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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주항쟁 첫 희생자 이세종 열사 뜻 기리자

해마다 이맘때면 누구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이 던지는 울림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민이 세금을 걷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만든 국군이 자기나라 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왕이나 황제가 다스리던 프랑스나 러시아는 말할것도 없고, 현대사에서도 수많은 국가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에게 총칼을 휘두를 경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으나 아직 이 땅에서는 확실한 단죄는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5·18 민주화운동 이라고 하면 우선 광주를 떠올린다. 항쟁의 한 복판에 있었고 수많은 민초들이 피와 땀을 흘렸기에 너무 당연한 것인데 사실 전국 첫 희생자는 고 이세종 열사다. 이세종 열사는 1959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79학번으로 전북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1980년 5월17일 밤 동료 학우들과 함께 '계엄 철폐, 독재 타도' 등을 주장하며 농성 중이었다. 다음 날인 5월18일 이 열사는 학생회관 옆에서 핏자국이 가득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초 그의 사인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됐으나 무려 44년이 흐른 지난해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 열사가 계엄군의 구타로 추락 전 이미 심각한 수준의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 5·18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 17일 전북대학교 이세종광장에서는 5·18 기념식 및 이 열사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김제시에서도 지역출신의 민주화 열사들에 대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전라고와 전주해성고 김제동문회는 이날 김제시민문화체육공원 한 편에 마련된 추모공원에서 '이세종·조성만 열사 합동 추모식'을 거행했다. 앞서 16일 원광대 창의공과대학 광장에서는 5·18 유공자인 고 임균수 열사 추도식이 열렸다. 순창 출생인 열사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시위에 나섰다가 5월 21일 계엄군 발포로 사망했으며, 5·18 민주유공자로 지정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지금 단순히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5·18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 땅의 민주주의는 너무나 많은 피를 마시며 자랐기에 앞으로 확실하게 꽃피워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19 19:07

[사설] 대선, ‘전북 3중 소외’ 벗는 기회로 삼아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등 대선주자들의 전북 방문도 잦아졌다. 이 후보는 전주, 군산, 익산, 정읍 등을 돌았고 김 후보는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은 지역에 맞는 공약들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지역공약은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새만금 개발, 광역교통망 구축, 농생명·K-푸드 산업 육성, 지역대학 지원 확대 등이다. 이들 공약은 전북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자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다. 이러한 공약 발표와 현장 유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이 후보가 언급한 ‘전북 3중 소외론’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전북의 아픈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6일 전북 유세에서 "전라북도가 얼마나 소외감이 큰지 안다. 지방이라 소외되고 호남이라 소외되고 호남 중에서도 전북이라 소외된다"며 “똑같은 국민인데 특정 지역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큰 방향을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중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밝힌 내용으로 그의 전북에 대한 현실 인식이 확고함을 알 수 있다. 2021년 12월에 2박3일 간 전북에 머물렀을 때도 “제가 전남·광주를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전북을 들렀더니 ‘우리가 흑싸리 껍데기냐’고 하더라”며 전북의 소외감이 얼마나 뼈저린지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전북은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호남 내 광주·전남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느끼는 게 지역민들의 정서다. 문제는 이러한 소외감을 덜기 위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과 사회간접자본 및 산업의 진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 34년째 터덕이고 있는 새만금 개발 등 소외된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북자치도와 전북지역 10명의 국회의원 역시 중앙정부를 설득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대선이 전북의 3중 소외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19 19:07

[오목대] ‘큰 바위 얼굴’ 찾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한 계곡마을, 어니스트라는 소년은 어머니에게 마을의 전설을 듣고,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자신도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큰 바위 얼굴과 닮았다는 성공한 재력가와 장군, 정치인, 시인을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탐욕과 권력욕, 명예욕에 찌든 이들의 이면을 보고 실망만 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년이 된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대중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꼭 닮은 사람을 만나기를 소망하면서⋯.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대에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에 그 ‘큰 바위 얼굴’이 생겼다. 1927년~1941년, 14년에 걸쳐 대륙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꼭대기 화강암에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새겨졌다.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4명의 역대 대통령이 ‘큰 바위 얼굴’이 된 것이다. 이후 이 거대한 대통령 조각상이 국가의 랜드마크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러시모어산에 추가로 새길 인물 선정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등이 거론됐다. 그리고 그 자격을 논하면서 이들의 공적과 과오가 낱낱이 들춰졌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기에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이 새겨지기를 희망하면서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떨까? ‘큰 바위 얼굴’을 찾는 대선이 눈앞이다. 소설 속 어니스트처럼 잔뜩 기대를 걸고 그 얼굴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실망이 앞선다. 소설에서 마을 사람들은 귀향한 명망가들의 번지르한 겉모습을 보고 매번 ‘큰 바위 얼굴과 꼭 닮았다’며 환호한다. 전설 속의 큰 인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인물의 명성에 현혹돼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선거판은 기대하던 ‘큰 사람’ 대신, 거짓에 능하고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소인배들로 넘쳐났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우리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큰 사람’, 큰 바위 얼굴을 닮은 믿음직한 지도자가 지금 간절하다. 그런데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나서는 사람들뿐이다. 소설에서 마을 사람들이 매번 그런 것처럼 환호할 일만은 아니다. 선입견 없이 들여다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주인공 어니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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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5.19 19:06

[문화마주보기] 죽음 먹으며 피어나는 창작자의 자리

1980년, 유네스코는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권고’ 를 통해 예술가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생계와 지위 보호의 필요성,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최초로 문서화하였다. 프랑스는 1936년부터 이미 비정규직 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한 앵테르미탕 제도(Intermittents du spectacle)를 도입해 일정 시간 이상 일하면 실업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독일은 1983년부터 예술사회보장기금 KSK(Künstlersozialkasse)을 통해 프리랜서 예술가와 언론인들이 의료, 연금, 요양보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험금을 나눠서 부담한다. 캐나다는 1992년 예술가 지위법(Status of the Artist Act)을 제정해 고용된 예술인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며, 룩셈부르크는 1999년 예술인들을 위한 특별재정지원제도(special system of time based financial assistance)를 제정하고 문화예술사회보장기금을 통해 최저소득에 미달하는 예술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과연 예술을 지속하고 싶은 곳일까? 초기 창작자나 어려움에 놓인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은 어떠한가?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등으로 알려진 조각가 故 구본주는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몫숨을 잃었음에도 배상금 소송에서 ‘정서적 불안정으로 자살한 무직자’ 취급을 받았다. 이는 예술인의 노동과 가치에 대한 법적 논쟁을 거치며 예술인 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문제의식을 촉발했다. <절룩거리네>로 인디 차트 5주 연속 1위에 선정되는 등 청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던 음악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故이진원)은 ‘음원=공짜‘소비자인식, 불법다운로드,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 구조 속에서 생활고를 겪다 2010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예술인의 생존권과 음원수익 배분의 구조적 불공정성에 대한 논의와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환기시켰다. <격정 소나타>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故최고은은 200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5편의 영화를 계약했지만 모두 제작 불발이 되었다.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넘겨도 영화가 다 완성되어야만 완불 되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생활고와 지병으로 2011년 숨졌다. 그의 죽음은 같은 해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15년 연달아 고시원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연극배우 김운하(故 김창규), 배우 故 판영진의 죽음은 예술인 복지법이 비출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그후, 2020년 드디어 예술인 고용보험이 도입되었다. 이를 반기며 지난 5년간 계약 작가에 대한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해왔다. 총 61건의 신고, 38명의 등록작가 중 15%에 해당되는 6명의 작가가 실업급여를 받았다. 왜 15%뿐일까, 2016년 기준 프랑스 앵테르미탕에 등록된 예술가 중 42%가 실업급여를 받았다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꾸준히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되지 못하거나 실업급여자격 증명을 위해 고용보험센터에서 고갈되는 창작자의 한탄을 듣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변의 목소리를 듣는다. 죽음의 자리에 늦게 도착하는 제도의 모습은 더는 없길 바란다. 그 피가 우리의 것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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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기고] 민주당 전북 지역 공약에 ‘노른자’가 빠졌다

느닷없는 계엄이 몰고 왔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어둠의 터널을 넘어, 밝은 곳으로의 새 출발을 준비하며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갑자기 우리 전북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내놓은 제21대 대선 전북 공약에 ‘완주·전주 통합’이 빠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제21대 대선 전북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두 달간 ‘전북 골목골목 민심 경청투어’를 통해 도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모두가 잘 알듯, 완주와 전주와 통합은 우리 지역의 숙원이다. 지난해부터는 핫이슈로 떠올라 다양한 단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앙정부 조직인 지방시대위원회에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권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완주와 전주 통합을 공약에 올리지 않은 것을, 지역 주민들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경청한 민심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 완주와 전주 통합이 공약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것이 전북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토균형발전을 이번 대선 ‘10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으며, 여섯 번째 순위에 배치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국토공간혁신위원회라는 이재명 대통령후보 직속 조직을 설치하고, 상임위원장으로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과 5선 김태년 국회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정했다.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북에 와서는 그 강한 의지에 균열이 발생한 모양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역마다 거점 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고, 광역시가 없는 전북에 거점 도시를 조성하는 방법은 완주·전주 통합이 유일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전북 공약에서는 ‘통합’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균열이 없다면 완주· 전주 통합이 공약에서 빠진 이유를 논리적으로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혹여 민주당이 구상하는 국토균형발전의 대상에서 전북이 소외된 것은 아닌지, 민주당 정부에서마저 전북이 차별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신뢰가 흔들리는데, 민주당이 전북에서 93%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다행히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완주·전주 통합을 전북 지역 대선 공약에 신속하게 추가하는 것이다. 다수 언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북 공약이 서로 유사하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미흡한 부분을 곧바로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이 내란 세력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광화문에서 진행된 대선 출정식에서 이재명 후보는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이재명 후보가 역설한 실용과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K-컬처 메카 육성 등과 같은 민주당의 또 다른 공약을 이행하고, 더 큰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는다. 허나, 전북도당이 끝내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찬성단체들은 차기 총선에서 정치적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마지막으로 굳이 첨언한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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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경제칼럼]바다의 인공섬 군산 금란도를 아시나요

금강 하구에는 “금란도(金卵島)”라는 바다 인공섬이 있다. 면적은 202만㎡(약 61만평)로 여의도의 70% 정도이며, 축구장 300개의 규모에 해당한다. 탄생 배경은 1980년부터 군산내항의 수심확보를 위해 준설을 시행하면서 준설토 투기장으로 건설되어 2008년에 제4공구까지 완공되면서 현재의 인공섬이 되었다. 금란도 이름은 2012년 군산시가 지명제안 시민공모를 통해 채택하였으며, ‘금강하구에 황금알을 낳는 풍요의 섬’이라는 뜻으로 시작하였지만 금강의 금(錦)을 새만금의 금(金)으로 바꾸어 ‘새만금의 번영과 미래 발전적 가치를 담자’라는 의미로 작명하여 2013년 10월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지명이 결정되었다. 금란도 개발은 오랜기간 개발이 지연되어 오다 2020년 12월에 ‘군산·서천 지역 상생협력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 후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금란도 항만재개발계획이 반영되면서 개발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상생협의체에서 개발방향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으나 군산·서천 지역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지역상생협의체에서 논의된 큰 틀의 재개발 형태(자연생태지구, 익스트림지구, 힐링체험지구, 관광휴양지구 등)를 마련하여, 지자체와 주민이 공감하는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금란도의 개발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기회의 섬’이냐 그냥 ‘조용한 섬’이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지정학적 입지를 가진 금란도는 분명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적 현실이다. 실제 투자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철한 경제적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기반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이다. 금란도는 전기, 수도, 도로 등 기본적인 생활 및 산업기반이 전무한 상태다. 이는 초기 개발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려 민간 투자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관광객이 섬을 찾기 전에, 먼저 ‘길’을 닦고 ‘불’을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해양 관광 산업은 계절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에는 일시적 관광객이 몰리겠지만, 나머지 계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기 흥행이 아닌 연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경제와의 연계성 부족도 중요한 문제다. 금란도 개발이 섬 내부에만 집중된다면 본토와의 경제적 연결은 끊기게 된다.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 없이 이뤄지는 개발은 오히려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기반의 개발 모델이 절실해 보인다. 금란도 개발은 단순히 ‘섬 하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군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지역 경제를 다시 뛰게 만드는 기회이자 시험대다. 금란도가 군산의 ‘기회의 섬’ 즉, 이름처럼 황금알을 낳아 풍요를 주는 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감성보다 전략이, 기대보다 계획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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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법률상담] 술이 웬수!

내담자는 “원룸건물 사이 빈 땅을 텃밭으로 가꾸며 고구마 모종을 심느라 정신이 없는데, 아침만 되면 주취자들이 노상방뇨를 하고 가는지 지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서 하루는 9시 뉴스를 보고 창문으로 밭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변을 보고 있어 소리를 쳤더니 놀라서 헐레벌떡 거리며 도망치더라, 이렇게 노상방뇨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혼내줄 방법이 없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술과 급한 용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밭에 거름을 준다’는 핑계가 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목격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자칫 잘못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즉,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 다음 각 호 중 제12호는 ‘(노상방뇨 등) 길, 공원, 그 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시키거나 개 등 짐승을 끌고 와서 대변을 보게 하고 이를 치우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노상방뇨로 적발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연음란죄로도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연음란죄(형법 제245조)는 불특정 다수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성적인 행동이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여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로 처벌하는 죄인데요, 실제로 노상방뇨를 하다 공연음란으로 신고돼 재판으로 이어진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다행히 ‘노상방뇨’를 할 의도였지, ‘신체 주요 부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어서 공연음란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된 사례도 있었지만, 처벌된 사례도 많으니, 항상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제 술은 기분 좋을 때까지만, 1가지 술로, 1차에 한해, 저녁 9시까지만 드시면 어떨까요? 박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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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5

[기고] 정치 지도자의 언어 품격

우리는 세계 최고의 문자를 가졌다. 그러나 이 소중한 한글로, 거칠고 천박한 말이 오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도자의 말은 시대를 이끌고, 민족의 품격을 드러낸다. 지금, 우리는 말의 품격을 다시 세워야 한다.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자, 한글을 가진 민족이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체계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문화의 꽃이다. 우리는 이 한글로 우리의 꿈을 기록하고, 역사를 써 내려왔으며, 사랑을 고백하고, 정의를 외쳐왔다. 그런데, 과연 오늘 우리의 지도자들은 이 소중한 한글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 우리는 정치ㆍ사회ㆍ종교 지도자들의 언어 사용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오가는 말들은 국민 모두에게 울림을 주고, 다음 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최근의 언어 현실은 참담하다. 거칠고 경박한 말투,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표현, 심지어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들이 너무나 쉽게 오르내리고 있다.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배운다. 정치와 사회, 종교가 추구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모호해진다. 무엇보다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그 집단의 품격이다. 말의 품격이 무너질 때, 그 사회의 도덕적 기준도 무너진다.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며, 동시에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다. 그 어떤 정책과 계획보다도 한마디 따뜻한 격려, 한 줄기 진정성 있는 언어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특히 정치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성한 약속이다. 이 약속의 시작은, 올곧고 품격 있는 언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난보다 비전을, 조롱보다 존중을, 분열보다 통합을 이야기해야 한다. 단 한 표를 얻기 위해 언어의 품위를 내던진다면, 결국 그 한 표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멍들게 될 것이다.사회 지도자,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요청한다. 강단과 연단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세상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갈라진 민심을 더 찢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것인가.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언어 선택에 달려 있다.한글은, 거칠고 저속한 언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존엄과 사랑, 배려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이 언어로 새로운 미래를 노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 젊은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말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나는 한국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간절히 외친다.맑고 깨끗한 사회는 고결한 언어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의 말이, 곧 우리의 미래다. 김용 전 우석대예체능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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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8:00

[사설] 6월 장미대선, 전북은 이번에도 변방인가

제21대 대통령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다른 때에 비해 선거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지만 여야 대권 주자들의 표심잡기 발걸음은 분주하다. 그런데 내란 청산과 사법리스크 공방 속에 지역정책이 묻히고 있다. 특히 전북은 더 변방이다. 인구나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데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의 텃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각 정당 입장에서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는 지역이 됐다. 표심이 요동치는 전략적 요충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전북은 득표율 수치에만 신경을 쓰는 실정이다.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균형발전 공약에서도 전북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각 후보 진영의 균형발전 공약이 5대 광역권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전북과 같은 특별자치도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전북 공약은 대부분 재탕·삼탕이다. 차별화된 지역발전 청사진을 찾을 수 없고, 뜬구름뿐이다. 답보 상태에 있는 기존 공약들을 다시 꺼내놓은 데 불과하다. 그만큼 전북에 대한 중앙 정치권의 관심이 적다는 것을 방증한다. 해묵은 지역현안을 지금껏 해결하지 못하고, 굵직한 정책공약을 발굴하지 못한 전북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6일과 17일, 잇따라 전북을 찾아 지역발전 공약을 앞다퉈 제시했다. 새만금을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어김없이 나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대선 때마다 내놓았던 공약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전북 유치 지원 공약도 그렇다. 올림픽 유치 대한민국 후보 도시다. 서울올림픽, 평창올림픽 때처럼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전북에 시혜성 공약으로 내놓을 사안이 아니다. 민주당의 한복판을 변함없이 지켜온 전북이 이번 장미대선에서도 변방에 밀려나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굵직한 발전전략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도민들에게 다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중앙에서 전북의 정치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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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27

[전북칼럼] 7공화국 헌법을 위하여

헌법은 영원한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위대함을 잃게 되고, 아무리 위대한 철학이나 사상도 시대정신에 어긋나면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마르크스 사상은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사상에서 미래를 보고 혁명을 꿈꾸었다. 꿈만 꾼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젊은이들이 붉은 깃발 아래 생을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냉전을 거치면서 혁명은 박제로만 남았고, 상처는 깊었다. 지난 12월 3일의 비상계엄과 내란을 저지한 주체는 국민이었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는 제6공화국 헌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가끔씩 헌법을 읽고 필사하면서, 헌법의 문장들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깔끔한 문장 속에서 빛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이 때로는 추상으로 때로는 구체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 제6공화국 헌법은 1980년 오월항쟁과 1987년 유월항쟁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군부독재 세력과의 타협의 산물이었기에 한계도 뚜렷했다. 이 헌법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농민들이 ‘민주헌법 쟁취’라는 깃발을 들었다. 그 깃발 아래서 고문과 투옥과 살인을 당한 청춘들의 숫자는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제6공화국 헌법은 피로 쓴 헌법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려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제 5월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광주에서 페이스북에다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거부권 행사 제한과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 감사원 국회 이관,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비상계엄선포 관련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제안했다. 가장 반갑고 눈에 띄는 제안은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이었다. 인구소멸과 지역소멸, 지역간 소득 격차와 발전의 불균형이 심각의 정도를 넘어 폭발 직전의 임계치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헌법기관을 신설한다니 기대할 만하다. 그래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제7공화국 헌법에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자유권’의 확장은 물론이고 ‘사회권’까지 명문화해야만 한다. 사회권은 이미 1960년대에 유엔에서 정립된 용어로 ‘사회주의’와는 근본부터 다른 개념이다. 개정하는 헌법에 ‘사회권’을 강화하는 일반조항을 신설해야만 비로소 7공화국 헌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사회권은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근로권, 교육권, 환경권, 복지권 등이다. 다만, 현재는 각 권리 증진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로 명시되어 얼마든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를 ‘국민이 각 권리를 가진다’로 명문화해야만 한다. 현행 헌법처럼 최저 한계 보장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적극 보장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계각층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하고 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가능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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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26

[오목대] 유권자는 다 안다

왜 장미대선이 치러지는지 유권자는 다 안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표심이 결집될 것이다. 하지만 대선열기는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지는 대선이기 때문에 누구를 찍어야할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외견상 무관심하게 보인다. 확성기를 통해 아무리 여야 선거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해도 유권자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민주주의인가도 잘 안다. 결코 국민이 계몽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정쟁을 일삼기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꽤뚫고 있다. 국민들이 위임해준 입법권을 조자룡 헌칼쓰듯 남용한 것도 잘 알고 민주주의 요체인 삼권분립 가운데 사법부를 마구 흔들어 대는 모습을 안타까워라 하면서 경계하는 눈치다. 윤석열 전대통령이 12.3 계엄령을 위헌 위법하게 발동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 찍히면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사회는 남북으로 갈린 게 불행의 단초이며 보수다 진보다로 갈기갈기 찢긴게 오늘의 현실이다. 마치 자기와 생각이 다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아예 상종도 안할 사람처럼 대하는 게 사회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피와 땀방울로 일궈낸 이 나라가 왜 이 모양 이꼴이 되었는가를 다시금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선진국가 대열에 끼면서 그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12.3 그날밤 계엄으로 사회 각분야가 깨지고 분열되면서 설산이 햇빛을 받아 무너진 것처럼 기운이 쫙 빠져 있다. 그렇게 힘써서 만든 대한민국이 이렇게 될 줄이야 꿈에서도 몰랐을 것이다. 지금 각당 후보들이 연일 표를 모으려고 공약을 발표하는 등 사자후를 토하지만 유권자들은 교언영색한 말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윤 전대통령이 국회 탄핵과 헌재의 파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동의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로 치러지는 장미대선의 결과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보수후보가 계엄발동에 따른 사과를 국민들 한테 해도 잘 먹혀들지 않은 이유는 진정성이 결여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모른채 계몽대상으로 알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밑바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을 굳이 원용할 필요가 없는 선거가 돼버렸다.계엄령 발령상황을 각종 매체들이 실시간을 통해 즉각적으로 국민들 한테 전달해 줘서 일찍 국민들은 시시비비에 따른 판단을 끝냈다. 6.3 장미대선이 끝난 후가 더 걱정스럽다. 갈기갈기 찢긴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지역주의 극복은 말할 것 없고 계층간 이념간 갈등극복이 제일 중요하다. 도내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전북에서 93% 득표율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 하지만 이미 전북 유권자들의 표심은 결판 나 있다. 제발 숫자놀음에 급급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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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5.18 17:26

[사설] 안전위험 노출된 저상형 청소차 구조개선 절실

저상형 청소차가 보급됐지만 환경미화원들의 원활한 작업 공간을 반영치 못한 구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하고 있다. 환경부와 자치단체의 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상형 청소차는 지난해 경남 양산시에서 청소차 뒤 발판에 매달려 작업을 하다 떨어진 환경미화원이 숨지는 등 청소차 관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도입된 차량이다. 문제는 저상형 청소차 역시 환경미화원들의 작업환경을 고려치 않은 설계 때문에 여전히 차량 뒤에 매달려 위험스럽게 작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해 보급됐다는 저상형 청소차의 차량 구조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석 뒤편에 타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을 설치했지만 이 공간은 중간이 막혀 있기 때문에 운전석 쪽에 탑승한 환경미화원은들은 차도에 하차할 수 밖에 없다. 또 탑승 공간 역시 매우 협소한 구조로 돼 있어 환경미화원의 키가 170㎝를 넘으면 타기가 힘들다는 것도 커다란 불편사항이다. 이같은 공간구조 문제와 함께 쓰레기 수거 거점이 없다 보니 쓰레기를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차량 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점도 문제다. 한정된 시간에 넓은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만큼 이 기회에 쓰레기 수거 거점도 검토하길 바란다. 저상형 청소차의 구조와 작업환경이 이런 실정인데도 전북자치도 내에는 모두 68대의 저상형 청소차가 도입돼 운용되고 있다. 환경부가 설계해 보급한 차량인 만큼 환경미화원들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개선대책을 건의해 곧바로 이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시급히 강구해야 마땅하다.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차 뒤에 매달려 작업하고 있는 현실, 위험 상황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다면 자치단체는 직무유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 안전사고라도 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대책을 철저히 강구해 시급히 실행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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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13

[열린광장] 지방의회, 진정한 독립과 책임을 향한 도약

제7대 순창군의회 의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첫 본회의장에 들어서던 순간의 벅찬 감동과 막중한 책임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의정활동을 시작하며, ‘군민의 행복’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작은 목소리 하나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던 그 초심은 제 정치 인생의 중심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늘 한결같이 보내주신 군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때로는 엄중한 질책이 있었기에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지방의회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지방자치가 정착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주민의 대표기관인 지방의회는 여전히 집행부의 입장이나 분위기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 본연의 책무인 ‘견제’와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함에도, 때로는 행정기관과의 협력을 명분으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이 위축되는 사례도 나타나곤 합니다. 이제 지방의회는 진정한 독립성과 책임감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의회 스스로가 정책, 예산, 행정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갖추고, 주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예산 심의나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집행부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의회의 독립성과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의원 개개인은 주민 앞에 더욱 깊은 책임감과 높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집행부와는 상호 존중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되, 원칙과 기준을 확고히 지키며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건강한 긴장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주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만,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지방자치 발전을 이끄는 강력한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9대 순창군의회는 군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례안 68건을 발의하였으며, 군민의 다양한 현안과 애로사항을 의회 차원에서 적극 알린 5분 발언 24건, 건의안 20건 등 제8대에 비해 더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정책 발굴과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의정활동의 깊이와 폭을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끝으로, 동료 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방의회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주민에 대한 성실함’과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주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항상 현장에서 군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집행부와는 긴밀히 협력하되, 원칙을 지키고 당당한 자세로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이어가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앞으로도 순창군의회는 군민의 행복을 위한 의정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방의회가 진정한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군민에게 신뢰받는 대의기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의장으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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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5:49

[병무상담] 기초생활수급자는 원하는 시기에 현역병으로 입영할 수 있나요?

병무청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배려대상자들의 병역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현역병 입영 희망시기를 반영해드리고 있습니다. 경제적 배려대상자 병역이행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지원대상자 중에서 각급 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20세 고졸이하 학력자로서 현역병 입영일자가 결정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입영일자 연기중인 사람,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으로 입영 대기중인 사람, 입영 등 연기가 종료된 사람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당해연도 각급 학교 졸업예정자와 20세 고졸이하 학력자들에 대한 희망시기 반영 신청은 1~4월 중에만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5월 중에는 직권으로 입영 일자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신청 시 선택 가능한 입영희망시기는 2~12월입니다. 2025년 올해 19세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2026년에 입영할 고졸 이하 학력자와 2026년 각급학교 졸업예정자는 2026년 1~4월 중에 신청가능합니다. 신청 방법은 먼저, 병무청 누리집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대상여부 확인 신청을 한 다음 그 결과를 조회하고 병역이행 신청을 하면 됩니다. 대상여부 확인신청은 “병무청 누리집 → 민원안내 → 경제적 배려대상자 지원대상 여부 확인신청”에서 가능하며, 관계기관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해당여부 확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2시간 정도입니다. 다음 단계로 대상여부 확인결과 조회 및 병역이행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 → 민원안내 → 경제적 배려대상자 지원대상 결과조회 및 병역이행 신청”에서 가능합니다. 경제적 배려대상자 병역이행 지원서비스에는 이 외에도 모집병 가산점 부여, 취업맞춤 특기병 지원 등이 있으며 지원 대상은 서비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병무청 누리집 “경제적 배려대생자 지원대상 여부 확인 신청” 메뉴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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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6 10:09

[기고] 가정의 달을 보내는 우리 어린이들은 행복할까

대선을 앞두고 각 분야의 구호와 공약들이 쏟아진다. 관건은 구호의 가치를 실현할 만큼 공약이 세밀하고 충실하냐이다. 어린이 대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이가 존중받고 행복한 나라’의 실현을 위한 공약들이 보다 면밀하고 타당하려면 어린이들이 불행하고 하대 받았던 과거와 그것의 극복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관련 정책을 처음으로 호소했던 사건이 ‘어린이 선언’이었는데, 이때가 바로 첫 어린이날 행사가 치러진 1923년이다. 국제연맹의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이 1924년이었으니, 그보다 1년 앞선 어린이 선언은 가히 선구적·혁신적 사고이자 행동이었던 게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늘 가까이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등이 담긴 ‘어른들에게’ 속엔 어린이가 단지 미성숙하여 보호만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며 독립된 인격을 가진 시민으로 인정하고 대우하라는 함의가 있다.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시다 등을 담은 ‘어린 동무들에게’를 보면 따뜻한 감성과 꿋꿋한 실천의지로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를 보듬는 능동적 민주시민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가정의 달을 보내는 우리 어린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작년에 발표한 우리나라 아동행복지수(2023년 12월 전국 초1~고2 10,140명 대상 설문) 평균은 100점 만점에 45.3점이었다. 발표내용을 보면 초등 저학년의 9.3%, 초등 고학년의 11.0%가 불면증 경험을 호소했는데, 그 이유를 초등 저학년의 14.8%와 초등 고학년의 23.5%가 과제 등 해야 할 일이 많고 내일 할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 했다. 이처럼 불면 경험이 있고,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는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충동적 자살생각과 우울불안, 자해경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 기관은 또한 17개 시도별 아동행복지수도 함께 발표했는데, 상위 5개 지역의 아동들은 하위 5개 지역 아동들보다 대면 교제 시간이 많았던 반면 학교 수업 외 학습시간과 미디어 여가 시간은 적었다. 또한 상위 5개 시도는 경제성장률과 도시 내 공원 면적, 합계출산율이 높았고, 가구부채와 실업률, 사교육비 지출, 아동대상 범죄 발생 건수는 낮았다. 전북의 아동행복지수는 몇 점이었을까? 43.9점으로 17개시도 중 16번 번째였다. 그리고 작년 전북 초등생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5.4%로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통계상 우리 지역 어린이들은 타시도 또래들보다 힘겨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국가의 미래는 어린이 얼굴로 판단된다. 백여 년 전 ‘어린이 선언’과 최근의 설문결과를 반추할 때, 어린이가 찡그릴 키워드는 부담과 불안, 외로움과 비교이며, 함박 웃을 키워드는 가족과 존중, 공간과 관계이다. 가족과 함께이고 싶고, 일상에서 존중받으며,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이들의 바람이 공약과 정책으로 다듬어져 ‘어린이가 존중받고 행복한 나라’가 꼭 실현되길 바란다. 유성동 좋은교육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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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5 18:33

[청춘예찬] 열여덟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

2015년 9월 25일, 제 70차 유엔 총회에서 193개국의 만장일치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가 채택되었다.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이 포문을 담은 의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세계가 함께 달성해야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하고 있다. 빈곤, 건강, 교육, 성평등, 물, 에너지, 기후 등 이 17개 목표들은 전 인류의 과제를 망라한다. 어쩌면 전 세계의 합의로 이러한 진보적인 약속을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를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목표의 시작을 처음 마주하였다. 교과서에서 바라본 이 목표는 종류가 너무 많았다. 중간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암기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국제분야로 진출하고자 마음먹었던 그 당시에는 진리처럼 보였다. 내가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었고, 나의 신념이 되어갔다. 그렇게 이 분야에 몸을 담아오며, 고민이 생겼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사실 대답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반성도 들었다.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는 점, 따뜻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만 머물렀던 건 아닐까? 시민들에게 이 목표를 알리면서, 단순 지식적 전달에 그쳤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했던 내 삶을 돌아보았다. 전주에서 한때, 청년들과 휠체어 경사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을 준비중이었다. 휠체어 관련 워크숍인만큼, 당연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을 서둘러 모집했다. 그렇게 모집하고 점검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구조적 불평등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을 놓치고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를 모두 남성분들만 모집을 한 것이다. 부랴부랴 모집을 다시 시작했고, 그 가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17개 분야에 맞는 17개의 기관, 시민들을 모집하여 더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다. 17개 목표로 재미있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청년기획자들이 모여 ‘17인17색’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17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생각과 가치를 책으로 묶었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아는 환경단체는 행사를 진행할 때, 이동약자를 배려하기도 하며, 장애인단체는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진리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다. 이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주어진 이 약속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17개의 약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자. 각자 18번 목표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우리 엄마의 행복’, ‘행복한 고양이의 삶’ 뭐든 좋다. 행복을 위한 가치인 만큼, 행복하게 상상하며 함께하자. 지속가능발전, 환경운동의 시초가 된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962)’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제는 고전서가 된 침묵의 봄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와 우리의 관계,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회복할 필요가 있다. 침묵의 봄이 아닌, 나무와 숲과 강과 어린아이와 우리 모두가 따뜻하고 시끌벅적한 봄을 느끼는 것이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장금이가 음식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가 들어있다고 말한 것처럼, 지속가능발전목표도 그랬다. 17개의 소중한 가치와 함께 살아와 보니 참 좋았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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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5 18:28

씁쓸한 스승의 날, ‘스승공경’ 풍토 아쉽다

‘제44회 스승의 날’이 지났다. 교권존중과 스승공경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그런데 정작 교사들이 맞은 스승의 날은 올해도 씁쓸하기만 했다. 교단이 활력을 잃으면서 교원들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교권이 추락하면서 예전과 같은 사명감이나 자긍심을 찾기 어려워졌다. 20~30대 젊은 교사 상당수는 처우 문제로 이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북지역 한 교육단체가 도내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교직사회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5.8%가 ‘최근 3년 사이에 이직이나 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그 이유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과도한 행정업무, 학부모의 무리한 민원, 처우 부족 등을 들었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올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정년까지 교직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38%에 그쳤다. 조사에서는 또 현직교사의 약 3분의 2가 현재의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 교사들의 사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직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제는 교대에서도 신입생 모집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중·고교에서는 정규직 교사들의 ‘담임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다. 교육 현장을 떠나는 교사가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실력과 인성을 갖춘 젊은 교사들이 교단에서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우선 시급한 것은 ‘교권 회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지만, 개선된 교권보호 제도를 체감하는 교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교원단체의 지적이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례는 올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처우에 대한 젊은 교사들의 불만도 추락한 교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위축된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교원 사기진작 대책이 필요하다.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사회풍토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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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5 18:14

전북 대선 공약 큰 거 한방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세종시에 있는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편, 국내 최대 선사 HMM 이전을 약속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특히 HMM과 관련, “민간회사라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출자지분이 있어 마음을 먹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 후보가 민주당 제21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지난달 20일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이미 밝혔으나 민간회사인 HMM 이전 방침까지 피력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 지역 균형발전 공약이 5대 광역권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특별자치도인 전북의 경우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우려도 커지고 있기에 이번 부산 관련 공약은 전북도민들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균형발전 공약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다. 메가시티나 5대 광역권 발전론 역시 행정수도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광역경제권의 중심이 될 거점도시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의 균형발전 공약에서 전북은 한발 비켜나는 분위기다. 전북, 강원, 제주 같은 특별자치도보다 세종시와 비수도권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발전 전략이 설계된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균형발전 공약 역시 100만 이상 광역시를 집중 육성하는게 핵심이다. 존폐위기에 처한 전북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도약하려면 큰 거 한방이 필요한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2036올림픽 유치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대기업 총수들이 나서도 될까말까한 국가 중대사인데 아직 어떤 대선 후보자도 구체성있게 직접 강한 톤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만금사업 역시 획기적 발전전략이 제시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앞당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새만금사업은 홍콩이나 마카오에 준하는 정도의 인식과 발상 전환이 없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전북은 명실공히 농생명수도를 표방하고 있고, 농업관련 기관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집중돼 있으나 도민들이 기대했던 농협중앙회 유치 문제도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 등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전북도민에게 큰 거 한방을 들이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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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5 18:14

[금요칼럼] 다들 잘 알지만 쉬쉬 하는 작가들의 사정

나는 집필노동자다. 보통은 시인이나 작가라고 불리지만 서른 두 해 동안 나를 버팅기도록 도와준 건 집필노동이다. 집필노동자의 수입원은 두 가지다. 매체에 기고하면 나오는 원고료와 출판사와 저작권계약을 맺고 낸 책에서 발생하는 인세 수입이다. 우리나라에 문학(시인, 소설가, 수필가) 종사자를 알려주는 국가통계 따위는 없다. 어림짐작으로 30만명쯤 되리라 생각한다. 이들 중에 저작 활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넉넉하게 잡아도 300명을 넘지 않을 테다. 오직 0.001 퍼센트에 드는 사람만이 글을 써서 먹고 산다. 오직 집필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작가는 천운 덕분이다. 작가들은 생계를 꾸리려고 교사, 대학교수, 언론출판계, 의사, 건축가 같은 일을 하고 그 나머지는 비정규 노동자 처지와 다를 게 없는 학원강사, 판매직, 자영업, 공사장 잡부, 대리기사, 시간강사, 자서전 대필 같은 허드렛일을 한다. 글쓰기 외의 직종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혹은 주말에 몰아서 글을 쓴다. 드물게는 이종격투기나 장례지도사나 연예인 같은 직종의 일을 하면서 쓰는 이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는 될 테다. 얼마 전 한 후배가 대리기사를 한 경험을 장편소설로 써서 책을 냈다. 신문사 두 곳 신춘문예 공모에서 시와 소설이 잇달아 당선되며 유망한 신인작가로 주목을 받은 작가다. 그가 유력 출판사들에서 출판 제의를 받은 게 16년 전 일이다. 그 뒤로 시집과 소설책 몇 권을 냈으나 거의 팔리지 않았다. 그가 받은 인세는 용돈으로 쓰기에도 부족했을 테다. 그는 무명작가로 살지만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가끔 저러다가 굶어죽지 않을까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업계의 사정을 흘리자면 원고료는 40년 전과 똑같고, 작가들이 몇 해에 걸쳐 쓴 작품이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더라도(그건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책이 중쇄를 찍는 경우는 훨씬 더 드물다. 나는 종종 성인 열 명 중 여섯이 일 년 내내 책 한 권 읽지 않는 척박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나온 건 기적 그 이상의 일이다. 그보다 작가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더 기적일지도 모른다. 여섯 해 전 한 시인이 굶어 죽은 일이 일어났다. 죽은 뒤 보름이 지나서야 비참한 상태로 발견되어 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게 외부로 알려진 건 그가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 같은 시집으로 주목을 받고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덕분이다. 이런 업계의 참담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나 계간지의 신인작가 공모에는 수 백, 수 천의 작품들이 몰린다.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하는 건 단 한 사람이다. 그들이 머잖아 처하는 사정은 앞서 밝힌 것과 어금버금하다. 이 업계가 처한 현실을 잘 알지만 다들 쉬쉬 하며 말을 꺼내지 않는다. 나라 경제 규모는 40년 전보다 훨씬 더 커졌지만 작가들은 최저 생계수준에서 허덕인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창작기금을 주고,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문학 우수도서를 뽑아 간접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그건 언 발에 오줌누기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출판 편집자 15년 경력을 뒤로 하고 불가피하게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뒤 서른 두 해나 우직한 회사원처럼 글 쓰는 데 매달렸다. 나는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흥청망청 한 기억도 없다. 한때는 방송 패널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했지만 들인 시간과 노고에 견줘 수입은 보잘 것이 없었다. 집필노동으로 생계를 꾸린 일에 한 줌의 자부심이 없지 않은데, 물론 이건 재능이나 성실함 때문이 아니라 행운 덕분이라는 걸 잘 안다. 어쨌든 빈사상태에 빠진 이 업계를 살리려면 정부가 지금처럼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한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작가의 생계나 복지 실태를 살펴보고, 40년 째 그대로인 원고료를 올리며, 작가에게 노후 연금을 지급하는 지원책 등을 내놓아야 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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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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