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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G 경영과 전략적 의미

시장 투자자들이 점점 더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ESG) 가치를 의사결정에 반영함에 따라 기업은 ESG 성과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ESG는 민간 시장의 성과와 관련된 ESG 데이터를 투자자, 금융기관 및 정부 규제 기관들의 의사결정 및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기준이다. 즉, 환경(E) 기준은 기업이 기후변화, 에너지 배출, 물 사용량 등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려하고, 사회적(S) 기준은 기업이 단순히 주주가 아닌 직원, 공급업체, 소비자 및 지역사회 등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조사한다. 또한 거버너스(G) 기준은 기업의 운영 방식과 관련이 있으며 종종 기업의 리더십, 부패 방지, 경영진 임금, 감사, 의사결정구조, 기업 공개 투명성, 기업 지배구조 및 주주 권리와 같은 영역과 관련이 있다. ESG 전략 또는 투자는 잠재적으로 시장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불안, 정치적 개입, 환경 피해 또는 규제 처벌과 벌금으로 인한 자산 손실 등 지배구조와 사회적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ESG 및 기후중심 투자는 미국 투자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지난 ′22년 8월 30일 월스트리트 저널(WST)에 따르면 ′22년 ESG 펀드는 자산 규모가 22조 달러로 지난 2년 동안 40% 성장했고, 기업들은 올해 약3,200억 달러의 녹색 채권과 대출을 유치했으며,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4,000억 달러의 부채를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기후 친화적인 투자를 장려하는 전 세계 국가들의 가속화된 추진과 관련이 있으며, 이 중 다수는 ESG 관련 투자다. 2022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블랙록(BlackRock),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 뱅가드(Vanguard) 등 대형 펀드 회사들은 ESG 중심 기업이 주주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일부 신용 평가 기관은 ESG 리스크를 신용 및 유동성 위험과 같은 기존 지표들과 동일하고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통일된 평가 기준이 없고 더욱 복잡한 것은 ESG 관련 요소들이 기업 운영 부문과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ESG는 모든 산업과 모든 기업에 대한 일률적인 제안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에 특히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사용되는 측정 요소들이 있지만, 예를 들어 부패방지법 및 뇌물수수 금지, 개인 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 기후변화,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인권 및 노동 관행 등과 같은 ESG 지표는 산업 및 국가마다 다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ESG 측정 표준은 없지만 주요 ESG 표준 기관으로는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지속가능성 회계 표준 위원회(SASB),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CD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등이 있다. 이들 주요 기관들은 ESG를 위한 하나의 표준화된 측정 시스템을 설정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2020년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무공개 표준의 프로토타입과 국제기구를 포함한 다른 주요 기관들과 협력하겠다는 공동의향서를 발표한바 있다. /지용승 우석대 교수∙ESG 국가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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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9 16:22

‘주소’가 여는 흥미로운 미래

딸아이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전주시 한 백화점에 방문한 회사원 김 부장은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휴대폰 앱을 이용해 자율주행 발렛주차를 맡기고, 장난감 가게가 있는 7층으로 이동하였다.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앱을 통해 자율주행로봇 충전서비스를 신청하여 차량 충전을 완료하였다. 선물을 구매한 다음에는 다시 휴대폰을 열어 차량을 주차장 승강기 앞으로 호출한 후, 별다른 기다림 없이 탑승 후 안전하게 귀가하였다. 주차, 충전, 호출까지 휴대폰 앱으로 간단하게 이뤄지는 이러한 일상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이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작년에 세종시에서 실증되었던 사례이다. 김 부장이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GPS 신호가 닿지 않는 지하주차장까지 주소를 부여하고, 각각의 주차면에 촘촘히 주소데이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사는 곳’을 의미하던 주소가 ‘받는 곳’, ‘공간’, ‘입체’, ‘이동경로’, ‘디지털’ 개념까지 더해지며 위치식별자로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건물이 아닌 공터, 건물 내부, 사물까지 주소가 부여되면서 우리 주소체계는 보다 정교해지고 세밀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구축된 주소정보는 민간 포털사 지도 앱을 이용해 길을 찾을 때, 온라인 상품 배송이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때 널리 활용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7만여 개의 기업과 기관들은 행정안전부의 주소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 사용하고 있다. 주소정보가 물류와 배송에 있어 핵심 데이터가 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제시했고, 그 선도과제로 ‘스마트주소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이 채택되었다. 이는 주소를 보다 촘촘하게 구축‧공유하고 서비스 모델을 개발‧보급하여 ‘주소로 안전한 나라, 주소로 편리한 나라, 주소가 자원인 나라’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까지 국가 주소정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소정보 기반의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주소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는 △드론 배송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실내 내비게이션 △자율주행차 주차 △사물인터넷으로, 이에 필요한 주소정보 구축‧제공 등을 통해 산업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산악·도서 등 물류 환경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사물주소인 드론배달점을 설치 중인데 그동안 전국에 약 300점 이상 구축되었으며, 작년 10월 경기도 가평군에서는 드론배달점을 활용해 드론으로 편의점 물품을 펜션에 신속‧정확하게 배송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위성신호(GPS)를 사용할 수 없는 대규모 건물 내에서 정확한 위치 찾기를 위해 점포마다 상세주소를 부여하고 실내 이동경로를 주소정보로 구축해 실내 내비게이션을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으며, 최근 대전 신세계백화점에서 실증 시연을 하였다. 미래의 사회와 산업에서는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 창의적인 혁신 서비스들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주소는 다양한 서비스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다 고도화 돼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제 주소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기계, 사람과 인공지능(AI) 간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주소가 그려낼 미래의 모습은 그래서 궁금하고 흥미롭다.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 지지를 당부하고 싶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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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9 16:22

기울어진 운동장

전북하면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새만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노태우와 DJ간 정치적 산물로 태어난 새만금이 30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도민들 한테 희망고문이 된 것은 정권적 이해관계가 거의 없고 대기업 한테 메리트가 없어 진척이 안되고 있다. 백년 먹거리다 국가미래를 살릴 거창한 국책사업이라고 소개하지만 대부분의 도민들은 이 사업을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업으로 인식한다. 주로 장년층들은 자신들의 당대에 이 사업이 마무리 되어 성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치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책사업은 대통령의 임기중에 끝내버려 경제적 효과가 크다. 거가대교 서해안고속도로 무안공항 보령터널 천사대교 등 대규모 건설사업도 대통령이 임기동안 의지를 갖고 추진해 가시적으로 사업효과가 드러나기 때문에 주민신뢰가 높다. 하지만 새만금은 이제야 겨우 방조제를 막고 2개 간선도로와 항만을 건설 하는 등 기본인프라 확충에 매달려 경쟁력이 떨어진다. 중국 상해 푸동지구는 상전벽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새만금과 비할 바가 못될 정도로 저 만치 가버렸다. 새만금이 터덕거리고 있을 사이 완공해 상해를 중국 심장부로 만들었다. 새만금이 전북의 균형발전을 가로 막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해마다 새만금에 일정액의 국비를 확보해서 사업비로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전북정치권은 예산국회가 열릴 때마다 새만금 예산 확보하느라 쩔쩔매 다른 사업비를 챙기는데 소홀했다. 그도 그럴것이 새만금예산이 줄어들면 지역언론에서부터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새만금예산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역대정권들은 새만금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덜한 관계로 소홀해 전반적으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반면 다른 시도 국회의원들은 새만금예산을 마구 흔들어 대면서 해마다 자기지역 예산을 챙겨가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겨났다. 지금 부안 고창지역에서 2차선으로 계획된 노을대교를 4차선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읍소하고 다니지만 그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안 해 답답할 노릇이다. 이 사업도 기재부 등지에서 안 해주려는 것을 규모를 2차선으로 줄여 사업을 확정했지만 전북정치권에서 처음부터 죽기살기식으로 강하게 밀어 붙였다면 4차선 교량건설이 가능할 수 있었다. 지금 176만9천명의 도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한 게 전북의 현주소다. 30년 이상 가랑비에 옷이 젖다 보니까 옷이 축 쳐져 입고 나갈 수 없다. 문제는 도민의식조차도 축 쳐져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더 큰 문제다. 고시3관왕 출신 김관영지사가 젊고 패기차고 아이디어가 넘친다고 해도 혼자서 기울어진 전북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가 없다. 전북정치권이 원팀이 돼서 대선 때 14.4%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 국회의원 중앙정부를 상대로 전북의 현실을 잘 설득해서 국가예산을 가져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극도로 대립된 상태에서 김 지사가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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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2.19 15:43

총장 늑장 임명이 남긴 것

총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대학 행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전북대가 그동안 말 못할 속앓이를 해왔다. 양오봉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더디게 진행되자 마음을 졸인 건 사실이다. 다행히 그에 대한 임명안이 14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통과함으로써 사실상 총장으로 확정됐다. 작년 11월 23일 총장 선거 후 3개월 만에 임명 절차가 끝난 셈이다. 일부에선 교육 자치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대학 구성원의 직선제로 뽑힌 점을 감안하면 검증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한솥밥을 먹으며 오랜 세월 평판과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잖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총장 공백이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북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교육부에 승인 요청 뒤 인사 검증 기간에 전임 총장 임기가 끝나면서 곧바로 교무처장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갔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입학 졸업 시즌과 총장 인사 검증이 겹쳐 학사 행정에 부담을 준다는 것. 그래서 총장 선거일을 조정해 이 기간은 피해야 한다는 대안론도 나온다. 통상 교육부의 총장 후보자 검증이 두 달 정도 진행된다는 점에서 자구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늑장 임명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전임 김동원 총장도 뚜렷한 이유 없이 40일 넘게 임명이 지연되면서 행정 혼선만 키웠다. 2006년 김오환 총장 후보자 때는 교육부가 부적격 결정을 내리자 대학 측이 자율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늑장 임명의 관행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총장 직선제 폐해도 무관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인 선거 뺨칠 정도로 학내 파벌은 물론 보직 임용을 미끼로 기득권 먹이사슬을 형성해 반목과 대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북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작년 총장 선거 때 입후보자의 보직 임명을 막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4년 전 선거 때는 경찰 개입 의혹이 불거져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선두를 달리던 유력 주자에 대한 경찰 내사설이 선거판을 흔들면서 후폭풍에 오래 시달려야 했다. 배경을 두고 지금도 추측이 나돌면서 총장 선거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지방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내년 전국 4년제 대학, 전문대 모집 인원은 51만여 명이지만 올해 고교 졸업생은 39만여 명이 고작이다. 2023학년도 정시 경쟁률 3대 1을 밑돌아 사실상 ‘미달'로 분류된 대학의 86.8%는 지방대다. 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대학은 신입생 감소와 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저출산 경향이 심각 단계를 넘어서며 대학 존폐뿐 아니라 지역 소멸 위기론까지 불거진 게 현실이다. 총장의 늑장 임명도 결국 생존 위기에 내몰리는 지방 대학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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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2.16 17:15

[금요수필] 액땜

어제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가는 길이었다. 면회 시간이 늦지는 않았지만, 평소 습관대로 차를 몰았다. 앞차가 좌측 방향지시등을 켰다가 갑자기 내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피하기에는 뒤에 따라오는 차와 간격이 아슬아슬했다. 재빨리 핸들을 돌리는 순간 차체가 흔들렸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더니 일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운전석 옆자리에 계신 어머니께서 많이 놀라셨다. 호흡을 고르고 내렸다. 관련된 두 차량 운전자가 모두 아들뻘보다 아래인 듯 보였다. 내 앞에 가며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는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문제는 나와 접촉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이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어쩔 줄 모르고 아버지께 연락하겠다며 전화기를 꺼냈다. 두어 달 전이었다. 딸아이가 사진을 보내고 이어서 전화가 왔다. 사진에 뒤쪽이 움푹 패고 길게 긁힌 딸의 차 모습이 보였다. 녀석이 후진하다 주차한 트럭을 받았다. 그쪽은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더구나 상대방 어르신이 이해해줘 감사하다며 음료수 한 병에 고마움을 담아 전했다고 했다. 딸은 차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 차를 산 뒤 얼마나 좋아했던지 눈에 선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내고 마음 졸였을 딸아이를 생각하니 짠했다. 처음 겪은 사고라 많이 당황하고 걱정이 가득했을 터이다. 상대가 너그럽게 배려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내가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어제 사고는 일방적인 과실은 아니지만 내가 급하게 끼어들면서 일어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그쪽 차량은 긁히기만 했다. 딸이 냈던 사고를 떠올리며 내가 수리해주마고 했다. 잠시 후 상대방 아버지와 보험회사 직원 그리고 공업사 측에서 도착했다. 공업사 사장이 아버지를 한쪽으로 데려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보험처리 하지 않는 조건으로 현금 백만 원을 달라고 했다. 터무니없었다. 내 것은 금쪽같고 남의 것은 휴지만도 못 한 게 돈이라지만, 내 차는 파손이 심한데 그렇게 요구하는 상대방이 야속했다. 한마디 쏘아 주고 싶어도 말만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리고 말았다. 너무하다 싶어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액땜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닥쳐올 모질고 사나운 운수를 다른 고생으로 미리 대신한다는 말이다. 보름 후 아들 혼례가 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요즘 각별하게 언행을 조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낸 나를 자책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생각을 바꿔 먹기로 했다. 좋은 일을 앞에 두고 더러 시샘하는 듯 안 좋은 일들이 따른다.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을 호미로 막았다고 여겼다. 어머니도, 나도, 그쪽 운전자도 아무런 부상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만한 게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새벽, 아내와 뒷산에 올랐다. 아내의 속도에 맞추면 양에 차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보폭을 조절하며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산에서 내려오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어제 있었던 찜찜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내 먼저 집으로 보내고 헬스장으로 갔다. 트레드밀에 올라 숨이 턱에 차오를 때까지 속도를 높였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가훈을 떠올리며 날숨에 뾰족했던 내 마음속 찌꺼기를 담아냈다. 아침도 거르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눈높이와 키를 맞춘 햇살이 길게 목을 빼고 있었다. 순간, 눈썹 위로 떨어지는 땀방울이 반짝였다. 송태규 수필가는 원광고와 원광중, 원광여중 교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북 작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필 '손잡이'(에세이 문예)로, 시 '아무거나'(시인정신)로 각각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수필집 '마음의 다리를 놓다' , '다섯 빛깔로 빚은 수채화, 공저', 시집 '말랑한 벽'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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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6:53

봄날엔 그 노래를 듣는다

벌써 도타워진 햇볕과 청명한 날은 추위로 웅크렸던 날에 대한 보상이다. 그래서 봄이 온다는 소식은 기껍다. 곧 한파를 견딘 산수유와 생강나무에 노란 꽃이 피고,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가지에는 연초록 새순이 돋을 게다. 아침에는 껍질 째 사등분으로 쪼갠 사과에 곁들여 호밀빵과 견과류를 챙겨 먹었다. 포만의 행복은 없지만 한 끼로 부족하지 않다. 봄기운을 더 느끼려면 둔덕이나 빈 밭에서 나온 냉이나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와 머위나 두릅 같은 나물을 된장이나 액젓과 버무려 들깨가루를 넣어 곁들여 먹어야 한다. 입안에 퍼지는 흙냄새는 기력이 쇠해진 사람이 묵은 병마저 떨치고 일으켜 세울 만한 봄의 보약이다. 아직 조춘(早春)의 바람 끝은 차다. 이맘때 유독 알러지가 심해진다. 연신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흐른다. 항히스타민 류의 약을 한두 알 먹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약의 내성을 피하려면 몸의 면역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한 세기를 먼저 살다 간 젊은 시인은 '바람이 부는데/내 괴로움엔 이유가 없다'(윤동주, '바람이 불어')라고 노래한다. 바람이 일깨운 괴로움엔 이유가 없다고 했다. 눈 녹은 물이 종일 흐르는 하천에는 일찍 겨울잠에서 깬 산개구리들이 모여 우는데, 어짜자고 어쩌자고 바람은 우리 안의 괴로움을 일깨우는 것일까. 낮엔 겨우내 덜컹이던 낡은 부엌문 문짝의 헐거워진 경첩의 나사못을 죄고 못이 빠진 판자에는 새로 못을 박는다. 봄볕 아래 낮잠을 자던 고양이들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한다. 허기로 출출해져 서둘러 잔치국수를 끓여 한 그릇을 비우고 약수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양지에 의자를 내놓고 무릎에 담요를 덮은 채 책을 읽었다. 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봄날의 낮은 까치 꽁지만큼이나 짧다. 누가 서편 하늘에 낡은 피를 한 양동이나 쏟았나? 어느새 뉘엿뉘엿 지는 해는 핏물인 듯 붉은 석양에 잠겨 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다. 춥다고 실내에 웅크려 있던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소리를 지르며 캐치볼을 하다가 돌아간 뒤 저녁답의 땅거미가 내려온다. 살아 있다는 것은 망각과 상실의 세월을 산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십여 년이 지났다. 어머니 애창곡은 옛노래 '봄날은 간다'였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그 노래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노래에 울컥했는데, 노래에 어머니의 온갖 슬픔과 시름이 다 녹아 있었던 탓이다. 앙가슴에 쌓인 회한의 내역도 아득해져 이젠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그 아득함에 맞물려 홍콩 영화 전성시대의 배우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어머니의 봄날은 짧았다. 발 없는 새 같이 산 어머니가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것은 이른 봄이다. 침상에 누운 어머니의 핏기 없이 하얀 발이 이불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그 발을 무심코 쓰다듬었는데 얼음처럼 차가워서 섬뜩했다. 어머니가 임종을 맞는 순간 여동생 셋이 일제히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오열했다. 2월 하순께 장례를 치르고 납골당에 모신 뒤 돌아왔다. 며칠 동안 어머니의 빈자리는 텅 빈 채로 허전했다.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고 혼자 있는데, 새벽마다 부엌에서 성경을 읽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시름없는 천국을 꿈꾸며 고된 생의 날들을 견디셨던 것일까. 아버지는 거듭된 사업 실패로 노동의 의욕을 잃은 채 오랜 세월 바깥 활동을 접고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어머니가 무기력한 아버지를 대신해 식솔을 챙기셨다. 초등학교 졸업 학벌에 기술도 익힌 게 없으니, 어머니가 감당할 노동은 남들이 다 기피하는 하찮고 궂은일뿐이었다. 이제는 어머니가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빈다. 젊은 날엔 봄도, 봄꽃에도 태무심하다가 나이 들어 봄꽃의 화사함을 알아보고 감탄하게 되었다. 부쩍 부고 소식이 잦은 봄날, 병과 죽음은 이렇듯 흔한데, 어쩌자고 어쩌자고 봄꽃은 마구 피어나는가? 담주엔 열일 제쳐놓고 봄 바다를 보러 떠나자. 눈이 시리고 가슴 탁 트일 때까지 통영의 쪽빛 바다를 보자. 중앙시장통 허름한 식당에서 도다리쑥국을 사먹고, 박경리 문학관도 둘러보자. 이튿날을 쌍계사로 건너가 대웅전 부처도 만나고 뒤뜰을 살뜰하게 돌아본 뒤 하동에서 재첩국수 한 그릇을 먹은 뒤 상행 열차로 돌아오자.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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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5:04

청년농촌활동가들이 뭉치면 생기는 일!

“내난마을로 내가 시집와서 50년 만에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고, ⋯⋯ 앞으로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마칩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리며 마이크를 잡은 할머니의 멘트가 나오고 잠시 후 마을 주민분들의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지난해 익산시의 성당면에 소재한 내난마을이라는 곳에서 열린 작은 마을 축제 “주민 재능잔치 노래자랑” 기록영상의 한 장면이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사회적 경제공급기반 조성을 위한 공모사업에 선정된 익산시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9명을 선발하여 청년농촌활동가로 위촉하고 역할을 부여하였다. 사회적경제 관련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에는 도심지와의 떨어진 거리와 비례하듯 농촌의 주민분들, 특히 어르신들에게는 그 수혜 가능성이 꽤 희박하다.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체험‧휴양마을과 같은 사업을 운영하는 특출한 이장님이나 위원장님이 있거나 그 마을에 유능한 청년농업인, 혹은 오지랖이 넓은 지역주민이 있지 않고서야 일반적인 마을에는 사회적 서비스나 문화 혜택을 받기에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농촌 마을의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의 소리를 직접 듣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하거나 지역자원 연계가 필요한 곳에는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연계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바로 농촌청년활동가들의 역할이다. 내난마을의 행사 또한 그러한 차원에서 활동가들이 지원하러 갔었고 행사 준비과정에서 영상 촬영과 편집, 유튜브에 업로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는데 할머니가 신나게 노래한 뒤 마이크를 놓지 않으시고 하신 그 말씀의 여운이 아직도 내 안에 진하게 남아있는 모양이다. 농촌모니터링, 농외소득, 청년인큐베이팅분야로 활동가들을 나누어 각 영역에 특화된 서비스를 지난해 7월부터 공급하고 있는데 농촌모니터링 활동은 농촌의 가장 중심소득원인 농산물 생산 농가들을 위한 서비스로 익산시의 마을전자상거래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홍보마케팅 지원이 가장 큰 임무이다. 또한 농외소득 활동은 농촌의 농산물 이외에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농경문화자원, 자연생태자원, 전통문화자원 등 공동체의 가치와 역사적 흐름이 담겨있는 자원들을 발굴하고 개발하여 농외소득 창출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체험‧휴양마을의 활동을 돕고 있다. 현장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체험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및 신규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하거나 고객 서비스 개선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청년인큐베이팅활동은 먼저 농촌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청년 인적자원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활동과 관련 거버넌스 구축을 바탕으로 관계기관들의 협조체계를 마련하여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농촌에 필요한 인적, 물적자원을 공급하는 일이다. 단순하게는 청년들의 귀농·귀촌을 돕기 위한 상담 활동부터 지원사업 신청을 위한 사업기획 컨설팅은 물론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 관련 기관들을 연계해주는 매칭 서비스까지, 생각보다 농촌 현장에 필요한 요청들이 많아 오히려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겉으로 보기에 농촌에 청년들이 꼭 도움만 주는 건 절대 아니다. 할머니의 고백이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것처럼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되고 우리는 그만큼 더 자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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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5:04

미국은 왜 망하지 않는가?

흔히들 미국은 돈이 없으면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고 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먼저 현재 미국의 국채규모부터 살펴보면 31조 달러로 한화로 따지면 무려 3경 9000조원 정도 됩니다. 부채규모도 문제이지만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부채비율은 2021년 말 기준으로 138%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46.9%에 불과하고, EU국가 중에서 병자취급을 받는 포루투갈의 128%보다 10%가 높은 수준으로 디폴트 선언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달러화는 기축통화(Key currency)의 절대 강자입니다. 기축통화란 국제무역이나 금융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를 의미하는데 현재 달러, 유로화정도가 기축통화로 통용되며 실제로도 국제거래의 3대 메이저로 꼽히는 석유, 무기, 곡물시장에서는 달러화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축통화국으로서의 미국 정부의 부채는 다른 나라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즉, 미국 정부의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통용되므로 미국 정부는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장 낮은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하면, 다른 나라 정부나 시장에서 즉시 매입하게 됩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채무를 상환하지도 않고, 무이자에 가까운 이자만 부담하고 다른 채권을 발행해서 돌려막기 하면 되므로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채권만 발행하면 됩니다. 즉 달러를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무한정 부채규모를 늘릴 수는 없고 그 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현재 법이 정한 한도는 31조 4천억 달러로 거의 상한선에서 겨우 4천억 정도의 여유밖에 없으므로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 미국도 디폴트 선언을 해야 합니다. 이제 방법은 여당인 민주당과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협상을 해서 법 개정을 통한 부채한도를 늘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처하면 행정부와 하원이 정치적 거래를 통해 부채한도를 늘려 왔으며 실제로도 2011년도에 양당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국제신용평가사인 S&P가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하향 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1939년 국가채무한도 제도를 시행한 이후 채무한도의 증액에 실패한 적은 한번 도 없었습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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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5:04

전북 특성 담은 특별자치도 만들어라

전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전안으로 야심차게 제시한 '국제생명경제도시'가 전북만이 지닌 독특한 정체성과 차별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보다 명쾌하고도 확실한 미래 청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제주특별자치도의 비전은 '국제자유도시',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은 '미래산업 국제도시'인데 사실 전북이 이 지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성을 과연 무엇으로 담아낼지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전북도는 구체적인 세부적 특례 발굴에 집중하고 있으나 정작 가장 테마가 될 만한 비전 제시는 다소 미흡한게 아니냐는 쓴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전북도는 오는 2024년 1월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전북만의 특성을 반영한 특례 310건을 발굴하는 등 세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북도는 특례사업 발굴추진단(단장 조봉업 행정부지사) 1차 보고회를 갖고 지방자치법에 따른 자치조직권에 관한 특례를 비롯해 △자치분권 △민생경제 △신산업 △농업·농촌·해양 △문화관광콘텐츠 △지역개발 및 SOC △안전 등 7개 분과 31건에 대한 특례를 발굴했다. 전북의 경우 국제학교 설치·운영 등에 관한 권한을 현 교육부장관에서 도교육감 및 도지사로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것 등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새만금 수변도시 내 국제학교를 차질 없이 설립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여야 의원 86명이 공동발의에 나서 향후 법안 심사 및 통과를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분권이라는 목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시·군 의견 수렴, 도민토론회 등을 통해 마련했다. 애초 준비한 181개 조문에서 몸집을 다소 줄인 136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특별자치도법 시행일인 6월 11일을 ‘강원특별자치도민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 등도 제정할 방침인데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신경제 국제 중심도시'로 비전의 가닥을 잡았다가 도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방향성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재검토 끝에 '미래산업 국제도시'로 새 비전을 확정했다. 한번 결정되면 변경이 어려운 만큼 차제에 전북의 특성과 향후 발전 방향을 제대로 담아내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전 제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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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6 13:00

담임 기피, 명퇴 증가… 위축된 교단에 활력을

교단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고교에서는 정규직 교사들의 ‘담임 기피’ 현상이 심해져, 기간제 교원이 담임 업무까지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담임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점점 많아지는 데다 학생 생활지도나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부담이 커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정년 이전에 교단을 떠나는 교원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퇴직한 도내 초·중·고교 교사는 334명에 이른다. 도내 명예퇴직 교원은 2018년 191명에서 2019년 229명으로 늘더니 2020년에는 321명을 기록했다. 이어 2021년 355명, 2022년 334명으로, 최근 3년간 한 해 300명 이상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물론 재직기간 20년 이상인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각 일 것이다. 명퇴수당에 따른 경제적 혜택도 고려 요소일 수 있고, 100세 시대 좀 더 일찍 제2의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명퇴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교사들의 명예퇴직 증가 원인으로 교권 추락 등 교육환경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학생 지도와 학부모들과의 소통이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져 정신적 부담이 된 것도 한 원인이다. 담임 기피 현상과 명예퇴직 증가 사례에서 나타나듯 지금 교육 현장은 크게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다. 저출산 시대, 정부의 교원 정원 감축 기조로 교사 신규 임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학교 현장은 더 활기를 잃고 있다. “정년을 채우겠다는 교사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하는 교사도 있다. 이제는 막무가내로 스승의 역할, 교사의 사명감을 요구할 수도 없다. 교육의 한 주체인 교사들이 이처럼 의욕과 활력을 잃게 되면 결국 피해는 우리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유능한 교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교권확립을 위한 당국의 대책이 절실하다. 전북교육청이 교사를 포함해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전라북도교육청 교육인권 증진 기본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무척 반길만한 일이다. 아울러 교육현장에 교사부족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젊은 예비교원들의 신규 임용을 예정보다 확대해 교직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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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2.16 11:56

신동진 벼, 보급종 퇴출 단계적으로 해야

정부가 도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쌀 품종인 ‘신동진’ 벼를 정부 보급종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공공비축미 매입도 제한할 것으로 알려져 농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쌀 공급이 넘쳐나고 소비는 줄어드는 쌀 시장을 생각하면 정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20년 넘게 재배한 품종을 바로 교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시에 퇴출시키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재고량 적정 유지 및 품종 다양화, 생산단수 정부 기준 초과를 이유로 신동진과 세일미를 2024년부터 공공비축미 매입제한 품종에 추가했다.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고육지책인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쌀값이 폭락하자 1조원을 들여 45만t의 쌀을 사들였다.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수확기 격리 물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수매물량과 별개로 정부가 확보한 공공비축미 45만t까지 감안하면 모두 90만t을 격리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해 쌀 생산량의 20%가 넘는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2017년부터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과 정부 보급종에서 다수확 품종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쌀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는 쌀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외 기준은 단수가 10a당 570kg이 넘는 품종이다. 그러나 품질이 좋으면서도 수량이 많은 ‘신동진’ 벼 품종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신동진은 고품질이면서도 단수가 596kg에 이를 정도로 수량도 많이 나온다. 또 이들 품종을 보급하지 않을 경우 어렵게 개발한 우수품종이 사장된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신동진은 전북지역 재배면적 기준 53%를 차지한다. 전국적으로도 13%를 차지해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다. 이러한 신동진을 하루아침에 퇴출시키면 농민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된다. 다른 품종으로 바꿀 경우 수확량이 많고 밥맛이 좋은 신동진에 비해 소득이 줄어든다. 또 새로운 대체품종을 선택해 적응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과 손해를 농민들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다. 농협도 판로가 무너지고 미곡종합처리장(RPC) 설비 변화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는 농민들이 다른 품종으로 전환하는 시간을 갖도록 단계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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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8:43

배출사업장 사전 예고제, 기업하기 좋은 전북의 시작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증가를 위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기업 유치 경쟁은 전국 곳곳의 산업단지 조성과 특화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며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한편 지역의 생산시설 증가와 이로 인한 경제 발전 이면에는 환경오염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전라북도는 환경오염 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드론 등 신기술을 접목한 환경오염 방지·감시 체계를 운영 중이다. 현재 전북지역 8개 산업단지에는 총 948개의 대기·폐수 배출사업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관련 규정에 따라 환경오염 물질 배출과 방지시설 적정 운영상태 등을 정기·수시로 점검받고 있다. 하지만 단속과 규제만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 조성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친환경 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동참 없이는 청정 전북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는 환경오염 방지 정책과 동시에 환경보호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 행정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배출사업장 사전 예고제’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배출사업장 사전 예고제’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환경오염 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관리 상태 등을 점검해 환경오염을 사전 예방하는 제도다. 전라북도는 배출사업장 지도·점검 전 우리도 홈페이지에 대상 사업장을 게재하는 한편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우편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는 불시단속·사후규제 기조에서, 사전 예고를 통한 실질적인 환경오염 방지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담 환경팀이 없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자체적인 환경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운영일지 미기록 등 단순 실수에 대비하면서 환경점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심리적 효과도 기대된다. 효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전라북도는 2021년 총 90개의 배출사업장을 점검해 8개의 위반사업장을 적발했으나, 사전 예고제를 도입한 2022년도에는 점검사업장 130개 가운데 7개의 위반사업장을 적발해 전년 대비 39% 감소 효과를 보였다. 사전 예고제가 10월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정책의 빠른 안착을 실감할 수 있다. 사전 예고제는 대상 사업장이 점검 당시에만 일시적으로 관리하고 사후 환경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전라북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불시 점검을 실시하고, 위반사항 적발 시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다. 올해 전라북도는 배출사업장 사전 예고제를 도내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여 시행할 계획이다. 제도의 현장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 점검 방법 등을 사전 교육하고, 14개 시군과의 협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위반·예방 사례 홍보 강화로 현장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민선 8기 전북 도정은 ‘1기업-1공무원제’를 도입하는 등 기업친화적 정책에 나서고 있다. 기업과 행정은 지역발전의 동반자다. 배출사업장 사전 예고제는 기업과 행정간 신뢰의 시작이기도 하다. 신뢰를 바탕으로한 환경정책은 기업하기 좋은 전북, 지속 가능한 생태 전북을 구축할 것이라 믿는다. 2023년 계묘년. 기업과 행정이 함께 혁신하고 새로운 전북을 만드는 힘찬 발걸음을 기대해 본다. /조봉업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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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6:05

익산농협 찹쌀떡 열풍, 쌀 소비 활성화의 기폭제 돼야

익산이 일을 냈다. 찹쌀떡 하나로 온 세대의 취향을 관통해냈다.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매장, 라이브커머스까지, 온갖 판매처에서 연일 매진에 조기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 바로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 이야기다. 익산 하나로마트 앞에는 이 찹쌀떡을 사기 위해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줄지어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물량이 풀리자마자 매진돼 ‘떡픈런(떡+오픈런)’과 ‘떡켓팅(떡+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다. 쌀 소비의 새 활력을 찾기 위한 익산농협의 시도가 21세기 찹쌀떡 신(新)풍속도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쌀’을 활용해 만든 간식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생크림 찹쌀떡 열풍 직전, MZ세대 사이에서 쌀로 만든 전통 약과가 대유행하면서 ‘품절 대란’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최근 농민들의 생계 안정을 위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분의 쌀을 수매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부의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속적인 쌀 소비량 감소에 쌀값이 폭락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이처럼 쌀값 안정과 더불어 농민들의 생계 위협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별다른 대안 없이 반대하며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하고 있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 열풍과 ‘약과 품절 대란’등의 ‘쌀로 만든 간식’ 열풍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쌀 소비량 감소라는 근원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쌀 소비량 감소의 원인은 ‘밥’ 소비량의 감소다. 나날이 줄고 있는 밥 소비량을 다시 늘리기는 어렵지만,대신 쌀 가공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생산하고, 유행까지 성공한다면, 쌀 소비를 얼마든지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재정 부담이라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얼마든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 열풍이 농민들께 지속가능한 희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쟁에 기반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권의 협치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정부로부터 양곡을 매입한 매수자는 가공판매가 가능하다. 즉,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수매된 쌀 역시 제2, 제3의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과 같은 매력적인 상품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생크림 찹쌀떡을 만들어낸 농협은 양곡 매입 자격이 없다. 농협과 쌀을 이용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체에게도 매입 자격을 부여한다면, 쌀 소비량 견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과 공론이 바로 정치권에서 이뤄져야 한다. 민생 문제 앞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민께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초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300명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익산농협 생크림 찹쌀떡’은 쌀 농가 스스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낸 소중한 기적이고 희망이다. 정부는 식량안보의 최정점에 있는 쌀 농가의 노력을 외면하지 말고, 발전적 고민과 협치의 정신을 바탕으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길 바란다. /한병도 국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익산시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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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6:03

고향사랑

올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와 답례품 발굴로 여념이 없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가 현 주소지를 제외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 공제와 답례품을 받을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그 기부금을 재원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용 할 수 있는 제도로서 2008년 일본에서 먼저 시행된 고향 납세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해 도입한 제도로 지방 재정 형평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데 있다. 답례품은 아이디어 공모와 답례품 발굴 및 선정을 통해 기부자의 호응을 이끌어 냄은 물론 소득과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고 지역 특산품을 발굴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도를 먼저 시행한 일본의 경우도 기부금으로 저소득층과 교육 지원 등의 사업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힘을 모으는 재해 극복, 대대적인 식목 사업 추진 등 그 사용처가 다양하며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다. 현재 많은 지방 정부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인구 유출과 그로 인한 재정 악화 그리고 지역 활력의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중앙정부 예산만으로 지역의 발전과 경제 질서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이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의 독자적인 재원 마련 강화를 위한 돌파구 모색이 필요하게 되었고 지역 경제가 인적, 물적, 자원과 재원을 선순환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정 조달 방안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고향 사랑 기부제가 시행하게 되는바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해본다. 먼저 자율 기부를 유도할 수 있는 공공성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제도 홍보와 모금 활동에 따른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건전하고 자발적인 기부 문화를 형성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시군별 향우회, 애향본부, 친목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집중 홍보도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주소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어느 자치 단체든지 기부할 수 있는 고향 사랑 기부제 확대도 논의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성이 담긴 지역 답례품 개발·발굴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도 강구해 볼만하다. 답례품을 지역사랑상품권도 제공하지만 축제와 연계하는 고향 방문 활성화다. 예를 들어 익산 서동축제 식·숙박 우대권, 김제 지평선 축제의 농촌마을(숙박)체험 이용권 등 시·군별 축제를 활용하였으면 한다. 다음은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한 마일리지제를 운영하여 일정 횟수, 일정 금액에 도달하는 기부자를 표창과 포상을 실시 고향 사랑에 애틋한 사랑과 향수 등 동기 부여와 성취감을 느껴보게 하는 방안이다. 또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한 답례품을 불우시설, 사회복지시설, 경로당 등 단체에 지정 기부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기부제가 또 다른 기부를 낳는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고향 이웃사랑을 실천하는데 일익을 담당하리라 본다.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고향 사랑 기부제가 출향인은 물론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겠다. 그래서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고 고향 발전을 앞당기는 고향 사랑 기부제가 조기에 정착되고 활성화 되기를 빌면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마음에 담아 두었던 고향 사랑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유성민 에코에너지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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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6:03

대통령의 전북 방문

“오다가 쌀을 찧어 하시바(=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반죽한 천하라는 떡, 힘 안들이고 먹은 것은 도쿠가와” 일본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아주 유명한 말이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오다, 그는 천하를 거의 통일했고 철두철미한 도요토미가 완성했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가 돼 대대손손 260여 년간 에도 막부를 이어간 것은 덕장 도쿠가와였다. 평생에 걸쳐 어렵게 얻은 자리였기에 도쿠가와는 유훈을 남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걷는 것과 같으니 서두르지 마라”, “무엇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걸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는 것 등이 바로 그 유훈이다. 비단 일본에서 뿐이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업하는 이 따로있고, 수성하는 이 따로있는게 바로 세상의 이치다. 약 400년 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초대 이승만부터 시작해 수많은 이들이 평생을 노려 오르는게 대통령 자리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나 당 대표, 총리 한번 하지않고 단번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쿠데타로 권력을 움켜잡은 박정희, 전두환 또한 목숨을 건 승부를 건 도박끝에 청와대 주인이 됐으나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소위 보수대연합에 의해 최고 자리에 올랐다. 천운이 따랐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권부를 향한 장정이었다. 물론,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이준석, 안철수, 홍준표, 나경원 등을 포용해내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그는 덧셈의 정치를 뺄셈의 정치로 바꿨다.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 차기 권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화합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처럼 비주류를 아우르는 대범함을 보여줬어야 하나 꼴보기 싫은 사람이나 집단을 배척하면서 결국 ‘윤핵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하고, 어쨋든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을 첫 공식방문했다. 단순히 전북도청을 방문한게 아니고 한덕수 총리, 김관영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지사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는 모양도 갖췄다. 지방정부 조직의 실국 수나 부단체장 수 등을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하고 비수도권개발제한 구역해제 권한, 지역대학 재정지원 권한 등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전및 360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위에서 KBS, MBC 본사 지방이전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때 군산조선소 행사에서 갑작스런 전주MBC 아나운서 출신 사회자 교체, 전주 M한정식 집에서의 오찬 등이 에피소드로 전해지기도 했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볼때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말도 들린다. 결론은 대통령이 주는 선물을 받는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이젠 지방 스스로 성과물을 쟁취해야 하는 소위 ‘졸면 죽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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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2.15 15:34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국가사업으로

전북도와 군산시가 지역 조선산업의 안정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역점 추진해 온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이 터덕이고 있다. 정부 소관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인해 아직껏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사업인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구축사업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총 5316억 원을 투입해 군산항 7부두 내에 단지를 조성하고 시험연구센터, 기업 입주공간, 시설·장비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관공선과 함정 등 공무·국방의 목적으로 운항되는 특수목적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는 선진화단지를 통해 군산의 조선산업과 전북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국방력 강화와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글로벌 조선산업은 특수목적 선박을 친환경·첨단 선박으로 전환하는 추세로,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 움직임에 맞춰 글로벌 친환경 해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마련했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를 심의·확정했다. 국적선사 보유 선박을 저탄소·무탄소 친환경 연료선박으로 전환해 국제 규제에 대응하고, 2050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하여 해운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해양수산부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군산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구축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정부 발표는 외항선에 집중돼 있지만,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친환경 선박 전환은 관공선 등 특수목적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는 정부의 친환경 선박 전환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해군·해경 함정의 정비와 성능 개량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받는다. 특히 조선·해운업에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해 국내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해양수산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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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5 11:35

질문이 있는 교실

신학기 때 대학 강의실에서 가장 답답했던게 학생들 질문이 없는 거였다. 말이 되는가? 교실에 질문이 없다니. 왜 질문을 하지 않을까? 대략 세 가지 원인이 작동하지 싶다. 첫째,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고교시절 토의, 토론을 즐기는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과 나는 다투어 말을 하는 쪽이고, 친구 A는 주로 듣는 쪽인데 가끔 질문을 했다. "그게 뭐야? 그건 왜?" 우린 그 질문을 무시하면서 살짝 넘어가곤 했는데, 사실 A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바늘에 콕 찔린 기분이었다. 친구의 질문을 받고서야 나는 내가 잘 모른다는걸 알게 되었다. 모르는 걸 난 왜 아는 척 넘어갔을까, 질문하지 않았을까? 친구의 어떤 질문은 내 가슴에 새겨져 오랜 세월 되새기곤 했다. 난 A를 친구이자 스승으로 여겼다. 다른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나 보다. 친구들이 A를 말할 때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는데 '존경하는 친구'라는 것이었다. 말 잘하는, 많이 아는 친구가 아니라 질문하는 친구가 존경을 받았다. 아, 일찍이 공자 선생이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질문을 가로막는 둘째 원인! 자신의 질문이 시시해서 비웃음을 살까봐... 그렇다. 시시한 질문, 피상적인 질문이 있고, 깊이있는, 지혜로운, 깨달음을 주는 질문이 있다. 좋은 질문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통해 근육을 기르고 기술을 연마하듯 좋은 질문을 하려면 질문하는 근육을 길러야 한다. 깊이 있는 질문은 시시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를 드러내는 용기를 내야 한다. 시시하게 시작할지라도 질문하는 사람은 빨리 성장한다. 질문이 없으면 성장도 더디다. 내가 아는 한 시, 소설, 음악, 방송 모든 분야에서 고수가 된 사람은 모두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제일 나쁜 장애물은 질문을 싫어하는 분위기다. 질문을 '진도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기거나 심지어 '무례한 도발'로 여기는 풍토가 있다. 질문을 억압하던 군사독재 시대의 유물이 21세기에도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다. 위대한 스승 공자는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공자가 늘 묘당에 들어가 질문을 하자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말했다. “누가 공자보고 예를 안다고 했나? 매사에 묻기만 하는데.” 공자가 말한다. “그렇게 '묻는' 것이 예(禮)이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정확한 앎에 도달하도록 도왔다. 질문은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가 해야 한다. 질문이 학생을 앎에 이르게 한다. 천재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은 말한다. “질문이 없는 '답'을 갖기보다 차라리 답이 없는 '질문'을 갖고 싶다.” 교실에서 교사의 정체성은 '질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새학기, 질문이 풍성한 교실이 되면 좋겠다. 질문이 있는 교실, 교사가 이끌어야 한다. /한긍수 전북도교육청 정책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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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3.02.14 17:45

전주시와 새만금청은 외지업체 놀이터인가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사업들이 외지업체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최근 전주시가 추진하는 종교치유순례사업 프로그램 운영업체가 외지업체로 돌아갔고 새만금개발청이 가드레일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과도한 규격제한으로 전북업체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소식이어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전주시나 새만금개발청을 비롯한 전북지역 공공기관들은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지역업체를 배려하고 세금이나 지역자금이 역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힘썼으면 한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는 13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국가공모로 진행되는 종교문화여행 치유순례길사업 프로그램 운영업체가 광주업체로 선정된 데 대해 해명을 촉구했다. 이 사업은 종교문화자원과 예술공간을 연계한 사업으로 전주지역 종교계가 2009년부터 진행해 왔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협의회는 "오랜 경험과 이해도를 갖춘 세계종교평화협의회 혹은 전주지역 시민단체·업체가 맡도록 요청했지만 시는 이를 거부했다"며 "전통문화가 우수한 전주의 이점을 살리면 종교역사를 결합한 문화관광컨텐츠 개발이 용이할텐데 시에서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외지업체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지역업체를 우선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적법한 평가에 따라 타 지역업체가 선정됐다"고 해명했다. 또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남북도로 건설공사 2단계 1공구에 투입될 가드레일 납품업체 선정에서 규격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시했다. 이를 충족하고 납품할 수 있는 전북업체는 단 하나도 없어 외지의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전북지역 업체들은 대체로 영세하고 기술력도 뒤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충분히 실력을 갖춘 업체마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다.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부산과 대구, 대전시 등은 지역업체에 대해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지역업체 참여율 확대 등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지역보다 더 열악한 전북의 경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그리고 지역업체들도 행정지원에만 의존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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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2.14 17:45

<전북선거관리위원회 기고>“세상에 공짜는 없다”

오는 3월 8일 실시하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이 이제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조합장선거는 앞으로 4년간 260만 조합원을 위해 전국 총 1,346개 조합(농협 1,114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2개)을 이끌어갈 일꾼들을 뽑는 선거이다. 조합장선거는 단순히 조합이라는 단체의 장을 선출하는 선거의 의미를 넘어 지역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에 공직선거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및 산림조합법에 따른 조합장선거와 중앙회장선거는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탁하여 실시되어 왔고, 그 결과 조합장선거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조합장 선거에서는 고질적인 ‘돈 선거’가 더욱 은밀하고 지능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일부 조합원의 경우 이번 선거에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는 등 금품수수를 당연시하는 풍조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또한, 조합장선거의 경우 공직선거와 달리 선거인 수가 적기 때문에 당선을 간절히 바라는 후보자로서는 자신에게 확실히 표를 줄 수 있는 조합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잘못된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만약, 조합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조합원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면서 돈이 든 봉투를 몰래 준다면, 과연 그 돈은 조합원에게 ‘공짜 돈’일까? 조합장은 임기 4년간 직원 인사와 예산은 물론, 예금과 대출 같은 신용사업, 생산물 판매와 유통 등 각종 사업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점에서, 후보자든 조합원이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엔 공짜는 없다’라는 말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후보자가 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에게 돈을 주고 당선되었다면, 해당 조합장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임기 중 자신이 지난 선거에 지출한 비용보다도 더 많은 금전적 이득을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조합장 임기 중 조합장의 연봉으로는 선거 때 지출한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면 배임이나 횡령 등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과 전혀 무관할 것일까? 이 질문에 우리 모두 곰곰이 답변을 생각해 본다면, 그 결론은 명확하다. 조합장선거에서 금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만이 조합의 가치를 올리고 조합원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다. 또한 선거가 깨끗해져야 조합운영이 투명해지고 신뢰가 쌓여 조합원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고질적인 금품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금품제공 신고자에게 최고 3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금품을 받은 사람은 최고 50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모든 단속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후보자와 유권자인 조합원 그리고 국민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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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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