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접종을 앞두고
이주형 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전북대 의대 교수) 역사적으로 감염병에 의한 사회적 재앙의 순위를 매긴다면 페스트(흑사병), 콜레라, 천연두, 스페인독감은 수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21세기에도 사스(2003년), 신종인플루엔자(2009년), 에볼라바이러스감염증(2014년) 등 다수의 범유행이 있었다. 이 중 사망자 수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에서도 중세 유럽의 흑사병을 최악의 감염병으로 보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흑사병이 발병하고 있는 유럽의 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전체 인구의 1/3이 3년 이내에 사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혼란과 공포로 뒤덮여 있었을지 상상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들은 왜 감염병 대유행에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게 될까? 감염 가능성, 감염으로 인한 사망가능성의 고려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것이 원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빠른 환자 수 증가 및 사망자 발생으로 공포감이 엄습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신속한 대응, 정확한 정보공개, 대중매체로 인한 빠른 정보공유, 집단지성을 통한 합리적인 대응 등은 초기 공포감을 충분히 차단하고 타 국가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는데 기여하였다. 공적마스크 제도, 신속한 진단역량 확충, 사회적 거리두기, IT 기술을 활용한 역학조사 등 다양한 아이디어 도입과 학계, 기업 및 국민의 적극적 참여는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유행의 종결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치료제 및 백신 도입이 필요하다. 다행히 게임체인저(국면전환요소)라고 불리는 백신 개발이 성공하여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백신 도입을 눈앞에 두고 일부 조사에서 접종의향이 60%에 지나지 않는 걸 보니 아직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는가 보다. 백신이나 신약의 개발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까지도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개발된 점, 핵산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기전을 이용하여 개발되는 백신도 있어 충분히 이해는 된다. 또한 외신의 부작용에 대한 뉴스는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출근하는 날을 상상해 본다. 동료들과 악수를 하고, 퇴근 후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다. 운동 후에는 음식점과 노래방을 방문한다. 주말에는 미뤄왔던 여행을 가고, 친인척과 오랜만에 즐거운 모임을 가진다.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시고, 친목모임, 종교 활동에서 마스크 없이 대화를 하신다. 너무 당연한 일상이 지금은 꿈에서도 나오는 소원이 되었다. 백신접종 1회로 바로 다가올 수 없는 일이니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코로나19 백신접종은 유행을 종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지난 일 년 동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공개는 신뢰도를 높이고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이제 18세 이상 전 국민 백신접종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아직 백신접종 계획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순차적으로 모든 정보가 자세하게 공개될 예정이다. 백신보급, 접종, 이상반응 관리 등 모든 항목을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으며, 사전 모의훈련 실행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한 접종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전 국민 70% 이상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확보하여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지금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접종이 시작되면 어떤 백신에 할당되더라도 순서를 기다렸다가 접종을 받아야겠다. 코로나19 없는 미래를 앞당기는데 우리 모두 참여해 보자. /이주형 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전북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