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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현장으로 간 ‘조달 셰르파’, 기업의 막막함을 뚫다

김항수 전북지방조달청장

공공조달은 중소기업 특히 창업초기기업에게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도 시동을 걸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전북의 중소기업인들은 “기술은 있는데 서류가 너무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호소한다. 연간 200조 원이 넘는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은 준비된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이지만, 정보와 행정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행정력이 부족해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정보의 부재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답답함을 뚫어주기 위해 전북지방조달청이 시작한 것이 바로 ‘공공조달 길잡이’다. 이는 조달청 직원이 히말라야 등반가의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Sherpa)’가 되어, 기업을 직접 찾아가 1:1로 밀착 지원하는 서비스다. 책상 앞에 앉아 신청서를 기다리는 소극적 행정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러 현장으로 뛰어드는 적극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매뉴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조달 시장 진입 전략을 함께 짠다.

우리는 이미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완주군과 함께한 ‘공공조달 파트너스 데이’다. 완주군 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자체와 손잡고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순히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길잡이들이 기업별 상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렸다.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혁신제품 지정’을 위한 요건 분석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초기 창업 기업에는 ‘벤처나라’ 입점 절차를 안내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에는 ‘G-PASS(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제도를 연결해 주었다. 그 결과, 막막해하던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 “이제 길이 보인다”는 확신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한 기업 대표는 “조달청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는데, 직접 찾아와서 내 일처럼 고민해 주니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026년, 자율화라는 새로운 파도 속에서 이 길잡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지방조달청은 길잡이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한다. 첫째,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한다.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도내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기업들을 먼저 발[굴하러 나설 것이다. 전북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술력은 있지만 조달 시장을 모르는 기업들을 찾아내 그들의 손을 잡고 이끌 것이다.

둘째,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 조달 시장 진입(Start-up)부터 혁신제품 지정(Scale-up), 해외 진출(Global)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춘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여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때까지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 곁에는 언제나 짐을 나눠 지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가 있듯, 전북의 기업들이 200조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정상에 오르는 그날까지, 전북지방조달청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땀 흘리는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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