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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는 '봉'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는 이제 ‘귀족 스포츠’가 아니다. 운동으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전국 곳곳에 골프장이 속속 조성됐다.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도 급격히 늘었다. 정부에서도 골프를 대중친화적 스포츠로 정착시키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골프장 이용 합리화 및 골프산업 혁신 방안’을 내놓으면서 골프장 이용 가격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골프 대중화’가 구호나 막연한 기대가 아닌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한 골프 대중화로 가는 길은 필드에서 가로막혔다. 골프장의 폭리·배짱 영업 때문이다. 골프장의 서비스나 운동 환경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도,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식음료비 등 골프장 이용료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국내 골프장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넘쳐나는 이용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너도나도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올렸다. 그리고 골프장 이용료 인상 러시는 현재까지도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클럽하우스에서 판매하는 음식값도 시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 해도 해도 너무할 정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던 시기, 오히려 호황을 누린 골프장들이 최근에는 물가 상승 분위기에 슬쩍 편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골프 대중화 차원에서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는 퍼블릭골프장도 합리적 가격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은 여전히 배짱이다. 이 같은 골프장의 폭리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 오히려 갑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진다. 골프가 과거처럼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때라면 몰라도 이제는 우리나라도 눈앞에 보이는 골프 대중화로 가는 길이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지자체 등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특히 골프를 대중친화적 스포츠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터무니없는 가격 인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23 17:49

유보통합 선도교육청 지정에 힘 모아야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이 정부의 유보(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선도교육청 지정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새 정부 들어 추진하는 이번 시범사업에 전북도와 도교육청이 공동 대응키로 한 만큼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유보통합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소관 업무가 분리된 유아교육과 보육의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게 골자다.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0~5세 영·유아의 보육을 담당하는 보육시설이고, 유치원은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설립된 3∼5세 대상의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상 연령대가 겹치고 제공하는 서비스도 비슷해 김영삼 정부 때부터 통합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교사 자격·처우 문제, 재정 마련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려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이번 윤석열 정부 들어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통합 작업에 앞서 선도교육청을 지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25년부터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달 28일까지 신청을 받고 5월에 선정을 한 뒤 하반기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의 핵심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격차 해소다. 지역이 중심이 돼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시행해봄으로써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급식비 격차 완화, 유아학비 경감, 방과후 과정비 확대, 거점형 방과후 과정 운영, 안전환경 조성, 시도교육청 제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들 시범사례를 통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해 ‘새로운 통합기관 모델’ 수립에 활용키로 한 것이다. 전북도와 도교육청은 우선적으로 급식비 격차를 줄이고 그동안 유치원 교사만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어린이집 교사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행정·재정에 대한 지원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급식비나 유아학비 등의 재원은 교육청과 자치단체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사업비나 운영비는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특별교부금이 39억원에 불과해 대부분의 예산과 인력을 지자체와 교육청에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유보통합은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사안이다. 전북도와 도교육청은 선도교육청 지정을 성사시켜, 전북이 유보통합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23 17:48

환골탈태해야 할 민주당

그간 3차례나 진보 대통령을 만든 호남인들은 민주당의 대선 경선과 당대표 경선 때 불거진 돈봉투 살포 의혹을 보면서 실망스럽다는 눈치다. "진보는 평등을 우선가치로 내세우면서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와 각종 선거 때마다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간 대선 경선후보 선출 때나 당 대표 선출 때 돈을 살포했다는 사실이 특정인의 녹취록이나 공소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당의 존립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다. 특히 대선 경선 때 민주당 대의원과 진성당원 30%를 차지하는 호남지역의 표심장악을 위해 돈을 뿌려야 한다는 식으로 선거전략을 수립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 지역 당원들은 "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투사들의 고귀한 넋과 희생정신이 무너져 내린 것 같다"면서 "민주당 후보가 돈을 뿌려서 민심을 사려고 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법행위"라고 힐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선 경선을 앞둔 2021년 2월 호남지역 공략을 위해 20억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한테 요구하자 유 전직무대리는 지난해 4∼8월 천하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현금 8억4700만원을 건내 받고 김 부원장에게 최종적으로 6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이 대표가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렸지만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총리에 비해 호남지지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호남내 지지세 확대를 위해 지지모임이나 연이어 발대식을 가졌다는 것.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대표 캠프에서 조직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점에 주목,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 6억 원이 쓰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정근 사무부총장 녹취록에서 밝혀진 돈 봉투 살포의혹은 민주당이 수권정당 이라기 보다는 쩐의 정당 같다면서 실망한 사람이 많다. 송영길을 당 대표로 만들려고 윤관석 의원 이정근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이 9400만원의 현금을 10여명의 의원과 핵심조직원에게 나눠줬다는 것. 정성호 의원은 300만원은 식대수준의 돈으로 별것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가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최근 조합장 선거에서 10만원만 받아도 구속된 마당에 엄청난 액수의 현금을 살포하고도 아무일 아니라는 식으로 말한 것은 법 앞의 평등을 짓밟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그간 각종 선거때마다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호남인들은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돈을 뿌린 것에 실망하면서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는 반응이다. 돈으로 표를 사서 대표가 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틀을 흔든 불법행위인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어물쩍하게 꼬리자르기식으로 넘기려 했다가는 유권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음참마속의 심정으로 돈선거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민주당은 호남인의 자존심을 손상했기 때문에 먼저 각성해야 한다. 내년 총선 때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23 17:48

천년고도 전주에서 다시 살아나는 후백제 정신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후백제는 통일신라 말기, 전주에 왕도를 정하고 삼남에 걸친 넓은 지역을 36년간 호령하며 삼한일통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분투했던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승자의 논리에 의해 후백제는 패배의 역사로 취급돼, 고려 초에 잠깐 등장했던 과도기적 국가로만 여겨졌고 제대로 된 연구도 이뤄지지 못했다. 후백제는 단순히 패자(敗者)의 역사가 아니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일어선 독자적이고 떳떳한 국가다. 후백제의 연호 정개(正開)엔 세상을 바르게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새로 열린 하늘에서 백성을 밝게 비추기 위해 강렬하게 타오른 태양 같은 나라였다. 후백제의 역사가 짧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황제가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秦)의 역사가 단 15년 만에 막을 내렸다고 해서 시황제의 통일제국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후백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중세 전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강대한 국가였다. 지금껏 우리 역사의 중심에서 소외되고 외면받은 후백제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우리 역사의 본 흐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 위해 재조명과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전주시는 문경, 상주, 논산, 완주, 진안, 장수 등 지자체와 함께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의회 회장도시’로서 후백제 역사 문화의 연구·보존·복원과 함께 인식 개선, 연계 관광자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마침내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후백제역사문화권이 9번째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국가적 차원에서 후백제사에 대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조사·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에 발맞춰 우리 전주시는 후백제 문화 중심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후백제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8월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고도(古都)를 추가 지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주의 고도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도 지정을 통해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천년 전주의 정체성을 되찾을 것이다. 후백제 궁성과 도성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후백제 대표유적인 동고산성의 국가문화재 사적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후백제를 널리 알리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국립 후백제 역사문화센터’를 건립해 후백제 연구 중심 거점으로 육성하고 후백제 역사공원과 후백제 마을을 조성해 후백제 왕도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다. 이는 인근 관광지 및 후백제 주요 유적과 연계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후백제부터 조선까지 전주의 역사문화유산을 하나로 엮어 전주의 미래 관광산업을 이끌 ‘왕의궁원 프로젝트’의 큰 축이 될 것이다. 후백제는 후삼국시대의 중심에서 강대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누리던 전주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이젠 패배의 역사 프레임을 벗고 후백제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 후백제가 남긴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해 전주의 재도약을 이끌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겠다. 백성을 위해 바른 세상을 열었던 후백제 정신을 계승해 우리 전주시민의 앞길을 훤히 비추는 태양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견훤대왕의 원대한 꿈을 이어받아 전주의 새로운 천년 미래를 위대한 전주시민들과 함께 열어가겠다. /우범기 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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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3 17:48

전향과 진취, 포용과 긍정이 전북의 길이다!

1994년 독일 베를린에서의 첫 해외 근무를 마쳤다. 바로 두 번째 임지인 폴란드를 향했다. 이웃 국가인지라, 직접 이삿짐을 싣고 국경을 넘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까지 가는 길은 매우 좁고 도로 상태도 좋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당시 폴란드는 사회주의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독일은 인근국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었다. 그 도로를 운전해가면서, 하루속히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폴란드 정부와 국민은 현명했다. 변화된 상황을 재빨리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유럽연합 가입 이후 우선적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서방과 연결하는 생명선이 되어, 경제사회 발전을 톡톡히 견인하고 있다. 폴란드는 과거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온 나라다. 방어전략 차원에서 외국과의 연결되는 도로를 가급적 건설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여겨왔다. 냉전으로 서방세계와의 대외협력 여지가 봉쇄되어있는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반듯하고 넓은 도로가 침공에 유리한 도로로 여겨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약한 처지에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항상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다. 피해의식의 결과다. 그러나 여건이 바뀌면 인식과 대응 또한 변화되어야 한다. 폴란드 국민과 정부는 변화와 새로운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잘 대처했다. 그런 자세를 통해, 폴란드는 중·동유럽의 중심국으로 부상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을 감안하여 안보태세를 최대한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랜만에 전북에 돌아와 보니,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김관영 도지사의 행정부와 도의회는 도민들에게 희망과 미래 비전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내 각계의 에너지와 지혜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새만금지역 개발에서도 여러 진전이 있다. 최근 2차전지 생산업체 등의 큰 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의 동력이 마련되고 있는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북 특유의 소극적, 방어적 태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북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 환경에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변화 기피 태도 내지, 저항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모순적인 태도와 부조화는 전북의 진보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각계의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앞으로 돌파하기보다는 부적절한 명분과 기준을 내세워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판과 빈정대는 태도가 불쑥 튀어나온다고 한다.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에너지가 지역 발전이라는 대의보다는 사적 이익 챙기기에 경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각종 단체의 경우, 협력과 양보를 통해 자기 분야의 전체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대승적 태도가 미약하다고들 한다. 자신들의 태도와 행동이 어떠한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타성에 젖어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눈에는 보인다. 전북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출향 인재들도 많다. 그분들의 우려는 전북인들이 작은 세계관과 비생산적 관행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정체와 소모의 장에 처한 고향의 모습이 그들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는 소극적 태도를 버리고 전향적으로 상황을 개척해 나갔다. 그럼으로써 미래를 대비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냈다. 전북인들은 갇혀있는 정저지와(井底之蛙)의 틀이 있다면 벗어나야 한다. 진취적이고 전향적이고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김대식 전북국제교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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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3 17:46

‘바가지’ 골프장의 그늘

지난 주말 중앙지 인터넷신문에 1면 톱으로 실린 ‘골프장 그늘집’ 의 역대급 바가지요금과 관련한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다. 골프를 치다가 출출하면 중간에 간단한 요기도 할 수 있는 쉼터다. 수도권 그늘집에서 먹는 음식값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임에도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어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사례는 수도권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골프 동호인들 사이에서 천정부지로 오른 그린피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얼마 전 도내서도 평소 15만 원 하던 골프장이 기습적으로 2만 원을 올려 눈총을 받고 있다. 이같은 ‘배짱 영업’ 은 한두 번 나온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 국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10만 원 넘는 돈가스 탕수육은 물론 1000원대 막걸리를 1만 2000원에 팔거나 시중의 10배가 넘는 떡볶이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재앙 수준의 코로나가 덮쳐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지금도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골프장들은 유례없는 호황으로 사상 최고치 이익을 냈다. 코로나 비상 조치로 다중집합시설 방문은커녕 해외여행도 막히자 사람들은 청정 지역으로 인식된 골프장으로 몰렸다. 젊은 MZ세대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며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 방문객이 4천67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골프 인구도 515만 명으로 1년 새 46만 명이 급증했다. 코로나 특수에 따른 영업 이익도 평균 54% 늘어난 건 물론이다. 여기에다 개별소비세와 부가세까지 면제받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불릴 정도다. 코로나가 서서히 풀리는 데도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자 고질적인 부킹 전쟁과 가격 상승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해외 골프도 점차 늘고 젊은 층 일부는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발길을 끊었는데도 호황 모드는 꺾일 줄 모른다. 골프장들은 그런 점을 틈 타 코로나 때도 대중 골프장 그린피를 평균 20% 인상하고. 카트 사용료와 캐디피도 1만∼2만 원씩 올렸다. 뿐만 아니라 부수입 또한 알뜰하게 챙겨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샤워 시설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이에 따른 수도세, 전기세, 인건비까지 아꼈다. 이렇게 코로나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도 이용객에 대한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부킹 갑질, 비싼 음식값과 함께 직원 불친절, 잔디 부실 관리는 단골 지적 사항이다. 단체 예약 콜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임박해서 OK 사인을 보내 낭패보기 일쑤다 1인당 20만 원이 넘는 골프 비용이 부담스러워 점심은 골프장 외곽 식당에서 대충 때우기도 한다. 그만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상황에서 또다시 그린피를 올리는 건 고객을 ‘봉’ 으로만 여기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코로나의 혹독한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최대 호황기를 노려 장삿속 주판알만 튕긴 셈이다. 불만이 가득찬 이용객들의 부메랑이 우려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4.20 18:24

[금요수필]이런 실수만은 제발

어머니는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뒤 얼마 동안은 교실 뒤쪽에 서서 공부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산수 시험을 보던 어느 날, 가운데 분단의 맨 끝자리에 앉아있던 내 곁에 다가와, 무릎을 쪼그려 앉던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톡톡 문제를 가리키며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려 넣으라고 소리 죽여 재촉했다. 왼쪽에 제시한 숫자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더 많은 시험지는 결국 백점을 놓쳤다.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 때문이라며 한참을 울었고 엄마는 무척 속상해하며 나를 달래느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머니의 욕심에 뼈아픈 실수였지만, 어쩜 내 소신대로 하지 못한 잘 못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이 많은 물상 선생님은 말도 빠르고 성격도 몹시 급했다. 선생님의 두 눈이 늘 충혈되어 있던 것은 전쟁터에서 적군을 많이 죽여서 그렇다더라며 그 말이 사실인 양 친구들은 이야기를 퍼뜨리기도 했다. 판서를 하는 선생님의 분필 소리와 우리들의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외엔 교실이 쥐 죽은 듯했던 그 날, 지우개를 빌리느라 두런거렸던 뒷자리의 친구가 이내 내 등을 쿡쿡 찔렀고 나는 지우개를 전해 주려 팔을 뒤로 올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휙 뒤를 돌아보던 선생님이 벼락같은 소리로 "너, 너, 너, 거기 네놈 이리 나와!" 하고는 나를 포함한 친구들을 찍어 불러내더니 우리를 무릎 꿇려 앉히고는 이유불문 없이 넓적하고 두꺼운 검정 표지의 출석부로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난생처음 당하는 모욕적 체벌에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억울함은 뒷전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선생님이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 날 때면 아직도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색시 시절의 여름, 외출을 준비하던 시아버지의 덜 마른 모시 두루마기를 어머님이 나에게 급히 다림질을 맡겼는데 하필 그때 검지손가락을 베어 동여매고 있었다. 그래서 거즈에 배어 나온 피가 어찌하다 하얀 두루마기 옷깃에 살짝 묻었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얼른 물수건으로 비벼댔더니 그 자리가 연분홍으로 번지고 말았다. 다시 물수건으로 비비고 마른 수건으로 두들겨대며 허둥지둥 물기를 빼 다림질을 해서 올렸다. 그런데 하얀 두루마기 옷깃에 설핏한 분홍자국은 슬쩍봐도 티가 났는데 긴장하고 있던 새 며느리의 눈치를 아셨는지 아무 말씀이 없었다. 칠칠맞고 조심성 없던 내 손에 땀이 흥건했다. 수 없는 실수를 이어가며 사는 것이 인생 아닐까. 말 실수든 행동 실수든 내 잘못에는 관대하면서 같은 실수를 이어왔다. 그러면서도 내 인격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상대에게는 한 치의 이해도 없이 그 잘못에 화를 참지 못한다. 조금만 더 이해하고 더 신중하고 인내했더라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후회를 한다. 그러면서 똑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겠다도 다짐하지만 아직 덜 익은 인생으로 남았다. 내 삶을 이어온 크고 작은 이런저런 실수야 지나간 이야깃거리로 세월에 씻겨 간다지만, 정작 내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는 앞으로의 실수가 큰 걱정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도 한참을 멍하니 서서 문을 연 이유를 생각해 내느라 애쓰고, 현금 인출기에서 돈은 두고 통장만 빼오는 한심함에 내 머리를 쥐어박는 일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더 두렵고 끔찍한 일은 가족의 인연과 정(情)마저 잊어버리는 치매라하니 제발 이런 일 만은 다가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해보는 것이다. △김덕남 작가는 <대한문학>,<에세이스트>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 교원문학회 회원, 수필집 <아직은 참 좋을 때>, <여섯 교우의 분향> 한국수자원공사 전국 물 사랑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으며 전주 기령당 충효(忠孝)양양 글짓기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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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8:08

괴력난신(怪力亂神) vs 상덕치인(常德治人)

“튀어야 시청률이 올라갑니다.” 방송국 PD가 인문고전 강의를 하던 필자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처음 들어본, 상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괴상하고 기이한 강의라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마케팅 논리다. 삭발을 하든, 기발한 복장을 하든, 기괴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든, 신비적이고 충동적인 논리로 말하든, 이 어느 한 가지라도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나름 대중을 분석하고 있다는 그 분야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마디로 평범하고 정상적인 언변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이상하고 특별함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충고였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온통 괴상하고 이상하고 특별한 것으로 가득하다. 먹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건강식품,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상품, 신비하고 오묘한 효능은 그런대로 들어줄만 하다. ‘마귀와 사탄이 들려서 그렇다(怪).’ ‘내 능력은 사람의 생사와 국가의 운명을 주관한다(力).’ ‘혼란의 세상이 다가왔다(亂).’ ‘하늘에서 벌을 내릴 것이다(神).’ 이 정도 되면 괴력난신(怪力亂神) 마케팅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고, 권력을 만들고, 왕국을 만드는 선동가이며 사기꾼이다. 예수님,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신을 모욕하고 능멸한 자로서 벌 받아야 할 대상이며 신성(神性)을 가장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목회자이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경계하고 멀리하였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도 튀어야 팔리던 시대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상적이고 평범한 논리는 수요자인 귀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없었다. 당시 왕들과 귀족들은 신들의 이야기와 비약의 논리를 선호하였다. 당대의 백가(百家)들은 온갖 특별하고 신비한 이야기로 유세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 하였다. 공자 역시 귀족들의 지지를 받아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지만, 괴력난신으로 접근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세상을 속여서(欺世, 기세) 이름을 도둑질하지 않겠다(盜名, 도명).” 비록 14년 동안 유랑의 길을 걸으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遯世, 둔세) 고난의 삶을 살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던 공자의 선택이 오늘날까지 공자를 있게 한 이유다. 괴력난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왕국을 세우고, 권력을 얻었던 승려, 마술사, 목회자, 차력사, 신비주의자들은 봄날에 녹는 잔설(殘雪)처럼 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괴력난신에 대항하는 말이 상덕치인(常德治人)이다. 상식(常)은 재미없고, 인격(德)은 평범하고, 질서(治)는 따분하고, 인간(人)은 흔하다. 그래서 괴상(怪)하고, 능력(力)있고, 혼란(亂)하고, 신비(神)한 것에 항상 밀린다. 그러나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역전된다. 가장 상식적인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것이다. 물은 맛이 없는 무미(無味)의 맛이나 영원히 질리지 않는다. 달콤하고 새콤한 것은 아무리 혀를 유혹하고 마음을 사로잡아도 그때뿐이다. 어머니는 평범했지만 가장 뼛속 깊이 새겨진 인생의 추억이었고, 공기는 흔했지만 생명의 근원이 되어 나를 숨 쉬게 한다. 우리가 당연하고 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위대함이고 특별함이다. 하늘에는 솔개가 날고, 연못에는 물고기가 뛰고, 들에는 말이 달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 상식이 자연이고, 자연은 영원하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영원한 것이다. 신을 빌려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혼란을 이용해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목회자들이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마음이 허전하고 갈길 몰라 하는 사람들은 황당하고 신비적인 이야기에 기대어 자신의 빈 마음을 채우고 있다. 비약은 마약처럼 정도(正道)를 마취시켜 사회를 비정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이 상덕치인(常德治人)을 위협하고 있는 시대가 안타깝다.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미래가 아닌 지금에 집중하며,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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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50

기록을 통해 생동(生動)하는 우리 마을

“지금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길도 좀 깨끗해지고요. 제가 여기 1993년도에 이사 왔는데 그 뒤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쓰레기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데 그 문제도 많이 완화되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변화해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보기 좋게 꽃길이나 가꾸면 어찔까 싶어. 단순히 한 번 심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계절 내내. 여름 끝나면 가을 꽃 피고, 가을 끝나면 겨울 꽃 피고. 운치 있는 걸로. 사계절 꽃길이 되면 외부 사람들도 놀러 오고, 입소문 나서 북적대고. 그래야 살맛도 나고 하는 거지.”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70, 177쪽 위 내용은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곳, 신복마을> 이라는 기록집 내용 중 일부이다. 인터뷰를 하고자 마을 모정, 경로당에 방문할 때면 그곳에는 언제나 살갑게 맞아주시는 주민들이 계신다. 질문마다 정성껏 답변해 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마을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아카이빙 사업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때 작가의 언어로 정돈하여 작성할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말투 그대로 글을 정리할 때, 그 따듯한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배어든다. 아카이빙은 사전적 의미로 기록의 보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을에 도시재생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마을이 변화되고 있는 과정, 전경, 사람 등의 이야기를 담아 주제별 사진, 영상, 인터뷰, 책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제작하고 있다. 제작물들은 외부기관과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상·사진 촬영을 통해 사업 대상 구역을 기록하고, 소식지로 제작하였다. 2022년도에는 주민, 사업 담당자, 활동 주체를 대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업에 대해 주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분기별 소식지에 그 내용을 담았다. 그 외에도 계절별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집, 연간 기록화집 등을 발간하였다. 올해는 기존의 소식지, 사진집, 기록화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가, 디자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우리 마을의 도시재생사업 현황과 주민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월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매달, 월간지를 통해 마을 내 곳곳의 소식을 알리는 알리미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사업이 진행되는 4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록의 보관이 신복마을 도시재생사업만의 정체성과 일련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마을에 대한 기록들이 모여 사업 이후에도 기억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마을 콘텐츠로 자리 잡아 주민간 소통의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공간·시간이 기록을 통해 생동할 수 있도록, 그 때의 좋았던 감정·기억이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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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국외여행 허가대상 및 허가 제한대상이 궁금합니다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허가 대상은 25세 이상자로서 병역판정검사대상, 특수병과 사관후보생, 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사람 등이며, 24세 이하자라도 승선근무예비역, 예술·체육요원,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또는 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사람은 복무기관장의 추천서 등을 첨부하여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외여행 허가 제한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판정검사를 기피 중에 있는 사람 또는 기피 사실 있는 사람, 입영 또는 소집을 기피중에 있는 사람 또는 기피 사실이 있는 사람, 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를 이탈하고 있거나 이탈한 사실이 있는 사람,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 사람, 영주권취득자 등 국외이주자로서 국내 영리활동 등의 사유로 병역면제 또는 병역연기 처분이 취소된 사람,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 받을 목적으로 신체손상이나 사위행위를 한 사람, 의무복무 기간이 연장된 예술체육요원의 경우입니다. 국외여행허가 신청 방법은 허가대상 및 허가목적에 따라 구비서류가 상이하므로, 병무청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관련 서류 구비하여 병무청 누리집 또는 병무청 모바일앱(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 방문, 팩스를 통하여 민원 신청하면 됩니다.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기간 내에 귀국하기 어려운 때에는 허가기간만료 15일전까지, 24세 이전에 출국한 사람은 25세가 되는 해의 1월 15일까지 국외여행(기간연장)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외에 체재중인 경우에는 병무청 홈페이지 또는 관할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통하여 접수하여 주시면 됩니다. 국외여행 허가 사항은 병무청 누리집-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국외여행 허가사항 조회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은 전북지방병무청 민원계(전화 063-281-3257)로 문의하여 주시기바랍니다. 끝.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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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세계적 역사관광도시의 관문 제대로 세워야

천년도시 전주의 관문인 전주역사(全州驛舍)가 새로 건립된다. 한옥 양식으로 42년 전에 건축된 현재의 전주역사는 낡고 비좁아 신축 요구가 많았다. 한옥마을이 전국적 관광명소로 뜨고 전라선 KTX가 개통되면서 늘어난 철도 이용객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주차장마저 너무 좁아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방문객들이 마주하는 역사관광도시의 첫 모습이자 지역에 대한 첫인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전주시가 지난 19일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합동브리핑을 열고 “2025년까지 450억원을 들여 전주역사 개선사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세 기관이 예산을 분담해 짓는 새로운 역사는 지하 1층∼지상 3층에 전체 건물면적 1만1210㎡ 규모다. 도시의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왜소했던 전주의 관문이 새롭게 단장된다고 하니 늦은 감도 있지만 일단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주시가 밝힌 역사 신축 계획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 더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부각된다. 우선 42년 만에 새로 건립되는 역사의 규모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존 역사에 비해 전체 면적은 4배, 주차 공간은 2배로 늘어난다고 하지만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다. 세 기관에서 분담하는 총사업비(450억 원)의 규모가 시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오송역과 천안아산역 등 비교적 최근에 새로 건립된 다른 도시의 역사 건립 예산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전주시는 최근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를 아시아 최고의 역사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42년 만에 신축되는 전주역사가 과연 아시아 최고 역사관광도시의 관문이자 랜드마크로 그에 걸맞은 규모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 새 역사의 규모를 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전주시는 역사 신축사업과 연계해 역세권 개발과 역 주변 교통체계 개편사업에도 행정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주시가 역 주변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전주역 전·후면을 연결하는 지하차도 개설 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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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3:29

전주비빔밥 맛과 가격 두토끼 잡아야

전주나 전북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을 만나면 첫 손에 전주콩나물국밥이나 전주비빔밥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고유의 맛과 정성, 전통까지 머금고 있으니 전북으로선 매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전주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식도락가들이 연중 지역을 찾고 있으니 차별화를 위해 요식업계는 물론, 행정기관를 비롯한 관련 기관, 단체에서 묘안을 짜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전해졌다. 전북지역 비빔밥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전북지역 비빔밥 1인분 가격은 1만65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경남(8154원)보다 무려 2500여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500원이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특히, 외지 관광객으로선 매우 쇼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올랐다. 실제로 1인분 기준 전북지역 김치찌개 백반은 13.16% 오른 8600원, 자장면은 12.5% 오른 6300원, 비빔밥은 11.52% 오른 1만 650원, 냉면은 7.69% 오른 9100원, 김밥(1줄)은 5.70% 오른 2780원 등이었다. 특히 전주와 전북의 대표음식인 전주비빔밥이 타 시도에 비해 월등히 비싼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비싼 임대료, 고급 식재료 사용 등 그만한 이유가 있겠으나 어쨋든 한옥마을 일대와 전주비빔밥 유명업소에서 비빔밥 한 그릇에 1만원~1만2000원, 육회비빔밥은 1만2000원~1만5000원이나 된다고 하니 자칫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이들 지역을 제외한 식당의 전주비빔밥 가격은 5000원~7000원, 육회비빔밥은 7000원~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료의 양이나 품질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좀 이름있는 곳의 전주비빔밥이 이렇게 비싼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가치가 엄청난 전주비빔밥이 만일 대중성을 잃는다면 향후 명성과 존재조차 위태로워질 수 있다. 대형 식품기업들이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에 초점을 맞춰 전주비빔밥과 유사한 형태의 간편식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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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20 11:22

만경 8경, 새만금 8경

우리 전라북도에 가장 큰 강은 만경강(萬頃江)이다. 길이 80.86km, 유역면적 1,504.35㎢에 이르는 만경강은 동진강, 금강 등과 함께 호남평야의 젖줄로 완주군 밤샘에서 발원하여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등과 합류하여 새만금호로 흘러든다. 넓은 들 가운데로 흐른다는 뜻이 담긴 만경강은 황금빛 들녘과 푸른 물길이 만나는 풍요의 강이기도 하다. 본래의 이름은 사수강(泗水江)인데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 말살의 목적으로 강제로 이름을 바꾸어 버렸다는 안타까운 유래도 있다. 하지만 물길 따라 옛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만경강에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도 많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지난 70~8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로 아쉽게도 사라졌다가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과 만경강 하천 정비사업 등으로 새만금과 연계한 ‘만경 8경’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만경 8경’은 그 옛날 선조들이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겼던 곳과 독특한 스토리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 많다. ‘만경 8경’ 중 제1경은 만경낙조(萬頃落潮)다. 만경강의 아름다운 노을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면서 만경강과 바다가 만나 소중한 생명을 품고, 수많은 철새가 반기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갈대의 낙조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만경강의 대표적인 조망공간이다. 제2경은 신창지정(新倉之情)이다. 일제 강점기 김제평야 쌀을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다리인 새창이 다리가 있는 곳으로 새창이 나루를 오가던 사람과 이곳에 남겨진 역사 문화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3경은 사수곡류(泗水曲流)다. 만경강의 옛 이름인 사수를 표현하여 굽이치는 만경강의 중심에서 옛 물길과 사람들의 어우러짐을 의미하는 곳이다. 제4경은 백구풍월(白鷗風月)이다. 김제시 백구면에 있는 백구정에서 만경강을 내려가 보며 아름다운 경치를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는 곳이다. 제5경은 비비낙안(飛飛落雁)이다.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만경강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와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비비정 옆 옛 전라선 폐철교 위에는 멋진 카페 열차가 있어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제6경은 신천옥결(新川玉潔)이다. 옥같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로, 만경강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강폭이 250m 이상으로 넓어지고 유속이 느려져 습지 형태의 하천이 되는 신천습지가 있는 곳이다. 제7경은 봉동인락(鳳東人樂)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봉동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곳이다. 제8경은 세심청류(洗心淸流)다.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세심정에 앉아 마음을 씻고 흐르는 만경강에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만경강 하구에 새롭게 조성된 새만금에는 상류의 영향을 받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만금 나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409㎢ 넓이로 조성된 새만금 공간 하나하나에 품고 있는 사연도 많고,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공간이 많으니, 우리가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만경 8경’과 같은 아름다운 ‘새만금 8경’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환경이 수질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정된 면이 없기 때문에 새만금이 가진 자연의 치유력으로 새로운 새만금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강신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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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7:26

허술한 학교 수목 관리, 법제화 시급하다

도내 778개 초·중·고교에서 자라고 있는 학교 수목 관리가 허술하다. 대부분의 수목들이 관리대장에 등재돼 있지 않고 관리할 전문 인력도 없는 상황이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이제야 자체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수목은 재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를 법제화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했으면 한다. 전북교육청이 갖고 있는 지난해 각급 학교 입목죽 주요 수종별 현황(기관 제외)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에 심어진 수목은 총 9만8992본이다. 가이즈까향나무, 꽝꽝나무, 느티나무 등 총 35종에 달하는 수목만 관리대장에 등재되었으며 재산가치는 141억6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수목의 크기, 식재 위치, 활착 면적, 탄소 고정량 등 기본 정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내 한 국립대에서 GPS 시스템을 활용해 파악한 수목은 이보다 훨씬 많으며 재산가치도 터무니없게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목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막중하다. 가로수나 공원, 학교, 아파트 등에 식재된 나무들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고 폭염이나 이상고온을 완화시키는 등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나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학교 수목은 미관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이 든 졸업생들은 학교 역사와 함께해온 수목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수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마땅하나 일부를 제외하고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에 한 번 이상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해 체계적 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 관련법에는 초·중·고교와 직속기관 등에 식재된 수목을 데이트베이스화 하고 예산과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현재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지방회계법’이 엇박자여서 학교현장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화와 함께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에 대한 정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를 관리하는 책임자들이 수목과 조경 등에 관심을 가져야 관리가 제대로 되기 때문이다. 수목은 애정과 함께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법제화를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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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9 17:26

호모 클리마투스를 위하여

2013년 4월 10일, 지구의 날 기념식 때 삼천변에 만개한 벚꽃 사이로 눈이 내렸었다.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기후변화 사건이다. 10년 후 4월 중순인 지금 벚꽃은 벌써 졌고, 5월말이나 찾아오던 철쭉이 활짝 폈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튠베리는 자신의 미래를 빼앗겼다고 일갈했다. 과연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고, 대처방안도 있는 것일까?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인 대기상태’를 가리킨다. 기후는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춥고 덥고 가문 곳 등 기후 특성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랐고, 그런 역사를 수천 년 동안 반복해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패턴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첫째, 온도가 올라간다. IPCC의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지구 표면 온도는 190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09°C나 높아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온갖 균이 세상 밖으로 출몰하고 울창한 타이가가 불타 없어진다. 북극권의 성층권이 뚫려서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겨울은 더 추워진다. 둘째, 해수면이 상승한다. 2018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0.2m 높아졌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으니 바닷물이 넘치면서 투발루 같은 섬나라는 물에 잠겨서 사라질 위기다. 전 인류의 10%가 모여 있는 저지대 해안가가 침수되고 있다. 셋째,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비는 점점 덜 내린다. 남부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피해가 막심해진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은 연중 대비해야할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봄, 가을은 짧고, 여름은 한 없이 길어졌다. 한반도의 아열대 化는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넷째, 식생이 변화한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작물이 말라 죽고, 동물들이 괴사한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땅(unoikoumene)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의 한계선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70년대 사과는 ‘대구 능금’이었지만 지금은 장수사과인데 30년 후면 강원 산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기후변화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쓸 대안이 그리 많지 않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효과가 없다. 또한 각 국마다 경제발전의 정도가 달라서 재원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만 당장 해야 한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전 세계에 닥친 홍수를 이겨낸 인류의 신화는 중동의 노아의 방주부터, 인도의 마누, 멕시코의 틀락록 까지 무수하다. 인류학자 파스칼 피크는 이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 Climatus), 즉 기후에 적응하는 인간이라 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생물종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해내고 현재의 문명을 일구었다. 서두르자. 세 가지가 중요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이하로 내리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등이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여,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 등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호모 클리마투스의 길이 여기에 있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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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6:14

실리외교! 마크롱하게, 메르켈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방미(訪美)길에 오른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도 예정되어 있어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까지 총망라한 대규모 한미간 접촉이 이뤄진다. 그러나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지난 4월 첫째주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대한 부정평가는 65%이며, 부정평가의 이유로 외교와 민생, 일본 관계가 1위로 나타났다. 제3자 변제 방식 등 대일 굴욕외교와 최근 도감청 의혹에 대한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취했던 우리의 전통적 외교전략은 탄탄한 한미 군사동맹을 기본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그 바탕위에 교류를 통해 이뤄지는 균형자적 실리외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데탕트와 신냉전을 반복하면서, 국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일차원적 단순함으로 유지될 수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중국 및 소련과 수교를 맺는 북방외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국익 우선이다. 문재인 전대통령의 라오스·미얀마·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상호 교류 증진 행보를 펼친 신남방정책은 미국과 중국(G2국가)으로부터 촉발되는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최근 중국을 국빈방문하여 자국의 항공사 에어버스의 신규 조립 공장을 중국 톈진에 짓기로 했고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헬리콥터 50대를 판매, 4조 원대 규모 컨테이너선 16척을 중국에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프랑스 마크롱대통령의 외교행보는 참고할 대목이다. 미중갈등 속에서 대만문제에 대해 전략적 중립성을 주장하면서도, "우리는 미국의 믿을 수 있고, 견고하며, 헌신적인 동맹이지만 스스로 결정하는 동맹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날 프랑스 외교안보 기본노선으로 확립된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 만든 세력균형 외교노선에 따른 것이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EU를 대표하여 프랑스가 실질적으로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16년 동안 독일 총리를 지내면서 그는 여러 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친 메르켈 전독일 총리의 실리외교 사례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EU의 결속력을 강조하면서도 EU가 제재하는 중국과 경제적 수교를 이어나가고, 미국과의 동맹을 끊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공사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메르켈하다는 그의 우유부단을 비꼬며 만들어진 말이지만, 가장 실리적인 외교를 펼쳤다고도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는 258억6,1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4.1%다.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9.8%나 줄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방미 과제1호는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상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협상이다. 미국을 등에 업고 힘(핵우산 등)으로 북한을 압도하겠다는 정부와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대결 구도는 재앙의 길이다. 평화가 길이라는 간디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운명이 교차해 왔다. 이 사실은 이번 국빈방문 내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한민국의 근현대 역사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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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6:14

정주영의 5백원 지폐와 새만금

며칠 전 햇감자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던 김제시 광활면(廣活面)은 김제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곳이다. 이름만 봐서는 막힌 데가 없이 매우 넓을 것 같은데 사실은 아주 작은 면이다. 1920년대 일제의 산미증산계획에 의해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면 전역이 간척사업으로 생겨났다. 쌀이 넘쳐나는데 구태여 무슨 간척사업을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반만년 동안 굶주렸던 일반 서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간척사업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 전체 농지 중 간척농지는 무려 11만 2000ha(1120㎢)로 서울시의 두배에 달한다. 이는 전체 농경지의 7%가 넘는 수치다. 피땀을 흘려 조금씩 농경지를 늘려간 것이 최근 100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과정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시작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새만금간척사업도 어쨋든 처음엔 전체를 농경지로 쓸 예정이었다. 이후 계획을 변경해 30%만 농경지로 사용하고 70%는 산업단지나 관광단지 등으로 활용키로 했다. 간척사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서산에 있는 천수만 간척지다. 당시 7.7㎞에 달하는 방조제를 쌓던 중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 초당 8m의 거센 조류 때문에 승용차 크기만 한 커다란 돌을 퍼부어도 물살을 버텨내지 못했다. 고심하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냈는데 고철로 쓰기 위해 들여온 대형 유조선(23만t)을 방조제 구간에 가라앉히는 공법이었다. 소위 정주영 공법인데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에도 소개됐다. 정경유착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으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은 조선소 건설 때 최고조에 달한다. 조선소를 짓기위해 영국 최고 은행이던 바클레이은행과 큰 금액의 차관도입을 협의했는데 은행측은 손사래를 저었다. 이에 정 회장은 1971년 9월 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인 애플도어 롱바텀 회장을 찾아갔다. 그 또한 고개를 가로젓자 정 회장은 지갑에서 지폐 한장을 꺼내 들었다. 거북선 그림이 그려져있던 500원짜리 지폐였다. 400년전 이미 정교한 큰 배를 만든 경험이 있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추천서를 받아낸 정 회장은 차관도입을 통해 2년여만에 조선소를 완공해낸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새만금사업이 요즘 산업생태계의 메카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지난 8년간 100만평에 불과했던 산업단지 분양면적이 최근 1년동안에 무려 120만평이 매각됐다고 한다. 산업단지의 경우 전체 9개공구 약 540만평중 1, 2, 5, 6단지가 사실상 분양완료되고 3, 4, 7, 8지구 약 300만평은 빨라야 향후 2년후부터나 공급 가능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지금까지 33년 계속된 새만금사업이 개발완료되려면 앞으로도 20년 남짓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도약의 첫 걸음인데 향후 정주영의 500원 지폐로 상징되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글로벌 회사들이 새만금지역으로 몰려올 날도 이젠 머지않아 보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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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4.19 15:35

‘예타 완화법’ 처리 연기 …지방은 안중에 없나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가 연기됐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돌연 입장을 바꿔 뒤로 물러선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예타제도의 목적인 ‘재정의 효율적 운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운용의 지역 형평성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에서 그 값이 1.0을 넘어야 한다. 예타 통과의 기준이 되는 BC값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은 지방도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결국 예타를 거쳐야 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는 예타에 막혀 숙원사업을 아예 추진하지 못하거나 예산을 대폭 축소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경직된 예타제도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부추긴 셈이다. 게다가 1999년 예타제도가 도입된 지 2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예타 도입 때 설정된 기준은 변경되지 않았다. 국가 재정규모 확대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단정하거나 이를 우려하는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 불합리한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특정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면 당연히 주거·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재정사업은 예타를 통해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고, 지방은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인구유출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결국 근본 처방은 균형발전이다. 예타 기준을 완화해 지방에서 요구하는 대규모 SOC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균형발전을 이끄는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정부와 여당은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타면제 기준 완화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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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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