 날린 그는 “3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9.19합의 누가 만들었습니까(뒷받침했습니까). 미국입니까? 중국입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해결의 키는 중국에 없습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을 줄 수 있는 상대는 미국입니다. 그러니 미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더 요구해야죠.” 논리적 귀결로만 따지면 전혀 빈틈이 없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2004년 중국 베이징에서의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잠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나는 중국공산당 국제교류협회의 초청으로 여야 정당의 젊은 정치인들과 북경, 상해, 중경 등을 돌아보았다.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던 중국의 변화상에 한번 놀라고 정치적 중심을 유지하며 개혁개방 노선을 관철하면서 ‘화평굴기’라는 비전으로 국가전략을 정식화하는 저들의 현실적 정치전략에 거듭 놀랐던 시간이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남북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대외연구기관들의 간부와 토론하는 자리에서 내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물었다. 한중 통역이 오고가는 것을 무심코 듣고 있는 듯 하던 내 또래의 중국 인사가 말꼬리를 높이며 일갈했다. “왜 형제의 일을, 이웃에게 묻습니까?” 조선을 오가며 우리말에 능통한 것이 틀림없을 그 친구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반도 문제의 핵심들을 쭈욱 짚어나가는데… 난 얼굴이 후끈거려 그 다음 말들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 자리로부터 1년 후인 2005년 이후부터 수년 동안 남북 민간교류의 한 축을 맡아 북측을 수십 차례 드나들게 된 후로도 나는 그때의 부끄러움을 잊지 않고자 했다. 오랜 친분으로 속을 어느 정도 나누게 된 북측 인사 몇몇에게는 그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때 중국 사람 앞에서 참으로 부끄러웠노라고, 우리 일을 남에게 묻다니…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자고. 화해의 시간이 먼 기억으로 멀어져 가다보니 다시 이웃에게 형제의 일을 묻게 된다. 그래도 이런 마음을 아는 누군가가 저 먼 북쪽 어디엔가 있어, 나처럼 자기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안타까워 할 거라는 것을…, 겨울을 끝낸 봄바람에 기대 믿어본다. /이재규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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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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