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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지역을 넘어서라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몇 년 전부터 로컬브랜드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의 노력들이 눈에 띈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을 로컬 디자이너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그나마 로컬리즘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지역의 인재들이 타지에 정착하기란 물리적,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뿐더러 지역에서는 도전해볼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그나마 다양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느덧 5년차 책방을 운영하다보니 전주 동네책방들의 연합이 로컬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의 다양한 도서관 정책과 어울려 동네마다 자리한 개성 있는 책방들이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색다른 문화공간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역 안에서 우리가 외친다고 로컬브랜드의 자리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해 5월, 10곳의 전주책방들이 연대하여 만들어진 단체다. 그러나 작년은 하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으며 책방들은 보릿고개를 만나야했다. 그럼에도 책방들은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을 기획하며 움츠러든 마음을 함께 다독였다. 또한 문학상의 응모대상을 전주시민으로 한정하기보다 전국으로 넓혔다. 비록 대형 언론사나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의 동네책방이 주최하는 문학상을 통해 지역의 책방과 전국의 독자가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던 뜻도 컸다. 예상외로 문학상에는 40여 일 동안 무려 375편이라는 많은 작품이 도착했다. 여러 차례 심사를 통해 대상과 각 책방상을 선정했고, 다양한 매체에 소식이 당도했다. 책방들은 이 문학상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매해 진행할 예정이며 당선작들은 따로 모아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상금도, 상품도 비록 소박하지만 책방지기들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문학상이기에 갖는 의미가 더 특별하다. 욕심을 부리자면 이 문학상이 전주의 책방들을 전국에 알린 계기가 되고, 전주를 책으로 기억하게 돕는 하나의 문화 키워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지금 책 한 권도 새벽배송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를 살필 때 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동네 안에서 동네사람들과 협업하여 서가를 꾸미고 동네의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작지만 큰 공간이 바로 책방인 것이다. 지역의 콘텐츠는 비로소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기획자가 되어 그 공간을 비교불가한 콘텐츠로 만들 때 지속가능한 힘을 갖게 된다. 책이 들어선 화려한 공간들 때문에 책의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이용하는 독자와 책의 유통이 활발하고 작가 및 출판사 등이 다채롭게 일할 수 있는 도시여야 진짜 책의 도시다. 전주는 지금 그걸 준비하는 중이다. 이제는 맛의 고장과 한옥마을을 넘어 진정한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역에 있는 인재들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주를 벗어나지 않고도 전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진정한 로컬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회장은 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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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8 16:31

빚의 경제학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저축이 좋을까? 소비가 좋을까? 저축은 미래 소비를 대비하는 행동이고, 소비는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는 행동이다. 이 의미를 몰라서 새해 초부터 꺼내지는 않았다. 개인 입장에서 저축 행위가 반복되면 개인의 부가 축적되어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소비 행위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우선, 소비를 간략하게 정의하면, 대상을 사용함으로써 소멸케 하는 과정이다. 근대이전의 소비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고,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비 형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적 소비 단계를 거쳐 인간의 온갖 욕구를 필요 이상 충족시키는 이미지 소비 시대를 지나 생태환경이 우선시되는 윤리적 소비 단계로 접어들었다. 소비는 그 수준을 달리 하면서 현대 문명을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다. 소비에 대응되는 말은 저축이 아니라 생산이다. 투자와 생산은 서로 잘 어울리는 말이다. 따라서 투자도 소비 범주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용 대 수익의 관계와 같다. 소비는 더 나은 생산을 위한 전제다. 그러면 소비를 지속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인가? 현재의 소득과 미래의 소득의 합이다. 현재의 소득보다 많은 소비를 위해서는 미래 소득을 담보로 외부에서 빌려와야 한다. 이때 부를 축적하고 있는 자가 대출자 역할을 한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서는 더 많이 소비를 해야 한다. 현재의 소득만큼 소비해서는 더 많이 생산할 수 없다. 즉 성장 할 수 없다. 자신의 소득을 넘어선 모험적 소비투자자가 많을수록 성장 동력은 커진다. 국부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부를 말하는 데 그 의미가 좀 모호하다. 국력은 국부에 비례한다. 국력은 경제력, 군사력, 문화 등 한 국가 내에 축적되어 형성된 유무형의 가치를 지닌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이루어낸 성과물이다. 국부의 뒷받침 없이는 국력도 없다. 아담 스미스에게 국부란 한 나라의 총체적 소비능력을 말하다. 유무형의 재화에 대한 화폐가치의 단순 합이 아니다. 국부는 미래 지향적 의미다. 더 많은 미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국가만이 미래 소득을 담보로 현재의 소비를 크게 하여 성장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가 추계한 우리나라의 2020년도 국민총소득(GDP)은 1조 5867억 9000만 달러로, 원화로는 대략 1717조 7000억 원 정도 된다. 세계 10위로 전 세계 GDP 총액의 1.89%를 차지한다. 참고로, 일본은 세계 3로 5.86%를 차지하여 우리나라의 3.1배 규모이다. 10년 전 5.2배 규모와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빛과 그림자는 한 쌍이다. 우리나라 부채 총규모는 기업이 약 2000조, 가계가 1800조, 정부가 GDP의 40%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규모의 부채가 뒤섞여서 어디선가 자산으로 형성되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부채를 안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 중에 소비투자에 성공한 자는 그 결과를 만끽하고 있을 것이고, 실패한 경우는 소위 풍비박산이 나 가족이 모두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부채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성공한 자나 실패한 자나 모두 같다. 부채 탕감, 파산면책, 경제적 재기지원, 더 나가 사회복지 지원 등의 정책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를 이런 논리에서 찾아보고 싶었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유 또한 같다고 본다. /유용우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유용우 이사장은 신용보증지금 전주지점 지점장, 신용보증기금 광산지점 지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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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8 16:31

입지자의 깜냥

삽화=권휘원 화백 친구 간에도 형 같은 사람이 있고 아우 같은 사람이 있다. 이같이 느끼는 것은 그릇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출직을 하려는 사람은 맘 자세부터가 달라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아껴주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오른손이 한일 왼손 모르게 하듯이 평소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게 인격의 문제라서 말처럼 쉽지 않다. 지방선거가 1년 5개월 남았지만 벌써 입지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예전과 달리 낙하산보다는 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처럼 고향에서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하며 역량을 키워온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애환을 함께 해오다 보니까 자연히 인지상정의 깊은 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선거가 이성적으로 치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감성으로 끝난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서 연줄망을 무시 못한다. 입지자 중에는 간혹 함량 미달인 돈키호테형이 있다. 주변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 잘났다고 여긴 독불장군이 있다. 깜냥이 안돼 애처롭게 여긴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만 똑똑한 사람이라고 의기양양한 사람이 있다. 농촌은 도시와 달리 출마하면 3대까지 집안 내력이 속속 까발려지기 때문에 출마가 쉽지 않다. 장관이 되고 싶어도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게 까발려지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 경우가 있다. 지사나 시장군수도의원시군의원의 그릇 크기가 다 다르다. 그릇이 적으면 담고 싶어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일단 그릇은 커야 된다. 깜냥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상식의 문제다.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지만 욕심대로 안된다. 송하진 지사의 3선출마는 기정사실화 됐다. 본인이 3선 출마 하겠다고 입도 뻥끗 안 했지만 상당수가 3선 출마를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시중에서 도지사 선거를 놓고 설왕설래하지만 대부분이 송지사 이후 선점 효과를 노리기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현직을 유지한 채 당내 지사후보경선을 치르기 때문에 손해 볼 게 없다. 체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서 입질을 한다. 자신의 꿈이 원래 지사여서 출사표를 던진다고 김윤덕 의원이 말했지만 다른 재선의원들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송 지사의 대항마로 여기기에는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는 정치력과 지역발전을 위해 해놓은 업적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주시장도 지사 꿈을 꾸지만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사람이 많다. 정읍태생에 익산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전주에서 대학 다닌 점을 부각하지만 그릇의 크기가 아직 미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주시 행정을 인기영합주의로 추진하다 보니까 성과가 별로라며 그의 능력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기지만 이는 상식에 어긋난다는 것. 김 시장이 슬로시티를 표방하면서 한옥마을에 트램을 투입하려는 것이나 팔복예술공장을 자랑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고 있다. 팔복동 공단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분하에 호텔을 건립해서 예식장 영업을 하도록 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한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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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1.01.17 16:50

삶의 중용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새해를 맞이하여 한 살 늘어난 중년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과연 세상을 보다 더 균형 있게 바라보며 행동하려고 노력할 것인가라고 자문해 본다. 새해 신축년에도 여전히 고정관념, 나만의 상식 그리고 사회문화의 편향된 가치관에 갇혀, 세상의 충돌과 대립 속에서 감정의 균형을 잃고, 내 자신을 과소과대 평가하고, 나의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며, 갈등과 분열을 가져오는 균형 잃은 목소리만 높이면서 힘들고 파괴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본다는 것에는 중용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중용이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를 말한다. 중용은 끊임없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생명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은 음과 양의 균형과 지속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중용의 생명력을 지닌다. 소우주인 우리 몸에서도 건강의 항상성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중용의 균형이 삶에 녹아나야만 가능하다. 중용은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에서 균형의 지혜를 말하고 있는데 특히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지나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용에 대하여 공자의 논어에서는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못한 것과 같다고 하였고, 고대 그리스 아폴로 신전 입구에 무엇이나 지나치지 않게라는 경구가 새겨져 있다. 요즘 세상은 물질과 지식, 정보 그리고 가치관 표출 등이 부족하기보다는 넘치기 쉬운 시대이기에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중용의 가치가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중용에서 말하는 중간이 아닌, 지나치지 않는다는 의미에는 삶 속에서 결정하고 판단하는데 혼란이 따른다. 세상의 정한 이치를 실행함에 있어서 중용의 치우치지 않음은 시대,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 다르며, 각 개인,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그저 종교에서는 의와 참선을 말하고, 사회에서는 도덕과 상식을 내세우며, 국가는 정의와 엄격한 법의 잣대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여 그 경계 안에 있을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 우리의 삶은 중용을 충족시킬 수 없고 지나침으로 기울어지기 쉽기 때문에 많은 모순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자신과 사회는 중용의 지나치지 않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바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는 성찰이 수반되어야 한다. 생각에 의한 과도한 희노애락은 오장육부를 상하게 하고, 나 자신을 사회 도덕적 기준이나 종교적 신념의 틀에 맞추고자 스스로 지나치게 몰아갈 때 낮은 자존감과 죄의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음을 중용의 지혜로 바로 보아야 한다. 또한 순수함을 지니고 출발한 사회적 가치관이 중용의 균형을 점점 잃어감으로써 역지사지, 소통과 타협 없이 내로남불로 치우쳐 갈등과 분열로 인한 소모적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약해지고 위험해지며 그 구성원은 점점 병들어 감을 중용은 말하고 있다. 매사에 중용의 삶을 요구하는 것은 불완전한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벅찬 일이다. 다만 치우친 삶에 따른 불편함과 고통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지혜를 중용이 제시하고 있음을 안다. 이제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이순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삶에서 중용의 지혜를 보다 더 올바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한 발짝씩 내딛으며 가야겠다. /채병숙 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채병숙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전문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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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7 16:50

공간에 대하여

정은실 사회활동가 지역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며 잠시 대학 시절을 돌아본다. 건축과에 다니기 전 공간이란 개념은 곧 건축이었다. 부모의 생업으로서 건축을 먼저 접했기에 공간이 무엇인지 보다는 집 짓는 일의 건축으로 공간을 이해했다. 그러나 대학교 2학년 때 주거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간감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단어로 공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거 프로젝트는 내가 살 집을 계획하기 위해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이끌었다. 각자가 살고 있는 이미 존재하는 집을 살펴보기도 하고,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집을 떠올렸을 때, 자신에게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이미지나 느낌이라는 이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이어 앞으로 내가 살 집은 어떨지에 대해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집과 친구가 생각하는 집은 다르다는 것, 친구 미주의 집에 대해 내가 갖는 이미지와 미주가 갖는 이미지도 다르다는 것, 미주의 방에 대해서도 미주 엄마와 미주 동생, 미주가 갖는 느낌은 다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공간이라도 누가 바라보냐에 따라 다른 공간이었다. 그 결과, 내가 살 집은 각각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를 띠었다. 거실과 부모님 방, 내 방, 오빠 방, 작업공간 등이 다 독립된 실로 만들고 지붕 없는 계단과 다리, 복도 등으로만 연결했다. 내방에서 거실로 갈 때, 비나 눈이 오면 우산을 써야만 했다. 게다가 평면상으로 거실은 원형, 부모님 방은 정사각형, 내방은 원형, 오빠 방은 사다리꼴 모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담당 교수님께서 자신의 컨셉을 1차원적으로 풀어내는 학생의 어리석은 행태를 교수님이 그리는 완성체로 가기 위해 깎아내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의미를 두고 무엇이든 해보게끔 하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교수님의 교육방식이었겠지만, 사실은 나를 반쯤 포기했던 것인가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덕분에 조금 특별한 시선으로 공간의 행간을 더듬어 보게 됐다. 공간은 사람에게 공간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그 의미라는 안경을 통해서 우리가 머무르는 모든 공간에는 색깔이 생긴다. 이 색깔은 인상, 이미지, 분위기, 톤, 공간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자, 눈을 감고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들을 가만히 떠올려보자. 집, 학교, 회사, 친구 집, 집 앞 슈퍼, 동네병원, 공원 등등. 각각의 공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사건, 그 사건이 주는 느낌 등이 있다. 이 느낌은 같은 공간을 두고도 각각이 느끼는 바가 다르다. 병원에 대해 어떤 친구는 힘없는 회색빛 흰색이라고 표현하고, 어떤 친구는 붉은빛 검은색이라고 표현했다. 앞선 친구는 어릴 적 어머니 대신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1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던 영향으로 병원은 밝고 깨끗한 흰색이 아닌 회색이 도는 힘없는 흰색의 이미지가 남았다고 한다. 뒤의 친구는 대학병원 레지던트를 그만두는 시기에 환자들의 피와 버거웠던 수련의 생활들이 스치며 핏빛 같은 검붉은색의 영향으로 불그스름한 검은색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렇듯 똑같은 공간이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그들의 경험의 시간이 더해지면서 공간의 인상은 다양하게 만들어진다. 경험의 폭이 넓을수록 공간을 즐기고 영유할 수 있는 폭도 넓고 다양해지는 것이다. 공간 경험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지역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정은실 사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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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7 16:50

거리두기 연장, 고통 힘겹지만 조금 더 협조를

정부가 어제(17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오늘(18일)부터 2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중대본 회의를 열고 거리두기 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개인간 접촉을 줄여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컸던 5인 이상 모임 금지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전국적으로 계속 시행된다. 대신 헬스장 노래방 학원 등 문을 닫았던 다중이용시설은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영업을 허용하고, 카페와 종교시설 같이 형평성 논란을 빚었던 곳도 조건부로 재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페 매장내 취식이 가능해지고, 종교시설 대면활동도 일부 인원에 한해 허용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방역고삐를 계속 조여야 한다는 당위론과 수 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현실론을 모두 감안한 방안으로 판단된다. 고심 끝에 나온 불가피한 조정이지만 일부 완화 조치가 경각심을 느슨하게 해 흩어져야 산다는 방역 기본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어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은 520명으로 엿새 연속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000명대를 넘어서던 12월에 비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5인 이상 모임금지 방역조치가 실효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와 시민들 방심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일으킨 상황을 몇 차례 경험했다. 이번에도 정부 발표에 일부 완화 방침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금은 긴장의 끈을 풀기 보다는 힘 겹고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확실한 안정세를 보일 때 까지 모두가 조금만 더 방역수칙 준수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최근 감염사례가 집단감염 보다 개별 접촉에 의한 비중이 커지면서 소규모 모임을 자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정부의 일부 완화 조치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재확산을 우려하는 한편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한 일부 업종의 자영업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감염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조치라 해도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에게 일방적 피해 만을 강요할 수는 없다.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 까지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방역수칙을 지키는데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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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17 16:50

새만금 관할권 소지역주의 안 된다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분쟁이 대법원 판결로 일단락됐다. 대법원은 도내 지자체들이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 소송에서 지자체 패소 판결을 내렸다. 행안부가 2015년 결정한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행안부는 당시 새만금 제1호 방조제 중 가력배수갑문 등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4.7㎞)을 부안군 관할로, 제2호 방조제 구간(9.9㎞)을 김제시 관할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군산시와 부안군이 불복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구해 이번 판결이 나온 것이다. 판결 결과를 놓고 볼 때 군산시와 부안군이 굳이 소송까지 벌여야 했는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새만금 관할권에 따라 해당 지역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들이 욕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5년여에 걸친 소송 기간 행정력예산 낭비 등이 따랐다. 인근 지자체간 갈등은 더 큰 손실이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정부 결정이 방조제에 대한 접근성과 행정의 효율성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했다. 욕심만 앞세운 무리한 소송이었던 셈이다. 대법원 판결로 방조제 관할권 문제가 일단락됐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번 대법 판결은 방조제 관할일 뿐 매립지에 대한 구체적 관할권은 매립이 마무리 된 후 결정되기 때문에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내부개발이 본격화 될 경우 지자체간 갈등과 반목은 더 커질 우려가 많다. 새만금 관할권 문제가 인접 시군간 이해각축의 장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새만금은 인접 시군만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특정 시군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가적, 범도적 이익을 꾀할 수 있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이 지난해 진행한 행정체계 관련 용역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새만금 개발지역만 별도 행정 구역으로 출범하는 방안과 3개 시군을 통합해 단일 행정 구역화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번 기회에 새만금 행정구역 개편 방향을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3개 시군이 협력하고,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내 것 네 것이 아닌, 우리 새만금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17 16:50

지방항만정책심의회,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안봉호 선임기자 항만의 개발과 효율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게 항만기본계획이다. 이 계획은 항만의 구분 및 위치 항만의 관리 운영 계획항만시설의 장래 수요항만시설의 공급 항만시설의 규모와 개발 시기항만시설의 용도기능 개선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매 10년 단위로 이 계획을 수립하고 해양수산부 소속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이하 중심회)가 이를 심의한다. 그런만큼 증심회가 항만기본계획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해양수산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관세청 등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 등을 포함해 4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이 심의회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기본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예산확보는 물건너간다. 또 중심회에서 위임된 심의 사항이나 관할 항만의 개발, 재개발 및 관리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지방항만정책심의회(지심회)가 구성, 운영된다. 중심회와 지심회 모두 현행 항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군산해수청 소속으로 군산지심회도 구성돼 있다. 이 지심회는 당연직으로 공무원 7명, 위촉직으로 대학교수 등 8명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회의 개최는 거의 없다. 임기 2년의 위원만 위촉돼 있다. 형식적으로 구성돼 있을 뿐이다.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 또다시 지심회가 구성된다. 행정력 낭비다. 관련 공무원조차 지심회를 개최한 기억이 없을 정도라고 실토한다. 한마디로 유명무실하다. 중심회에서 명시적으로 위임된 심의 사항이 없고, 심의 대상인 관할 항만의 개발운영 등과 관련된 사항도 구체성이 없고 추상적인 게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지심회가 개최돼야 할 명분을 찾지 못했고 항만기본계획은 중앙위주의 사고틀 속에서만 수립된다고 볼 수 있다. 군산항은 국가관리무역항이다. 당연히 항만의 개발과 운영이 국가사무로 중앙정부 위주로 이뤄진다. 지방항만정책이라는 게 국가항만정책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항만법에 지심회를 구성, 운영토록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항만의 개발과 운영에 중요한 항만기본계획의 수립과 관련, 최대한 지방항만의 특수성을 고려하자는 차원에서 지심회를 두도록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금강하구에 위치한 군산항은 국내 항만 중 가장 토사매몰현상이 심각하다. 항만이용자들은 항만내 수심 미확보로 신음을 하고 있고 이제는 이런 신음조차 당연시 될 정도다. 군산항만의 슬픈 특수성이다. 지심회를 통해 이런 특수성을 전제로 항만의 개발과 효율적인 관리운영에 대해 적극 심의가 이뤄지고 심의 내용이 중앙에 반영됐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그러하지 못했다. 지역특성이 고려되지 않는 항만기본계획수립과 이에 근거한 항만개발과 운영은 자칫 행정력의 낭비와 함께 예산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심회의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심회의 위임 심의사항과 지심회의 심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또한 지심회가 항만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 중앙에 건의하면 이를 중심회가 심의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항만기본계획 수립및 심의 절차도 재고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심회를 유명무실하게 방치할 것인지 묻고 싶다. /안봉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1.01.17 16:50

새만금 수질개선 왕궁 축사 대책 서둘러야

새만금 수질 오염원의 하나로 꼽히는 익산 왕궁 정착농원 현업축사 매입이 지지부진하다. 환경개선 종합계획이 수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돼지 사육두수 감소율은 40%를 밑돌고 있다. 새만금 수질은 목표를 크게 밑도는 5~6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새만금 수질개선을 위한 사업이 터덕이고 있어 걱정스럽다. 더욱이 왕궁 정착농원 밖의 대규모 축산시설이 새만금 수질개선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이 시급하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한센인들이 이주해 정착한 익산 왕궁 정착농원은 고질적인 악취 및 수질 오염원이었지만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부터 현업축사 매입과 바이오순환림을 조성하는 생태계복원사업이 추진되면서 달라졌다. 익산천과 주교제에 법정보호종인 수달삵황조롱이원앙이 서식하기 시작했고, 익산천 생태하천과 주교제 생태습지는 환경부의 우수하천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지난 2010년 익산 왕궁 환경개선 종합계획이 수립되고 다음해부터 사업이 본격 추진됐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익산 왕궁 정착농원 특별관리지역(익산금오신촌농장)의 돼지 사육두수는 7만여 마리에 달한다. 왕궁 환경개선 종합계획이 수립된 2010년 12월 11만4000여 마리에 비해 4만4000여 마리가 줄어든 것으로 감소율이 38.6%에 불과하다. 특별관리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인근 학호마을의 축산시설도 문제다. 학호마을에서는 24농가가 돼지 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지난해 점검에서 2곳이 무단 축산폐수를 방류하다 적발돼 고발 조치되는 등 새만금의 또 다른 오염원이 되고 있다. 익산시는 올해 138억원을 들여 정착농원 현업축사 돼지 2만5000여 마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현업축사 매입사업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학호마을 축산시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부는 새만금 수질개선의 큰 틀에서 더 늦기전에 학호마을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익산시도 학호마을의 대규모 위탁사육 및 축산폐수 무단 방류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 새만금 수질 악화를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14 18:45

실망스러운 의정활동, 지방의회 분발하라

전반기 시군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후반기에는 더욱 분발이 요구된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지방의원으로서 정책 질의나 5분 발언을 단 한 번도 안 하거나 회의 출석률이 절반을 밑도는 의원도 있어 왜 지방의원이 되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지난 13일 발표한 전북지역 지방의회 전반기 의정활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군의원의 의정활동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도의회와 14개 시군의회 전체 의원 236명이 지난 2년간 실시한 도시군정 질의 및 5분 발언 횟수는 평균 4.93회, 의안 대표발의는 평균 3.97건으로 나타났다. 11명이 의원 정수인 완주군의회는 지난 2년 동안 군정질의 횟수가 5번, 5분 발언은 14회에 그쳤다. 남녀 의원간 불륜 파문으로 의원 제명과 의장 사퇴 등 극심한 내홍사태를 겪은 김제시의회는 평균 의안 대표발의가 1.92건에 불과해 도내에서 가장 저조했다. 더욱이 전주시의회 송상준 의원과 김제시의회 서백현 의원, 순창군의회 전계수 의원 등 3명은 지난 2년간 시군정 질의나 5분 자유발언, 조례안 의안 대표발의 사례가 전혀 없었다. 단 한 건에 불과한 의원도 익산시의회 2명, 고창군의회 1명이 있었고 2건에 그친 의원도 7개 시군의회에서 11명에 달했다. 이들은 지역주민 대표로서 의정활동비만 축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15개 도시군 의회의 지난 2년간 평균 회의 출석률은 97%로 대체로 우수한 편이지만 군산시의회 김성곤 의원은 41.3%로 회의 참석률이 절반도 안 됐다. 지방의원은 지역민에 의해 선출된 주민 대표로서 시군 집행부 활동을 감시 견제하고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과 청원 심사 등의 권한을 위임받았다. 여기에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주민 세금으로 의정활동비와 회의 수당 등도 꼬박꼬박 지급받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의원이 주어진 책무를 게을리하고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다면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본연의 역할과 직무는 망각한 채 권한과 혜택만 누릴 생각이라면 당장 의원 배지를 반납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주민의 대표로서 역할과 본분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14 18:45

당신의 ‘부캐’는?

삽화=권휘원 화백 직장인 4명 중 1명이 본업 외에 부업 활동을 하고 있단다. 지난해말, 명함관리 앱 리멤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부업 혹은 사이드프로젝트 등을 하고 있거나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23%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할 생각이 있다는 사람이 66%나 되니 그 숫자가 의외로 많다. 부업(?)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증거겠다. 지난해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부캐다. 부캐는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온라인 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이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다. 본래의 캐릭터(본래의 직업)를 본캐, 부차적인 캐릭터(부업)를 부캐라 하니 우리에게 익숙한 투잡의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의 신조어다. 부캐를 트렌드로 이끈 것은 흥미롭게도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MBC의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이 다양한 미션을 통해 다양한 부캐를 갖게 되면서부터 대중문화 전반에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연예인들의 부캐가 이어지자 취미로 혹은 또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던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부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동력은 젊은 세대들의 부캐에 대한 높은 호감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의 부캐문화 열풍 설문조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9%가 일반인까지 확산되고 있는 부캐문화 열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이유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다양한 자아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다고 답했고, 새로운 자아 발견이나 현실에 포기된 꿈 및 취미 실현을 그 다음 이유로 꼽았다. 물론 거짓 행동 같다거나 디지털 세상이 가져온 양면적인 모습 등의 부정적 입장도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표출된 부캐 바람은 이미 투잡을 지나 N잡러시대로 들어선 지금, 더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런데 돌아보니 부캐란 신조어가 새롭긴 하지만 부캐 바람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이미 직업이 아닌 또 다른 통로를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봉사활동을 일상적으로 이어오거나 기부로 우리 사회에 선한영향력을 꾸준히 미쳐온 사람들의 부캐는 더 돋보인다. 부캐의 의미가 생계형 투잡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면 건강한부캐 열풍이 확산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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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1.01.14 16:50

호로고루 사적지에서

장석주 시인 새해 들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늙는다는 실감이 또렷해진다. 눈이 침침하고 근력은 떨어졌다. 명민함과 정기도 사라졌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이 듦의 기색이 완연한 내 모습에 놀란다. 늙는 건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다. 노년의 실감이 늘 생경하고 쓸쓸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듦과 죽음은 노력하지 않아도 맞는 실존 사건이다. 오늘 아침 라디오 국영방송 채널을 틀어놓은 채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전두엽에 번개처럼 꽂혔다. 나는 죽음을 걱정했던가? 그건 우주의 섭리이고, 풀어야 할 실존의 수수께끼일 뿐인 것을. 북극의 한랭전선이 남진하며 매운 추위가 몰려왔다. 한강이 얼음으로 덮이고, 중부 내륙도 얼었다. 오후에 집을 나서 호로고루(瓠蘆古壘) 사적지를 찾았다. 집에서 멀지 않아 답답할 때면 찾는 곳이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비강(鼻腔)으로 밀려든 찬 기운이 식초인 듯 따가웠다. 평지로 내려서니, 언 강과 응달 쪽 잔설, 쨍 하니 파란 하늘, 임진강 너머에서 남쪽을 향해 나는 쇠기러기 떼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에서 쇠기러기나 두루미 같은 겨울 철새가 자주 목격되는 것은 철새들 먹잇감이 흔한 들녘과 장항 습지, 임진강이 한데 몰려 있는 탓이리라. 호로고루는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의 임진강변 현무암 절벽 위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 사적지다. 호로고루는 임진강의 옛 이름을 호로하(瓠蘆河)라 불렀던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 일대는 기원 6세기 중엽 이후 2백여 년 간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 지역이었다. 누군가의 아버지, 삼촌, 아들이던 이들이 고향에 부모 형제 처자식을 두고 떠나와 낯선 땅에서 무장을 한 채 국경을 지키느라 낮과 밤을 흘려보냈으리라. 스무 해 전쯤 유적 발굴조사로 땅 속에 묻혀 있던 삼국 시대의 성벽과 우물이 나오고, 다수의 연화문 와당, 토기, 철기 유물 등이 출토되었다. 지금은 평평한 구릉에 고구려 점령기에 쌓은 성벽과 성곽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강변 갈대숲에서 날지 않는 쇠기러기를 만났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사체는 얼어서 딱딱했다. 함부로 방치된 조류 사체는 죽음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사건임을 말한다. 천지간에서 나고 죽는 건 사람이나 조류나 마찬가지다. 1500년 전 번성하던 고대 국가의 흔적을 밟고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고 묻는 일은 범상하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성벽을 쌓고 전쟁을 치른 이들은 무명의 병사들이다. 더러는 전쟁 중 팔다리를 잃은 채 귀향하고 더러는 차디찬 주검이 되어 낯선 땅에 묻혔으리라. 공자는 물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흘러감이 마치 이 물과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 시간은 저 아득한 근원에서 흘러와서 현재에 닿건만 현재는 유동하는 가운데 또 다른 현재에 닿는다. 인간은 그 유구한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멸의 연쇄라는 굴레를 벗지 못한다. 하지만 내 생명은 나만의 것인가? 생명은 부모에게 받은 것, 내 의지로 살아낸 것,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다. 세 겹인 것을 굳이 내 것으로 한정할 때 생명이 품은 뜻은 협소해진다. 사람도, 새도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간다. 오래된 경전에 말하듯이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티끌은 티끌로 돌아가는 것이다. 젊을 땐 이런저런 걱정을 하느라 세월을 헛되이 썼다. 괴로워 술을 마시고 방황하던 젊은 날의 내 어리석은 선택과 행위들이 뼈에 사무친다. 결핍에 허덕이느라 현재에 더 충실하지 못했다. 너무 젊었던 탓이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한 줌 지혜도 품지 못한 채 늙고 죽음을 맞는다는 생각에 쓸쓸해진다. 나이 들어 대리석을 깎아 새 집 지을 욕망 따위는 품지는 말아야 한다. 차라리 무덤을 생각하며 비감에 젖는 자에게 한 줌의 지혜가 있으리라. 이제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는 걱정거리는 내려놓자고 다짐한다. 오늘은 호로고루 사적지를 다녀왔고, 날 풀리면 속초의 겨울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장석주 시인 △장석주 시인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강사로 활동하며 시집 햇빛사냥, 산문집 등을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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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4 16:50

진성준 의원의 주택 법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전주시가 아파트 가격의 급상승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효천 지구나 법조타운, 에코시티에 전국의 기획 부동산과 투기꾼들이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진출하여 분양권 사재기와 불법 전매, 가수요 창출을 통해 가격 상승을 주도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전주시 개발 지역이 막대한 현금 유동성을 갖고 있는 수도권 지역 투기세력들의 놀이터로 되어 어느 샌가 아파트 가격 상승이 억억! 소리를 내며 이웃 광주와 대전시를 능가하고 있다. 전주시와 경찰의 투기세력 조사와 수사가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주시의 주택보급률이 대략 115% 정도라고 하지만 주택 공급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무주택자가 40-45% 정도 존재하고 있고 대다수의 무주택자는 기존 단독주택이나 원룸, 연립주택을 선호하지 않고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전주시 기존 아파트 대다수가 이미 수십 년을 경과한 노후 아파트여서 이들 거주자들도 새로운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구도심의 아파트 거주자들은 가격을 낮추고 낮춰도 매수자를 구하지 못해 이사를 앞두고 발을 동동구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가족의 변화 및 해체로 1인 가구가 늘고 젊은층은 새로운 아파트에 입주를 원한다.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는 이미 오래전에 고착되었다. 다른 측면에서 전주시는 인구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적어 퇴직자나 노후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원룸이나 연립주택을 선호하여 급팽창되었다. 하지만 입주자 대다수가 보통 3년 주기로 거주지를 옮겨 시장 경쟁력이 낮아 공실이 많고 장기적으로 사회문제 우려도 높다. 최근 지역 출신으로 서울에 지역구를 둔 진성준 국회의원이 주거 기본법상 주거정책 기본원칙에 1가구 1주택을 명시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가 많은 비난과 왜곡된 시선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1세대가 1 주택을 보유 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할 것. 주택이 자산증식이나 투기 목적으로 시장 교란에 활용되지 않도록 할 것.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실제 거주하려는 자에게 우선 거주할 것 등 세 가지 원칙에 입각하도록 할 것을 담고 있다. 너무도 옳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반대자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반시장주의, 사유재산 제약, 사회주의자 등 융단 폭격식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의식주는 인간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헌법적 권리로 기본권에 속하는 문제이다. 주택이 주거 목적이 아니라 투기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가능하면 규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다만 생계 수단으로 원룸이나 연립 주택을 소유하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농촌 주택. 사업상 꼭 필요한 업무용 주택 등을 제외하고 재산 증식이나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확실한 불이익을 주는 중과세와 이익 환수 제도를 통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최근 정부의 주택 규제 정책은 시장의 뒤를 쫓기도 바빠 토끼와 거북이 경주가 되어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단순 규제가 아니라 수요와 수요 형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적절한 맞춤형 공급을 기본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주택 시장 교란자들은 엄벌에 처하는 규제책을 동시에 해야 치솟는 주택 가격 상승을 막고 주택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 무주택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더불어 누구나 자신의 주택에서 생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주택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발본색원해내고 위반자는 가차 없는 처벌을 통해 보통의 시민들이 주택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진성준의원의 주택 법안에 대해 이성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며 많은 토론과 소통으로 화답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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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4 16:50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아련함

진지영 씨 내 고향 남도 들녘엔 봄이면 보랏빛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자운영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넘실댄다. 그리고 황룡강물이 아침이면 물안개 사이로 은빛 날개 반짝이며 흐른다. 한없이 둑길을 걸어가면 초록 밀밭이 일렁이는 고랑 옆 원두막이 있는데 그 밭이 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꾸시는 참외 수박 밭이다.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여름이 되면 참외 수박만큼은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한 낮엔 먼 동네 사람들이 참외 수박을 사 먹으러 오고 밤이 되면 서리를 해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는 한 계절을 원두막에서 주무셨다.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먼 둑길을 걸어 아버지가 일하고 계신 참외 수박밭으로 향했고 아버지께선 어서 오니라. 반겨주시며 진녹색 줄무늬 참외와 노란 참외 한소쿠리를 따다 주셨다. 나는 그 참외와 수박을 먹으며 원두막에서 숙제도 하고 아버지 심부름도 하다 해질 녘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읍내로 참외 수박을 팔러 가셨는데 땅거미가 지도록 오시지 않아 오빠와 나는 마중을 나갔다. 읍내까지 두어 시간이 족히 되는 신작로 길을 걸어도 걸어도 아버지 리어카는 보이지 않았고 매화동이라는 동네에 다달았을 때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보다 훨씬 키가 큰 아저씨들 네댓 명이 아버지 참외 리어카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 중 한 아저씨는 리어카 바퀴 위에 한 발을 올리고서 참외를 깎아 먹는 품새가 왠지 불량스런 아저씨들인 것만 같아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무서웠다. 아버지는 그 사람들의 행동을 속수무책인 채로 지켜만 보며 서 계셨는데 그 나쁜 아저씨들은 참외는 깎아먹고 수박은 쪼개어 놓고 하는 말 에이! 맛없어!라고 말하면서 과일 깎는 칼을 수박에 푹 꽂아 놓으며 돈도 주지 않고 가버렸다. 그 나쁜 아저씨들이 떠난 후 아버지는 우리를 리어카에 태우고 집까지 오는 동안 집에 있지 뭐 하러 왔느냐고...오빠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했다. 그 사람들은 읍내 유명한 불량배들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고스란히 수모를 당하시면서 초조함으로 일그러진 아버지 모습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나는 그 나쁜 사람들에게 뭐라 항변할 수 없는 작은 마음이 이내 너무 슬펐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참외 수박을 보면 아버지가 사무치게 그리워 눈물이 흐르고 그 날에 분노와 아픈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은 잊은 채 오직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였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우리의 생애는 현재가 과거가 되면서, 현재의 모습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 나와 우리 부모들이 살아온 모습들을 되새기며 추억하는 것은 서로 간의 관계를 잇고,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의미가 될 것 같아 옛 추억을 더듬어 본다. 수천 년을 흐르는 황룡강 모래섬 강변에는 지금도 종달새 울고, 황룡이 올라간 전설이 강에 아른거린다. 거울 같은 물 위엔 조각구름 가득 담고 모난 돌 다듬어 만든 조약돌 깔려있는 황룡강, 멱 감던 나의 유년 시절이 뭉클한 반가움에 눈시울 뜨거워 온다. /진지영 진지영은 학창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여 책만 읽다가 이순(耳順) 가까이 전북교육문화관 <시, 수필>반에 입문하여 현재 글채움터 총무를 맡으며 창작수업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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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4 16:50

[병무상담] 병적증명서 발급 대상과 절차

병적증명서 발급대상은 병역준비역, 보충역, 예비역, 전시근로역, 병역면제, 면역 또는 퇴역된 사람, 여성으로서 지원에 의하여 현역복무를 마친 사람입니다. 병적증명서에 기재되는 항목은 기본적으로 인적사항, 군복무를 마치지 아니한 사람은 병역판정검사와 입영예정일 및 부대, 모든 병역사항이고, 군복무를 마친 사람은 군별, 계급, 군번, 입영일, 전역일, 전역구분, 복무부대 등이며, 병적증명서 발급 시 각 항목 중 해당사항이 없는 경우 그 항목을 생략하여 기재 하고 있습니다. 병적증명서 발급 신청 방법은 전북지방병무청 민원실을 방문하거나 가까운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무인민원발급기와 어디서나 민원제도(구 fax민원제도)를 이용하여 병적증명서 신청 할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는 정부민원포털(정부24)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본인 공동인증서 등으로 로그인 하신 후 병적증명서를 신청하여 주시면 됩니다. 다만, 무인민원발급 신청 대상은 군필자인 경우 전역한지 1개월이 경과한 사람과 병역면제자는 1989년 1월 1일 이후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사람이고, 병적증명서 발급용도 중 공직자 신고용, 영문병적증명서, 구체적인 군 경력에 대한 사항은 발급 되지 않아, 해당민원은 병무청 방문과 어디서나 민원제도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아울러 병적증명서 발급 신청은 본인 또는 본인의 위임을 받은 대리 신청인이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구비서류는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 주민등록증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대리인이 신청하는 경우 위임장 및 위임한 사람과 위임 받은 대리 신청인의 주민등록증 등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 하시면 됩니다. 다만, 대리인이 본인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 또는 배우자이면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지참하시면 위임장 및 위임한 사람의 신분증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1.01.14 16:50

지역균형 뉴딜, 속도감 있는 추진 차질 우려

문재인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 뉴딜 사업의 속도감있는 실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북도를 비롯 광역 지자체에서 정부 정책에 맞춰 지역형 뉴딜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부처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지역균형 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역균형 뉴딜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이 주체가되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문대통령의 언급은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점에서 당연한 방향 설정이다. 하지만 정책 성공을 위해서는 마땅히 뒤따라야 하는 실질적 계획이 없다보니 사업 실행 주체인 지자체에선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역균형 뉴딜이 지난해 10월 발표되면서 부처 차원에서 실질적 계확과 내용을 마련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산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사업 추진이 되다보니 올해 지역균형 뉴딜은 불가피하게 공모사업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커졌다. 공모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여러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포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에서 발굴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포괄 보조금제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송하진지사도 지난해 10월 청와대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지역뉴딜 사업에 포괄보조금제 도입을 건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북과 같이 경제력이 처지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예비 타당성조사(예타) 간소화 등이 병행돼야 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문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지역균형 발전 정책의 지속가능 추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과감한 실행력으로 속도감있게 추진해 기반을 다져 놓아야 한다. 중앙과 지방간 공고한 협업체계를 구축해 사업 혼선이 없도록 치밀한 실행계획 마련이 절실하다.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지역내 공공기관의 협조와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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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1.01.13 16:47

지난여름 호우피해 복구 이리 더뎌서야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전북지역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가 매우 더디다. 피해가 난 도로와 하천, 수리시설 등 2000여 곳의 공공시설 중 현재 복구가 끝난 곳은 182개소에 불과하단다. 호우 피해 난 지가 언제인데 지금껏 복구 타령을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지난해 7, 8월 집중호우로 남원시를 비롯해 완주진안무주장수순창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전북 전역이 큰 피해를 봤다. 농작물 등 주민의 직접적 피해와 함께 호우로 파손된 공공시설도 2054개소에 이르렀다. 당시 수마가 할퀸 현장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면서 각계 성금이 모아지고 자원봉사 행렬이 줄을 잇는 등 국민적 성원이 뒤따랐다. 국민적 관심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복구가 제때 안 되는 이유는 재원조달이 어렵기 때문인 데 지난해 피해를 본 공공시설의 경우 이미 예산도 확보된 상태다. 특별재난구역 지정으로 재해복구사업 복구비로 국비 3118억원을 포함해 총 4231억원이 확보됐다. 재원이 확보된 마당에 복구가 미진한 것은 늑장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복구가 완료된 182곳은 소규모 시설뿐이며, 중대규모 시설 중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곳이 전체 절반이 넘는 1350개나 된다는 게 그 증거다. 전북도가 중규모 시설에 대해 올 4월까지 복구를 완료하고, 교량 등 대규모 피해시설에 대해서는 우기 이전인 6월까지 복구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피해 복구를 위한 설계와 설계 검토, 업체 선정 등의 행정절차와 공사까지 이어지는 데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어 적기 완공이 이뤄질 지 걱정이다.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똑같은 피해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경남 하동군은 섬진강 범람에 따른 피해와 대응, 복구 상황을 수해극복기록으로 내았다. 섬진강권의 비슷한 피해를 본 도내 자치단체들이 이런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추위와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장 상황을 꼼꼼히 챙겨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1.01.13 16:47

공공 배달앱의 성공 조건

삽화=권휘원 화백 거대 공룡 배달앱의 횡포에 맞서 자치단체에서 개발한 공공 배달앱이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지역상권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만든 군산시에서는 월평균 3만여 건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누적 주문 30여만 건에 73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용객의 만족도 조사 결과도 84%를 웃돌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달의 명수 출시 초기, 우리 배달앱 시장을 독과점한 공룡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생존 가능성에 큰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역화폐와 연계한 할인율 혜택 덕분에 연착륙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배달의 명수 이용 연령층을 보면 30대 41.2%, 40대 32.8%로 30~40대가 74%에 달한다. 공룡 배달앱의 주 이용 연령층이 20대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30~40대가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공공 배달앱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명수 안착 소식에 전국 자치단체마다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군산시를 찾았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말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출시했다. 경기 화성 오산 파주 등 3개 시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총 거래액 30억 원, 누적 회원 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초반 배달특급의 거침없는 질주에 힘입어 올해에는 경기도 내 27개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특급 성장몰이에 나선다. 현재 공공 배달앱을 출시한 자치단체는 모두 11곳에 달한다. 군산시가 처음 출시한 이후 인천 서구 서울시 충북도 부산 남구 경기 시흥시 경기도 강원도 춘천시 세종시 천안시 등이 참여했다. 올해에는 대전시와 성남시 대구시가 공공 배달앱을 내놓는다. 연간 10조 원 규모의 배달앱 시장을 놓고 민간 배달앱과 공공 배달앱의 한판 승부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 공룡 배달앱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최근 16억 달러 규모의 유상 증자를 추진하면서 확보한 현금을 통해 공격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자치단체의 공공 배달앱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착한 소비라는 시민의식에 할인 혜택을 무기로 영역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공공 배달앱이 언제까지 할인 혜택 방법만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화폐와 연계한 할인 혜택에는 적잖은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계속 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지난해 공공 배달앱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전라북도와 익산시가 미적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 배달앱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치단체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1.01.13 16:47

겨울방학, 수학을 바꾸는 골든타임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코로나가 촉발시킨 거대한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다. 작년부터 교육계는 온라인 학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부의 정책으로 지금까지 우왕좌왕하고 있고, 학원이라는 틀 속에서 안심하던 학부모들은 원격 수업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학원 교육의 실체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제로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 학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은 바로 수학이다. 영어나 국어는 독서, 글쓰기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지만 기본 원리와 개념을 단단히 쌓아 올리며 어려운 영역을 정복해야 하는 수학은 사실 그 대안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수학 공부로 빚어지는 자녀와 학부모의 갈등이 점점 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연산 수학으로 불거진 문제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연산은 공식과 요령을 활용해 문제를 기계적으로 빨리 풀어 답을 내는 이른바 기계적 연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을 위해 특화된 것인데, 이로 인해 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자기가 배운 원리와 개념을 활용해 문제를 읽고 상상하며 논리를 풀어낼 기회를 얻지 못한다. 당연히 생각하는 힘과 응용력은 약해지고 난이도가 조금만 높아지거나 다른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좌절하거나 풀어도 무엇을 풀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기계적 연산이 만들어내는 폐해다. 간단한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65 + 97 + 35 + 20 + 3은 답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보고 앞에서부터 차례로 더해 답을 냈다면 이는 기계적 연산인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할 것이다. 이제 문제를 주어진 그대로 보지 말고 10과 보수의 개념을 활용해 조금 바꿔보자. 65 + 35 + 97 + 3 + 20 = 100 + 100 + 20 어떤가? 계산이 더 쉬워지고 실수할 확률도 줄어든 것이 느껴지는가? 우리는 다섯 손가락을 가진 손 두 개 때문에 5와 10에 익숙하다. 그래서 십진수를 사용하고 십보수의 개념도 배운다. 여기에 더하기는 위치 무시라는 깨봉식 수학 원리가 더해지면 기계적 연산을 벗어나 스마트한 연산이 펼쳐지는 것이다. 핵심은 누가 빨리 정확한 답을 맞히는가가 아니다. 처음 보는 문제도 내가 아는 수학의 특성과 원리를 활용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꾸는 힘이 핵심이다. 공식과 요령을 암기해 아무리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푼다 해도 이러한 힘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가 좁아지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어질 뿐이다. 이제는 기계적 연산대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생각하는 연산 즉, 스마트 연산을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사람이 기계적 연산을 기계보다 잘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겨루는 바둑과 체스에서 기계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나? 코로나로 겨울방학이 더욱 길어졌다. 수학 문제집을 잔뜩 쌓아 놓은 채 몇 문제를 풀고 몇 개를 맞았는지 씨름하고 있다면 당장 멈추자. 한 문제를 풀더라도 기계적으로 답을 빨리 내는 것이 아닌, 문제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 쉽고 아는 것으로 바꿔보는 스마트 연산을 시도할 때마다 칭찬해 준다면, 이번 겨울방학은 내 아이의 수학이 바뀔 수 있는 최고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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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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