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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 체제의 함정

삽화 = 정윤성 기자 여야 정권 교체는 정치권의 최대 화두다. 대선 때마다 여야가 이를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유권자와 소통하고 표심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야 함은 그만큼 정치를 잘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런 정치의 기본 룰이 전북에서는 통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한마디로 이 곳에서 여야 정권 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세가 여전한 까닭에 여야 경쟁구조가 사라진 탓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이런 시스템이 오래 작동되다 보니 유권자를 바라보는 정당 시선에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30년 이상 절대 지지를 보내준 유권자들도 이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가 없다. 선거철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면 민주당 독무대를 실감한다. 한창 기세를 올리는 국민의힘 돌풍도 전북에서만은 찻잔속 태풍이다. 경쟁력있는 출마자 물색도 그다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면 민주당은 출마 예정자들이 넘쳐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다. 특히 일부 공석인 지역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당이 노골적으로 개입해 낙하산이나 전략공천을 통해 위원장을 결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는 지방분권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 민의(民意)를 왜곡하거나 차단할 우려마저 있다. 심지어는 중앙당 추천 인사를 선택하라고 당원과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식이다. 지방정치 활성화를 무색케 하는 이런 오만한 태도에 민심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전주을과 남원임실순창 지역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해당 지역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상직 의원 복당이 사실상 어려운 전주을의 경우 김승수 시장 등판설에 이어 이번엔 임실출신 양경숙 비례 의원의 낙점설이 파다했다.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서울서 정치 기반을 닦은 그녀에 대해 굴러온 돌운운하며 당원들은 발끈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진 의원을 지낸 인사들도 거론돼 지역 여론이 뒤숭숭하다. 남원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환주 시장의 지역위원장 겸직을 철회하라고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논란의 핵심은 공정 경선을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중앙당이 점찍을 만큼 능력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면 접전이 예상되는 승부처, 이른바 험지에 전략공천으로 내보내야 마땅하다. 그런데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텃밭에 굳이 무리수를 둘까 의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무혈입성(無血入城)을 노리는 이들의 도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유권자들이 자기 권리를 중앙당에서 빼앗는다고 오해할까봐 역풍이 우려된다. 중앙당은 최소한의 장치로 걸러내면 된다. 지역 일꾼을 누구로 뽑을 것인지 선택하는 건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거센 풍랑이 돼서 뒤집기도 한다는 민심의 바다얘기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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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1.08.03 17:10

현지에서 본 코로나의 저주…2020 도쿄올림픽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도쿄성에 입성했다. 1년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전북 선수들과 한국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코로나의 위력은 세계를 연일 강타하고 있다. 스포츠와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세계 3번째 경제 강대국 일본이 야심차게 준비한 도쿄 올림픽이 제대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근대올림픽 이후 바이러스에 의해 연기된 사상 최초의 올림픽. 반갑지 않은 불명예 월계관을 쓰게 된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이 짠한 마음이 들 정도로 심하게 망가지고 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이 짝수 해가 아닌 2021년 홀수 해에 열리는 것도 기이한 첫 번째 현상이다. 이런 흑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번 올림픽은 과연 선진도시 도쿄가 올림픽 주최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대회 진행, 행정 등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란스럽다는 평이다. 올림픽 특수는 고사하고 도착한 나리타 공항의 분위기는 한적한 시골 버스 터미널 마냥 휑하고 썰렁한 모습이다. 구름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이전의 지구촌 축제 올림픽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공항이나 도쿄 노른자 거리인 신주쿠 어디에도 외국 선수들과 관광객들을 반기는 예전의 친절했던 일본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도쿄 시내에 흔한 올림픽 관련 플래카드나 도심 빌딩 숲의 건물 벽, 옥외 어디에도 도요타, 소니, 미즈노 같은 자국 글로벌 기업 광고는 거의 볼 수 없다. 줄줄이 철회돼 올림픽 특수로 한몫 챙기던 기존의 스포츠 마케팅이 완전 실종됐다. 시쳇말로 올림픽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던 대목 장사가 허공에 날아가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도쿄 올림픽 조직위가 죽을 맛이다. 천문학적이라는 역대 최대 적자 올림픽이라는 멍에는 이미 해외 언론에 도배되어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다. 거의 모든 경기장에서 손님을 받지 않는 무관중이니 입장료 수입은 제로다. 도쿄 시민들과 일본 국민들의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은 무서울 정도다. 지난달 26일 NHK 방송국의 패널로 출연한 전 여자유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당일 경기를 뛴 한 후배 선수를 독려하며 시청자들과 국민들에게 마음속 올림픽 동참을 눈물로 호소해도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시선은 냉담하다. 78%에 달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올림픽을 왜 정부와 도쿄시가 굳이 강행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시가 말 못하는 속사정이 따로 있다. 바로 올림픽에 관련한 사업에는 언제나 갑 입장인 IOC와의 기울어진 계약 문제가 주요인이다. 취소시 IOC에 배상하는 위약금만 수십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무관중이라는 악재에도 불구, 선택의 여지 없이 대회를 치러야 했다.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 후쿠시마에서 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건재와 부흥을 세계에 과시하려던 일본의 꿈은 코로나의 심한 몸살로 오히려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기록되는 저주의 올림픽이 되고 있다. 올림픽 1년 연기로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는 1년5개월이라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오랜 기간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한 일본의 부흥은 먼 이야기가 됐다. 도쿄는 두 번의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아시아의 첫 도시이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 이어 57년만에 어렵게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의 등장으로 인해 자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 흥행 참패에 최고 적자를 기록하는 쪽박 차는 올림픽, 완전히 실패한 올림픽으로 추락하고 있다. 요즘 뭘 해도 안되는 일본이다. /정강선 전북도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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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8.03 17:10

‘쥴리 벽화’와 표현의 자유

삽화 = 정윤성 기자 건물과 방, 집을 둘러싼 벽(壁)은 비바람을 차단하고 건물을 지지하는 것과 함께 경계를 구분하는 수단이다. 낯선 사람이 남의 집 벽을 넘으면 도둑으로 몰릴 수 있고, 부유층의 저택은 이런 낯선 사람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외부 적의 침공을 막기 위해 쌓은 성벽은 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적이 됐다. 벽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의 수단이지만 밖과 안을 연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 바로 벽화다. 세계 각지의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인류가 구석기 시대부터 벽에 그림을 그려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굴과 고분, 사찰 등에서 발견되는 벽화는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추정하게 해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평가받는다. 1970년대 시골마을 골목에서는 짓궂은 초등학생들이 벽에 그려 놓은 낙서 수준의 어설픈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 다운 그림이 벽에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부터다. 사회변혁운동에 동참하려는 진보적인 미술인들의 판화와 걸개그림, 벽화 등이 민중미술로 자리잡아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10 민주화운동은 의미있는 대형 벽화들을 탄생시켰다. 1988년 부산 동아대에 그려진 30여 미터 길이의 벽화 6월 항쟁도와 경희대 문과대학 벽면의 청년, 전남대 사범대 외벽의 광주민중항쟁도 등은 1980년대에 시작된 민중미술 벽화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벽화는 19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공공미술로 진화했다. 전국 곳곳에서 공공 디자인 붐이 일면서 벽화 그리기가 확산됐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경남 통영 동피랑마을, 전주 자만벽화마을 등 새로 탄생한 벽화마을은 도시 환경 미화를 넘어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정체성 없는 조잡한 벽화가 넘쳐나면서 벽화 공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존한다. 그림을 통해 공간과 경계를 잇는 벽은 관계와 교류 단절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쥴리 벽화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부르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쥴리의 남자들이란 문구가 담긴 벽화가 그려진 뒤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서점 주인은 벽화 속 문구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웠지만 보수-친여 성향 유튜버들이 서로 몰려들어 벽은 상호 비방의 공간으로 변했고, 명예훼손과 재물손괴의 고발까지 불렀다. 서점 주인이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려도 된다며 통곡의 벽이란 이름의 플래카드를 새로 내걸었지만 이 공간은 이미 표현의 자유 대신 표현의 갈등을 부른 이념의 벽이 됐다. 벽화의 퇴보를 보는 듯 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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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1.08.02 16:38

[최영호의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집값 올랐는데, 매도 계약 되돌릴 수 있나요?

의뢰인은 아파트 매도인으로 매매대금 5억원(계약금 5천만원, 중도금 1억원, 잔금, 3억 5천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금은 받았지만, 중도금은 아직 받지 않았다. 의뢰인은 최근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해 아파트 매도를 후회한다며, 계약을 되돌릴 방법이 있는지 물어왔다. 왜 계약할 때 계약금을 주고받을까? 첫 번째는 계약금은 계약을 증명한다. 계약은 말로만 할 수 있지만, 양 당사자가 약속을 했다는 사실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주고받는다. 다음은 약속을 어길 시에 배상할 손해액을 의미한다(민법 제398조 제4항). 보통 위약 시 계약금 몰취 또는 배액배상을 기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였기에 상대방의 위약으로 인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민법 제565조는 계약금을 교부하면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약금을 규정한다. 계약금은 곧 해약금으로 계약을 하면 약속을 지켜야하지만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약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즉, 계약금은 증거금, 위약금(손해배상예정), 해약금의 성질이 있다. 간단한 것 같아도 막상 익숙하진 않은 개념이다. 꼭 기억하자. 사례로 돌아간다. 의뢰인은 계약금 이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해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민법은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해약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이행의 착수 전에만 해약이 가능하다. 이행에 착수는 계약금을 지급하고 그 이상의 행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도금이다. 매수인이 중도금을 지급했다면 이는 이행이 착수된 것으로 보아 계약금을 포기하고 해약할 수 없게 된다. 의뢰인은 아직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지 않았으므로 매수인에게 계약금 배액을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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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1.08.02 16:38

병원마다 제각각 코로나 검사비, 차이 없애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은 4단계로, 비수도권은 3단계로 일괄 상향 시행하고 있지만 확산세는 여전하다. 어제(2일) 전국적으로 신규 확진자가 1219명 발생하면서 27일째 1000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을 찾거나 주기적으로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코로나19 검사(PCR) 비용이 병원 마다 제각각이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의료기관 별로 최대 5만원 까지 차이가 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 거점병원인 전북대학교 병원의 경우 응급실 중증도에 따라 검사 비용이 달라지는데, 병원측은 암 환자나 긴급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 자부담 비중이 5%대로 적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20100% 검사비용이 부과된다고 밝히고 있다. 전주 예수병원의 경우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환자는 검사비가 전액 본인 부담이며, 이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50% 자부담이 적용된다. 전주병원과 대자인병원 등은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병원 별로 응급실 환자에 적용되는 코로나19 검사 비용이 제각각인 이유는 급여지급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대병원의 경우 보건복지부 기준을 적용하지만, 다른 병원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암이나 다른 기저질환으로 주기적으로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들은 입원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과 함께 검사 비용의 차이는 경제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밖에도 민간 의료기관의 코로나19 검사서가 필요한 해외 출국자나 취업 준비생 등도 일정 비율의 검사비를 자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별 비용 차이로 혼선을 빚기도 한다. 의료기관의 코로나19 검사비 부과는 무료로 검사를 시행할 경우 일반시민들이 몰리면서 일반 진료업무의 차질은 물론 자칫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질 저하 우려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하지만 전국민이 다 같이 겪고 있는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동일한 비용과 기준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정부가 검사비를 지원해 자부담을 없애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혼란을 줄여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8.02 16:38

진안 홍삼집적화단지 투기 의혹 규명 나서라

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의 가족이 진안 명품홍삼 집적화단지 예정부지 일대 농지와 임야 등을 집중 매입한 투기 의혹에 대해 사실 규명이 요구된다. 지역 정치권에서 국회의원 보좌역과 고문 등으로 오랜기간 활동해온 당사자가 군청 개발 정보를 이용해 가족을 동원한 투기 행각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이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실이 있을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토지는 진안 명품홍삼 집적화단지 예정 부지 내 임야와 주변 논 등으로 현재 확인된 면적만 9필지에 4만1160㎡에 달한다. 이 중 사업 부지 내 임야는 2만3299㎡이고 나머지 8필지 17861㎡는 사업 부지 주변에 위치해 있다. 임야를 포함한 4필지 3만 3957㎡는 지난 2016년 11월 부인 명의로 매입했고 당시 3.3㎡당 매입 단가는 2만 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필지 7203㎡는 2020년 4월 아들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 부지 일대는 왕복 4차선의 국도가 개통되면서 땅값이 크게 오른데다 진안 명품홍삼 집적화단지가 들어서면 토지 가치가 더 뛸 것이란 게 지역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투기 의혹을 사고 있는 당사자는 유력 정치인의 보좌역과 국회의원 후원회장, 민주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지역위원회 고문을 맡는 등 지역 정치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정치 이력을 두고 지역민 사이에선 지역 사정과 군정 현황에 밝은 만큼 사전에 개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진안 명품홍삼 집적화단지를 조성하려면 예정 부지 내 임야를 매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에 주변에선 알박기 의혹도 일고 있다. 진안군은 토지 감정평가를 통해 협의매수를 시도했지만 토지주가 감정 평가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는 땅 주인의 요구로 억지로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개발 예정지 일대 토지를 가족 명의로 집중 매입한 것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행정과 사법 당국은 농지 매입과 투기 의혹에 대한 신속히 조사에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8.02 16:38

힐링시네마, ‘자기 조력’을 위한 영화 보기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자기 조력(Self Help)이란 스스로 돕는 것을 말한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또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지혜이자 능력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존감, 자기효능감이 쑥쑥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나의 첫 기억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배운 일이다. 페달에 발도 닿지 않던 나는 하숙집 아저씨에게 자전거를 빌리고, 옆방 형에게 뒤를 잡아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땀에 범벅이 된 채 꼬라박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훗날 형을 뒤에 세워놓고 시원하게 달릴 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성인이 되어 무엇인가 내 힘으로 해결하고 득의양양할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의 추억이 떠오른다. 자기 조력의 방법은 각 분야에 다양하게 존재할 터지만, 힐링시네마에서는 긍정적 정서, 자기성찰, 인간관계, 인지적 틀, 삶에 대한 태도와 지혜에 초점을 맞춘다. 생애 주기별로 적용하고 노년층에 대해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로 자아 통합을 이루도록 돕는다. 지식기술의 충전을 강조하는 평생학습, 자기조절 능력을 강조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강박이 똑똑>이란 스페인 영화가 있다. 강박증에 노출된 여섯 사람(남, 여 각 3명)이 서로 힘을 합쳐 강박장애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숫자, 세균, 반복, 선(線을 밟지 못하는), 건망증, 틱 등의 강박이 있다. 영화의 처방은 자기 개방과 스스로 해결하기이다. 중년 여성 열 명이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자기 조력에 대하여 나누고 있다.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불안과 걱정이다. 코로나, 남편, 아이, 경쟁 환경, 돈, 돈...... 건망증, 결벽증, 잡생각,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떨고, 반복적으로 숫자를 헤아리고, 버리지 못하는 습성 등. 망설임 없이 자기 개방을 하는 모습에서 집단과 영화의 힘을 느낀다. 그동안 자기와 세상에 대하여 이해하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바꿔보자는 쪽으로 목표를 정하고 계속하고 있다. 자기 조력을 위한 중고등학생 대상 추천 영화로 <극한직업>을 꼽고 싶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면 찌질이들을 가리킨다. 임무 수행을 잘못하는 형사들을 보며 공부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자신과 동일시한 것 이리라. 영화에서 형사들이 통닭집을 열고 반전을 꾀하는 모습을 함께 보며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탐색한다. 영화는 나를 비추는 천 개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영화 속에서 천 개도 넘는 자기를 발견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영화 볼 때 몸을 비틀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자꾸만 치고 올라오는 생각이 있다. 흘려보내지 말고 연상 작업을 해보자. 영화가 관객의 삶에 브리징(다리 놓기)을 시도하는 것이니. 자꾸 말을 거는 영화를 선정해서 자기 삶과 연결하면 무엇인가 발견하게 되고 해법도 찾을 것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남주인공 데니스가 여주인공 카렌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를 다른 사람의 삶의 끝에서 발견하고 싶지 않아요. 내 삶은 내가 책임져요. 자기에게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삶, 아름답지 않은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1.08.02 16:38

식당 대기줄이 길어지길 바라며

이재랑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7월초 전주 시내 식당을 당일에 예약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식당 앞에서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출근길에 신호를 두 세 번 받아야 마전교를 넘어 진북터널까지 갈 수 있었다. 코로나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지만 전북지역 경제가 점차 회복되는 조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경제지표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제조업의 회복이 눈에 들어왔다. 전북의 제조업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로 2/4분기에 12.4% 증가했다. 특히 화학제품과 1차 금속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1% 감소하였던 화학제품 생산은 올해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2/4분기에만 26.7% 증가했다. 방역활동 강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가구, 가전의 수요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원재료인 합성수지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 것이다. 철강을 포함한 1차 금속의 생산은 2/4분기에 전북에서 무려 46.6% 증가했다. 세계경제의 회복으로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었고 자동차의 주요 재료인 철강 생산도 증가했다. 중국정부가 수출환급세를 폐지하면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요인도 있다. 소비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도 양호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한동안 장기평균을 밑돌던 전북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5월 이후 장기평균치인 100을 넘었다. 소비자 심리가 기준값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의미한다. 2/4분기 대형소매점의 방문객 수도 전분기보다 늘어났으며 외식 및 숙박업 등도 가족 단위의 개별관광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도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10.6% 감소했던 전북지역 수출은 올해 1~6월 중 전년동기대비 36.9%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합성수지, 건설광산기계 수출이 증가했고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동제품의 수출도 늘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다.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첫째로 코로나 4차 유행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델타 변이가 퍼지고 있고 백신 접종을 마쳐도 돌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의 어려움이 가중될까 걱정된다. 벌써 코로나의 영향이 보인다. 전국기준으로 보면 7월 둘째 주부터 음식, 숙박, 여행업에서 신용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첫째 주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 우려로 7월 전북의 소비자 심리지수도 지난달보다 조금 하락했다. 다음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이라는 위험요소가 있다. 지난해 마이너스까지 갔던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반전했다. 7월 들어 국제유가 상승 추세가 주춤하는 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주 시내 휘발유 가격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최근 리터당 1600원대도 보인다. 한편 백신 개발소식 이후 회복세를 보여왔던 세계경제의 성장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 증가율이 둔화하자 중국이 최근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갑자기 0.5% 포인트 인하했다. 중국내 코로나 확산 소식도 있다. 미국의 성장엔진에도 잡음이 조금 들린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경제가 급성장하였는데 이제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델타변이가 나오면서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코로나,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라는 세 가지 고개를 수월하게 넘겼으면 좋겠다. 7월초보다 출근길이 수월하다. 당일 식당예약도 되고 대기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세 고개의 문제가 아니라 여름 휴가철의 영향이길 바란다. /이재랑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장전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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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2 16:38

국가 돈으로 생색내며 국민 희롱, 이제 그만

김종식 전북도의원(군산2교육위원)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여태까지 보기 힘들었던 현금지원 정책을 볼 수 있었다. 재난 상황의 현금지원은 국민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지만, 이런 민심을 이용하려는 정치적 공약의 남발은 재난지원금의 씁쓸한 이면이다. 5차 재난지원금(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국회 처리 디데이였던 7월 23일 당일까지도 지급 대상과 액수를 결론내지 못해 재난지원금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혼란과 실망감을 안겼고, 지난 5월부터 논의된 5차 재난지원금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당리당략에 의해 흔들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여전히 대상과 방법에 논란이 있지만, 어찌 되었든 5차 재난지원금은 소득 하위 80%로 건보료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확정했다.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므로 사회 전체가 만족하는 정책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이해하지만, 열띤 논쟁으로 최대 이슈였던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결정 과정에서의 사회적 비용과 손실이 상당했다. 또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겪은 실망감까지 그 액수로 산정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올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지원을 위해 4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5차 재난지원금과 지급을 위해 수반되는 비용이 쓰인다면, 재정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구체적 재원 마련 계획 없이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만 쏟아내는 포퓰리즘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니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이런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현재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이 상황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즉,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이후에도 재난지원금 지급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약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 상황에 6차 재난지원금이 논의된다면, 그때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되었던 시점보다 대통령 선거와 더 가깝기에, 이번보다 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순수한 목적 아닌 공방은 언론을 자극할 것이고, 그때마다 여론은 흔들린다.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생계를 위협받지 않고, 국민 생활을 지탱하기 위한 목적이자 위로가 되어야 하는 재난지원금의 의미가 더 이상 퇴색되지 않아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때마다 흔들리는 국민 정서를 안정화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에, 당리당략으로 온 국민을 희망 고문하는 상황을 근절하고, 구체적 계획 없이 국가 재정을 무분별하게 풀어 표심을 모으려는 선거철 매표경쟁의 반복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사안을 겪었던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데, 사실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시 논의와 결정 주체인 정부와 여야의 고위 공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이 월급과 세비의 일부 반납해 국민과 고통 분담에 함께하고, 비상 상황에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 앞에 천명하는 것이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에 이들이 앞장서 준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매표경쟁으로만 바라보겠는가? 이후 논의되는 지원금은 중앙에서 솔선수범하여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 /김종식 전북도의원(군산2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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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2 16:38

또 다시 지역감정

삽화 = 정윤성 기자 남북으로 두 동강 난 땅덩어리 좁은 나라에서 호남이다 영남이다 충청도로 나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963년 대구 공화당 박정희 후보 유세장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이 천 년 만에 신라의 임금을 모시자고 연설, 지역주의 교조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제14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부산 초원 복국집에서 유력기관장들을 불러 모아우리가 남이가 아니지라고 발언,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때마다 지역주의를 부추긴 사람들은 영남권 정치인들이다. 그 이유는 영남이 호남보다 유권자가 많아 영남 유권자가 똘똘 뭉치면 당선이 유리하기 때문에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그간 박정희가 쿠데타로 18년간이나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줄곧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영남 출신들이 정권을 잡았다. 망국병이라 일컫는 지역주의 덕을 톡톡히 본 사람들이다. DJ가 천신만고 끝에 충청권 JP와 손을 잡아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그들에 비할바는 못 된다. 그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경남 김해 출신이지만 지역주의보다는 진보세력을 결집해서 정권을 잡았고 부산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았다. 민주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많은 유권자들이 실망해 한다. 사실 전북인들은 영남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 때마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를 한 바람에 지역감정이 한(限)으로 굳어졌다. 정치인들이 표 모은 데 지역감정을 이용하는 것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연고주의와 감성을 활용해서 지역주의를 자극하면 손쉽게 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선 때마다 악령 같은 지역감정이 되살아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경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판도 달라질 수 있다. 전북은 유권자가 적어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빅3정도만 관심이 있지 마이너 후보들은 외면한다. 국민의 힘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전북서도 예전과 달리 MZ세대들의 당원 가입이 부쩍 늘었다. 전북 출신 재선의 정운천 의원이 지역감정을 극복하려고 서진정책을 쓴 결과가 약발을 받고 있다. 선거가 일상이 되면서 모든 선거가 자신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인들은 민주당이 지역을 지배한 탓에 민주당 대선 후보에 관심을 갖지만 국민의 힘등 야권 후보에도 관심을 갖어야 한다. 그 이유는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야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모든 게 끝장날 것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있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가져올 인물이 대권을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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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08.01 16:44

새만금 슬래그 논란, 안전기준 마련 시급하다

새만금 육상 태양광 부지내 도로 보조 기층재로 사용되고 있는 제강 슬래그의 유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논란을 해소할 합리적인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슬래그는 제철공장에서 철광석 등으로 부터 철을 분리하고 남은 부산물이다. 사업 시행자인 군산 육상태양광(주) 측은 이 슬래그를 태양광 사업 부지내 도로의 보조 기층재로 사용하고 있다. 보조 기층재는 당초 순환골재로 설계 됐으나, 인근 골재업체의 재고 부족 등으로 원활한 수급이 어려워지자 태양광 현장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세아베스틸 공장과 슬래그 무상공급 협약을 맺고 반입해 쓰고 있다. 논란은 환경단체가 제강 슬래그의 유해성을 들어 사용 중단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환경단체는 한국세라믹 기술원 등 2개 연구기관의 함유량 검사 결과 슬래그에서 망간(Mn)과 크롬(Cr) 등의 중금속이 검출되고, 또 슬래그가 물과 반응하면 강(强) 알카리성의 침출수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전북도청 앞에서 슬래그 반입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업 시행자 측은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의 용출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경 유해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재활용 목표율을 95%로 설정한 100㎜ 이하의 슬래그는 친환경 골재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제강 슬래그의 유해성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현격하게 엇갈리는 이유는 중금속 검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유해성의 판단 기준을 용출량 검사로 하느냐, 아니면 함유량 검사로 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최근들어 속도감 있는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도로 기층재의 유해성 논란으로 발목을 잡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세아베스틸 측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하니 자칫 사업이 주춤거릴 수도 있다. 전북도와 새만금 개발청, 군산시 등 사업 관리 감독 기관들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학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새만금 현장에 맞는 실효성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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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8.01 16:44

민주당 도당 선출직평가위 재구성 왜 더디나

당내 논란 속에 원점으로 돌아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이 답보상태에 있어 정치권 안팎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성주 도당위원장과 전북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원칙과 기준을 세워 선출직평가위원회를 새로 구성키로 합의했으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추가적인 논의와 실무차원의 진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민주당 도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당 소속 현역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평가 작업을 주관하는 기구로, 평가 결과에 따라 현역 선출직 공직 후보자의 경선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는다. 위원장을 포함해 최대 15명 이하, 최소 9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위원장 포함 외부인사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구성토록 당규에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초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지역 정치권의 신뢰를 받지 못해 다시 위원회 구성을 진행하는 것만으로 민주당 전북도당으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불신이 나온데는 김성주 도당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김 위원장은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진 절차대로 공정하게 구성했다고 밝혔지만, 지역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발에 부딪혀 결과적으로 백지화 됐기 때문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평가위원장과 평가위원 선임에 추천권을 갖고 있어 위원장이 추천권을 행사한 게 절차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당규상 필요한 절차가 아니더라도 현역 단체장과 의원의 내년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평가위 구성에서 최소한 지역위원장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먼저라는 건 상식이다. 김 위원장이 전북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평가위를 새롭게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껏 감감무소식이어서 평가위 구성에 이해가 얽혀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여러 억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도당 선출직평가위는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시스템일 뿐이지만 민주당과 현역 선출직이 갖는 전북에서 위상 때문에 평가위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평가위가 도당 위원장의 친소 관계로 구성되는 것도 문제지만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인적 구성도 경계해야 한다. 현역 민주당 소속 시장 군수와 지방의원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기할 수 있는 평가위원회 구성이 이루어지는지 유권자들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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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8.01 16:44

‘킹덤-아신전’을 통해 본 역사문화 기초 연구의 가치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7월 23일 넷플릭스에서 킹덤-아신전이 개봉했다. 킹덤 시즌 1과 2는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 전염과 확산이라는 코드로 코로나-19라는 현실과 맞물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편은 시즌 1과 2의 전사(前史)로 생사초의 비밀과 조선에 거주하는 여진인 아신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킹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나오는 용어를 알아야 하지만, 대체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성저야인과 번호부락, 폐사군, 추파진, 파저위 등 한국사 전공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역사 용어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전공자들에게도 생소한 용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역사적 사실과 작품 사이의 괴리를 벗어나 개인적으로 큰 흥미를 가졌다. 필자는 폐사군과 여진 등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 주제가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구 성과도 많지 않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며, 관련 용어가 학계에서 자주 쓰이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덤-아신전을 보며 전공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일어났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독창적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OTT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용되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지금, 지역은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북은 충분한 매력을 가진 땅이다. 자타가 공인하듯 역사문화와 관련된 많은 스토리를 확보하고 있고, 이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자산이다. 잘 알려진 것 만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이 많다.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내려와 지금의 익산 금마 지역에 나라를 세웠고, 이것이 마한의 시초가 되었다는 이야기. 서동과 선화공주. 견훤의 후백제 건국과 강성함. 조선 왕조의 발상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 동학농민혁명 등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것은 훨씬 더 많다. 킹덤-아신전을 예로 들면, 그 배경이 되는 추파진에서 근무한 군산 출신의 최호 장군과 연관성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580년에 추파진 만호로 부임하여 약 1년간 근무하였다. 이후에도 함경북도 방원보 만호로 근무할 때 니탕개의 난으로부터 임지를 보호한 공으로 무려 세 품계를 올렸다. 또한, 킹덤-아신전의 시대인 임진왜란기에는 함경남도 도절제사(현재의 사단장)로 부임하여 압록강변 가을파지보(현재의 김정숙군)에 시장을 열어 여진인과 평화 교역의 계기를 마련하며 지역민의 칭송을 들었다. 군산은 일찍부터 최호를 기리기 위해 사당을 만들었고, 지난 2015년부터 35사단 제9585부대 1대대를 최호대대로 명명하였다. 이처럼 전북은 잘 알려진 것부터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가 있다. 어쩌면 이러한 콘텐츠들은 킹덤처럼 각별한 계기로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가 알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한 순간에 지역의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지만, 적시에 진행하기 위해 역사문화에 대한 묵묵한 지원과 심도 있는 기초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활용만 강조한다면 자칫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지역의 역사문화가 탄탄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면 언젠가 개봉될 전북의 킹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 전북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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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1 16:44

모두가 함께하는 선진국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지난 7월 2일에는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 기구가 설립된 1964년 이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한편, 지난 7월 하순 바킷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전주상공회의소를 방문했다. 듀센바예프 대사는 카자흐스탄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의 가장 큰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하며, 한국의 첨단 기술과 제조업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진출을 요청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넓은 영토에 전북도의 농생명 관련 기업의 투자를 위해 전북도와 상공회의소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영토 크기로 경제발전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세계에서 9번째로 크고 크롬, 우라늄, 원유, 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여건을 갖춘 나라가, 변변한 지하자원도 없이 세계에서 107위의 영토를 가진 작은 나라의 기술과 경제협력을 원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수 없다. 우리 전라북도로 눈을 돌려봐도 지난 1948년 기준 도내 사업체수는 360여개사였으나, 2019년말 기준으로는 사업체가 15만3000여개로 집계된 것과 비교할 때 약 400배나 불어나는 등 우리 전라북도 역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현대자동차와 LS엠트론, KCC, 효성과 같은 굴지의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북도의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또한 국민연금공단, 농촌진흥청 등 혁신도시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서 신도시가 생겨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전국대비 비중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 1인당 GRDP, 재정자립도 수준은 전국 하위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갈수록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어떻게든 침체된 현 상황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환점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지역균형발전을 외면하고 경제성만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으로 인해 지역경제 발전을 담보하는 인프라 구축과 같은 대형 사업들은 갈수록 타 지역에 뒤처지고 있다. 최근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사업이 그러하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새만금국제공항, 신항만 사업도 그렇다. 현재의 경제성은 낮더라도 방죽을 만들어 놓으면 물고기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선진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더욱 배려해야 한다. 굳이 헌법 123조 2항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의 육성에 관한 국가의 의무가 명시된 것을 들지 않더라도 지역과 수도권의 균형있는 발전은 국가의 책무다. 나라만 부자고 국민이 가난한 선진국은 의미 없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선진국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정부의 수도권을 비롯한 광역경제권 위주의 발전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반도체, 조선, 화학 등의 산업이 언제까지나 선진국의 지위를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들에게도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게 지난날 비참하고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밑거름을 만들어 준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윤방섭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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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1 16:44

스포츠 관광산업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하자

김승섭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위원장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제32회 하계올림픽이 8일 폐막을 앞두고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 치러져 체감 열기가 여느 때와 다르지만, 대회의 부가가치와 경제 파급 효과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포츠가 단순히 운동 실력을 겨루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 최근에는 스포츠(sports)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인 스포노믹스(sp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전주는 스포츠와 관광문화 인프라를 접목시켜 성장시켜나갈 수 있는 훌륭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관광거점도시에 선정돼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겨루기 태권도의 종주도시이자 유수의 배드민턴 선수들을 배출해낸 스포츠 메카로 유명하다. 국내 리그 6회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 프로축구팀이 있고, KBL 챔피언 결정전 5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KCC이지스 프로농구팀도 있다. 각종 대회도 지속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대회 활성화에 지장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멈춰 설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히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스포츠관광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 관광의 외연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 위기상황에 움츠러들기보다는 또 하나의 기회로 생각해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전주시에서 집중육성하고 있는 드론 스포츠 활성화다. 또 각종 스포츠 대회 유치와 이에 따른 국내외 선수단 및 방문객 유치 전략 수립, 배드민턴태권도 등 특화 종목 전지훈련 유치, 각종 종목별 맞춤형 스포츠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있어 스포츠이벤트와 문화예술 관광과의 결합 등 구슬을 잘 꿰어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광주관광전담기구를 만들어 출범시켰다. 그 결과 관광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과 함께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관광거점도시 추진에 있어서도 스포츠관광을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브랜드화 시켜나갈 필요성이 있다. 대회전지훈련 시기나 특성에 맞춰 공연, 축제, 영화제 등의 행사가 함께 기획된다거나 역사문화관광을 비롯해 스포츠 행사의 특성에 따라 의료관광, 자연 친화관광 등 스포츠 자원과 우리가 가진 관광 자원과의 연계가 잘 이뤄지도록 패키지 상품의 개발과 적극적인 홍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와 어쩌면 공존해나가야 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상스튜디오, 온라인 팬 미팅 등 디지털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한 스포츠관광 프로그램도 적극 도입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회피가 아닌 극복의 상황, 나아가 공존의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잠시 멈춤이 끝나고 관광에 대한 갈증이 폭발할 시기를 대비한 포스트코로나시대의 새로운 관광산업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제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리는 스포츠와 관광 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할 때다. /김승섭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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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01 16:44

작은 새의 이야기

박경숙 수필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종종 분수를 알면서도 지키지 못할 때가 있다. 결국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복합성 때문에 분수를 넘는 뱁새 꼴이 되기 마련이다. 새마다 각양각색이다. 황새는 몸집이 크고 당당하지만 뱁새는 작고 초라해 볼품이 없다. 그래도 뱁새는 황새가 별거냐며 보란 듯이 흉내를 내본다. 황새는 아랑곳없이 너쯤이야!하고 커다란 날갯죽지를 치켜들고 긴 다리를 내민다. 뱁새 역시 한 치도 안 되는 보폭으로 한 자가 넘는 황새걸음을 따라 하다 이윽고 우지직!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나뒹군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사는 소녀가 있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아이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소식을 끊고 자취를 감춰버려 황망한 마음에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절도죄로 파출소에 잡혀 있는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처음 대했을 때의 순수했던 내면까지 피폐해져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했다고 한다. 여린 풀잎과 같던 아이가 이 거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또래들의 삶을 동경했지만 술고래 아버지와 병든 할머니와 살며 생활고를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갖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많은 철부지 소녀가 아닌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살면서 온갖 욕구를 부추기는 현실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가 있었을까? 사랑과 물질의 결핍을 이겨내지 못한 어린 것이 사회에서 격리될 수 밖에 없는 게 온전히 그 아이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는 이미 자신이 뱁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황새를 쫓기는 원치 않았지만 황새의 보폭으로 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버거웠을 것이다.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높은 가르침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늘 고민인 뱁새였다. 그러니 모든 뱁새의 비극이 그저 나약한 의지나 허영심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살면서 생겨나는 숱한 틈들로 말미암아 시나브로 가혹한 운명의 무대에 내몰리는 뱁새도 있다. 요즘 하루가 멀다고 청렴을 최고의 기치로 삼아야 하는 정치인들의 뇌물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그 진실이 뇌물이냐, 선물이냐, 차용이냐, 하는 것은 검찰과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니 개인인 내가 판정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약자가 뇌물을 건넬 때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 첫째는 나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라는 것, 둘째는 권력자를 등에 업고 이득을 보자는 거다. 결국 권력을 남용하여 부조리를 저지르는 황새 가면을 쓴 뱁새들이 아닐지. 우리 역시 애정이나 관심 혹은 사회적 의무나 사명으로 종종 원치 않은 상황에 내몰리고는 한다. 끊임없이 우리를 또 다른 사회적 일탈과 새로운 시험 앞에 놓이게 한다. 혹여, 내 주변 사람을 황새걸음으로 걸어가도록 내몬 적은 없을까. 분명히 거기에는 우리의 무관심과 이기심도 함께했으리라. 바야흐로 자비로운 마음과 공공연한 도덕성이 끝 간데 없이 확산되고 있다. 가끔 내 주위의 진실을 외면하며 살지는 않았는지. 환하게 웃는 내 아이들을 보면서 가엽은 작은 새의 눈물이 스치고 지나간다. /박경숙 수필가 △박경숙 수필가는 <계간수필>에서 등단하였다. 전북문인협회와 행촌수필, 영호남수필, 계간수필문우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전북수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천일제면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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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9 19:12

[노인환의 세상만사] 기재부와 국세청의 동상이몽

서민의 주거안정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2년의 보유요건에 의한 1세대1주택 비과세제도는 조정지역에 대해서는 2년의 거주요건이 추가되며 올해 신설된 최종 1주택 규정에 의하면,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모두 처분하고 1주택이 된 후, 그날로부터 2년의 보유 및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최종1주택에 대한 비과세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1일 국세청이 새로운 예규를 하나 생성하면서 사단이 납니다. 즉, 보유 및 거주요건을 계산함에 있어서 1세대 외의 주택을 모두 처분하고 최종 1주택이 된 날로부터 보유 및 거주기간을 재기산(일시적 2주택자는 제외)한다는 규정의 괄호 단서규정을 근거로 최종 1주택 규정에 해당하더라도 주택 1채를 더 구입하게 되면, 일시적 2주택자가 되어 거주 및 보유기간이 재기산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의 예규를 발표합니다. 위의 예규를 근거로 지난 7월 12일 모 일간지는 양도세 줄이려고 집 한 채 더 산다, 규제가 만든 황당 절세법이란 기사에서, 서울과 전주에 주택이 있는 다주택자가 전주의 주택을 처분하면 서울의 1주택에 대해 보유 및 거주요건이 재기산되나 익산에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고 전주의 주택을 처분하면 서울주택과 익산주택이 일시적 2주택이 되어 보유 및 거주요건이 재기산되지 않는다는 보도를 하게 됩니다. 이 보도가 나오자 기획재정부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면서 비록 익산주택을 취득하고 전주주택을 처분하여 서울과 익산의 주택이 일시적 2주택에 해당된다 하더라도 서울주택을 비과세 받기 위해서는 전주주택을 처분한 날로부터 2년의 보유 및 거주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즉, 익산주택을 취득하더라도 일시적2주택 규정에 의한 혜택은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예규를 근거로 시골의 저가주택을 매입하여 일시적 2주택으로 보유 및 거주기간을 재기산하지 않고 비과세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만약에 과세를 하게 된다면 최소한 법원에 의한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론 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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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9 16:28

시인과 도시의 기억

삽화 = 정윤성 기자 시인이었던 스승의 문학과 삶을 조명하는 연구에 50년 가까운 세월을 온전히 바쳤던 제자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존경해온 시인을 대학생(전북대 국문과)이 되어 스승으로 만난 제자는 사제의 인연을 인생의 축복으로 받아 스승의 시정신과 청빈했던 삶의 태도를 평생 자신의 귀감으로 삼았다. 신석정 시인(1907~1974)의 제자 허소라 시인(1936-2020) 이야기다. 스승의 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시인이 되고 학문의 길에 들어선 이후 석정문학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았다. 그 덕분에향토시인 목가적 서정시인으로만 알려져 왔던 석정은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노정, 그 주인공이 되었다. 석정은 일제 강점기 엄혹한 시절에도 현실을 직시하며 치열한 시정신으로 저항시를 발표했던 시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정 문학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자는 왜곡된 시각과 편향된 평가로 석정이 향토시인 으로만 폄훼된 현실을 문단적 야맹현상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시의 자연적 서정성과 현실참여라는 이원적 경험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통합하려는 시도를 줄기차게 해온 시인. 제자는 한국시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스승의 시세계를 제대로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발표작은 물론 미발표작까지 찾아내 정리하기까지 꼬박 40년 세월이 걸렸다. 석정시인의 미발표작 시가 본격적으로 공개된 것은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였다. 대부분 현실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진보적인 역사 인식을 담고 있는 이 시들은 1974년 석정이 작고한 직후 그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것들이었지만 석정의 육필원고를 간직해왔던 제자는 곧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과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지식인이자 시인의 고뇌가 그대로 담긴 이 시들을 공개해도 좋을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석정은 더 이상 전원시인 목가시인 등의 수사적 틀에 갇히지 않고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저항시인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석정이 살았던 노송동 <비사벌초사>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미래유산은 미래까지 이어가고 기억해야 할 유무형의 가치 있는 것들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비사벌초사>가 위기에 놓였다. 노송동 일대의 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다. 일제의 강압에도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고, 친일시 한편도 쓰지 않았던 석정의 문학과 삶을 기억하게 하는 공간. 도시의 기억은 도시를 살리는 힘이기도 하다. 개발과 보전이 대립하는 현장에서 기억의 가치를 살려내는 지혜가 지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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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7.29 16:28

8월 문어에게 배우는 지혜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 지구상의 사람들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면서 큰소리를 치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큰소리를 치기는커녕 눈에도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로 인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라는 책을 보면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밀집된 곳을 좋아하는데 우리는 산업화 도시화를 핑계로 점점 더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으니 균들은 늘 사람들 곁에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적(?)을 파악하고 싶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미물이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사는 것은 기본이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살아야 하니 내 안에 어떤 능력을 길러야 이 시대를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운동해서 몸 온도를 높이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일뿐인 듯하다. 사회적 관계가 줄면서 컴퓨터를 통해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보는 일이 점점 많아졌는데,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바다에 사는 문어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내가 문어를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정월 전남 완도의 전복 가두리양식장이다. 그 때 양식장에 가서 전복을 가두어둔 틀을 들어 올렸는데 전복의 주 먹이는 놀랍게도 다시마였다. 비싼 전복을 먹을 필요 없이 다시마만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켜켜이 싸인 다시마 틈 사이로 문어가 전복을 먹고 있었다. 현지인 말에 따르면 완도에서는 전복보다 문어를 더 귀한 음식으로 친다는 것. 문어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계절 별미인데 안동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문어를 제사상에 올린다. 선비의 고장 안동에서 문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는 문어의 문자가 글월 문(文)이어서 왠지 해물 중에서도 똑똑할 것 같아서 올린다고 한다. 문어는 실제로 똑똑한 해물일까? 2020년에 나온 문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니 문어는 지능이 좀 높아 보인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남아프리카의 바다 속을 찍다가 우연히 문어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그 모든 과정을 담은 것으로 제목은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이다. 다큐멘터리 속 문어는 평화로운 바다에서는 유유자적하게 물살을 가른다. 여기까지만 내가 생각하던 문어였다. 그 다음부터 문어는 다양한 개인기를 보여주는데 바위 아래에 숨어 두 눈만 내놓고 바깥 세계를 살피더니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생겼는지 몸 전체를 영지버섯처럼 만들고 두 발로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도 하고 위급한 상황이 생겼는지 몸을 동그랗게 만들어 바다풀 속으로 숨기도 했다. 상어가 공격해오자 상어를 피해 바위 속에 숨어있다가 다리 하나를 뜯기자 이내 반격에 나선다. 문어의 빨판에 각종 다양한 조개껍질을 고정해 자신을 조개껍데기 모양의 둥근 물체로 만들어 놓으니 상어가 문어를 한입에 넣으려 해도 넣을 방법이 없다. 상어가 문어를 포기하는 순간 문어는 상어의 등에 올라타 상어 등에 빨판을 고정해 오히려 상어를 공격한다. 문어의 눈에 게가 보이자 문어는 차렷하는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고 눈으로 게의 움직임만 살피더니 게가 가는 방향을 확인한 후 전속력으로 게를 향해 돌진했다. 잡히지 않으려고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게와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문어와 게의 한판 대결이 벌어진다. 문어가 몸을 넓게 펴서 도망가는 게를 뒤에서 바로 보쌈을 해버리니 게로서는 집게발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항복하고 만다. 문어가 노리는 먹이는 게뿐이 아니다. 게보다 몇 배나 더 큰 바닷가재도 문어를 만나는 순간은 문어의 성찬이 되고 만다. 문어 다큐멘터리를 열 번 스무 번 다시 보기를 계속하면서 이름값 하는 대서(大暑) 더위도 떨치고 나는 내 안에 어떤 역량을 쌓아야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낼 수 있을까 생각이 깊어졌다.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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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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