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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없는 밤목마을

강인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전기와 수도가 없는 도내 산간 오지마을의 이름이 다시 불려나왔다. 지난달 금남정맥 성봉 자락 해발 700m 부근의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밤목마을에 의용소방대원들이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해준 미담이 전해지면서다. 밤목마을에는 1980년대 초까지 7가구가 살았지만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불편한 삶에 주민들이 떠나면서 지금은 4가구 6명만 남았다. 어느 마을 주민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큰 불을 낼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만경강 최상류에 위치한 완주군 고산면 소향리 운문골도 수도와 전기가 없는 마을이다. 밤목마을과 운문골에는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지원됐지만 겨우 전등 몇 개를 켤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샤워를 못하는 것은 물론 밤에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다는 주민들의 웃지 못할 사연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전기와 수도가 없는 밤목마을과 운문골이 언제까지 마을로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출향민들은 자신의 고향이 어릴 적 추억 속의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10년 전 서울에서 인터뷰한 성공한 전북 출신 인사 대부분은 전북의 강점을 청정지역으로 꼽고, 지나친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낙후돼 보이지만 미래에는 자연환경을 잘 보전한 지역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치단체장들은 기업유치와 지역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출향민들은 오래도록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성공한 출향민들의 기대처럼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잘 보전된 지역으로 꼽힌다. 바다가 땅으로 바뀐 새만금이 새로운 미래 도시로의 변화를 준비해가고 있고, 전주 군산 익산에 과거에 없던 새로운 도심이 형성된 것을 빼면 전북에는 크게 놀랄 만한 변화가 없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장도 전북에는 거의 없다.

청정 전북은 유지됐지만 고향을 떠나는 젊은층의 발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출향민들이 고향을 떠났던 그 길을 젊은층들이 다시 따라가고 있다. 젊은층들이 떠나고 있는 전북의 시군은 소멸위험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14개 시군 가운데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11개 시군이 30년 안에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적고 교육, 복지, 문화, 여가, 쇼핑 등 생활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고향 전북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는 젊은층에게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고, 살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고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소멸위험에 처한 지역의 위기극복 해법은 이미 나와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더 젊고 역동적인 전북 정치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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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kangi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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