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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결혼 이주민과 문화적 공감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엄마, 오늘 학교에서 중국 옷을 입어봤는데 중국 말로 인사도 하고 중국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며칠 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들뜬 표정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 학교 알림장을 보니 담임 선생님이 통합시간에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하였다면서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적어 주셨다. 생각해 보니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국가 가 아닌 다문화 국가로 바뀌어 있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도 1년여 전부터 마트의 한 쪽에 동남아시아 음식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정도로 외국인들은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니었다. 첫 아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 우리 부부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자연을 더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이사를 결정했다. 좁은 시골 마을에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는 소문은 금방 나기 마련이다. 이삿짐을 아직 다 풀지도 않은 상태에서 동네 어르신들의 방문에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옆집에 사시던 할머니께서 외국인 며느리를 데리고 와서 한국말을 좀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시집을 온 지 얼마 안됐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힘들다며 간청을 한 것이다. 그 뒤로 새댁은 종종 우리집에 찾아와 한국어를 배웠고, 남편과의 충돌, 고부갈등, 육아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우리는 헤어졌고, 한참 뒤 들은 얘기로는 그녀는 결국 남편과 이혼해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 농촌 지역은 1980년대부터 성비(性比)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문제화 되기도 했다. 그에 대한 해소책 일환으로 외국인 배우자들을 맞이해왔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제결혼을 장려하며 중개비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나 이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실정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농가 수는 100만 7158가구이며 그 중 결혼이주민 가구는 1만 2456가구로 조사됐다. 이를 종합하면 5만 4198명의 외국인 여성이 농촌지역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농촌이 급속도로 고령화 되면서 결혼 이주민들의 어려움도 가중된다. 젊은층이 없는 낯선 환경에서 이들 이주 여성들은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정착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19년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통계자료를 보면 약 6900여건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이혼 사유로는 성격차이, 학대와 폭력, 경제적 무능력, 음주와 도박, 외도 등으로 조사됐다. 국제 결혼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2011년 3월 법무부는 장관이 고시한 국가의 국민과 결혼할 때 한국 정착과 문화, 환경 이해를 돕기 위해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4시간) 이수를 의무화 했다. 하지만 이 4시간 이수 과정으로 인해 과연 최소 20년 이상을 타국에서 전혀 다른 환경의 삶을 살아온 사람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시간을 좀 더 늘려 한국 배우자들의 문화 공감 형성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야만 원만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외국인 배우자를 초청할 때 돈을 주고 데려 온다 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서 상대방을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봐야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권형진(감동컴퍼니 대표, 민주당 전북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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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9 16:27

전북 곳곳 산사태 취약, 근본적 해결책 찾아라

도내 전역에 걸쳐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산림청과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지역 산사태 위험지역이 1970곳에 이른다. 전북의 산사태 위험 1등급 면적만도 5만 152㏊(비율 13%)로 강원(15%)에 이어 두 번째로 넓었다. 완주가 410곳, 남원 231곳, 임실 222곳, 진안 195곳, 장수 193곳, 정읍 174곳, 무주 132곳, 전주 106곳 등이 취약지로 꼽혀 산사태 위험에 안전한 지역이 없음을 보여준다.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해마다 늘어가는 강수량과 장마 이후 국지적 집중호우 등으로 산사태의 위험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3명의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전북지역에서도 지난해 집중호우로 422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부상당했던 10년 전 서울 우면산 참사는 산사태의 위험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기상청은 2021년 여름철 3개월 전망(68월)에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올 여름도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단시간 내 국지적인 집중호우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여름 산사태 발생 위험성이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위험성을 알기에 매년 산사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사방사업을 실시하는 등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전북도 역시 산림피해지에 841억 원을 투입해 복원 및 방지를 위한 2차 피해조치를 완료했다. 또 올해 188억 원을 투입해 산사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선제적 사방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취약지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이 정도 사방사업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산사태 취약지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닌데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직무유기다.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적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그에 걸맞은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재해에 강한 숲을 조성하고, 당장 위험도가 높은 경사지 등에 대해 사방사업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사태 위험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8 20:14

“새만금 개발 협력” 자치단체 약속 꼭 지켜야

새만금 관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이 전라북도의 중재로 먼저 개발하는데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다. 새만금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단계에서 인접 자치단체간 법적행정적 다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볼썽사나운 데다 새만금 개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자치단체가 서로 협의체를 구성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도모하기로 한 일은 잘한 일이다. 대한민국 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 개발은 어느 특정 자치단체를 위한 개발사업이 아니다. 낙후된 전북의 발전을 위해 30년 넘게 전북 도민의 땀과 노력, 눈물과 투쟁으로 일궈 가고 있는 전북의 희망이고 미래 비전이다. 더구나 다른 모든 개발 기회를 포기한 채 오직 새만금 개발의 성공을 위해 전북도민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환경관련 소송전으로 2차례나 중단되는 우여곡절 끝에 20년 만에야 겨우 방조제 공사를 완공했다. 하지만 방조제가 완성되자마자 자치단체들이 방조제 관할권을 놓고 법적 소송에 나섰고 대법원까지 10여년 넘게 첨예한 소송전을 펼쳤다. 이어 내부 동서간선도로가 완공되자 또다시 중앙행정분쟁위원회에 관할권 조정을 신청하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새만금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이 수상태양광 발전 사업권을 김제 부안지역 개발사업자에게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군산시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처럼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자치단체간 갈등과 소송전이 잇따르면서 전북도민들은 우려의 목소리와 냉소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새만금 개발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속도감 있는 개발에도 찬물을 끼얹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러려고 새만금 개발에 목 멨느냐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왔다. 이제 전라북도와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이 함께 새만금권역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새만금을 먼저 개발하는데 함께 협력하기로 한 만큼 그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자치단체장들이 합의문에서 밝힌 대로 새만금 개발의 속도를 내는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작은 이익을 취하려 전북도민의 꿈과 미래를 그르쳐선 안 된다. 전북도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8 20:14

전북민속예술축제 위기 심각하다

송화섭(후백제학회장중앙대 교수) 지난달(5월) 15일 전북민속예술제가 열렸다. 전북민속예술축제는 전라북도 민속예술의 진흥과 민속문화 자원의 발굴과 계승이 목적이며, 전국민속예술제에 출전할 청소년부와 일반부 전라북도 대표팀을 선발하는 예선대회의 성격을 갖는다.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심사위원장을 맡아서 엄격하게 심사했다. 심사를 마치고서 전북민속예술의 위기의식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전북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하는 단체들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청소년부 출전팀은 고창 강호항공고 농악부 1팀이고, 일반부 출전팀은 민속놀이 부분에서 김만경외애밋들노래 1팀과 농악대 4팀이 출전했다. 전북민속예술축제의 출전팀 빈약은 전라북도 민속문화의 기반이 붕괴된다는 징후일 수 있다. 전국민속예술제에 전라북도 대표팀이 참가하지 못하는 가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전라북도는 농도로서 천연의 민속문화가 살아있었고, 전국적으로 민속문화의 고유성과 전승력이 강력한 지방자치단체로 알려졌었다. 그동안 전라북도 민속예술팀은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전북민속문화의 명예를 지켜왔다. 그러나 근래에는 민속문화자원이 고갈되어가고 민속문화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사람도, 단체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화려했던 전북민속문화가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전라북도에서 민속예술 보전과 계승을 위한 지원 미흡과 무관심이 반영되어 있다. 전라북도에는 민속문화예술을 진흥시킬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실이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와는 대조적이다. 전라남도는 남도민속예술제를 정례적으로 개최해오고, 경상남도는 매년 경상남도 민속예술제를 개최하면서 민속문화자원을 발굴, 보존, 계승하는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각 시군별로 민속예술보존회가 결성해 민속예술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경상남도는 17개 시군 대표팀이 경남민속예술축제에 출전해 경연을 벌일 정도로 민속문화예술이 활성화 되어있다. 이에 비하여 전라북도는 민속예술진흥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민속문화자원을 발굴 보전하는 제도적 뒷받침도 전무한 실정이다. 전라북도의 문화적 정체성은 민속문화자원이다. 전라북도는 현재와 같은 민속문화자원 와해 현상에 대해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전라북도 민속문화 생태계의 붕괴 위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몇 가지 대응책을 제안한다. 첫째, 전라북도 민속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민속예술진흥을 전담할 기관을 지정해 책임 있는 민속문화 보존 및 계승 정책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 둘째, 현재 전북민속예술축제는 전라북도 민속예술문화를 발굴, 시연하는 민속문화 한마당과 전국민속예술제를 출전팀을 선발하는 예선대회가 병행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14개 시군별로 민속예술보존회를 결성해 민속문화 발굴에 전념토록 지원하고 전라북도 민속예술축제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2021년 제61회 한국민속예술제가 오는 12월에 충남 공주에서 개최된다. 전라북도는 하루빨리 이후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자세로, 전북민속문화의 명성을 살려내야 한다. /송화섭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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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8 18:56

기후변화대응 농업현장부터 챙겨야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십여 년 전 한라봉 재배에 성공한 전북 익산의 한 농가에 가본 적이 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라봉을 우리 지역에서 키운다는 것이 신기했는데, 일교차가 커 맛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길 수만은 없었다. 전북을 넘어 충청지역에서도 아열대작물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영향이다. 농업농촌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면서 심각한 피해를 입는 분야다. 이상기후와 이에 따른 재해는 농업생산에 큰 위협이 된다. 농업환경의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물론 작물생육을 방해하고, 가축질병을 증가시킨다. 동시에 농업은 산림과 함께 탄소흡수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이자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주요 자원을 보유한 공간이다. 그런데 역설적이지만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국가 총 배출량의 2.9%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벼재배가 29.5%, 농경지토양 28.3%, 가축 장내발효 21.4%, 가축분뇨 20.7%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수치에는 농업농촌분야에서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와 곡물수입 등을 위한 운송과정에서 생산되는 온실가스양 등은 빠져 있어 실제 배출량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먹거리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분야 최초로 기후변화대응기본계획(20112020)을 마련하고 지난해까지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을 3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10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고, 친환경농업 비율은 2019년 기준 5.2%에 그쳤다. 경종(耕種)분야는 논면적 감소로 온실가스배출이 줄었지만 축산분야는 사육두수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가축분뇨 자원화 및 에너지화시설은 250개소 설치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로는 84곳에 그쳤다. 탄소중립에서 농업부문이 차지하는 기능과 가치가 크지만 아직까지 효율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뉴딜을 정책기조로 밝힌 이후 전라북도에서도 전북형 뉴딜정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농업분야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북은 논밭 경지면적이 19만5192㏊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소와 돼지 등 가축사육두수도 전국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농업농촌지역이다. 따라서 농업생산방식과 농촌에너지를 바꾸지 않고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 농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원예농업과 가축분뇨를 배출하는 축산업, 화학비료와 농약 등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관행 농법에 대한 규제가 잇따를 전망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과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기존 보조금은 감축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농업현장이나 관련기관의 인식이 엄중하지 않아보여 안타깝다. 서둘러 대응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마침 지난 3월 정부에서 제2차 농업농촌분야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농축산업과 농촌, 식품유통, 산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흡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저탄소농업과 에너지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면밀히 들여다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부분을 찾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송지용 전라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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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8 18:56

지역 정서의 함정

권순택 논설위원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과 6월 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전국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지지세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선거 입지자들도 길거리에 플래카드 등을 내걸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일부 성급한 주자는 출마 선언부터 하거나 출마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선점 효과를 노리려는 선거이벤트이지만 아직 분위기는 뜨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물밑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대선 후보진영이나 지방선거 입지자마다 세 불리기와 권리당원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체장 입지자 중에는 벌써 입당원서를 몇천 장, 몇만 장씩 모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얼마나 많은 세력과 권리당원을 확보하느냐가 공천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지역정서가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되다 보니 본선보다는 공천경쟁이 더 치열하다. 공천만 받으면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의 보증수표가 된다. 황색돌풍이 일던 지난 13대 총선 이후 호남은 지팡이만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다. 실제가 그랬다. 몰표, 싹쓸이로 대변되는 지역 정서는 선거 때마다 맹위를 떨쳤다. 후보자의 옷 색깔만 조금씩 달라졌을 뿐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지난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 때 민주당 후보공천 결과가 유권자의 기대수준에 미흡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몇몇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민자당 후보에 뒤지고 있었다. 전북도당에서 중앙당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선거 중반 DJ가 지원 유세에 나섰다. DJ는 우리 당이 공천한 후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나를 봐서 찍어 달라고 호소했고 이후 민심은 한 방향으로 쏠렸다. 개표 결과, 고창군수를 빼곤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하지만 취임 2개월도 현직 전주시장이 건설공사 입찰방해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민선 자치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 결국 그는 이듬해 시장직에서 불명예 사퇴해야 했다. 역대 정권의 차별과 푸대접 속에 한풀이식 선거가 낳은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 정서는 여전히 선거전의 최대 변수다. 지역 구도를 타파하려 뜻있는 여러 인사가 선거전에 나섰다. 관선 도지사와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강현욱 전 장관이 당시 여당 후보로 14대 총선과 첫 민선도지사 선거에 나섰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후 15대 총선 때 눈물 유세로 군산시민의 마음을 움직여 당선됐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녹록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새천년민주당에 입당, 16대 국회의원과 민선 도지사를 거치면서 전북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역임한 정운천 의원도 도지사 선거와 19대 총선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 지역 정서의 벽을 넘으려 했지만 쓴맛만 다셨다. 재차 전북의 새벽을 깨우겠다며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내민 결과, 111표 차이라는 초박빙 승부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선 지역구에서 전혀 승산이 없자 비례대표로 진로를 수정, 재선 반열에 올라 지역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인사 비례대표 안정권 배정을 국민의힘에서 관철하고 중량감 있는 인물 영입에 나섰다. 그렇지만 지역정서상 국민의힘이 표를 얻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정서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차별과 소외, 푸대접과 낙후에 맞서 지역의 목소리를 내고 전북의 몫을 찾는 힘이 되어왔다. 국책사업인 새만금 개발도 전북도민의 응집력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표 쏠림현상은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당 독주가 이로운 점도 있지만 폐해도 크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경쟁구도가 사라지다 보니 호주머니 공깃돌 정도로 인식하는 부류도 있다. 세력과 조직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을 낳기도 한다. 20년 새 집권당이 두 번씩 바뀌었다. 이제는 옷 색깔보다는 자질과 능력, 미래 비전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6.08 18:47

완주 전주 통합의 전제조건

삽화 = 정윤성 기자 완주-전주 통합 문제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세 번이나 통합 시도가 무산된 탓인지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하지만 전국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불랙홀에 맞서 싸워야 하고 지역간 생존 경쟁이 불을 뿜다 보니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완주-전주 통합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잠시 반짝했던 통합 얘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전주 지역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된 통합 추진협의회가 닻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통합이 무산된 지 7년 만에 꺼져 가는 불씨를 되살리려는 집념의 일환이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만큼 이번엔 3전 4기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자는 일종의 출정식인 셈이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통합 무산의 결정적 패인은 완주지역 정치권의 반대였다. 그런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게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전제조건이다. 2009년 당시 통합 추진위원장이었던 권혁남 전북연구원장은 연초 본보 칼럼에서 완주지역 정치인 설득이 통합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들에게 통합시의 요직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제안까지 했을까 공감을 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다. 무엇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완주 군민의 마음을 보듬는 게 첫 걸음이다. 당시 그들은 통합이 되면 전주만 좋아지고 완주는 세금 폭탄에 주민 기피시설만 들어선다는 소문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미래지향적인 지역 통합 문제가 정치권 선거 이슈로 악용되면서 왜곡된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지역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통합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완주도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된 데다 고산운주동상화산비봉경천면 등 산간부는 고령화저출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전주시와 접해 있지 않아서인지 소외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도 큰 편이다. 2013년 통합 때 이 곳에서 유독 반대 표가 많이 나왔다. 실제 도농복합 성공사례로 꼽힌 완주군이야말로 65만 인구의 배후 도시 전주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이들 두 지역을 포함한 전북 경제 규모는 호남에 함께 묶여 있는 광주에 비해 절반, 전남 지역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작년 특례시 추진에 올인했던 김승수 시장의 판단 착오가 아쉽기만 하다. 실질적 메리트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7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차라리 완주군과의 통합에 집중했더라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메가시티를 꿈꾸는 다른 시도의 역동적 흐름에 한 번 뒤처지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완주군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 논의는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갈수록 쪼그라들며 지역소멸 운운하는 이 때, 과거 실패를 딛고 통합의 고삐를 다시 죄야 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1.06.08 18:06

지역 낙후도 지수 재산정, 개선아닌 개악

일정 규모 이상 국책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가 지역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개선안이 전북에는 오히려 개악이 됐다. 낙후된 전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재정사업 평가위원회를 열고 예타 기준이 되는 지역낙후도 지수 산정방식을 개선하는 예타 표준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에 인구 경제 등 8개 지표만 활용하던데 비해 주거 교통 환경 보건복지 등 36개 지표를 활용하도록 바꾸었다.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개선된 낙후도 지수를 적용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지역 낙후도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13번째 순위로 나타났다. 기존 평가기준으로는 15번째였다. 국세 납부율이 전국 대비 1%이며, 지역내 총생산이나 소득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소멸위기 지역에 놓인 전북이 낙후도 산정기준 개선으로 2단계나 순위가 오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산정방식이 엉터리라는 논란이 야기된 이유다. 특히 광주광역시의 오류가 대표적이다.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앞선 전국 제2의 도시 부산시를 제치고 서울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산정방식 개선안이다. 산정방식의 왜곡현상은 도내 기초 지자체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전주는 전국 167개 지자체 중 44위에서 17위로 대폭 개선되고, 익산 군산 김제 정읍 남원시등 도내 모든 시 지역이 2030계단 씩 순위가 상승했다. 이같은 오류는 새 산정기준이 지표 수만 늘렸을 뿐 질적 분석 보다 양적 분석에 치중한데다, 주민생활환경 등 주관적 요소까지 포함시키면서 지역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병원 학교 등 필수시설의 접근성을 단순히 인구 대비로 나눠 낙후도에 포함시킨 것도 불합리하다는 평가다. 지역 낙후도 비중을 늘리지 않은 것 역시 진정한 의미의 제도개선으로 볼 수 없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북은 인구 수가 많은 경북이나 전남 등 지역 보다 불리한 입장에 처할 것은 뻔하다. 기초 지자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타에 지역 낙후도를 제대로 반영시킬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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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07 16:40

개 물림 사고 방지 안전대책 강화해야

지난달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야산에서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동안 개 물림 사고가 자주 발생해왔지만 사람이 숨지는 일까지 종종 발생함에 따라 안전대책 강화가 시급하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2000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하루 평균 6건 정도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개 물림 사고는 야외활동이 많은 5~8월 사이에 한 달 평균 200여건 씩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전북 도내에서도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541건의 개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매년 평균 100여건 씩 발생하고 있으면 올해 들어서도 5월까지 44건이 일어났다. 이같은 수치는 전북소방본부에 신고된 사례만 집계된 것으로, 사소한 개 물림 사고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완주 용진에서 길을 가던 50대 여성이 갑자기 달려드는 개에 종아리와 허벅지를 깊이 물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전주 인후동에서는 산책에 나선 20대 여성이 개에 3차례나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개 물림 사고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정부와 자치단체는 안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로트와일러,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종과 그 잡종의 개에 대해서만 맹견의 범위로 규정해놓고 있다. 이들 견종은 월령 3개월 이상일 경우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번 남양주시 사망사고처럼 일반 교잡종이나 작은 견종은 제외되어 개 물림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일정 체급 이상 개에게는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화하고 개를 방관하거나 방치하는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개 주인의 안전의식이 요구된다. 개는 타인에 대해선 경계심을 갖는 동물이고 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나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인 만큼 외출 시에는 항상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구를 갖춰야 한다. 자치단체도 버려지거나 방치된 유기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서 개 물림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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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6.07 16:40

[최영호의 변호사처럼 생각하기] 농업용 삼륜 전기차도 면허가 필요한가요?

의뢰인은 고령의 농업종사자로 시골에서 오토바이 음주로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의뢰인은 농기계 영업사원의 삼륜전기차는 농기계로 면허가 없어도 되고,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삼륜전기차를 구매했다. 이후 삼륜 전기차를 음주 운행하다 사고가 발생했고, 음주와 무면허로 기소되었다. 의뢰인은 농기계는 면허가 필요없다고 했는데, 왜 자신이 처벌받는 것인지 물어왔다. 사실 요즘 전동킥보드(개인형 이동장치) 문제로 도로교통법이 너무 자주 개정되어 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의 개념을 정확히 하는 것이 먼저 필요했기에, 농기계 사례를 통해 도로교통법의 차에 대한 개념부터 적어본다. 사례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의뢰인의 삼륜 전기차는 미인가 제품으로 농기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삼륜 전기차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어 의뢰인은 음주와 무면허로 처벌받았다. 도로교통법의 원동기장치자전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2조 정의 조항 중 찾아보아야 할 개념은 차마, 자동차, 원동기장치자전거이다(정확히 알기 위해 반드시 도로교통법 제2조를 찾아보자). 통행수단 개념을 분류하는 순서로, 첫 번째 차와 우마로 나누고, 두 번째 차는 다시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로 나눈다. 세 번째 자동차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로 나눈다. 그런데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이륜차(또는 기타) 중에 125cc(전기의 경우 11kW)이하의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작은 이륜차이지만 자동차와 별도로 분류한다. 필요한 부분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도로를 통행하는 차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있고, 자동차는 승용차와 이륜차가 있는데, 그중 125cc 이하 이륜차 등 각종 탈 것은 원동기장치자전거라 부른다는 것이다. 즉, 소형의 삼륜 전기차는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것이다. 다음 편에는 왜 삼륜 전기차가 농기계에 해당하지 않는지를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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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4:54

이제 겨우 시작인 일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열 한 살 아들의 입에서 뜻밖의 질문이 흘러나왔다. 엄마,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순간 멍해졌다. 아이의 눈에도 지구가 빠르게 병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나 보다. 자신의 하루만 봐도 플라스틱을 쓰는 일은 너무 많고, 학교에서 재활용교육을 받고 분리수거를 해도 교문 밖만 나가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문구점에서부터 정체모를 비닐과 플라스틱에 담겨있는 과자를 먹는 일부터 시작해서 친구들이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날마다 먹는다고 말한다. 아들이 이 질문을 던진 것은 환경의 날을 앞두고 시작된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전시회를 팔복예술공장에서 보고 나온 직후였다. 7월 11일까지 진행되는 크리스 조던 사진전은 우리에게 자연 생태계의 위기를 보여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크리스 조던은 환경예술 분야의 독보적인 작가로 손꼽히지만, 본인 스스로는 환경운동가나 예술가가 아니라며, 현재의 삶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메신저일 뿐이라 말한다. 인디고서원에서 출판된 크리스 조던의 책에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슬픔에 대해서 느끼려고 하는 것, 아름다움을 알려고 하는 것, 이 세계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입니다」 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슬픔까지도 온전히 알아주는 일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의 대표작인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알바트로스의 사진은 지금의 인류가 만든 환경 문제의 비극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는 알바트로스는 결국 이유도 모른채 죽임을 당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너무 편리하기만한 소비문화와 산업성장이라는 이유로 분별력을 상실한 채 쓰레기를 생산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겨우 탄소발자국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은 다수가 아닌 소수다. 그럼에도 고마운 것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츰 빨대가 사라지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점이다. 책방을 운영하며 생태코너의 책들에 늘 주목했다. 1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나부터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갔다. 그러나 개인이 하는 것에는 늘 한계가 느껴졌고 매일매일 무섭게 쌓여가는 배달음식들의 플라스틱 쓰레기나 택배박스들을 보면 순간 절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 조던의 전시회를 통해 다시금 지구의 슬픔과 분노를 직시하며 극복해야 하는 용기와 마주했다. 그리고 주위를 다시 둘러보니 이를 함께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1회용품과 플라스틱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마켓을 지향하는 불모지장 팀은 전주의 가게들과 연합하여 우유팩과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재활용을 시작하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바꾸기 위해 화장품회사를 공격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다. 음식가게에서 음식을 담기 위해 용기(그릇)를 내기 시작했다는 용기캠페인처럼 우리는 지구를 위해 모든 용기를 총동원해야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절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을, 우리가 살아있는 한 희망은 계속되어야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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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4:54

특권과 의무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권리(특권)가 소개돼 있다. 죄를 지었더라도 국회가 열리는 중에는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 특권이다. 헌법 제44조와 제45조에 규정된 두 가지 특권은 국회의원이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특권이다. 헌법에 정해진 국회의원의 특권 이외에 국민들의 눈에 특권으로 보이는 것들은 많다. 오죽하면 SNS 상에는 염라대왕도 부러워한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줄줄이 나열한 유머가 떠돌 정도다. 월 급여와 입법활동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 항공기KTX선박 등 무료 이용, 전화요금우편요금, 정치후원금 모금 등 스무 가지가 넘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특권 관련 청원글이 1300건 이상 올려져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관련된 글은 334건이 검색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7일 국회의원 특권을 박탈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시됐다. 국회의원 연봉과 정치후원금 폐지, 정당공천제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년제도(만 60세) 도입 등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국회의원이 봉사자보다는 특권층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의원은 주어지는 특권 만큼 지켜야 할 의무도 적지 않다. 헌법과 국회법에는 헌법 준수의 의무, 청렴과 국익 우선의 의무, 지위남용과 영리행위 금지의 의무, 겸직금지 의무, 품위 유지를 비롯한 여러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징계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 밖에서는 소속 정당의 정해진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도 일반 당원들과 마찬가지로 징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민주당 김수흥 의원(익산갑)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방문 과정에서의 갑질 논란이 익산시의회 조남석 의원의 막말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 4월 진흥원을 방문한 김 의원이 이사장 부재를 꼬집고 직원을 비하한 듯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노조가 비판 성명을 내며 강력 반발했고 김 의원이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냈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은 시민의 대표니까 (공공기관 직원에게) 개XX라고 욕할 수도 있다는 조 의원의 지난달 26일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김수흥 국회의원은 조 의원의 막말 이후 열흘 이상 지나도록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진상조사중이라지만 시의원 징계 정도로 민심을 다독일 수 없다. 전직 익산시장까지 나서 김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은 특권에 취한 국회의원보다 국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국회의원을 원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똑같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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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4:54

우리는 힘든 일을 잘 이겨내고 있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세상에는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 통제 가능한 위험과 통제 불가능한 위험. 통제 불가능 위험의 대표적 사례는 천재지변, 전쟁, 코로나19 같은 대유행질병,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과 같 이 개인이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환경적 요인을 말하고, 통제 가능 위험의 사례는 건강관리, 안전관리, 사회경제적 선택과 같이 개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피 가능한 요인을 말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위 두 가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나 씩 찾아오든 두 가지가 한 번에 찾아오든 위험은 인간을 늘 괴롭힌다. 특히, 경제활동에서 위험은 재산상 손해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존립에 중대한 요인이 된다. 위험의 시작은 선택에서 비롯된다.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선택은 곧 위험을 감수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위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손실이다. 그 어떤 현실적 손실이든 기회이익의 손실이든 종국에는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다. 학문적으로 위험은 미래의 실현 가능성 수준의 분포 정도를 통계적으로 표현한 값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택의 결과는 한 가지 값으로만 나타날 뿐이다. 학문에서는 위험 관리 방법론이 이론적으로 다양하게 정립되어 있으나 현실 적용에는 무용지물이다. 장래에 일어날 일을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그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예측이 맞았다면 그것은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 작금의 경제적 현상으로 가상화폐 가치의 폭등 폭락,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 비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등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 씩 할 수는 있지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 전북에는 최소 15만개 이상의 기업이 유무형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위험을 초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많은 실패 경험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성공에 이른다고 한다. 시간의 축적을 말한다. 그렇다면 실패가 반복되는 동안 그 시간의 고통은 무엇으로 극복할 것인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사회와 국가가 탄탄한 배경이 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량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적 역량과 민주적 역량이 K-방역이라는 브랜드로 창조되어 세계인에게 인식되었다. 코로나19 라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도 각국이 달랐다. 인도, 브라질 등을 보면 그 역량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제나 슬기롭게 잘 극복해 왔다. 최근의 소비 추세가 회복 경향에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자영업자간 경기의 양극화 간극도 좁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국가역량과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학습역량이 탁월한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지역 자영업자도 힘든 과정을 잘 넘어서고 있다. 전수 조사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재단의 5만 1천여 자영업자에 지원한 1조 3천억의 신용 분포를 보면 다행스럽게 안도감이 든다. 지난 1년 반 동안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었을 텐데도 슬기롭게 견디어 내고 있다. 더불어 우리재단의 역량도 한층 강화되었다. 앞으로도 우리지역 자영업자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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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4:54

선(先) 새만금 내부개발, 후(後) 행정구역 논의 필요

군산대학교 토목공학과 김형주 교수 지난 4월 초 김제시는 새만금 동서도로를 김제시 관할로 해달라는 내용의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전북도에 제출하였고, 김제시의 이러한 신청에 대해 군산시는 전북도에 신청서 반려 의견을 제출하였으며, 군산시 의회도 김제시의 행정구역 결정 신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전북도는 김제시가 제출한 행정구역 결정 신청에 필수서류인 측량성과도가 미비한 것을 들어 김제의 신청서를 반려하여 김제시의 무리한 행정구역 결정 신청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김제시의 무리한 행정구역 결정 신청은 인근 지자체와의 갈등을 야기한 것은 물론,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에 발목을 잡는 꼴이 되고 말았다. 현재 공사 중인 새만금 남북2축도로는 2023년 준공 예정이다. 김제시의 신청에 따라 남북2축도로 완공전에 새만금 동서도로의 관할권이 결정된다면, 남북2축도로 준공 이후 두 주요간선도로의 교차지역에 대한 관할권 등을 둘러싸고 자치단체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점에서 새만금과 관련한 행정구역 논의는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에 대한 전북도 출장소 설치 용역을 추진 중이다. 새만금개발청도 새만금 지역의 매립지가 속하게 될 시군을 결정하지 않고, 출장소를 설치관리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새만금사업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새만금청은 지난 2월 새만금 기본계획(MP) 변경에 따라 새만금지역을 5대 권역으로 구분하고 10년 단위로 단계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새만금 권역 개발을 위한 중장기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그린에너지 생산 및 실증연구추진, 미래 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탄소제로 스마트도시 건설 등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변화와 투자로 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현시점에서 김제시의 동서도로 행정구역 결정 신청은 시기상으로 부적절할 뿐 아니라 전북도 내 지역갈등만 부추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난 2월에 동서도로가 국도 12호선으로 지정됨에 따라 익산국토관리청으로 시설물이 이관되어 도로 운영?관리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김제시의 이번 신청은 적절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개발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지자체 간 행정구역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전북도의 적극적인 갈등 조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북도는 새만금청과 협의하여 새만금 지역에 대한 합리적인 임시 행정체계를 조속히 마련하여 지역갈등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이 선결되어야 새만금 사업이 지속 가능할 것이며 또한 희망의 땅 새만금 이 대승적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군산대학교 토목공학과 김형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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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7 14:54

여야 경쟁의 정치

삽화=정윤성 기자 선거가 일상이 되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큰 생각을 갖고 투표하기 보다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로 판단하는 게 문제다. 연고주의와 감성투표가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누구와 어느 당을 찍었느냐는 양심의 문제다. 지금까지 도민들이 일편단심 민들레처럼 민주당만 바라다보며 투표해온 것이 패착이었다.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타성에 젖어 공천장 받으려고 권리당원 모집에 혈안이다. 권리당원 모집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는 구조처럼 돼버려 역량있는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 고질병을 고치지 않는 한 지역발전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 없다. 도민들은 선거하고 나서 불평 불만을 많이 한다. 한마디로 선거때마다 민주당을 찍어줬는데 지역으로 돌아 오는 게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도 문재인 대통령 후보한테 64.8%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보내줬는데도 임기말이 다 되도록 전북발전은 그대로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문제는 꿈쩍도 안하고 코로나19로 공공의대 설립이 시급한데도 남원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만들기로 했던 공공의대설립도 하대명년이다. 더 한심한 것은 4차 철도건설 정부용역안에 전주~김천간이 빠졌다. 전남북이 함께 이용할 전라선 고속철도사업만 포함됐을 뿐 전북도가 요구한 새만금~목포간 철도건설사업등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통상 선거가 다가오면 표심을 붙잡으려고 장밋빛 공약이 난무한다. 이번에도 그런 징후가 보인다. 도민들은 그간 DJ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지역발전이 이뤄질 걸로 보고 혹시나 행여나 하면서 줄기차게 밀어주고 지지했다. 결과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다. 지역의 정치 리더들이 무능해 낙후타령만 늘어 놓는 신세가 됐다. 1인당 평균 소득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산다. 정치인들 한테 기대고 의지할 것도 없다. 이제는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청와대나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역발전은 백년하청이다. 도민들의 품성이 온유해 잘 나서질 않는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줄 알아야 하는데 앞장설 정치적 리더도 없다. 그래서 전북의 현안이 모기소리처럼 작아져 중앙에 전달되지 못한다.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재선의 김윤덕의원도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이 약해 각종 전북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이 숫자도 열세지만 정치력이 약해 전북몫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 동학혁명정신을 촛불정신으로 승화시켰던 것 처럼 선거 때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거를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선거기술자는 사리사욕 챙기기에 바쁘기 때문에 팽시켜야 한다. 광주 전남사람들이 제몫을 챙겨 가는 것은 확실하게 자기주장과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특정 정파 하나에 매달려 살 것인가. 인물로 여야간 경쟁의 정치를 만들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1.06.06 17:18

청렴, 그 이상의 청렴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최근 일부 LH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여기에 개발 정보를 취급하는 지방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까지 드러나면서 공직자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그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면 이는 엄연한 범법 행위이다.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가족의 장례식 때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어 저승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학창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립하면서부터 재물을 탐하기보다는 삶의 가치를 중시하여 교수직을 성직처럼 여겼다. 총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립대 총장은 청와대로부터 엄격한 인사(도덕성)검증을 거친다. 그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대통령의 임명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많다. 교수, 직원 등 내부 구성원들이 선출한 총장을 그렇게 혹독하게 검증을 해야 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의 조직문화는 원래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것이 아니라 수평적이다. 그런 문화 속에서 거대한 대학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총장의 도덕성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는 대학 총장 8년간 공적인 것의 사유화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공적인 일의 연장선에서 사비를 쓰는 일이 잦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총장 자리에 있기 때문에 국회를 비롯하여 중앙부처, 지자체 등 유관기관 관계자의 애경사를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주말이나 평일 저녁 9시 이후에는 업무추진 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외적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개인카드 사용과 지출이 늘어났다. 지금 돌아보면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구성원들의 지지로 막중한 총장직을 맡게 됐으니, 그 큰 대학 조직을 능동적으로 움직여 발전시키려면 그런 희생은 감수할 수밖에. 나는 오랜 세월 학생들에게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쳤다. 그런 내가 부정한 일을 생각하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부정한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국립대는 조직 생리상 총장이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행정직원의 경우, 5급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을 승진시킬 수 있는 권한은 교육부에서 행사하므로 총장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교수의 경우에도 인사문제가 전적으로 학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더욱 총장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나는 총장 재임시 대학 내의 각종 공사나 물품 구매에 직간접으로 단 한 번도 관여한 적이 없다. 전적으로 실무부서 책임하에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따라서 국립대 총장은 조직을 장악하고 통솔할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전혀 없는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자유로운 대학 문화에서 총장을 위해 충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고, 총장이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여지도 없다. 오로지 총장 자신의 희생과 헌신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것이 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청렴은 모든 공직자의 기본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조직은 병든다. LH직원이나 공무원들의 땅 투기는 공익을 침해한 정도를 넘어 사실상 그 조직을 무너뜨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고위직공무원에 대한 청렴 의무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왜 전쟁에서 지휘관이 선봉에 서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제 미담의 소재가 아니라, 고위공직자가 지켜야 할 덕목의 하나이다. 이를 밖으로 드러낼 필요도 없다. 의무이기 때문이다. /서거석 국가 아동정책조정위원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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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6 17:06

갈무리 :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대리 1976년 6월에 개최한 3인 전 어느 전시 팸플릿! (전주문화재단에서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자료였다.) 거의 반백년이 지난 자료이기에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 하지 않았는데, 마감 며칠 전 감사하게도 76년 1회 전시 팸플릿과 함께 2회, 3회, 18회 까지 애타게 찾고 수소문한 자료를 받았다. 76년산 전시 팸플릿은 오래 됐지만 디지털로 변환해 사용해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관련된 다른 자료들도 잘 정리되고 소중히 간직되어 있었다. 시간에 묻혀 자연히 사라질 뻔한 자료는 보관자가 그야말로 잘 갈무리 해줌으로 다시금 후대에 의미 있는 자료로 나올 수 있었다. 이 팸플릿은 오래전 해당 전시회를 개최한 화백의 아드님께서 지금까지 자료를 잘 간직해 제공해 주신 것이다. 나는 전주를 연고로 활동한 원로작고 예술인들의 예술사와 생애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전주 백인의 자화상 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하는 이 사업은 문학, 시각, 국악, 공연, 영화, 대중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재조명하여 시민과 공유한다. 나아가, 전주 문화예술의 뿌리와 맥락을 이어가고 전주 문화예술 지형도 구축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사업이다. 사업담당으로 원로작고 예술인들에 대한 갖가지 자료를 접하고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말할 수 없는 생각에 둘러싸이게 될 때가 많다. 올해 이 사업을 처음 맡게 되었는데, 어떤 선생님께서 나에게 원로작고 예술인의 연구 자료를(전주 백인의 자화상 채록자료) 읽고 연구하는 건 예술가 평생의 예술 활동과 삶이 나에게 들어오는 멋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당시 나는 그 말의 깊이와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다. 전주 백인의 자화상은 매해 선정된 예술가를 연구해 채록문을 만드는데, 9년간 쌓여온 자료를 쭉 읽어보며 앞서 내가 들었던 말처럼, 실로 예술가의 한 생애와 예술세계가 나에게 들어오는 감동을 경험 하였다. 그동안 나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비교적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일했다. 나와 같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활동, 그들의 시각과 언어로 해석하고 창작한 예술을 시민에게 소개하는 사업을 주로 했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세계에 대해 궁금하면 바로 만나서 물어보고, 사업진행을 위한 논의가 필요 할 땐, 바로 찾아가 이야기하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주 백인의 자화상 사업은 아카이브적인 성격도 있지만, 예술가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예술사와 생애를 추적하기 위해 작고 예술가의 생전 작업했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지인을 찾아가 자료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갈무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물건을 잘 정리하거나 모아서 보관한다는 뜻도 있지만, 일을 처리하여 끝맺음을 잘한다는 뜻도 있다. 원로작고 예술인 기록 사업은 이미 한 시대를 지나간 예술가의 방대한 예술사와 생애를 재조명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수집된 자료를 채록이라는 어찌 보면 2차 가공을 통해 다시금 수면 밖으로 올리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자료의 힘이 필요한 작업이다. 후대에 전달될 전주의 자랑스러운 예술가의 생애와 기록이 소실되거나 오역되지 않게 제대로 된 갈무리가 필요하다. /이주경 전주문화재단 문예진흥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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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6 17:06

명절 단오(端午)엔 뭘 먹었을까?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외식조리학과 한은주 교수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계절과 기후적 특색을 반영한 세시 음식이 발달하였다. 세시 음식은 절식과 시식으로 나뉜다. 절식은 달마다 들어있는 명절에 먹는 음식이고, 시식은 계절에 따라 나는 제철 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말한다. 요즘에는 추운 겨울에도 봄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음식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 다르다. 하지만 자고이래로 우리는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맛도 좋고 입맛도 돋우고 건강에도 이롭다고 생각해 왔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는 먹을거리가 풍성하였는데 이것들을 때에 맞게 채취하여 응용한 음식이 시절식이다. 우리나라는 시절식 음식이 유난히 발달한 나라다. 단옷날이 다가온다. 어렸을 적 단옷날, 나는 수리취떡과 앵두화채 등을 먹었다. 먹는 것뿐 아니라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는 여러 가지 기억들이 있다. 고향인 전주에는 덕진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해마다 단오 때가 되면 풍속행사가 있었다. 사물놀이와 더불어 탈춤을 추면서 한 해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것은 물론,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이 그대로 재현됐다. 한복을 입은 여인들은 큰 나무에 동아줄을 매달아 그네도 뛰었고, 남자들은 모래판에서 씨름을 했다. 덕진공원에는 연꽃이 풍성한 연못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연못 가장자리에 핀 창포를 채취해 그것을 삶아낸 물로 공원 곳곳에서 많은 아낙들이 머리를 감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부스럼도 없어지고 나쁜 악귀를 쫓아낼 수 있다는 세시풍속이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당시엔 그 장면이 의아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요즘엔 단옷날이 다가오면 그 풍경이 어김없이 그리워진다. 단오는 음력 5월 초닷새다. 이날은 수릿날 또는 중오절이라고도 부른다. 이날을 양력으로 헤아리니 올해는 오는 14일이다. 나들이가 통제되는 코로나 현실 속에서 그 시절 그 정취는 더더욱 그리워진다. 그 시절 단옷날에 우리 선조들은 무슨 음식을 먹었을까? 단오 절식으로 수리취떡과 쑥떡약초떡망개떡준칫국준치만두앵두화채앵두편 등을 먹었음을 조선시대 문헌 「열왕 세시기」, 「동국세시기」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절식은 단연 수리취 절편과 제호탕이다. 수리취절편은 산에서 자라는 수리취 나물을 뜯어 쌀가루에 넣어 쳐서 만든 떡의 한 종류다. 윗면에 찍어낸 모양이 수레바퀴 모양을 닮았다 하여 차륜 병이라고 불렸다. 음료로는 제호탕을 만들어 마셨다. 제호탕은 오매육을 가루로 빻고 사인백단향초과를 각각 곱게 갈아 꿀에 재워 되직해질 때까지 장시간 중탕하여 만들었다. 항아리에 담아두고 찬물에 타서 마셨다는 제호탕은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는 특급 단오 절식이었다. 조선시대 「금계필담」이라는 문헌에 의하면 임진왜란 당시 어느 더운 여름날에 영의정과 도제조를 겸직하던 한음 이덕형이 제호탕을 대접받았다. 그런데 맛이 너무 좋을 뿐 아니라 기운까지 차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무기력한 여름에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던 국사에 매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다가오는 단옷날, 절식을 만들어 보자. 더위도 식힐 겸 제호탕을 만들어 마셔보면 어떨까? 임금이나 대신이 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지금도 한약상에 가면 제호탕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외식조리과 조교수 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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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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