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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생명분야 반도체 인력양성 '지역특화산업 지식의 댐' 설계하자

정부가 조만간(7월 말)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을 마련하여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립대와 수도권 대형 사립대를 대상으로 △반도체학과 신·증설 여부, △정원활용 온라인 단기학위 과정·복수전공 등 융·복합 교육과정 신설여부, △학과 신·증설 추진을 위한 재정·교원 등 수요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앞서 과기부는 AI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서 수도권 3개 대학(서울대, 성균관대, 숭실대)을 'AI 반도체 융합인력양성' 사업수행 대학으로 선정하였고, KAIST와 UNIST는 산학협력대학원 프로그램을 강화하였으며, GIST와 DGIST는 반도체대학원 또는 반도체 전공 설치를 검토 중에 있다. 그런데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이 수도권 대학의 첨단분야 정원 확대(수도권대학 1만 명, 지방대학 1만 명)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들이 비등하고 있다. 현재의 ‘수도권계획정비법’에 따라 입학증원이 어려우니, 우회하여 계약학과로 채우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반도체학과 1만 명 증원은 블랙홀을 심화시켜, 입학정원 1천 명인 비수도권 대학 10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학령인구감소가 급격해지는 구도에서 비수도권대학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울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대학 중심의 반도체분야 인력양성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근거나 논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비수도권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연구성과들이 많고 필요한 수요도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성과 면에서는 최근 전북대학교 김태욱 교수팀이 여러 대학과 팀을 이뤄 ‘입는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 개발에 돌파구가 될 머리카락 굵기의 광섬유에 반도체 소자를 구현해 내는 신기술을 개발했고, 전자공학부를 중심으로 9개 전문기업과 스마트혁신밸리 등이 함께 IoT 반도체 설계 산학협력, 채용연계형 현장실습, 실무중심 인턴십 등의 ‘실무형 반도체 설계 전문 학사양성’에 돌입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전라북도는 농생명 분야 반도체 수요가 넘치는 도시다. 스마트 팜 반도체, LED 광 반도체 및 LED 소자, 자율주행 농기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A-BIT(Agro BT+IT)의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반도체 테스트베드의 최적지가 전라북도다. 이는 앞으로 지역의 청년과 지방의 기업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지식형 산업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정부가 향후 10년간 3만 명 가량이 필요한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기 위하여, 막힌 규제는 과감히 풀고 확실한 재정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기본방침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양성인력의 절반을 수도권대학에서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은, 국가의 관점에서도 지역의 입장에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지역특화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으로 상당부분 중심이동 되어야 한다. 지금 전북대학교는 농생명혁신기관과 연계하여 농생명반도체융합학과 및 대학원 설치를 서둘 필요가 있다. 대학이 나서 '지역특화산업 인력(지식)의 댐'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이 '산업예측 인력'을 양성하거나, 기업이 '현장투입 인력'을 요구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지금은 관련 산학관연이 융합학과 교수로 직접 참여하고, 지역이 현장이 되어 특화산업 인력을 만들어내는 ‘반도체(농생명 분야) 산업인력 패스트트랙 제도’를 작동해야 할 때이다. 지금. /조재영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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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4:03

서해의 맑고 푸른 섬 어청도(於靑島), 이제는 편하게 가자

눈부시게 푸르고 맑은 섬. 어청도. 전라북도에서 가장 서쪽 끝에 있는 섬이다. 2200여년 전 중국의 제나라가 망하고 한나라가 들어서자 제나라 재상 전횡이 군사 500명을 거느리고 돛단배를 이용하여 망명길에 올라 서해를 떠돌다가 바다 위에 갑자기 푸른 산 하나가 나타나 푸를‘청’자를 따서 어청도(於淸島)라 하였다고 한다. 어청도는 볼 것과 먹을 것이 많다. 전횡 장군을 추모하는 치동묘 사당이 있고 1912년에 만들어져 2008년에 국가 등록 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된 역사적·조형적 가치가 있는 어청도 등대가 있다. 이 섬의 최고점인 당산(해발 198m)에는 고려 때 세워 조선 숙종 때 폐쇄된 원뿔꼴 봉수대의 형태가 아직도 남아 있다. 또한, 먼 바다에 위치하고 파도가 높아 갯벌이나 양식장이 없어 주민들은 소규모의 어업이나 낚시로 우럭, 숭어, 놀래미, 광어, 도미 등을 잡고 해삼, 전복, 홍합, 돌김 등도 채취한다. 그래서 섬 주변에서는 자연산 횟감을 이용한 음식과 백반이 주류를 이루고 이 중에서도 우럭찜과 물회는 일품이다. 이 섬에 가기 위해서는 작년에만 해도 3시간 정도 소요되었으나 작년 말에 ‘어청카훼리호’가 투입되면서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면 어청도에 갈 수 있다. ‘어청카훼리호’는 국내 최초의 알루미늄 재질 여객선으로서 안전성과 편의시설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최대 속력은 20.5노트(38km/h)이며 여객 194명과 1톤 화물차 3대 운송이 가능하다. ‘군산-연도-어청도 항로’ 여건에 맞는 여객선을 건조하기 위하여 섬 주민들과 관계전문가들이 참여한 선박 건조 추진협의체를 구성하여 선형을 새로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느라 설계에서 건조까지 1년 9개월이 소요되었다. 그 결과 선박의 감항성을 크게 향상시켰으며, 파도를 견디는 능력과 선체의 좌우 동요를 줄이는 장치를 설치하여 승선감을 향상시켰고, 항로에 있는 어망 등 항행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운항의 안전성과 접안 능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여객들의 승선 편의성을 위해서 여객실은 1층과 2층, 2개소로 만들었으며 1층은 안락하고 편안한 88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2층은 온돌식으로 되어 있어 누구나 불편 없이 승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넓고 쾌적한 화장실, 선내 곳곳에 다양한 포토존과 바다 조망이 가능한 여객실에 광폭 유리창을 배치하여 이용객들이 즐거운 여행이 가능해졌다. ‘어청카훼리호’의 운항은 수산업 침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청도 주민의 이동 편익은 물론 섬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군산지방해양수산청과 군산시가 국가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이루어낸 성과로 정부와 지자체의 성공적인 협력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어청카훼리호’는 연도를 경유하고 있어 연도항의 수심 등 여건으로 시간 지연이 빈번해서 운항시간 단축에 어려움이 있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현재의 ‘군산-연도-어청도’항로를 내년부터는 ‘군산-연도’항로와 ‘군산-어청도’항로로 분리하기 위해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항로가 분리되면 군산에서 어청도까지 1일 2항차가 가능해져 연도와 어청도 주민의 이동 편리성 뿐 만 아니라 관광객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올 여름에는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한 어청도에 많은 방문객들이 들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내년에는 1일 2항차도 기대해 본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김해기 청장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가족지원과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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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4:00

‘마약○○’과 ‘국뽕’의 어두운 그림자

언제부터인가 ‘마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 이름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이제는 일상의 용어로 정착하였다. 인터넷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마약 만두, 마약 치킨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식들과 관련업체가 검색된다. 한번 먹어봤다 하면 너무 맛있어서 마약처럼 끊을 수 없고, 한번 사용했다 하면 너무 편리해서 마약에 빠져들듯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뜻에서 음식에도 생활용품에도 ‘마약’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술이고 마케팅이다. 급기야 학부모들이 나서서 ‘멈춰! 마약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이나 편리한 상품에 마약이란 말을 사용하다보면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약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뿐 아니라, 심지어는 마약을 ‘맛있고 좋은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이런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진즉 했어야 할 캠페인이다. 상표법은 도덕관이나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고를 위해 음식이나 생활용품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당연히 도덕관념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처사이다. 특허청은 최근에야 비판을 받아들여 상표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단다. 답답할 정도로 늦은 조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마약과 관련된 비속어가 또 하나 있다. ‘국뽕’이라는 말이다. ‘국뽕’의 ‘국’은 ‘국민’, ‘국가’‘애국’ 등의 의미를 담고 있고, ‘뽕’은 마약의 일종인 필로폰의 일본어 발음을 딴 속어 ‘히로뽕’의 줄임말이다. 따라서 ‘국뽕’은 국가나 국민을 마치 필로폰에 빠진 사람이 필로폰을 갈구하듯이 좋아하는 애국적인 사람을 조롱하여 부르는 말이다. 음악, 무용,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형성된 한류의 세계적 유행과 세계무대에서 보인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맹활약에 편승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환상에 도취된 나머지 맹목적 찬양 행태를 보이는 일부 국민을 비꼬는 인터넷 신조어로 시작된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당연한 애국심마저도 국뽕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국민, 국가, 애국, 민족 등의 말만 나와도 고개를 돌리며 ‘국뽕’이라는 야유를 보낸다. 도를 넘은 자국혐오 행태이다. 망국적인 비아냥거림이고 매국노적 언행이다. 정상적인 애국심에 대해 반발하고 비아냥거리는 그들은 도대체 어떤 심보를 가진 것일까? 그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부정적 시각으로 매도하면서 일제 강점기가 오히려 살기 좋은 시대였고, 일본의 식민통치 때 닦은 산업 인프라(infrastructure) 덕에 우리나라가 오늘날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었다며 일본을 찬양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속셈에 의해 남북이 갈라지게 된 내력은 모르는 채, 오직 미국을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은인으로 여긴다. 노예여도 좋으니 밥을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잘 섬겨야 한다는 노예적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마약○○’도 ‘국뽕’도 다 하루 빨리 퇴치해야할 언어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헛소문과 신조어가 난무하다보면 거짓이 오히려 진실을 몰아내는 억울한 상황이 속출하게 된다. 우리사회는 이미 그런 양상을 짙게 보이고 있다. 거짓말과 자극적이고 조소적이며 폭력적인 언어를 SNS 상에서 퍼 나르는 일을 삼가야할 이유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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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3:46

‘전북교육 대전환’을 기대한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을 기치로 내건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4일 취임식을 갖고 전북교육 대전환의 시작을 알렸다. 서 교육감은 취임식에 앞서 지난 1일 학생들의 교통안전을 살피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한 새 교육감의 행보에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사실 전북교육은 그동안 3선 교육감 체제를 이어오면서 불통의 벽에 갇혀 소통과 협치의 시대적 요구를 애써 외면해왔다. 물론 그동안에도 전북교육청은 지자체와의 협치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예산·재정 문제를 놓고 지극히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소통에 그쳤을 뿐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주체를 중심에 둔 협업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는 사이 전북교육을 둘러싼 불통의 벽은 더 단단해졌고, 기관·조직 간 칸막이도 높아졌다. 불통구조가 고착되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교육지원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해서 다양한 교육지원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10년 넘게 공동 추진해 온 ‘지역 으뜸인재 육성사업’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과의 협력체제를 외면한 지자체의 인재육성사업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거석 교육감은 교육청이 지자체-지역사회와 손을 맞잡고 미래교육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취임에 앞서 당선인 신분에서 지자체와 함께하는 전북교육 협치를 선언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함께하는 통합적 교육 협력체계를 구축해 전북형 교육협치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북교사노조 등 지역의 교원단체들도 ‘전북교육 대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면서 서 교육감에게 ‘학생중심 미래교육’구현과 공약 실행을 당부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런 까닭에 민선8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현안 과제는 당연히 ‘지방소멸 위기 극복’이다. 지역의 변화와 혁신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학생중심 미래교육으로의 전북교육 대전환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희망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북의 지속가능한 미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전북교육의 역할이 막중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7.04 11:39

민선 8기 초심으로 지역발전 열정 쏟아야

민선 8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지난 1일 취임식과 개원식을 갖고 본격 출범했다. 도지사와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과 시·군의원들은 당선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면서 향후 4년간 전북의 변화와 새로운 도약을 책임져야 할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은 16명의 행정·교육 단체장 가운데 10명이 교체됐고 지방의회도 절반 이상이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다. 변화화 혁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새로 출범한 민선 8기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은 다양한 지역발전 방안들을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민생과 경제 여건 개선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역개발 방안, 더 나은 보육과 교육환경 개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 육성 등 화려한 약속들이 적지 않다. 4년 뒤 달라질 전북의 변화된 모습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민선 8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풀어야 할 숙제들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전북의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민주당 일색으로 꾸려졌다. 정당을 떠나 지역발전을 위한 협치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민선 7기에서 광역과 기초단체, 기초와 기초단체간 갈등과 지역 이기주의가 현안 해결의 걸림돌이 됐던 일도 적지 않다. 중앙과 지방, 지역내 소통과 협치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필수 과제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는 지역발전을 가속할 동력이다. 비리와 부패가 없는 깨끗한 행정과 정치, 적극적인 주민 참여, 자치 역량 강화 등 지역발전을 위한 민·관·정의 신뢰 강화와 역량 결집 노력이 필요하다. 행정과 의회의 협력과 함께 충실한 견제와 감시,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위한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민선 8기의 성공 여부는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다. 소외와 낙후,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전국 최하위의 경제 수준을 극복해 주민들이 행복한 지역을 만드는데 전력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돌보는 따뜻한 전북, 일자리가 넘치고 도민 모두가 행복한 민선 8기 4년을 기대한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선을 위해 온 힘을 쏟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다짐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아주길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7.03 18:54

다시 고개 드는 사이버 도박, 강력한 단속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도박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사이버 도박에 우리 청소년들이 빠져들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먼저 불법 사이버 도박부터 완벽하게 차단해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잔뜩 움츠러들었던 각종 스포츠 경기가 최근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상의 불법 도박 사이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오프라인 스포츠 결과를 대상으로 도박을 하는 불법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프로축구·프로야구 등 오프라인에서의 스포츠 열기가 다시 뜨거워졌고, 이에 편승해 불법 도박 사이트들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카타르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되면서 이 같은 불법 도박 사이트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북경찰이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올해 ‘사이버 도박 전담 수사팀’을 설치했다. 발빠르게 대처한 만큼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을 통해 도박 사이트 확산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사이버 도박의 폐해는 심각하다. 인터넷 도박은 사행산업 가운데 중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빠지게 되면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불법 도박 사이트가 늘면서 도박 중독자 가운데 청소년의 비중이 크게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과 단절된 생활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SNS와 유튜브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매체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와 홍보가 넘쳐나고 있다. 청소년들이 불법 온라인 도박의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국가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온라인 도박의 검은 유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의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경찰이 전담 수사팀을 설치하면서 의지를 보인 만큼, 강력한 단속과 그 성과를 기대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서 운영하는 조직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우리 사회 독버섯을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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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7.03 18:54

정치력 시험대 오른 김지사

김관영 지사 취임식이 지난 1일 도민들의 환영과 기대속에 열렸다. 하지만 김 지사가 당장 해결하고 나가야 할 현안들이 산적,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전북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48.7%를 기록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 전체 유권자 153만2천133명 중 김 지사가 59만1천51표를 얻어 전국에서 82.11%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와 반대로 백만명 정도가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 때 안호영 국회의원 후보를 9.1%차로 따돌리며 민주당 후보로 확정, 사실상 선거는 일찍 끝났었다.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가 17.88%를 얻어 윤석열 대선 후보가 대선 때 얻었던 14.4% 보다 높았다. 특히 김 지사 고향인 군산시 투표율이 38.7%로 제일 낮은 것은 일당독주에 대한 피로감,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으로 인한 반감 그리고 정치피로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승자로서 경선 때 안호영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투표를 안 했거나 지지하지 않은 것에 신경 써야 한다. 그가 선거출마 38일만에 민주당 공천자가 된 것은 변화를 갈구했던 도민들의 열망과 송하진 전지사에 대해 공천심사 과정 때 컷오프 시킨 것이 반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새삼 운칠기삼이란 말이 실감났다. 그것도 고시3관왕이란 타이틀이 말하듯 일찍부터 전북의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 받아와 그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 그는 복당파라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그를 영입인재 1호로 지목해 당선되었지만 아직은 중앙당이나 전북에서 조직이 정비되지 않아 현역 국회의원들 한테 얹혀 있는 상태다. 당장 내년 국가예산 확보에 나서야 하므로 김성주 도당위원장 안호영 김윤덕 의원과 껄끄러워도 앙금을 털고 손잡아야 한다. 차기 도당위원장으로 유력한 한병도의원이나 김수홍·윤준병·이원택·신영대 의원과도 대화를 통해 협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의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전방위로 노력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국힘 비례대표 출신인 정운천 도당위원장과 무소속에서 국힘으로 가 대선 인수위 간사까지 지낸 남임순 이용호의원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김지사가 초·재선 시절 국민의당 때 대표로 모셨던 김한길 안철수 의원이 현 윤석열정권에서 실세로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김지사가 중앙정치권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면 상당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광역권경제 설정을 놓고 윤석열정권이 MB때로 회귀하려는 인상이 감지돼 그간 추진했던 5+3정책이 무너질까 걱정된다. 강원도까지 특별자치도가 된 마당에 전북이 광주 전남을 포함해 호남권으로 묶어지면 전북발전은 더 이상 가망 없이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김 지사가 도민과 함께 새로운 전북발전을 약속했기 때문에 인재를 고루게 잘 써야 한다. 그간 30년 이상 도정에 빌붙어 호가호위해온 해바라기들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인적청산을 단행해야 한다. 선거 때 빚진 게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7.03 17:03

군산공항 운항감소로 여행업계 다시 아픈 여름 보내야 하는가

전북 유일한 공항인 군산공항은 2020년 3월부터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상황으로 군산↔제주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되었다. 하지만 우리 도와 도내관광업계가 힘을 합쳐 꾸준히 노력하고, 군산공항의 시설개선 등의 자구적 노력의 결과 2020년 10월부터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각각 1일 2회씩 총 4회 운항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를 출발점으로 2021년 연간 군산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이전 92% 수준인 280,319명을 회복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2022년 5월말 현재까지 누적으로 148,749명이 군산공항을 이용하였으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인 2022년 5월에는 탑승률이 91%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이용객이 늘고 있는 상항이다. 길고 길었던 팬데믹을 견디면서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던 건 비단 여행업계뿐만은 아니었으리. 물길처럼 흐르는 게 세월이어서 끝이 안보이던 코로나19도 다행히도 이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모처럼 관광업계가 한껏 날개를 펴려고 하는 마당이어서 전북관광업계 대표이자 종사자인 한사람으로서 맞이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들려온 군산↔제주항공편 운행감소 소식! 다가오는 7월 15일부터 기존 1일 4회에서 2회로 감축한다는 그 소식은 그야말로 이제 막 날개를 펴려는 여행업계에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청천벽력이다. 이는 여행업계 침체에 영향을 주는 건 물론 전북도민들이 제주여행을 위해 가까운 군산공항을 놔두고 광주공항·청주공항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눈에 훤하게 보이는데 그냥 묵과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다 죽어가던 도내 여행업계가 늘어가는 제주행 여행객들로 인해 잃어버린 웃음을 찾고, 감사한 마음으로 의욕적인 발걸음을 내딛는 찰나에 군산공항 운행감축이라는 족쇄로 여행업계 발목을 잡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민의 자존심을 살리고, 전라북도 유일무이한 군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우선적으로 군산공항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적인 지방공항 노선확보가 제도적으로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군산↔제주항공편 감편 없이 현행과 같이 1일 4회(왕복 8회) 운항 편수가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도민, 여행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모두가 힘들고 막막하기만 했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구름이 물러간 맑은 하늘처럼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는 시점에 증편 소식은 그만두고라도 하필 왜 우리 지역 군산공항만 희망이 아닌 절망인가? 현행유지는 고사하고 감편이라는 망치로 날개가 꺾이고 소외되어야 하는 정당함은 대체 있기는 한 것인가? 2년 넘게 막힌 해외여행 대신 도민이 가장 선호하는 제주여행의 하늘길을 조금이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오히려 더 자주 열어야 하는 건 아닌가? 수 없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지금은 가느다란 실마리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도내 여행업계가 군산공항 운행 감편이라는 소식에 다시 아픔을 겪는 쓰라린 여름은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조오익 전라북도 관광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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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3 14:16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

새로운 도정(道政)이 돛을 올렸다. 박수와 환호의 시간은 지나가고 냉정한 평가와 검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라는 함선을 이끌고 갈 선장이 짊어질 무게가 만만치 않다. 대내외 여건은 혹독하다. 한껏 돈을 풀었던 코로나 시대의 후유증으로 세계 경제는 심각한 저성장과 침체가 예고되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가뜩이나 힘겨운 지구촌을 저당잡고 있다. 환율은 고공행진이고 유가는 이미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겨버렸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전기세와 가스요금을 비롯해서 모든 소비자 물가가 자고 나면 오르고 있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잿빛 미래가 전망되는 것은 비단 전라북도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북처럼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고 자생력이 약한 지역에서는 감당해야 할 그 회오리가 더 거칠다. 수년 전에 울산의 산업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울산은 산업화 시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지역이다. GRDP가 5만불을 넘고 있어서 거기는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었다. 역시 그랬다. 그 산업단지의 위용은 장대하고 놀라웠다. 그러나 변변한 먹거리를 찾기 어려웠던 내 고향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서 그 훌륭한 산업 시설들이 왠지 슬펐던 기억이 있다. 전라북도는 개발의 역사에서 뒤쳐진 이래, 산업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껏 낙후와 가난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왔다.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어서 14개 시·군중에 10개 시·군이 소멸지역으로 지목되었다. 한때는 전라감영이 자리해 있던 전라도의 중심이었다. 문전옥답의 풍요를 구가하던 고장이었다. 예술과 풍류가 여기서 비롯됐고 아직도 그 흔적들은 지역의 정신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삶의 질을 단지 GRDP의 숫자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름진 문전옥답이 있었기에 ‘예향’이 되고 격조 있는 음식문화도 싹틀 수 있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유형, 무형 자산을 끌어내서 어떻게 자원화할 것인가, 극단적인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청년들이 지역에서 그들 미래의 삶에 대해 꿈꿀 수 있도록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떠나는 전북에서 돌아오는 전북으로 유턴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등등. ‘민생과 경제’를 가장 앞세운 김관영호가 지금 이 순간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다. 영웅은 늘 위기에서 탄생한다. 모두가 힘들겠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돌파해내는 저력, 안된다고 말할 때 되도록 만들어내는 능력,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고 할 때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가 무엇인지 이름도 생소했던 시절에 반도체에 관심을 기울였고, 위험하다고 임원들이 말렸지만 소신을 가지고 그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삼성에 반도체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이 가능했겠는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그런 통찰력을 가지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리더의 힘이다. 다행히 세상은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후장대한 제조산업의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궤도에 들어섰다. 판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열악한 인프라와 자원의 한계가 있지만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인심이 따뜻했던 풍요로운 고향의 회복을 새 도정에 기대한다. 민선 8기 비전처럼 이제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을 시작할 시간이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은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전북대 겸임교수,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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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3 14:15

아빠는 안심할 때마다 할아버지가 된다

며칠 전 엄마가 왕홍합을 왕창 사와서는 솥에 모조리 넣고 삶아버렸다. 얼마나 지났으려나 다수의 홍합들이 꺼내달라며 하나 둘 입을 벌렸다. 오이를 썰고 있던 엄마는 홍합의 성화에 거실에서 자산어보를 보던 아빠와 나를 불렀다. 나는 보던 영화를 멈추고 아빠와 꼼짝없이 부엌 바닥에 앉아 홍합을 까기 시작했다. 갓 삶아진 홍합은 무지 뜨거웠는데 아빠가 홍합 껍데기로 홍합을 긁어내면 된다면서 간단한 노하우를 선보였다. 나는 창대와 정약전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식을 줄 모르는 홍합의 열기가 식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던 터라 아빠의 노하우를 빌려 홍합을 까댔다. 아빠는 홍합을 까는 내 모습에 “오늘도 하나 배웠지!” 하고 몹시 뿌듯해했다. 다음 날 나는 “그게 그렇게 뿌듯할 일이야?” 마당에 자란 상추를 따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너 어릴 때 우리말 겨루기 보면서 아빠한테 물어보고 정답이면 대단하다고 했잖아, 아빠는 계속 그런 존재이고 싶은가 봐.” 라면서 “니가 보는 세상이 커질수록 아빠는 아쉬운 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 그건 아쉬운 게 아니라 대견한 건데‘라고 말하고 싶었다. 대신 “아빠가 점점 할아버지 같아"라고 말했다. 내가 11살 때 방과 후까지 마치고 집에 온 나를 조용히 부르던 할아버지는 뒷마당에서 은행 꼬치를 토치로 구워주면서 말했다.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야 해. 네 아빠처럼.” 장남인 아빠는 그런 자식이었다. 자랑스러운 효자. 우리 집안에서 자랑스러움이란, 혼자만 잘 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마음, 가족에 대한 책임감 하나로 희생하는 마음이다. 할아버지 역시도 그런 증조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 할아버지는 내 나이 때 고향에서 부모를 여의고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자신의 가족과 여동생의 가족까지. 두 가족을 군산으로 끌고 와 무작정 돈을 벌었다. 토요일 새벽이 되면 시장에 나가 자신의 일주일 치 노동 급여를 두 가족에게 먹일 식량이 담긴 검은 봉지와 맞바꿨다. 일 년 후에는 처남 가족까지 세 봉지. 고모들이 시집을 갈 때도, 엄마가 가족이 되었을 땐 외가댁까지. 가족이 늘어갈수록 할아버지가 들고 오는 봉지도 늘어갔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46년을 가족들에게 검은 봉지로 존재를 표현했다. 그런 탓에 할아버지는 73세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노동에서 은퇴를 했다. 그리고 은퇴한지 일주일 만에 농약을 드셨다. 농약을 게워낸 할아버지는 응급실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느꼈을 것이다. 자기 밑에 딸려있다고 생각한 자식들 밑에 어느새 자신이 딸려 있노라고. 죽지 못해 살아난 할아버지는 퇴원 후에 동네를 돌며 빈 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병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슈퍼에 가서 빈 병과 맞바꾼 하드를 검은 봉지에 가족 수만큼 담아왔다. 내가 네 번째 하드를 먹었을 때쯤 할아버지는 해가 쨍쨍했던 초여름 날 뒷마당에서 예고 없이 숨을 거둔 채 발견되었다. 일평생 여름에는 땡볕 아래 온몸으로 더위를 맞고, 겨울에는 비와 눈을 맞아가면서 얻은 노동의 결실이 검은 봉지로 바뀔 땐 뭐가 그렇게 좋아서 발걸음까지 가볍게 만들었나요. 하드로 채워진 희생으로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기엔 부족했었나요. 아빠는 내가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힐 때마다 아직은 그늘이 되어줄 수 있음에 안심한다. 나는 안심하는 아빠의 얼굴에서 할아버지를 본다. 나는 커질수록 햇빛 아래 땅바닥에 누워 보라색을 띠고 있던 할아버지를 본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 백지은 조교는 지난 2017년에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입학했으며, 현재 조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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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3 14:11

김관영 도정 새로운 전북 비전 꼭 실현하라

민선 8기 김관영 전북도정이 도민의 기대 속에 오늘 출범했다. 앞으로 4년간 전라북도를 이끌어갈 김관영 지사는 민생과 혁신, 실용을 전북도정 운영 원칙으로 표방했다. 또한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의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목표와 20대 핵심전략, 111개 세부 과제를 내놓았다. 전북도정 5대 목표로는 도민경제 부흥과 농생명 산업 수도, 문화‧체육‧관광 산업 거점 조성, 새만금 도약‧균형발전, 도민행복‧희망교육을 내걸었다. 핵심 전략으로는 전북경제 회복과 역동적인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업 유치, 민생경제 회복, 주력산업 대전환 등을 제시했다. 김관영 도지사는 선거 직후 당선인 신분 때부터 위기의 전북을 살리기 위한 행보에 발 벗고 나섰다. 중량감 있는 인물로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전북 발전을 위한 비전 마련과 협치에 주력했다. 국민의힘과도 적극 소통하면서 정책협력관 자리를 할애하고 전북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전북이 직면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제조업의 쇠락과 함께 전북경제는 뒷걸음질 치고 젊은 층이 떠나가면서 인구는 격감하고 마땅한 미래 성장동력은 찾지 못하면서 산업은 위축되고 있다.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뛰어야 할 전북 정치권은 무기력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김관영 지사도 지난 29일 인수위의 민선 8기 도정 비전 발표회 자리에서 “전북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전북의 현실과 도민의 열망을 누구보다 김 지사가 잘 알고 있는 만큼 전북의 새로운 도약과 성공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먼저 전북이 직면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초광역경제권과 메가시티에서 소외된 전북은 국가균형발전 전략에서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선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 설치를 관철해내고 전북 대전환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새만금 내부 개발의 마무리와 금융중심도시 구축 등도 풀어야 한다. 그리고 전북도민과 약속한 대기업 유치를 비롯해 전북경제 회생과 미래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매진해야 한다. 도정 목표와 전략, 비전 등 화려한 수사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전북이 새롭게 발돋움하는 기틀을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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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6.30 17:32

전주교도소 이전사업, 법무부가 적극 나서야

전주교도소 이전사업이 백년하청이다. 1972년 건립된 전주교도소는 당시 도심 외곽에 자리했으나 급격한 도시 팽창으로 재산권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주장하는 주민의 이전 요구가 거셌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전주교도소 외곽 이전을 결정하고 지난 2002년부터 전주시와 시설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번번이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10년 넘게 표류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5년 법무부가 전주시에서 추천한 후보지를 이전 부지로 확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현재의 교도소를 동쪽 뒤편으로 300m가량 옮겨 신축하는 방식이다. 2017년 공사에 들어가 2019년 12월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부지가 확정되고, 법무부와 전주시가 행정절차에 착수하면서 10년 넘게 표류해 온 전주교도소 이전 사업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2015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전주를 방문해 전주교도소 이전 완료 후 현재 부지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토지 보상 문제를 놓고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업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급기야 2024년까지 연기됐다. 보다못한 시의회에서 올초 “현 시장 임기 내에 부지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짓고 차기 집행부가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이 마저도 이행되지 않았다. 사업 주체인 법무부도 부지 확정 이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토지보상비 등 법무부의 예산확보가 지연되면서 가뜩이나 늦어진 사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법무부는 작년 말에야 뒤늦게 예산을 확보해 토지보상에 나섰고 이로 인해 아직껏 착공은커녕 토지 보상 절차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주교도소의 과밀수용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주교도소 이전 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기대한 남부권 개발사업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사업 주체인 법무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토지 보상 문제를 놓고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서둘러 풀어내고, 관련 예산도 제대로 세워 제 때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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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6.30 16:59

감염병을 대하는 자세

‘고생하는 분, 조명받는 사람, 따로더라.’ 세상이 이래선 안 되는데 저에게 해당하는 표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생을 넘어 고통을 당하신 분들과는 달리 저는 꽃길을 걸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맞이합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지속 안정세를 보이다가 최근 확진자 규모 및 감염재생산지수가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올 하반기 재유행 가능성이 높으며, 진동파형처럼 오르내림을 반복할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대응으로 파고를 낮춰가며 다른 감염병처럼 우리 삶의 부분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질병에 걸린다는 수동적 표현보다는 질병과 만난다는 주체적 표현을 선호합니다. 우리는 ‘왜지? 뭐지?’하며 호기심·궁금증을 풀어가는 근사한 노력들로 의학을 발전시켜서 많은 질병에 대한 유발 요인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원인을 조절한다면 질병과 만나는 시기를 늦추거나 만남 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에, 우리를 중심에 둔 표현이 더 좋습니다. 잠시 지난 코로나19를 회고하며 들여다보고, 이후 상황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감염병 출현 초기에 병원체가 가진 특성을 찾기 위한 노력과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비대응책을 마련합니다. 파악된 코로나19의 감염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만남을 억제하고 피치 못할 상황에서는 비말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착용을, 신체접촉에 의한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손위생을, 그리고 안전한 환경조성을 위해 환기와 소독방법들을 실천하며 성과를 거뒀고, 병원체와 싸워줄 항체를 만드는 능동면역을 위해 백신접종에 모두가 동참했습니다. 극복 가능한 감염병이라 믿었는데, 이후 코로나19는 잦은 변이 출현의 병원체 특성으로 인해 돌파감염, 재감염 등이 이어지며 우리들의 삶에 지속 부담이 되었고 결국 공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변이 출현으로 전파력이 높아졌지만, 다행히도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은 낮아졌기에 지금까지는 매우 효과적이었던 억제 일변도의 방역정책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개개인이 능동적 방역관리자가 되어 병역수칙을 지켜주시면 위축되지 않고 일상을 영위하실 수 있겠습니다. 감염병은 외부효과를 가집니다. 개인이 감염되었을 때 자신 외에도 가족, 직장,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에,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은 만성병과는 달리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감염취약시설인 요양시설, 정신시설, 장애인시설 및 각급 보육·교육시설의 구성원에게는 일반인보다 강화된 방역수칙이 요구되기에, 이분들의 고난에 우리는 감사함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몇몇 나라는 아직도 공공주도의 ‘제로 코로나’를 고집합니다. 대응체계가 갖춰지기 전에는 분명 효과적이기에 우리도 그 길을 걸었습니다만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빠르게 인프라의 확충 및 민간과 공공이 함께 하는 지속 가능한 대응체계를 갖추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였습니다. 상황의 전개는 엄격함이 아닌 구성원의 자율실천에 달려있음을 우리가 세계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마철, 햇살도 먹구름도 그 나름의 역할로 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오늘도 행복한 하루로 맞이하시기를 인사드립니다. /강영석 전라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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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16:41

지금이 행복한 때

모처럼 어머니를 모시고 가느라 차를 가지고 미장원에 갔다. 코로나와 상관 없이 여전히 손님이 많았다. 잠시 기다리니 차례가 돌아와 어머니 머리를 잘랐다. 그런데 내 머릿결은 어머니와 달리 모발이 가늘고 숱이 적어서 아무리 공을 들여도 머리가 살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드리고 미장원에 다시 갔다. 내 앞에서 파마를 마친 손님은 나이가 꽤 들어 보였지만 뒤통수가 참 예뻤다. 나는 머리가 참 예쁘게 나왔다며 칭찬을 했더니 한 수 더 떠서 피부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머리가 예쁘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단다. 허참! 칭찬해주고 본전도 못 찾은 것 같아 조금 섭섭했지만, 피부까지 좋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그만 부럽다는 소리가 연거푸 나왔다. 그러자 그 손님은 내가 차를 가지고 온 것을 알고는 나이 들어 운전하는 걸 보니 참 멋지게 사는 것 같다며 치켜세웠다. 그러자 원장님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제야 나는 처진 어깨가 펴지면서 힘이 좀 생겼다. 나는 왜 가진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남의 것만 보면 다 좋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비우며 살자'고 수없이 다짐했건만, 아직도 채우고 싶은 갈증에 허덕이고 있으니 얼마나 더 채워야 할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언제던가, 서울 강남의 아주 큰 평수 큰 타워플래스 아파트에 사는 분이 투신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유는 딱 한가지 '답답해서'라고 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고 소중한 목숨을 답답해서 버리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런가 하면 어느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부모들이 일하러 나가기 때문에 늘 집에 혼자 남아 점심 굶기가 일쑤라는 이유로 자살을 했다. 그의 유서를 보니 어느 날 집 아래에 사는 복지관 관장이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돈가스 가게에 데려갔더란다. 그 어린이는 일기장에 처음 먹어본 돈가스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썼다고 했다. 이 글을 읽는 내 마음도 이리 짠한데 그 부모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지 모르겠다. 나는 요즘 전주 남부시장 새벽시장을 자주 간다. 운동기구에 몸을 풀며 이것저것 물건 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잘 하면 싸고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만큼 사 올 수도 있다. 어제도 머위와 맵지 않은 꽈리고추, 표고버섯, 비트 등을 사 가지고오면서 소고기도 조금 사 왔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보며 만드는 법을 익힌 뒤 만드느라 오후 2시에야 식사를 했다. 치아가 없는 어머니와 함께 먹기 위해 잘게 부수고 갈면서도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요 며칠 일어나질 못해서 엉덩이를 밀어 달라고 하시던 어머니도 소고기를 갈아서 끓여드렸더니 혼자서도 잘 일어나시니 세상에 이런 특효약이 어디 또 있을까? 하늘나라로 가실 때까지 이 상태만 유지되어도 좋을 텐데…. 행복이란 결코 멀리 있거나 숨어있는 게 아니라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싱싱하고 좋은 야채를 사다 만드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가족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지금이 최고로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다. 더욱이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태리, 페루, 이라크, 레바논 등 지구촌 곳곳에서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열흘째 10명 선으로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행복한 꿈과 희망을 안고 오늘도 열심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한일신 수필가는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한 후 수필에 입문해 <대한문학> 으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영호남수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내 삶의 여정에서> 가 있다. /한일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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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14:37

'표절'을 대하는 태도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다. 남의 것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니 ‘도둑질’이지만 표절 문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불거진다.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의 표절 문제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때로는 자신의 정치 인생을 나락에 빠뜨린다. 가까운 예는 논문 표절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슈미트 팔 헝가리 대통령이다. 그는 2010년 8월,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1년 7개월 만에 사퇴했다. 박사학위 논문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끊임없이 사임 요구를 받아온 결과였다. 그는 모교인 젬멜와이스 대학교가 자신의 논문 상당 부분이 다른 논문을 표절했다며 박사학위 박탈을 결정한 이후에도 "표절 문제와 대통령직 사임에는 관련성이 없다"며 사임을 거부했지만, 국민은 그에게 더이상 대통령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국방장관이 논문 표절로 옷을 벗었다. 총리감으로 꼽힐 정도로 전도양양했던 30대 정치인의 몰락은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 역시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라며 버텼지만, 그의 이름을 딴 '구텐플라크 위키(GuttenPlag Wiki)’를 개설하고 논문 검증에 나선 네티즌들의 활약(?)에 힘입어 내용 대부분이 표절임이 밝혀지자 버티지 못하고 사임했다. 놀랍게도 그의 표절논문은 2007년도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었다. 대중적인 관심의 표절 논란은 아무래도 예술계가 으뜸이다. 대부분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번지지만 표절의 대열은 끊기지 않는다. 창작과 표절의 경계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관행’을 앞세운 우리 사회의 ‘쓸데없는 관대함’이 놓여 있다. 최근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논란이 불거졌다. 신곡 ‘아주 사적인 밤’이 세계적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유희열 측은 ‘무의식적인 표절’을 앞세우면서 두 곡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주목을 끈 것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입장이다. 그는 ‘두 곡의 유사성이 있지만 어떤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며 법적 절차나 저작권 문제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기에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을 더하며 유희열의 ‘무의식적 표절’을 포용했다. 원작자가 양해했으니 표절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싶었겠지만, 여론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표절을 인정하고 법적 다툼이나 저작권 문제까지 이르지 않았다 해도 표절을 불러들인 양심과 논란 이후 태도에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표절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뿌리 깊은 표절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함께 단속해야 할 과제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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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6.30 14:32

화성에서 온 국민,금성으로 간 정부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1년도 기준 전국주택보급률은 103.4%로 전년도에 비해 약간 하락한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수도권만 기준으로 보면 98%로 지역간, 계층간의 주택공급곡선의 기울기가 불균형상태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또 다른 지표인 자가주택보유율을 보면 57.9%로 여전히 절반가량이 무주택자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3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보면 이러한 지표들은 2018년의 상황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때, 지난 정부의 출범당시 경기 호황에 따른 풍부해진 유동성은 건설사들로 하여금 굳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소규모나 임대주택의 공급을 등한시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중대형 규모의 주택공급에 치중한 결과, 공급측면의 기울기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정부 정책도 104%라는 주택보급률을 바탕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수요측면의 기울기 또한 개선되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즉 3년 전에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취득단계’에서 LTV, DTI의 제한 등 금융제재와 ‘보유단계’에서 종합부동산세의 강화, ‘양도단계’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2021년부터 규제보다는 공급을 늘리는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는바 이는 2024년까지 여전히 주택공급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새 정부는 5월 10일 지난 정부의 핵심 부동산정책이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의 부동산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6,21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즉, 세제, 금융, 공급확대 및 규제 완화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주로 임대주택소유자에 대한 지원,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경감, 분양가상한제의 폐지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가구 분화에 따른 1인 가구의 증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증가 등으로 인해 여전히 주택공급의 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신도시 건설 등의 공급확대 정책은 보이지 않고, 부유층에 대한 감세로 인한 유동성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는 주택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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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14:00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집은 광화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광화문에도 사람이 사냐는 반문이 흔히 돌아오곤 한다. 광화문에 사람이 산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출장을 가면 헬리콥터가 우리집 위로 날아갔다. 헬리콥터 날아가는 소리가 상당히 커서, 대통령의 지방 일정을 모르고 넘어가기 어려웠다. 이제 청와대는 시민공원이 되었으므로 그 일도 모두 추억이 되었다. 광화문이라는 특별한 동네에 한평생 살다보니 이래저래 정치가 일상생활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일이 많았다. 내가 30대였을 때까지는 대통령이 한번 출타할 때마다 20~30분은 족히 걸리는 교통통제를 했다. 대통령의 일정만 중요하고 시민들의 스케줄이야 아랑곳없던 시절이었다. 하염없이 서있는 버스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울화통을 터뜨리는게 일상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VIP의 편의를 위한 광화문 일대의 차량통제는 차츰 사라졌다. 지난 10여년간은 대통령 출타 때문에 교통통제로 불편을 겪은 일이 없다. 민주주의적 사고와 교통통제 기술력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묘하게 교통신호를 조작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교통경찰이 잠깐씩 일반차량 통행을 지도하는 사이에 의전차량은 놀라운 속도로 복잡한 도심을 통과한다. 의전차량이 지나간 뒤 곧바로 일반차량들이 잠시 빨라진 도심통행속도를 즐기며 그 뒤를 따른다. 이 모든 일은 1~2분 안에, 눈깜짝할 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진다. 기억하건대 2008년 광우병 사태 이전까지 광화문 일대는 도심 시위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도심 시위는 서울역, 을지로, 명동, 대학로 하는 식으로 구도심 일대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광장이 생긴 이후 광화문은 시위의 메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었다. 이후 10여년간 광화문 거주자는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듯 오늘의 시위정보를 확인하며 지내게 되었다. 시위 시간은 몇시인지, 시위대의 규모는 얼마인지, 행진 구간은 어디인지, 버스 우회구간과 지하철 무정차 통과구간은 어디인지,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곧바로 가족들의 등하교와 출퇴근에 막대한 지장이 생겼다. 코로나로 집회가 금지되어 광화문은 시위 없이 고요한 2년의 휴식기를 가졌다. 때맞춰 광화문광장은 2020년 11월부터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쪽 보도를 연결하는 새단장 공사에 들어갔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높직한 버스에서 현장을 넘어다 보면 광장의 모습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새로 단장되는 그곳에는 길쭉한 원형극장같이 아래로 우묵하게 내려가는 단차구조가 있어서 무언가 공연을 할 수도 있을 것같이 생겼고, 무엇보다도 중간중간에 나무를 많이 심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좋은 생각이다. 공간에 나무는 중요하다. 이전에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아름다운 꽃을 심고 전시회나 장터 같은 행사들을 열곤 했지만 언제나 그곳은 뙤약볕이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콘크리트 바닥 광장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곳에서는 오랜 시간 즐거움을 유지할 수 없었다. 장마가 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화창한 날을 틈타 부모님을 모시고 청와대 관람을 다녀왔다. 청와대는 요새 어르신들의 에버랜드라고 할만하다. 아침부터 경복궁역 일대에는 청와대 관람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고 길다. 보행이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셔틀버스를 기다리지 말고 운치 있는 경복궁 돌담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65세 이상이라면 경복궁 입장도 무료이니 경복궁을 통과해 아름다운 경회루와 근정전을 둘러보며 신무문으로 올라가셔도 좋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대략 8000보에서 1만보를 걷게 된다. 젊은 시절을 이 동네에서 보내신 나의 부모님은 특별히 감개무량하게 청와대를 관람하셨다. 청와대 서쪽의 아름다운 인왕산자락에는 어린시절 내가 살았던 옛마을이 선명하게 보인다. 인파와 더위로 들끓는 청와대에서 나는 나의 부모님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우뚝한 청년이던 부모님은 흰 머리의 노인이 되셨고, 언제나 고요하던 청와대는 시민공원이 되어 관람객으로 가득 찼고, 광화문은 그 모습을 여러번째 바꾸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광화문과 청와대라는 공간으로 절감한 날이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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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14:00

소수당 배려 없는 지방의회

다음 달 개원하는 지방의회의 원 구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의회 직을 독식하려 함에 따라 소수당과 무소속 등이 이에 반발하면서 출범 전부터 파열음이 나온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도의회를 비롯해 시·군 의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 의회 직 자리를 모두 독차지할 요량이다. 전북도의회는 민주당 소속 당선인 37명이 지난 27일 총회를 열고 의장과 부의장 후보 2명, 행정자치위원장 농산업경제위원장 환경복지위원장 교육위원장 문화건설위원장 운영위원장 후보 등 의회 직 아홉 자리를 모두 자당 후보로 선정했다. 의장 후보로는 3선의 국주영은 당선인을 선출해 도의회 사상 첫 여성 도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다음 달 1일 개원하는 12대 도의회는 의장단을 먼저 선출한 데 이어 4일과 5일에는 상임위원장을 뽑는다. 민주당 소속 당선인의 사전 원 구성 작업에 진보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등 소수당 당선인은 강력히 반발한다. 민주당의 독주와 독식은 다수당의 횡포이자 소수당을 완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이들은 김관영 도지사 당선인은 전북도정의 여야 협치를 내세우고 정책협력관을 국민의힘에 할애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도의회는 독단적 운영을 꾀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순창 지역구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3선의 진보당 오은미 당선인은 이러한 민주당의 독식 구도를 깨기 위해 농산업경제위원장 출마를 선언한다. 오 당선인은 밭 직불금제 도입과 농민수당 지급 조례 제정 주민청원 등 농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소수당에 대한 ‘배려의 정치’를 촉구하며 도전장을 냈다. 시군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주시의회는 무소속과 소수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위원장이 공석인 전주을을 무시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의장 선출을 놓고 전주을 지역구 시의원을 아예 배제하면서 가족의 수의계약 문제로 물의를 빚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당선인끼리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으로 최다 득표력을 보인 3선의 양영환 시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정의당 당선인 등 6명은 민주당에 협치를 주문하면서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 1석씩을 요구했다. 지방의회는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만큼 의회 직을 독차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실 순창 무주를 제외하곤 도지사와 시장·군수도 모두 민주당 소속이어서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한계도 드러난다. 비록 무소속과 소수당일지라도 능력과 역량 있는 인물에게 의회 직을 배려하고 협치와 상생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진 의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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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06.29 17:41

전북도립미술관 서울 스페이스 개관 12년의 성과

전북도립미술관 분관인 <전북도립미술관(JMA) 서울 스페이스>(이하, 서울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랜드마크(land mark)인 인사아트센터 내에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5월 6일, 지하 1층 전시관에서 개관하여 2015년 건물 내 지상 6층 전시관으로 이전 후 현재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전북 미술작가를 소개해오고 있다.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한 서울관은 “지역 작가들의 수도권 진출을 돕는다”를 미션(Mission)으로 변화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공간적 특성을 활용하여 지역 작가의 국내 및 해외 진출 등의 교두보 역할을 함으로써 개관 이후 현재까지 많은 관람객의 방문과 국내외 미술계 주요 인사들 그리고 수집가들에게 전북미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창구가 되어 왔다. 개관 이래 기획전시 및 대관 전시를 포함하여, 한 해 평균 40여 회의 전시를 열며 전북미술의 대표 전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2,254명의 작가가 서울관에서 전시하였으며 12년 동안 작품 판매액도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 하루 평균 150명, 총 70만 명(703,107명)의 관람객들이 전북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했다. 또한 매년 2회 이상의 기획전시 개최를 통해 지역의 미술 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젊고 역량 있는 작가 발굴과 수준 높은 전북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전시기획으로 관람객들의 선택적 감상의 폭을 넓혀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관 전시 공모에 선정된 서양화가 조모씨는 2019년과 2022년 두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번 2022년 전시에서 대다수의 관객들이 자신의 지난 작품을 기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수도권 지역에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많은 이들에게 작품과 작가를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대중화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중 2점의 판매와 전시장을 찾은 갤러리 관장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다음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큰 성과를 얻어 매우 기뻐했다는 전언이다. 한국화가 이모씨는 수도권의 경우 전시장 대관에 필요한 대관비는 통상적으로 약 400~1,000만원 가량으로 청년작가로서는 크게 부담스러운 전시장 대관비를 약 70% 정도 절감하면서 중앙으로의 진출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전시가 끝난 후 연락 해온 컬렉터로부터 직접 전주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에 찾아와 작품을 구매하는 등 큰 성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서울관을 통해 지역 미술을 알리고 더 나아가 지역 작가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장과 자립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타 지역 미술관과 자치단체(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부산미술협회, 경남도립미술관) 등에서도 같은 건물인 인사아트센터에 분관을 열어 함께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높게 보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향후에도 지역 출신 미술가들의 수도권 진출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되며, 또한 작품 판매도 더욱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지역 미술가들의 중앙 진출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우석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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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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