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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집에서 임종하는 가정형 호스피스

집에서 고통없이 눈을 감을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가 다사(多死)사회에 접어들면서 커지는 고민 중 하나다. 저출산고령화의 급격히 진행으로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자를 앞섰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고 이중 암환자는 150만 명, 치매환자는 100만 명에 이른다. 그래서 대다수 노인들은 노후가 두렵다. 죽음 앞에서 더욱 그러하다. 가족의 간병지옥이 걱정이고 낯선 병상에서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쓸쓸히 죽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품위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는 없을까. 특히 말기 환자들이 고통스런 통증에서 벗어나 살던 집(Aging in place)에서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80% 이상이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는 게 현실이다. 말기 환자들에게 통증 및 증상을 완화해 주는 총체적 돌봄이 호스피스(Hospice Care)다. 처음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1918∼2005)다. 그녀는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신체적·심리적·사회적·영적 차원에서 고통을 다뤄야 한다는 ‘총체적 고통’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1965년 강원도 강릉시에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세운 갈바리의원이 최초다. 국내 호스피스 서비스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입원형과 전문 팀이 가정을 찾아가는 가정형, 일반 병동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팀에 자문을 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형이 그것이다.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호흡부전, 만성 간경화 등 5개 질환이 대상이다. 이중 대종을 이루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암 환자만 이용할 수 있다. 호스피스 관련 병원은 전국에 127개가 있다. 지난해 이를 이용한 환자는 2만4318명이다. 이중 가정용 호스피스는 전국에 40개, 이용자는 2245명(9.2%)에 불과했다. 전북의 경우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엠마오사랑병원, 원불교 원병원, 익산성모병원 등 7곳이 있으며 가정형은 전북대병원과 엠마오병원 2곳이 운영하고 있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팀이 방문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전문간호사다. 환자 보호자와 의사소통을 하고 환자의 증상 및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을 하며 24시간 상시전화가 가능해야 한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가족의 헌신이 전제되어야 하며 재택의료 및 사전돌봄계획(ACP)과의 연계 등 갈 길이 멀다. 또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도 문제다. 그러나 환자의 죽을 권리(right to die)와 품위있고 편안한 죽음을 위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고문)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5.10.23 16:59

[오목대] 블랙록이 던진 화두와 전북의 AI

블랙록은 래리 핑크 회장이 1988년 설립한 전세계 1위의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금이 12조5000억달러(약 1경7000조원)를 넘어서기에 흔히 '월가의 정부'로 일컬어진다. 대한민국 예산의 수십배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방미 기간 중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과 만나 MOU를 통해 AI(인공지능)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소식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래리 핑크 회장이 "한국이 '아시아의 AI 수도'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고 아태지역 수요까지 아우르는 허브로 역할을 확대시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향후 5년간 아태지역 AI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공동으로 준비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미 이재명 정부는 ‘AI 대전환’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과 생태계 조성을 추진중이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 이상, 송전망을 30% 추가 확대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가기 위함이다. 만일 블랙록의 한국 투자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아태 AI의 수도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를 갖게된다. 특히 앞으로 AI의 벨트가 서남해안권이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정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그런데 지난 21일 밤 광주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경제·종교·학계 등 각계 대표 80여명이 긴급 회동을 갖고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 문제에 대해 독특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기정 시장 주재로 열린 이번 비상회의에서는 삼성SDS가 국가AI컴퓨팅센터 입지를 갑자기 전남으로 선회해 정부 공모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긴급히 마련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AI컴퓨팅센터 광주 유치를 공약했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광주'로 명시된 만큼 당연히 광주가 선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땅값과 전력요금 등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있는 전남으로 선정된데 대해 광주 차원에서 불만이 담긴 입장이 표명된 셈이다. 광주로서는 섭섭할 수 있겠으나 기업의 논리, 경제의 논리가 이젠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북은 현 정부들어 미래 신산업 전략으로 피지컬 AI를 강력히 추진중인데 얼마전에는 AI 지역확산 공모에서 탈락해 힘이 좀 빠진 모양새다. 중요한 것은 블랙록이 던진 화두는 굵고 웅장하기에 하나의 사업이나 공모에 연연하기 보다는 서해안권 재생에너지와 새만금 산단을 중심으로 아태 AI 수도 건설에 어떻게든 발을 들어놓는 그랜드 플랜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살 길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10.22 18:41

[사설] 삼성전자 ‘고창 스마트허브단지’ 새 성장축 기대

2025년 11월 10일 삼성이 전북에 대규모 사업장을 짓는 최초 사례인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물류센터) 착공식이 고창신활력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부지에서 개최된다. 고창 스마트허브단지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18만1625㎡(축구장 약 25개 규모) 부지에 건립되는 데 자동화 기술과 친환경 설비를 융합한 차세대 물류 인프라로 조성된다고 한다. 이번 사업은 당초 3000억 원 규모로 계획됐으나, 공사 확정 과정에서 총사업비 3500억 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를 통해 향후 남부지역의 원활한 물류∙유통체계를 구축하고 호남권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완공 이후에는 직·간접 고용 500명 이상이 예상되며, 관련 협력업체와 부품업체 유입을 통한 전북 서남권 산업 생태계 활성화가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구축하는 고창 스마트허브단지는 로봇, 컨베이어 등 자동화 장비의 연동과 유지보수 시스템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향후 첨단 자동화 설비 기업들의 연쇄 투자 및 이전 효과도 전망된다. 고창군은 이번 착공으로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지역에서 쓰이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을 것이라며, 지역 상권과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사 기간 동안 시공사와 협력업체는 지역 내 소비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고창 관내 숙박시설, 음식점, 주유소, 장비 임대업체 등이 공사 인력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주요 이용처가 될 것으로 보여 오랜만에 새로운 활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 착공은 단순한 물류센터 건립을 넘어,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 산업 전환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7년 완공 후 가동이 본격화되면, 고창은 명실상부 전북 남부권의 스마트 물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전북 투자는 기왕에 발표되었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과 연계한 SK의 전북 투자 사업도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등이 준비한 전북의 RE100 산업단지와 신재생에너지 단지,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계획한 각 지자체들의 공약과 협약이 적극적으로 실현되기를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2 18:25

[사설] 지방의원 줄 세우기, 구태정치 이제 그만

내년 6월초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정가에서는 지방의원들의 볼썽사나운 줄서기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는 공석이 된 더불어민주당 도당위원장 선거와 맞물려 지방의원들이 줄서기 구태정치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윤준병 국회의원의 전북도당위원장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도의원·시의원과 지지자 등 1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 같은 모습은 22일 열린 신영대 국회의원의 출마 회견장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총선을 앞두고, 당 윤리규범의 ‘경선 중립 의무’ 조항을 들어 도의원과 시·군의원 등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특정 후보 공개 지지 금지’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이 지침은 공직선거에만 적용되고 도당위원장 경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애초 민주당의 지침이 당 분열을 조장하는 충성 경쟁을 근절하자는 취지라면 당연히 도당위원장 경선에도 적용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당의 지역위원장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출마 회견에 세 과시를 위해 지방의원들의 공개 지지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지방의원 줄세우기 구태를 재연한 셈이다. 당내 충성경쟁을 유발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중앙정치 예속과 지방의원들의 줄서기로 인해 지방정치는 실종되고, 지역 패거리 정치만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자신의 당선이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해 지방의원들을 줄 세우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본분을 내팽개친 채 공천권을 쥔 지역위원장에게 줄을 서서 충성경쟁에 몰두하는 지방의원들,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런 행태가 대한민국 지방정치를 후퇴시키고, 지방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낸 유권자들의 책임이 크다. 지방의원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지역주민보다 공천권을 쥔 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 눈치보기에 급급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정치구도 때문이다. 소중한 국민의 권리를 특정 정당에 통째로 맡겨놓고서 그들의 줄서기, 줄 세우기 행태를 나무랄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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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22 18:25

[의정단상] 계엄과 개혁

2024년 12월 3일 밤, 위헌적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언제까지 계엄 타령이냐’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어느 일간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계엄 직후부터 ‘대통령 행세’를 했다면서 ‘체감임기 1년’이 다 돼 간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가 유난히 빠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엄에 대한 이야기를 지겨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적잖이 놀랄 일이다. 계엄은 짧았다. 오후 10시28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오죽했으면 ‘자고 일어나 보니 계엄이 있었다가 없어졌더라’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로 단시간에 종결된 친위쿠데타였다. 45년 만의 계엄령은 그 자체로 시대착오적이었다. 민주화운동과 탄핵, 촛불혁명을 거치며 수십년에 걸쳐 성숙해온 우리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긴 탓이다. 이번 계엄이 6시간에 그친 것도 국회를 지켜낸 국민 덕분이었다.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계엄의 범죄성이 가벼워질 수 없다. 계엄이 단시간에 끝나버렸다고 해서 내란 척결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줄어서는 안 된다. 이번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오히려 더 철저하게 청산의 작업에 임해야 한다. 그 단적인 근거가 ‘포고령 1호’다. 이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우리 헌법에서조차 근본을 찾을 수 없는 내용이고, 그래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전면 부정하는 대목이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장관이 군사정권 때 예문을 그대로 베꼈다는데, 군부독재의 망령이 아직까지 이 땅에 떠돌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지점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를 일러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했다. 그 말에 비추어 보면, 12·3 비상계엄은 암울했던 지난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고 반성하지 않은 후과이기도 하다. 내란의 밤, 국무회의 CCTV 영상 속 국무총리와 장관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문건을 검토했다.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성찰도 없고 죄의식도 없이 계엄에 가담한 엘리트들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는 계엄과 내란의 시도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반면교사를 삼으라는 국민적 요구다. 완전한 청산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독일은 사법적 처분부터 경제·문화·사회 전반에 이르는 청산을 추진했고, 1945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부터 최근까지 나치 부역자에 대한 재판을 이어왔다. 우리의 경우,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대한 청산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친일행위 대가로 받은 토지의 매각대금을 환수하는 작업에 나서면서, 친일파 후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의 청산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이나 마찬가지다. 벌써 지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을 확실히 심판해야 온전한 개혁이 가능하다. 아직까지 미처 솎아내지 못한 친일과 독재의 잔재도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불의한 것이 사라진 자리를 민주와 평화, 자유와 창의의 가치로 메우고 다져야 한다. 그 위에 진짜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 그래야 비상계엄과 친위쿠데타가 없는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개혁의 방향이다. 한준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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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20

[타향에서] 왜 여론조사 결과는 내 생각과 다를까?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는다.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나 정당 지지도, 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접할 때 특히 그렇다. 전북처럼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는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다 이재명 대통령을 잘한다고 하던데 왜 긍정평가가 60%밖에 안 되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 30% 넘는 긍정평가라니, 너무 높지 않나?” 하는 반응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생각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다양한 연령, 지역, 성별 등을 대표하도록 설계된 표본을 대상으로 한다. 즉, 전북만이 아니라 전국의 민심을 비율에 맞게 반영한 결과라는 점을 잊기 쉽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보면, 호남은 약 10%, 대구·경북도 10%, 부산·울산·경남이 16%, 충청 10%, 수도권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전북을 포함한 호남 사람들의 의견이 전국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1명꼴로 반영된다고 보면 된다. 이념 성향으로도 진보 25%, 보수 25%, 중도 50% 안팎으로 분포한다. 이런 전국적인 구성비를 고려해 조사하기 때문에, 특정지역이나 성향의 여론만으로는 전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전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가 80%를 넘을 수 있지만, 영남 지역에서는 과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전국 평균 60%라는 수치는 이런 상반된 지역별 결과를 종합한 ‘대표값’인 셈이다. 결국 여론조사는 ‘내 생각’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평균적인 생각’을 비율대로 담아낸 사회의 거울이다. 나와 내 주변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조사가 틀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이나 ‘진실’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론조사에는 항상 오차가 존재한다. 조사 대상이 전체 국민이 아니라 무작위로 뽑힌 일부 표본이라는 특성 때문에 표본오차가 발생한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p의 오차범위라면, 50%라는 결과는 실제로 47~53% 사이일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표본오차는 질문 문항이 분명하지 않거나, 자료처리를 잘 못했을 때 발생한다. 사람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로, 표본오차보다 더 클 때도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는 표본오차와 비표본오차를 감안한 추정치로 이해해야 한다. 조사방법의 차이도 결과를 달리 만든다. 숙련된 면접원이 직접 응답자와 대화하며 수행하는 전화면접조사는 대표성이 높고 응답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기계음에 의한 자동응답(ARS) 방식은 응답률이 낮고 정치 관심도가 높은 사람들의 응답이 몰릴 가능성이 커 왜곡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과학적인 표본 설계와 절차를 거친 조사인지, 아니면 특정 대상자 중심으로 여론을 단순히 집적하여 보여주는 비과학적 조사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보는 수고로움이 요청된다. 그러나 그 수고만큼 우리는 더 실재에 가깝게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여론조사는 내 주변의 세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비춰주는 창이다. 그 창을 통해 보이는 모습이 낯설다 해도,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온전한 모습에 가까울 수 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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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19

[기고]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함께 가을’ 전주페스타”

인류의 역사는 축제의 역사다.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 한가운데엔 축제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제의(祭儀)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의식이었고, 산업화가 진행되며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의 장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축제는 도시가 스스로를 표현하고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공공의 예술’이자 ‘참여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전주 또한 그 중심에 있다. 가을의 전주는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되어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축제들이 어우러진다. 책을 읽고, 음식을 맛보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즐기는 다채로운 순간들이 도심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주페스타’만의 매력적인 풍경이다.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들이 ‘전주페스타’로 통합되어 개최된 지 세 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는 ‘함께 가을’을 주제로 9월부터 10월까지 독서, 한지, 예술, 비빔밥, 막걸리 등 전주의 맛과 멋, 문화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축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각 축제가 저마다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 가치와 즐거움을 몇 곱절 빛낸다.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 사람이 이어지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또한 도시를 알리고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빚어내는 힘을 지닌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맥주라는 지역의 전통을 세계적 축제로 키워내며, 도시의 상징이자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은 축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 ‘전주페스타’ 또한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약 30만 명이 다녀가며 103억 원의 소비를 창출했고, 올해 페스타의 문을 연 전주독서대전은 평산책방지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큰 화제를 모으며 4만 5천 명이 찾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전주는 K-컬쳐의 원류로서, 전통과 예술문화를 고루 품은 ‘전주페스타’의 지속적인 성장은 세계에 전주의 매력을 널리 각인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 ‘전주페스타’는 10월까지 한지산업대전, 예술난장, 비빔밥축제, 막걸리축제로 이어지며 전주를 설렘으로 가득 채운다. 한지산업대전은 생활 속에서 한지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전주가 가진 문화의 뿌리를 다시금 일깨우고,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예술난장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누구나 예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문화의 상징, 비빔밥 축제는 인기가수 공연, 홀로그램 쇼 등 화려한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대형비빔퍼포먼스, 비빔퍼레이드 등 다양한 맛의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의 마지막은 정겨운 막걸리가 맡는다. 전주의 대표 막걸리 식당들이 참여하는 막걸리 축제를 통해 푸짐한 안주와 함께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낭만적인 가을밤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며 도시의 기억을 쌓아간다.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오감(五感)의 경험이 전주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 넣게 하고,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전주를 다시 찾고 싶은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축제라는 특별한 시간 속에 서로의 어깨를 맞댄 순간들은 추억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더하고 경제와 관광이 연계되어 지역 문화산업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함께 가을’, 전주는 지금 축제의 한가운데 있다. 가을빛으로 물든 전주의 축제에 모두 하나 되는 시간을 꼭 함께하시길 바란다. /윤동욱 전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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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2 18:19

[사설] 농촌기본소득 선정 순창군, 성공모델 보여라

순창군이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2026∼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을 확정했다. 시범사업은 각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2년간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공짜 점심’이 아니다. 사업비가 국비 40%, 도비 24%, 군비 36% 비율로 구성돼 지방 재정 여건이 열악한 군 단위 지자체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순창군의 재정자립도는 10% 이하다. 이제 2년이 지난뒤 지속가능할 것인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번 사업은 전국 인구 감소 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공모했다. 그 결과 71%인 49개 군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평균 경쟁률은 7대1이었다. 전북에서는 순창군 등 인구소멸지역 7개군이 모두 신청했다. 시범사업 재원은 2년간 전국적으로 국비 3278억 원, 지방비(시도비 및 군비) 5589억 원으로 총 8867억 원이 투입된다. 순창군에는 국비 389억 원을 포함한 총 973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촌인구 유입과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타당한 정책 중 하나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돈이 있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2년 처음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한 미국 알래스카주의 경우 석유 매장량이 풍부해 이를 재원으로하고 있다. 2024년에는 주민 1인당 1702달러를 지급했다. 월 20만원 꼴이다. 이번에 선정된 다른 지역의 경우도 나름대로 재원 대책을 갖고 있다. 강원 정선군은 강원랜드의 2대 주주로서 매년 받는 배당금을 군민에게 환원하고 전남 신안군은 재생에너지 발전 이익을 전체 주민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경북 영양군은 328㎿ 규모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재원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비 부담률을 60-70%로 올렸으면 한다. 국가사업이라고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정부가 떠안는 형식이어선 안된다. 이 사업이 안착돼 농촌이 살아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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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21 18:54

[사설] 교권이 무너지면 학교가 무너진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 할 것 없이 모두 제자리에서 묵묵히 정도를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최정상권 국가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숱한 요인이 있겠으나 딱 한가지만을 꼽는다면 높은 교육열을 들 수 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식만큼은 제대로 가르치고, 제자를 바르게 지도하려는 스승의 마음이 하나가 됐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권이 무섭게 무너지고 있다. 집안에서 가장의 권위가 무너진게 언제인데 새삼스럽게 교권 운운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지켜야 할 정도가 있다. 그게 바로 교권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밝은 앞날을 위해 지도하려면 제아무리 세상이 급변하고 가치가 전도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 최후의 보루는 있어야 한다. 학생의 인권, 학부모의 권리 또한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지켜야 할 가치가 바로 교권 아니던가. 교육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최근 5년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 교사가 무려 3만3705명에 달한다. 초등학교 1만4295명, 중학교 1만1586명, 고등학교 8724명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사안의 본질은 교권이 무너진 때문이다.엊그제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흡연을 지도한 교사가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와 협박에 시달리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을 주는 일대 사건이다. 교원단체들은 “정당한 생활지도가 악성 민원으로 무력화되고 있다”며 교육청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고교 교사인 B씨는 학교 인근 골목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학생 두 명을 발견, 흡연 장면을 촬영해 학교 인성인권부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인성인권부장은 학생들로부터 사실 확인 진술을 받은 뒤 학부모에게 흡연 사실을 통보했는데 해당 학부모는 전혀 뜻밖의 행동을 했다. “교외에서 핀 건데 문제가 되느냐, 내가 허락했는데 왜 문제 삼느냐”며 항의했다고 한다. 자녀의 흡연 잘못은 인정하지만 적발 당시 현장 지도로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일을 굳이 사진 촬영까지 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변하는 학부모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다만,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지금 우리 일선 교육현장이 어떤 상황인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한번 더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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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21 18:54

[위병기의 화룡점검] 지방선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손’ 논쟁이 일고 있다. 공정한 경쟁의 룰과 무관하게 중앙 정계의 최고 실력자가 공천을 좌우할 거라는 거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그게 바로 임명장이 되는 전북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냥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과거 전북지사 선거전의 역사가 그것을 웅변한다. 1995년 첫 민선단체장 선거때 민주당 계열의 중앙당 사무총장과 도당위원장을 지냈던 최락도가 유력해 보였고, 유신 시절 실미도 사건을 국회에서 언급해 고문까지 받았던 강근호 전 의원도 다크호스로 여겨졌으나 경선 결과는 지역에 아무런 기반이 없던 무명의 유종근 아태재단 사무부총장이었다. 소위 김심(김대중의 의중)을 등에 업은 그를 동교동계에서 확실하게 밀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3년뒤 현직의 유종근 지사가 재선가도에 나섰을 때는 경선도 없이 후보로 추대됐고 최종 무투표 당선됐다. 현직 대통령이던 DJ가 “전북에서는 유종근 지사가 잘하고 있죠”라고 한마디 하자 지사를 꿈꾸던 후보군들은 모두 말한마디 못한채 출마를 포기하고 거수기로 전락했다. 3김시대의 대표적인 한 단면이다. 유 지사가 물러난뒤 2002년 지방선거때는 특별히 중앙당의 입김이 없이 완전 자유경선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직이던 강현욱, 정세균 의원이 격돌했는데 강 의원이 신승했다. 2006년엔 강현욱 당시 지사와 김완주 전주시장이 맞대결했는데 강 지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시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으로 귀결됐다. 김완주 지사가 재선가도에 나섰던 2010년엔 강봉균 의원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당 수뇌부의 종용에 의해 뜻을 접어야만 했다. 2014년과 2018년엔 송하진 후보가 강봉균, 김춘진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하면서 재선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때도 역시 지역 정치권의 합종연횡은 있었으나 중앙 정치권의 실력자가 특정인을 낙점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지방선거때 송 지사는 3선가도를 노렸으나 중앙당 실력자는 물론, 지사 선거 후보군들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컷오프 돼 링에도 서보지 못한채 분루를 삼켜야 했다. 재선이던 안호영, 김윤덕 의원이 손을 맞잡으면서 당연히 둘중 한명이 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상당 기간 현실정치를 떠나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김관영 전 의원이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면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어떻게 될까. 한편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복심을 거론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또 한편에선 정심(정청래 대표의 의중)이 회자된다. 3김시대와 달리 빅브라더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이때 과연 전북지사 경선은 중앙당 실력자에 의해 결정될까, 아니면 전북 당원들과 민심에 의해 결정될까. 분명한 것은 조작된 민심이 아닌 저변의 민심을 얻는 자가 최종 승리한다는 거다. 지금부터 진행되는 모든 과정과 절차는 경선 결과가 나온뒤 복기를 해보면 다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의 악수가 훗날 기가막힌 묘수가 되기도 하고, 현 상황에서 볼때 회심의 일타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될 수도 있다. 결과가 과정을 합리화 시킨다는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지사가 된 것이 결국 독이 되기도 하고, 떨어진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는 가 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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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10.21 18:46

[오목대] 대통령 공약과 부유하는 새만금

15년 전,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건축가 김석철 교수(1943년~2016년)를 인터뷰로 만났다. 몸담았던 대학을 퇴직한 후 자신이 설립한 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을 이끌고 있었다. 연구원은 서울 가회동 북촌마을의 가파른 고갯길에서도 가장 위쪽에 있었다. 2000년 초반, 북촌의 100년 된 한옥을 보수해 들어간 이 공간을 그는 북촌의 한옥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부터 살면서 보존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개보수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이곳 연구원들은 그 후 주변 한옥을 개보수하는데도 참여했으니 어느 정도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한국의 도시들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새만금과 인연이 깊다. 개발 초기부터 새만금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그 미래를 제시해온 그에게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은 조언을 구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새만금을 주 쟁점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대통령 선거 공약에 새만금을 끌어들인 이유는 분명했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중요한 대상인 새만금이야말로 대통령이 될 사람의 자질을 검증하기에 좋은 이슈’라는 것, ‘새만금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비중은 아니더라도 새만금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가느냐에 대한 철학은 대통령 자질을 검증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김 교수는 새만금의 미래에 큰 의미를 뒀다. 어찌 됐든 새만금은 대통령 공약의 우선순위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폐기되거나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선거 때마다 이용되는 정쟁의 희생물이 됐다. 도시 설계 결과물을 모아 놓은 명저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는 김 교수의 빛나는 결실이다. 이 책에서도 새만금의 미래를 위한 설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농업시대에서 해양시대로 간다'며 주목했던 새만금의 미래는 ‘황해공동체의 공동시장과 물류기지, 사계절 관광단지’로서의 기능이다. “세계의 대부분 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시대”라며 관건은 물류라고 강조한 그는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경제 환경으로 증가하게 될 중국 북안 도시권으로의 항만 물량에 대비해 서해안 어디보다도 좋은 조건을 가진 새만금에 새로운 거점 항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돌아보면 새만금 개발 전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요동쳤다. 농지 확보로 시작된 새만금은 개발 기조나 핵심 사업까지 변화무쌍한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제대로 된 결실이 구축되었을 리 없다. 이재명 정부도 공약을 내놓았다.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해 ‘속도감 있는 추진’을 내세웠다. 새만금기본계획 변경안이 진행되는 모양이다. 새만금의 부유를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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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10.21 18:41

[새벽메아리]차(車)들을 위한 나라

좌우를 살핀다, 건널까 말까 우물쭈물한다. 지체하는 순간 7-8m 전방에서 차가 등장한다. 저 차만 보내고 건너자 다짐한다. 근데 낭패다. 앞 차량을 뒤따라 어중간한 간격으로 다른 차들이 이어진다.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보행자는 다시 한참을 눈치보며 안전한 타이밍을 기다린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풍경이다. 아주 가끔 인도 쪽 보행자의 존재를 눈치채고 속도를 줄여 멈추는 차가 있다. 이런 운전자는 서른 대 중에 한 대 정도 될까. 드디어 보행자는 확실한 사인을 받고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는데 이런 배려가 고마웠는지 운전자를 향해 목례를 하기도 한다. 차가 생활의 중심이고 과장해서 말하면 무법천지인 소도시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22년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지만 법이 일상의 습관을 개선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만 차량이 정지하면 됐지만 현행법상 횡단보도에 진입하지 않고 ‘통행을 하려는 때’에도 차량은 멈춰야 한다. 즉 대부분의 횡단보도 앞에서 차는 일시정시를 하고,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 결국 기다리는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모든 차량은 법을 위반한 셈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의식하거나 지키려는 운전자는 얼마나 될까. 자동차 중심의 생활권에서 마주하는 또 하나의 비극은 바로 로드킬이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그 짧은 거리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동물의 사체를 마주친다. 고라니, 고양이, 너구리, 개, 심어 까마귀와 뱀까지. 필자가 도로 위에서 발견한 동물들이다. 필자 역시 전조등에 의지해 시골길을 달리다 고양이를 칠 뻔한 아찔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대낮에 앞서가던 차가 고라니를 들이받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차에 부딪힌 고라니가 몇 초간 경련을 일으키다 도로 위에 고꾸라지던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즉사한 동물의 사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이를 먹으려는 까마귀나 까치가 모여들고 차량들이 이를 피하느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멧돼지처럼 덩치 큰 동물과의 충돌은 운전자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대형 사고가 되기도 한다. 연간 로드킬로 죽어가는 동물의 수가 9만이라고 하는데 비신고건수와 소형동물을 합치면 대략 20만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의 추산도 있다. 이는 웬만한 중소 도시의 인구수와 맞먹는 수의 생명이 매년 도로 위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드킬은 고속도로보다 국도와 지방도에서, 특히 수도권 왕래가 잦은 강원과 충청권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동물의 번식기인 봄, 월동을 준비하는 가을에 사고가 집중되는데, 공교롭게도 인간의 여행철과 겹친다. 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태통로나 유도울타리 같은 물리적 시설은 비용 부담이 커서 전국의 도로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야생동물 등장을 알리는 경보시스템이나 로드킬 다발구간 정보를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 기술도 논의되고 있지만, 전면적인 도입은 더디기만 하다. 자동차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이 속도 기계를 버릴 수 없다면, 인간과 동물의 안전을 고려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차 중심성은 이미 뿌리 깊어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민정 부안군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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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1 18:41

[기고] 전북인권사무소 설치가 필요한 이유

10월 25일 전주시 오거리문화광장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광주인권사무소 개소 20주년 기념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인권 골든벨’이다. 2인 1조로 인권에 관한 문제를 풀면서 인권감수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인권을 표방한 퀴즈쇼인 만큼 경쟁보다는 소통과 어울림을 중시한다. 모든 참가자가 끝까지 남아서 최종 3팀을 같이 축하해주는 방식이다. 전북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골든벨 행사엔 100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전북인권사무소가 있었더라면 이런 행사는 오래전부터 열렸을 것이다. 2005년 10월 광주인권사무소 출범 당시 관할지역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였다. 2019년 특별자치도인 제주에 출장소가 생겼으나 2023년 특별자치도로 승격한 전북도는 예외였다. 같은 해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의 경우 2017년부터 인권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전북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권조례를 제정했음에도 아직까지 인권사무소가 없다. 전북도의회는 인권사무소 설치를 위해 노력했다. 2017년 9월 여야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사무소 설치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와 대통령비서실을 비롯한 관계 부처에도 전달했다. 2024년 1월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국가인권위원회 전북인권사무소 설치 촉구 건의안’을 채택하고 인권위 등에 발송했다. 인권위가 권역별 인권사무소 설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간명하다. 지역주민들의 인권 접근성을 높이고 인권 현장에 신속히 개입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면 현안을 살피기 어렵고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초동대처가 어렵다. 실제로 광주인권사무소에서 전북 오지의 교도소까지 가려면 3시간 가까이 걸린다.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온전히 하루를 보내야 한다. 인권사무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인권 광장’이 조성된다. 공무원, 학생, 사회복지사 등을 중심으로 인권교육이 늘어나고 인권사무소를 매개로 지자체와 인권활동가들의 소통도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자세도 달라진다. 2005년 광주인권사무소 개소 이후 광주광역시가 최초로 인권조례를 제정했고, 그것이 훗날 전국 광역자치단체로 확산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25년 8월 말 기준 광주인권사무소에서 20년간 처리한 진정사건은 12,165건이다. 이 가운데 전북도 사건은 2,340건으로 전체의 20%를 밑돈다. 인구 대비 전북도의 진정사건 비율은 광주전남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국 광역 지자체 평균치로 보면 적지 않은 양이다. 진정사건 유형은 구금시설이 51.2%로 과반수를 넘고 다수인보호시설까지 합하면 81.6%에 달한다. 요컨대 시설을 빼면 진정사건이 많지 않다. 전북도민들의 인권 수준이 높아서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광주인권사무소가 20주년을 맞아 공표한 20대 주요 사건 중 5건이 전북지역 사안이다. 인권사무소 최초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곳도 전북이다. 중앙언론까지 크게 보도했던 국공립고등학교 기숙사 내 휴대전화 사용 제한 사건이 그것이다. 이밖에 지자체의 현수막 게시 거부 사건, 교사의 개인정보 노출 사건, 근로감독관의 과도한 수갑 사용 사건도 전북에서 발생했다. 지난 9월 전남 목포에서 2025 인권옹호자회의가 열렸다. 전국의 지자체 인권담당 공무원과 인권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북도의 인권행정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전북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조례안을 만들었고 2020년 조례 개정을 통해 ‘인권영향평가’까지 추가했다. 인권정책팀과 인권보호팀을 둔 인권담당관 조직은 타 시도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여성·아동·노인·장애인·이주민 부서를 아우른 가칭 ‘전북 인권옹호자 회의(안)’은 한발 앞선 원스톱 인권행정으로 주목된다. 10월의 마지막 주말, 전북도에서 처음 울리는 인권 골든벨이 지역인권보장체계의 서곡이 되기를 기대한다. 육성철 광주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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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1 18:41

[사설] 도민기대에 부응한 전북 현대의 등극

전북 현대가 대한민국 프로축구에 관한 한 최고봉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항상 꼴찌만 하는 전북에서 적어도 하나는 최고인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프로축구 전북 현대 구단이다. 가뜩이나 전주를 연고로 한 프로농구단을 외지에 빼앗긴 도민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는데 어쨋든 이번에 전북 현대가 그 성가를 다시한번 입증함으로써 도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듬뿍 안겨줬다. 크게 축하할 일이고,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 , 구단 모두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전북 현대는 지난 18일 수원FC와의 홈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승점 71점을 확보, 앞으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K리그1 최초 10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프로야구 쌍방울의 실패, 동네북 신세이던 전북다이노스의 아픔을 딛고 오늘날 전북 현대가 이처럼 국내 최고 구단이 되기까지는 대기업 현대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도민들의 열정과 응원 또한 결정적 요인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중하위를 맴돌던 전북 현대는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최강희 전 감독이 부임하면서 K1리그의 최강자로 우뚝 서면서 지역민과 더욱 애환을 함께 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지난 2009년 K리그1 첫 우승을 하면서 오랫동안 무적이었던 전북 현대는 이제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프로축구단 이라고 하는 자리를 확실히 굳히게 됐다. 사실 오늘의 영광이 있기 까지는 아픔도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에는 최하위원을 맴돌다 급기야 2부리그로 탈락할 위기에 직면하는 등 창단 이래 최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빨빠진 호랑이’라는 비아냥 속에 눈물을 머금고 절치부심, 올 시즌을 대비해 묵묵히 칼을 간 것이 결국 빛을 본 것이다. 전북 현대의 기록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하다. 올 시즌 22경기 무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 홈 관중은 지난 18일까지 3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015년 전주성을 찾은 홈 관중이 33만 856명이었는데 올해는 이 기록을 깰 것으로 기대된다. 답답한 도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를 선사한 전북 현대가 국내는 말할것도 없고 머지않아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와 어깨를 당당히 하는 멋진 구단이 되기를 전 도민과 더불어 기대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10.20 18:34

[사설] 농진청 잔류부서, 전북으로 완전 이전하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 일부 기관들의 수도권 잔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과 윤준병 의원은 17일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진청 조직개편 과정에서 일부 연구인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고 한 부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느냐”며 “농진청의 이러한 시도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정부 시책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행위”라면서 이승돈 농진청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아직 옮기지 않은 식품 관련 기구들을 전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이번 국감은 심심치않게 터져 나오는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수도권 회귀 시도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시는 이런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이전기관들의 교통, 보육, 교육, 정주 여건 등 개선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논란, 한국농수산대학교 영남캠퍼스 설립 추진, 한국국토정보공사 드론 교육센터 타지역 설치 검토 등 수도권 회귀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지역으로서는 큰 실망과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그때마다 정치권과 도민들의 일치된 목소리로 이를 잘 해결했다. 이번 농진청 사태는 농진청이 지난 2월 업무·연구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내세워 조직 개편에 착수하면서 비롯되었다. 농진청 푸드테크소재과(전 기능성식품과)·식생활영양과 등 일부 조직과 직원 40여명을 오는 11월부터 수원에 있는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로 단계적으로 이동시키기로 한 것이다. 대신 기존 중부작물부를 폐지하고 전북혁신도시 내 국립식량과학원에 ‘기초식량작물부’를 신설하는 내용 등이 개편안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결국 농진청의 일부 기능을 수도권에 잔류시키겠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당초 혁신도시 조성 취지나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업연구와 농업인 지원을 총괄하는 기구로 전북이 농생명 산업수도로 성장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수원에 있는 잔류부서를 전북으로 완전 이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업무 효율성을 위해서도 옳은 일이다. 이 청장은 빠른 시일내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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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10.20 18:34

​[오목대] 유치원서 대학까지, 학교는 전쟁 중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열전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 치열해졌다. 이미 사회문제로 부각된 대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의 생존경쟁은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정부 방침에 따라 국공립 유치원이 늘어나면서 사립 유치원들이 사활을 건 아동 쟁탈전에 내몰리고 있다. 의무교육기관인 초·중학교도 이맘때면 내년에 들어올 신입생 수를 헤아리기 바쁘다. 농어촌 작은 학교는 더 절박하다. 해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속출하니 폐교를 걱정해야 한다. 농어촌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과대·과밀 학교로 유명했던 원도심지역 초·중학교도 농촌학교와 비슷한 처지로 전락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의 여파로 취학아동이 크게 줄면서 물밑 신입생 유치전이 치열하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 신설을 제한하는 교육부의 이른바 ‘학교총량제’도 원도심 작은 학교에는 불안 요소다. 고등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특성화고교가 심각하다. 첨단산업분야 특화 학교라는 점을 애써 드러내기 위해 수시로 교명까지 바꾸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 여기에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난은 이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를 외치면서 굵직한 지원사업을 잇따라 추진했지만 오히려 수도권 대학의 위상만 높였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학교의 관심은 적령기에 학업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에게 쏠렸다. 먼저 지방대학이 ‘만학도 특별전형’을 통해 늦깎이 학생 모집에 나서면서 70~80대 할머니 대학생이 낯설지 않게 됐다. 이어 농촌 초등학교에서도 마을 할머니들을 주목했다.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학업 기회를 놓친 할머니들에게 평생학습시설 대신 정규학교 입학을 권유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초등학교 과정을 마친 할머니 학생들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농촌 중·고교로 이어졌다. 올해는 18명의 할머니 신입생이 입학한 익산 함열여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할머니 신입생 모시기는 애초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꼭 10년 전, 할머니 신입생들로 전국적 화제가 됐던 김제 심창초등학교가 이를 보여줬다. 이 학교는 지난 2015년, 50~60대 만학도 6명이 한꺼번에 입학한 후 한때 전교생의 절반이 할머니들로 채워지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교실의 모습은 지속될 수 없었고, 결국 올초 폐교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찬바람과 함께 시작된 각급 학교의 신입생 모시기 전쟁은 올해도 정해진 기간을 넘겨 내년 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연장전에 연장전을 거듭할 것이다. 학교의 쇠락은 지역공동체의 붕괴를 부추길 것이다. 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다. 균형발전을 끊임없이 외쳐온 중앙정부가 파격적인 정책과 범국가적 지원을 통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 이 희망의 씨앗이 싹트길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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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10.20 18:33

[문화마주보기]문화 거점을 이어 지역 융성 바탕이 되는, 세 빛깔 책 공간의 실험

올해 광복 80주년, 여러모로 우리에게 남다르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만큼 우리 사회 곳곳 특히 문화판에서 불어올 새 바람에 대한 바램도 은근하다. ‘우리가 어느새 백범 선생이 이야기한 진정한 문화 강국이 되리라’ 하는 소리소리들이 피어나기도 한다. 대한민국 대표 문화거점 가운데 하나, 책마을해리에게도 이번 광복절은 남달랐다. 몇 중국 방문객 때문이다. 이 걸음은, 백범 김구 선생의 중국 유랑생활을 기록한 《위대한 유랑(처음책방)》의 번역 출판과 이어져 있다. 그 책의 중국인 저자 샤녠셩(夏輦生) 선생 집안은 김구 선생의 항일무장독립투쟁 당시, 경호원으로 주치의로 깊은 관계였다. 그 자신도, 백범 선생 아드님 김신 장군과 인연으로 오랜 준비 끝에 이 책을 출판했다. 그 30년 뒤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국회 출판기념회와 북토크에 참가하기 위해 제자들과 방한한 것이다. 일행은 수도권 일정 뒤 책마을해리를 찾았다. 샤 선생은 이번 일정에서 우리 전북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 생태, 문화의 다양한 가치에 감탄했다. 특히 책마을해리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 지역민들 특히 연로한 선배들의 기록을 통해 서로 배우는 ‘선한 지혜의 순환’에 깊이 공감했다. 한-중, 중-한 인적 교류를 비롯해 그림책 출판을 통한 ‘서로배움’을 실천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와의 며칠 우리는 고창의 책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산면 <고창서점마을>, 신림면 <책이 있는 풍경>, 해리면 <책마을해리>까지 이 책의 거점을 잇는 문화의 삼각형이 말이다. 그 한 거점, 책마을해리는 2006년 초부터 터를 닦아, 문화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책마을로 선정되기도 한다. ‘누구나책’을 기치로 14년 동안 이어 5천여 명이 작은 책들을 통해 저자로 다시 태어났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상업출판은 지역의 인적, 생태, 역사, 문화 자원을 가다듬어 250여 종을 출판했다. 연간 1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다른 한 축, <책이 있는 풍경>은 2012년 5월 개인 문학관 작은도서관 성격의 건물을 지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러차례 증축을 통해 문학관, 어린이도서관, 시인의방 같은 책 공간이 즐비하다. 400여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활발한 인문학강좌 등 배움학교들이 열리고 있다. 2013년 가을부터는 매년 문학과 다양한 예술장르가 결합한 융합인문학콘서드를 열어오고 있다. 마지막 축은 지난 10월 11일 문을 연 <고창서점마을>이다. 문화평론가 이윤호 촌장이 오랜 준비 끝에 여섯 개의 책방과 한 개의 공동운영 헌책방을 마련하고 ‘서점들의 마을’로 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이 세 축의 문화실험은 올 시월 각자의 색을 도드라지게 펼쳐낸 축제로 책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책마을해리가 9일부터 13일, 10년 가까이 이어온 <책영화제>에 <전국동네책방 가을운동회>를, 고창서점마을은 첫 책축제 <페이지>를 10월 11일에, <책이있는풍경>은 10월 18일 가을인문학콘서트를 성대히 열었다. 한해 한해 이 책의 이야기는 인문학으로 지역을 어떻게 융성하게 할 것인가, 끊임없는 고민하고 여러 빛깔로 펼쳐낼 것이다. 다른 나라 인문학자의 부러움을 사는 이 실험과 시도에, 도민 모두 더불어 응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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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3

[경제칼럼]4차산업, AI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체계적 디자인 기반 필요

4차산업, AI(인공지능) 현재와 미래의 패러다임으로 혁신적이고 과학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과거에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화가 되기 시작하였다. 농업에서도 농업의 효율성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농업생산 과정에서 데이터베이스와 인공지능 등을 통해 농작업을 분야별로 최적화, 정밀화, 자동화하여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팜 농업방식이 도입되었다. 현재 완전한 완성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영비, 인건비 등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생산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혁신적인 농업방식이며 농업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판매, 유통, 마케팅과 연결되는 실질적 가치와 이익을 담당하는 분야는 체계적인 디자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농업의 소프트웨어 부분에 해당한다. 현재 농업의 체계적인 디자인 기반 현실은 4차산업, AI 패러다임 시대에 비해 한 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4차산업, AI에 비해 중요성이 먼저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농업경영은 이 두 분야가 융복합적으로 잘 이루어졌을 때 성공적 농업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생산성이 좋고 기술적 측면이 뛰어나 경영 예산을 절감하고 편리성은 보장되나 디자인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유통 및 판매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품질과 기술이라고 해도 의미가 없다. 농업생산 방식은 과학적 기반으로 해결 할 수 있으나 디자인 분야는 하나의 브랜드, 패키지, 마케팅 등 독창성, 예술성, 정체성이 핵심이므로 AI가 대신 해 줄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되는 분야이다. 어느 정도 스마트팜, 가공시설 등으로 기반을 갖추었다면 다음은 체계적인 디자인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브랜드 디자인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전략을 세우고 이를 잘 활용한 패키지 디자인은 품질성을 유지하고 운반편리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농업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의 특성을 패키지 디자인 등에 친환경 소재, 최소화 디자인 개발로 활용한다면 이를 통해 환경 순환 구조를 만들고 폐기물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역할까지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다.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디자인, 제품 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여러 디자인 분야의 개발이 체계적인 기반을 다져 효율적으로 농업기술 및 경영에 도입된다면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과 AI가 개발되고 가속화되어도 이의 검증 및 오류에 대한 수정과 완성은 인간과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방식으로 진행 되며 사회트렌드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농업경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잘 활용 되어야 한다. 디자인은 과학적 기술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체계적인 디자인 기반과 4차산업, AI 농업경영 방식이 더해진다면 인간 중심의 가치와 더불어 과학적 기술이 융복합되어 미래지향적 지속가능한 농업경영체제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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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10.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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