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4:41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타향에서] 나날이 가꾸어야 하는 민주주의

서울 도심 사무실에서 창밖을 가만히 내다 본다. 7월 아침 해가 벌써부터 예열을 하는 듯하고, 출근길 직장인들 발걸음이 분주하다. 커피숍에는 헤드셋을 착용한 학생이 노트북을 살피고 있다. 신문을 통해 야당이 새 정부의 장관 후보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날선 말이 오가지만 아무도 제재되지 않는다. 참 평범한 아침 일상이다. 그런데 이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그런 존재였다. 공기처럼 늘 곁에 있고, 의식적으로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누구든 자유로이 말할 수 있고, 다투어야 할 때 폭력이나 총 대신 대화와 투표용지로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우리는 그러한 일상을 살면서 민주주의가 당연한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3일, 그 믿음은 흔들렸다. 윤석열 전대통령의 전격적인 비상 계엄령 선포는 헌정질서를 훼손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 충격 그 자체였다. 총과 군화가 정치의 도구로 다시 등장할 뻔한 순간,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수십년 전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야 했다. 그 동안 묻혀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혼돈스럽고 위태로운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의 응원봉만이 아니었다. 전주·부산·광주·대구·대전·춘천·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남녀노소 시민들이 손팻말을 흔들며 광장과 거리를 메웠다.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피고인 윤석열을 파면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바로 그 민주주의와 헌정 회복의 열망 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민주주의를 다시 튼실하게 재건하고, 국정에 더 많은 시민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격의 없는 타운홀 미팅을 하고, 국회에서 시정 연설을 하고, 저잣거리에서 삼겹살을 굽는 것을 보면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회, 헌법재판소, 정부나 대통령의 노력만으로 온전해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일상적인 실천과 행동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선거 때 투표를 하는 일,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일, 마을 토론회에 가서 한마디 보태는 일. 하나 하나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들어 가는 작지만 큰 실천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전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매년 민주주의 성숙도를 진단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작년에 32위를 차지하여 ‘결함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구분되었다. 22위였던 2023년에 비해 10위나 하락한 결과다. 그렇지만, 조만간에 2024년 이전의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최상위 단계로 재진입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국민이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한과 책무를 전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잘 행사하리라는 것을 고스라니 체험했기 때문이다. 계엄과 탄핵과 대통령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오늘은 누구의 하사품도,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닌, 나와 주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투표로, 말 한마디로, 참여로 인해 나날이 가꾸어진 결과이다. 민주주의는 그렇게 우리의 눈길과 손발을 필요로 한다. △김춘석 부문장은 전주 상산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조사협회 대변인, 한국조사연구학회 이사, 한국갈등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3 18:13

[기고]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실현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의 탄생을 축하한다. 이를 계기로 전북특별자치도의 경제·산업발전과 아울러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신정부의 공약중의 하나는 탄소중립 녹색 성장의 달성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일상생활이나 산업공정상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뤄나가자는 것이다. 전북은 이처럼 산업과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모델을 구현하기에 그 어느 지역보다도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새만금지역은 이제 과거 35년간의 개발 역사를 넘어 산업의 시대로 이행해 가고 있는데, AI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신산업의 유치·육성의 기회가 주어져 있다. 기존 수도권과 타지역이 갖지 못한 풍부한 신재생에너지와 광활한 산업용지를 가지고 있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이를 적용하는 새로운 산업과 기업투자가 뒤따른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미국 엔비디아가 피지컬(Physical) AI의 플랫폼으로서 ‘코스모스’라는 경악스러운 모델을 세상에 내놓을 줄 누가 알았단 말인가? 어쩌면 새만금의 뒤늦었던 개발속도에 고마워해야 할 지도 모른다. 백지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존 전북도내의 탄소, 수소, 전기자동차, 이차전지, 농생명바이오 등 기존 신산업에 더하여 AI혁명을 뒷받침할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값싼 전력요금에서 나온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RE100산단에 전력요금의 혜택을 주어 수도권 대기업들이 전북지 역으로 이전토록 하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수도권 기업에게는 교통혼잡 부담금처럼 송변전 부담금을 물리는 페널티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그 리고 데이터센터의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열을 회수하여 발전시키는 기술(ORC)을 적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에서 산업공정 상 발생하는 폐에너지의 재활용 및 탄소중립 시스템의 설치를 유도하는 도 조례를 제정할 수도 있다. 셋째, 최근 전북도가 추진중인 피지컬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공장을 지향하는 도내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아울러 AI 기술인력의 양성이 필요하 다. 전북도내 대학들이 관심 기업들과 연합하여 AI 융합대학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있다. 넷째,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폐열회수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의 체계적이고도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전북 에너지공사’의 설립도 시급히 추진해 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래 신산업은 양질의 값싼 에너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공모사업으로 전북도가 준비하고 있는 ‘전 북형 분산에너지 특화사업모델’에 사업지원주체로서 포함하면 좋을 것이다. 신정부 들어서 전북 정치인들이 행정부처에서도 중책을 맡은 지금의 시기를 잘 활용하여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선도지역 역할을 실현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간 산업발전과 환경보호간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신정부가 지향하는 또 하나의 통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3 18:13

[오목대] 방위백서와 한일수교 60년

일본이 해마다 주변국 군사 동향과 방위 정책을 분석해 공개하는 방위백서에 올해도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았다.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열도의 4개 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방위백서는 일본 정부의 공식 안보 문서다.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억지를 부려온 것은 21년째. 지난 2005년부터 이 같은 주장을 이어왔으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일본 영토에 ‘다케시마’로 표기된 독도가 포함된 지도를 담은 어린이용 방위백서까지 발간해 전국 초등학교에 배포하면서 영유권 왜곡 논란을 키웠다. 우리 정부가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다양하고 끈질기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일본은 또 으레 겪는 관행쯤으로 여기고 지나갈 것이 틀림없다. 이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맷집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되돌아보면 일본의 끈질긴 역사 왜곡은 시도 때도 없이 이어져 왔다. 전략은 치밀하고 기민하기까지 했다. 2021 도쿄올림픽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해,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루트를 표시하는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인 양 그려 넣었다.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면 확인할 수 있는 치졸한 방식이었다. 한국 정부가 독도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일본은 관방장관까지 나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한국 정부는 IOC에 중재까지 요청했지만, 지도는 끝내 수정되지 않았다. 이런 논란이 일자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독도)으로 되어 있다’며 ‘한국 측 요구에는 강하게 맞서면서 미국에는 항의도 하지 않는 보수파’를 비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다. 그러니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영토주권에 대한 부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장. 일본 외신기자가 한일관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독도를 둘러싼 영토 논쟁이 많지만 영토 분쟁이라 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명확한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에 분쟁은 아니고 논쟁이 조금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적 관계를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독도 논란이었다. 한일 수교 60년을 맞은 올해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거침없다. 60년이란 시간이 유독 허망해지는 이유다. / 김은정 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7.22 18:08

[사설] 뜨거워진 완·전통합, 주민판단 방해 말라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9월로 예상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찬반단체가 총출동해 각자의 주장을 펴면서 갈등 수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결국 판단은 완주군민이 해야 하고, 정치권과 찬반단체들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자신들만의 주장을 고집하면서 상대편을 배척·비방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주민투표일이 가까워오면서 찬반단체간 활동이 과열 양상을 띠지 않도록 자제와 금도(襟度)를 가졌으면 한다. 1997년 통합이 거론된 이후 이번에 4번째 시도되는 완주·전주 통합은 지난해 6월, 완주군민 6152명의 서명으로 시작됐다. 현재 대통령실과 지방시대위원회의 타당성 검토를 마쳤고 행정안전부의 주민투표 권고와 실제 투표만을 남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관영 도지사와 전주지역 정동영·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21일 전북자치도청에서 완주·전주 통합 추진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찬성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설치법을 제정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윤덕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105개 발전방안에는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에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현재 혜택 12년 이상 유지, 완주군의원 수 최소 11명·지역구 12년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기피 시설 이전 불가 등이 담겨있다. 이에 앞서 김 지사는 주소지를 완주군 삼봉지구로 옮기고 주민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반해 완주를 지역구로 둔 안호영 의원은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주민투표를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며 진행 중인 주민투표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희태 완주군수와 군의회는 읍면을 순회하며 통합반대 주민설명회를 갖고 완주군민의 자치권 수호와 독자성장을 외치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새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과 맞물려 있다. 나아가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정치권 등 전북을 이끄는 리더들은 좀더 넓고 멀리 봤으면 한다. 찬성측은 통 크게 양보하고 반대측은 대화를 무조건 거부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 시장과 유 군수의 TV 토론도 조속히 실시했으면 한다. 주민들 또한 냉정한 눈으로 자신들이 주인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2 18:07

[사설] 새만금 미래 RE100 산단 유치에 달렸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성장시키느냐 여부는 결국 RE100 산단 유치 여부에 달렸다. 특히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만큼 새만금에 이를 유치하느냐 못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 16일 TF 첫회의를 열고 규제 ‘제로(0)’ 기업 환경과 매력적인 교육·정주 여건 조성, 강력한 전기요금 인하 등 첨단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필수적인 인센티브 방안 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RE100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현행 에너지 수급 방식 대신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해 송전망 구축비용 절감, 에너지전환 가속화, 지역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RE100 산단은 일단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조성한 뒤 이를 전체 산단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RE100은 오는 203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기의 60%, 2040년 90%, 2050년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36곳이 참여하고 있다. 김의겸 신임 새만금개발청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새만금에 RE100 산단을 유치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실천하는 과정이며 결국 RE100 산단 유치라는 성과가 말한다. 김경안 전 청장이나 신임 김의겸 청장은 정책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론 강한 추진력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또 한편에선 실질적 성과를 어느정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없지 않다. 국회나 대통령실, 정부 관계기관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무슨수를 써서든 새만금에 RE100 산단을 유치하는게 급선무다. 이는 비단 새만금개발청장 한사람의 과제가 아니며 도내 자치단체장, 정치권 등이 함께 짊어져야 할 막중한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만큼 우선 당장 RE100 산단 유치부터 해결할 것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2 18:07

[새벽메아리] 빈집에서의 마을살이 그리고 나의 재생

이전부터 ‘촌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살아있고 윤이 나는 툇마루가 있는 한옥이면 더 좋을 것이다. 직접 텃밭도 꾸려서 오이나 상추를 따고 지인들을 초청해서 삼겹살 파티도 열고 싶다. 시골살이에 대한 이런 로망은 확실히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생긴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런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지역으로 내려온 지 8년차가 되어서야 드디어 나는 ‘마을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이런 기회를 얻게 된 배경에는 ‘희망하우스’라는 빈집재생 사업이 있다.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의 경우 국가의 지원금으로 집 일부를 정비할 수 있다. 그리고 리모델링된 주택은 5년간 무상으로 임대를 내어줌으로써 빈집의 활용성을 높인다. 타 시군의 1만원 주택도 사실상 무상의 개념이니 같은 제도다. 임대인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저소득층, 귀농귀촌인, 청년, 신혼부부,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외국인 근로자 그리고 ‘지역문화예술활동가’(!)이다. 나의 경우 엄격한 심사 과정은 없었으나 이장님을 위시하여 마을분들이 나름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이주를 승인하였다. 빈집 정책은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지자체별로 빈집 실태와 현황조사를 시작하던 초기를 지나 최근에는 지역재생, 청년주거, 커뮤니티 활성화와 맞물려 다양한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을 주택으로 바꾸는 경우는 좀 얌전한 경우이고 마을호텔과 게스트하우스, 공방과 카페 등으로 바꾸기도 하고 아예 빈집을 덜어내고 공용주차장이나 쌈지공원 등 공공장소로 전환하기도 한다. 몇몇 성공적인 사례들이 생기면서 빈집은 흉물에서 마을발전의 동력이 되는 공공자원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빈집과 인연이 깊다. 2006년 군산 해망동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이다. 달동네이던 해망동 곳곳에는 황량하게 남겨진 빈집들이 제법 있었다. 기획팀은 집주인을 수소문하여 일시적인 사용 허락을 얻었다. 빈집의 상태에 따라 수선의 규모는 달랐지만 원칙은 원래 그 빈집이 갖고 있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 문패의 이름을 따서 빈집 다섯채가 ‘누구씨네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빈집은 예술가와 만남으로써 새로운 공간으로 경험될 수 있었다. 일반적인 벽화나 조형물을 공공미술로 인식하던 시기에 특정 지역 전체를 문화적으로 디자인한다는 발상은 지금은 오히려 지역재생의 접근법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다. 사실 모든 도시재생, 지역활성화 사업에서 물리적 외관의 재생은 두 번째 문제이다. 어떤 공간으로 어떤 장소로 바뀌어야 하는가를 지역민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결정하는 참여 디자인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 사회적협동조합, 도시재생지원센터, 공공건축가, 커뮤니티 빌더 등이 결합되어 자립모델을 함께 구상하고 마을과의 협력모델을 구축하기도 한다. 외관보다 프로그램의 재생, 사람의 재생, 삶의 재생이 우선한다는 이야기다. 이장님이 희망하우스에 문화활동가(나!)를 들이면서 마을사람들의 기대가 크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처음으로 마을살이를 감행하는 나로서는 약간 걱정이 들기도 한다. 낮에는 문화활동가이지만 밤에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익명적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기획과 삶이 통합되는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이를 실천할 용기가 부족했다. 어쩌면 이번 빈집에서의 시골살이는 마을의 재생 이전에 나의 삶을 재생시키고 전환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내일 마을회관의 점심에 정식으로 초대되었다. 시골살이, 마을살이의 시작이다! △전민정 사무국장은 군산 해망동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장소특정적 공공미술, 리서치와 관계중심의 커뮤니티아트 등을 기획하고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2 18:06

[백성일의 정론직언] 조국을 자유의 몸으로 풀어줘야 인권신장

광복절을 앞두고 조국 전법무부장관에 대한 사면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그간 옥살이를 하는 조 장관이 멸문지화를 당할 정도로 너무 억울하게 되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인권보호측면에서 즉각 사면복권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하려다가 되려 정치검찰의 프레임에 갇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해도 즉각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가 계엄해제를 요구할 정도로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갖고 있다. 사실 조국혁신당도 민주당 못지 않게 국민들과 함께 계엄사태로 피폐해진 정국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6.3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했다. 그 이유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위상을 재정립 하기 위해서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서 지지했다. 사실 조국은 너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그가 검찰개혁을 하지 않았다면 정치검찰이 그를 일방적으로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위를 생각했더라면 얼마든지 수사를 피해갈 수 있었지만 검찰개혁이 너무도 절실한 개혁과제이었기 때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개혁의지를 불태운게 결국 부메랑 되어 인권유린이 될 정도로 강도높은 수사를 받아왔었다. 부산대가 동양대 표창장을 입시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음에도 그 죄를 물어 조국의 부인이자 딸의 어머니인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조국딸의 의대부정입학을 국민법감정을 자극해서 연일 조리돌림한 바람에 한 가정을 완전히 파판에 이르게 했다. 심지어 70여건의 압수수색을 하면서 딸의 일기장까지 가져가는 수사를 했던 것이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은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지냈던 조국을 수사하면서 정치적 야망을 키웠다. 그 이유는 국민 모두에게 대학입시부정은 참을 수 없는 공분을 불러 오기에 프레임을 짜 놓고 조국 일가족을 못살 정도로 조리돌림 했던 것. 공수처를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는 검찰개혁의 디딤돌을 놓았기 때문에 이토록 무자비한 수사를 통한 가혹한 보복을 당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조국 수사를 통해 조국이 2024년 11월 2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국민들은 그 판결이 너무 가혹했다면서 창당 한달만의 조국혁신당에 689만표를 주면서 12석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내란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된 이재명은 그 누구보다도 국민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다 보수다로 갈기갈기 찢겨 있어 국민을 하나로 묶는 사회대통합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조국을 사면토록 하는 것은 집약된 여론의 발로다. 이미 조국은 3분의 1을 복역했고 국민 법감정상 너무 가혹한 옥살이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광복절 때 특면사면권을 행사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법학자 34명이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을 촉구하는 청원을 용산 대통령실에 냈다. 이들은 한결같이 검찰권의 정치적 남용을 지적했다. 심지어 정성호 법무부장관도 형이 과도했다면서 사면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쯤되면 법률가들마저 이건 좀 과했다는 정서를 공유한 셈이다. 조국은 여전히 상징적 인물이다. 그를 사면하는 건 검찰개혁의 회귀를 뜻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매듭을 푸는 상징적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사면으로 면죄부를 준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미 그는 잃을 걸 대부분 잃었다. 장관직 사회적 명성 자녀의 평범한 삶까지 모두 내려 놓았다. 더 두들겨선 얻을 게 없다. 이번 광복절은 과거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용서의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대통합의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조국 전 장관을 특사에 포함시키는 게 형평과 정의의 정치적 균형을 발로 잡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5.07.22 18:06

[기고] 기금에 묶인 장애인표준사업장, 이제는 일반회계로 전환할 때

장애인고용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히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은 2025년 현재 전국적으로 약 808여 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장애인 약 3만 명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장애인표준사업장에는 예산 구조와 제도적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등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현재 장애인표준사업장 관련 사업은 일반회계가 아닌 기금사업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예산은 장애인고용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이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조성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예산이 기금사업으로 조성되다 보니 연계고용제도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계고용제도는 일반 기업이 장애인표준사업장과 같은 협력사업장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로, 기업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계고용이 활성화되면 기업의 ‘장애인고용부담금’ 기금 자체가 축소 될 수 밖에 구조이다 보니,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공단이 연계고용 제도 활성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지속 가능하고 자생적인 고용 모델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기금사업이 아닌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하여 국가의 책임성과 안정적인 예산 배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을 기업의 의무와 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의 책무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또 다른 구조적인 문제는 지자체 행정조직 내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업무를 ‘장애인복지과’ 혹은 ‘일자리경제과’ 등에서 간접적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 전문성 있는 행정지원 체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복지 관점과 일자리 정책 사이에서 장애인 고용이 중간 지점에 놓인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로인해 많은 장애인표준사업장들이 지금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실제로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고, 어떤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지자체 내에서 행정적으로 떠밀리고, 책임의 공백 속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장애인표준사업장들이 존립의 위협을 받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직접 담당하는 전담 부서와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장애인고용공단 및 고용노동부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기반의 장애인표준사업장들이 3만여 명의 장애인들을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지난 수년간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온 모범적인 고용 모델이다. 그러나 지금 장애인표준사업장은 제도적 한계와 행정적 공백 속에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장애인표준사업장의 예산 구조 개선과 지자체의 행정 지원체계, 이 두 가지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장애인표준사업장은 현재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힘겹게 유지해 온 장애인 고용마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2 17:52

[사설] 제2, 제3의 폭우 대비 만전 기해야

폭우에 이어 전북 전역에 걸쳐 무더위가 다시 찾아왔다. 21일 현재 도내 14개 시군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이다. 당분간 대부분 지역에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더울 전망이다. 온열질환 등 건강관리도 비상인데 우선은 극한호우로 인해 쑥대밭으로 변한 우리 주변을 하루빨리 복구하는게 급선무다. 시간이 가면 해결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조기 복구다. 이번 폭우로 전국에서 사망자가 17명, 실종자가 11명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사망자는 경기 오산 1명, 가평 2명, 충남 서산 2명, 당진 1명, 경남 산청 10명, 광주 북구 1명이다. 지난 19일 하루에만 3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진 경남 산청지역은 오늘날 기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산청군의 경우 극한 호우를 이유로 일부 읍면동이 아닌 관할하는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기는 했으나 전북 역시 이번 폭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17일 부터 20일까지 최대 465.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전북에서도 크고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전 8시 기준 남원 뱀사골 465.5mm, 순창군 456.9mm, 임실 강진 296.5mm 등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전북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주택이나 농경지 침수, 가축 피해 등은 더 늘어날 소지도 있다.도내에서는 특히 농·축산물 피해도 컸다. 순창군 등 5개 시군에서 63.7ha의 농작물 침수, 우사 등 7개 축사가 침수돼 6,200수(육계 6,150수, 오리 50수)의 가축이 폐사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몸을 피한 주민은 15개 시도, 95개 시군구에서 9782세대, 1만3492명으로 집계됐다. 임시 주거 시설을 제공받은 주민은 1629세대, 2444명이나 된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하고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은 폭우가 그쳤다고는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폭우가 내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당장 복구에 나서는 한편, 도내 취약지역 전반에 대한 예찰과 점검을 통해 제2, 제3의 폭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1 18:23

[사설] 민생쿠폰, 스미싱·스팸문자 주의해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어제(21일)부터 전 국민에게 지급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소비가 얼어 붙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이 생계마저 위협받게 되자, 새정부가 긴급히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급하는 소비쿠폰이 이를 악용하는 자들에 의해 피해가 우려된다. 소비쿠폰 신청과 관련해 발생하는 스미싱이나 스팸문자가 그것이다. 이번 소비쿠폰은 1차와 2차로 나눠 지급된다. 어제부터 지급되는 1차 소비쿠폰는 9월 12일까지 모든 국민에게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지급된다.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40만원을 지급한다. 지역에 따라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에게는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84개 시군의 주민에게는 5만원이 추가된다. 따라서 전북도민은 최소 18만원부터 지급받는다.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 편리한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모두 신청이 가능하나 첫 주에는 혼잡 및 시스템 과부하를 막기 위해 출생년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를 적용한다. 그리고 2차는 9월22일부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인당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1차와 2차에 걸쳐 지급되는 민생지원금은 13조9000억원 규모며 이중 12.4%인 1조7291억원을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전북의 경우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5대 5로 분담키로 했다. 소비쿠폰은 주소지를 관할하는 특별시·광역시 또는 시군 내에 있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11월30일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사 업종이 없는 면 지역에서는 하나로마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소비쿠폰 신청과 관련해 우려되는 점은 이번 사업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성 정책이고 신청과 지급절차가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져 디지털 범죄 조직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를 중시해 스미싱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정부와 금융사 안내 문자에는 인터넷주소(URL)가 포함되지 않으며, 링크 클릭시 악성앱 설치 및 금융정보 탈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신청 당시에도 스미싱 등 유사 수법의 범죄가 성행한 바 있다. 각별히 주의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1 18:23

​[오목대] 태연과 김태연⋯지역축제의 자화상

지역을 알리려다 망신만 당했다. 산골 작은 도시의 특산물 축제를 놓고 온라인 공간이 시끌벅적했다. 오는 9월 18일~21일로 예정된 ‘제19회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다. 붉은색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의 ‘레드 축제(Red Color Festival)’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아직 두 달이나 남은 이 레드축제를 전국에 떠들썩하게 알린 이번 논란의 중심에 정작 한우나 사과는 없었다. 발단은 초대 가수 문제였다. 축제 운영대행사 측이 전북 출신 인기 가수인 소녀시대의 태연을 섭외하지 못했는데도 포스터(시안)에 이름과 사진이 떡하니 오르고, 출연이 확정된 트로트 가수 김태연에 대해서는 장수군이 그 사실을 부인하면서 논란을 키운 것이다. 결국 장수군이 공식 SNS에 사과문을 올렸고, 가수 태연과 김태연은 둘 다 이번 축제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지자체와 축제 운영대행사 간의 소통 부재가 낳은 단순 해프닝일까? 장수군은 그렇게 해명했다. 지역축제 홍수 시대, 각 지자체는 ‘내 고장의 문화와 자연경관, 특산물 등을 널리 알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자는데 축제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축제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축제가 유명 대중가수들의 지방 순회공연장으로 속속 전락하고 있다. 실제 지자체의 축제 준비는 성수기 천정부지로 몸값이 치솟는 유명 가수 모시기 경쟁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행업체까지 내세워 그 경쟁을 돈질로 뚫어낸 지자체들이 마치 승전보를 전하듯 일찍부터 온갖 수단을 동원해 초대 가수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이번 장수군 축제 논란도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축제의 정체성을 뒷전에 밀어두고, 출연가수 홍보에 치중하면서 생긴 혼선이다. 유명 연예인을 모셔오는 게 축제 방문객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수막과 포스터 등 축제를 알리는 각종 홍보물은 초대 가수 이름과 사진으로 채워진다. 인구 2만여명의 이 작은 산골 도시에서 축제에 초대한 가수는 올해도 10팀이 훌쩍 넘는다. 노래 두세 곡에 수천만원씩의 혈세를 척척 안겨주면서 축제의 위상을 자랑한다. 떠나가는 이웃을 주름진 눈으로 바라보며 버텨온 지역 노인들이 구깃구깃 접어서 낸 혈세를 모아 윤기 좔좔 흐르는 연예인들과 이를 매개하는 거간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주민 화합의 잔치라고 외친다. 지방 소도시의 재정 형편이 넉넉할 리 없다. 정부에서 결정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도 상당수 지자체가 지방비 분담금 때문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이렇게 불쌍한 지자체들이 어느 지역, 무슨 축제에 가는지도 모른 채 돈벌이에 나선 배부른 연예인들에게 혈세를 퍼주는 일에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이럴 거면 굳이 지역축제를 열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지금 잔치를 벌일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5.07.21 18:22

[문화마주보기] 방학, 공부에서 벗어나 책 속 관계의 장으로

“야호, 방학이다!” 우리 친구들은 이렇게 환호성을 울리며 여름방학을 맞을까? 아니면 더 빡빡해진 학원 일정에 한숨짓고 있을까? 일찍 온 장마와 폭염, 기록적 폭우에 다시 폭염으로 이어지는 여름도 중턱, 슬금슬금 도내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되고 있다. 책마을해리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대단한 여름’ 속에서 우후에 솟는 죽순마냥 비 끝에 더 기세등등 키를 높이는 풀들을 깎으며 새로운 손님맞을 준비에 구슬땀이다. 일년내내 문 열고 책 손님을 맞는 책마을해리에 새로울 손님이란, 여름 책학교와 함께하는 어린이, 청소년 게다가 청년 들이다. 방학, 익숙한 학제에서 놓여나 새로운 경험을 길어올리는 시간이다. 학교 밖에서 만나는 낯선 관계의 장을 스스로 열고 확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도내 여러 기관에서도 다채로운 매체 체험, 진로체험, 예체능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편집자 입장에서 올여름 익숙한 공간을 떠나 새로 만나는 책과 생태공간, 사람을, ‘읽고 쓰고 책으로 펴내는’ 책학교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읽고 쓰는 일은, 인류가 이렇게 번듯한 문화의 틀을 갖추도록 매개해온 원리다. 문자체계, 활자를 통해 누군가와 만나는 일은, 그 누군가의 세계와 새로운 관계맺기다. 그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의 다양한 관계에 내 목소리로 내 표정으로 대응하게 되니 말이다. ‘어린이 청소년 시기를 <책>과 보내자’는 제안은 숏폼 콘텐츠가 난무하는 세상에, 더욱 유효하다. 지난 10년동안 책마을해리를 통해 대략 5천여 작가들이 태어났다. ‘내(우리)가 책을 펴낸다’는 것은 내가 듣고 말하고 읽고 경험한 것들의 총합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우리)’가 태어난다, 낳아진다. 그렇지 않아도 이 삼복더위에, 무언가를 낳는 일이 무척 고될 터다. 그 고된 펴내는 일은, 새로운 읽는 감각을 낳는다. ‘함께 펴내기’는 더욱 그러하다. 또래와 함께 펴내는 일은 감각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단의 또래 친구들과 같은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책으로 펴내는 일을 통해서다. 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책을 읽으며, 그 안에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아준 누군가의 감각을, 같은 것을 보았으나 나와 다르게 보아준 누군가의 감각과 마주하게 한다. 나의 감각이 ‘함께 펴낸 책’을 통해 모두의 감각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인류가 오랜 시간 그렇게 문명을 일궈온 것처럼. 얼마 전 전주고등학교 친구들은 지역 선배들을 인터뷰해 어르신 자서전 <마음은 여전히>를 펴냈다. 우리 근대를 관통해 살아온 그분들 삶을 글로 챙겼고, 책마을해리와 편집작업 함께하며 어렵사리 낳은 책이다. 이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라구한 교장의 글이 인상적이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생애는 각기 다르지만, 그 삶의 깊이를 담아낸 이 책이 전해주는 울림은 한결같습니다. 기억은 희미해질 수 있어도, 마음은 여전히 또렷하게 살아있다는 것. 그 소중한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이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친구들이 제각각 글에 담은 누군가의 삶에 공감하는 연습, 모두의 감각으로 확장하는 연습의 흔적을 말이다. 우리 친구들의 여름을, 도내의 크고 작은 도서관, 책방, 학교 안팎에서 읽고 쓰며 공감의 힘을 키우고 나누는 자리로 안내하자. 마침 책마을해리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만이 아니라, 방학 휴가 앞둔 청년들을 위한 출판캠프도 열어두고 있으니. △이대건 대표는 도서출판 기역 대표로 활동하며, 지역 이야기를 찾고 정리해 지역 안팎과 나누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1 18:22

[경제칼럼] 6차 산업화 성공적 모델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실용화 예산 지원 필요

농촌의 경영전략은 약 2010년부터 6차 산업 전략이 도입되어 현재 15년 차의 6차 산업화에 접어들어 있는 시점이다. 6차 산업은 농업인의 역할이 단순한 1차 산업인 농산물 생산을 넘어 농촌자원, 향토자원, 어메니티 자원등을 활용하여 2차 산업인 농식품을 제조 및 가공하여 브랜딩(브랜드, 포장디자인 마케팅 포함)하고 3차 산업을 통해 유통(온라인, 오프라인 판매전략), 체험, 숙박, 관광, 농가맛집, 직판 등을 포함한 융합형 농업경영모델을 정의한다. 특히 2, 3차 산업은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통 및 마케팅의 네트워크와 프로세스가 동시다발적 및 지속적으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농업경영인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트렌드에 맞는 경영방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여 농촌경영에 활용함으로써 농산업의 고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가치소비에 부응해야 한다. 처음 6차 산업이 도입되었을 당시 필자는 농촌진흥청에서 브랜딩, 유통 등이 포함되어 있는 2차 산업과 3차 산업에 대한 농촌디자인경영을 정립하여 농업인 인식제고와 역량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 및 교육을 과거에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농업경영인들에게 6차 산업의 정의를 인식시키고 생소한 2, 3차 산업의 이해를 위해 눈높이 교육, 교육 커리큘럼 개발, 표준디자인안 등을 개발하였으나 오랫동안 1차 산업 및 수매, 영농조합법인 등 정형적인 유통 방식과 공동체 경영 위주가 대부분인 농업경영인들에게 지자체기관의 일회성 교육으로 인식을 제고하기에는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현재 필자는 농업중심 국립대학에서 지속적으로 농촌디자인경영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지만 농업경영인들의 교육 부분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많이 느껴 안타까운 부분이다. 현재는 6차 산업 이후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농촌경영인은 세대교체가 이루지고 있는 시점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실용화 방안을 설계하여 정부지원과 지자체지원을 통해 더 늦기 전에 청년농업인의 역량을 강화해서 미래의 농산업의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야한다. 특히 전북은 농촌진흥청, 각 농업 분야의 연구원,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농식품인력개발원, 국립한국농수산대학 등 농업 중심의 전문 연구개발, 교육기관이 위치해 있는 국내에서 농업중심지의 최적화된 지역이 아닌가 싶다. 이뿐만 아니라 전북은 우리나라 대표적 미곡생산지로 2024년 기준 통계청 KOSIS(국가통계포털) 농작물생산조사에 따르면 상위순위에 차지하는 544,982(톤)을 생산하는 대표 생산지역이기도 하다. 더할나이없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청년농업경영인을 6차 산업화의 성공모델을 위해 각 분야 별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마련하여 교육하고 실용화 할 수 있게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실용화 지원을 통해 전북을 국내 성공적 글로벌미래농업경영인 발굴과 6차산업 성공모델을 실현화 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예를 들어 질 높은 미곡을 현대 소비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이를 경영할 수 있도록 단계별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실용화를 위한 예산지원까지 더해진다면 전북이 농업 중 미곡식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앞장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혜련 교수는 농촌디자인 경영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농업인 디자인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가이드』, 『농촌관광마을 농특산품 포장 디자인 가이드 북』을 출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1 18:22

[기고] 준비된 RE100 산업단지, 새만금

구글, 애플, 삼성, 현대, LG, 네슬레, 스타벅스, 나이키, KT, 샤넬. 이들의 공통점은 RE100 선언이다. 7월 현재 전 세계 RE100 회원사는 444개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선 이후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RE100산단 조성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1차회의를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RE100산단 TF는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선정한 RE100산단의 상세 추진계획과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RE100산단은 수출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세계적인 RE100 의무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 기업들을 유치하여 송전망 구축 비용 절감, 에너지 전환 가속화, 지역균형개발 등 기대효과가 크다. 새만금은 이미 지난 2018년 부터 재생에너지 비전을 선포하고, 새만금 내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자가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재직시 한국 RE100위원회와 업무협약 체결, 재생에너지 종합실증단지 조성, RE100을 실현할 첨단기업 유치에도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 이후 최근까지도 이차전지 기업 등의 투자가 9조원수준에 이르는 등 유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대선기간동안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대통령 후보들이 새만금 방문시 우리나라 최초로 스마트그린 RE100산단 구축방안을 보고한 바 있고, 그해 7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스마트그린국가시범단지로 지정 고시 되었다. RE100산단의 성공적 조성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단지내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인데, 새만금은 수상, 육상, 풍력 등 3GW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이 진행중이고, 새만금 인근 해상풍력 포함시 7GW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RE100산단 구축을 위해 이미 준비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RE100산단 구축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일반 전기값보다 비싼 재생에너지의 초기 생산비용, 생산시기의 간헐성 등인데 이러한 것도 새만금에서는 극복 가능하다. 새만금에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대규모로 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므로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간헐성 문제는 남는 재생에너지를 활용 수전해기술을 통해 청정에너지인 그린수소를 생산하면 해결된다. 2021년도에는 새만금에 RE100산단을 조성하고, 대규모 수전해 시설 구축 및 현대차, LG전자 등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그린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그린수소 생산클러스터 조성 등을 포함한 ‘새만금 그린뉴딜 추진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하여 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새만금 그린뉴딜 추진전략은 안타깝게도 윤석열정부기간 동안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이제 이재명정부는 RE100산단에 입주하는 기업에게는 각종 규제완화는 물론, 기업의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교육, 정주여건 형성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면서 RE100산단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만금이 먼저 출발했다고 해서 경쟁우위를 선점했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기업의 RE100 대응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미 추진중인 재생에너지 단지 구축, 송변전설비사업 등을 가속화하여 새만금이 RE100기업들과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RE100산단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전북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1 18:21

[딱따구리] ‘가짜’ 논란은 ‘진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다.

경제 격언 중에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있다. 같은 가치를 지닌 불량 화폐가 시장에 유통되면, 상대적으로 양질의 화폐는 사라지고 결국 통화 시스템의 신뢰는 붕괴된다는 논리다. 요즘은 이 말이 ‘가짜가 진짜를 몰아낸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이를 장수군에 대입하면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정보(악화)가 진실과 신뢰(양화)를 몰아내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 7월 16일 장수군의회 축산위생과 업무보고 자리, 일부 의원이 “김제·순창·남원시는 경마공원(마사회 본사 이전 포함) 유치 신청을 했는데 장수군은 왜 안 했느냐”고 집행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 이후 신규 경마공원·본사 이전 계획이 없고 어떤 지자체에서도 신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질타의 전제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지방선거 1년 전 민감한 시점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곁들여지며 파장이 커졌다. 반면 인접 지자체들은 ‘실제 신청’이 아니라 사전 구상·용역·공약 요청 단계에서 전략을 축적 중이다. 순창-담양 연계 광역 기본구상 용역, 김제 새만금 후보지 복수 트랙 구상 등이 그것이다. 즉 타 지역은 “가능성 탐색과 내부 설계” 중에 있고, 장수군의회는 “타 지자체가 이미 공식 신청·선점했다”는 가정 위에서 논쟁을 촉발했다. 사실상의 ‘준비 단계’와 ‘정식 접수’ 개념을 혼동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신청 미비(未備)’ 책임을 집행부에 전가하면서 지역사회에 갈등과 행정 불신만을 확산했다. 이는 감시 기능이 아닌 정보 부재로 인한 의회의 신뢰성이 훼손된 사례로 정사에 남을 것이다. 이에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절차 용어(신청·용역·공약 요청)를 구분하라. 둘째, 공식 기관 확인 이전엔 비교 질타를 자제하라. 셋째, ‘카더라’ 정보는 공적 발언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팩트 체킹은 선택이 아니라 대의기관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앞으로 장수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실체 없는 논쟁의 반복이 아니라, 타 지자체 준비 수준의 객관적 비교, 입지 타당성·재무성 기초 데이터 확보, 그리고 주민에게 단계별 사실을 투명 공개하는 절차 혁신이다. 따라서 의회는 “없는 신청”을 둘러싼 소모전을 접고 ‘준비의 실체’를 축적하는 장기 전략 전환이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신뢰 회복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과는 명백하다. 확인 없는 정보는 악화가 되어 진정한 양화인 신뢰와 투명성·책임성을 몰아내지 못한다.

  • 오피니언
  • 이재진
  • 2025.07.21 14:44

[열린광장] 더 머물고, 살고 싶은 강소 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대변혁의 남원시

많은 분들이 우리 시를 ‘춘향’의 도시로 국한한다. 남원이 판소리 <춘향가>의 배경지인 데다 지난 1931년부터 올해로 95년째 개최해 온 춘향제까지 도심 곳곳에 ‘춘향’의 징표들이 즐비하니, 도시의 정체성과 상징성만 보면 그렇게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후보 시절 시민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남원은 더 이상 춘향만 붙잡고 있으면 안된다’는 말이었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정치에 입문한 필자에게 그 말은, 춘향 외엔 뚜렷한 경쟁력이 없어 낙후돼 가는 고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뼈아픈 절규이자,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필자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문화와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남원’을 시정 비전으로 세우고, 지난 3년간 우리 시민·공직자와 함께 분야별 현안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는 등 남원의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위한 기반을 닦아왔다. 그렇게 지난 1일로 민선 8기 3주년을 맞이했다. 돌이켜보니 그간 참 많은 일이 남원에서 추진됐고, 감사하게도 남원이 변하고 있었다. 실제로 8만 시민과 30만 향우의 오랜 염원이자 남원시정 제1과제인 폐교 서남대 문제가 ‘전북대 남원 글로컬 캠퍼스’ 설립 추진으로 해결된 데 이어, 미래 스포츠 꿈나무들을 육성시킬 수 있는 국립 유소년 스포츠 콤플렉스 조성 확정, 제2중앙경찰학교 1차 후보지 선정, 남원 교도소 본격 추진 등 미래 남원을 살찌울 도시 경쟁력이 계속 샘솟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남원의 열악한 재정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공모 사업 발굴과 선정에 사활을 건 결과, 지난 3년간 총 260건(6501억 원)의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모두 함께 만든 쾌거다. 이밖에 ‘드론·항공산업 육성’ 등을 통해 ‘미래산업’을 선도해 가는 부분 역시 남원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남원은 드론특별자유화구역 지정, 3년 연속 드론실증도시 선정, 드론배송 본격화, 전국 최대 규모의 다목적 드론활용센터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드론·UAM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아울러 2027년에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국산 기체 활용 DFL상용화로 ‘2027 DFL 첫 세계 드론레이싱 월드컵’을 추진하는 등 명실상부한 드론 레저스포츠 종주도시로 고공행진 중이다. 그뿐인가. 생애주기별 출산·보육·교육·복지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남원의 정주여건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에 공식 개소한 달빛어린이병원과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남원공공산후조리원은 남원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남원 인재학당’까지 들어서면 수도권과의 교육격차도 해소된다. 여기에 최근엔 월 임대료 1만 원만 내면 거주할 수 있는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피움하우스’ 도 운영하고 있어 우리 미래세대, 청년세대들의 남원살이가 조금 더 나아질 것 같다. 이러한 시정변화를 지난 3년간 이끌면서 필자는 결국 도시를 생동(生動)하게 하고, 변천시키는 원천이 도시 고유의 자산과 시민의 협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천하는 공직자들의 실행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실히 체감했다. 그런 점에서 남원은 이미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강소도시로, 앞으로 더 법고창신(法古創新)할 것이다. 더 머물고, 살고 싶은 도시 남원 대변혁의 기틀을 모두가 함께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남원은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있기에.

  • 오피니언
  • 기고
  • 2025.07.20 18:18

[사설]새만금항 ‘배후부지 차별’ 반드시 규명해야

새만금 신항이 내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기반시설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시작된 이 사업은 1단계로 2030년까지 2조 6138억 원을 투입, 5만t급 2선석 규모로 조성된다. 이 항만사업은 지난 2019년 신항만 기본계획 변경 시 ‘2선석 규모, 2026년 개항’ 이라는 대폭 축소된 계획에 따른 것이다. 새만금 신항은 군산항과 통합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고 개항되면 서해안 물류 핵심 거점 항만의 기능을 하게 된다. 또 여객 크루즈 기능을 포함한 관광 복합항만 모델도 함께 추진, 중장기 관광 인프라를 넓혀나간다는 게 전북특자도의 방침이다. 향후 서해안 메가포트로서 본격 시동을 걸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배후부지 조성 문제다. 배후부지는 물류의 기초시설이며 물동량이 왕성하게 입출하되는 공간이다. 다른 시설에 비해 우선 공급돼야 할 중요한 인프라다. 그런데 해수부는 새만금 신항 배후부지를 민간자본을 투자해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해 놓았다. 이는 다른 항만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민자투자의 비효율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 이를테면 목포, 포항, 영일만, 보령항의 배후부지는 모두 100% 재정사업으로 고시했다. 국가예산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새만금 신항 배후부지는 100% 민자로 고시해 놓았다. 배후부지를 민자로 추진할 경우 민간자본 유치의 어려움, 공사기간의 지연 등 어려움이 많다. 공사가 하세월일 수 있고 배후부지 조성이 터덕거리면 항만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새만금 신항 배후부지 조성은 다른 항만과 똑같이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마땅하다. 당장 내년 국가 예산을 반영해 속도를 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차별적인 정책이 나왔는지 규명하는 일이다. 국회 관련 상임위인 농해수위 소속의 이원택(간사), 윤준병 의원은 상임위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차별정책의 근거와 주체를 밝힐 의무가 있다. 새만금 신항의 중요 기능인 배후부지 조성의 차별적인 정책이 버젓이 살아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0 18:17

[사설] 끝나지 않은 물폭탄, 취약지역 긴급점검을

지난주 집중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때이른 역대급 폭염에 장마가 끝난 줄 알았던 시민들은 오락가락 변화무쌍한 날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상이변이 계속되면서 기상청 예보도 믿기 어렵게 됐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장마철뿐 아니라 여름철 내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기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국지적인 기상현상은 과학적인 예측이 어렵다. 앞으로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다시 찾아오겠지만 언제 또 물폭탄이 쏟아질지 모를 일이다. 지난 2020년에도 8월 초에 한반도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에 최악의 물난리가 일어났다. 특히 섬진강댐과 용담댐 하류지역의 수해를 놓고는 댐 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 기간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남원과 순창·임실 등 댐 하류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댐 수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대량 방류가 이뤄지는 바람에 물난리가 발생했다’며 피해배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보다 철저한 물관리 체계, 더 세밀한 재해예방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올여름, 기록적인 물폭탄이 한 차례 지나갔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극한의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는 ‘극단적 여름’이다. 폭염 속에 극한의 폭우가 다시 쏟아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강력한 태풍이 갑자기 들이닥칠 수도 있다. 예고 없는 재해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우선 각 지자체에서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 하천 범람지역, 산사태 위험지역, 옹벽 같은 여름철 재해 취약지역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과 함께 비상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갈수록 빈도가 높아지는 기후재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시스템을 수시로 정비하고 보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폭염·폭우와 같은 기후위기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의 더 세심한 점검과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해마다 판에 박힌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이 같은 대책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수시로 점검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안전’이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작은 허점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7.20 18:17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